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44화
6층 - Lv. 95 폭풍 울음 여단(1)
겨우 열흘 동안 미친 듯이 격렬하고 밀도 높은 전투를 반복했다.
그러다 완전히 안전해지고 나면 긴장이 풀린다.
그러면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쉬는 동안 다들 배불리 먹이고 많이 자게 했다.
보스가 쓰러졌으니 먹을 고기는 잔뜩 있다. 뱀은 고단백 식품이다.
모체가 쓰러지고 나서 남아 있던 작은 뱀들도 모두 달아났다.
보스전이 끝난 보스 층만큼 안전한 곳이 또 없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다면 서든 데스로 무너지기야 하겠지만.
사냥꾼도 홀쭉해지고 있던 얼굴이 다시 건강하게 돌아왔다.
하지만 이 파티에서 가장 혹사당한 건 나다.
가장 요양이 필요했던 사람 또한 나다.
가벼운 스트레칭만 하며 회복에 주력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 세계였다면 3일로는 어림도 없었다. 하지만 힘 스탯은 전반적인 육체 능력에 관여한다.
회복력은 물론 근 성장에도 유의미한 효과를 낸다.
일단 몸에 제법 근육이 붙었다. 스탯에 의한 보정이 아니라 순수한 신체 능력이 어느 정도 올라오고 있다.
긍정적인 신호다.
물론 짠하고 근육질로 변한 것은 아니다.
체중이 늘고, 마른 편이던 몸이 평범함에 다가간 정도일 뿐이다.
매 회차마다 이렇게 몸 만드는 것도 못 할 짓이다.
3일간 막내는 의외의 재주를 보여줬다.
"한 번만 더 하겠습니다! 형님!"
"끄 끄으윽, 차라리 날 죽여라."
사냥꾼이 오히려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다.
헬스 트레이너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디서 운동을 제대로 배우긴 했던 모양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줄어서 다행이다.
훌륭하다며 치하했다. 막내는 자기네 동네에선 살아남으려면 완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심상치 않은 근육이긴 했다.
운동기구는 무게와 균형을 판단하는 감만 좋다면 생각 외로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감은 대체로 민첩이 올라가면 좋아진다.
소녀 역시 나와 막내가 만든 급조 운동기구의 신세를 졌다.
이미 충분히 단련된 신체이며, 대체 어떻게 단련되어 그 정도 성능을 내는지 알 수 없는 초자연적 신체긴 하다.
그럼에도 미궁에 들어온 이상 추가로 단련의 여지가 있다.
이곳은 그런 곳이다.
이런 행위를 기초 스탯 작업이라고 한다. 게임 시절엔 없던 거다.
아주 오래 묵은 고참급 유배자들은 곧잘 하곤 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여신께 공물도 올렸다.
열대지방에는 단맛을 내는 과일도 제법 많다.
가벼운 운동 삼아 천천히 움직이며 그런 것을 모조리 다 따서 사탕으로 가공했다.
과당만을 뽑아내는 것은 마력 소모보다는 정신적 피로를 불러일으키는 정밀 작업이다.
마법은 충분히 숙련된다면 기계가 해야 할 일은 대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만능이다.
소녀에게는 천천히 가르쳐보자.
한없이 가내 수공업적인 사탕 제조에 불안을 표하던 여신께서도 완성품에는 만족하셨다.
당을 정제하는 것은 마법 클래스 때문에 배웠다.
뇌에 쥐가 나도록 술식을 짜내는 마법사에게 단당류는 아주 중대한 사항이다.
그 외에도 뱀고기를 맛있게 먹는 수십 가지 방법을 선보였다.
여신은 레시피를 요구했다.
내가 죽더라도 다른 신도에게 가르쳐 공물로 받을 목적이었다.
나는 안 죽을 거라며 거절했다.
여신은 화를 냈다.
무시했다.
소녀가 남미풍의 밀림에서 나는 갖은 양념으로 구워진 뱀 요리를 뜯으며 말했다.
"아저씨 정말 못하는 게 뭐예요?"
"전에 말했잖아. 미궁 탈출하는 거."
"요리는 왜 잘하는 거야."
"왕국쯤 가면 별의별 사람이 다 있어. 요리사도 있지."
지난 97년간, 셰프를 하다가 유배자가 된 사람을 만나면 언제나 배움을 청했다.
훌륭한 파티 리더는 요리에도 재주가 있어야 한다.
식생활은 아주 중대한 멘탈 관리 요소다.
단기 보존용 훈제 뱀고기 잔뜩 만들었다. 이건 맛을 신경 쓴 보존식이다.
장기 보존용으로 수분을 쫙 빼버린 딱딱한 육포도 만들었다.
미궁에서 식량보다 중요해질 수 있는 품목은 산소 정도뿐이다.
우주 테마에선 진짜로 산소를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음, 으음. 두목님. 정말 대단하시군요."
이건 스포츠 마사지를 받는 막내의 반응이었다.
"대충 어떻게 하는지 알겠지? 배워놔서 나쁠 거 없으니까 빨리 나한테도 해봐."
직접 훈수를 두며 나에게도 시켰다. 이건 중요한 일이다.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던 내 육신은 자주 격렬한 근육통에 시달린다.
내가 최고 전력이니 그것을 빨리 완화하냐 못하냐에 파티의 생존이 달려 있다.
근육통에 치유의 샘물을 썼다간 근 성장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편법을 쓸 수도 없다.
이런 수단이라도 동원해야 한다.
"악아아아악! 부러진다. 좀 살살해."
우리 거구의 히스패닉은 힘만큼은 타고났다.
사냥꾼과 달리 소녀는 대부분의 운동법을 알고 있었기에 가르칠 게 없었다.
대신 대련을 좀 해주었다.
"말도 안 돼. 왜 한 번을 못 이겨?"
"기술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이 씨. 한 번 더 해요."
날붙이가 아닌 나무를 깎아 만든 대거로 맞싸움을 붙는다. 특별히 소녀가 신체 능력을 억제하지도, 내가 도핑을 하지도 않았다.
"너 혹시 무협 소설 좀 봤니?"
"지금 혹시 유능제강 뭐 그런 말 하려는 거예요?"
"바로 그렇다. 그거 의외로 가능해. 내공 같은 건 없지만 마력으로."
"……진짜요?"
더스번 경도 하고 있었을 거다.
평범한 유배자에게 소드 마스터가 로망뿐인 구린 클래스인 이유기도 하다.
평생을 단련하여 경지에 이른 소드 마스터와 마인드맵으로 도달한 소드 마스터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뭐, 진짜로 무협 소설처럼 기술적 요령만 가지고 산 넘어 소를 치고 그러는 건 못하는데. 마력은 엄연히 실존하는 물리적 에너지란 말이지."
무기에 살짝 씌우기만 해도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리하게 날을 세우는 운용에서부터, 공격을 슬쩍 흘린다거나. 마법을 베는 것은 물론이다. 꽤나 판타지스럽다.
사실 미궁 자체가 이미 판타지긴 한가?
판타지 게임이긴 해.
소녀는 성심성의껏 배웠다.
마법적으로도 대단한 재능이 있었으니 3일이면 충분히 마스터하지 않을까 했으나.
"어려워요……."
"그래도 그 정도면 빨리 배우고 있어."
천재라고 노력 없이 뭐든 성취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소녀는 삼 일 동안 단 한 번도 내게 공격을 명중시키지 못했다.
"차라리 아저씨 레벨이 이만큼 오르기 전에 덮쳐야 했는데."
"무슨 소리냐?"
"아무것도 아니에요."
여신께서 배를 잡고 폭소했다.
물어도 이유는 알려주지 않았다.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고 생각했을 무렵.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속되는 열대성 호우에 뭔가 다른 작업을 하기에도 여의치 않다.
이제 한 명씩 따로 불러 상담을 했다.
군대에서 중대장이 병사 하나하나 면담을 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긴장이 풀리면 다음 층이 두려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제 한 몸 안온하기를 추구하는 것을 어찌 죄라 하겠는가.
다독여야 한다.
우선은 제일 불안해 보이는 사냥꾼.
요정에 대한 집착이 좀 과하다. 어딘가 광기가 느껴질 만큼.
"어때? 지금 우리 파티가 아주 고난의 파티라는 건 눈치챘을 거라 생각해."
"짝수 층마다 뭔 말 같지도 않은 것만 자꾸 튀어나오는 건 보았습니다."
"원한다면 정착할 수 있는 요정 마을이 나오는 순간……."
"저는 끝까지 가겠습니다."
결의에 찬 눈빛. 뭔가 내게 말하지 않은 사정이 있는 게 분명하다.
왕국까지 가야 할 이유라.
잘 모르겠군.
그래도 가장 유능한 파티 멤버가 의욕이 있으니 좋은 일이다.
막내는 신앙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저는 언제까지나 주님의 사도를 따를 것입니다. 두목님."
그 사도가 나다. 혼돈의 교단 고위직은 내가 다 해 먹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닌데.
그냥 별말 하지 않고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런데 사도한테 두목님이라고 부르게 되어 있나?
"사도님이라고 부를까요?"
"아니, 그냥 두목님이라고 해. 강해 보이고 좋네."
휴, 마음에 위기가 찾아올 뻔했군.
소녀는 당연하게도 발랄했다.
"정착요? 제가 왜요? 아저씨 좋아서 따라다니는 건데."
"고백이냐?"
"아니요. 어차피 제가 반한 거 다 알잖아요. 그래도 아저씨가 먼저 고백하게 만들 거예요. 이건 안 질 거야."
"이건 또 놀라운 선전포고군."
"선전포고라니요. 소녀의 순정인걸."
소녀가 콧김을 뿜으며 말했다.
"후후. 기대해요. 저 완전 미인으로 클 거니까."
"그래그래. 열심히 해봐."
안타깝게도 3층에서의 흔들림은 흔들다리 효과가 맞았다.
그 후로는 봐도 그냥 손주 재롱 보듯이 귀엽지 마음이 술렁술렁했던 적은 없다.
점검 결과 파티의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이상적이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파티원이 한 명도 없다.
코딩을 하고 디버깅을 했는데 버그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은 같은 기분이다.
이게 말이 됨?
저번 회차 때, 거대 길드 굴리면서 진짜 개같이 힘들었는데.
3년쯤 남으니 행운의 여신이 내게 미소를 짓는군.
「신도여, 행운의 여신으로 갈아탈 생각이냐?」
‘혼돈이시여. 건방진 농담이시군요.’
「아니……. 그래 내가 잘못했다.」
재미없는 농담은 신이라도 용서할 수 없지.
6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내려갈 때는 아주 두근두근했다.
우주라도 나오면 진짜 너무 화가 날 것 같다. 지금 그딴 게 나오면 축퇴로라도 어떻게 확보해서 여신님께 제물로 바치고 맵 리롤을 돌려야 한다.
아무리 나라도 그거 말곤 방법을 모르겠다.
[TIP : 눈 덮인 북부 지방은 그곳의 짐승들을 거대하며 흉포하고 강인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부 툰드라 지대를 제외하고는 한없이 가혹한 땅입니다.]
설원 테마로군.
만세!
사실 두 번째 테마가 설원이면 큰일 난 거긴 한데. 어쩌다 이런 걸 기뻐하게 되었나 모르겠다.
* * *
"추, 추워요."
이럴 줄 알고 만들어둔 방한구를 바리바리 둘러줬음에도 소녀는 추위에 떨었다.
사냥꾼은 비교적 추위에 익숙해 보였고 막내는 몸에 열이 많은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남미 사람 아니었나? 용케 추위를 안 타네."
"남미도 저 아래쪽까지 가면 남극 같은 땅이 있습니다. 제 고향이죠."
"그건 좀 좋은 소식이군. 그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잘 알겠어."
"물론입니다.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군요."
사냥꾼이 보낸 겨울은 대체로 따뜻한 오두막에 벽난로를 피운 정도였다.
극히 험난한 지구에서 살아온 막내는 그렇게 편안한 환경에서 지내지 못했다.
지금 일행이 바리바리 감싸고 있는 방한구의 상당수는 막내가 만든 것이다.
할머니께 배웠던 뭐 그런 것이라던데 가물가물하던 기억도 내가 짚어주자 금세 되살아났다.
"불빛을 찾아야 하는데."
"하필이면 저녁 시간대입니다."
눈이 많이 보이고 아주 추운 지역이긴 하지만 완전한 극지방은 아니다.
곳곳에 이끼가 자라고 있고 물웅덩이가 많은 것을 보면 툰드라 지대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있다.
우리끼리 어떻게 이 밤을 나겠다고 하는 것보다야 마을을 찾는 편이 낫다.
물론 인구 밀도가 어떨지는 모르니 아쉬운 대로 동굴이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여름인 건 다행이야. 겨울이면 더 큰 일이었겠지."
"여름이요? 지금 이게 여름이라고요?"
소녀가 덜덜 떨며 말했다.
신체 능력과는 별개로 체구가 작으니 추위도 많이 타는가 싶기도 하다.
"누님, 제 것도 쓰시죠."
막내가 선선히 5층의 짐승 가죽을 덧댄 코트를 넘긴다.
생존주의적으로는 좋은 판단이라고는 하기 힘들지만, 뭐 정 안 되면 도핑 빨고 마법이라도 쓰면 될 테니 그냥 그러려니 하자.
일단 소녀가 입은 요정의 옷은 특별히 방한 기능이 없다. 하늘하늘한 것이 더위에나 강한 옷이자 갑옷이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의 갑옷은 꽤 따뜻하다.
그런 차이도 있기야 하겠지.
해가 떨어진다. 삼십 분 이내로 완전한 어둠이 찾아올 것이다.
슬슬 불을 피우고 밤을 지낼 준비를 해야 하나 생각했다.
사냥꾼이 멈춰 섰다.
"저기 연기가 보이는군요."
어둑어둑해지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고즈넉한 한 줄이었다.
나는 일행의 모습을 다시 살폈다.
5층은 열대 우림이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털가죽들은 아니다.
뭐 표범 가죽 같은 게 멋있긴 한데.
유배자라는 걸 숨길 수는 없겠다.
* * *
연기를 향해 다가가자 오랜 세월 발걸음으로 다져진 길이 보였다.
그 위를 지나는 짐마차도 있었고.
걸친 모피들을 보여주자 난쟁이 상인이 말했다.
"이야, 이거 정말 보기 드문 모피로군."
유배자는 원하건 원치 않건 대륙의 곳곳을 다 떠돌게 된다.
상황만 맞으면 다른 지역의 귀한 물건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유배자가 가진 귀한 물건으로는 기적의 샘물이 있긴 하다.
다행스럽게도 혼자인 난쟁이 행상인은 그럴 만한 욕심도, 전투력도 없는 듯했다.
"따뜻한 옷에 천막까지 어떻습니까?"
"흠. 수지가 안 맞는데."
"그럼 저기 남부까지 교역하러 가시던지요."
난쟁이 상인이 슬쩍 내 눈치를 살핀다.
우호적인 유배자를 등쳐먹는 건 쉬운 일이다. 대개 절박한 것은 그들이니까.
그러니 그런 티를 전혀 내지 않으면 된다.
이런 물건을 북부에서 어떻게 구해. 놓쳐서 손해 보는 건 어딜 봐도 상인이다.
내가 가만히 미소만 짓고 있자 상인이 결국 포기했다.
"자네는 꽤나 고참인가 보군."
"유배자를 잘 아시나 봅니다?"
"나도 온 대륙을 떠도는 행상인이다 보니 유배자와는 친한 편이지. 친우도 있다네."
친우라. 미궁은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유배자 건 NPC 건 지속적으로 엮일 확률이 높아지는 보정이 걸리곤 한다.
저 친우조차 홀수 층에서 보았던 사람일 가능성이 존재.
마음의 한구석에 메모.
"이제 마을을 떠나시는 모양입니다?"
행상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분위기가 흉흉하여 오래 지내진 못하겠더군. 자네도 조심하게."
하, 이거 맨입으론 알려주지 않겠다는 은근함이다.
흉흉하다는 말까지 들은 이상 그냥은 못 들어간다. 과즙과 향신료에 절인 맛있는 육포를 대령했다.
"이건 뱀인가? 귀한 고기 같은데. 고맙구먼."
행상인이 싱글벙글하며 알려준다.
현재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모양이다.
오랜 세월 이 땅에 살아온 난쟁이 마을이 있고, 아래쪽에서 이주해 온 잎사귀 요정들이 있다.
정확히 이주라고 부르기엔 어폐가 있긴 하였다.
잎사귀 요정들은 대체로 어딘가에 정착하지 않는다. 온 대륙을 떠도는 요정이다.
단지 머물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텐데, 굳이 이주라 표현하다니.
이미 변고다.
"그린 스킨들에게 쫓겨 올라왔다더군. 다시 내려갈 수도 없으니 그냥 여기 터를 잡아버릴 셈인 모양이야."
"그건 좀 문제가 크군요."
북부의 설원지대는 인구 부양력이 충분치 못하다.
잎사귀 요정들의 규모에 따라서는 서로의 생존이 달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 오크들은 뭐랍니까?"
더스번 경에게 듣기로 그린 스킨들의 움직임이 불온하다고는 했다.
이 대륙의 그린 스킨들은 대체로 중부지방에 터를 잡고 있다고 들었다. 나름대로 패권국가인 셈이다.
옛 요정제국이 엄청나게 강했고, 그게 무너진 후 그린 스킨이 대륙을 무사히 차지한 모양이었다.
"폭풍 울음 여단이라던가. 요즘 적극적으로 들쑤시고 다니는 모양이더군. 요정 전쟁이라도 다시 할 생각인지."
아마 그거긴 할 건데. 이미 카크리쉬가 등장한 이상, 2차 전쟁의 서막이다.
이끼 난쟁이인 이 행상인은 아무래도 가십에 대해 잘 알 테니 떠보았다.
"그 뭐 이끄는 놈들 중에 심연의 전사라거나 그런 게 있다는 말은 못 들어보았습니까?"
히어로 유닛은 대체로 눈에 띈다.
시스템적 보정에 의하여 소문이 돌게 되어 있다.
상인은 내가 상상치도 못한 대답을 내놓았다.
"아, 그 뭐 고대 오크의 영웅인지 뭔지 하는 녀석 말이지? 죽었다던데?"
"예?"
니가 왜 죽어?
어떤 자식이야?
트동트의 제자는 살아 있겠지? 제발 그렇다고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