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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236화 (236/273)

236화 폭발 (2)

반역자들에 의한 대한제국 주력 사냥팀 습격 사건은 다행히 아무런 피해 없이 막을 내렸다.

이는 김시우가 옛 동료들의 문제 행동을 빠르게 알아채고 강이솔보다 먼저 병력을 지원한 덕이라 할 수 있다.

군 소속이긴 해도 한반도 아래 지방에 콘크리트 지지 세력을 보유한 만큼 김시우는 꽤나 중요한 인물.

그가 옛 동료들을 따라 대한제국을 배신한 게 아니라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를 마냥 칭찬할 수도 없었다.

그 이유는.

“그들이 대한제국의 주력 파티를 칠 것이란 사실은 몰랐지만, 어떤 식으로든 배신 행위를 할 것이란 사실은 알고 있던 거네요?”

그가 진작에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제 선에서 이 사태를 해결해야겠단 판단에 그만…….”

“그렇군요?”

뭐, 왜 그런지는 이해가 된다.

분명 그 나름대로의 고심이 있었겠지.

나를 배신하든가, 옛 동료들을 배신하든가 결국 무엇 하나를 등지는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으니까.

그래서 최대한 자기 선에서 사건을 뭉개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그는 실패했고, 일이 이렇게 커지고 말았다.

“김시우 씨 활약에 대한 상을 줄 순 없겠네요.”

“따로 벌하시진 않는 겁니까?”

“어쨌든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니, 벌을 주진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쨌든 그는 전 동료들을 공격함으로써 잘못을 바로 잡았다.

내색은 안 해도 아마 지금 꽤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니 그의 오판에 대해선 공을 세운 것으로 쌤쌤으로 여기기로 했다.

잠시 후 우린 살아남은 반역자들을 체포하고 중립도시로 향했다.

‘설마 지하 감옥을 쓸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중립도시 왕성 지하엔 감옥이 존재한다.

국왕의 지위를 가진 존재는 범죄행위를 한 상대를 체포하여 감옥에 가둘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 권한을 사용하면 아무리 레벨이 높은 사냥꾼이라 해도 감옥을 탈출하는 게 불가능하다.

배신 세력의 지도부는 당연히 척결하겠지만, 아랫사람들까지 전부 죽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반역자들의 신체 능력이 높은 만큼, 죄수로서 강제 노역에 동원하면 좋을 테니까.

‘막 쓸 수 있는 고레벨의 인력이 생긴 셈이지.’

감옥에 가둘 수 있는 최대 인원은 3천 명이니, 배신자들을 수용하는 덴 문제가 없었다.

“이들을 어쩔 생각이십니까?”

위기를 넘기고 눈에 띄게 안도하는 기색을 보이는 강이솔의 물음.

그에 나는 심플하게 답했다.

“심문을 하고, 관련자들을 찾아내 처단해야죠. 그리고…….”

나는 거짓말을 알아챌 수 있는 진실의 눈이란 극상급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배신자들의 배후를 캐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관련자들의 척결만으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반대한제국 연합이란 간판을 단 놈들에게도 죗값을 물을 생각입니다.”

“전쟁입니까?”

“필요하다면요.”

동료들이 위험했던 상황을 이용하는 게 꺼림칙하긴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어쨌든 기회다.

분명 이번 일은 헤르만과 데이비드의 득세를 걱정한 기존 세력이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을 터.

백이 넘는 영주급 몬스터와 수많은 사냥꾼을 보유하고 있는 반대한제국 연합의 세력은 아무리 나라도 무시할 수 없지만.

헤르만과 데이비드만 잘 이용하면 놈들을 내부에서부터 붕괴시킬 수 있을 터이다.

세계를 하나의 세력으로 일통할 이 기회를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런 계획을 짠 놈이나 거기에 어울리는 놈이나 너무 멍청한 거 아냐?”

그리고 그때.

시에나가 끼어들며 위와 같은 대사를 날렸다.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하긴 하지만. 사람이란 게 항상 이성적이기만 한 건 아니니까요. 특히 궁지에 몰려 있을 경우엔.”

“그런 걸까?”

나도 놈들이 이해되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지 않은 이상 현재로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 * *

일전에 서백호가 동티모르 아타우루 섬에서 레벨 220의 영주급 마족을 심문했을 때.

지구에 있는 몬스터화 된 마족들이 젠이 되는 것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마계에서 지구로 넘어오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스템은 거절하기 힘든 달콤한 보상의 퀘스트를 제시하며 마족들을 꾄다.

만약 그 퀘스트에 응하면 지구로 넘어올 때, 해당 마족의 모든 흔적이 마계에서 지워지게 되고, 이는 퀘스트를 완료 후 보상 습득과 동시에 복구가 된다고 한다.

물론, 이건 시스템의 주장이라 실제로 그리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원하는 게 있어서 시스템의 거래에 응한 것이니만큼, 마족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무주지의 영주가 된 마족들의 임무는 이러했다.

‘나만의 국가를 건설하고, 지구의 국가가 하나가 되지 못하게 막는 것.’

다행히 지구의 수준은 마족들보다 월등히 낮았다.

때문에 그들은 목적 달성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뭐, 뭐라고 레벨 230의 검술 특화 영주급 마족마저 단독으로 쓰러뜨리는 괴물이 인간 진영에 있어?]

하지만 정보 수집이 어느 정도 되는 마족 영주들은 서백호의 존재 덕분에 임무가 예상만큼 쉽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생존과 임무 달성을 위해 수를 써야 했다.

그리하여 영주급 몬스터들이 반대한제국 연합의 손을 잡게 된 것이다.

‘일종의 이이제이인 셈.’

서백호의 대한제국에 반하는 세력의 손을 잡아, 인간들이 하나가 되는 것을 막기만 해도 무주지의 영주가 된 마족들의 임무 중 하나는 자동으로 달성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에 대해 인간들은 무주지의 영주들이 너무 손쉽게 자신들의 손을 잡아 의아하면서도, 그들의 지능이 높기 때문에 평화를 바라 그러는 거라고 멋대로 판단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순진한 생각.

세상에 이득 없는 연대가 어딨겠는가.

[추후 마계와 지구가 전쟁을 치르게 되면 우리가 당신들을 보호해 줄 수도 있소. 솔직히 지금의 지구로는 마계의 상대가 되지 못할 테니까.]

반대한제국 연합과 손을 잡은 영주급 마족들은 그 내부에서 자신들의 추종 세력을 늘려 갔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인간 진영을 배신하고 마족 측에 붙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지만.

어디에나 매국노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역사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그렇게 세계의 정세는 마족들의 바라는 대로 흘러갔다.

아니,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니 또 다른 문제가 튀어나오네?

“마족은 언제고 우리의 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존재인데, 그들과 손을 잡아? 제정신인가?”

마족을 혐오하는 독일의 헤르만과 미국의 데이비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세력을 불려 가더니, 최근에 들어선 무주지 영주와의 연대를 지지하거나, 그들의 하수인이 된 인간 세력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는 그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다.’

만약 자신들이 반대한제국 연합과 결별하게 된다면 앞으로는 상황이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마족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한제국 연합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려 한 것이다.

[이런 멍청한……. 그래서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고? 일 처리를 이렇게밖에 못 해?]

즉, 대한제국 내에서 벌어진 반란 사태의 주동자들 뒤엔 무주지의 영주인 마족들이 있단 뜻이다.

“죄, 죄송합니다.”

전 미국의 부통령과 영국의 총리가 한 사내 앞에서 고개를 조아렸다.

[엘더 매지션 로드 크롤리 / 레벨: 240]

그는 영주인 마족 중 가장 높은 레벨을 가진 존재였다.

그런 그의 곁으로 레벨 230의 마족 여섯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크롤리를 포함한 이 일곱 명이 현재 반대한제국 연합과 손을 잡은 마족들을 대표하는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

이들 7명이라면 레벨 250의 준드래곤급 몬스터를 사냥하고 다니는 서백호 파티에도 쉬이 밀리지 않을 것이다.

[이거 문제로군. 서백호의 눈이 돌아가서 대한제국과 반대한제국 연합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길 바랐는데…….]

[서백호가 이성적으로 조사를 한다며 반대한제국 연합에 협조 요청이라도 했다간 우린 내부부터 흔들리게 될 거야.]

최악의 경우 모든 사실이 밝혀져 마족들이 반대한제국 연합에서 쫓겨나기라도 한다면 그들의 신변은 위험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한제국과 대치하는 거대한 반대 세력의 존재는 마족들에게 몸을 보호하기 좋은 우산이었으니까.

이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규모에서 만들어지는 힘은 결코 우습게 여길 수 없었다.

[그러니까, 굳이 일을 꾸미지 말고 더 지켜보자고 했잖아.]

[세력을 키운 헤르만과 데이비드가 지속적으로 마족과의 결별을 주장하고 있잖아! 우리에게 그럴 만한 여유가 어딨어!]

이쯤 되니, 이들도 입장이 나뉠 수밖에 없었다.

인간들이 그런 것처럼 마족들도 각자 생각과 성격이 달랐으니 말이다.

크롤리는 회의실에서 언성을 높이기 시작한 동료들을 진정시켰다.

[자자, 진정들 해. 지금 중요한 건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대처니까.]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대한제국의 정치적 공세.

마족 영주들이 아직 반대한제국 연합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때, 이를 막아 내야 했다.

그런데…….

“크롤리 님!”

마족의 심복이 된 또 다른 국가 지도자급 인사, 전 WTO 사무총장이 비서처럼 다급하게 회의실에 들이닥쳤다.

“헤르만과 데이비드가 서백호의 요청을 받아들여 내부 수색을 시작했답니다.”

[뭐?]

서백호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아니, 정확하겐 서백호의 요청에 헤르만과 데이비드가 응하는 게 너무 빨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최소한 내부적으로 협의를 나눌 내용을 멋대로 결정해 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이는 반대한제국 연합의 미래가 진흙탕으로 변할 것임을 암시했다.

그런데 당혹스러운 소식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으니…….

“그, 그리고.”

[또 뭐가 있어?]

“서백호 측에서 크롤리 님을 만나 보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전 WTO 사무총장의 보고에 크롤리를 포함한 회의실 내의 마족들은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서백호가 뭔가 알아챈 걸까?]

[아냐, 이렇게 빨리 들킬 리 없어. 대한제국의 반역자들은 자신들의 뒤에 우리가 있는지 모르니까. 그리고 애초에 들켰다면 수사를 할 필요조차 필요 없는 거잖아.]

[그럼 왜 크롤리를 만나자는 거야?]

[그, 글쎄?]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 가고 있었다.

* * *

헤르만과 데이비드는 내게 대항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 지원을 받아 빠르게 레벨 200을 찍은 그들은 자신들의 성장에 자신감을 보이며, 이빨을 드러내긴커녕 내 앞에서 꽤나 온화해진 모습을 보였다.

성장한 덕분에 오히려 나와의 격차가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던 것 이상으로 크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때문에 이번 사건의 뒤에 그 둘이 없다는 것쯤은 바로 알 수 있었고, 두 사람을 아랫사람처럼 부려 반대한제국 연합 내에서 분탕을 치도록 지시했다.

“뭐, 그러지.”

“알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들의 본진을 배신하란 뜻과 같지만.

두 사람은 의외로 큰 반발 없이 순순히 내 지시에 따랐다.

둘은 이제 완전히 내 사람이 된 것이다.

‘원랜 적당히 쓰고 버릴 패였지만, 이젠 굳이 그럴 필요 없겠어.’

덕분에 나는 손쉽게 반대 세력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러나 겨우 이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다.

헤르만과 데이비드가 조사에 나서도 결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테니 말이다.

어쩌면 아예 진실을 밝혀내지 못할 수도 있고.

‘배신자들은 자신을 부추긴 게 전 대만 총통이라 했어. 하지만 현재 전 대만 총통은 행방불명 상태란 말이지.’

상황만 봐선 뒷배를 밝혀내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나는 더 과감하게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가장 꺼려지는 상대를 쳐서 아예 증거를 짜 맞추기로.

‘충공깽이다. 이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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