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255화 (255/273)

255화 드래곤 (4)

신화급 보상이 무려 3개.

이중 섭취형 영약인 ‘안타레스의 심장’은 일반 토벌 보상으로 획득했다.

일반 보상이란 건 드래곤을 토벌하면 매우 높은 확률로 주어지는 보상이란 의미.

많은 소설에서 드래곤의 심장이 최고의 영약으로 표현되곤 하던데, 시스템이 이를 참고한 게 아닐까 싶다.

[안타레스의 심장 / 섭취형 영약 / 등급: 신화]

-실버 드래곤 안타레스의 심장으로, 섭취 시 마력이 영구적으로 대량 상승한다.

-드래곤의 심장은 중복 섭취가 불가하며, 레벨 200 이하가 섭취할 경우 뛰어난 회복약 혹은 회복술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마력 상승률 200

마력 상승률이 무려 200이라니.

현재 레벨이 270대인 우리는 레벨업을 할 때마다 포인트를 8씩 획득한다.

즉, 이 아이템은 섭취만으로 레벨이 25가 오른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셈이다.

과연 신화급으로 분류될 만한 영약.

지금까지 섭취한 어떤 영약과도 비교가 불가했다.

나는 이 영약을 어찌할지 고민하다가, 이내 윌리아에게 넘겼다.

“저요?”

“네, 아무래도 그게 가장 효율이 좋을 테니까요.”

마법사 겸 힐러인 그녀에게 마력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능력치.

심지어 마력은 단순히 게임 속의 MP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공격 스킬의 위력을 높이는 부가 효과도 갖고 있었다.

마법에 투과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 그녀는 이제 우리 파티의 메인 딜러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기에, 나는 미련 없이 윌리아에게 안타레스의 심장을 넘겼다.

“하지만…….”

그러나 마력 수치는 윌리아뿐만 아니라 나와 시에나에게도 귀한 것.

그녀는 차라리 나보고 섭취하라며 도로 안타레스의 심장을 내밀어 왔다.

“하하, 저희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드래곤의 심장은 중복 섭취가 안 된다고 하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드래곤을 사냥할 테니, 이후 나온 심장을 가져가면 되죠.”

“으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내 주장에 윌리아는 비로소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냥 물러나긴 뭐했는지, 윌리아는 고맙다며 내 뺨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제 고마움을 표했다.

[현신 / 신화급 스킬북 / 액티브]

-무신의 힘이 사용자에게 깃든다.

-사용 시 1분간 모든 능력치가 50% 상승하며, 현신이 유지되는 동안 마력 소모 없이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마력 소모: 20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이어서 나는 다음 보상을 살폈다.

이번엔 300레벨 특수 몬스터 최초 토벌 업적으로 받은 보상이다.

신화급 스킬은 이미 인챈트를 보유하고 있어서 이게 두 번째 스킬이었는데, 처음 스킬의 설명을 보고 내 결전 스킬인 ‘폭주’와 같은 부류인가 싶었다.

폭주 스킬의 효과가 1분간 능력치 50% 상승이었으니까.

‘아니 잠깐.’

그런데 뒤이어진 ‘마력 소모 없이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라는 설명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이 내용은 쉽게 말해서…….

‘이 스킬이 유지되는 동안엔 엑스칼리버의 개벽을 난사할 수도 있다는 건가?’

개벽 스킬은 엑스칼리버의 내장 스킬이자 우리 파티의 최강 스킬이다.

다만 스킬 한 방에 소모되는 마력이 20으로 매우 크고, 공격 범위가 넓긴 해도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형식의 스킬인지라 드래곤 수준의 적에게는 맞추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현신 스킬을 사용하면, 이런 개벽 스킬 수십 수백 다발을 연거푸 떨어뜨리는 게 가능하단 의미가 된다.

“하하…….”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도 30분이면 그리 길다고 할 수 없고.

심지어 폭주 스킬과 다르게 사용 후 페널티도 없으니, 과연 신화 등급이란 게 장식이 아니었다.

“이건 백호 님 거네요.”

“그러게.”

이 스킬은 마력 소모 없이 스킬을 난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잊으면 안 되는 게 기본적으로 능력치를 50%나 높여 주는 효과가 있다.

더구나 사용에 어떤 제약도 없는 걸 보면, 폭주 스킬, 분신 스킬과 중복 사용도 가능할 터.

때문에 종합적으로 이 스킬을 가장 잘 사용할 사람으로 나를 꼽는 게 당연했다.

“잘 가져가겠습니다.”

“누가 봐도 백호 님 스킬인 걸요.”

그리고 나도 그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뒤통수를 긁적이며 슬쩍 챙겨야 했다.

“크으……. 드디어 나왔다고. 봐 봐. 이건 내 거 맞지?”

그런데 안타레스의 심장을 챙긴 윌리아는 둘째치고, 시에나가 현신이란 막강한 사기급 스킬을 순순히 양보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마지막 신화급 보상인 이것 때문이다.

[다기능 장거리 공격 지원 모듈 / 특수 장비 / 등급: 신화]

-착용 부위가 지정되어 있지 않은 특수 장비로 다양한 기능이 내장된 지원 비행체이다.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최대 마하 2의 속도로 비행하며 적을 공격한다.

-사용자가 호버 보드처럼 해당 비행체 위에 탑승하여 마력 소모 없이 비행하는 게 가능하며, 고속 비행 시 맨몸에 가해지는 각종 물리법칙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전체 능력치가 10씩 상승한다.

-자체 스킬 1: 염동탄 (최상급 / 마력 소모: 없음)

-자체 스킬 2: 유도탄 (극상급 / 마력 소모: 3)

-자체 스킬 3: 드래곤 브레스 (신화급 / 마력 소모: 20)

드래곤 최초 토벌 업적 보상으로 얻은 그건 마치 B-2 스텔스 폭격기를 작게 줄인 듯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해당 아이템은 내가 가진 이능의 날개(제3의 손이 포함된 장비)처럼 특수 장비로 분류되었는데, 자율적인 비행 및 공격이 가능하며, 아예 호버보드처럼 타는 것도 가능했다.

최대 마하 2의 속도로 비행이 가능한데 이는 우리 파티에서 최고 비행 속도였다.

탑승자는 물리법칙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하니, 설명상으론 이걸 타고 다니면서 전투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하하하!”

이름이 너무 길어 줄여서 ‘지원 모듈’이라 부르기 시작한 그것에 나도 윌리아도 호기심 삼아 올라타 봤다.

하지만 우리 둘은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내려와야 했는데, 스타일과 너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시에나는 새로운 장난감을 손에 넣은 아이처럼 웃는 낯으로 묘기 비행을 하면서도 쏘는 족족 화살이 백발백중이니, 그녀가 이것을 갖는 데 이견이 있을 수가 없었다.

“내 장비 뽀대 봐라!”

드디어 염원하던 신화급 장비를 얻게 된 시에나.

심지어 그 장비는 외형부터 기능까지 그녀의 취향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내장 스킬들 위력도 확인해 보죠.”

“오케이!”

심지어 내장 스킬도 매우 알찼다.

비록 최상급 스킬이지만, 마력 소모 없이 연사가 가능한 염동탄은 기본 공격임에도 꽤나 강력했으며.

극상급 스킬인 유도탄은 겨우 3이라는 적은 마력을 소모하는데도 적을 추격하는 유도 기능 덕분에 장거리 공격에 매우 유리해 보였다.

염동탄과 유도탄, 이 두 가지 스킬에 마하 2의 비행 기능만으로도 지원 모듈은 꽤나 뛰어난 장비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역시 신화 등급 장비의 꽃은 필살기 아니겠는가.

-콰아아아아아아앙!

-고고고고!

지원 모듈에는 ‘드래곤 브레스’라 불리는 신화급 스킬이 내장되어 있는데.

“풀강화되면 엑스칼리버의 개벽과 위력이 비슷한 거 같은데요?”

“진짜? 하하, 대박!”

그 위력이 실로 대단했다.

푸른빛이 저 멀리 섬 하나를 없앤 데서 그치지 않고 계속 뻗어 나가 직선상의 모든 것을 없앴다.

이거 5강까지 완료된다면 우리가 상대했던 실버 드래곤 안타레스의 브레스에 필적하거나 뛰어넘을지도 모르겠다.

제2의 개벽 스킬이 생긴 것이다.

다만 두 스킬의 차이라면 개벽은 수직으로 하늘에서 떨어지고, 드래곤 브레스는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스킬이란 점이다.

한 점 공격 시, 직접 피해 범위는 개벽이 훨씬 크지만, 직선상으로 길게 뻗어 나가는 브레스의 특성상 더 넓은 지역을 타격하기 좋아 보였다.

“드래곤 만세!”

그토록 바라던 걸 얻게 된 시에나는 연신 드래곤을 찬양해 댔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반응이다.

나도 지금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만세를 외치고 있는 중이니까.

‘드래곤 토벌 성공으로 인해, 우리 파티의 전투력은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쉬워질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 사냥 계속해야지!?”

30시간에 걸친 사냥에도 지치지 않는지 시에나가 그리 외쳤다.

나와 윌리아는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잠깐의 고생으로 이후가 편할 거라는 생각에 시에나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휴가받은 게 5일이니까. 그럼 더 잡아 볼까요?”

지금까지 파악된 드래곤은 사냥된 안타레스를 포함해 3마리.

나머지 두 마리는 북미와 유럽에 있다.

‘아마 드래곤을 또 사냥한다고 해도 이번과 같은 대박을 기대하긴 힘들겠지.’

그도 그럴 게, 이번에 얻은 과실은 각종 최초 토벌 보상과 업적 보상이 더해져 만들어진 결과물이니 말이다.

하지만 능력치를 200이나 높여 주는 드래곤의 심장은 일반 보상으로 나온 만큼, 획득 가능성이 크다.

나는 드래곤의 심장을 획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리하여 제로원 황제에게 받은 휴가 동안 추가로 드래곤을 사냥하기로 했다.

“대신 조금만 쉬기로 해요.”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픈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이번 일로 드래곤 토벌은 우리가 마음만 먹는다고 후딱 해치울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적어도 인근 주민들이 대피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솔 씨!”

남은 휴가를 어찌 써야 할지 정한 나는 강이솔에게 연락을 넣었다.

[드래곤 레이드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드래곤 토벌을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하는 그에게 나는 선물을 주었다.

“하하, 고마워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저희 다른 드래곤도 잡아 보려고요.”

[그러시군요. 그럼 다음 일정을 잡을까요?]

“네, 최대한 빠르게 부탁할게요.”

[최, 최대한 빠르게라고 하시면? 얼마나…….]

“오늘 바로는 힘들 테니, 내일이요?”

[…….]

바로 일감이라는 선물을 말이다.

* * *

[전설 등급의 영약 캐플러의 심장을 섭취했습니다.]

[마력이 200 상승합니다.]

처음 한 번이 어려운 거지, 이후 두 번째, 세 번째는 상대적으로 쉬울 수밖에 없다.

경험이란 이름의 이 법칙은 드래곤 사냥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었는데.

처음 실버 드래곤 안타레스 사냥에 30시간이나 걸렸지만,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골드 드래곤 시피드 사냥에는 절반인 15시간이 걸렸으며, 마지막 북미에서 활동하는 레드 드래곤 캐플러 사냥에는 단 6시간밖에 안 걸렸다.

덕분에 우린 마계의 황제 제로원에게서 받은 휴가 동안 지구에서 발견된 드래곤 3마리를 모두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지구가 워낙 넓은 만큼 우리가 모르는 곳에 또 다른 드래곤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당장 존재가 밝혀진 드래곤은 이 3마리가 끝이었다.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레벨 300대의 특수 몬스터를 사냥해야겠어.’

누군가는 우리가 이런 사냥감을 독차지하는 걸 걱정할 수도 있지만…….

드래곤 혹은 드래곤 급의 몬스터는 마경에도 있고, 마계에도 있다.

그러니 우리가 사냥한다고 후기지수들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니, 그전에 이 정도의 사냥감에 도전할 수 있는 멤버가 나와야 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우리가 추가로 2마리의 드래곤을 더 잡으면서 영약인 드래곤의 심장도 2개를 더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윌리아에 이어 시에나와 나까지 마력 능력치를 대량으로 올릴 수 있었다.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마력이 200이나 오르다니.’

장비와 스킬에 이어 능력치까지.

마계로 돌아가기 전 엄청난 파워업을 하게 된 셈이다.

이제 무서울 것 따윈 없다.

마음만 먹으면 레벨 300의 특수 몬스터도 잡을 수 있는데, 무엇이 무섭겠는가.

‘아주 좋아. 여기에 레벨 300까지 달성하면 제로원 황제와 일대일 싸움도 가능하겠지.’

드래곤 사냥은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나아가던 내게 자신감은 물론, 심리적 안정감도 가져왔다.

덕분에 마지막 휴일에는 룰루랄라 가벼운 마음으로 꿀 같은 단잠을 잘 수 있었다.

하지만…….

휴가를 끝내고 마계의 전장으로 복귀했을 때.

“에잇투 대공, 자네 본명은 뭔가?”

“네?”

“지구인으로서의 본명 말일세.”

나는 황제로부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다과 중 안부를 묻듯 가볍게 이어진 질문에 내 동공은 쉼 없이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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