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31화
4층 - Lv.55 낙오 클랜(3)
"그래 자네 이름은 뭔가?"
"오르골이라고 합니다. 나으리."
"허허, NPC운운을 안 하니 참 좋군. 내가 만나본 유배자들은 다 그런 놈들뿐이었거든."
야영지는 나이트 크로우 특유의 단촐함으로 잘 정비되어있었다.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마물 사냥꾼들은 원정에 많은 것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자신을 더스번이라 소개한 외눈의 검사는 놀라울 정도로 호탕한 사람이었다.
곧바로 야영지에 자리가 만들어 졌다.
음산한 언데드 늪지의 섬이지만 타오르는 모닥불은 그 어둠을 쉬이 걷어 내준다.
따뜻하고 건조했다.
"밤이 머지않았어. 이 늪지의 괴물들은 밤이 되면 더 활발해지지. 하룻밤 정도는 지내게나."
아주 친절하지만 나는 방심하지 않았다.
나이트 크로우라는 건 별로 정상인들의 조직이 아니다.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조직답게 구성원들은 세계마다 다를지언정 배경 설정은 늘 같다.
국가의 방치에 견디다 못해 발생한 피해자들의 조직.
대원 대부분은 가족을 마물들에게 잃고 떠돌다가 합류한다. 지극히 어두운 조직이다.
유쾌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복수, 그리고 약간의 사명감뿐이다.
"후드를 쓰지 않으시는 것 보니 단장님이신 모양입니다. 나으리."
"음? 우리를 잘 아는 모양이군."
"유배자이지 않습니까."
"그래, 자네들은 참 신기한 사람들이지. 거 나으리란 말은 그만하게. 별로 듣기 좋지는 않군. 내 귀족을 버린 지도 좀 되었네."
"경 정도면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아직도 내가 기사인 것은 사실이니. 하하하."
랜덤 생성 NPC는 자세한 배경 설정을 미리 알 수 없다.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기 힘들다.
조금씩 캐어 나가야하는데, 더스번 경이 말하는 본새가 아주 의뭉스럽다.
능구렁이 수십 마리가 속에 들어있어 보인다.
그냥 납작 엎드리는 게 나을 듯하다.
나는 대신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요즘 오크들의 활동은 어떻습니까?"
이건 중요한 질문이다. 트동트와 이미 연이 생겨버렸으니 이후 층에서 어떤 식으로건 다시 마주칠 것이다.
왕국 이전 구간에서 시간대가 대차게 꼬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무리 소녀가 난이도를 올리는 트리거라곤 해도 시간까지 건들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면 지금 이 대륙의 시간대는 아마 2층에서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호오, 대륙의 정세에 관심을 가지는 유배자는 처음 보는데. 자넨 여러모로 신기하군."
그야 보통은 들어도 그걸로 짜 맞춰 파악할 능력이 없으니까 말이지.
"술이나 한 잔 하겠나?"
"밤에 습격이 있을 위험은 없습니까?"
"오면 다 썰면 되는 게지. 나를 믿게."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솔직히 술맛이 그립기도 했다. 저번 회차 막바지엔 너무 바빠서 뭘 제대로 먹은 기억도 없다.
이 미친놈의 로그라이크는 대륙의 술맛조차도 일정 범위 내에서 랜덤으로 결정한다.
요번 대륙의 맥주는 거의 난쟁이 양조급이었다.
"크으. 이 맛에 살지."
소드 마스터가 탄성을 내지른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한편 머릿속에서는 계산이 굴러가고 있다.
와인이 아니라 맥주다.
주로 북부에서 소비되는 술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땅은 대륙에서 북부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다.
이 늪지는 트동트와 만났던 요정의 숲과 의외로 멀리 떨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침엽수림이었으니 그 숲 또한 비교적 북부일터.
대륙의 모양이 아주 이상할 경우도 있겠지만, 일단 그 가능성은 배제하자.
"그래. 뭐 오크 얘긴가. 내가 군부에도 줄이 좀 있지."
더스번 경은 의외로 선선히 잡담마냥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처음에는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이야기가 자세해질수록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너무 자세하고 요긴한 정보다.
이건······ 기밀일 수도 있겠는데?
맨입으로 줄 정보가 절대 아니다.
술이 확 깨는 기분.
"허허, 왜 그러나. 내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서 말이야."
"그렇게 봐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더스번 경."
"자자, 술 한 잔 더하게. 난쟁이 양조장에서 공수해온 고급 맥주라고."
뭐라고? 인간이 만든 게 아니잖아. 어째 너무 맛있더라니.
하지만 슬슬 술맛이 어떤지 느끼기도 힘들었다.
* * *
미궁에서 신의 역할이란 별 것 없다.
신도들이 권능을 행사하는 것은 따로 신경을 기울일 일이 아니다.
그저 누군가가 자신의 힘을 빌려 썼구나 하고 알게 되는 정도다.
하물며 혼돈의 여신은 신도도 몇 없다.
어디선가 힘을 빌려가는 일도 없고, 지켜볼 신도도 없다.
신좌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다.
여신은 항상 심심했다.
기도를 올리는 신도도 없다.
한숨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서 상황을 보니 우습다.
자신을 겁박하던 건방진 녀석은 웬 토착 NPC에게 붙잡혀서 고통 받고 있다.
서로 하하호호하며 대화중이지만 저건 그냥 사교적인 대화가 아니다.
말 속에 뼈만 아니라 날도 들어있다.
나이트 크로우는 원래 그런 것들이지.
다른 놈들은 무엇을 하나 본다.
건방진 신도가 파티원들의 마인드맵을 손봐주며 스킬 리롤을 돌리기 위해 임시로 그녀의 신도로 만들었다.
시체를 다 바쳐 배부르게 제물을 먹인다 했더니 다 써먹을 계획이 있었다.
소녀나 사냥꾼은 만신전이라도 나타난다면 바로 빠져나갈 것이다.
그리고 다른 신 아래에 넣겠지.
그럴 것을 알기에 썩 기쁘진 않았다.
하지만 덕분에 관찰할 신도가 늘어난 점만은 기쁘다.
이력이나 한번 볼까.
작고 시끄러운 계집아이는 초회차가 맞다.
그런 것 치고는 신기할 정도로 적응이 빠르지만 그런 녀석도 있는 법이다.
지금도 재잘재잘 떠든다.
그게 귀여웠는지 나이트 크로우의 다른 녀석이 고기를 구워다 입에 넣어주고 있다.
어딜 가나 사랑받는 종류의 인간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시선은 또 자꾸 건방진 신도 쪽으로 흐르는 게.
[혼돈의 여신이 ‘아저씨’ 얼굴에 구멍이 나겠다며 혀를 찹니다.]
고기를 베어 물던 소녀가 순간 동작을 멈춘다.
그리고 배시시 웃는다.
‘아이, 여신님도 참.’
이 녀석은 재미가 없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덩치 큰 근육 덩어리에게 메시지를 보내본다.
이 녀석은 초회차에 걸맞게 어리바리한 게 놀리는 맛이 있다.
"뜨헙? 신이시여!"
바로 공손한 자세로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는데 생긴 것과 어울리지 않게 귀여울 지경이다.
너무 놀리기도 좀 그러니 넘어가보자.
삭막한 중년의 레인저는 겉보기엔 이쪽 파티가 아니라 나이트 크로우의 멤버로 보일 정도다.
무뚝뚝하고 삭막하게, 아무런 대화 없이 식사 중.
너무 자연스러워 옷만 입혀두면 토착 NPC인줄 알겠다.
별 생각 없이 사냥꾼이 어떤 세월을 보내왔는지 본 여신은.
「넌 또 뭐냐?」
깜짝 놀라 신언으로 육성을 전달했다.
사냥꾼은 갑작스레 들려온 신언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물병을 들어 마신 후, 대답했다.
‘혼돈이시여. 언제 그 이야기를 하시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요정의 덫이라 했는데, 그럼 네놈이 밟은 건 덫이 아니라 요정의 대전차 지뢰쯤 되겠군.」
‘다른 모두에게는 비밀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혼돈의 여신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
머릿속을 스치는 몇 가지 가능성.
과거 유배자 시절 들었던 수없는 뜬소문들 중 하나.
「뭐, 딱히 연차를 속인 것도 아니긴 하네. 그럼 너는 왕국이 아니라 시간의 신전이라도 찾고 있나?」
‘그것만이 제 희망입니다. 신이시여.’
큭큭큭.
혼자 그렇게 웃고 말 정도의 일이었다.
시간의 신전이라면 100년을 꽉 채운 그녀의 유배생활 중에서도 세 번 남짓밖에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 시간의 신의 권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는 그녀도 알지 못한다.
「좋아, 입 다물어주도록 하지. 원하는 대로 풀리면 좋겠네.」
사냥꾼의 시선이 잠깐 리더에게, 그리고 소녀에게 가 닿았다.
마지막으로 나이트 크로우와 소드 마스터.
정상적인 운으로는 4층에서 일어날 리가 없는 조합이다.
식어가는 중년의 눈빛에는 기대가 담겨있었다.
* * *
다음날 아침,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스번 경의 나이트 크로우 분대는 우리 파티에게 아주 잘 대해줬다.
술도 베풀고, 고기도 베풀었다.
너무 지나치게 잘 대해줘서 마치 내일이면 보지 못하게 될 사람을 전송하는 것 같았다.
친절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자네들 유배자들은 기적의 샘물로 유명하지."
"혹여 필요하십니까?"
"물론, 필요하지. 우리 대원들이 아니라 자네들에게 말일세."
슬슬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유배자들이 대륙에 나타나면 이동 반경에 제약이 걸린다지?"
맵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유배자인 우리는 그렇다.
토착 NPC가 보기엔 좀 다를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터전일 뿐이다.
그냥 차림새가 중구난방이라 그렇지 아주 멀쩡한 인간들이 벽이라도 있는 것 마냥 통과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계단을 찾아야한다고 들었지."
소드 마스터가 늪지의 고성을 가리킨다.
"저기 있지 않겠나?"
"그렇습니다. 더스번 경."
"자네는 꽤 강하지. 자네의 동료들도 그렇고 말이야. 우연히도 목표까지 우리와 일치하는군."
그러며 손을 내민다.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은은하게 살기를 드러내는 소드 마스터의 눈앞에서 그 뜻을 거역할 방법은 없다.
"앞장서시게나. 유배자의 목숨은 하나가 아니라고 들었다네."
"기꺼이 그리 하겠습니다. 경."
난 이래서 토착 인간 NPC보다 오크나 요정 따위 이종족을 더 좋아한다.
요정은 타고난 선량함 덕에 불편할 일이 적고.
오크는 그들의 용맹함을 칭송하기만 하면 다루기 쉽다.
반면, 인간은 대륙의 그 어떤 종족보다도 다루기가 힘들다.
뭐, 그래도 더스번 경 정도면 도리를 아는 분이다. 우리에게 나름대로의 대우는 해준 셈이니.
* * *
도리를 아는 더스번 경은 작전 계획을 설명할 때, 우리를 배제하지는 않았다.
완전히 미끼밖에 되지 않는 역할이지만 덕분에 저 성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확실해졌다.
낙오된 뱀파이어 클랜이다.
뱀파이어, 즉 흡혈귀들은 언데드 뱀파이어로 다시 태어나기 전 종족의 혈액을 식사로 삼는다.
그러니 인간 뱀파이어들은 인간 사회 사이에 섞여들어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뱀파이어 사회 내에서도 분쟁은 있기 마련이다.
크게는 클랜 간의 구역다툼, 작게는 클랜 내부의 반기다.
낙오 클랜은 그렇게 패하여 구역을 잃고 바깥으로 추방당한 녀석들, 혹은 반란에 실패하여 마찬가지로 추방당한 녀석들을 말한다.
잔당이라고 무시하기에는 더 큰 힘에 무너진 강력한 존재들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미궁의 법칙에 따라, 소드 마스터의 대척점에 있는 뱀파이어 클랜이라면 적어도 로드급이 이끈다.
성 안까지 들어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뱀파이어들이 걸어 다니진 않겠으나 어제의 소란으로 근방의 언데드들 대부분이 청소되어서다.
필드 보스급일 에이션트 악어마저 썰린 마당에 더 일어날 시체도 많이 남진 않았으리라.
물론 늪지는 넓었고, 성 반대편으로 간다면 여전히 무수한 언데드들이 늪 아래에서 산자를 기다리고 있다.
무너진 고성의 입구는 퍽이나 을씨년스러웠다.
더스번 경이 건투를 빈다고 말하며 물러섰다.
지금부터는 마치 우리 파티만이 성으로 입장하는 모양새다.
나이트 크로우는 뒤편에서 잠복하며 천천히 따라온다.
우리의 생명은 중시되지 않는다. 저들은 필승의 순간만을 노리려 한다.
"뭔가 마음에 안 드네요."
소녀가 툴툴거렸다.
"하지만 고기는 맛있었지?"
"네, 역시 사람이 기른 돼지가 멧돼지보다 나은 것 같아요."
"그럼 밥값은 해야지."
성의 회랑은 상태가 아주 나빴다. 언제부터 버려져있었는지는 더스번 경도 알지 못했다.
낙오 클랜이 터를 잡기 훨씬 전부터 버려져 있었던 모양이다.
박쥐가 날아들기 시작한다.
사냥꾼은 조용히 화살을 포션병에 찔러 넣었다가 뽑았다.
소녀는 단검에, 나는 프로방스가 쓰던 아밍 소드에 힐링 포션을 바른다.
박쥐 떼가 점점 늘어났다.
시야를 가릴 정도였다.
파티가 모두 멈춰 서자 조금 앞에 박쥐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모여 사람의 형상을 갖춘다.
두 명의 뱀파이어가 나타났다.
박쥐로 흩어질 수 있는 것을 보면 적어도 50레벨.
"또 인간이냐? 정말 지겹지도 않나보군. 근처 도시의 사람 좀 잡아간다고 이러기 있나."
안색이 창백해서 만이 아니라 정말로 피로해보였다.
그러면서 치는 대사는 또 아주 불길하군.
더스번 경이 굳이 우리를 미끼로 쓴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게 첫 토벌이 아니로군.
뱀파이어들은 적어도 한 번은 토벌대를 막아낸 경험이 있다.
사냥꾼이 문답무용으로 화살을 날렸다.
방심한 녀석 하나가 화살을 손으로 아무렇게나 막았다.
꿰뚫린 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타들어간다.
"으윽? 성수?"
힐링 포션이지만 효과는 비슷하다. 언데드는 치유의 샘물에 피해를 입는다.
소녀와 내가 달려들었다.
한 녀석은 간신히 피했으나 이미 화살에 맞은 녀석은 깊이 베였다.
마찬가지로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단검을 투척한다. 포션을 바르진 않았지만 사지를 꿰어 순간적으로 이동을 제 약했다.
박쥐가 되어 흩어지려 했으나 늦었다.
소녀가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대부분의 피해를 재생하거나 흘려낼 수 있는 뱀파이어지만, 심장이 꿰이면 재가 되어 흩날린다.
순식간에 동료 하나를 잃었다.
하지만 다른 녀석은 박쥐가 되어 흩어지는데 성공했다.
픽하고 사냥꾼의 화살이 박쥐 떼 사이로 날아든다.
나와 소녀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펑! 하고 심연에서 가져온 폭발 화살이 제 역할을 해냈다.
박쥐가 되어 흩어지면 당연하게도 광역공격에는 더 취약해진다.
겨우 반신이나마 다시 모여 육체를 구성한 뱀파이어가 땅으로 엎어졌다.
나는 재생하기 위해 꿈틀거리는 녀석의 앞까지 다가갔다.
다시 돋아나고 있는 하반신을 검으로 벤다.
샘물이 묻어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나는 포션 병을 꺼내 짤랑짤랑 흔들었다.
"이걸로 샤워하기 싫으면 대답해라. 네놈들 로드의 이름이 뭐지?"
이건 제발 고정 NPC였으면 한다.
뱀파이어는 입을 다물려고 했다.
하지만 포션을 살짝 환부에 더 부어주자 비명을 지르며 굴복했다.
"잠깐, 제발! 으으으으아아아악! 멈춰! 바르바로이 님이다!"
"주인을 그렇게 쉽게 배신하면 쓰나. 죽어."
심장을 푹 찔러서 보내주었다.
나도 언데드일 때, 포션에 절여져봐서 아는데 이건 정말 영혼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이다.
저건 정말, 데미지의 문제가 아니다.
"흠, 바르바로이. 바르바로이라."
아는 이름이다.
낙오 클랜이 발생하면 고정적으로 그 구성원은 여러 계층에 흩어진 채 발견된다.
바르바로이는 개중에서 마법에 특화된 클랜을 이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층에서 고정적으로 출현하게 될 바르바로이의 흩어진 클랜원 중에서는.
"꼬맹이가 하나 있지."
당장은 쓸모가 없지만 마법사로서의 잠재력만 보면 하이엔드 스펙이다.
거기에 현실이 되어버린 게임에서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멍청하지."
애라서 사리분별을 못한다. 꼬시면 아주 쉽게 꼬셔진다.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흥이 절로 난다.
소녀에게 아주 잘했다고 엄지를 세워주었다.
아무튼 칭찬 받으니까 영문도 모르고 헤실헤실 웃는다.
이 녀석 덕분에 잘 일어나지 않을 확률의 인카운터가 펑펑 터진다.
고난만큼의 대가. 미궁은 그런 점에서만큼은 아주 공평하다.
살아남기만 하면 되겠군.
----- 작가의말 -----
이 더스번 경은 무기로 곡괭이를 쓰지도 않고 성이 칼파랑도 아닙니다!
요즘은 글을 쓰는 루틴을 확고하게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대충 잠에서 깨어나면 밥 먹고 산책하고 뭐 쓸지 고민하다가.
텍스트 야구소설이나 튜토리얼이 너무 어려운 소설도 좀 보다가.
또 밥 먹고 글 쓰고, 어떻게 쓸지 고민하면서 또 쓰고, 괜히 산책이나 한번 더 가고.
그러다 날이 넘어가고 나서야 원고 완성.
뭔가 이렇게 고정되는건 좋은 일이 아닌 것 같군요.
일단은 날이 넘어가기 전에 완성하는걸 목표로 해야겠습니다.
몽환의섬님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