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197화 (197/273)

197화 고강화 (5)

현재 우리 파티가 다른 사람들을 큰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이 세상 모든 일을 우리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법이다.

때문에 나는 사냥꾼 협회 멤버들의 성장에 많은 공을 기울이고 있다.

상위팀에 유일 등급의 장비를 쥐여 주고, 필요하다면 휘하의 마족들(나인포의 부하)을 빌려줘서까지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덕분인지 현재에 이르러 사냥꾼 협회는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하는 상위 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세계 최상위(레벨 130 이상 / 5팀)

-윤시아 팀(135), 김민희 팀(131)

세계 차상위(레벨 120~129 / 26팀)

-김현수 팀(128), 최도겸 팀(127), 박상만 팀(126), 무당파 팀(124), 일본 지부장 팀(124), 조유나 팀(123), 박행기 팀(121), 권미영 팀(120), 김진욱 팀(120)

세계 상위(레벨 100~119 / 219팀)

-사냥꾼 협회 28개 팀, 대한민국 정부 5개 팀

세계를 기준으로 레벨 100 이상의 파티면 상위 팀으로 구분이 되는데, 최상위+차상위 31팀 중 사냥꾼 협회가 무려 11팀을 보유하고 있다.

사냥꾼 협회가 대한민국이란 작은 나라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실로 대단한 수치임이 분명했다.

그러니 사냥꾼 협회는 세계의 주류로 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지. 더 성장해야 해. 아직 우리 파티와의 차이가 너무 크니까.’

참고로 위의 데이터는 바로 어제 미국에서 수집한 것으로 우리 파티는 빠져 있다.

미국 측에선 우리 파티가 다른 사람들과 규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건 누가 봐도 아부성 멘트였지만,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다.

원래는 차이가 이렇게까지 크지 않았는데, 지난 대만 사태 때 특수 몬스터들을 미친 듯이 사냥하러 다닌 것과 마경에서의 광렙(나인포 플랜+악마 소환 피버타임)이 차이를 벌리고 말았다.

이런 현상을 두고 윌리아는 이렇게 말했다.

‘이게 바로 선점의 무서움이죠. 현재 우린 단독 질주를 하며 다양한 보상을 독식하고 있으니까요.’

현재 우리 파티의 레벨은 185.

엘더 이터의 특성을 이용해 꾸준히 레벨을 올린 헬레나는 기어코 우리의 레벨을 따라잡아 현재 레벨 186이 되었다.

더구나 우리는 차상위 이상 팀들이 파티 단위로 겨우 하나 갖고 있을까 말까 한 유일 등급 장비를 무려 15개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차이는 단순히 무기 등급과 레벨만으로 볼 수도 없는데…….

[성검 칼립소 / 등급: 유일 / +5 강화]

-근접 전투 스킬 공격력 100% 증가

-근력+5, 순발력+7, 마력+4

-자체 스킬: 성검 방출(위력 5배 증가)

바로 장비의 강화율이 전투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이벤트의 성과다.

나를 조종했던 서큐버스 같은 이벤트 특수 몬스터를 처치하면 강화 시 장비 파괴 페널티를 제거해 주는 ‘특수 축복의 가루’를 드랍했는데.

해당 아이템의 존재를 확인한 순간 이후 미친 듯이 이벤트 특수 몬스터를 처치하러 다녔다.

그날 우린 100장에 가까운 특수 축복의 가루를 획득할 수 있었고, 바로 4강 이상의 고강화에 도전했다.

‘4강의 성공률은 30%, 5강의 성공률은 10%.’

그럼에도 특수 축복의 가루 덕분에 모든 장비를 4강 이상으로 맞출 수 있었으며, 일부 주력 무기는 5강까지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강화를 하게 되면 1단계마다 능력치가 1씩 추가되고, 장비 내장 스킬의 위력이 상승한다.

4강이면 기본 공격력의 3배, 5강이면 기본 공격력의 5배까지 내장 스킬의 위력이 올라간다.

즉, 현재 우리 파티의 전투력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가 좁혀지긴커녕 더욱 벌어지고 있으니…….

내가 윤시아 등을 키우기 위해 하는 노력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여러분이라면 웬만한 귀족 계급의 마족이라도 충분히 해치울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을 기다려 주기보단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

어쩌면 지나친 만용이, 빠르게 달리던 차량이 쉽게 전복되는 것처럼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고.

어쩌면 더 큰 차이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결국 겪어 봐야 아는 일이지만, 안주하는 일 없이 달리기만 하는 나를 보며 나인포는 어울리지 않는 표정으로 우려를 표했다.

“많이 위험할 겁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

그건 지금부터 우리가 향하게 될 장소 때문이다.

“이미 정했잖아. 너 실은 우리 걱정하는 척하는 게, 본인이 가기 싫어서 그런 거 아냐?”

“아, 아닙니다. 얼마 만에 돌아가는 고향인데, 저는 솔직히 설레죠.”

“그럼 됐네. 잔말 말고 앞장서.”

“네…….”

마치 지옥문을 연상시키는 새까만 문.

음산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그 문은 마경의 중심 너머에 자리한 시설이다.

원래는 현재 우리의 수준으로 마경의 중심 지역을 돌파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나인포가 미리 파악한 샛길이 있어 문제없이 넘어올 수 있었다.

“여, 여긴 마계와 연결된 1,080개의 문 중 하나로 ‘회색의 숲’이란 장소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문을 넘으면 바로 데스 나이트와의 전투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으니 미리 준비해 두세요.”

그렇다.

우린 지금부터 마계로 넘어간다.

이는 시나리오 시작을 대비한 탐사 목적이자, 빠른 성장을 이어 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아무래도 새로운 도전인 만큼 조금 긴장은 되지만.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시스템으로 엮인 나름 믿을 만한 가이드가 있으니 말이다.

“후우…… 갑니다?”

“그래.”

“고고!”

곧이어 추방당한 기억 때문인지, 한껏 굳은 얼굴이 된 나인포가 심호흡과 함께 앞으로 한발을 내디뎠고, 이내 숲속 필드 한가운데 둥둥 떠 있는 검은색의 문 안으로 사라졌다.

우리 파티는 바로 나인포의 뒤를 따랐다.

-파앗!

몸 전체가 한번 공중에 떴다가 내려진 느낌이 들며 눈앞의 풍경이 색이 바랜 듯한 회색의 숲으로 바뀌었다.

왠지 테마파크에나 있을 법한 특징적인 공간.

나는 별생각 없이 회색으로 물들어 있는 근처의 식물 이파리를 손가락 끝으로 툭 쳤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팅.

마치 금속을 때린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금속 이파리가 어찌나 예리한지, 일반인이었다면 이파리를 건드린 손이 베이고 말았을 것이다.

나야 신체 능력이 높아서 베이진 않았지만 말이다.

“전부 금속으로 만들어진 가짜 숲이야?”

내 물음에 안내역이 된 나인포는 고개를 내저으며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아닙니다. 단지 금속처럼 날카롭고 단단할 뿐이지 식물 맞아요.”

“이게 식물이 맞다고? 녹이면 재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에이 아닙니다. 뜯으면 이렇게 돼요.”

그리고 나인포는 근처 나무에서 이파리 하나를 뗐고, 그러자 떼어진 이파리는 금세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지구의 상식이 무시당하는 듯한 자연이 아닐 수 없다.

“마계는 전부 이래?”

“그건 아닙니다. 지구와 비슷한 곳도 많으니까요. 단지 개성이 강한 것뿐입니다.”

“개성이 강하다고?”

나는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처참하게 부서진 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거대한 망치로 두들긴 듯, 표면 한쪽이 뜯겨 나가 울퉁불퉁해진 달과.

그런 달의 파편으로 보이는 조각들이 마치 별처럼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그렇게 처참한 모습이 된 달이건만 어찌나 밝은지, 밤임에도 주변을 꽤나 밝게 비추어 주었다.

‘확실한 건 지구와 전혀 관계없는 공간이란 거야.’

마경도 그랬지만, 이 마계란 곳도 지구와 전혀 다른 세계로 보였다.

기구의 도움 없이 평범하게 호흡이 가능하다는 것 빼면 무엇하나 익숙한 게 없이 이질적이다.

“백호 님.”

“알아.”

그리고 가장 이질적인 건.

[@#%^@#! / #@&^$%]

수풀을 해치며 등장한 몬스터의 정보가 보이지 않는단 것이었다.

적이 스킬로 가렸다기보단 마치 글자가 깨진 것 같았다.

하지만…….

[마#고^@전! / #벨&^$%]

[마계고^린전! / 레벨&^$%]

[마계 고블린 전사 / 레벨: 150]

머지않아 글자들이 복구되듯 정상적으로 떠오르고.

[한국인 서** 님께서 최초로 마계에 입장하셨습니다.]

[이 위대한 업적은 명예의 전당에 기록됩니다.]

[한국인 서** 님을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발 늦게 최초 업적 메시지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시스템을 전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녀석도 마계의 환경에 적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인간적이란 느낌이 들게 했다.

-키에에엑!

-서걱! 서걱!

“마계가 다르긴 하네. 고작 고블린 녀석들이 레벨 150이나 하고.”

가볍게 레벨 150대의 몬스터를 삭제한 나는 나인포에게 물었다.

“이제 어느 쪽으로 향해야 돼?”

그리고 그는 하늘을 다시 올려 보더니, 달을 통해 방향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저쪽으로 가면 됩니다. 그럼 제가 만약을 대비해 회색의 숲에 마련해 놓은 거점이 나올 겁니다.”

“오케이.”

이어서 우린 나인포의 안내에 따라 마계 첫 구역인 회색의 숲을 거닐었다.

-키에에엑!

-크아아아!

-끠이아야!

아직 마계에 대해 아는 건 적지만, 몬스터가 굉장히 많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오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사방에서 예고 없이 튀어나오는데 그 수가 상당한 데다가.

[마계 오르크 / 레벨: 170]

[마계 트윈헤드 울프 / 레벨: 190]

[마계 검치호 / 레벨: 200]

레벨도 하나같이 대단했다.

아마 우리 파티가 아닌, 다른 팀들이 이곳에 입장하려면 몇 달은 더 걸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마계의 환경에 신이 난 의외의 인물이 있었으니.

“오? 녹는데요? 아이스크림인 줄.”

그건 바로 윌리아였다.

기본적으로 마계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이 마속성인지라, 그녀가 사용하는 극상급의 회복 스킬이 몬스터를 녹여 버렸기 때문이다.

즐거워하는 윌리아의 미소에 나인포는 무섭다며 몸을 떨었다.

그렇게 레벨 200 이하의 몬스터를 처치하며 나아가길 1시간.

“저기입니다.”

커다란 바위들이 이리저리 놓인 특이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은 나인포가 마계에 살던 시절 만들어 놓았다는 지하 거점이었다.

“꽤 큰데?”

“그럼요. 저 이래 보여도 영주였다니까요?”

“그런 놈이 왜 이런 곳에 도피처를 만들어 놓은 건데?”

“그, 그야. 누명을 뒤집어써서 언제 쫓겨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던지라…….”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짓는 나인포의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리며 지하 거점을 살폈다.

그리고 이내 만족감을 표하고는.

[웨이포인트를 설치하시겠습니까?]

그곳에 설치형 웨이포인트를 깔았다.

우린 마족들과 마주치는 걸 피해야 하는 입장인지라, 별도의 웨이포인트가 필요했다.

다행히 나는 설치형 웨이포인트가 제법 많았고, 그걸 외부에 들키지 않고자 지하에 설치한 것이다.

“이런 장소가 두 곳 더 있댔지?”

“네, 그렇습니다. 한 곳은 저희 사냥 거점이 될 장소에 위치해 있고, 나머지 한 곳은 마족들의 마을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나인포는 참으로 쓸모가 많은 부하였다.

덕분에 우린 마계 초입이라 할 수 있는 회색의 숲 곳곳에 거점을 만들어 뒀고, 마계 탐색을 위한 첫걸음을 무사히 내디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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