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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칼날 같은 소식 (6/51)


6화. 칼날 같은 소식
2023.01.20.


집 안으로 들이치는 아침 햇살이 눈부셨다.

청포도가 담긴 접시를 거실 테이블에 내려놓고 소파에 앉은 소연은 방금 인하와 주고받은 문자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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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술이 과했나 봐. 내가 실수했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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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사과, 받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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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소연 수호천사라도 되나? 나 걷어찬 그 친구 말이야. 여자인데도 힘이 장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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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일은 제가 죄송해요. 아픈 데는 괜찮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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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냥 견딜 만은 해. 신경 쓰지 마. 내가 맞을 짓을 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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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웃는 낯으로 봐요,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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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시 안 볼 생각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고마워.]

어제 그가 한 행동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그 때문에 조인하와 절교할 생각도 진지하게 했었다. 그러나 소연이 그의 사과를 끝내 외면하지 못한 건 앞으로도 좁디좁은 연예계 바닥에서 자주 부딪힐 사람이기에 그 현실을 고려해서였다.

거기에 한 가지 더 이유를 보태자면 한동안 걷는 게 불편할 정도로 조인하를 매우 고통스럽게 만든 미안함이랄까.

그렇다고 인하의 사과를 쉽게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아침 일찍 눈이 떠진 소연은 곧장 욕실로 가는 중에 그의 문자를 확인했다. 그로부터 두어 시간 뒤에 늦은 답장을 했으니 그사이를 얼마나 많은 고민으로 채웠겠나.

그나저나 분노의 발차기로 조인하를 생식불능 골로 보낼 뻔한 장본인은 아직도 팔자 좋게 취침 중이다. 남의 집 안방을 떡하니 차지하고서 말이다.

누구 말마따나 여도순은 소연의 오랜 친구로 수호천사 못지않았다.

여고 시절 소연이 처음 배우의 꿈을 내비쳤을 때 도순은 마침 하고 싶은 것도 없었는데 잘됐다며 엄소연의 매니저는 누가 뭐래도 제가 하겠노라고 선언했다. 손가락까지 걸고서 말이다.

그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여도순은 초중고는 물론이고 학과는 달라도 대학마저 같은 소연의 둘도 없는 단짝 친구다.

어제 조인하를 향해 거칠게 씩씩대던 친구의 모습이 다시금 생각난 소연은 포도알을 연거푸 입에 넣으면서도 쿡, 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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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한 송이를 다 먹어갈 때쯤이었다.

안방 욕실을 쓴 도순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뽀얀 몸 그대로 방에서 나왔다. 외향적인 성격만큼이나 시원스러운 그녀의 몸은 길쭉길쭉 날씬했다. 모델처럼 키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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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야! 수건이라도 두르고 나왔어야지!”

아무리 여자끼리고 몸매에 자신 있어서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막 벗고 돌아다니는 건 지나친 안구 테러였다.

소연이 기겁하며 말하는데도 도순은 뭐가 그렇게나 재밌는지 저 혼자 낄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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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있는데 뭐가 어때서. 날씨가 좋아서 일광욕 좀 하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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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입자. 안 본 눈 사고 싶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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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알았어. 입으면 되잖아.”

도로 방으로 들어간 도순이 옷을 챙겨입는 동안 소연은 먹던 포도를 다 해치우고 또 한 송이를 꺼내와 맛있게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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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포도?”

안방을 나온 도순이 소파에 풀썩 앉으며 거슴츠레한 눈초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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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한 게 엄청 맛있어. 입맛이 확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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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는 얘기잖아.”

엄소연은 어려서부터 신 과일을 유난히 질색했다.

그뿐만 아니라 떡보다 빵을, 채소보다 고기에 환장하는 친구의 편향적 식성을 죄 꿰고 있는 도순이 전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포도를 게 눈 감추듯 흡입하는 소연의 모습을 정상으로 볼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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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문제인 것 같으니까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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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사람 식성이야 바뀔 수도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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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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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

도순이 말끝을 흐리자 포도알을 얼른 씹어 삼킨 소연은 성마름을 드러냈다. 숨기는 게 있으면 가만히나 있을 것이지 더 수상쩍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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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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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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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런 애가 성질도 예민해지고. 너, 내가 모르는 심각한 일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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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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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아니야. 너답지 않게 툭하면 신경 바짝 세우고 먹는 것도 신통치 않더니만, 이젠 안 먹던 것까지. 아무튼 너 되게 이상하단 말이야.”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좀체 거두지 않는 도순 때문에 소연의 커다란 눈망울이 잘게 흔들렸다.

지난달 월경을 건너뛴 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라 병원을 다녀왔다. 그게 지난주인데 그 며칠 새 소연의 얼굴은 반쪽이 다 되었다.

어제 학교 근처에 있던 도순이 삼겹살집에 들른 것도 부쩍 수척해진 소연이 걱정돼서였는데, 간발의 차로 길이 엇갈려 소연이 자주 이용하는 공터로 무작정 달려간 거였다.

하여튼, 위험한 상황에서 저를 구해준 것도 그렇고 늘 고마운 친구인데 뭔들 털어놓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소연은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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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별게 다 이상하다. 하, 한동안 몸살감기 앓아서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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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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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감기에 비, 비타민만 한 것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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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웃음. 말은 왜 더듬는데?”

집요하게 캐묻는 도순 때문에 소연은 당황했다. 그래서 일단 아닌 척하느라 웃었고 나오는 말은 두서없이 어수선했다. 명백히 혀도 절었다. 이 대화를 계속했다간 저만 피 볼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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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먹다 혀 씹었다, 왜!”

짜증스러운 말투로 대답하며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소연은 접시를 들고 도망치듯 주방으로 뽀르르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 후였다. 소연은 도로 거실로 나와 소파에 반쯤 누워 있는 도순 옆으로 찰싹 엉겨붙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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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순아. 너희 팬클럽 회원 중에 태서준 집 주소나 전화번호 아는 사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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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다. 그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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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과 후배인데 취미로 태서준 인물화를 그렸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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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선물? 소속사로 보내라고 해. 우리도 그렇게 하거든. 왜, 직접 주고 싶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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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그럴싸하게 꾸며 말하긴 했지만, 어찌나 심장이 벌렁대는지. 고개를 끄덕인 소연은 괜스레 천장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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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있어 봐. 단톡방에 들어가 볼게. 난 모르지만, 다른 회원이 알 수도 있……!”

핸드폰 액정을 뒤적거리던 도순이 하던 말을 뚝 끊으며 늘어진 몸을 튕기듯 바로 세웠다. 그리곤 충격받은 얼굴로 눈물을 글썽거렸다. 깨알 같은 글씨가 정신없이 업데이트되는 핸드폰 화면만 쳐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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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왜 갑자기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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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느낌이 왠지 싸한 소연은 도순이 들고 있는 핸드폰을 빼앗아 액정에 시선을 꽂았다. 팬클럽 단톡방 창에는 광분에 찬 글들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었다. 지구의 종말이라도 닥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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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을 빠르게 읽어 내려가는 소연의 동공은 큰 지진을 만난 듯 크게 진동했다. 소리소문없이 오늘 입대한 태서준이 앞으로 3년 동안 군의장교 신분으로 살 거라는 내용이 눈에 박혀 들자마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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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 왜 입대했대? 그게 조용히 갈 일이냐고! 흑흑…….”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하던 도순이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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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정이 굳어지고 핏기마저 사라진 소연의 얼굴이 멍했다. 심장이 쿵 내려앉고 머릿속도 백지가 된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안 움직이는 발을 억지로 옮겨 욕실로 들어가는 것뿐이었다.

딸깍.

닫아 잠근 욕실 문에 기대선 뻣뻣한 몸이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차가운 타일 바닥 위에서 몸을 작게 말아 웅크린 소연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주르륵 굴러떨어졌다.

도순처럼 소리 내어 울 수조차 없는 소연은 숨죽이며 옷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하지만 툭 터져버린 슬픔은 양쪽 팔을 흠뻑 적시고도 멈출 수 없었다.

이제 그는 없다. 모든 걸 나 혼자 끌어안아야 한다. 하지만 난……. 난 아직도 모른다.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꼭 한 번은 태서준을 만나고 싶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그러나 용기가 없어 차일피일 미룬 결말은 이거였다.

끝내 그를 조용히 잊어야 하는 것.

그것뿐이었다.

일말의 희망조차 단절된 소연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돌처럼 굳은 몸은 다시 일어설 수조차 없다.

칼날 같은 소식에 가슴과 두 다리가 베인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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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후.

새해 첫날의 달빛을 등지고 돌무더기 언덕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선 남자는 어둡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이국땅을 고즈넉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누군가와 살을 맞댄 순간조차 혼자였다.

진짜 얼굴을 보이기보다 가면 쓰는 것에 익숙했다.

간절히 바라는 것도 없었기에 무엇을 해도 건조하고 부질없게만 느껴졌다.

그 시시한 시간과 썩 좋은 것도 없는 세상에 미련 따윈 없다는 듯 한국을 떠나왔다.

일반 병사, 군의관이라는 선택 앞에 망설임은 없었다. 외골수들이 득실대는 환경이 싫어 병원을 떠났을 뿐 의술을 베푸는 일이 좋은 건 여전했으니까. 그리고 전역할 날이 목전으로 다가온 것이 못내 섭섭한 걸 보면 군 생활이 체질인 듯도.

리야드 중앙 본부 군의관으로 2년, 그곳에서 두 시간 범위 안에 드는 외곽 부대로 파견돼 의무부 총지휘를 맡은 지도 1년. 벌써 3년이란 시간을 훌쩍 넘기고 이제 내일이면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른다.

바람이 불었다.

피부에 달라붙어 서걱거리는 모래바람에도 아랑곳없는 남자의 얼굴은 전과 다름없이 기막히게 정교했다. 언덕 아래로 옮기는 느린 걸음마저 여전했으나 긴 다리 때문인지 속도가 매우 빨랐다.

철조망 담벼락을 지나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건물 안으로 들어설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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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대위님!”

뒤쪽에서 헐레벌떡 뛰어온 병사가 상관을 다급히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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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음을 멈춘 그가 돌아섰다.

서준이 말없이 짙은 눈썹을 치켜올리자 병사는 빠짐없이 보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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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아르로 출동했던 특전사 팀이 30분 전, 23시에 돌아왔습니다.”

셀아르는 이슬람 무장단체 타마욘이 칩거한 그들만의 숨은 아지트로서 사우디아라비아 북동쪽 페르시아만에 인접한 사막 도시였다.

사우디 정부와 타마욘 무장단체의 2자 협상은 내일부터 사흘간 진행된다. 제3국의 간섭을 일절 허용치 않겠다는 그들의 독단적인 결정엔 민간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안전은 쏙 빠져 있었다.

따라서 그들의 협상이 평화적으로 타결되더라도 효용 가치가 없는 인질들은 별개의 문제로 치부될 터. 최악의 경우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될 수도 있었다.

그 극한 상황 앞에 선택의 여지는 물론 작전시간마저 촉박한 미국군과 한국군은 어떠한 장애물도 불허했다.

하여, 금일 18시 그곳으로 잠입해 비밀작전을 감행한 한미연합 특전사는 타마욘이 억류시킨 인질을 구출해 맡은 바 임무를 끝마치고 이제 막 각국의 부대로 복귀한 터였다.

그 반가운 보고와 함께 서준이 접한 건 구출된 어느 젊은 민간인의 치료 거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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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목숨을 걸고 살려왔는데, 정작 그 새끼는 죽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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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받지 않겠다는 의사 이외엔 전혀 말을 안 하는 것이 그리 작심한듯합니다만, 심장 옆으로 관통한 총상을 오래 방치한 탓인지 상태가 심각합니다. 대위님께서 한번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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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새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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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한승율. 재력가 집안의 자제로 뉴욕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사업차 중동지역에 발을 디딤과 동시에 납치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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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명령과 복종이 제 살처럼 익숙해진 태서준은 군복 옷차림에 베레모를 쓴 모습마저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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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지.”

따라오라는 듯 병사를 스친 날카로운 눈빛 역시 군인의 각이 살아 숨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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