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화 알고 있는 위협 (2)
평화에 익숙해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북한의 서울 공격은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사방에서 공습 사이렌과 함께 차량의 경적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안전한 장소를 찾아 뛰어다니는 서울 시민들의 모습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대피 요령은 알아도 막상 실전 상황이 되니 많은 사람이 우왕좌왕했다.
“지, 지하철역이 꽉 찼어!”
“근처 건물 지하라도 들어가!”
“빌어먹을!”
대한민국 정부는 신속하게 시민들에게 대피 시설(지하철 등)을 안내했지만, 모두가 제때 안전한 곳으로 피하지는 못했고, 당연히 미사일은 사람들의 굼뜬 행동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요격률 50%란 처참한 성적표를 쥐게 되니, 서울은 불바다로 변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런데.
-쿵! 쿵! 쿠웅!
북한이 쏜 미사일은 단 한 발도 서울에 떨어지지 않았다.
“어?”
“저게 대체?”
서울 상공 높은 곳에서 불꽃놀이라도 하듯 요란한 빛이 연이어 발생했다.
하지만 충격파처럼 밀려오는 공기와 지면을 울리는 진동, 큰 소음이 발생해 저것이 평범한 불꽃놀이가 아니란 것쯤은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한 가지 사실은 이해할 수 있었다.
“사, 산 건가?”
“미사일이 모두 요격됐나 봐!”
서울은 무사하단 것이었다.
아니, 정확하겐 서울만 무사했다.
청와대의 보복 공격으로 인해 평양과 북한의 주요 군사 시설들이 불타오르고 있었으니까.
* * *
사람들이 북한의 미사일 전력을 걱정하면서, 정작 대한민국의 미사일 전력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북한의 비대칭 전략이 워낙 유명하여 이에 묻혀서 그렇지, 사실 대한민국의 미사일 전력도 세계에서 수위에 들 만큼 막강함을 자랑했다.
그리고 이런 막강함은 북한에 대한 보복 공격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불타오르는 평양과 북한 주요 미사일 기지.]
[스코어 100:0 기적의 교환비를 보인 대한민국과 북한의 1차 미사일전.]
[서울을 향해 미사일 100기를 쏘아 보낸 북한. 그러나 놀라운 대공 방어 능력으로 이를 모두 막아 낸 대한민국 국군.]
[막이 오른 제2차 남북 전쟁? 북한 핵에 대한 대비는 얼마만큼 되어 있나.]
[서울 상공에서 포착된 미사일 요격 드론! 세계에 공개하지 않은 대한민국의 비밀 병기!?]
국내외 언론은 한반도의 미사일 교전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서로의 수도를 노린 무자비한 공격.
사실 대한민국은 북한의 공격에 대해 보복을 한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결과가 결과이다 보니, 해외에선 오히려 평양이 대한민국의 공격에 불타오르고 있단 소식을 메인으로 전하고 있었다.
당연히 우리의 친절한 이웃 대한민국을 괴롭히는 북한의 악행을 성토해야 하지만…….
워낙 북한이 처참하게 얻어맞아서, 마냥 대한민국 편을 들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언론과 달리 국가들의 반응은 명확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서방 국가들은 모두 대한민국을 지지하며 인구 천만의 도시 서울을 노린 북한의 무자비함을 비난하다.]
[백악관 대변인: 북한이 더 큰 피해를 입은 건 결과론에 지나지 않다. 북한이 인구 1천만의 도시 서울을 선제공격했고, 대한민국은 이에 대응했을 뿐이다. 앞으로도 우린 동맹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유럽 연합: 혹시라도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 한다면 나토 역시 대한민국에 지원을 검토할 것.]
당연히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대한민국을 지지했고.
그에 비해 북한은 단 두 나라의 지지만 받았다.
[중국 외교부장: 진영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민족의 수도를 공격하는 남한의 무도덕함에 치가 떨린다. 우린 동맹국을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이다.]
[러시아 대통령: 남한의 이중적 태도는 우크라 사변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러시아는 북한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을 지지하는 두 나라가 도덕성은 둘째 치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군사 전력을 갖고 있단 것이다.
덕분에 한반도를 중심으로 세계의 정세가 서군 vs 동군으로 이분되었고, 금방이라도 제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왜일까?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북한이 압도적인 미사일 교환비에 충격이라도 먹었는지 너무 잠잠했다.
* * *
하늘에서 푸른빛이 쏟아진다.
그리고 그 빛을 멍하니 바라본 북한의 인민군들은 영문도 모른 채 증발되었다.
“끄아아악!”
“저, 저게 뭔 조화야!?”
살아남은 인민군들은 반사적으로 빛이 쏟아진 장소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지만, 빛은 연거푸 쏟아지며 북한의 군사 시설을 종잇장처럼 찢어발겼다.
“사람?”
그리고 잠시 후.
하늘에서 웬 남성이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앙!
마치 유성처럼 낙하한 그 남성으로 인해 주변의 인민군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큭! 쏴! 쏴라!”
어디서 자꾸 기어 나오는 건지 인민군들이 낯선 괴한을 향해 총을 난사했지만, 그는 어디서 모기가 앵앵거리냐는 듯 귀를 후비며 지하 벙커로 이어지는 길목으로 향했다.
“총이 안 통합니다!”
“수류탄 던져!”
-콰아아아! 콰아앙!
“수류탄도 소용없습니다!”
하지만 총은 보이지 않는 막에 가려 막혀 상대에게 흠칫 하나 내지 못하고, 수류탄은 물론 유탄까지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다.
상대는 인간의 형태를 한 전차 그 자체였다.
“저건 또 뭔…….”
그리고 그때, 괴한의 허리춤에서 단검 한 자루와 장검 한 자루가 탄환처럼 쏘아지며 인민군들을 꿰뚫었다.
이어서 그는 굳게 닫힌 철제문을 눈에서 뿜은 빛으로 꿰뚫고는 내부 탐색을 시작했다.
“침입자!”
“누구냐!”
벙커 내부에도 인민군들이 바퀴벌레처럼 끊임없이 튀어나왔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머지않아 그 남성은 지하 벙커에서 가장 깊은 곳에 다다르니…….
“너, 너 이 새끼. 여기가 어딘지 알고!”
북한의 지도자로 유명한 김정만이 그를 반겨 주었다.
“어디냐니, 돼지우리?”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호위에 둘러싸인 김정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는 얼른 호위들을 앞으로 밀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돌아오는 건 차디찬 냉소뿐이었다.
“참 신기해. 여기가 다른 세계인 만큼 생김새도 이름도 다르지만, 북한 지도자가 고도 비만인 건 한결같단 말이지.”
그에 발끈한 호위들이 나섰지만…….
-털썩.
김정만이 믿음직스러운 호위들을 잃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초였다.
피가 뚝뚝 흐르는 새까만 검을 움켜쥔 침입자의 모습에 김정만은 무릎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김정만은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바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뭐, 뭘 원하는가. 내가 모든 걸 들어 주지. 돈? 미인? 아니면 권력? 모든 걸 들어 주겠네.”
그는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당근을 흔들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상대에겐 통하지 않았다.
“이미 전부 갖고 있어.”
-촤악!
어깨를 으쓱이며 짧게 대답한 남성은 ‘어어?’ 하는 사이 김정만의 코앞으로 다가와 검을 휘둘렀고.
너무도 비현실적인 상황에 감상을 표할 틈도 없이 북한 지도자의 세상은 암흑으로 물들었다.
“그러게 적당히 나댔어야지.”
머리를 잃은 김정만의 사체를 내려 보는 남성.
그런데 그는 만족스럽지 않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뭐야, 이래도 퀘스트가 안 끝나? 아직 부족하단 건가?”
그의 표정은 당혹감에 물들었다.
그리고 한참 관자놀이를 주무르던 그는 이내 생각을 마쳤다.
“그냥 북한 고위층 싹 청소하고, 핵미사일 기지를 전부 날려 버리자.”
* * *
나는 한국 국정원과 미국 CIA의 도움을 받아 북한 내 위험 분자들과 위험 시설들을 빠르게 날려 버렸다.
사전에 북한 지도자의 시신을 인벤토리에 수습해 마치 납치된 것처럼 꾸며놔 놈들은 큰 혼란에 빠졌고, 덕분에 움직이는 건 꽤나 수월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웬 인간 같지 않은 괴물이 북한을 들쑤시고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응이 점차 빡세졌지만…….
솔직히 크게 위협적이진 않았다.
내겐 공격 옵션이 너무도 많았으니 말이다.
‘성검 칼립소나 듀랜달 등을 이용한 원거리 공격을 해도 되고, 변신이나 은신, 블링크 등을 활용해 은밀하게 침입을 해도 되고.’
새삼 비정상의 세상에서 살아남은 지금의 내가 정상적인 일반 세상에서 얼마나 이질적인 존재가 되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북한의 권력자들의 멱을 따고 주요 군사 시설을 파괴하고 다녔음에도 3차 세계 대전 종료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북한도 아닌가 보네.”
그래서 결국 북한에서 손을 떼야 했다.
북한은 서울 공격이 실패한 이후 2차례 더 미사일 공격을 시도했지만, 지난번과 달리 이번엔 모조리 사전에 포착되어 되레 선제 타격을 받았다.
그렇게 북한은 뭘 하기도 전에 손발이 잘린 데다가 머리까지 잃은 상황이 되었고, 결국 굴복했다.
[북한 임시 국방위원장 김영도 위원(서열 12위, 국방위원회 위원) 성명문 발표. 아무리 적대 관계라 하나 수도인 서울을 노리고 미사일을 발사한 건 돌이킬 수 없는 잘못. 고개 숙여 사죄하는 바이다.]
[어딘가 겁에 질린 듯한 북한의 새 지도자: ‘대한민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미래 지향적 동반자가 되길 원해.’]
[대체 북한에 무슨 일이 있었나. 서열 12위의 당정치국위원이 임시 국방위원장이 된 배경은?]
[당황한 중국과 러시아?]
[중국 외교부장: ‘현재 상황을 파악 중이며 북한의 돌발적인 성명은 일부의 의견에 지나지 않을 것.’]
내가 열심히 뛰고, 날아다닌 덕분에 고분고분해진 북한이었다.
“서백호 님의 활약 덕분에 북한 내의 권력 구도가 바뀌면서 경제 개방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미국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던 최악의 독재 국가를 바꿔 놓으셨군요!”
“아, 그래요?”
“북한이 경제 개방을 하면 남북이 하나가 되는 것도 꿈이 아니게 됩니다!”
박문열 대통령이 감격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고 늘어지고, 옆에선 CIA 한국지부장 세바스찬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의 모두가 나를 향해 박수를 치니, 완전히 개선장군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나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마음 편히 웃을 수 없었다.
내가 바라는 건 이 세상에서 대한민국의 통일을 달성하는 게 아니다.
주어진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는 거지.
‘평범하게 전쟁 가능성이 있는 국가를 쳐들어가 대가리를 치는 것만으론 해결이 안 된다는 걸까?’
하긴, 국가는 생물이 아니다.
대가리를 날려도 새로운 대가리가 빈 곳을 자리하기 마련.
어쩌면 지금과도 같은 대응이 언제고 발생할 세계 대전을 일시적으로 지연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어찌해야 할까?’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단 의미.
나는 사람들의 환호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피했다.
그런데 세바스찬은 이런 내 뒤를 조용히 따라왔다.
“원하시는 결과가 아닙니까?”
그의 물음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비롯해 이곳의 모두가 나를 초능력자로 알고 있다.
더불어 미래를 보는 능력도 갖고 있어서 대전쟁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걸로 알고 있다.
“이걸로 3차 대전은 못 막는 것 같네요.”
내 대답에 그는 모처럼 인상을 구기며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곧 얼굴에서 표정을 지운 그가 담담하게 물어 왔다.
“그럼 어쩌실 생각입니까?”
“중국과 러시아의 지도부를 북한처럼 똑같이 날려 버릴까 생각 중입니다. 아무래도 북한의 미친 행동 뒤에 두 나라가 있는 것 같으니까요.”
“만약 그래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요?”
끔찍한 가정이다.
나는 한숨과 함께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럼 다른 가능성이 존재하는 나라들의 지도부를 조져야죠.”
이러다가 세계 모든 나라 지도부를 날려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그러다가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긴 하죠.”
수틀리면 핵미사일을 펑펑 날려 대는 나라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
그럼 나로 인해 제3차 세계 대전은 핵미사일 전쟁이 될 수도 있다.
“이거 설마, 3차 세계 대전의 씨앗이 ‘실은 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겠죠?”
“하하.”
확실히 지금과 같은 방법으론 한계가 있다.
때문에 나는 고민해야 했다.
뭔가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까 싶어서…….
“언제든 저희 미국이 도울 일이 있다면 부담 없이 말씀해 주세요. 저희는 세계의 평화를 위해 싸우는 당신의 편입니다.”
그런 내게 세바스찬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를 적대하기 싫다는 말을 참 힘들게도 한다.
하지만 그때.
문뜩 나는 그가 말한 어느 대사에 꽂혔다.
‘평화를 위해 싸운다.’
새삼스럽지만, 참으로 모순적인 말이 아닌가?
‘평화’와 ‘싸움’이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한 문장 안에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 문장에서 어릴 때 보았던 어느 만화를 떠올렸다.
‘전쟁을 근절하기 위해 무력 개입을 하는 사설 무장 조직. 솔레스탈 XX!’
실제로 그 만화에선 강력한 무력을 지닌 해당 조직의 개입을 우려해 전쟁을 그만둔 나라가 등장하기도 했었다.
나는 그 만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어차피 여긴 내가 사는 세상도 아니잖아? 굳이 얌전 떨며 은밀하게 활동할 필요는 없지.’
나는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세바스찬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흠칫 놀랐다.
말은 같은 편이라 했지만, 막상 내가 표정을 바꾸니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제 뜻과 행동을 전 세계 미디어에 노출시켜 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내 말을 이해 못 한 그는 의아하단 반응을 보였고, 이어서 계획을 들은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일견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한 가지 조건만 달성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군요.”
그의 대답에 나는 비로소 주어진 임무의 달성 가능성을 보았다.
‘그래,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결과를 만들면 되는 거야.’
어서 끝내고 돌아가자.
월광도로.
* * *
서백호가 새로운 계획을 세운 그다음 날.
한 가지 영상이 TV, 인터넷 할 것 없이 전 세계에 송출되었다.
[내 이름 서백호. 얼마 전 서울을 선제 타격한 북한의 탐욕스러운 돼지와 그 부하들의 목을 벤 장본인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약자들을 보호하고, 전쟁을 근절하기 위해 등장한 초월적인 존재.]
[현 시간부로 전 세계에 경고하니, 종교와 정치 진영에 상관없이 전쟁을 계획하는 국가, 혹은 단체에 무력 개입을 통해 정의의 철퇴를 내릴 것을 선언하는 바이다.]
그 영상에선 한 남성이 멋들어지게 하늘을 날며 등장해, 검으로 산을 날리는 누가 봐도 CG 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말을 하니…….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모두 같은 반응을 보였다.
“뭐야? 저 미친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