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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261화 (261/273)

261화 변화하는 세계 (3)

“만렙이 300인지 어떻게 확인하죠?”

“몬스터를 잡았을 때 경험치가 습득되면 레벨이 오른다는 뜻 아닐까요?”

내 물음에 윌리아가 간단히 답을 주었다.

그리고 그 대답이 꽤나 그럴싸해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긴, 게임 같은 경우에도 그렇긴 하죠.”

그래서 우린 주변을 둘러보다가.

[에인션트 히드라 / 레벨: 270]

멀지 않은 장소에 저렙(?) 몬스터를 발견했고.

나는 놈을 향해 마신의 목걸이 내장 스킬인 심검을 날렸다.

그러자 내 머리 위에서 생성된 12자루의 검은색 대검이 탄환처럼 날아가더니.

-키에에에엑!

-쇄쇄쇅!

제법 강해 보이는 포스에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레벨 270의 몬스터를 순식간에 잘게 다져 버렸다.

그리고 몬스터 토벌 보상 메시지가 떠올랐는데.

[에인션트 히드라를 토벌하였습니다.]

[에이션트 히드라의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185,4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에이션트 히드라의 가죽 1개를 획득했습니다.

-마력 회복 물약을 1개를 획득했습니다.

그 어디에도 경험치와 관련된 내용이 없어서 나는 미간을 좁혀야 했다.

“경험치가…….”

“습득되지 않네?”

끊어진 내 말의 뒤 내용을 완성 시켜 준 시에나.

즉, 300이 최고 레벨이 맞단 의미였다.

그에 나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레벨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과.

앞으로 어떤 위협이 있을지 알 수 없는데, 더는 성장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불안감으로 밀려왔다.

“어쩐지 최초 업적 보상이 지나치게 좋더라니…….”

나는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는 2개의 아이템을 바라보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장비 신격 부여]

-유일 등급의 장비를 신화 등급으로 상향시킬 수 있다.

[스킬 신격 부여]

-극상급 스킬을 신화 등급으로 상향시킬 수 있다.

그건 레벨 300을 최초로 달성하면서 획득한 보상들이다.

아직 이걸 어느 장비, 어느 스킬에 사용할지 정하지 못한 상태인데, 신화 등급이 보통 귀한 게 아닌지라,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고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게 졸업 선물이라면 그리 좋아 보이지도 않네요.”

“흐음, 그럼 이제부턴 신화 등급 장비 및 스킬 파밍에 열을 올려야 하는 건가?”

“레벨을 올리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강화라면 그게 최선이겠죠.”

레벨이 오르면 심플하게 능력치만 오른다.

하지만 레벨에 따른 능력치 상승폭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만약 레벨이 300 이후로도 올릴 수 있다면, 레벨 301~350구간은 레벨업 1당 능력치 포인트를 12, 레벨 351~400구간은 능력치 포인트 16을 줄 거라 추측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추측이 맞다면 레벨 301부터 400까지 획득하게 되는 능력치가 무려 1,400이다.’

레벨 1~100까지가 150.

레벨 101~200까지가 350.

레벨 201~300까지가 700의 능력치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까지 획득한 능력치 총합보다 많은 거다.

물론, 추측이 틀려 레벨 300 이후의 능력치 획득량이 예상보다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레벨 대비 능력치 상승률을 보면 아무리 적어도 1,000은 가볍게 넘을 것이다.

“신계는 분명 마계보다 수준이 높을 텐데, 그들의 레벨 상한도 우리와 같다면, 레벨 300이 우글거릴 수도 있겠네.”

“무섭네요.”

시에나의 추측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쾌했던 기분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치는 것을 느끼며 나는 축배를 위해 마련했던 샴페인을 단번에 원샷 했다.

“그래도 아직 모르는 일이에요. 시스템이 다른 건 몰라도 일방적으로 한쪽에 불리한 과제를 던져 주진 않는 것 같으니까요.”

위로하듯 이어지는 윌리아의 말에 다들 그러길 바란다며 쓰게 웃어 보였다.

“에이 지구엔 서백호란 이레귤러가 있었기에 마계와의 관계도 좋게 정리가 된 거지. 만약 서백호 없이 지구가 평범하게 마계와 조우하게 되었으면 쥐어 터졌을걸?”

하지만 이런 윌리아의 위로를 깨부수는 시에나의 발언에 애써 마음 한구석에 밀어 놨던 걱정이 다시 밀려왔다.

* * *

이후로도 우린 계속해서 레벨 300대 특수 몬스터를 찾아 사냥을 다녔다.

레벨 300의 특수 몬스터가 워낙 귀해서 이러다가 씨가 마르는 거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지구에 신규 드래곤이 등장합니다.]

[지구에 신규 드래곤이 등장합니다.]

[지구에 신규 드래곤이 등장합니다.]

놀랍게도 우리가 사냥을 했던 지구의 드래곤이 일정 시간이 지나자 리젠이 되었다.

심지어 이전과 다른 종의 드래곤이어서 우린 기분 좋게 새로운 사냥감을 토벌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드래곤 라이더 / 반지 / 등급: 신화]

-기존의 펫 보유량과 별개로 드래곤을 펫으로 길들일 수 있다.

-드래곤의 동의를 얻어야 시스템의 강제력이 발동하며, 길들인 드래곤이 사망할 경우 새로운 드래곤을 길들일 수 있다.

-파괴 불가 아이템.

-마력 +30

-자체 스킬 1: 소환(펫인 드래곤을 어디서든 소환한다)

-자체 스킬 2: 역소환(펫인 드래곤을 지정된 휴게 장소로 돌려보낸다)

새로운 신화급 장비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 지니고 있던 다른 신화급 장비들에 비해서 옵션이 마냥 좋지는 않았지만.

드래곤을 길들일 수 있단 사실 하나만으로도 신화급으로써의 역할은 다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드래곤을 전부 죽인 후 나온 거라, 당장 쓰질 못하네.”

드래곤은 지구뿐만 아니라, 마계와 마경에도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모두 드래곤 하트만 토해 내고 우리 손에 골로 간 상황이다.

고로 이 드래곤 라이더라는 아이템을 쓰기 위해선 새로운 드래곤을 발견하거나 다음 리젠을 기다려야 했다.

“요즘 꼬붕들 비행 속도가 느려서 거슬렸는데, 새로운 룡룡이를 길들이게 되면 탈것으로도 쓸 수 있겠네. 드래곤이면 좀 빠르겠어?”

“그 꼬붕에 나도 포함되는 거지? 죽을래?”

시에나의 말에 윌리아가 발끈했다.

나는 레벨 300을 달성하고, 얻은 ‘장비 신격 부여’ 아이템을 이능의 날개(유일 등급 특수 장비)에 사용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성검 칼립소와 윌리아의 치유의 헤일로를 이능의 날개와 함께 두고 고민했지만, 역시 제3의 손 기능이 포함된 이능의 날개가 전투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거라 판단해 그걸 신화 등급으로 업그레이드를 한 것이다.

덕분에 나는 이전보다 월등히 빨라진 비행 능력을 얻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비행을 할 때면 윌리아가 시에나와 나의 뒤를 쫓지 못해 뒤처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만약 드래곤을 탈것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시에나의 말대로 이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물론, 당분간은 길들일 드래곤이 없어서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역시 경험치가 오르지 않으니까 뭔가 허전하다.”

“그러게 말입니다.”

남들은 잡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드래곤을 연이어 사냥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신화급 장비와 신화급 영약인 드래곤 하트 여럿을 얻었지만, 레벨이 오르지 않으니 뭔가 허전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걸까?’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

그렇게 나는 걱정 속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사냥터를 동료들과 누비고 다녔다.

그런데 레벨업이 멈춘 상태로 일주일을 보냈을 때.

마계의 통일 황제 제로원으로부터 상상치도 못한 소식을 전해 받게 되었다.

* * *

“한계 돌파요?”

“그렇네. 최초의 마왕이자 최후의 마신이라 불린, 제로원의 시조가 남긴 걸로 추측되는 유적을 카른 호수 바닥에서 발견했지. 그 안을 조사한 결과 그와 관련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어.”

레벨 300을 돌파하기 위한 힌트가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소식에 순수하게 기뻐하기보다 의문을 표해야 했다.

‘왜 하필 지금 타이밍에?’

절로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너무 시기적절하지 않은가.

그런 유적이 있다면 왜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건지 의문스럽기도 하고.

“그리 기뻐 보이지 않는군?”

“하하.”

황제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두 알고 있단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카른 호수는 마계에서 가장 위험한 금지 중 하나라네. 제로원 시조께서 카른 호수의 마룡 오귀스트와 전투를 치르는 과정에서 그 일대가 오염되어 지독한 독기로 가득 찬 곳이 되었거든. 그로 인해 카른 호수에선 몬스터를 포함한 어떤 생물도 살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네.”

그러고 보니 내게 에잇투의 지위를 주었던 ‘아론다이트’에도 관련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아론다이트 / 양손검 / 등급: 유일]

-마계 북부의 대호수 카른에 사는 마룡 오귀스트의 뿔을 이용해 만들어진 검으로 최초의 마왕 혹은 마신이라고도 불리는 제로원의 가호가 담겨 있다.

바로 이렇게.

“그런데 최근 카른 호수에 변화가 발생했네. 바로 지독하던 독기가 사라지기 시작한 거지.”

비로소 나는 황제의 말에 조금이나마 흥미를 드러냈다.

여전히 카른 호수에 생긴 변화가 공교롭기 그지없었지만 계속 듣다 보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덕분에 호수 아래에 자리한 유적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제로원 시조께서 남기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거지.”

“한계 돌파 외에 어떤 정보가 있었는지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뭐겠나? 바로 천계에 대한 내용이지.”

“아아.”

그제야 나는 카른 호수의 이변이 우리의 다음 상대인 천계와 관련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래도 시기에 맞춰 해금되게끔 시스템적인 조치가 되어 있던 모양이다.

“크흠, 그래서 한계 돌파 말인데.”

그런데 한계 돌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던 황제가 갑자기 뜸을 들였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용의 심장을 필요로 한다는구만.”

“오?”

이렇게 상황이 딱 맞아떨어질 줄이야.

마침 우린 충분한 여분의 심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혹시 남는 거 있으면 내게 하나 내어 줄 수 있겠나?”

왜 그렇게 뜸을 들이나 했는데, 아무래도 용의 심장을 얻기 위해 그랬던 모양이다.

하긴 지구는 물론, 마계와 마경의 드래곤들까지 사냥하며 씨를 말리고 다닌 게 우리였으니, 황제도 내게 여분의 심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어려울 것 없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죠.”

“오오, 역시 최고의 동맹이군.”

감격한 표정의 황제.

하지만 나는 그런 황제를 향해 미소를 띤 얼굴로 사족 붙이는 걸 잊지 않았다.

“대신 말씀하신 정보를 확인한 이후에요.”

이런 내 말에 황제의 미간이 좁혀졌으나, 이내 피식 웃어 보였다.

“그래, 그래야지.”

드래곤의 심장은 신화 등급의 영약이다.

아무리 동맹의 지도자여도 쉽게 내어 줄 수는 없으니, 검증을 거칠 필요가 있었다.

“그럼 바로 가 보겠나? 카른 호수의 유적으로?”

지체할 이유가 없다.

잠시 정체된 성장을 이어갈 단서를 얻었는데, 어찌 뜸을 들이겠는가.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마계를 통일한 업적으로 팬드래건 제국민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황제가 무거운 엉덩이를 황좌에서 떼며 나와 일행을 직접 안내했다.

-팟!

매스 텔레포트라는 단체 이동 스킬에 의해 곧바로 주변의 풍경이 바뀌고.

나와 일행들의 눈앞에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수중 성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세월 독으로 가득한 호수에 잠겨 있던 것치고 성체는 부서진 곳 하나 없이 화려함과 웅장함을 뽐냈다.

“규모가 엄청나네요.”

“안을 보면 더 놀랄 걸세.”

수중 성체 주변은 팬드래건 제국의 병력이 물샐틈없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 일행이 그런 것처럼 커다란 공기막을 두르고 있었고, 덕분에 수중에서의 활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헉, 폐하…….”

두 황제의 예고 없는 등장 때문일까?

성체 주변은 금세 어수선해졌지만, 우린 신경 쓰지 않고 내부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을 보게 된 나는 입을 크게 벌리며 놀란 표정을 지어야 했다.

“…….”

그곳엔 바로 순백색으로 도배된 커다란 문과 그런 문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 드래곤 조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천경의 문]

-천계와 길목인 천경과 연결된 문이다.

[마룡 오귀스트 / 레벨: 320]

-현재 깊은 잠에 빠져 있어 쉬이 깨어나지 않는다.

결코, 심상치 않은 정보를 가진 문과 거대 드래곤 조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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