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바이킹-99화 (99/116)

그려보자꾸나 (2)

23. 그려보자꾸나 Imagine (2)

정화를 시기하는 무리들이 북경에서 공모하는 동안에도, 바람은 계속 불었으며 파도는 그치지 않았다.

저도 모르는 사이 세계 일주라는 기록을 세운 정화와 함께, 신대륙 사절단은 항주杭州에 닿았다.

옛말에 하늘에 천당이 있으면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天上天堂 地下蘇杭¹ 하였으니, 견문 넓은 시그리드마저도 고작 도시 하나가 십만 훌쩍 넘는 인구를 자랑한다는 데 대경하고, 영파寧波(닝보)를 지날 때부터 기와 올린 가옥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데 재차 감탄했다.

“허어.”

“이야.”

벌어진 입은 닫힐 줄 모르고, 경탄할 말은 진작에 떨어진 채로 붐비는 항구도시를 바라볼 뿐.

“왜 타이간 그자가 오는 내내 예법이 어쩌고, 하늘의 아들天子이 저쩌고 하는가 했는데, 나름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구만. 이런 도시가 한둘도 아니요, 우리 아나왁 땅과 그 너머를 모두 합친 것보다 넓은 땅에 걸쳐 흩어져 있다니...”

저들의 문명에 자부심 넘치던 아나왁 사람들조차, 말로만 전해지는 위대한 고대 도시 테오티와칸Teotihuacan의 웅장함을 까마득히 추월하는 항주의 모습에 놀란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렇게 다들 경탄하는 것을 본 정화는, 이러다가 혹시 정말 진심으로 중화의 위엄에 신복케 되지는 않을까 기대했다.

스베인이 그린란드 북구어로 시그리드에게 하는 말을 알아들었더라면, 조금 더 일찍 깨졌을 기대였다.

“카타이의 황제라길래 나는 또 지기스문트 놈이나 마누일 어르신 같이 허깨비 감투 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거 참... 이게 그 양반 거하는 수도도 아니고 그냥 지방 도시란 말이지?”

한참 둘러보던 스베인이 다른 이들처럼 정신 못 차리고 뱃전에 못 박힌 듯 서 있는 시그리드에게 말을 걸었다.

“역시 시그리드 네 말이 옳았구나. 이런 나라의 주인이라면 그만큼 뜯어먹을 것도 많지 않겠느냐.”

바이킹 후손다운 감상이 아닐 수 없었다.

시그리드와 함께 뱃전 붙박이 노릇하는 다른 이들도, 대개는 비슷한 생각이었다. 이토록 부유하고 강대한 나라 주인이라면, 멀리서 찾아온 손님한테 당연히 뭔가 많이 베풀어주지 않겠는가?

따지고 보면 번영하는 도시에 찾아와 뭔가 뜯어낼 궁리부터 하는 것은 수메르 시절부터의 유구한 인간 전통이었다.

“여기서 내려서, 운하로 북경까지 가고자 합니다. 배는 영파의 절강시박사浙江市舶司² 관원을 부려 지키게 하면 되니 걱정 마시지요.”

정화가 두 사람 대화에 끼어들었다.

“운하라고요?”

“금상 폐하께서 이루신 위업이지요. 장장 사천 리에 달하는 이 운하로 말하자면...”

“말씀 중에 죄송한데, 그냥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이 배로 그대로 북경까지 갈 수는 없나요?”

“예?”

“그게... 우리가 그렇게 일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더구나 짐도 많잖아요. 그리고 양심적으로, 국고에서 하사품을 받는 것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오가는 길 주변의 사람들까지 고생스럽게 할 건 없지 않나요?”

운하를 따라 오가면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지금 이들이 탄 바스크 조선술과 복건·절강 조선술의 총아 다이슨 함의 빠르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더구나 정화에겐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이곳 구대륙은 신대륙 사람들에게는 생물학무기로 가득한 땅과 진배없었다. 아직 아나왁과 그 주변 땅에 말라리아나 황열병 같은 역병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그리드로서는 이 역시 나름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

“제가 알기로는, 근래 그러한 전례는 없었습니다만...”

“그리 따지면 태평양 건너와서 입조하는 전례는 있나요, 뭐.”

반박할 수 없는 논리. 더구나 두 사람 사이에서 상전은 시그리드였다.

“북경 바로 앞, 천진天津 항구를 이용할 수는 있습니다만... 그곳에는 시박사가 없을 뿐더러 사신이 그리로 오가는 일도 드뭅니다. 자못 불편함이 있을 수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³”

“다른 분들도 괜찮다면요.”

도둑놈 심보일지언정, 오가는 길에 조선이나 다른 번국들을 알뜰하게 털어먹곤 하던 대명의 사신들에 비하면 덜 도둑스러운 신대륙 사절단 사람들은, 시그리드의 결정에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 자리에 당송팔대가가 읊던 강남의 빼어난 산수와 명승고적을 꿈속으로만 그려온 조선 선비가 하나쯤 있었더라면, 일생일대의 구경을 할 기회를 발로 걷어차느냐며 가슴을 탕탕 두드리겠지만, 사정 모르는 사람 생각에 적벽赤壁은 그냥 절벽이요, 동정호洞庭湖는 그저 물웅덩이라.

하여, 딴에는 큰 나라 임금 배려해준다고 생색내기로 빠른 여로를 택하게 되었다.

결국 일행은 항주에서 이틀을 쉬고, 그대로 북상하였다.

고국의 흙과 물을 입에 댄 뱃사람들도, 마조媽祖께 감사의 기도 드리며 지전紙錢 실컷 불사르곤 돌아왔는데⁴, 지체 무사히 돌아왔은즉 비로소 정화와 함께 북경으로 가서 뭔가 포상을 받을 욕심이 차 올랐던 것이다.

저들도 장강 하구에서 배를 타고 더 북쪽으로 가볼 일은 없었다는 사소한 문제는 뒤로하고 자신 있게 나선 짧은 바닷길은, 이런저런 사건은 많았으나 다행히 그리 큰 탈은 없이 잘 끝나는 듯했다.

도중에 왜구로 오인을 받아 태만한 수군 장수 몇몇을 혼비백산케 하기도 하고, 또 도중에 왜구들도 만나 그들도 혼비백산케 하면서 – 약탈의 의욕 불태우며 애써 노 저어 다가왔건만, 막상 바짝 다가와서 보니 기절초풍할 만큼 거대한 배였던 것이다 – 여정은 계속되었다.

이미 지중해와 비슷한 내해內海에 들었음을 모르고 여전히 태평양 항해하듯 배를 몰다가, 엉뚱한 섬까지 가기도 했다. (그 섬 이름이 조선국 나주목에 속한 흑산도라는 것은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나침반으로 동서남북을 알 수 있고, 망원경과 직각기⁵로 위도를 알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더라면 어찌 되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마침내 천진에 닿았다.

천진이 천진이라 불리는 까닭은 바로 그 옛날 연왕 주체가 이곳에서 영정하永定河를 건너며 정난靖難의 시작을 알린 것을 기리기 위함이라는 것을, 시그리드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런 천진 앞바다에, 미리 허락받지 않고서 거대한 전선 여러 척과 함께 천진 앞바다에 나타난 것 또한, 트집잡히기 좋은 허물이었다.

항주에서 급한 파발을 부쳐 사정을 설명하긴 하였으니, 평소라면 예를 모르는 오랑캐의 어리석음 정도로 치부되었을지 모르나, 작정하고 이를 갈고 있는 자들이 많은 지금은 얘기가 달랐다.

그렇게 차근차근, 정화를 질투하거나 바닷길 통상을 활짝 여는 데 반대하던 무리는 정화와 오랑캐들을 탄핵할 근거들을 모아나가고 있었다.

천도하면서 반듯하게 새로 닦은 북경 저자가 사람으로 가득 찼다.

구경하는 사람과, 구경 당하는 동시에 구경하는 사람을 구경하는 사람들.

그러나 영락제는 그중에 들지 않았다.

두어 달 전, 준공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자금성에 벼락이 내리쳐 세 전각이 전소된 탓에 마음고생을 한 탓인가⁶?

정화는 알 수 없었다.

불타버린 전각 대신 임시로 쓰고 있는 황제의 처소. 그 전각 앞에 엎드려 이미 술루에서 한 번, 항주에서 또 한 번 글로 써서 올렸던 사정을 고하는 그 순간까지도.

“신 화和가 아뢰옵나이다. 위로는 하늘에 닿고 아래로는 땅과 사해四海를 덮는 황은을 입어, 먼 바다에 나가 고금의 어떤 문헌에도 이름이 전하지 않는 땅에 닿았나이다.

그 땅의 오랑캐 나라 쉰 하고도 하나에 황은의 두터움을 알린바, 그 사절들을 이끌어 입조케 하였으니, 삼가 바라옵건대...”

그러나 황제는 기뻐하지도, 노여워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어떻게 신대륙에 닿았는지, 그 땅에서 무엇을 하였으며, 어쩌다 포로의 신세가 되어 대명의 위엄을 더럽혔는지, 가감없이 고하였건만.

불로불사의 비방은 없었으나, 대신 그에 감히 비할 만큼 인삼이 무한하게 나는 산지를 찾았노라 고하였건만.

서왕모로도 알려진 기이한 여인 왕후 서씨와 오십 개 오랑캐 나라의 사절들, 지금껏 천명을 이어받았노라 자처한 그 어떤 군주도 입조케 하지 못했던 이들을 데려왔노라 고하였건만.

그의 주군의 흐린 눈에는 무관심함만이 가득했다.

아니, 어쩌면 저 눈은 이미 흐려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옛날, 남경을 불태우고 살려달라 사정하는 조카를 그 불 속에 손수 던져넣은 뒤, 주변의 입을 막고서 은밀히 조카 건문제가 살아 도망쳤다는 낭설을 흩뿌렸던 그 시절부터⁷.

시그리드를 만나고, 마침내 저의 목표가 눈앞까지 다가왔음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일까? 그간 정화의 눈앞에 바다로 나간다는 일념 하나만이 있어, 멀쩡한 두 눈을 가렸던 것일까?

아무런 의미 없는 자질구레한 잡담이 이어질 뿐이었다. 군신 간의 정리가 있으니 언뜻 따뜻하게 들리기는 할지언정, 꺼진 모닥불의 식어가는 재와 같은 온기였다.

먼 길 다녀오는데 고생은 없었느냐. 어떤 진기한 구경을 하였느냐. 소위 서왕모는 정녕 도술을 부리더냐.

지금은 자리도, 때도 좋지 않으니, 반드시 좋은 날을 잡아 그 사신들을 만나고자 한다. 그들이 예법을 모른다 한들 입조한 정성이 있거늘 어찌 맞이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들의 자질구레한 오랑캐 사정은 예부에 명하여 청취케 하리니, 우선 너는 그들을 돕도록 하여라. 포상은 그 뒤에 논할 것이니, 태감 그대의 공은 반드시 현창顯彰하여야 마땅하리라.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몸짓.

그러나 그 속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열의가 없다. 중화를 정녕 그 이름에 맞게 만들겠다며 막북으로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가던 시절의 그 열의는 식어버렸다.

아니, 어쩌면 그 열의는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바다로 나가 주군의 나라를 위대하게 만들고자 하였던 정화 자신의 마음을 주군에게 투영하였을 뿐인지도 모른다.

“신 화, 명을 받들겠나이다.”

그러나 여전히 주군은 주군이요, 신하는 신하였다. 비록 젊음의 열기는 쇠하였을지언정 정화를 향하는 그윽하고도 거룩한 믿음만은 그대로임을 정화는 알아보았다.

허나 이 또한 신하로서 거론할 수도, 거론해서도 안 되는 일. 그저 예를 취하며 물러날 뿐이었다.

정화가 물러난 뒤, 황제는 늙었으나 지치지는 않은 몸을 일으켜, 늘 그렇듯 내조內朝로 향했다. 교태전은 불탔으나 아직 다른 전각은 많이 남아 있었고, 아끼던 현비賢妃 권씨는 죽었지만 탐닉할 수 있는 다른 쾌락 또한 아직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내조의 문턱을 넘기 전, 흐리지만 어둡지는 않은 눈으로 하늘을 보았다.

“화여, 화여. 어찌 내가 아는 것을 너는 알지 못하는가. 무엇이 중화를 참으로 위대하게 만드는지, 무엇이 이 땅과 백성을 안온한 가운데에 붙들어 놓는지, 아직 깨닫지 못하고 바깥만을 바라보는구나.”

이미 멀리 사라져간 총신을 향하는 짤막한 탄식은 그리 애통하지는 않았다.

환관은 결국 황제의 정사를 보필하는 도구일 뿐이요, 정화는 아직 쓰임새가 있었다.

당장 이번에도 그러하지 않았던가? 북경에 나타나기도 전, 벌써 황명皇明을 위하여 저도 모르게 인심을 크게 움직였으니, 조만간 사람의 피를 흘리고자 하였던 황제는 그럴 명분을 만들어준 저의 총신을 기껍게 여길 수밖에.

“들어라.”

말 한 마디에 자금성의 벽과 바닥이 움직인다.

아니, 벽과 바닥은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궁궐의 일부인 것처럼 조용히 녹아들어, 아무 말없이 자리를 지키던 환관들. 뻔히 보이는 곳에 서 있었건만 그림자인지, 장식인지 분간되지 않던 젊은 환관들이, 그제야 저들이 주인 곁을 지키고 있음을 드러낸다.

“살필지어다.”

누구를, 무엇을 위해 살펴야 하는가? 이를 굳이 묻는다면 불충이요, 아직껏 알지 못했다면 태만이다. 귀는 그저 들려오는 바를 들을 뿐, 가려서 듣는 것은 머리의 몫이므로.

어디서 살펴야 하는가? 이 또한 물을 필요가 없는 질문이었다. 자금성의 모든 벽과 기둥, 바닥에 귀가 있듯, 북경, 나아가 온 중원에도 황제의 귀는 퍼져 있었으므로.

“동집사창東緝事廠, 황명을 받드나이다.”

아직은 세간에 그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동창’이라는 준말도 퍼지지 않은 황제의 이목. 황제의 귀들에게 허용된 유일한 입은 영락제 앞에 부복하곤 공손히 명을 받들었다.

시그리드와 함께 ‘입조’한 이들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중원의 기준으로는 고작 여진의 일개 부部 정도에 해당하는 작은 세력들이었다.

그러나 입조하는 나라의 지위가 어찌 민호의 많고 적음에 좌우되리오. 그리 따진다면 유구국은 면전緬甸(버마)보다도 더 뒤에 서야 할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오십일 개 국 사신을 한 번에 맞이하기는 좀...’

이라는 반응이 나올 때에 대비해, 시그리드와 정화가 고안한 논리 중 하나였다.

그리고 각각의 사절들이 정말로 나름의 역사를 지닌 부족과 도시의 사람임을 드러내고자, 서로 구분되는 화려한 복장을 제각각 챙겨왔다.

원래 사절을 겸하던 긴집사람들과 세줄기불꽃, 새벽땅사람들 추장sachem들은 각자 얼굴에 색을 칠하고, 깃털로 장식된 관을 썼다.

시그리드는 ‘대충 국왕쯤 되는데 엄밀히 말하면 왕은 아님’이라는 지위에 있음을 밝혔고, 그런 지위의 사신을 접대하는 것은 물론이요 이렇게 멀리서 오랑캐 사절 수십이 우르르 몰려오는 일 자체가 없었던 명의 예부 관원들은 우선 높은 사람들을 내보내 함께 멀뚱멀뚱 서 있게끔 하였다.

“뭐라도 챙겨올 걸 그랬나. 안사람한테 부탁하면 좀 더 꾸며서 올 수도 있었을 텐데.”

‘그린란드 사절’로서 찾아온 스베인은, 자신이 브라타흘리드와 가르다르 젊은이들과 함께 바다코끼리 사냥 나가던 때부터 그룬발트 전투 때까지 입고 다녔던 누비옷 위에, 공들인 티가 아주 약간 나는 가죽옷을 걸쳤을 뿐이었다.

“상아 조각품 챙겨오긴 했잖아요. 나름 동녘정착지에 원래 살던 사람들이랑 새로 찾아온 칼라알릿 사람끼리 협업해서 나온 물건이니까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허나 스베인이 뭘 챙겨오든 딱히 탄성을 듣긴 어려웠을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 리프도 있고요. 물론 중국 절반을 주더라도 리프를 황제한테 넘길 생각은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좋지 않나요?”

백송고리 리프도 따지고 보면 그린란드 특산품이긴 했다. 어제부터 계속 새장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함께 바다 건너느라 고생했는데 이런 구경도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회동관의 제 방에서 데리고 나왔던 것이다.

두 사람 곁에서는 연신 관화로 내지르는 탄성이 들려와, 시그리드와 스베인뿐 아니라 리프에게도 좋은 구경거리가 되어주었다.

그사이 천진에 하역한 짐들은, 무지막지한 인력을 동원한바 시그리드 일행과 거의 비슷하게 그들의 숙소인 회동관會同館 근처까지 옮겨왔다.

회동관 뒷편 대로는 본디 역관들이 저들 꿍쳐온 물건들 사고파는 시장이 있는 곳이라, 창고로 쓸 곳도 널널하였다. 예부 관원들이 여기서 이 ‘오십일개국 내조來朝’의 진상품을 살피며 목록을 작성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 유리는 파사국波斯(페르시아)의 것보다도 더욱 영롱하군! 심지어 그것을 마치 나무 깎듯 세공까지 하였다니, 기이하기 그지없군그래.”

페르시아 유리보다도 더욱 빛깔이 영롱하고 그 세공 솜씨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인 따뜻한환영산 유리 제품.

“초피貂皮? 허어, 이 귀한 것을 고작 약초 싸는 데 쓰다니... 엇? 아니, 잠깐...”

왠지 중국에서도 먹힐 것 같다는 생각에 새벽땅사람들 쪽에서 챙겨온 비버 가죽과, 그 가죽 포장재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익숙한 약초 뿌리.

“이거, 인삼 아닌가?”

“인삼이로군. 세상에, 이게 다 인삼이야!”

“맙소사. 이거 회사품을 얼마나 내려줘야 하나...”

“올해 입공入貢하는 여진 야인놈들은 피눈물깨나 흘리겠구만그래. 초피에 인삼이라니.”

“조선 사람들만 할까.”

그 외에도 시그리드의 소소한 발명품인 연필 – 무연탄이 변성되며 만들어지는 흑연을 이용한 것이었다 – 이나, 어차피 몇 년 내로 넘어올 것 생색이나 내자는 심정으로 챙겨온 머스킷 등등. 이런저런 기물들이 있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였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겉핥기에 그칠 뿐. 바다 바깥의 오랑캐가 삼천 리 바다를 건너왔건 삼만 리 바다를 건너왔건, 중원의 사람들이 알 바는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미 오랑캐들이 중화를 흠모하여 찾아왔으니, 그들의 땅이 얼마나 멀리 있든 무슨 상관이리오?

한편, 아니꼬운 눈으로 노려보는 이들도 있으니, 원래 회동관을 사실상 저들 것처럼 쓰다가, 이 오랑캐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졸지에 근처 다른 집으로 쫓겨난 조선 사신들이었다⁸.

“저놈들은 왜 저리 우리를 째려보는 걸까? 타이간 그 작자가 얼른 돌아와야 할 텐데.”

“그러게요.”

황제를 배알하러 먼저 자금성으로 향한 정화는, 황제의 반응이 어딘가 뜨뜻미지근하였다는 말을 제 공용어 실력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에둘러 전하고는, 곧장 그 의례부Ministry of Rites, 禮部로 향했다.

그로부터 한 시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는데, 시그리드는 상황을 낙천적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아무튼 황제 그분이 암만 별 감흥이 없다고 해도, 이 ‘천조국’의 체면이 있으니 우리를 섭하게 대하지는 못하겠지요.”

물론 나름의 근거는 있었다. 뜨뜻미지근하다는 것은 열렬한 환영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냉담함과도 똑같이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즉 시그리드네 사절들이 소소한 무례를 범한다고 해서, 갑자기 격분해서 모조리 죽이려 든다든가 빈손으로 내쫓는다든가 하지는 않으리라는 뜻.

“누가 우리를 모함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에이, 누가 그러겠어요?”

“글쎄, 저기 저놈이라던가?”

스베인이 그 ‘코레아’인지 ‘디오선’인지 하는 나라의 사신들 중 유독 눈매 날카로운 사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일단 그 손가락부터 치우고 말씀하셔요. 말은 안 통해도 삿대질은 만국 공용어잖아요.”

“저놈이 아까부터 우리네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서는 이것저것 물어보았단 말이다.”

“언제요?”

“네가 리프 데리러 들어갔다 나온 사이에 나타났다. 하산만 고생이었지.”

공용어와 관화를 모두 하는 사람은 하산과 정화, 이렇게 둘이 끝이었다.

개중 정화는 예부에 불려가다시피 하여, 이 오십일개국 사절단이 진짜 사절단이며,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회사품回賜品을 많이 내려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예법 모르는 것은 좀 눈 감고 넘어가면 좋겠다는 것을 설득하느라 한창 바쁠 것이었다.

그러니 하산 혼자서 관원들 상대하랴, 저 조선 고관대작처럼 역관과 함께 비집고 들어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 상대하랴, 아주 죽을맛이었다.

“엇, 또 온다.”

문제의 그 조선 고관이, 스베인이 손가락으로 저를 가리키는 것을 보았는지, 아니면 시그리드가 데리고 나온 리프를 보았는지 이쪽으로 또 걸어왔다.

시그리드의 맞상대로 나와 멀뚱멀뚱 서 있던 예부시랑이라는 자도, 저쪽 고관은 구면인지 곧장 시그리드 쪽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알아들을 리 없음을 알았지만, 시그리드는 그래도 공용어로 인사를 했다.

헥헥대며 달려온 하산이 겨우 번역을 했다. 조선은 비록 오랑캐긴 해도 워낙 가까운 번국이고, 더구나 금상 폐하께서 조선 여인들을 총애하는 것을 뻔히 아는 이상 함부로 대할 수 없던 것이다.

“이분은 조선국 의정부 좌참찬으로 지금 조선국 정사로 와 계신 황 구부懼夫(황희의 字) 되십니다.”

“아, 그렇군요. 신대륙 연합 호국경, 비요른의 딸 시그리드 리프트라사입니다.”

어여쁜 여인이 눈앞에 있어 시선 처리하기가 곤란했는지, 황희는 애써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서야 실컷 정면으로 보고 싶지만, 체통이 문제였다.

더구나 사례감태감 황엄이 제게 맡긴 일, 조선의 신하된 입장에서도 도저히 거절할 수 없던 임무가 따로 있지 않던가.

잠시 마땅한 이야깃감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던 황희는 리프를 가리키며 물었다.

“사냥매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우리 조선국의 해동청海東靑에 비할 만하군요. 이 또한 공물로 올리는 것입니까?”

“네? 아뇨. 리프는 제가 키우고 있어요. 지금까지 십 년 넘게 같이 지낸, 벗 같은 아이인 걸요.”

“허나 이처럼 생김새 준수한 매는 보기 드문 것입니다. 몇만 리 바다 너머에서 입조하셨는데, 어찌 매 한 마리를 아끼십니까?

더구나 지금은 전하의 용모가 독특하면서도 빼어나 사람들의 눈길이 이곳에만 쏠려 있지만, 곧 이 매의 이야기도 퍼질 것입니다. 이토록 훌륭한 매를 데리고 입조하였는데 정작 진상하지는 않으신다면, 반드시 이를 두고 문제삼는 이가 나타날 것입니다.”

조선 사신이 다른 나라 사신과 함부로 교류하는 것도 사실 시문을 주고받는 것 이상으로는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인데, 공물 진상의 일까지 거론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시그리드는 그만큼 이곳의 외교에 능숙하지 못했고, 정화에게 발탁되어 먼 바다를 누비고 다녔던 하산도 정작 자신이 사는 나라의 수도 북경에는 초행길이었거니와, 이미 정화가 붙들려간 판에 온갖 크고작은 통역을 전담하게 되어 정신이 없던 판이었다.

“우리 리프 생김새에 대한 말씀은 칭찬으로 들을게요.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랍니다. 사유재산은 누구도 함부로 침해할 수 없는 거잖아요?”

사유재산인 라이플을 돌려받기 위해 저들의 이론상 왕인 에릭의 뒤통수도 후려갈겨 보았던 스베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산도, 그만 시그리드의 말을 해석할 수 있는 최악의 방식으로 옮기고야 말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하면 어쩔 수 없지요.”

황희의 눈빛이 바뀌었다. 예부시랑과 모종의 시선을 교환하고는 조용히 물러나는 황희의 모습을 보며, 시그리드와 스베인은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이 매는 나의 사사로운 소유이니, 설령 금상 폐하께서 청하시더라도 드릴 수 없다...’ 정녕 이런 말씀을 하셨단 말입니까?”

한 발 늦게서야 예부에 급히 전달된 쪽지를 받아보고 후다닥 달려온 정화가, 숨 헐떡이며 물었다.

“아뇨? 그냥 사유재산이라고 했을 뿐인데요. 아, 그리고 사유재산은 누구도 함부로 침해할 수 없는 거라고도 했구나.”

“그뿐만이 아닙니다. 멀리서 입조한 사절들이 하나같이 오만방자한 말로 황상을 능멸했으며, 이미 천진 앞바다에 갑자기 나타난 것부터 의도가 심상찮다는 둥, 왕후 서씨야말로 그 수괴나 다름없다는 둥, 고변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 말입니다!

심지어 오십일개국 오랑캐 모두가, 상국을 섬기려는 공손함은 털끝만큼도 없고, 오직 회사품만을 노리고 찾아왔다는 말까지 있습니다.”

충성스러운 번국 조선의 사신은, 오랑캐가 함부로 천조 상국을 능멸하는 것을 가만 두고 보아서는 안 되는 법.

그러나 저 오랑캐를 데려온 이는 바로 태감 정화. 따라서 예의와 법도를 아는 조선 정사 황희는, 조용히 자신이 듣고 본 바를 예부시랑 후정候正에게 전하였고, 후정은 다시 저의 상관인 예부상서 여진呂震에게 고하였다.

“필시 소관을 질시한 누군가가 음모를 꾸민 것입니다. 한두 사람이 얽힌 것은 아닌 듯하나... 우선은 수습이 먼저입니다. 내막을 밝히고 응당의 조처를 취하는 것은 그 다음이고요.”

“수습이라고요?”

“모함 가득한 이 고변은, 사실 예를 모르는 오랑캐 족속의 실수일 뿐이라며, 뒤늦게 뉘우치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이지요.”

정화가 만나뵌 황상의 모습을 감안하면, 이 정도로도 충분할 듯하였다.

“이만큼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큰 탈이 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실 이 나라를 진짜 상국으로 안 모시는 건 맞잖소? 선물 노리고 온 것도 맞고.”

스베인이 끼어들었는데, 사실 시그리드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함이 사실 모함이 아니라 진실을 그대로 말한 것이라면,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가? 그저 모함일 뿐이라며, 본의를 숨기고 최대한 딴 얘기를 한다면,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는 있을지언정 본래의 목적에서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문제의 전부는 아니어도 일부 원인이 된 리프를 바쳐야 할 지도 모르고.)

따라서 시그리드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여기서 엎드렸다가는, 결국 얻는 것 없이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가게 될지도 몰라요. 고작 회사품 조금 받으려고만 온 건 아니잖아요. 이 나라 황제 폐하의 인가를 받아서 인삼 무역을 계속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지.”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우리가 보통 오랑캐가 아니라, 이 나라 명만은 못해도 나름 당당한 하나의 국가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해야지요.”

“어떻게?”

정화와 스베인이 돌아가며 물었다. 잠깐 골똘이 생각하던 시그리드가 답이라고 내놓은 말은 이랬다.

“어... 그러니까, 흠. 일단은 도끼가 필요하겠는데요.”

“다른 건 몰라도 그건 맘에 드는구나.”

황금과 백은의 무게는 근斤으로 헤아리고, 인삼 또한 근으로 헤아리며, 사람의 무게 역시 굳이 따진다면 근으로 세기 마련.

옛일을 상고해보면, 바이킹 조상들도 저들의 도끼를 휘두르거나 슬쩍 드는 것만으로 황금부터 노예까지 많은 것을 얻곤 하였으니 도끼라는 것은 인류 보편의 진리와도 맞닿는 바가 있는 모양이었다.

보람찬 하루 일과 마치고서 숙소로 돌아가는 황희를 스베인이 도낏날로써 초빙하여 회동관으로 데려온 데서도 이를 증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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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주와 항주가 거론될 때면 거의 자동완성 수준으로 함께 언급되곤 하는 이 말의 출전은, 송대 문인 범성대范成大가 쓴 강남 지리서 『오군지』라고 전해집니다. 장강과 대운하가 교차하는 곳에 위치한 소주, 그리고 전당강 하구에 있으면서 천혜의 항구이기도 했던 항주는, 강남과 화북, 동남아시아를 잇는 물류 중심지로서 상호보완적 역할을 했지요.

특히 명대에 이르러, 북경 천도를 결정한 영락제가 북경에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대운하를 정비하고 항주까지 운하를 연장 개통하면서 두 도시는 더욱 번영하게 됩니다. 청말에 이르러, 산림 파괴에 따른 토사 유입으로 대운하의 기능이 저하되고 강남 물류의 중심이 상해로 이동할 때까지 두 도시는 꾸준히 번창했지요.

2. 시박사는 상인의 출입국심사, 세관 업무, 해로로 입국하는 사신 접대 등 다양한 업무를 총괄하는 기구로, 그 연원은 당나라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대까지 유지되던 시박사는 명태조(홍무 연간) 시기에 해금령, 즉 해상교역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폐지됩니다. 그러나 이미 강남의 해상무역은 뿌리가 깊게 박혀 있었고, 영락제는 즉위하자마자 명주(영파, 現 닝보), 복건성의 천주泉州(現 취안저우), 광동성의 광주(現 광저우) 세 곳의 시박사를 복원하지요.

3. 천진이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작중에 언급된 것처럼 영락제 시기의 일입니다. 그 전에는 해진海津으로 불렸지요. 명대의 천진은 군사적·경제적 요충지이기는 했지만, 강남의 주요 항구도시들과 달리 국제 교역항으로는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비단 천진뿐 아니라 다른 북중국의 항구도시들(연태 등)도 사정은 비슷했는데, 이는 대운하 덕분에 굳이 해상으로 나갈 필요가 없었고, 바닷길로 나가본들 있는 것은 이미 다른 방식의 무역체제가 존재하던 요동과 조선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4. 마조 신앙은 복건성에서 유래해 절강과 광동 등지로 퍼진 것으로, 척박한 자연환경 탓에 생계를 위해 바다로 나갈 수밖에 없던 복건 해안의 뱃사람들 사이의 민간신앙이 관세음보살 신앙과 결합하면서 널리 퍼져, 송대에 이르러서는 조정에서 천상성모天上聖母라는 존호를 붙일 정도가 되었습니다. 복건 사람들이 주가 되어 개척했던 대만에도 이 신앙이 고스란히 전해졌지요.

5. 직각기cross-staff는 육분의sextant의 조상격인 천문 관측기구입니다. 정밀한 시계가 나온 뒤에야 측정이 가능해진 경도와 달리 위도는 북극성/남십자성만 보이면 금방 알 수 있기에, 직각기는 항해도구로도 널리 쓰였습니다. 인도양을 항해하던 이슬람 뱃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쓰였던 직각기는, 14세기 중반 이슬람 세계와 유럽 세계의 학문적 교류 창구였던 이베리아 반도를 통해 유럽에도 알려지게 되지요.

6. 이 낙뢰로 인한 화재는 비단 명나라뿐 아니라 조선, 그리고 엉뚱하게도 티무르 제국의 역사서로 교차검증되는 사건입니다. 으리으리하게 새로 지은 궁궐이, 완공하자마자 벼락을 맞아 가장 중요한 전각들 여럿이 전소되었다는 사실은 그만한 ‘해외토픽’이었던 셈이지요.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워낙 영락제가 말년에 사람을 많이 죽였던지라, 북경 사람들은 다들 이 벼락 이후로 영락제도 조금 성정이 누그러질 것이라 기대했다고 합니다. 또한 티무르 제국 쪽의 기록에는 영락제가 하늘을 우러러보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그러느냐’라고 외쳤다고 전해지지요.

7. 영락제의 조카 건문제는 남경이 정난군에 함락될 때 실종되었습니다. 황궁이 불에 타면서 행방은커녕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게 명의 공식 입장이었지요. 이에 따라, 정화가 함대를 이끌고 온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누볐던 것도, 도교의 거두 장삼봉과 티베트 불교의 중시조 격인 쫑카빠를 북경으로 초빙하려 했던 것도 그들의 신통력에 힘입어 건문제를 찾기 위해서라는 낭설이 퍼진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낭설이 조카를 죽였다는 평을 듣기를 꺼린 영락제가 퍼뜨린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지요. 작중의 서술은 이를 바탕으로 창작한 것입니다.

8. 본디 명이 수도에 두어 사신들의 숙소 겸 기타 공적 활동 장소로 삼았던 회동관은, 다른 나라들이 일년일공, 삼년일공을 할 때 혼자서 일년삼공을 한 조선이 거의 전세를 내다시피 하였던지라 ‘조선관朝鮮館’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조선 사신들이 너무 자주, 많이 오다 보니 – 심지어 둘 이상의 사행이 동시에 북경에 체재할 때도 많았지요 – 다른 외국 사절이나 귀빈이 오면 가장 먼저 다른 숙소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명이 아닌 청대의 일이지만, 1689년 네르친스크 조약 이후 러시아 사절단이 북경에 머물 때면 조선 사신들은 역모로 적몰된 중신의 저택이나 황실 후원으로 세워진 절에 유숙하곤 했습니다.

이후 러시아 사절단이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나자, 조선은 아예 청과 협의하여 회동관 ‘별관’을 따로 마련하게 됩니다. 아예 정사, 부사, 서장관의 거처를 따로 정해놓고, 근처 민가를 매입한 다음 온돌을 설치하기도 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만하면 말이 사신 숙소지 사실상 대사관에 준하는 무언가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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