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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239화 (239/273)

239화 마계의 이변 (1)

나는 보물 창고 열쇠의 정보를 살폈다.

[보물 창고 열쇠 / 등급: 유일 / 파괴 불가]

-열쇠를 사용하면 소유주의 앞에 출입 가능한 500평 규모를 가진 아공간 창고의 문이 열린다. (사용 장소 제약 없음)

-창고 내부의 공간이 허락하는 만큼 물건을 보관할 수 있으며, 무게 제약 없이 운송할 수 있다.

-소유주가 아공간 내부에 들어간 상태에서 문을 닫아 내부에서 생활할 수도 있으며, 닫았던 문을 다시 열면 같은 장소로 나갈 수 있다. (내부에선 통신 아티팩트 사용 불가)

-소유주와 함께 타인의 입장이 가능하지만, 소유주의 허락 없이 보물 창고 내부의 물건을 가지고 나갈 수 없다.

-현재 내부 여유 공간: 95%

그리고 정보를 살핀 나는 이 보물 창고 열쇠가 단순히 내부에 보관된 아이템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물이 든 공간 그 자체를 얻게 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여유 공간이 95%라는 건, 이미 어떤 물건들이 5%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단 뜻이겠지?’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어서 보물 창고 열쇠를 사용해 보란 시에나의 보챔에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우리는 일과를 마치고 월광도로 돌아온 상태.

때문에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나는 저택 마당에서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열쇠를 쥐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찔러 넣었다.

-끼익.

그러자 허공을 찔렀을 뿐인 열쇠가 무언가에 걸린 듯한 느낌이 손끝을 타고 전해져 왔다.

나는 그대로 손을 비틀어 열쇠를 돌렸다.

-쾅!

-끼이익!

[보물 창고가 개방되었습니다.]

굉장히 오래된 건물의 문이 열리는 듯한 삐걱거리는 소리.

동시에 눈앞에 폭 5미터, 높이가 10미터에 달하는 거대 구멍이 생겨났다.

“오오!”

마치 공간을 도려낸 듯한 생김새의 입구.

내부는 신전을 보듯 백색의 석재 벽과 천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높이 20미터, 폭 20미터의 공간이 직선으로 깊게 뻗어 있었다.

스스럼 없이 들어서기엔 약간 꺼려졌지만, 이내 우리 일행은 보물 창고 내부로 걸음을 옮겼고.

“공간도 넓고, 밝기도 좋고, 온도도 적절하네요. 왜 일부러 내부에서 생활이 가능하다 표기했는지 알 것 같군요.”

윌리아의 감상대로 내부는 꽤나 안락하게 느껴졌다.

우린 아무것도 없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계속 안으로 이동했고, 머지않아 황금빛으로 물든 공간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곳엔 수많은 코인이 다양한 금속 주괴, 보석 등과 함께 쌓여 있었다.

금속 주괴와 보석 등은 강화나 아이템 제작 등에 요긴하게 쓰이는 소재들이었으며, 강화 실패 시 파괴 페널티를 제거해 주는 아이템도 대량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그 황금빛 패물 속엔 검이나 갑옷 등 온갖 장비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오오!”

장비류는 대부분이 희귀 등급으로, 우리 파티가 강화를 하여 아직까지 착용 중인 빛을 엮어 만든 시리즈와 함께 하나같이 최고급으로 분류되는 물건들만 있었다.

심지어 그걸로 끝이 아니었으니.

[빛의 갑옷 상의 / 등급: 유일]

[빛의 갑옷 하의 / 등급: 유일]

[빛의 투구 / 등급: 유일]

[빛의 건틀렛 / 등급: 유일]

[빛의 부츠 / 등급: 유일]

무려 다섯 피스의 유일 등급 방어구 세트도 준비되어 있었다.

형태는 플레이트 아머지만,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장비로 어째 빛을 엮어 만든 시리즈의 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아이템 설명을 살펴보니.

“빛을 엮어 만든 시리즈의 상위 호환 방어구네요?”

“오호!”

놀랍게도 그것 또한 착용 즉시 형태가 사라지는 개념장비 세트였으며, 상시 ‘공격 반사’ 옵션이 적용되어 있는 극강의 방어구였다.

물론, 방어력과 별개로 옵션만 따지면 개별 획득한 유일 등급 방어구가 더 좋은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세트 효과도 있는데요? 다섯 부위 방어구를 모두 착용할 경우 사고 가속 스킬 개방.”

“사고 가속?”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스킬이래요. 심지어 제약도 없네요.”

“헐?”

그런데 세트 효과라는 게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라면 이미 적지 않게 경험하고 있다.

내 결전 스킬인 폭주를 사용하면 그런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실 폭주 스킬의 그 효과는 한순간에 능력치가 뻥튀기되면서 발생하는 일시적 현상이라 할 수 있지.’

이런 스킬을 아무 때나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와, 백호가 이거 착용하면 적수가 아예 없는 거 아냐?”

근접 전투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시에나의 감상대로 이건 날 위한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그럼 백호가 지금 착용 중인 유일 등급의 방어구를 빼게 되는 건가?”

“그렇죠?”

“에기르 헬름! 에기르 헬름 나 주라!”

세트 효과를 생각하면 기존에 착용하던 방어구는 망토인 다크 매터를 제외하고 교체할 수밖에 없다.

현재 나는 갑옷 상의와 투구가 유일 등급이었는데, 시에나가 위엄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에기르 헬름을 원했다.

뭐, 윌리아의 경우 천사의 고리 형태의 투구인 치유의 헤일로가 있어서 에기르 헬름은 시에나에게 돌아가는 게 맞는 거 같긴 한데…….

위엄과 공포심을 두르고 있는 시에나라니, 어쩜 이리 안 어울릴 수가 있을까?

“음, 갑옷은…….”

윌리아와 시에나 모두 갑옷 상의는 유일 등급이다.

그래서 내가 기존에 착용하던 유일 등급 갑옷 상의는 어쩌나 싶다가.

나는 그걸 엘더 이터 헬레나에게 던져 주었다.

“너 해라.”

“그, 그래도 됩니까?”

“뭘 새삼스레.”

가죽 갑옷에 착용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워 그녀가 착용하기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이제 그녀가 배신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신뢰가 쌓여 유일 등급 장비를 추가로 배정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우린 계속해서 보물이 쌓인 공간을 이리저리 뒤적거렸다.

“백호 님!!!”

“네?”

“저, 저기를…….”

그러다가 구석진 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윌리아가 다급히 나를 불렀다.

-흠칫.

“어?”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발견하고 말았다.

[엑스칼리버 / 등급: 신화]

바닥에 꽂혀 있는 고고한 황금빛의 장검.

그건 내가 선호하는 한손반 검인 바스타드 소드 형태였으며, 이름만 대면 누구나가 알 만한 매우 유명하고 상징적인 검이었다.

‘종종 장난으로 성검을 쓸 때마다 에끄스카리바라 외쳐 대긴 했는데, 진짜 엑스칼리버가 나올 줄은…….’

무엇보다 처음 보는 ‘신화 등급’ 장비다.

윌리아가 왜 그리 당황한 목소리로 날 불렀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이건 세계를 통일한 사람에게 배정된 무기라 봐야 할 것 같네요.”

엑스칼리버가 잠들어 있는 보물 창고의 열쇠가 세계를 통일하면서 얻은 업적 보상이었으니, 윌리아의 말이 맞다고 봐야 할 것이다.

“뭐 해? 어서 뽑아 봐.”

“그……럴까요?”

시에나의 재촉에 나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엑스칼리버에 다가갔다.

그리고 형태와 아이템의 정보를 자세히 살피기 위해 검에 손을 뻗었다.

-레벨이 250 이상이어야 착용 가능한 장비입니다.

-레벨이 부족해 아이템을 들 수 없습니다.

-아이템의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설의 한 장면을 재현하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신화 등급이라 그런 건지 사물 주제에 도도하게 내 손길을 거부했다.

지금까지 장비에 레벨 제한이 걸려 있는 것을 처음 봐서 몹시 당혹스러웠다.

덕분에 한껏 흥분으로 달아올랐던 머릿속이 차갑게 식었다.

“에라이.”

비싸게 굴긴.

“아, 아쉽네.”

“그러게.”

희귀 등급 무기와 유일 등급 무기의 급이 다른 것처럼 저것을 얻으면 분명 이전과 차원이 다른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때문에 당장 저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에 우린 진한 아쉬움을 표해야 했다.

“그래도 저 검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요.”

“그건 그래.”

어쨌든 신화 등급의 무기를 얻었으니, 엄청난 성과라 할 수 있다.

이후로도 우린 혹시 모를 대박을 기대하며 보물 창고를 계속 뒤적였으나, 유일 등급 이상의 장비는 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무려 유일 등급 5개와 최초로 신화 등급 1개를 얻었으니, 보상은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강화를 하면 준유일 등급이라 부를 수 있는 수많은 희귀 등급 장비와 각종 소모템, 강화템, 수백억에 달하는 코인까지 획득했으니, 만세를 불러도 부족함이 없었다.

* * *

반대한제국 연합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비로소 세계가 통일이 된, 그사이 보름 동안 나는 무주지의 영주급 몬스터와 마경의 준드래곤급 몬스터들을 꾸준히 사냥해 레벨 230을 달성했다.

하루에 한 번씩 레벨업을 하는 건 이제 너무 먼 옛날이야기가 되었고.

빠르면 2일, 느리면 3일에 한 번 레벨을 올리는 게 당연해졌다.

이것도 남들보다 엄청 빠른 거여서, 내 뒤를 이어 레벨 200을 달성한 데이비드와 헤르만은 대단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을 정도였다.

내 지원 덕에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던 두 사람도 성장에 제동이 걸려서 한껏 좁혀졌던 나와의 레벨 차이가 더 이상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다시금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세계 통일 업적으로 이번에 나와 우리 파티 모두 한 번에 레벨업을 8번이나 했네?’

덕분에 현재 내 레벨은 238이 되어, 이젠 스스로를 준드래곤급이라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엑스칼리버 사용 가능한 레벨까지 앞으로 12.’

더불어 내겐 당장의 목표가 있으니, 압도적인 1등임에도 계속 레벨업에 열을 올렸다.

현재 세계 주요 사냥팀의 레벨을 간단히 표기하면 아래와 같다.

-서백호 / 레벨: 238

-데이비드 / 레벨: 209

-헤르만 / 레벨: 204

-윤시아, 클로에 주 / 레벨: 190

-제임스, 김민희, 마이어 / 레벨: 185 전후

-김현수, 최도겸, 다나카 등 / 레벨: 175 전후

나와 데이비드, 헤르만 파티의 레벨도 꽤나 벌어졌지만, 그 외 팀과의 차이는 더욱 컸다.

그래도 내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최상위 멤버들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 최근 최상위 사냥팀 중에서도 성장을 포기하는 낙오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과연 마계와 싸우기 전까지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 수 있을까?’

다들 열심히 해 주고 있긴 하지만, 언젠가 마계의 국가들과 전쟁을 하게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아직 다음 전쟁의 기약이 없다는 게 다행인데…….

왜인지 느낌이, 이쪽의 사정을 시스템이 그리 오래 봐주지 않을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 수시로 고민을 해야 했는데.

마계의 무법 도시 엔탈론을 운영하고 있는 나인포가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전해 왔다.

“주군! 마계에 대전쟁의 조짐이 보입니다!”

“그게 정말이야?”

“그렇습니다.”

바로 마계의 유일 제국이자 ‘제로원’이라는 마왕이 다스리는 팬드리건이 마계 통일을 위한 정복 전쟁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나로선 기뻐하지 않을 수가 없는 소식이다.

마계에 대전쟁이 발발한다면 그들의 전력이 크게 깎여 나갈 테니까.

그런데 나인포는 전쟁을 보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가지 제안을 해 왔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 전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는 게 어떨까요?”

“활용?”

“현재 주군과 동료분들은 마왕급이 나서지 않는 이상 상대하기가 힘든 전력이 되었죠. 이 점을 적극 활용하여 전쟁에 용병으로 참여하시는 겁니다.”

나인포가 하고자 하는 말의 뜻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경험치 벌이가 짭짤할까?”

“어디 경험치뿐이겠습니까? 이곳에서 고레벨인 마족은 대개 귀족이죠. 무주지의 영주인 빈털터리 마족들과 달리, 가진 게 아주 많은 놈들이란 뜻입니다.”

일전에 무주지의 영주급 몬스터를 토벌하고 얻은 아이템 중 이런 게 있다.

[아론다이트 / 양손검 / 등급: 유일]

주로 염력을 이용해 견제용으로 사용하는 일이 많은 이 무기엔 한 가지 특이한 설정이 담겨 있다.

그건 바로 이것이다.

-아론다이트의 소유자는 넘버즈로서 ‘에잇투’의 이름을 부여받으며, 마계 전 국가에서 통용되는 백작위의 귀족 신분을 갖게 된다.

이 무기가 있다면 마계에서 신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

즉, 마음껏 분탕을 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단 의미다.

“잘만하면 대량의 레벨업과 대량의 유일 등급 장비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 가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좋은데?”

이 기회에 마계 곳곳을 유람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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