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화 더욱 스텝업 (3)
지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유일 등급을 넘어선 신화 등급의 무기.
대한제국 이름 아래 지구의 모든 국가를 통일하게 되면서 얻게 된 그 무기가 바로 엑스칼리버다.
유명한 만큼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름의 무기인데, 신화 등급이란 게 허풍이 아님을 증명하듯 무기의 옵션이 무시무시하기 그지없었다.
[엑스칼리버 / 한손반 검 / 등급: 신화]
-축복받은 오리하르콘에 신수 유니콘의 뿔, 피닉스의 심장을 더해 만들어진 빛과 화염 속성의 검이다.
-마력 소모 없이 빛 속성과 화염 속성이 더해진 성화가 검에서 피어올라 적에게 큰 피해를 준다.
-엑스칼리버는 절대 파괴되지 않으며, 손을 떠나더라도 소유주의 부름에 따라 공간이동을 통해 돌아온다.
-엑스칼리버를 지닌 상태에서 발현되는 모든 공격 스킬의 위력이 2배 강화된다.
-전체 능력치가 10씩 상승한다.
-자체 스킬 1: 성화비검
-자체 스킬 2: 성화방출
-자체 스킬 3: 개벽
엑스칼리버는 마력 소모 없이 검강보다 강한 위력을 지닌 성화를 상시 둘러 공격력을 강화시킬 뿐 아니라, 근거리와 원거리 상관없이 내 모든 스킬의 위력을 2배로 강화시킨다.
더불어 파괴 불가 옵션에 분실 예방 옵션.
뿐만 아니라 능력치가 무려 30(올스텟+10)이나 상승하는 데다가 내장 스킬이 1개인 유일 등급 장비와 달리 3개나 된다.
희귀 등급과 유일 등급의 성능 차이가 큰 것처럼, 유일과 신화 등급의 성능 차이 역시 매우 컸다.
그리고 유일 등급의 장비가 그런 것처럼 신화 등급의 내장 스킬들 역시 매우 특별했다.
[성화비검 / 극상급 스킬 / 액티브]
-성화를 압축시킨 검을 만들어 적에게 날려 공격한다.
-성화비검은 유도 기능이 포함되어 있으며, 적을 타격할 경우 압축된 성화가 일시에 방출되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
-소모 마력: 2
첫 번째 스킬인 성화비검은 극상급 스킬임에도 마력 소모가 매우 적은 게 특징이다.
그럼에도 공격력은 막강하기 그지없으며, 한 번에 하나의 성화비검을 생성해 날리기보다 마력 소모가 적은 만큼 다수를 생성해 날리는 게 본래 용도에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성화방출 / 극상급 스킬 / 액티브]
-압축시킨 성화를 엑스칼리버 위에 방출하여 공격 범위를 크게 늘린다.
-마력을 한 번에 쏟아부어 압축시킨 성화를 발사할 수도 있다.
-소모되는 마력량을 늘리면 위력 또한 증가한다.
-소모 마력: 근거리 초당 2, 원거리 방출형 10.
성화방출은 칼리번의 성검방출과 거의 흡사하다.
검 위에 기운을 씌우는 형태로 방출하여 공격 범위를 늘리거나, 레이저처럼 직선으로 뻗어 가는 발사형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마력을 쏟아부으면 붓는 만큼 위력이 증가한다는 점까지 비슷했다.
다만 두 스킬 역시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는데.
그건 성화방출이 성검방출보다 공격 범위와 사거리가 짧은 대신, 절삭력과 관통력은 더 높다는 점이다.
[개벽 / 신화급 스킬 / 액티브]
-하늘에서 떨어지는 한 줄기 창세의 빛.
-공격 범위 내의 모든 것을 증발시킨다.
-공격 범위는 직경 100m에서 1km까지이며 범위가 좁을수록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소모 마력: 20
드디어 마지막 세 번째 스킬.
개벽 스킬은 엑스칼리버와 같은 첫 신화 등급의 스킬로, 사용 시 전술핵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버섯구름이 피어나는 건 아니지만, 강렬한 빛과 함께 중심부의 모든 것을 날려 버리고, 그보다 더 넓은 면적에 후폭풍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처음 개벽을 시험 삼아 사용했던 순간, 나는 지금까지 상대한 마왕들이 들고 있던 무기와 팬드래건 대공의 무기가 신화 등급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신화 등급은 마왕들조차 쉬이 보유할 수 없다는 의미.’
그들도 매우 강력하고 파괴적인 공격력을 보여 주긴 했지만, 엑스칼리버의 개벽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위력의 스킬을 보여 준 적은 없기 때문이다.
‘개벽을 정통으로 맞는다면 아무리 마왕급 존재라 해도 단번에 골로 갈지도. 물론, 얌전히 맞아 줄 리는 없겠지만.’
이렇듯 엑스칼리버는 기본 옵션도 훌륭하지만, 내장 스킬 역시 위력과 효율 모두를 고루 갖추고 있었다.
정말 사기란 말밖에 나오지 않는 장비.
그게 내가 보유한 신화급 무기, 엑스칼리버였다.
“물론, 매우 어려운 부탁임을 알고 있네. 하지만 자네가 마왕 하나를 물고 늘어지는 데 성공한다면 이쪽의 승률이 매우 높아져. 아무리 레벨이 같아도 알피던스 왕국의 국왕은 황제 폐하의 상대가 되지 못할 테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위력의 무기가 있으니, 팬드래건 대공이 마왕을 물고 늘어지란 말도 안 되는 미션을 줘도 어쩌면 가능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부탁하네. 제발!”
나는 애원하듯 부탁하는 팬드래건 대공의 모습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그는 황제 다음으로 팬드래건 제국에서 국민들의 많은 존경을 받는 존재.
때문에 주변에 있는 지휘관들과 귀족들이 못 볼 걸 봤다며 슬쩍 시선을 피했다.
결국, 나는 그의 부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전쟁으로 인해 강해진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으며, 내 파티의 멤버들도 마왕을 전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까라면 까야죠. 힘없는 공작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내 대답에 팬드래건 대공이 하하 웃었다.
“근데 황태자 전하께선 안 나서시는 겁니까?”
팬드래건 제국에는 마왕급 존재가 셋이다.
황제와 대공.
그리고 황태자가 있다.
그러니 황제가 황태자를 끌고 전선에 합류한다면 굳이 내가 마왕급을 상대하는 모험을 할 필요 없이 편하게 사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만약의 상황이란 게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전하를 모두 전선에 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아무래도 만약의 상황이란 건 전선에서 황제가 죽임을 맞이할 상황을 뜻하는 것 같았다.
황제가 죽으면 황태자가 자리를 물려받아야 할 텐데, 만약 황제와 황태자가 모두 죽는다면 팬드래건은 쑥대밭이 될 테니까.
나는 대공의 이야기에 이해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래도 황태자가 있는 편이 더욱 쉽게 승리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실리적 사고를 버릴 수가 없었다.
괜히 쉬운 길을 두고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마왕 하나를 도맡아야 하는 임무를 받은 자네의 심정을 잘 이해하네. 하지만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네? 왜요?”
“현 황제 폐하께선 그만큼 특별한 분이시거든? 자네가 평소 하던 대로만 해 주면 문제없이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 거야.”
대체 황제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런 무한 신뢰를 보내는 걸까?
나는 대공의 말에 조금이나마 복잡한 마음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가 위기에 빠질 정도의 상황이 발생하면 황태자는 있으나 마나라는 거군?’
이어서 팬드래건 대공이 사진과 비슷한 아이템으로 뽑은 초상화 세 개를 꺼내 보였다.
“자네가 상대할 마왕은 여기 이 여자 보이지?”
“네.”
“루시아스 왕국의 마왕인데, 즉위한 지 얼마 안 된 인물이라서 그나마 상대하기 편할 거야.”
지구에선 자연색으로 절대 볼 수 없는 녹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젊은 여성.
나는 ‘루시아스 마왕 일리야’의 모습을 눈에 각인시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아스 왕국은 내 영지가 속한 구 로렌시아 왕국보다 작은 약소국이다.
그런 국가의 신임 마왕이라면 다른 마왕들보단 확실히 공략 난도가 낮을 터이다.
“알겠습니다.”
“정말 고맙네. 자 여기. 이 마왕의 무기와 전투 스타일, 주요 스킬 등을 정리한 자료일세. 미리 머릿속에 넣어 두면 조금은 편할 거야”
나는 대공이 건넨 자료들을 챙기며, 머지않아 발생할 마왕과의 대전을 준비했다.
* * *
“그게 정말이겠지? 황태자는 황성을 나서지 않는다는 거.”
“그래. 팬드래건 제국은 황제와 황태자를 절대 같은 전선에 내세우지 않아. 실제로 황제는 이 전선으로 이동했지만, 황태자는 꼼작도 하지 않고 있다는군.”
“대단하군, 설마 황성에 그림자를 심어 놓은 건가?”
“좋게 생각하게. 어쨌든 덕분에 우린 기회를 맞이한 것이니.”
현재 마계는 팬드래건 제국과 반팬드래건 제국파로 양분된 상황이다.
팬드래건 제국의 팽창을 막기 위해 반팬드래건 제국파에선 마왕들의 적극적인 참전을 유도하고 있는데.
그런 분위기 속에 선봉장으로 나선 게 이 세 마왕이었다.
[알피던스 왕국 마왕 제로세븐 / 레벨: 300]
[데일라 왕국 마왕 제로나인 / 레벨: 290]
[루시아스 왕국 마왕 일리야 / 레벨: 290]
대국인 알피던스 왕국의 마왕 제로세븐은 제로원에 버금가는 강자로 알려져 있고, 중견국 데일라 왕국의 마왕 제로나인 역시 레벨 290의 마왕 중엔 제법 상위권에 속하는 강자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멤버 속에 끼어 있는 루시아스의 신임 마왕 일리야에 대해선 모두가 물음표를 던져야 했는데…….
그녀의 실력에 대해선 그리 알려진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레벨이라고 같은 실력을 가진 건 아니다.]
서백호만 봐도 알 수 있듯, 이는 의심할 여지 없는 진리였다.
때문에 마왕들의 회의실에 자리한 많이 귀족들이 루시아스의 마왕 일리야를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아야 했다.
겉으로만 봐선 그녀의 실력이 그리 대단하지 않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아마 팬드래건 측에선 에잇투라고 하는 녀석을 자네에게 붙여 시간 끌려 할 걸세. 그 에잇투가 마왕을 상대로도 꽤나 잘 싸운다고 들었으니까.”
대국 알피던스의 마왕 제로세븐의 분석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이어 입꼬리를 말아 올린 데일라 왕국의 마왕 제로나인이 말을 잇자 귀족들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 올랐다.
“고로 우리의 승기는 일리야 자네에게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어. 자네가 에잇투(서백호)를 빠르게 쓰러뜨려 제로세븐과 붙고 있는 팬드래건 황제의 뒤를 치는 거야.”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일리야의 낙승을 예상하는 그를 보며 회의에 참석한 귀족들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에잇투 공작을 무시해선 안 됩니다. 아무리 팬드래건 대공이 있었다지만, 앞서 사망한 세 마왕의 목을 벤 건 모두 놈이었으니까요. 정보부에선 에잇투 공작의 공격력만큼은 중위 마왕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에 루시아스의 마왕 일리야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나머지 두 마왕은 너털웃음을 흘렸다.
“자네들이야말로 일리야가 신임 마왕이라고 너무 만만히 여기고 있군.”
“네? 그, 그게 아니라.”
그리고 이어진 대국 알피던스의 마왕 제로세븐의 이야기에 귀족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헛바람을 삼켰다.
“그녀의 전투력은 나에 필적한다고 장담할 수 있네.”
레벨 300의 마왕이자 팬드래건 제국의 황제를 상대할 제로세븐의 선언과도 같은 말.
감히 그 말을 농담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일 간 큰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 상상치 못한 제로세븐 발언에 설명을 부탁한다는 표정을 지었고.
제로세븐은 친절히 그들에게 답을 주었다.
“모두 들어 본 적이 있을 거야. ‘마신의 오브’에 대한 이야기.”
“어째서 갑자기 전설에 대한 말씀을…….”
“그 마신의 오브 소유자거든, 이 일리야가.”
“네?”
마계에선 전설처럼 떠도는 아이템 중 하나인, 마신의 오브.
그 장비가 실존한다면 이는 분명 유일 등급을 초월한 아이템일 수밖에 없다.
즉, 서백호가 막아야 하는 신임 마왕 또한 신화 등급 장비의 소유주란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