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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법 (7)화 (7/107)

미식가 오 포쾌 (2)

선배 포쾌의 뛰어난 능력에 연우혁이 감탄하는 사이, 전장 점포의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비단 장포를 걸친 남자가 씩씩대며 걸어 나왔다.

“여봐라! 이리 들어와서 빗장을... 잠깐. 포쾌들 아닌가!”

“아, 아닙니다.”

선배 포쾌의 뛰어난 위장에 연우혁이 다시 한 번 감탄하기도 전에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일 좀 도와주게. 어서!”

“어... 음... 어...”

오 포쾌는 그 덩치에 걸맞지 않게 쩔쩔맸다. 연우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건 이해했지만 지금 이 반응은 조금 과했다.

저 쪽 전장에서 무슨 은자라도 빌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왜 그러십니까? 물론 엮여서 좋을 게 없지만, 이렇게 불린 이상 갈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연우혁의 말에 오 포쾌는 원망스러운 눈동자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을 쳐다보았다.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보아하니 어느 종놈이 돈을 훔쳐간 거 같은데, 우리가 그걸 찾아내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느냐?”

“어떻게 됩니까?”

“번루에 점포를 차릴 정도의 전장이라면 판관 나으리한테 고자질할 거다. 그럼...”

포쾌는 손바닥을 세게 내려치는 시늉을 했다. 호되게 곤장을 맞는 포쾌의 모습이었다.

“그럼 찾아내면 되지 않습니까?”

‘미친 놈 아니야 이거?’

오 포쾌는 연우혁을 정신 나간 사람 보듯이 쳐다보았다.

아무리 포쾌라도 범인을 잡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지금처럼 커다란 점포에서 일하던 하인들 중 돈을 훔친 범인을 찾는 건 더더욱 그랬다.

오 포쾌는 이런 번루에서 일하는 자들이 얼마나 영악하고 닳아빠진 놈들인지 잘 알았다. 여기서 일하는 하인들은 포쾌 하나 정도는 그냥 녹여먹을 놈들이었다.

그런 놈들이 쉽게 꼬리를 잡힐 만큼 멍청하게 돈을 훔쳤겠는가. 절대 아니었다. 그랬다면 이미 전장에서 알아서 돈을 찾았을 것이다.

“알겠냐? 포쾌로서 중요한 능력은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잘 고르는 거다. 누가 봐도 범인이 뻔한 치정 사건이나, 혹은 시골뜨기 도둑이나 소매치기 같은 거 말이다. 나 참. 숙부만 아니었다면 이런 비전은 절대 알려주지 않는 건데 말이야.”

“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불려진 이상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연우혁의 말에 오 포쾌의 어깨에 순간 힘이 빠졌다.

맞는 말이었다.

지금 전장에서 나온 남자를 무시하고 도망쳤다가는 분명 둘의 인상착의를 포두한테 말할 것이고, 좋은 꼴은 보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

오 포쾌는 앞서 걸어가는 신입 포쾌의 뒷모습을 당황해서 쳐다보았다.

‘내가 잘못 들었나??’

*   *   *

다행히 방가전장의 점포에서 나온 공 총관은 오 포쾌의 능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총관은 오 포쾌에게 창고에서 은화를 훔친 범인을 찾아달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는 하지도 않았다.

“여기 있는 하인 놈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지켜주게!”

점포 뒤쪽에 연결된 커다란 뒤뜰에는 창고로 사용되는 건물들이 여럿 있었고, 가운데 공터에는 하인들이 주눅 든 얼굴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아! 그냥 도망치지 못하도록 지키고만 있으면 됩니까?”

“그래! 계속 세워놓으면 언젠간 말하겠지.”

“맡겨만 주십시오! 하하!”

오 포쾌는 얼굴에 화색이 돌아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그 옆에 서있던 연우혁은 의아해했다.

‘포쾌 일이 이런 게 아니지 않나?’

포쾌는 순찰을 돌고 범인을 잡는 게 일이었지 남의 전장 일을 대신하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연우혁은 신입 포쾌로서 선배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일 때라고 생각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포쾌들이 감시하고 있으면 불평을 덜 하겠지. 건방지게 구는 놈이 있으면 한 대 갈겨주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까부는 놈이 있다면 제 몽둥이 맛을 보게 될 겁니다!”

“조금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어?”

“?”

오 포쾌도, 공 총관도 당황했다. 설마 포쾌가 하인들을 지키는 대신 질문은 던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물어보게. 뭐가 궁금한가?”

포쾌를 공짜로 부려먹는 만큼, 공 총관은 화를 내는 대신 조금이나마 설명을 해주려고 했다.

아무래도 그냥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무슨 일 때문에 이러시는 겁니까?”

“보면 모르나! 여기서 일하는 놈들 중에 도둑놈이 있네. 괘씸한 놈들. 내가 그렇게 잘 대해줬는데!”

공 총관은 아직도 분통이 터지는지 수염을 떨며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뒤뜰에 있는 창고들을 보면,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창고가 따로 있었다.

이 창고는 보자마자 다른 창고들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주변에는 몸을 숨길 나무 한 그루 없었고 담벼락 주변에는 해자까지 파여 있었다.

누가 봐도 귀중한 물건, 그러니까 전장의 은자를 보관하는 창고라는 걸 짐작 가능했다.

매달 아흐렛날 총관은 창고의 은자를 확인하고 장부에 기록해서 별 문제가 없다고 위에 보고를 해야 했는데 이번 달은 조금 달랐다.

기록보다 은자가 훨씬 적었던 것이다.

충격 받은 총관은 점포에서 일하는 하인들을 모두 불러서 무릎을 꿇린 다음 훔쳐간 놈이 나올 때까지 닦달을 하고 있었다.

묵곤을 들고 탁탁 바닥을 두드리던 오 포쾌는 총관의 분노에 공감하며 소리쳤다.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습니까! 요 도둑놈들 같으니. 당장 튀어나오지 못하겠냐! 죄인을 숨기는 것도 똑같이 국법에 의해 죄인으로 처벌받는다!”

“저, 저희는 정말 모릅니다!”

“그래, 그래! 죄를 지은 놈들은 모두 그런 소리를 하지. 빨리 토해내라. 아니면 수상쩍은 짓을 한 동료 놈이 있으면 그 놈이라도!”

오 포쾌가 하인들을 윽박지르는 동안 연우혁은 총관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창고에 접근한 적 있는 다른 사람은 없었습니까?”

“글쎄, 나 말고는 없다니까. 원래는 하인 놈들도 접근할 수 없네. 내가 없는 사이 개금(開金, 열쇠)의 모양을 본따서 몰래 열었겠지.”

“정말 다른 사람은 없었습니까?”

“...?”

총관은 멈칫했다.

상대 포쾌가 마치 확신이라도 하는 것마냥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총관이 놓치고 있는 게 있다고!

원래라면 이 건방진 포쾌한테 으름장을 놓아야 했겠지만, 총관은 그러지 못했다.

어쩌면 포쾌와 눈이 마주쳐서일지도 몰랐다. 이상하게 자신의 마음속이 낱낱이 캐내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음... 전장에서 일하는 보표 몇 명도 창고에 접근한 적이 있었지. 밖으로 보내야 할 은원보가 있어서.”

보관하는 귀물들이 많은 전장은 당연히 그 귀물들을 지킬 호위들도 있어야 했다. 전장의 점포에서 은자를 옮길 때 보표가 직접 옮기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보표는 의심하지 않는다니?

오 포쾌는 당황해서 물었다.

“그 보표들은 확인한 거 맞습니까?”

“보표들은 훔쳐갈 수가 없다니까!”

총관은 짜증스럽게 외치며 설명했다.

원래 창고에서 은자를 갖고 나오는 보표들은 가장 우선적으로 의심해야 할 사람들이었다. 총관도 그 정도는 알았다.

하지만 총관이 그러지 않는 이유도 확실했다. 보표들이 은자를 몰래 훔쳐가는 건 불가능했던 것이다.

“보표들은 창고에 들어갔다 나오면 모든 옷을 벗고 검사를 받네. 입 안, 귀 안, 심지어 엉덩이 안까지 확인하지. 그런데 어떻게 은자를 숨겨 갖고 나온단 말인가. 어쩌다 한 번 창고에 들린 보표보다, 한 달 내내 여기서 일한 하인들이 창고에 몰래 접근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지 않겠나!”

오 포쾌는 설명을 듣자 이해가 갔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저 정도로 확인을 하면 보표를 의심하지 않는 것도 납득이 갔다.

아무래도 은자를 한 번 옮긴 보표들보다는 여기서 계속 일한 하인들이 몰래 창고에 접근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총관 어르신의 말씀이 맞...”

“아닙니다. 은자를 훔쳐간 건 보표 중 하나일 겁니다.”

“?!”

“???!”

총관도 오 포쾌도 당황해서 말문이 턱 막혔다.

“뭐라고?”

“몇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저 창고에 혹시 진법도 걸려 있습니까?”

“...맞네.”

“진법이 걸린 곳에는 몇몇 특이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들었는데, 창고 안이 춥습니까?”

“맞, 맞네. 그걸 어떻게?”

총관은 당황했다.

은자를 보관한 창고에 기문진법을 설치해놓는 건 흔한 일이라 예측할 수 있다지만, 창고 안이 이상할 정도로 춥다는 건 그냥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진식을 설치해 준 제갈세가의 무인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에 사과하지 않았던가.

“옷을 벗고 들어가면 더 검사가 쉬울 텐데, 옷을 입고 들어가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금만 더 물어보겠습니다. 혹시 보표 중에 물이 담긴 수통을 갖고 들어간 사람이 있습니까?”

“수통을...?”

총관은 연우혁의 말에 홀린 듯 집중했다. 그러고 보니 보표 중에 목이 마르다고 허리춤에 조롱박으로 만든 수통을 갖고 들어간 놈이 있었다.

“있, 있었다!”

“그 자가 범인...”

“알겠다!”

오 포쾌가 고함을 질렀다.

“이런 교활한 보표 놈 같으니! 은자를 물과 함께 꿀꺽 삼켜 뱃속에 숨겨갖고 나온 거구나!”

“...축골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주먹만한 크기의 은자를 삼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냐???”

오 포쾌는 자신의 생각이 빗나가자 당황했다. 이것 말고는 답이 없었던 것이다.

총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다.

“왜 수통을 갖고 들어간 보표가 범인이라는 거지? 혹시 은자를 그 안에 담아놨단 건가?”

“맞습니다.”

“당연히 수통 안도 확인을 하네. 거꾸로 들게 하고 몇 번은 흔들게 하지. 은자가 들었다면 바로 나왔을 텐데.”

“총관 어르신. 물은 얼면 거꾸로 흔들어도 나오지 않습니다.”

“...!!!!!”

총관은 뒤통수를 세게 얻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연우혁은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것마냥 담담하게 말했다.

“추운 곳에 물을 두면 생각보다 금세 업니다. 아마 보표는 안에 들어가자마자 병 안에 은자를 최대한 넣고 얼렸을 겁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물은 단단히 얼었을 테니...”

“그, 그러고 보니 가장 뒤에 나왔던 거 같아. 그 놈!”

“여기서 일하는 하인들이 총관 어르신이 갖고 계신 열쇠에 손을 대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설령 손을 댔다 하더라도 다른 하인들의 눈을 속이고 저 창고까지 접근해서, 은자를 빼낸 다음, 그걸 숨기고서 밖으로 나가는 일은 어렵지 않겠습니까. 아마 그 보표가 훨씬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자... 자네는 대체 누군가???”

“이번에 새로 요패를 받은 포쾌입니다.”

연우혁은 정중하게 포권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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