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바이킹-21화 (21/116)

부서진 심장을 어떻게 고칠까 (3)

5. 부서진 심장을 어떻게 고칠까 How Can You Mend A Broken Heart (3)

기사단이 파견한 사절들이 신성로마제국에서 가장 유력한 룩셈부르크 가家의 왕과 제후들, 두 교황들 사이를 누비는 사이, 어쨌든 폴란드-리투아니아군을 철군시켜야만 했던 기사단국은 마리엔부르크에서 평화협정을 맺고야 말았다.

서방에서 견제가 들어올 것을 예상한 요가일라는, 압박이 들어온 뒤 하나씩 양보할 심산으로 초장부터 미리 가혹한 조건을 내밀었다¹.

북방에 더 이상 이교도가 남지 않았으므로 기사단국은 존립할 이유가 없고, 따라서 사모기티아와 메멜은 리투아니아에, 요가일라에게 새로이 충성을 맹세한 자유도시 단치히와 엘빙 등은 폴란드에 할양. 그리고 기사단장은 앞으로 폴란드 국왕의 봉신이 되며, 기사단장 선출 또한 폴란드 국왕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 등등.

그 외에도, 그저 순수하게 저들이 흠모하는 국왕 에릭 폐하의 실추된 명예를 위하여, 수상하리만치 활활 불타는 정의감에 참전한 푸른사자 용병단을 치하한다는 명목으로 마리엔부르크에 들른 에릭은, 은근슬쩍 고틀란드 할양 및 배상금 지급 조건을 조약에 끼워넣었다.

그리고 그러한 조약 내용이 교황(들)과 (역시 공식적으로는 공석인)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공인을 받기 위해 서쪽으로 가는 동안, 포로들의 몸값 협상도 이루어졌다. 들려오는 말로는 잉글랜드 국왕의 네 해치 연수입에 해당하는 몸값을 사 년에 걸쳐 지불하기로 했다던가.

그 이후로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수많은 풍파 한가운데에 그린란드의 시그리드, 혹은 시그리드 리프트라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여인이 있음을 쾨커리츠의 디폴트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풍파가 지금 유럽 대륙에 들이닥치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자유의 몸이 된 쾨커리츠의 디폴트는, 곧장 초상집 분위기인 본부로 찾아가 저의 의무에서 벗어나고자 함을 밝히고는 기사단국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몰매를 놓을 기력도 없던 기사들은 그저 그의 등을 바라보며 침을 뱉을 뿐이었다.

용병단 보급관 헤니히 – 단치히에서 총과 화약을 받아올 심산이라고 했다 - 와 함께 마차를 타고 단치히로 간 디폴트는, 그곳에서 코펜하겐으로 가는 배를 탔다. 그리고 코펜하겐에서는 시그리드의 이름이 적힌 소개장을 내밀고서 아이슬란드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디폴트는 아이슬란드 총독 겸 그린란드 회사 레이캬비크 지부장 비그푸스의 환대를 받았다. 비요른의 딸 시그리드의 소개장을 든 기사가 찾아왔다는 소식에 직접 그를 맞이하러 나왔던 것이다.

“보시다시피, 온 섬이 이제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위해 한마음으로 뭉치고 있습니다. 하하! 잘 찾아오셨습니다.”

정말 그런지는 모를 일이었다. 디폴트가 이 풍채 좋은 사람으로부터 듣고 짐작할 수 있던 것은, 로스킬데 궁정이 그린란드인들의 제안을 덜컥 받아들이는 바람에, 한때의 친영파들은 모두 친親 그린란드 회사 진영에 속하게 되고, 한때의 친노르웨이파들은 그들의 주군에게 배신 아닌 배신을 당하여 자중지란에 빠졌을 뿐이라는 것뿐이었다.

그들 유력자들이 믿던 또 다른 구석, 베르겐을 통해 이어지는 한자 동맹과의 연줄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도 했다. 기사단국이 붕괴 직전까지 몰리고 발트해 무역 전체가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든 지금, 한자 동맹으로서는 고작 아이슬란드 따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던 것이다.

그러나 신나서 그런 얘기를 늘어놓는 비그푸스와 달리, 디폴트는 철석같이 믿었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그 혼란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아이슬란드에서 그린란드행 배편을 기다리는 동안 본 것은 혼란이 아닌 활력뿐이었다.

들판에서 양을 키우는 사람들. 그 곁에서 갓 잡은 생선을 건조시키는 사람들. 다 건조된 생선을 차곡차곡 통에 담아 부두로 가져가는 사람들. 부두에 도착한 잉글랜드 상선에서 아이슬란드에서는 나지 않는 물자를 하역하고 그 자리에 대구로 가득한 통을 채우는 사람들.

사흘 뒤, 지금까지 디폴트가 본 것 중 가장 거대한 범선이 레이캬비크 항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푸즈코아와 비스카야의 가장 뛰어난 조선공들이 합심해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로 만든 배입니다! 그린란드와 그 너머 난바다를 헤쳐나가기엔 이만한 배가 없지요.

우리는 이런 배를 노블Noble이라 따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 녀석은 작년 말에 막 바다로 나온 신참, 두 번째로 바다에 나온 노블이지요!³”

바스크 억양 역력한 항해사는 자부심에 가득 차서, 묻지도 않은 말을 줄줄 늘어놓았다.

“노블이라 하셨소?”

왜 바스크 배에 잉글랜드 금화 이름이 붙었는가 싶었더니, 다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항해사가 열심히 떠드는 것을 듣고서 선장이 끼어들었다.

“예, 우리 사장 되시는 가르다르 주교 예하께서 직접 코펜하겐에서 투자받아 오신 노블 금화를 밑천 삼아 만들었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이 지어졌답니다. 그냥 남들 부르는 대로 카라벨라Caravela²라고 부르기에는, 그간 우리네 조선공들이 공들여 개량하고 덩치도 키워놓은 게 영 아깝지 뭡니까.”

바스크 뱃사람들은 돌아가면서, 이 그린란드 회사에 얼마나 저들의 지분이 큰지, 비스카야 만부터 그린란드의 북녘사냥터까지 드넓은 바다를 저들 바스크 사람들이 얼마나 용감하게 누비고 다니는지, 그리고 곧 그들이 빈란드라는 미지의 땅으로 나아가게 되면 또 얼마나 많은 재보를 얻게 될지를 한참 자랑했다.

그랬다. 모든 것이 바뀌어가고 있었다. 마치 저 하나만 내버려두고 변해가는 것만 같은 세상의 모습에, 디폴트로서는 또 한 번 회한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간만에 멀리서 찾아온 번듯한 기사 나리가 홀로 생각에 잠겨 그들의 자랑질에 추임새 넣어주기를 그치자, 뱃사람들도 하나둘씩 저의 자리로 돌아가 출항 준비에 다시 열중했다.

곧 닻이 올라가고, 돛이 펴졌다. 바스크 말로 떠드는 소리가 이물부터 고물까지를 가득 메우고, 점점 레이캬비크는 멀어져 갔다.

뱃전에 기대어 흐리기만 한 바다와 하늘의 애매한 경계를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보아도, 하늘은 스스로 하늘이라 밝히지 않고 바다는 스스로 바다임을 알리지 않았다.

왕은 왕답게, 제후는 제후답게, 기사는 기사답게, 성직자는 성직자답게, 농노는 농노답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질서, 유일한 질서요 삶의 진리라 여겨왔던 디폴트였다.

그러므로 그 질서를 동방 땅에 옮겨놓으려는 성스러운 임무를 부여받은 기사단은, 시련은 겪을지언정 패배할 수는 없었다.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그룬발트에서 기사단은 일패도지했다. 그리고 기사단의 정점에 서 있는 단장 융잉엔의 울리히는 국왕 요가일라도, 폴란드의 기사도 아닌 여관 주인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정해져 있는 진리가 모두 흔들리고,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던 모든 틀이 무너진다면, 기사 디폴트, 아니, 인간 디폴트는 무엇으로써 저의 신조를 삼아야 하는가?

그러므로 저도 모르게 디폴트는 시그리드라는 소녀의 뒤를 밟았다. 그가 약조한 새로운 세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고서는 그 손을 덜컥 잡았다.

그로부터 다시 일 년 가까이 지난 지금, 여전히 디폴트는 그 새로운 세상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이미 그가 지나온 다리들이 모두 불탔기에 막연히 앞으로 나아갈 뿐. 그의 발걸음 닿는 곳의 누군가는 답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기사의 편력은, 음유시인들이 노래하던 것과는 달리 전혀 즐겁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아이슬란드를 떠난 지 닷새째 되는 날, 디폴트의 눈에 멀리 불빛이 보였다.

“헤르욜프스네스의 등대입니다. 빈 교회 첨탑을 이용해서 세웠다더군요.”

어차피 성직자도 없는 교회였기에, 가르다르 주교의 직권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다던가. 물개기름 등불이 제법 훤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지금은 저 북쪽까지도 유빙만 조심하면 언제든 오갈 수 있는 때라, 헤르욜프스네스가 아니라 흐발세이 쪽으로 배를 댈 생각입니다. 그쪽 항구는 아직 공사중이라 조금 번잡하긴 하지만, 기사님께도 그쪽이 더 편하실 겝니다. 주교님께서는 보통 가르다르에 계시니까요.”

항해사의 말은 모두 들어맞았다. 몇 시간 뒤, 디폴트가 탄 배는 멀찌감치 교회와 조그만 마을 – 저곳이 흐발세이일 것이다 -이 보이는 곳에 당도했다. 조그만 항구 하나가 막 지어지고 있는 참이어서, 주변이 영 어수선했다³.

“내년 여름으로 예정된 빈란드 탐사가 성공을 거두게 되면, 그때부터는 훨씬 가까운 곳에서 거의 비용 없이 목재를 들여올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러면 공사도 금방 끝나겠지요.”

여전히 생각에 깊게 잠긴 디폴트의 굳은 얼굴을, 동녘정착지의 누추함에 대한 반응으로 잘못 해석한 바스크 뱃사람이 동녘정착지 사람들을 대신해 변명했다.

작은 배로 옮겨탄 디폴트는 곧 꽁꽁 얼어붙은 땅을 밟았다. 그러고는, 그가 이곳에 온 목적, 파울 주교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추위를 피해 땅속에 반쯤 묻히다시피 한 누추한 집들이 그를 맞이했다. 개중 몇몇은 빈집인지, 제때 관리를 받지 못해 아예 토굴 가까운 무언가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가끔 이방인을 구경하러 고개 내미는 이들은, 혹한을 뚫고 살며 여기저기 상하고 주름졌을지언정 결코 삶에 찌들어 있지는 않았다.

뤼베크의 헤니히가, 기사단이 그토록 무자비하게 짓밟았다고 제게 몇 번이나 상기시켜준 고틀란드의 자유로운 농민들의 모습이 이러했을까.

아니었다. 디폴트의 직감은, 저들의 저 밝은 모습이 결코 오래 묵은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스름한 해는 도통 저물지 않고 수평선 위에 둥실 떠 있었다. 그 박명 같은 볕을 등지고서 디폴트는 가르다르 성당에 닿았다.

오래도록 방치되어 있다가 불과 한두 해 전에 겨우 이곳저곳 고친 듯한 성당. 문지기에게 말을 전하자 곧 파울 주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교라 하기에는 너무나 젊은, 디폴트 자신과 몇 년 차이 나지 않을 법한 얼굴.

“아, 반갑습니다. 단치히에서 이곳까지 먼길을 오셨다지요? 이곳 그린란드 사람들을 보살피는 주님의 겸손한 종이자 그린란드 회사 사장으로서 환영합니다.”

인사를 주고받은 뒤, 디폴트는 저의 짐에서 시그리드의 소개장과 파울 주교 앞으로 된 편지를 꺼냈다.

“제가 이곳에 온 까닭은, 이곳 그린란드에 기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시그리드 단장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사정은 아마 그 편지에 적혀 있을 것 같군요.”

잠시 양해를 구하곤 곧장 편지의 봉인을 뜯어 읽어 내려가는 파울 주교였다.

불과 두 해 사이에 동녘정착지의 운명은 크게 바뀌었다. 수녀원의 노파들조차 알 수 있을 만큼.

동녘정착지 사람들은 이방인들과 말 그대로든 비유적으로든 한배를 타게 되었다.

바스크 사람들과 잉글랜드 사람들은, 그 옛날 혹한이 닥치기 전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오가던 것보다도 더 자주 헤르욜프스네스와 흐발세이를 오가고 있었다. 지난 여름에는 그린란드 길잡이 여럿을 대동한 바스크 포경선이 북녘사냥터에서 처음으로 고래를 잡아오기도 했다. 그들이 지금껏 어구漁具를 제대로 마련할 길이 없어 잡지 못하던 생선이 이제는 매일같이 동녘정착지 사람들의 식탁 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방인들이 자주 드나들게 된다면, 결국 언젠가는 충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노릇. 브라타흘리드 주인인 스베인이 없는 지금, 만에 하나 토박이와 길손들 사이에 싸움이라도 붙는다면 여러모로 곤란했다. 스베인은 도끼만 차고 나타나도 주변의 다툼을 싹 정리하는 – 자신이 일으킨 다툼이 아닐 경우에만 –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참에 이 디폴트라는 (전직) 기사가 나타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시그리드 역시 편지에서, 기사 디폴트에게 그러한 임무를 주는 것이 좋겠다고 적고 있었다. 마냥 세상을 밝게만 바라보는 것 같으면서도, 그런 현실적인 고려는 빼놓지 않는 것이 참 시그리드스러웠다.

‘항상 건강하세요. 비요른의 딸 시그리드 리프트라사 올림.

추신: 콜그림 아저씨가 제게 리프트라사라는 별명을 지어줬는데, 듣기에 꽤 좋아서 이렇게 한 번 써 봤어요. 주교님 보시기엔 어떤가요?’

편지 끄트머리까지 ‘시그리드가 썼음’이라고 적혀 있는 듯한 편지를 접으며, 파울 주교는 저의 회사에 새로 취직한 셈이 된 기사에게 손을 건네었다.

“경께서 원하신다면, 경을 이곳 동녘정착지와 장차 다시 개척할 서녘정착지의 보안관으로 임명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디폴트가 답하기도 전, 그들이 앉아 있는 좁은 응접실 문이 발칵 열리고, 이곳 동녘정착지 사람인 듯한 사내 하나가 뛰쳐들어왔다.

“주교 어르신! 큰일입니다! 도깨비들이 떼로 몰려오고 있답니다!

북쪽에서 고기를 잡고 돌아오던 절름발이 토르할이, 브라타흘리드 북쪽, 설원이 끝나는 쪽에 도깨비들의 개썰매가 떼로 움직이고 있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 적어도 마흔은 될 것 같답니다!”

“도깨비라고요?”

“도깨비는 이 땅을 우리와 함께 쓰고 있는 이교도 족속 이름입니다.”

디폴트에게 그 낯선 낱말을 설명해주며, 파울 주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잘 되었군요. 그러잖아도 언제고 만나보려 했는데. 함께 가시겠습니까? 갑옷을 챙겨 오셨다면 입고 나오시지요. 보안관 직을 맡으려 하신다면, 장담컨대 유익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황망함이 얼굴에 묻어나오는 사내와 달리, 평온함을 잃지 않는 파울 주교였다. 디폴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브라타흘리드라는 곳에도 소문이 전해졌는지, 파울과 디폴트가 그곳에 닿을 무렵에는 어지간한 사람들은 모두 집안에 들어가 있든, 뭔가 무기로 쓰일 만한 연장을 들고서 모여 있든 하였다.

“모두 집으로 들어가십시오! 제가 부르기 전까지는 나오실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파울 주교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모여 있는 장정들을 흩어보냈다. 개중 몇몇만 따로 불러 ‘혹시 일이 그릇될 경우’에 대비하여 모처에 숨어 있으라 할 뿐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서 브라타흘리드를 등지고 비탈길 초입에 서서 기다린 지 얼마나 되었을까. 곧 언덕 너머로, 정말 마흔 남짓한 인영이 우르르 나타났다.

간혹 리투아니아인들 곁에서 싸우곤 하던 타타르인들을 닮은 자들이었다. 하나같이 가죽 겉옷을 걸치고, 무언가의 뼈나 상아를 깎아 만든 듯한 작살 등등 무기로 씀직한 물건들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파울과 디폴트가 길을 막고 있는 것을 본 ‘타타르인’ 혹은 ‘도깨비’들 사이에서 사람 하나가 걸어나왔다.

“칼라알릿Kalaalit사람이다 우리. 너희말알고있다 우리. 곶Nuuk에남은너희사람몇몇, 너희말가르쳐줬다 우리할아버지들에게.⁴”

분명 파울에게 익숙해야 할 북방의 말이었지만, 발음부터 문법까지 모두 낯설어 단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몇 번이고 곱씹던 파울 주교는 마침내 그 말의 뜻을 얼추 풀이할 수 있었다.

“곶이라면 서녘정착지를 말하는 것입니까?”

천천히 한 단어씩 끊어가며 파울이 답했다.

“그렇다.”

“헌데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많은 무리를 이루어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서녘정착지부터 거기서부터 여기까지 개썰매를 타고 왔다면 제법 먼길이었을 텐데.”

그들 앞에 선 칼라알릿 사내는, 분노를 겨우 참는 듯한 표정이었다.

“너희사람왔다 우리바다에. 너희사람바다코끼리잡았다 우리바다에서. 우리사람고래잡았다 너희사람곁에서. 싸우지않았다 서로.”

북녘사냥터를 오가며 바다코끼리를 잡는 이들은, 도깨비들이 카약Qajaq이라 부른다는 그 조그만 가죽배들과 항상 마주치곤 했다. 그들이 언뜻 조악해 보이는 그 배로도 거칠고 차가운 빙해를 마음껏 누비고 다니며 생선부터 작은 고래까지 온갖 사냥감을 다 잡는다는 사실을 파울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왜 이들이 이토록 분개한 채로 몰려왔는지도 얼추 짐작하고 있었다.

“이제너희사람고래잡는다. 큰배로고래잡는다 우리바다에서. 우리사람잡을고래없다. 우리사람많이화났다.”

작년 여름, 처음으로 북녘사냥터에 나타난 노블 이야기였다. 기푸즈코아 사람 미콜라스가 직접 타륜을 잡았더랬다.

“알고있다. 싸움잘한다 너희사람. 너희사람보다싸움못하지만 지켜야할것지킨다. 우리사람지킨다!”

저들 또한, 외딴 농장 한둘을 공격하는 것과 브라타흘리드를 직접 공격하는 것은 아예 다른 일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그들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만 바다 위에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그 ‘큰배’를 막아볼 가망이 있다 여겼기에, 나름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서 이렇게 큰 무리를 이루어 나타난 것일 터.

“디폴트 경, 앞으로 나서십시오.”

“저들과 싸우란 말씀이십니까?”

“예. 단, 칼을 자루에서 뽑지는 말고 자루째로 휘두르십시오. 누구도 죽여선 안 됩니다.”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상급자의 지시를 따르는 기사단원의 본능으로 인해 그 명을 받들고야 마는 디폴트였다.

디폴트가 한 발을 내딛자, 그것을 적대적인 움직임으로 받아들였는지, 칼라알릿 사냥꾼들이 괴성을 지르며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아아!”

그러나 고작해야 바다코끼리 상아로 만든 작살이 강철 흉갑을 뚫을 수 있을 리 없었다. 하물며 검술과 격투술이 기본 소양인 기사단원 상대로는 어떻겠는가.

디폴트가 때로는 맨몸으로, 때로는 자루째 휘두르는 칼로 상대하는 데도, 애시당초 이런 직업적인 싸움꾼을 상대해본 적이 없던 칼라알릿 사람들은 곧 하나둘씩 나가떨어지고, 칼자루에 재수없게 콧등이나 입술을 맞은 몇몇은 피를 흘렸다.

그리고 그때, 총소리가 울렸다. 디폴트조차 그룬발트의 악몽이 떠올라 움찔했을 정도였으니, 칼라알릿 사람들이야 어땠겠는가.

디폴트는 한 발 늦게, 파울 주교가 감쪽같이 어디선가 총을 꺼내 허공에 쏘았음을 깨달았다. (로스킬데 궁정에서 머스킷 사격 시험을 하던 솜씨였다.) 반면 ‘도깨비’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하늘과 땅, 그리고 디에폴트와 파울 쪽을 번갈아 바라보거나,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숙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디폴트 경, 칼을 뽑으십시오.”

“예, 주교 예하.”

칼날이 그제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상아 작살이나 조막만한 운철 검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그 서늘함에, 그럴 만한 정신이 남아 있던 칼라알릿 사람들은 저들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 칼을 땅에 박으십시오.”

“예?”

“제 말대로 하십시오. 어차피 그대에게는 갑옷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저의 총을 보란 듯 들어보이곤, 옆에 살짝 내려놓는 파울 주교였다.

“들으십시오. 우리는 이처럼 당신들을 언제든 해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들을 해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당신들을 능히 해칠 수 있고 당신들은 그러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당신들보다 나은 사람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가 어떤 문명의 혜택을 운 좋게 먼저 누렸기 때문입니다.

마치 당신들이 카약이라 부르는 그 배가 같은 크기의 우리네 배보다 더 날렵하고 뛰어난 것처럼, 그리고 당신들이 뼈바늘로 만드는 갖옷이 우리들의 겉옷보다 따뜻한 것처럼 말입니다.”

이교도를 대하는 주교의 태도라기에는 참으로 기묘한 말이 아닐 수 없었다.

당장 개종하고 주님의 뜻을 받아들여라. 그러지 않으면 우리로서는 부득이하게 너희를 교화시켜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 세계의 질서요 규칙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말은 나오지 않았다⁵.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 도울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사람이, 이 주변의 유빙 가득한 바다를 헤치고 다닐 수 있는 뱃사람과 능숙한 사냥꾼들 하나하나가 아쉽습니다. 당신들에게는 이 척박한 겨울 속에서 일가를 먹여 살릴 식량과 따뜻한 보금자리가 필요합니다.

함께하십시다. 그러하면 우리는 우리대로, 당신들은 당신대로, 평화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평화’나 ‘자유’ 같은 관념이 제대로 번역되었을지는 오로지 주님께서만 아실 일이었으나, 적어도 식량과 보금자리 이야기는 상대편에게도 잘 전달된 듯했다.

“바닷바람이 매섭습니다. 먼길 오시느라 고생들 하셨을 텐데, 농장 안에 들어가서 마저 말씀하시지요.”

스베인네 농장을 마치 제집처럼 이야기하는 파울 주교였다. 허나 원래 생사고락 함께 한 사이에는 네 것 내 것이 따로 없지 않던가.

그리고 절반쯤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던진 제의에, 놀랍게도 선뜻 따라나서는 칼라알릿 사람들이었다.

협상이라기보다는 서로 수수께끼 놀음을 하는 데 가까웠던 기묘한 대화는 거의 두 시간을 끌었다.

“지식이 부족할 뿐, 저들에게도 지성은 있습니다. 계약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설마 모르겠습니까.”

마침내 ‘이야기해보겠다 우리어르신들과. 다시금돌아오겠다 그다음에.’ 소리와 함께 떠나가는 객들의 뒷모습을 한참 보던 파울 주교가 디폴트에게 말을 걸었다.

노력 끝에 완전히 서로 이해했다고 확신할 수 있게 된 파울의 제의는 이러하였다.

동녘정착지의 인구는 이천이 채 되지 않는다. 더구나 개중 숙련된 뱃사람의 수는 더욱 적다.

그렇다면 칼라알릿 사람들 중 고래를 못 잡아 굶주리게 되는 이들은 모두 이곳 동녘정착지로 와서, 함께 뱃일을 하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이 많아 보이시는군요. 역시나 주교라는 자가 이런 제안을 선뜻 이교도들에게 해도 되는 것인가 갸우뚱한 것이시겠지요.”

시그리드의 편지에는, 이 디폴트라는 자가 어찌하여 그린란드까지 오게 되었는지도 소상히 적혀 있었다. 그가 무엇으로 인해 고뇌하고 있을지, 나름대로 그럴듯한 추측까지 덧붙여 두었다.

그러므로 파울 주교는 저의 마음속 이야기 한 타래를 풀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함께 걸으시지요. 어차피 가르다르까지 돌아가야 하지 않습니까. 여름철 해가 길다고는 하지만 결국 지기는 합니다. 그 전엔 들어가야지요.”

두 사람은 그렇게 농장 바깥으로 나왔다. 그사이 이방인들의 습격일 뻔했다가 방문으로 끝난 사건이 모두 종료되었음을 다들 알게 되었는지, 마을 사람들도 다시금 집 밖에 나와 그들의 하루 일상을 마무리짓고 있었다.

한참 침묵 속에서 걷던 중, 듣는 귀 적은 곳에 이르자 주교가 말했다.

“저는 죄인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습니까?”

“하, 그렇지요. 하지만 저는 조금 더 죄가 많습니다. 독선과 오만에 빠져, 함부로 남의 뜻을 꺾고 저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위증을 교사했지요. 그렇게 애먼 사람 하나를 죽일 뻔했고요.”

유럽 대륙의 성직자들 중에는 그보다 더한 이들도 훨씬 많았으나, 디폴트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딴에는, 이곳 그린란드의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리게끔 하려고 머리 굴린 끝에 범하게 된 죄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시그리드 리프트라사를 따라 바깥 세상에 나가 보니 그런 죄를 모두가 짓고 있더군요.”

어째서인가. 이곳의 기후는 온난하고 토양은 비옥하건만. 어찌하여 모두가 만족을 모르고 약탈하고, 억압하고, 유린하고, 기만한다는 말인가.

정녕 악하여 그런 자들은 외려 드물었다. 오히려 스스로 행하는 바가 선이라 믿으며, 그것을 관철시키고자 죄를 범하는 자들이 더 많았다.

어째서인가.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자들은 많지만, 그 꿈이 이루어질 땅은 너무나 좁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의 모든 농지에는 주인이 있고, 모든 도시에는 길드가 있으며, 국왕과 제후의 영지 아닌 땅이 없었다.

그러므로 하나뿐인 이상, 다른 이들의 이상에 앞서는 고결하고 유일한 이상을 말하는 자는, 이상의 날개를 펼치기 위해 현실과 마찰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늘 아래 진리가 하나뿐이라면, 다른 진리를 말하는 자와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 진리가 성경의 해석에 관한 것이든, 황제권과 교황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이든,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제후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이든.

그 마찰 속에서 ‘어쩔 수 없이’와 ‘부득불’이 붙게 되고, 결국 한때 고상했던 이상은 결국 또 다른 굴레, 또 다른 폭력을 낳고야 만다. 당장 튜튼 기사단의 말로가 이를 보여주지 않던가. 한없이 고결한 신앙심은 끝내 많은 이들의 불행으로 이어지고야 말았다.

이야기가 그에 미치자, 디폴트는 움찔하였다. 그 움찔한 틈을 타고, 마음 속 깊은 곳에 눌려 있던 서러움이 삐져나왔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저의 뜻대로 살아간다면, 저의 뜻이 곧 진리라 여기며 살아간다면, 그것은 곧 한없는 혼돈일 것입니다.

그러한 세상, 끊임없이 제멋대로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저와 같은 이들은 무엇을 참된 진리로 삼고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까? 제각각 부딪히는 사람들이 빚는 그 혼란은 대체 무엇으로 다스릴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나 주교는 담담하게 미소지을 뿐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수많은 이들이 다투고 다툰 끝에, 어쩌면 마침내 무언가 하나가 살아남아 혼란 위에 우뚝 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불행해질지는 헤아리기조차 두려울 것이지만요.

저 홀로 궁리해야만 했다면 그것이 죄 많은 인간의 숙명이라는 허무한 결론에 이르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그리드, 그 사랑스러운 소녀는 다른 이야기를 하더군요.”

“빈란드...”

“그렇습니다. 유럽에서 떠밀려 나온 이들. 더 나은 삶을 찾는 이들, 저의 꿈을 펼치고자 하는 이들. 그들을 우리는 모으고자 합니다.

우리 동녘정착지 사람들은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 본토의 사람들처럼 어떤 왕이나 영주에게 예속되어, 매일같이 전쟁과 기근, 가난에 시달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저와 시그리드 리프트라사, 라그나르의 아들 스베인, 그리고 동녘정착지 모두는, 우리가 우리로서 살아가기를 바라기에 다른 이들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우리 혼자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다 함께 같이, 그러나 저의 뜻에 따라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시그리드와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파울 주교는 그 뜻을, 그 의지를 느꼈다. 코펜하겐에서, 그리고 이곳 가르다르에서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마침내 그 머릿속에서는 아직 희뿌연하지만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어떤 생각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직은 그저 빈란드라고 통칭하는 그 땅은, 실지로는 유럽 전체를 합한 것보다 몇 곱절은 더 큽니다. 그곳에는 물론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그 인구는 아마 유럽보다도 훨씬 적겠지요. 그러니 우리는, 저의 뜻과 꿈대로 삶을 펼치기를 바라는 이들은, 저 서쪽 땅에서 비로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디폴트는 그 말이 과연 타당한지, 아니면 벽지 주교가 광기 속에서 중얼거리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문득 고개를 돌려, 마치 등대와 같이 희미하면서도 굳건히 수면 위에서 빛나는 태양을 보았다. 분명 자신이 흐발세이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와 같은 태양일 터인데, 어째 더 따뜻하고 더 밝게 느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상의 참된 진리는 물론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삶을 좀먹고 그 뜻을 억누르는 것은 참된 진리라 할 수 없겠지요. 하느님의 자식인 우리 모두, 이 땅에 자유롭게 태어납니다. 그 자유를 누리며, 남의 자유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리에 다가가는 올바른 길이지 않을까요?”

영겁처럼 느껴지는 잠깐의 침묵. 그사이 디폴트는  자신이 그룬발트에서 느꼈던 잠깐의 이끌림이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이해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정했다.

새로이 따를 진리, 저의 목숨을 바칠 만한 대의.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가치를 위하여.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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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는 원 역사에서 튜튼 기사단국이 완전히 폴란드에 복속되는 1466년의 제2차 토룬 평화조약에 가까운 내용입니다. 반면 원 역사의 1411년에 맺어진 제1차 토룬 평화조약은, 이전 화의 주석에서 언급한 것처럼 극히 기사단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체결되었지요.

2. 작중 등장하는 노블은 북대서양 항해를 위해 개량된 캐러벨(포/서: 카라벨라)이라는 설정입니다. 본디 13세기경 포르투갈 일대에서 처음 등장한 캐러벨은, 이후 이베리아 반도 국가들의 국력이 신장되고 대서양을 통한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점차 대형화됩니다. 이러한 조선술의 발달에는, 원양 포경업을 위해 큰 배가 필요했던 바스크인들의 수요도 한몫 했지요. 캐러벨과 그보다 더 큰 카락은 훗날 대항해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3. 오늘날의 카코르톡Qaqortoq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원 역사의 바이킹들은 이곳을 항구로 쓰지 않았지만, 이후 1775년에 물개사냥 중심지로서 율리아네호프가 이곳에 세워지게 됩니다. 지금도 인구 3천 명의, 그린란드 기준으로는 제법 큰 마을이 위치해 있습니다.

4. 오늘날 그린란드 이누이트인들은 스스로 칼라알릿이라 칭하는데, 이는 근연관계에 있는 다른 이누이트 민족들이 ‘진짜 사람’이나 ‘훌륭한 사람’ 등, 사람(inu-)이 들어가는 단어로 자신들을 지칭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이에 대해서는, 그들을 스크렐링이라 불렀던 그린란드 바이킹들의 영향을 받아, 외지인 앞에서 자신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칼라알릿’이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이누이트어는 대부분의 구대륙 언어 구사자들에게는 매우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포합어抱合語입니다. 즉 동사 어근과 명사, 접사, 기타 형태소들을 결합하여 하나의 단어처럼 한 문장을 이루는 언어인데, 작중 이누이트의 기묘한 말투는 이전에 바스크어 구사자 프란체스코의 어설픈 중세 북구어를 묘사한 것처럼 이러한 포합어적 특성을 반영한 것입니다.

5. 이교도를 무력을 동원해 강제로 개종시키는 것은 윤리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언뜻 지극히 근대적으로 들리는 주장은, 원 역사에서도 작중 시점에서 불과 몇 년 뒤에 열리는 콘스탄츠 공의회에서 폴란드측 대표 파벨 브워드코비치가 내세운 바 있습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튜튼 기사단의 여론전에 대응하기 위한 논리에 가까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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