194화 고강화 (2)
성장 순위에 이어 개인 방송 순위가 떴다.
[방송 순위를 발표합니다.]
1위. 대한민국 서** / 평균 시청자 수: 2억 3,230만
2위. 대한민국 시** / 평균 시청자 수: 1억 8,518만
3위. 대한민국 윌** / 평균 시청자 수: 1억 469만
4위. 중국 장*** / 평균 시청자 수: 4,069만
5위. 미국 ***제임스 / 평균 시청자 수: 3,510만
6위. 중국 진*** / 평균 시청자 수: 3,122만
7위. 인도 ***자다브 / 평균 시청자 수: 2,675만
8위. 미국 ***주 / 평균 시청자 수: 1,921만
9위. 독일 ***마이어 / 평균 시청자 수: 1,419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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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방송 순위에서도 우리 파티가 1위~3위를 휩쓸었다.
의외인 건 시에나의 시청자 수가 윌리아를 크게 따돌리고, 거의 나에게 근접했단 것이다.
아무래도 그녀 특유의 밝은 분위기와 귀여운 외모, 웃긴 행동 등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 외엔 인구 대국이거나, 정통적인 서구권 강국들의 시청자 수가 많았다.
아쉬운 점은 방송 순위에서 윤시아를 비롯해 김민희, 최공찬 등 높은 순위의 성장을 이뤘던 한국인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는 거다.
‘윤시아가 18위, 김민희가 26위, 유명 아이돌 출신의 남성 사냥꾼이 38위를 기록한 게 그나마 높은 순위네.’
우리 파티를 포함해 시청자 순위가 100위 안에 한국인은 단 8명뿐이었다.
물론, 전체 4위를 기록한 무당파 제자 장밍메이와 6위의 무당파 장문인 진후에이, 12위의 일본 지부장 다나카 등, 사냥꾼 협회 소속 외국 국적자를 더하면 100위 이내에 14명에 위치하는 셈이지만.
한국 사냥꾼에 관한 관심이 나와 우리 파티에 편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순위였다.
[축하드립니다. 개인 방송 순위도 1위를 기록하셨습니다.]
[10,000점을 획득했습니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가 특수한 입장이란 것을 이해하고 있으니까.
나는 원하는 바를 달성했으니, 만족하기로 했다.
[아, 이번 이벤트도 끝나는 건가?]
[아쉽다. 재밌었는데.]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하세요.]
그리고 나는 오늘 하루 동안 함께했던 시청자들과 작별을 고했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여서 재밌었습니다. 그럼 모두 건강하시고 무사히 생존하시길 바랍니다.”
모두의 예상대로 머지않아 개인 방송 채널은 닫히며 사라지고.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본래 있던 장소로 되돌아갑니다.]
곧이어 공간 이동 특유의 느낌과 함께 지긋지긋했던 숲속에서 익숙한 서울로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현 시간부로 3시간 동안 이벤트 상점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유난히 길었던 것 같은 24시간 이벤트.
다사다난했지만, 어쨌든 얻은 건 많았다.
더불어.
“오오! 머리카락 돌아왔어! 만세!”
변발이 되었던 시에나가 원상 복구되어 풍성해진 앞머리를 쓰다듬으며 환호했다.
“아쉽네, 변발도 나쁘지 않았는데.”
“내가 계속 변발이었으면, 네 남친도 내 손에 변발이 되었을 거라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며 윌리아와 시에나에게 텔레파시를 전했다.
‘우선 월광도로 돌아가죠.’
* * *
이번 이벤트에서 성장과 개인 방송 둘 다 1위를 차지한 나는 무려 25,000점을 획득했다.
이는 지난 이벤트보다 2.5배 증가한 수치였으며.
“와 1위와 2위 차이가 심하네, 나는 15,000점이야.”
“저도 15,000점입니다.”
윌리아와 시에나도 지난달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수익을 거뒀다.
“허, 그럼 우리 수중에 55,000점이 있는 거네요?”
지난달의 점수 총합인 22,500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상승률이 아닌가.
이 점수를 희귀~유일 등급 뽑기권에 사용하면 지난달보다 두 배 많은 유일 등급 장비를 얻을 수 있단 뜻이 된다.
물론, 확률이란 게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말이다.
그런데…….
[점수 인플레이션으로 인하여, 일부 판매 아이템의 가격이 조정됩니다.]
룰루랄라 기분 좋게 이벤트 상점 창을 열었던 나는 표정을 와락 구겨야 했다.
“미친?”
“인플레이션 그게 뭐야?”
“시스템 이 새끼가 판매 물품의 가격을 올리겠단 겁니다!”
덕분에 황당함을 표한 우린 얼른 판매 품목들의 가격을 살폈다.
“응? 가격은 그대로인데?”
“그러게요?”
그런데 다행히 자주 사용하는 소모 아이템의 가격은 그대로였다.
다만.
[희귀~유일 등급 ‘아이템’ 뽑기권: 150점]
[희귀~유일 등급 ‘장비’ 뽑기권: 450점]
“아, 이런…….”
유일 등급 뽑기 아이템의 가치만 상승했다.
“떠돌이 상인 때도 코인의 가치가 떨어졌다며 유일 등급 장비의 판매금을 올리더니, 시스템 상점도 이것들만 가격을 올렸네?”
아이템 뽑기권은 100점에서 150점으로, 장비 뽑기권은 300점에서 450점이 되었다.
이는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유일 등급 장비의 가치가 상승했단 의미였으며, 앞으로는 기존보다 유일 등급 장비를 구하기가 힘들어진단 의미이기도 하다.
“느닷없는 가격 조정에 짜증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인상률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네요.”
“맞아, 우리가 가진 점수는 55,000이니까!”
55,000점이면 유일 등급 장비 뽑기권을 100장을 사고도 10,000점이란 거스름돈이 남는다.
비록 지난번의 두 배에 해당하는 양은 아니지만, 1.5배 정도 많은 뽑기권을 깔 수 있다.
“이거 너무 독점하는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하긴 하네.”
하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100장을 질렀다.
내 노력으로 얻은 보상인데,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각자 33장씩 갖죠.”
“그럼 1장이 남잖아?”
“1장은 머리카락 때문에 마음 고생하셨으니, 시에나 님이 가지세요.”
“오호! 오케이!”
그리고 우린 뽑기권을 분배하고 월광도의 공터로 향했다.
그곳은 새로운 장비나 스킬을 얻으면 위력을 실험해 보는 장소였다.
“그럼 시작할까요?”
“네!”
“꼬우!”
이어서 다가온 뽑기 시간.
이 순간을 위해 이벤트에 목을 매는 거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린 기대감을 표하며 희귀~유일 등급 장비 뽑기권을 사용했다.
* * *
“아니, 이런 빌어먹을…….”
복권을 처음 사 본 사람이 1등에 당첨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1등의 당첨금만큼 복권에 돈을 쏟아부어도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는 법.
그게 바로 확률이란 거다.
하지만…….
아무리 확률이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33개의 뽑기권에서 겨우 1개의 유일 등급 장비를 획득했다.
그것도 뭔가 특이한 물건을.
[빛의 마안 / 파츠형 장비 / 등급: 유일]
-눈에서 강력한 광선을 내뿜어 적을 공격한다.
-소모하는 마력의 양에 따라 위력이 상승하며, 많이 사용하면 눈이 충혈되어 통증이 발생한다.
-마력 +9
-안구 한쪽을 제거한 후, 장착하면 된다.
‘설명이 이거 장착하려면 눈깔 하나 떼란 거지?’
빌어먹을. 내가 로봇도 아니고, 기존 신체를 떼고 장착하는 파츠라니, 이게 말이 되는 건가?
끔직한 것도 정도가 있지.
지난번 0개를 뽑았을 때도 그렇고, 나는 왜 이렇게 상점의 뽑기 운이 없을까?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은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전 2개 나왔네요.”
“나도 2개!”
생각만큼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쁘다고 보기 힘든 소득이었다.
지난번보다 2개 많은 5개의 유일 등급 장비를 얻은 것이니 말이다.
“눈깔 하나에 도끼 하나, 세검 하나, 반지 하나, 로브 하나.”
도끼랑 세검은 다른 사람을 주거나 교환하면 되고, 우리 수중에 떨어지는 건, 눈깔과 반지, 로브였다.
일단 로브의 주인은 정해졌다.
[성녀의 로브 / 외투 / 등급: 유일]
-오르하르콘을 실처럼 가늘게 뽑아 실크와 함께 짠 금속 섬유 로브로, 보기보다 매우 높은 방어력을 지니고 있다.
-모든 종류의 디버프로부터 사용자를 완벽하게 보호한다.
-모든 버프 스킬의 효과가 50% 상승한다.(단, 버프 스킬의 효과를 높여 주는 다른 ‘장비 아이템’과 중복 사용 불가.)
-마력+12
-하루 3번 ‘신의 가호’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신의 가호: 어떠한 종류의 공격이든 완벽하게 막아 내는 절대 방어 능력(최대 범위 100미터)
이건 누가 봐도 윌리아 전용이다.
디버프 완전 방어와 버프 효과의 상승률도 대단하지만.
어떠한 공격이든 전부 막아 내는 방어 스킬은 아슬아슬한 전투에서의 승리 확률을 높여 주고, 도주의 시간을 벌어 줄 최고의 방어 옵션이다.
‘확실히 유일 등급 장비는 희귀 등급과 급이 달라.’
더불어 디자인도 굉장히 좋았는데, 새하얀 로브에 금색 실로 기형학적인 무늬가 새겨져 있어서 ‘성녀의 로브’란 이름에 걸맞게 신비로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천사에 고리(치유의 헤일로)와 세트처럼 잘 어울려서 점점 외형적 컨셉이 확실해져 가는 윌리아였다.
‘그다음은 반지.’
[링 오브 메모리 / 반지 / 등급: 유일]
-골드 드래곤의 뿔로 만들어진 마법 반지.
-한 가지 스킬을 반지에 저장하여 사용할 수 있다.
-단독 스킬뿐만 아니라 횟수 제한이 있는 장비 내장 스킬도 저장할 수 있으며, 저장된 스킬을 사용할 경우 재등록까지 6시간의 대기 시간이 필요하다.
-사용 후, 페널티가 발생하는 스킬의 경우 반지를 통해 발현하더라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마력+9
하지만 문제는 반지다.
누가 써도 이상하지 않은 매우 좋은 장비였으니 말이다.
때문에 우린 머리를 모아 이 반지를 누가 쓰는 게 효율이 좋을지, 어떤 스킬을 저장하는 게 좋을지를 고민했다.
“신의 가호를 저장하면 하루 사용 횟수가 4회가 되는 거잖아. 그럼 생존율이 더 높아지지 않나?”
시에나의 말대로다.
이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나는 반지를 들고 고민하다가 한가지 실험을 하기로 했다.
그건 바로.
[저장하실 스킬을 선택하십시오.]
[바리사다의 내장 스킬 투과를 선택했습니다.]
“자 시에나 님.”
“응? 왜?”
“다른 공격 스킬은 쓰지 말고, 일반 화살 공격에 투과 스킬 걸어서 사용해 보세요.”
“아!”
원거리 활 공격에 투과가 걸리냐는 것이다.
반지를 건네받은 시에나는 인벤토리에 일반 화살을 꺼냈다.
그녀가 가진 신궁 비자야는 화살을 끼지 않고 시위를 당기기만 해도 빛의 화살을 생성되지만, 일반 화살을 쏘는 것도 가능했다.
“일단 일반 화살에 투과를 거는 게 가능해지면 그다음 빛의 화살에도 투과를 실험해 보도록 하죠.”
“그래, 알았어.”
이어서 시에나는 화살에 투과를 부여한 후, 지면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그러자.
-스스스.
화살이 아무런 이질감 없이 땅속으로 스며들 듯 사라져 버렸다.
“되, 되네?”
우리 파티에 강력한 공격 옵션이 하나가 추가된 셈이다.
“이거 이러다가 지구 반대편으로 화살 나오는 거 아냐?”
“투과 스킬은 한번 사용하면 3초밖에 유지되지 않아서 파고들다 멈출 겁니다.”
“다행이네. 지구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을 공격하게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당황했어.”
나는 시에나에게 반지를 건넸다.
“일단은 시에나 님이 쓰시면 될 거 같네요.”
“아싸!”
아마도 한동안 ‘링 오브 메모리’에는 투과 스킬과 신의 가호(절대 방어) 스킬을 번갈아 가며 저장해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어서 시에나의 시선이 흉측하게 생긴 아이템으로 향해진다.
“그럼 저 눈깔은?”
누가 쓰겠는가.
내가 써야지.
저 눈깔(빛의 마안)의 기능은 근접 전투원인 내가 쓸 때 가장 효과가 좋을 거 같으니까.
“하후돈?”
“안 먹습니다.”
나는 시에나의 시답지 않은 농담을 뒤로하고, 잘 부탁한다며 윌리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나 무섭다.’
* * *
성장 및 개인 방송 이벤트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 메인 시나리오 시작까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
덕분에 각국의 지휘부는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한 가지.
이 메인 시나리오라는 것이 인간끼리의 전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조각의 보유자는 추후 검증을 거쳐 영주로 임명되고, 시스템에 의해 국토의 일부를 영지로 받게 된다.]
[영주는 자신의 영지를 중심으로 타인의 영지를 빼앗기 위한 전쟁을 하게 되며, 국가 내의 영지 전이 마무리되면, 이후부터 국가 단위의 대전이 진행된다.]
이게 현재까지 밝혀진 시나리오의 전말이다.
이제 겨우 조금이나마 안정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세상을 다시 한 번 뒤흔드는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전체 동맹을 통해 전쟁을 막자는 거겠죠?”
“아마 그렇지 않겠습니까?”
“하긴 가뜩이나 몬스터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데, 인간끼리의 전쟁이라뇨. 가당치도 않죠.”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현재 지구엔 막강한 힘으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단체가 있고, 그들은 영토 욕심보단 생존을 우선시 여긴다는 점이었다.
[대한민국 주최, 시나리오 대책 회의]
때문에 금일 그 단체가 진행하는 ‘시나리오 대책 회의’에는 수많은 국가의 지휘부가 초청되었다.
정부가 힘을 발휘하는 나라는 국가 수반이 참석을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국가를 대표하는 사냥꾼들이 참석했다.
회의 장소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사실상 대한민국 사냥꾼 협회의 해외 지부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지역의 참여율이 저조하군요.”
“빌어먹을 서로 도와도 모자랄 판에 기싸움이라니.”
그러나 모든 국가가 협조적인 자세로 회의에 참석한 건 아니었다.
회의에 참석했음에도 불만 어린 표정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중동이나 아프리카처럼 참가국이 전멸한 지역도 있었다.
때문에 이번 회의는 비록 완전하다곤 할 수 없었다.
“아프리카와 중동이 뭔 상관이요. 미국과 유럽, 한중일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참여했으니 대세엔 영향이 없을 텐데.”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그래도 참가자의 면면을 보면 대세엔 영향이 없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 옵니다.”
그리고 그때.
어수선하던 회의장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사냥꾼 협회의 협회장 서백호를 포함한 주요 인사들이 등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