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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258화 (258/273)

258화 특공대 (3)

-고고고고고!

대기를 찢듯 기이한 소음과 함께 공간을 잠식해 오는 저 무시무시한 공격들을 뭐라고 해야 할까?

종말의 빛?

신의 권능?

“이, 이런! 미친!”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당장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저 미친 공격에 당하고 말 테니.

팬드래건 제국 황제 일파가 등장했을 때 비웃던 자들은 어디로 갔는지, 반팬드래건파의 마왕들은 헐레벌떡 꽁지 빠지게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콰콰콰콰쾅!

다행스럽게도 마왕이란 지위는 장식이 아닌지라, 필사적으로 도망을 치니 맥없이 목숨을 잃는 이는 없었다.

“크윽…….”

“젠장.”

하지만 상처 하나 없이 무사히 피해 낼 수는 없었으니.

순식간에 증발한 디아즈 왕국 왕성의 폐허 속에서 몸을 일으킨, 거만한 마왕 일레븐은 상체의 절반이 뜯겨 나간 상황이었으며, 신임 마왕 제로세븐과 나머지 역시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말았다.

-스스스.

그래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마왕이라면 극상급 회복 스킬 혹은 아이템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반팬드래건파 마왕들은 부상을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지만, 그들이 자리를 피하고 회복을 하는 동안, 적들이 가만히 지켜볼 리 만무했다.

그들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습격자들의 2차 공격을 맞이해야 했다.

‘완전히 기세가 넘어갔다. 아니, 고작 기세 정도가 아닌가?’

신임 마왕 제로세븐은 자신들이 가장 만만히 여겼던 서백호와 그의 펫들의 연합 공격에 혼비백산 난리 난 상황을 보며 시작부터 단단히 꼬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적들의 수준은 자신들의 추측을 가볍게 웃돌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백호와 그의 펫들이.

‘신화급 검을 가진 것으로 예상되는 에잇투(서백호)와 마신의 오브를 가진 천사펫은 그렇다 쳐도! 저 블러디 엘프의 아종으로 보이는 펫은 또 뭐야!?’

번쩍번쩍한 메탈 재질의 이상한 비행체를 호버 보드처럼 위에 올라타 허공을 노니는 시에나의 일격은 누가 봐도 풀강화된 신화급 장비에서나 나올 수 있는 위력이었다.

윌리아와 시에나를 펫으로만 여기는 이들에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마왕조차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신화급 장비를 2개나 펫들에게까지 무장시키다니, 황당함을 넘어 서백호가 미친놈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콰아아앙!

“크윽!”

하지만 제로세븐 신마왕은 더 이상 감상에 빠져 있을 수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서백호가 그를 덮쳐 왔기 때문이다.

혼란을 초래한 이레귤러 서백호가 히죽 웃으며 제로세븐에게 말을 걸었다.

“너, 레벨이 다른 놈들에 비해 낮은데도, 행동에 묘하게 여유가 있단 말이야.”

“뭔 개소리냐!”

-채채채챙!

제로세븐은 눈을 부릅뜬 채 연거푸 쏟아지는 그의 검을 막았다.

하나같이 날카롭고, 빨랐으며, 무겁기 그지없었다.

“아니, 여유가 있어. 진짜 여유가 없는 놈은 냉정하게 주변 상황을 살피지 못하거든.”

그런데 서백호는 좀처럼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그리 말했고.

“헙…….”

제로세븐 마왕은 갑자기 태산과도 같은 압력에 짓눌려 검과 검을 맞댄 힘 대결에서 크게 밀리기 시작했다.

헛바람을 삼킨 제로세븐 마왕이 이상함을 알아챈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

힘과 힘 싸움에서 자신이 서백호에게 이리 일방적으로 밀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시선을 내렸더니.

-덜렁.

애처롭게 살가죽이 이어져 있을 뿐, 거의 떨어져 나간 것이나 다름없는 처참한 왼팔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 손으로 검을 붙들고 상대의 공격에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한 손이었던 것이다.

‘어느새?’

팔이 베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태생부터 왕이 되기 위해 키워진 존재.

빠르게 마음을 다잡으며 부상을 회복하고자 필사적으로 거리를 벌렸다.

-콰콰콰쾅!

그 과정에서 윌리아가 마신의 오브를 사용할 때 펼쳐지는 이펙트와 비슷한 기운이 제로세븐 신마왕의 검에서 피어나며 막강한 참격이 펼쳐졌다.

그에 서백호는 검을 막아 내기보다 한 걸음 물러나 공격을 피했고, 제로세븐은 덕분에 거리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퐈확!

또 언제 베인 건지, 제로세븐의 가슴이 갈라지며 피가 솟구쳤다.

귀신이 곡할 무시무시한 칼솜씨였다.

“끄윽.”

심장이 쪼개지는 고통에도 제로세븐 신마왕은 이를 악물며 부상을 치료했다.

그와 동시에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러야 했는데.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남색의 기운이 장막처럼 넓게 펼쳐지며, 눈으로 좇지 못한 서백호의 공격들을 막아 냈다.

-쾅! 콰아앙!

두 번에 걸친 타격음.

눈으로 좇기도 힘든 그 공격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었던 것에 더욱 놀란 제로세븐이 도망치듯 더욱 물러나며 재정비를 했다.

“역시 당첨이었네.”

서백호는 그런 제로세븐을 바라보며 짙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화급 장비를 갖고 있는 거지? 그것도 능력치를 대량으로 높여 주고 검술에 어떤 부과 효과를 더해 주는?”

제로세븐은 그제야, 서백호가 왜 저리 실실 쪼개면서 덤벼드는지 알게 되며, 흠칫 몸을 떨었다.

“좋네, 이번 전투 보상으로 아주 좋아.”

그는 자신이 신화급 장비를 갖고 있단 것을 빠르게 눈치채고 이를 차지하고자 덤벼든 것이다.

패배 따윈 염두에 두지 않고,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 표정으로 말이다.

오만?

아니, 저건 자신감이다.

이미 자신의 몸으로 단편적으로나마 상대의 힘을 겪지 않았던가.

저자는 괴물이었다.

“으득.”

제로세븐 마왕은 서백호를 마주 보며 자세를 곧추세웠다.

‘매 순간 전력을 다해야 한다. 마지막 한 줌까지 전력을 쥐어짜지 않으면 순식간에 당하고 만다.’

제로세븐은 목에 걸린 마신의 목걸이에 손을 얹고는 힘을 주었다.

-파앗!

그러자 제로세븐의 검에 걸린 짙은 남색의 기운이 전신에 퍼져 나가며 불꽃처럼 일렁였다.

“멋진데?”

서백호는 그런 모습을 보며 더없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고, 제로세븐은 상대의 여유를 쳐부수겠단 마음가짐으로 몸을 날렸다.

* * *

마왕이라고 다 같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레벨만으로 강함을 속단해선 안 된다.

레벨 20 차이 정돈 신화급 장비의 소지자라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데다가, 가끔이지만 레벨 대비 특출난 실력과 센스를 지닌 놈들도 있으니까.

[알피던스 왕국 마왕 제로세븐 / 레벨: 278]

예를 들면 내가 마주한 마왕 제로세븐이 바로 그런 부류에 속했다.

레벨 290과 300이 대부분인 마왕 사이에서 홀로 레벨이 낮았지만, 그 강함은 적진의 마왕들 중에서도 수위를 다툴 정도였다.

불꽃처럼 일렁이는 남색 빛의 기운을 전신에 두른 그는 내게도 밀리지 않는 퍼포먼스를 보여 주며 분투를 거듭했다.

‘근래 싸운 적들 중에 이렇게까지 검을 잘 쓰는 상대는 처음인 것 같네.’

지금까지 여러 마왕을 해치웠지만, 레벨이 가장 낮은 그가 수준은 제일 높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아아앙!

엑스칼리버의 기본 옵션인 성화가 둘려진 나의 검과 제로세븐 마왕의 남색 기운이 덧씌워진 검이 충돌할 때마다 사방으로 마력 파편이 튀며 지상에 깊은 상흔을 새겼다.

내가 드래곤과 싸웠을 때 그랬듯이, 뛰어난 마왕과 싸우니 지상은 대재앙이 발생한 듯 처참히 망가졌다.

-꺄아아악!

-피해! 도시 밖으로 물러나!

덕분에 지금 밑은 재난 상황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마계인들은 기본적으로 레벨이 높은 편이라 인명 피해가 크진 않다는 게 다행이랄까?

“젠장!”

잘 싸우고 있던 제로세븐이 갑자기 욕설을 내뱉으며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속임수를 섞은 찌르기 2연격이 초음속의 탄환처럼 날아들었다.

전신에 남색 기운을 두르고 있는 놈의 검은 이전보다 더욱 빠르고 파괴적이었으나,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내겐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콰아아앙!

나는 그의 검을 검 끝으로 쳐 내는 묘기를 보여 주었고, 덕분에 제로세븐의 표정은 더 없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윌리아와 시에나도 밀리지 않고 크게 우위를 유지하며 잘 싸우고 있네. 두 마왕 새끼들 당황한 거 보소. 윌리아와 시에나를 펫 취급하며 만만히 보니 저 꼴이지.’

슬쩍 눈알을 굴려 전황을 살펴보니, 우리의 우위.

어렵지 않게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쪽에 집중해라!”

그런데 제로세븐은 내가 자신과 싸우면서 주변을 살피는 여유를 부리는 게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내가 앞서 했던 대사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신경 쓰이게 만들어 미안하단 태도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나 이어진 내 말에 독이 잔뜩 올라 있던 제로세븐은 언제 그랬냐는 듯 굳어 버리고 말았다.

“장비의 옵션도 대충 파악했겠다. 이쯤 하면 충분하겠지. 그만 끝낼까?”

“뭐?”

놈은 잘 싸웠다.

장비도 좋은 데다가 실제 실력까지 뒷받침되는 진짜 강자였다.

하지만 잊으면 안 된다.

나는 지금보다 레벨이 훨씬 낮을 때, 신화 장비를 쥔 레벨 290의 마왕도 쓰러뜨린 전적이 있다.

그런 내가 놈에게 빌빌댈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그저 만약의 만약을 대비하고자 놈이 가진 신화 등급 장비의 효과를 자세히 확인하려 했을 뿐이다.

혹시 모를 발악 스킬에 골로 가긴 싫으니까.

‘놈이 가진 공격 스킬은 모두 대인 전투에 특화되어 있어. 굳이 경계를 한다면 폭주와 같은 결전기만 조심하면 될 뿐. 엑스칼리버의 개벽 스킬 같은 극강의 광역 공격이 날아들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는 게 맞겠지.’

나는 검을 눈앞에 세웠다.

그러자 제로세븐은 눈동자가 불길함에 흔들리고.

“잘 가라.”

나는 그런 그를 향해 선언하듯 말했다.

“현신. 사고 가속.”

-파아아앗!

하늘에서 떨어진 강렬한 빛이 내려와 나를 감쌈과 동시에 주변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사용 시 능력치가 50% 상승하고, 스킬의 마력 소모를 없애 주는 신규 스킬 ‘현신’과 빛의 갑옷 세트 효과로 얻은 ‘사고 가속’이 동시에 발동했다.

두 스킬의 유지 시간은 모두 1분.

지금까지도 나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대가 과연 이 1분을 버텨 낼 수 있을까?

“폭주! 심검!”

이런 나에 대항하기 위함인지 놈도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폭주 스킬은 1분간 능력치를 50% 올려 주는 스킬이고, 심검이란 게 뭔진 알 수 없으나,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아낀 것을 보면 사용 시간에 제약이 있는 결전기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심검이 뭔지 곧 밝혀지겠지.’

내게도 아직 폭주 스킬과 분신 스킬이 남아 있지만, 그 두 개까지 꺼내는 일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

-콰콰콰콰!

평소 이도류를 자제하는 나이지만, 지금만큼은 참을 수 없는 노릇.

오른손에 엑스칼리버를 쥔 나는 왼손에 성검 칼립소를 추가로 소환해 쥐었다.

현신에는 모든 스킬의 마력 소모를 없애는 효과가 있는데, 이게 마력 먹는 괴물인 성검 칼립소와 상성이 좋다.

“미, 미친!”

성검은 많은 마력을 한 번에 쏟아부으면 빛의 검이 방출되면서 SF영화 속 레이저포와 같은 공격이 된다.

‘그런데 그 레이저포 같은 공격이 상시 유지되면, 그냥 거대한 광선검이 되는 거 아닌가.’

내 왼손으로부터 하늘을 꿰뚫을 기세로 솟구친 거대한 광선검이 등장하자, 달려들려던 자세 그대로 굳은 제로세븐은 물론, 양 진영 마왕 모두가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으니.

-콰콰콰콰!

이번엔 오른손에 쥔 엑스칼리버에서도 성화의 빛의 하늘을 꿰뚫을 듯 솟구치며, 두 번째 거대 광선검이 되었기 때문이다.

엑스칼리버의 3가지 스킬 중 2번째 스킬인 성화 방출이다.

효과는 칼립소의 성검 방출과 거의 흡사하다.

그로 인해 내 왼손엔 푸른빛의 거대 광선검이, 오른손엔 황금빛의 거대 광선검이 쥐어졌다.

“허…….”

덕분에 제로세븐은 기겁하다 못해 이젠 황당하단 반응을 보였다.

‘마음 같아선 엑스칼리버의 개벽을 난사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수도 전체가 증발해 버릴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에 맞닿은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빛의 쌍검을 휘두르는 건 낭만이 있지 않은가.

“그건 너무 하지 않아?”

나는 완전히 관전자 모드가 된 다른 사람들을 뒤로하고,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제로세븐을 향해 몸을 날렸다.

“됐고, 신화 등급 장비나 내놔!”

“이 미친놈!”

이런 내 공격을 향해 놈은 심검이란 스킬의 효과인지 허공에 새까만 검을 만들어 탄환처럼 마구 쏘아 보냈지만.

내 두 개의 거대 광선검은 놈의 공격은 물론 전방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떨어져 내렸다.

성검 방출도 그렇고, 성화 방출도 그렇고, 기본 토대는 극상급 스킬이지만, 마력 제한이 없어진 두 스킬의 위력은 기존의 규격을 완전히 초월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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