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화 새로운 능력 (1)
[능력치]
-근력: 490(+135)
-순발력: 490(+130)
-마력: 531(+148)
-???: 새로운 능력치가 생성됩니다.
레벨 300을 달성하면, 능력치 포인트는 종합 1,214가 기본으로 주어진다.
하지만 나는 드래곤의 심장(마력+200)을 비롯해 각종 영약을 섭취해 온 덕에 기본 능력치가 그보다 300 가까이 높은 1,511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 4개의 신화 등급 장비(엑스칼리버, 마신의 목걸이, 신의 날개, 테라의 반지)와 극강의 유일 등급 장비들을 풀강화하여 착용한 덕에 413의 추가 능력치를 얻고 있다.
이 두 가지를 더하면 무려 1,924.
능력치 2,000의 고지가 눈앞이다.
현재 레벨이 250 이전에 머물고 있는 헤르만과 윤시아 등 2진 사냥꾼들의 능력치 평균이 1,000을 넘기지 못한다는 것을 떠올리면, 레벨 이상으로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해질 수밖에 없는 수치긴 해. 그런데, 흠…….’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근력과 순발력, 마력 등의 기존 능력치가 아니었으니.
그건 바로.
-???: 새로운 능력치가 생성됩니다.
본래 3개로 심플하게 표기되어야 할 능력치 창에 이와 같은 새 항목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나는 손가락으로 해당 문구를 터치해 보았다.
그랬더니, 이런 멘트가 떠올랐다.
[새로운 능력치가 완전히 생성되기까지 24시간이 소요됩니다.]
당장은 이게 뭔지 확인할 길이 없어 보였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한계 돌파를 해서 생기는 건가?”
“저와 시에나는 변화가 없는데요?”
그런 내 의문에 윌리아가 답을 했는데,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이 변화가 단순 한계 돌파 때문이라면 두 사람에게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과 같은 취급을 받는 동료 NPC인 윌리아와 시에나는 주인의 영향을 받는 펫들과 달리, 나처럼 용의 심장을 바쳐 한계 돌파를 했기 때문이다.
‘혹시 NPC가 아닌 사람에게만 주는 거? 아니, 그건 더 아닌 것 같네.’
지금까지 NPC 동료는 보통의 사람들과 차이 없는 성장이 가능했다.
굳이 이제 와서 차별점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심지어 마계의 황제에게도 별다른 소식을 듣지 못한 상태.
지금까지 시스템이 보여 준 것들을 떠올리면 지구인들만 특별 취급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았다.
“넌 뭐 아는 거 있어?”
혹시나 싶어서 마룡 오귀스트에게도 물었다.
그러자 시에나와 함께 지구의 과자를 놓고 다투던 녀석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이건 나도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인데?”
“그래?”
그에 아쉬움을 표한 나는 짧게 결론을 내렸다.
“아마도 제가 자신도 모르게 어떤 조건을 달성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네요.”
어차피 하루가 지나고 새로운 능력치가 온전히 자리하게 되면 더욱 자세히 알게 될 테니, 그냥 얌전히 지켜보기로 했다.
“하긴, 다른 능력치가 생긴다는 게 나쁜 건 아니니까.”
시에나의 말처럼 나쁠 게 없는 상황.
능력치가 3개에서 4개로 분산되는 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여도, 혹시 아는가?
새로운 능력치가 진짜 엄청난 효율을 가진 능력일지?
예상치 못한 변화에 천경 탐색 중 테이블을 깔고 휴식을 취하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솨라라라락.
그런 우리의 주변으로 푸른빛 가루가 봄날의 벚꽃잎처럼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회색의 미궁과 어울리지 않게 꽤나 몽환적이었으며, 아름다웠는데…….
-키에에엑!
-서걱!
-끼아아악!
-서걱!
이런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쉬고 있는 장소는 몬스터들이 대거 등장하는 미궁 내 사냥터 한가운데였으니까.
[타락한 천사 / 레벨: 250]
그런데 묵빛의 심검 12자루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다니며 사방에서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순식간에 베어 버리니, 우리는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심검의 위력이 어찌나 대단한지, 마치 몬스터들이 믹서기를 향해 투신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끊임없이 경험치가 올라가고, 보상이 습득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태창 하단에 자리한 경험치 바는 움직이질 않았다.
벌써 천경에 입장하고 3일이 지났건만 아직까지 레벨업을 위한 경험치는 습득률이 약 5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과연 ‘헬 레벨’이라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
레벨이 하나 오를 때마다 경험치 필요량이 2배라던데, 역시 이런 사냥으론 끝이 없다.
“이만하면 천경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한 것 같으니, 슬슬 모험의 난도를 높여 보죠.”
“좋습니다.”
“오케이! 따분했는데 잘됐네!”
천경에도 마경처럼 곳곳에 드래곤급 혹은 그 이상급의 특수 몬스터들이 집중되어 있다고 들었다.
지금까지는 천경에 적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위험한 모험은 자제했는데, 우린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고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 * *
서백호와 제로원.
두 사람은 각각 지구와 마계를 다스리는 유일 황제란 지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두 사람을 대하는 국민들의 반응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두 사람의 위치가 같은 듯하면서도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제로원 황제는 말 그대로 황제.
모든 국민이 충성을 바쳐야 하는 신분제의 끝판왕 격 존재다.
반면 서백호의 황제 지위는 다소 다르다.
대한제국의 황성이 각국 정부 위에 군림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
때문에 서백호가 지구를 대표하는 권력자라는 건 모두 알지만, 절대적으로 충성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히 서 황제라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면서 호의호식할 수도 있지만…… 어째 그런 이미지와 거리가 멀긴 하지.”
“맞아, 굳이 따지자면 황제라기보다 개척자이자, 선구자 같달까?”
“황제위도 본인의 권력욕 때문에 차지했다기보다, 세계의 평화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느낌이지. 덕분에 큰 전쟁을 피한 것도 사실이고.”
“요즘 지구와 마계에 이은 제3의 세계가 등장했다는 메시지 때문에 시끌벅적한 틈을 타고 서 황제를 욕하며 이런저런 선동을 하고 있는 놈들이 보이긴 하지만, 난 도저히 서 황제가 제 욕심으로 사람들을 위기에 빠뜨릴 인물로는 안 보여.”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서백호를 자신들의 지도자로 인정하고 지지했다.
이는 결코 권력의 무서움 때문에 억지로 그러는 게 아닌, 지구인들이 각자의 생각으로 서백호를 신뢰할 만한 존재라 판단한 것이다.
“앞으로 어떤 위협이 닥칠지 모르지만, 서 황제라면 이겨 내겠지.”
“서백호 폐하야말로 지구의 미래다!”
심지어 그중엔 광신도적인 믿음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으니…….
이능의 세계에서 서백호에게 변화가 생기는 것도 어쩌면 필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서백호에게 주어진 새로운 능력치.
그건 바로 ‘신력’이었다.
* * *
[능력치]
-근력: 490(+135)
-순발력: 490(+130)
-마력: 531(+148)
-신력: 100
“신력?”
하루 뒤, 생긴 변화.
나는 비로소 새로운 능력치가 어떤 건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름만 들어선 게임이나 소설 등에서 흔히 등장하곤 하는 신성력 같은 것으로 보이는데, 자세한 건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나는 손가락으로 신력을 터치했다.
그러자 제법 상세한 설명이 떠올랐는데…….
[신력은 수많은 사람이 당신에게 경외심을 느끼고 있단 의미이며, 신격화의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신력은 레벨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능력치 포인트와 장비 옵션 등으로도 높일 수 없습니다.]
[신력은 당신을 향한 사람들의 종교적인 믿음과 신뢰를 통해 높일 수 있습니다.]
설명을 아직 다 읽은 건 아니지만 그 내용이 꽤나 무시무시했다.
“아니, 이게 무슨?”
신력이 활성화된 게 신격화의 증거다?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이 신력이란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설명 메시지를 계속해서 읽었다.
[신력을 소비하여 시스템 레벨 1단계, 외부 현상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신력 사용의 편의를 위한 신규 스킬이 부여됩니다.]
[언령 / 신화 등급 / 액티브 스킬]
-신력을 소비하여 원하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소모 신력: 1~최대
그리고 나는 흠칫 놀라야 했다.
다른 무언가도 아닌, 시스템에 관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헐…….”
자연히 옆에서 내 상황을 전해 듣고 있던 이들도 헛바람을 삼켰고, 그중 특히 마룡 오귀스트의 반응이 특히나 극적이었다.
“너, 대체 정체가 뭐야?”
이건 지구의 사람들이 내게 보내는 신뢰의 징표 같은 것이기에 나 혼자 잘나서 얻었다고 보긴 힘들었다.
그래서 오귀스트의 물음에 헛웃음으로 답을 대신했고.
“써 봐! 써 봐!”
옆에서 새로 얻은 힘을 사용해 보란 시에나의 조름에 나는 언령 스킬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사용법은 의외로 어렵지 않아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언령, 불.”
언령 스킬을 사용하면서 원하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그와 관련된 말을 내뱉으면, 원하던 현상이 발생했으니 말이다.
“언령, 번개.”
다만 모든 게 뜻대로 만들어 지진 않았는데, 원소 계열은 공격 스킬처럼 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언령, 인형.”
무에서 원하는 사물을 만들어 내는 건 약 10분간만 형태가 유지되다가 추가 신력을 소모하지 않으면 이내 사라지고.
“언령, 걸 그룹 립핑크.”
생물을 만들어 내려 하면, 현실의 존재가 아닌 유령처럼 반투명한 현상을 가진 무언가가 잠깐 등장했다가 1분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만능은 아니지만, 연구만 좀 하면 충분히 유용한 힘이 될 것 같았다.
“이 정도만 해도 사기라 할 수 있겠는데?”
생물은 만들 수 없고, 사물은 유지 시간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이는 엄연히 창조의 한 분야였다.
“이러다가 우리 백호 신 되는 거 아냐?”
“에이, 그럴 리가요.”
시에나는 언령이란 엄청난 스킬의 등장에 호들갑을 떨었지만, 나는 그럴 리 없을 거라며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내뱉은 말과 달리 신력과 언령이란 새로운 스킬을 보며 나는 복잡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그 이유는 지금 내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결코 보너스 같진 않단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스템의 레벨 1단계에 관여하는 것만으로 이런 힘을 행사할 수 있으면, 시스템을 관리한다는 천족은 진짜 신족이라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리고 이어진 나의 지적에 윌리아와 시에나가 그건 그렇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행히 이런 걱정은 우리의 길잡이 마룡 오귀스트가 덜어 주었다.
“걱정하지 마, 천족이 시스템을 관리하는 건 사실이지만, 실제 관리만 할 뿐, 마음대로 개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래?”
“어. 그랬으면 너희처럼 적대 세력을 모두 말살시키지, 살려 둘 이유가 없잖아.”
“하긴. 그건 그렇네.”
오귀스트의 말에 우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오귀스트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그런데, 너처럼 신력이나 언령을 다뤄 시스템에 간접적인 개입을 할 수 있는 놈은 있을지도 모르겠네. 나도 그건 처음 본 거라…….”
“그건 그렇지.”
나 자신만 특별하다고 여겨선 안 되니, 충분히 일리 있는 추측이었다.
“후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시스템창에서 시선을 뗐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무언가를 시야에 담으니.
[카오스 드래곤 타르칸 / 레벨: 330]
그곳엔 마치 미궁의 주인마냥 오연하게 두 발로 선 이족 보행 드래곤이 자리하고 있었다.
신력과 언령의 등장에 잠시 정신이 팔렸지만, 오늘부터 우리는 빠른 성장을 위해 저런 놈들을 상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