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259화 (259/273)

259화 변화하는 세계 (1)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팬드래건파의 머리를 치는 작전은 성공으로 끝났다.

제로세븐 마왕은 쌍광선검 공격의 처음 한 방을 버티지 못해 골로 가고 말았고.

원래부터 마왕들을 상대로 유리하게 전투를 이끌어 가던 윌리아와 시에나는 내 지원이 더해지자마자 순식간에 승리를 거뒀다.

거기에 황제가 질 수 없다며 분투를 거듭하니, 애초의 예상보다 더욱 싱겁게 전투가 끝날 수밖에 없었다.

“뒤처리는 제가 없어도 되겠죠?”

“이제부터는 정치의 영역이니 맡겨 주게나.”

곧이어 나는 뒷일을 모두 황제와 제로투 대공에게 맡기고, 승리의 보상을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월광도로 돌아왔다.

그리고 제로세븐 마왕을 처치하고 얻은 어느 보상을 집으며 웃음을 터뜨려야 했다.

[마신의 목걸이 / 등급: 신화]

-세계의 주춧돌, 세계수의 열매라고도 불리는 혼돈석으로 만들어진 근접 전투 지원 목걸이로, 마계 형성 초기에 명성을 떨친 3신기 중 하나이다.

-마력 소모 없이 혼돈의 기운을 무기에 두를 수 있으며, 혼돈의 기운이 둘린 무기는 절삭력과 반발력, 파괴력이 크게 상승한다.

-파괴 불가 아이템.

-근력 +50, 순발력 +50

-자체 스킬 1: 혼돈력

-자체 스킬 2: 물아일체

-자체 스킬 3: 심검

“그래! 이런 걸 바랬어!”

나는 남색 바탕에 마치 반짝이는 별 하나가 심겨 있는 듯한 보석 목걸이를 손가락에 끼고 빙빙 돌리며 더없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검을 주 무기로 쓰는 날 위해 마련된 듯한 장비.

근력과 순발력이 각 50씩, 신체 능력치만 도합 100이 올라 레벨이 12나 오른 것과 같은 상승 폭을 자랑하고, 마력 소모 없는 무기 강화 스킬까지 기본 옵션으로 붙어 있다.

게다가 기본 옵션인 혼돈의 기운은 검강을 상회하는 위력을 품고 있으며, 엑스칼리버의 기본 옵션인 성화와 상성이 매우 좋았다.

-콰콰콰콰!

나는 엑스칼리버를 꺼내 혼돈의 기운을 둘렀다.

그러자 남색의 기운이 성화의 금빛 기운과 얽히고설키며 높이 솟구쳤다.

아무런 스킬을 쓰지 않고도 높이 10여 미터의 극강의 칼날이 만들어진 것이다.

금색과 남색이 기운은 꽈배기처럼 배배 꼬여 있을 뿐, 쉬이 섞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위력은 성화나 혼돈의 기운을 단독으로 쓸 때보다 강력했으며, 희귀 등급 이하의 무기나 방어구 따윈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전기톱에 닿은 나무처럼 맥없이 뜯기듯 잘려 나갔다.

“하하.”

절로 웃음이 나는 효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신화 등급 장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내장 스킬이지.’

마신의 목걸이엔 다른 신화급 장비가 그런 것처럼 3개의 스킬이 내장되어 있었다.

[혼돈력 / 극상급 / 액티브]

-마력을 소모하여 신체를 강화하거나, 공격 혹은 방어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혼돈력을 전신에 둘러 근력과 순발력을 20% 강화한다.

-혼돈력을 가공하여, 사용주가 원하는 형태의 스킬을 만든다.

-소모 마력: 초당 2

길지는 않은데 언뜻 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

일단 초당 마력 2를 소비하여 신체 능력치가 20% 상승하는 버프 효과를 부여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지만, 이 스킬의 꽃은 그 밑의 줄이라 할 수 있다.

‘혼돈력을 가공하여 원하는 형태의 스킬을 만든다.’

쉽게 말해 그거다.

혼돈력을 넓게 펼치면 방어 스킬이 되는 거고, 혼돈력을 검에 담아 휘두르면 일반 공격조차 극강의 위력을 가진 참격 스킬이 된다는 것.

이렇게 만들어진 스킬은 극상급 위력에 해당하니, 이를 완벽하게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매우 창의적인 전투가 가능할 것이다.

‘아니, 굳이 창의적으로 싸우지 않고, 검에 혼돈력을 담아 두는 것만으로도 전투력이 크게 상승할 거야.’

결론은 이 역시 내 전투 스타일에 매우 알맞은 스킬이란 것.

그리고 그건 혼돈력 다음 스킬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아일체 / 극상급 / 패시브]

-검술 혹은 창술 등 근접 무기를 사용한 전투에서 공격과 방어 모든 종류의 움직임을 매끄럽게 연계한다.

-집중력이 크게 상승하며, 시야가 넓어지고, 적의 빈틈을 빠르게 포착한다.

따로 수치화된 데이터가 설명엔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이 스킬은 마신의 목걸이를 착용하는 순간 바로 체감이 된다.

눈으로 보고 있는 풍경들이 이전과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치 세상의 모든 걸 하나하나 집중하여 관찰하는 듯한 느낌.

이 기능을 상시 유지하면 피곤할 것 같지만, 전투 시엔 분명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심지어 사고 가속 스킬과도 잘 맞을 것 같지 않은가.

아마 나와 맞서 싸웠던 마왕 제로세븐이 템빨뿐만 아니라 뛰어난 전투 능력을 보인 게 이 물아일체 때문일 것 같다.

‘이 스킬을 활성화해 둔다면 나의 검술은 앞으로 더욱 정교해지겠지.’

이어서 나는 마지막 스킬로 시선을 옮겼다.

바로 신화급 장비의 존재 이유라고도 할 수 있는 신화급 스킬로 말이다.

[심검 / 신화급 / 액티브]

-1분 동안 심검 12자루를 소환한다.

-심검은 직접 쥐고 싸울 수도 있으며,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적을 자동으로 공격하기도 한다.

-심검에는 투과 능력이 부여되며, 사용자의 검술 능력을 그대로 모방한다.

-심검 스킬은 중복 사용이 불가하며, 재사용 대기 시간 3분.

-소모 마력: 150

심검 스킬을 제로세븐 마왕이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아끼던 스킬이길래 제약이 심한 스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재사용의 대기 시간이 고작 3분밖에 안 되네?

제로세븐 마왕은 마력 소모가 커서 심검 사용을 자제했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회심의 일격을 위해 빈틈을 노렸던 건가?

“뭐, 아무렴 어때. 어쨌든 전투는 내 승리로 끝났고, 마신의 목걸이는 이 손에 들려 있으니.”

드래곤 하트를 섭취한 덕에 검사치고 마력통이 큰 내겐 더할 나위 없는 스킬이다.

더구나 현신 스킬을 사용했을 때는 마력 소모까지 없애 주지 않는가.

‘내 검술을 모방한 투과검 한 자루만으로도 까다로울 텐데, 열두 자루면…… 어휴.’

도주밖에 공략 방법이 안 떠오를 만큼, 얼핏 들어도 의심할 여지 없는 최강의 대인 공격 스킬이다.

만약 제로세븐 마왕이 이 스킬을 조금만 더 적극 사용했다면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이젠 내게 되었으니, 잘 써 주마.”

나는 유쾌한 웃음을 띠며 마신의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비록 액세서리는 강화가 되지 않지만, 마신의 목걸이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풀강화된 장비에 비견될 만했다.

* * *

이번 전투로 많은 유일 등급 장비를 얻긴 했지만, 아쉽게도 윌리아와 시에나가 가질 만한 건 없었다.

이미 직전에 지구에서 드래곤을 3마리나 사냥하면서 최상의 유일 등급 장비로 풀세팅을 했기에 마왕들을 처치하고 얻은 유일 등급 장비는, 다켈프와 헬레나에게 배정되고, 그래도 남는 것들은 대한제국으로 넘어갔다.

“아니, 대체 이렇게 많은 유일 등급 장비를 어찌 구하시는 겁니까?”

유일 등급이 왜 유일 등급인가?

양산품이 아닌, 하나뿐인 장비이자, 기존 등급과 급이 다른 전투력을 부여하기에 유일 등급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냥꾼들의 평균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유일 등급 장비는 날이 갈수록 구하기 힘들어지는 느낌인데, 나는 한 번 사냥을 다녀오면 열댓 개씩 구해 오니, 장비를 받아 든 강이솔이 황당하단 반응을 보였다.

우리 파티는 펫인 다켈프와 헬레나까지 유일 등급 장비로 풀도배를 하고 있는데.

“마계에서 적진의 마지막 마왕들 처치하고 구한 겁니다.”

“어? 그럼 마계는 이제 팬드래건 제국이 통일한 겁니까?”

나는 강이솔의 물음에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제 완전히 행정계 인물이 되었다.

물론, 지금도 꾸준히 레벨을 올리고 있긴 하지만, 예전처럼 사냥에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 라이벌들의 레벨이 200이 넘은 상황에서 그의 레벨은 아직도 170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빨리 전쟁이 마무리되었군요. 그럼 이제 제국 내부에서 세력을 키워 팬드래건 제국을 약화시키는 작전을 진행하시는 건가요?”

강이솔은 성실한 만큼 내가 가장 신뢰하는 측근 중 하나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계의 최신 상황은 잘 몰랐는데, 이는 내가 자체적으로 정보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뇨, 마계랑은 안 싸웁니다. 화평을 맺을 생각이에요.”

“네? 그게 무슨?”

나는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이솔에게 말했다.

“그러니 지구 내 여론 좀 바꿔 주세요. 지금까지 마계는 경계해야 할 적대 세력이었지만, 알고 보니 진짜 적은 따로 있었고, 그에 대항하기 위해 마계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요.”

“네?”

무슨 식당 메뉴 바꾸듯 전 세계의 여론을 바꿔 달라는 말에 강이솔이 바보처럼 두 눈을 껌뻑였다.

나는 그런 강이솔에게 팬드래건 황제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어째서 마계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를.

“시스템을 관리하는 천계가 등장한다고요?”

그리고 이야기를 모두 들은 그는 심각한 얼굴로 이마를 짚어야 했다.

산 넘어 산이라더니.

마계 넘어 천계가 나올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심지어 나로 인해 마계는 어느 정도 공략이 되고 있던 상황이지만, 천계에 대한 정보는 완전히 전무했으니, 막막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런 그의 어깨를 짚으며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천계에 승리하면 우린 시스템을 장악할 수 있단 의미 아니겠습니까. 나쁘게만 여길 필요 없죠.”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일 거라고, 시스템을 장악하면 우리가 주도적으로 삶을 이어 갈 수 있게 되지 않겠냐고.

내 이야기에 강이솔은 감정을 추스르며 이내 그건 그렇다는 식으로 동의했다.

“확실히 시스템 관리자란 지위가 군침 돌긴 하네요.”

“그렇죠?”

“하지만 천계는 마계보다 더욱 상대하기 어렵겠죠? 그러니 마계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거고요.”

두말해 뭐 하겠는가.

당연한 것을.

하지만 나는 선구자.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제시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당연한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레벨 300의 마왕들이 존재하는 마계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제 레벨은 100대 중반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시간이 지난 지금은 마계를 휘저으며 마왕들을 사냥하고 다녔죠. 천계라고 해서 다를 거 없습니다.”

이런 내 말에 강이솔이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웃음을 흘렸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정말 폐하가 같은 편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다시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돌아왔고, 나는 그를 찾은 진짜 용건을 건넸다.

“앞으로 마계와의 화평을 포함해 정치적인 행사가 많아질 겁니다. 그러니 잘 부탁합니다.”

“네? 그게 무슨?”

“외교 포함한 마계와의 모든 정치 활동은 전적으로 이솔 씨에게 위임할 생각입니다.”

“하, 하지만 외교는 폐하의 아버님께서.”

“아버진 저렙이잖아요. 마계는 너무 위험해요.”

“…….”

거기에 한 가지 과제마저 던져 주니.

“아참, 그리고 제가 마계에서 얻은 땅들이 있는데, 그건 확실히 대한제국령으로 가져오셔야 합니다? 제가 호구도 아니고, 화평과 별개로 팬드래건 제국 편에서 열심히 싸우고 다니는 거에 대한 보상은 챙겨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이야기를 들은 강이솔은 헛웃음을 흘리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짬 처리를 시키는 것 같아 강이솔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어.’

나는 쉬지 않고 계속 앞으로 치고 나가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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