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화 시나리오 자격 검증 (3)
[대한민국에 나타난 슈퍼히어로? 동영상 플랫폼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어느 남성이 하늘을 나는 영상.]
[진짜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장난으로 퍼트린 영상일까? 일각에선 신작 영화의 홍보 영상이란 소문이…….]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이상한 코스프레를 한 남성이 갑자기 푸른빛을 뿌리며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을요.”]
[해프닝이라고 생각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목격 정보. 과연 진실은?]
인터넷에 퍼지는 수많은 기삿거리 중 하나.
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진짜일 리가 없다며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해프닝 정도로 여겨지는 이 사건이 어느 단체에겐 심각한 위협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해당 영상이 진짜다?”
“다, 당혹스럽지만 그렇습니다.”
“그럼 뭐, 그 남자가 슈퍼맨 같은 그런 거란 말인가?”
“아직은 정보가 적어 뭐라 판단할 수 없지만, 비상식적인 존재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바로 대한민국 내 모든 정보의 중심.
정부에선 낯선 이의 등장을 빠르게 캐치해 냈다.
국정원장의 보고에 박문열 대통령은 황당함에 웃음을 표하다가 이내 얼굴에서 표정을 지우며 물었다.
“대상의 위치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강남대로에서 반포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까진 확인되었지만, 이후의 행적이 불분명합니다.”
“아니, 대 드론 레이더를 그렇게 잔뜩 깔아 놨는데도 놓친다고?”
“아, 아무래도 지상으로 이동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대상이 단순 비행체가 아닌 사람인지라 인파에 섞이면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CCTV는 장식인가?”
“죄송합니다.”
국정원장은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그의 입장에서도 이번 사태는 재난이나 다름이 없었다.
단독 비행이 가능한 상식 밖의 존재가 나타날 것이란 사실을 감히 예상이나 해 봤겠는가.
미국처럼 UFO 등, 미지의 존재를 탐색하는 전담팀이 없다고 해도 한국은 항상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야 하는 만큼,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는 나름 좋은 편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한국이라 해도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 슈퍼맨의 위치를 완벽하게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됐고, 그 괴이한 인물에 대해 알게 된 내용이나 알려 주게.”
“네! 외형은 우리 한국인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남성이었으며, 신장은 182~185 정도 되어 보이고, 단련이 잘된 근육질 체형으로 보입니다. 그는 비행 시 푸른빛을 방사하는데, 그 빛에서 방사능 등 위협 요소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최대 비행 속도는 마하 1에 달하며, 급상승과 급강하, 직각에 가까운 90도 방향 전환을 감속 없이 맨몸으로 행하는 것을 보면 일반인의 신체 능력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짧은 시간에 긁어모은 만큼, 정보는 많지 않았다.
다만 국정원장의 말을 담담히 듣고 있던 대통령은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정말 슈퍼맨이라도 되는 건가?”
중력 가속도 따윈 가볍게 무시하는 비행 능력만 봐도 상대의 신체 능력이 범상치 않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 분자가 서울 내에 있다는 건 큰 우환 거리일 수밖에 없다.
일반 시민에게 해라도 끼치면 어쩐단 말인가.
‘아니, 시민들만이 문제가 아니야.’
비상식적인 존재를 지척에 두고 있는 건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많고 많은 나라 중 한국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혹시라도 그 존재가 다시 나타난다면 구속하는 게 가능하겠나?”
“아무리 상대가 특별하다곤 하나, 결국엔 피륙으로 이뤄진 인간입니다. 대통령님께서 그리 지시하신다면 군과 협력해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현 국정원장은 박문열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인물.
대통령은 믿음직스러운 그의 대답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긴급 대응팀의 구성부터 모든 권한을 주지. 국방부 장관에게도 전해 놓을 테니, 군의 협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러니 자네가 그자를 잡게.”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굳이 애쓸 필요가 없었다.
그 이유는…….
“대통령님!”
자신에게 인사를 하고 나갔던 국정원장이 단 3분 만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자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금 바로 이쪽으로 오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뭐!?”
예상보다 빠르게 등장한 존재.
더구나 그가 ‘용산 대통령실’로 오고 있다는 소식에 대통령은 다급히 외쳤다.
“경호처장!”
“네!”
박문열 대통령은 만약을 대비해 경호 인력과 함께 안전한 장소로 이동했고, 국정원장은 급한 대로 수방사와 함께 정체불명의 적을 용산에서 맞이하기로 했다.
상대가 무슨 목적을 갖고 이쪽으로 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차라리 잘 되었어.”
괜히 시간을 끄는 것보다 최대한 빠르게 일을 해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국정원장이었다.
“여기로 오는 게 아니었나?”
하지만 옛 국방부 청사인 용산 대통령실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 *
“응?”
나는 청와대를 내려 보며 의문을 표했다.
원래부터 청와대에 민간인의 입장이 가능하긴 했지만, 대통령의 집무실이 위치해 있어서 이동 구역도 제한되어 있고, 절제된 질서를 갖추고 있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지?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지금 내 눈에 들어오는 청와대는 마치 공원처럼 엄청난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이쪽 세상의 대통령은 특별히 개방적인 존재인가 싶었으나, 아무리 개방적이어도 이건 말이 안 되는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은근슬쩍 나이 지긋한 어르신을 붙잡고 물었다.
“아, 대통령 집무실이 여기가 아니란 말씀이군요?”
“그래, 옛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했지.”
전혀 몰랐다.
대통령 하면 청와대에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PC방에서도 굳이 주소를 확인하지 않았었다.
내가 있던 세계에서도 여러 대통령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다고 했던 걸로 기억하지만, 아무도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거 괜히 왔던 길을 돌아가게 생겼다.
‘안 그래도 옛 국방부 청사를 지나왔었는데.’
아까는 괜히 시비가 붙을까, 블링크로 그 자리를 피했었다.
군인들이 특히 많았던 것을 떠 올리면 아무래도 정부 측은 내 존재를 파악한 거 아닐까 싶다.
“그런데 자네 복장이 특이하군. 그런 게 흔히 말하는 MZ라는 겐가?”
“네?”
나는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할아버지와 함께 사진 한 방을 찍어야 했다.
그런데 할아버지와 사진을 찍고 난 후, 주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아저씨, 그 아저씨 맞죠?”
“유튜브에서 봤어요! 혹시 지금 촬영하시는 거예요?”
대부분이 나이대가 어렸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괜히 얽히고 싶지 않아, 바로 은신 스킬을 사용해 자리를 피했다.
“우왓 씨! 봤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어!”
“……마, 마법사야 뭐야?”
“그거 무슨 망토 있다고 했잖아. 거울에 반사시켜서 투명하게 만드는. 인터넷에서 본 거 같은데.”
“투명 망토? 에이 그냥 예고 없이 사라졌는데 뭔 소리야?”
리액션이 좋은 아이들의 반응이 웃겼지만, 나는 바로 용산 방향으로 날아가야 했다.
제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라는 과제에 얼마만큼의 여유 시간이 있을지 알 수 없느니, 빠릿빠릿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만약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하면, 미국 워싱턴의 화이트 하우스까지 날아갈 생각이다.
‘저기군.’
잠시 후, 나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두두두두!
내가 번지수를 잘못 찾아 청와대를 간 사이, 전력이 증강된 건지 대통령 집무실 주변으로 아파치와 소형 무장 헬기가 비행하고 있었다.
정말 나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던 모양이다.
‘이곳의 대통령은 박문열이라 했지?’
아무래도 이쪽의 정부는 정보가 신속히 전달되는 게 나름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것 같다.
덕분에 기대가 되었다.
이 정도면 내가 원하는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여기서 내가 취할 선택지는 두 가지.’
첫 번째는 요란하게 모든 공격을 깨부수고 쳐들어가 겁을 주는 것.
두 번째는 조용히 들어가 대통령을 인질로 잡는 것.
둘 다 그다지 깨끗한 방법은 아니지만, 확실하게 정보를 얻기 위해선 저들이 나를 무시하지 못하게끔 만드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음. 그래도 역시 난동을 부리는 건 내키지 않아. 괜히 이곳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
아무리 시스템은 이쪽을 가상의 세계라고 하긴 했지만…….
시스템의 말만 믿고 마구 행동하기엔 너무도 리얼한 세상이었다.
PC방에서 사전 조사를 하며 먹었던 음식의 맛도 생생했고.
그래서 나는.
-콰아앙!
정정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채 정문에 착지했다.
최대 속도를 유지하며 지면에 내려서니, 유성이 내리꽂힌 듯 아스팔트 바닥이 터져 나갔다.
“정지! 움직이면 쏜다!”
“쏴 봐.”
그리고 나는 전투태세를 갖춘 채로, 군인들의 경고를 깡그리 무시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타타타탕!
덕분에 군인들의 총탄이 날아들었지만, 그들의 공격은 투명한 방어구인 빛을 엮어 만든 갑옷을 뚫지 못하고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이 세상이 리얼한 만큼 난동을 부리는 게 내키지 않는다곤 했지만, 그렇다고 안 하겠다는 건 아니었어.’
내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허락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최단속 경로를 생각했을 때, 그냥 다 무시하고 뚫어 버리는 게 나았다.
당장은 저들에게 피해를 줘야 한다는 게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곳에서 벌어질 제3차 세계대전을 막을 수 있다면 해야 할 일 아니겠는가.
“미, 미친!?”
“총알을 튕겨 내잖아!”
화기를 이용한 공격이 이능을 쉽게 뚫어 내지 못하는 건 이쪽 세계에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일반 총알을 아무리 많이 발포해 봐야 내 방어구에 흠칫조차 낼 수 없다는 게 느껴졌다.
주로 팔다리를 노리고 쏘는 거 보면, 저들도 사살이 아닌 나를 생포하는 게 목적인 듯했다.
-파앗!
여기저기 발사 장치에서 포획형 그물이 연거푸 쏘아지는 거 보면 확실했다.
그물은 내 염력에 의해 허공에 멈춰 서거나 염력 대검에 의해 베어졌고, 그들이 ‘어어’ 하는 사이 어느새 난 건물 입구에 다다랐다.
덕분에 그들의 목적이 포획에서 사살로 바뀌었다.
팔다리를 노리던 총구는 내 머리를 향했으며, 곧이어 유탄과 전투 헬기의 기관총 공격이 날아들었다.
-티티티팅!
그러나 무엇 하나 통하지 않자, 결국 공격헬기에서 대전차 미사일까지 쏘아졌다.
자칫 누군가가 휩쓸릴 수도 있는 공격 행위.
아무래도 군은 희생이 발생하더라도 나를 막는 게 최우선이라 판단한 것 같았다.
하지만 대전차 미사일이라고 해서 뭐가 다르겠는가.
내 염력에 붙들린 미사일은 그대로 공처럼 동그랗게 압축되어 손아귀에서 터졌다.
아무리 내 악력과 피부가 강하다고 한들 대전차 미사일의 폭발마저 버텨 낼 정도는 절대 아니다.
그러나 염력과 장비의 방어력이 이를 가능케 했고, 덕분에 충격파에 의해 주변의 유리들이 깨져 나가긴 했지만, 불필요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마, 말도 안 돼…….”
그리하여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정체불명의 무언가’에서, ‘정체불명의 괴물’로 바뀌어 버렸다.
-파앗!
-끼기기기기긱!
그리고 하이라이트로.
눈깔 빔을 이용해 바닥에 거대한 구멍을 만드니, 완전히 슈퍼맨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대통령은 지하 벙커에 있겠지?’
미리 공격헬기까지 대기시켜 놓았던 대통령이다.
위험하게 건물 상층부에 있을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지하까지 일직선으로 통하는 길을 만들었다.
“고, 공격해! 뭣들 하는 거야!”
언젠가부터 내게 날아드는 총알이 없어졌다.
다들 자신들의 공격이 의미 없다고 깨달은 것이다.
분명 지휘관들의 생각도 다르진 않겠지만, 그들이라고 별수 있겠는가.
반사적으로 공격을 명령할 수밖에.
하지만 더 이상 나를 향해 공격을 하는 간 큰 사람은 없었다.
이윽고 눈깔 빔이 지하 벙커로 보이는 시설을 꿰뚫자 나는 지체 없이 구멍 속으로 뛰어내렸다.
지상에 금괴 몇 개를 던져두면서.
“수리비로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