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멸하는 검, 지키는 검 (3)
타앗.
내 발이 거세게 바닥을 걷어찼다. 흙더미에 갇힌 놈들이 허우적거리며 무기를 휘둘렀다.
탄지공(彈指攻)으로 검을 튕겨내고 호신강기로 쌍절곤을 막았더니 어느새 대가리의 앞이었다.
육중한 덩치로 환도를 휘두르는 기세가 맹렬했다. 그래도 대가리라고 졸개들보다는 속도와 힘 모두 확연히 앞섰다.
환도가 내 오른 어깨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어깨를 뒤틀어 환도를 피하고 그대로 허리를 한껏 접었다. 오른발을 크게 내딛고 왼발로 땅을 디디며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주먹이 복부에 정통으로 꽂혔다. 2미터 가까이 됨직한 거구가 공중으로 한 뼘 가까이 떠올랐다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 사이 흙더미에서 빠져나온 졸개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야. 괜찮지?”
나는 발끝으로 녀석의 대가리를 툭 툭 찼다. 잠시 꿈틀거리던 대가리가 곧 일어났다.
“다시 덤빌래? 아니면 거기 무릎 꿇고.”
“이 새끼가!”
대가리가 욕을 뱉으며 달려들었다.
소리를 지르면 자연히 동작이 커진다. 대가리 역시 마찬가지.
나는 녀석의 공격을 옆으로 흘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일부러 기운을 담지 않았다. 보아하니 행동대장쯤 되는 듯한데.
한 방에 기절시켰다가 주제 파악 못 하고 나중에 다시 덤비는 것보다는 지금 실컷 후드려 패는 게 낫다.
퍼억.
인중을 가격당한 녀석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퍽.
명치를 맞은 녀석이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퍼버벅.
인중과 명치와 복부에 연속기를 얻어맞은 녀석이 절하듯 엎드렸다.
“더 해봐. 어디까지 할지 궁금하네.”
“…아니요. 아닙니다.”
녀석은 다시 일어나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
“저기, 대체 누구신지……?”
“그건 앞으로 차차 알게 될 거고.”
나는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지금 무기 내려놓으면 봐준다.”
엄지. 검지. 중지.
까지 접었을 때 한 놈이 쌍검을 내던지고 무릎을 꿇었다. 원래 처음이 어려운 법.
새끼까지 다 접기도 전에 복도가 고요해졌다. 그리고.
위층에서 들려오는 우당탕탕 소리.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눈을 빛내는 김강산과 진중한 표정의 최지수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놈들은 내가 양보….”
말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계단이 허물어졌다. 욕설을 내뱉으며 나뒹구는 놈들의 머리 위로 불길 휘감은 검이 떨어졌다.
***
3층은 조용했다.
1층과 2층에서 올라오는 끙끙거리는 신음소리가 짧은 복도를 크게 울렸다.
복도가 끝나는 곳에 화려한 뱀 두 마리가 조각된 나무문이 있었다.
닫힌 문 안쪽에서 살기가 폴폴 풍겼다.
다섯 명.
그 중에서도 특히 하나가 기운이 강하다. 아마 이놈이 두목이겠고. 나머지는 그럭저럭이다.
“서림아. 조심해라. 여기 애들은 별 볼 일 없지만 회장은 상급 각성자라더라. 각성 경력 이십 년이 넘었고, 소스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혼자 오우거를 잡았다는 말도….”
손을 들어올리자 최지수가 말을 멈췄다.
치켜올라간 채 실룩이는 최지수의 오른쪽 눈썹을 외면하며 나는 오른발로 문을 걷어찼다.
우지끈 소리와 함께 문이 박살났다. 허공으로 튀어 오른 뾰족한 조각들 사이로,
총알처럼 화염탄이 날아왔다.
나는 검을 비스듬히 휘둘렀다.
콰아아!!!
검날과 부딪히며 방향을 바꾼 화염탄이 오른쪽 벽을 통째로 박살냈다.
뚫린 구멍을 통해 휘앵앵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이야. 대단하시네.”
방 안에서 박수 소리가 났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거구의 남자가 손뼉을 치며 여유로운 척 웃었다.
“이거, 이거. 대체 어떤 손님이 이렇게 요란하게 방문하셨나 싶었는데. 이거, 듣던 대로 미남이시네, 미남이셔.”
놈이 제 앞 소파 등받이를 두들겼다. 은빛늑대의 가죽이 윤기로 번들거렸다.
이런 세상에 저런 매끈한 소파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는 뻔하다.
“그렇게 쳐다보면 이 형님이 반하겠어. 어디, 여기 앉아 봐요, 아우님. 우리 아우님이 청응파 소속은 아니라고 아는데 말야. 그럼 어째서 여기 방문하셨을까. 우리 평화롭게 해결하자구.”
“싫은데.”
나는 비스듬히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놈의 미소 띈 얼굴이 얼어붙었다.
내가 턱짓을 하자 최지수가 한 걸음 다가왔다.
내가 한 번 더 턱짓을 하자 최지수가 빠르게 설명을 시작했다.
“곡사파 회장 허심례. 서른일곱 살. 대전 서구 출생. 3차 블랙데이에 양친과 두 동생 사망. 본인 홀로 각성하며 살아남음. 이후 그 능력을 인정받아 성심당에 들어감. 이후 유성길드에 스카웃되어….”
“아니아니. 그거 말고.”
가끔 최지수의 머리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헷갈린다.
“형. 지나가는 조연 서사를 궁금해 하는 독자는 없거든. 앞부분은 빼고 이놈 악행만 말해.”
최지수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시간 순으로 할까? 항목별로 할까?”
“항목별로.”
“그래. 그럼…….”
최지수가 숨을 들이쉬었다가 디스랩을 하듯 빠르게 내뱉었다.
“하나. 일반인 폭행 및 살인. 최근 일 년 간 서른다섯 건. 이 중 열두 명이 사망. 이는 최심례 개인의 폭행만 간추린 것으로, 그가 책임지고 있는 곡사파 전체로 확장하면 천백칠십팔 건의 일반인 폭행이 이루어짐.
둘. 인신매매 및 매춘. 일반인을 납치하여 인신을 구속하고 매춘을 강요. 곡사파 휘하에 총 세 개의 업소가 있으며 그곳에 소속된…….”
나는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
“형. 그거 있잖아, 스물일곱.”
“스물일곱. 10월 18일 오후 두 시. 희망보육원 염탐 중 서림과 최지수의 외출을 확인. 이후 성벽 바깥 마을에 침입하여 일반인 둘을 납치 및 살해. 이후 사체를 훼손하여 괴물을 유인. 이후…….”
손을 들어올리자 최지수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허심례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섰다가 금세 가라앉았다.
의외로 자기수양이 되는 놈이다.
“그건 아래 있는 놈이 멋대로 한 짓이야. 아우님이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애들 몇 명이 우리 아우님한테 혼쭐이 났다더라고. 쯧, 쯧. 사내자식이 그런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말야. 내가 이미…….”
“그래. 네가 이미 죽였더라?”
허심례가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바라는 게 뭐지?”
놈이 차분하게 물었다.
“네 실력은 인정한다. 그러나 실력만으로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은 어린 혈기에 실수하는 거라고. 우리 손을 잡지. 내가 크게…….”
나는 귀를 후벼팠다. 커다란 귀지가 새끼손톱에 걸렸다.
훅 입김을 불자 노란 먼지 덩어리가 하늘하늘 허공을 날았다.
“말이 많네. 쫄았냐?”
“…이 건방진 새끼가.”
“안 오면 내가 간다?”
가볍게 턱짓을 했다.
동시에 최지수와 김강산이 산개했다.
염소수염이 달려드는 김강산을 향해 작은 화염탄을 쏘아보냈다. 김강산이 펄쩍 뛰어 그것을 피하며 대머리를 향해 두 손으로 대도를 휘둘렀다.
최지수는 벽을 통째로 뜯어내 한 놈을 가두고는 나머지 하나를 어렵지 않게 요리하기 시작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명백하다. 우리 애들이 이런 삼류문파에게 애먹을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
이를 갈던 허심례가 대도를 치켜 올렸다. 이내 붉은 불꽃이 도를 휘감았다. 고블린의 가죽쯤은 쉽게 녹여내는 불속성 전투각성자의 불꽃.
나는 호신강기를 일으키며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회색 집업이 일순간에 불꽃에 휩싸였다. 매캐한 냄새를 들이마시며 검을 내리그었다.
놈이 한 발 물러서며 대도를 들어 올려 상단을 막았다.
도를 감싸고 있던 불길은 사라졌다. 그것만으로 이미 성공이다.
손목을 비틀어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놈이 도를 세워 검을 막고 그 기세를 몰아 내리그었다.
어깨를 비틀어 회피하고, 동시에 전진했다.
검을 끌어당겼다가 단번에 뻗었다. 뻗은 검을 다시 올려쳤다.
상단찌르기.
내려베기.
올려베기.
다시 상단찌르기.
초식이라 부를 수도 없는 단순한 공격. 보이는 빈틈을 최대한 빠르게 공격하는 무형식의 초식.
각성자를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이다. 속성 공격을 할 틈 없이 몰아치는 것.
허심례는 물러서기에 급급했으나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실력이 있다는 게 사실인 모양-.
챙!
명치를 향해 내지른 검이 도에 막히며 튕겨나갔다. 검을 쥔 내 오른쪽 어깨가 훤히 젖혀졌다.
실력이 있는 자라면 놓치지 않을, 아주 잠깐의 틈.
화르륵. 금빛 불길이 일었다.
적염(赤炎)보다 상위의 경지인, 황염(黃炎).
불꽃을 휘감은 도가 방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내 몸을 동강낼 듯 날아들었다.
“이야아아아!!”
계속 밀리다가 겨우 잡은 기회.
그 기회에 모든 것을 건 일격필살의 공격이다. 거세고, 강하고, 빠르다.
내가 노린 그대로-.
취원보(醉猿步)를 운용해 단숨에 놈의 등 뒤로 돌아들었다.
놈에게는 마치 내가 사라진 듯 보였을 터.
불길이 허공을 불사르고 사그라들었다.
“어디…!”
독맥이 훤히 드러났다.
영대혈을 검자루로 거세게 후려쳤다. 동시에 왼손으로 명문과 대추를 짚었다.
놈의 도가 손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나무토막처럼 딱딱하게 굳은 놈의 몸이 도 옆으로 쓰러졌다.
내 검끝이 놈의 목에 닿았다.
“살… 살려주세요.”
“살려줘?”
“제가 잘못,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절대로 나쁜 일에 손대지 않겠습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신다면…!”
어디에서 많이 들은 말인데, 이거.
그 사이 최지수와 김강산에게 정리된 네 졸개는 나란히 무릎을 꿇고 연신 흔들리는 시선으로 제 대장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수 형. 얘가 올해 죽인 사람이 몇 명이라고?”
“올해 일어난 사건은 열 건이다.”
“열 명이라…….”
나는 놈을 내려다보았다.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었다.
“잘못했습니다! 사죄하겠습니다! 제가 죽인 사람들의 가족에게 사죄하고, 보상하고, 용서를 구할 기회를 주십시오! 그들의 앞에서 직접, 그래요, 피해자 분들께서 어쩌면……!”
악인의 변명은 언제나 이리 지루하고, 지저분할까.
쥐고 있던 검자루를 힘주어 누르자 검이 목줄기를 파고들었다.
나는 검을 비틀어 뽑아냈다.
뚫린 구멍을 통해 피가 콸콸 흘러내렸다.
꿇어앉은 네 졸개의 얼굴이 공포로 희게 질려 있었다.
“얘네들은?”
“마찬가지로 올해 저지른 살인만 말하자면, 정태호가 여섯 건. 하민식이 열네 건. 이상이다.”
“사람은 넷인데 왜 명단은 둘이야?”
“이바름과 배춘삼은 올해 저지른 살인은 없다.”
“야. 이바름, 배춘삼. 손 들어.”
염소수염과 대머리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며 손을 들어올렸다.
“이바름아. 이름값 좀 하자. 응?”
“…예, 예! 그럼요, 이름값, 꼭 하겠습니다. 기회를 주십시오. 제발, 기회를 주십시오…….”
염소수염이 이마를 바닥에 쿵쿵 찧었다.
그러게 평소에 착하게 좀 살지.
나는 가볍게 혀를 차고.
검을 휘둘렀다.
검이 그려낸 빛무리를 따라 두 개의 모가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곡사파는 오늘부로 해산한다.”
주위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아래에서 위의 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놈들도 숨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너희들의 목숨은 빼앗지 않겠다. 단, 앞으로 계룡에서 악행을 저지르면 내 검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나는 두 번 용서하지 않는다.
너희들 중 계룡문에 들어오고자 하는 자들은 과거의 행적을 바탕으로 판단하여 입문을 허가할 것이다. 단, 새 사람이 되겠다는 각오가 없는 자는 불가하다.”
나는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
‘소화야, 나는…….’
그리고, 느릿느릿 내뱉었다.
“계룡문은, 계룡을 지키는 검이 될 것이다.”
***
서림이 무너진 계단을 뛰어내렸다.
위층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졸개들이 우르르 뒤로 물러섰다.
“니들도 착하게 살아라.”
“넵! 형님!”
“누가 형님이야. 들어오려면 입문신청서부터 작성해. 약한 놈도 아웃이고, 나쁜 놈도 아웃이야.”
목소리와 발소리가 멀어졌다. 뚫린 구멍으로 휘앵앵 바람이 불었다.
김강산은 모가지가 잘려나간 시체들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네놈이 예뻐서 살려두는 게 아니야.
이해할 수 없는 힘을 얻어 보육원에 돌아온 날, 서림은 그렇게 말했었다.
김강산은 서림이 두려웠었다.
자신의 손목을 잘라내고, 태연한 얼굴로 입 안에 독환을 쑤셔 넣고, 엄청난 고통으로 바닥을 기는 자신을 내려다보던 그 서늘한 시선이.
괴물의 무리가 보육원을 습격할 때마다 앞장서서 괴물과 맞섰던 이유가 꼭 그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으나.
서림이 안겨준 고통.
그걸 다시 경험하기보다는 차라리 괴물에게 찢겨 죽는 편이 낫다고 김강산은 확신했다.
하지만,
죽음의 위기에 놓일 때마다 자신을 구해준 것은 서림의 검이었다.
오크의 강철팔이 김강산의 목을 찔러 들어왔을 때.
어디선가 달려든 서림이 그 팔을 쳐내며 소리를 질렀다.
-정신차려, 김강산 이 새끼야!
미호 무리에 갇혀 시시각각 마력이 소진되는 것을 느꼈을 때도.
소멸되기 직전의 화염벽 사이로 나타난 것은 서림이었다.
김강산은 언제부턴가 서림이 두렵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서림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웠다.
어렸을 적, 그의 부모가 그를 버렸듯이, 만약 서림에게 버림받는다면…
아는 이도, 갈 곳도 없는 이 땅에서 남는 것은 오직 막막함 뿐.
‘아니야. 내가 잘하면 돼. 나만 잘하면 된다고. 형은 그 인간들과는 다르잖아. 완전, 완전 다르지.’
주먹을 움켜쥔 강산이 서림의 뒤를 따라 계단을 뛰어내렸다.
“림이 형! 같이 가!”
.
.
.
서림과 김강산이 사라진 뒤.
“저…, 형님.”
최지수는 자신을 부르는 염소수염을 응시했다.
쌍검을 무기로 쓰던 화염술사 이바름. 최근 들어 운 좋게 행실이 나아졌을 뿐 과거의 악행이 길고도 긴 곡사파의 2인자.
서림이 그 악행을 짐작하지 못했을 리 없다.
‘올해’의 ‘살인’.
서림이 원한 출력값은 두 집합의 교집합에 속하는 원소였으므로.
최지수는 그 조건에서 비껴나가 간신히 살아남은 이바름을 가만히 응시했다.
“저, 저도 계룡문에 입문을 할 수 있을까요?”
“방금 들었잖습니까.”
얼굴에 살짝 핏기가 돌아온 이바름이 무릎걸음으로 허삼례의 시체에 다가갔다.
잠시 후 이바름이 열쇠 한 뭉텅이를 내밀었다.
“저희 금고 열쇠입니다. 육십만 돈 가량 들어 있습니다.”
최지수가 이마를 찌푸렸다.
“됐습니다.”
“…따로 숨긴 것은 없습니다. 이게 진짜 전부입니다.”
“정말로 됐습니다.”
이바름이 영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돈. 지금까지 곡사파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보상하세요.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 가족과, 납치를 당해 업소에 묶여 있던 분들.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그럼요! 그러믄입죠.”
그가 아는 서림은 이런 지저분한 이들이 벌어들인 피 묻은 돈을 받을 사람이 아니었다.
아마… 아니었는데…
“형 돌았냐? 준다는 걸 왜 거절해! 돈에 묻기는 뭐가 묻어!”
“강산아! 림이 좀 잡아라!”
“싫은데. 나도 이건 림이 형이 맞다고 본다.”
최지수는 곡사파에 다시 쳐들어가려 날뛰는 서림의 허리를 온 힘을 다해 붙들었다.
“유… 육십만 돈! 내 고기! 내 술! 내 집! 푹신한 이불! 침대!”
“서림아. 오랜 가난이 너를 더러운 자본주의에 빠뜨린 모양인데 그런 물질 만능주의적 세태야말로 우리가 벗어나야만 하는…,”
“시발! 몰라! 돈 최고! 물질 최고!”
“서림아. 제발 진정하고, 악! 리, 림아, 기, 너 지금 손에 권기 올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