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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53화 (53/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53화

7층 - Lv. 46 비범한 유배자(2)

운이 좋은 녀석들은 늘 부럽다. 운빨좆망겜을 한다면 누구나 생각할 거다.

나만 운 없어.

그래도 내 스스로 나의 운을 평가해 보자면 중하? 딱히 좋다고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그리 나쁘냐면 그렇지도 않다.

설계와 예측으로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다.

구체적으로는 나 말고 나보다 운이 좋은 누군가를 내가 이용하면 된다.

미궁에서 가장 오래 연마한 것은 결국 기만과 사기.

초면인 상대에게 당장에라도 우리와 연합하지 않으면 큰일 날 거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그래도, 직접 보는 것만은 못하다.

어리둥절하며 나를 따라오던 레인저 파티의 네 명은 천사라는 존재의 실체를 목격했다.

비행하다가 급강하하여 다리로 내려찍는 단순 무식한 공격이 빙하 전체를 뒤흔든다.

그것에 한 불쌍한 유배자가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분해되었다.

그 장면을 목격하자 레인저 파티의 리더가 말했다.

"거, 솔직히 당신이 너무 자신만만하기에 적당히 하고 총을 쏴버리려고 했는데. 그럴 수나 있으면 다행이겠군요. 날개 달린 인간 따위가 뭐 저렇게 강한 거지?"

"오, 그새 배신 각 보고 있어? 노련하군. 아주 좋아. 그럴 생각조차 안 하는 멍청이면 도움도 안 되니까."

나는 진심이었으나 상대는 어이가 없는지 허허하고 웃었다.

무능한 아군보다 유능한 적이 차라리 나은 건 언제나 사실인데 말이야.

지형은 적당한 곳을 이미 봐두었다.

천사가 방금 저쪽으로 날아갔으니 매복을 하기 충분한 시간이 생긴다.

이미 이 파티를 아군으로 삼는 것을 전제로 계획을 짜두었다.

이 정도로 치밀한 작전이 있다면 오히려 잘 먹히기도 한다.

이렇게까지 해서 자신을 잡으려는 연합 파티가 있을 것이라 저 천사가 생각하고 있을까?

물론 변수는 있다.

"아무리 그래도 단독일 리는 없어. 천사의 파티원은 특정하지 못했으니 주의해. 가장 큰 변수야."

물론 그것은 내가 지금부터 파악한다.

모두가 정위치에 숨었음을 확인하고, 나는 손을 튀겼다.

대놓고 내가 여기 있음을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마력 탐지가 원형으로 퍼져나간다.

힘을 전혀 숨기지 않은 가감 없는 마력이다.

마력을 느끼는 몇몇이 눈을 찌푸렸다. 수준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그리고 천사는 마력이 뭔지도 모르는 이도 마법사로 만들어버리는 종족이다.

조금 멀리, 빙산의 귀퉁이를 선회하던 천사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호버링도 되는 고성능 날개다.

신성을 머금은 눈이 나를 향한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 * *

쏜살과도 같다는 표현이 인간의 형체를 한 생물에게도 쓸 수 있는가?

소녀는 지금 그 물음을 긍정할 수 있게 되었다.

천사라는 것의 비행 속도는 그야말로 화살과도 같다.

소녀의 초인적인 기초 스탯과 도핑, 그리고 아저씨가 만져준 대로 모조리 때려 넣은 스탯 포인트.

그로 인해 쌓여온 패시브가 아니라면 제때 반응하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소녀는 달렸고, 정확한 순간 아저씨의 앞을 가로막았다.

검과 검이 부딪힌다.

소녀는 단검, 상대는 레이피어쯤에 해당하는 물건이다.

놀랍게도 선 대 선이 아니다. 점 대 점, 찌르기의 끝이 서로 만난다.

불꽃이 피어났다.

소녀의 단검은 태양신이라 불린 뱀의 송곳니로 만들어졌다.

찰나 동안 서로의 검 끝이 만났고, 천사의 레이피어가 우그러지며 박살 났다.

마법적인 불길이 검신을 타고 흐른다.

천사는 손에 옮겨붙은 불길을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낸다.

"이런 개거지 같은 내구도. 진짜 멀쩡한 칼이 안 나와."

그러며 등에서 뽑아 드는 창.

소녀는 긴장으로 얼굴이 굳는 것을 느꼈다.

리치 차이가 무시무시하다.

아저씨는 그녀가 창을 상대로도 치고받기를 잘할 것이라고 여기지만, 그것은 느린 상대의 경우다.

동등하거나 더 빠르고 강한 이종족에게는 어떨지 알 수 없다.

물론 아저씨는 그녀에게 불확실한 싸움을 거의 시키지 않는다.

천사가 창을 휘두른다.

공격할 필요는 없다.

방어만 해내면 된다.

공기를 찢어발기는 수준의 파공음.

그리고 뒤편에서 날아드는 번개.

아무리 천사가 빨라도 번개만큼 빠를 수는 없다.

사람이 아닌 상대에게 제대로 된 마비나 타격은 없으나, 아무리 그래도 아주 잠깐은 정신이 팔리게 된다.

그 약간의 틈 덕에 소녀는 수월하게 단검으로 창날을 막아내었고, 천사의 표정에 의아함이 깃드는 것을 보았다.

어떻게 막은 거지 이걸?

딱 그런 생각을 하는 표정이었다.

전격에 의한 대미지는 느껴지지도 않는다.

* * *

사냥꾼은 삼각대까지 딸려 온 대물 저격총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미국에서 사격은 보편적인 취미다.

온갖 종류의 총기를 쏘아볼 수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이걸 다루어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

총이라, 참으로 그립군.

리더가 만들어준 플린트 락 권총은 솔직히 말해 골동품이지 총이라 느껴지진 않았다.

이게 총이지.

스코프에 눈을 댄다. 오랜 취미를 몸은 아직 잊지 않았다.

찬찬히 지켜보는 가운데, 천사가 날아든다.

그리고 그걸 막아서는 소녀.

날붙이끼리 부딪치는 소리라기보다는 폭발하는 소리에 더 가까운 굉음.

그 충격에 빙하 위에 내려앉은 눈발이 사방으로 튀어 흩날린다.

흩날리는 눈이 가라앉기도 전에, 천사가 등에서 창을 뽑아 든다.

리더는 기다리라고 했다.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 머리를 날려버리는 게 가장 좋고, 차선은 날개라고.

다시 한번 두 여자의 쇠붙이가 부딪친다.

눈으로 충격파가 보일 정도로 강렬하다.

또다시 눈발이 흩날린다.

사냥꾼은 지금이라고 판단했다.

[샤프 슈팅]

총기에도 적용되는 스킬이다.

* * *

불꽃과 함께 12.7㎜ 직경의 쇠붙이가 날아간다.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탄은 500m 남짓한 거리를 불과 0.6초 만에 좁힌다.

인간의 시각 반응 속도 한계는 0.2초.

청각 반응 속도는 0.1초까지 내려가나 소리보다 먼저 도착하는 총탄에게는 의미 없는 것이다.

인간은 제아무리 민첩 스탯이 높아도.

[신속]과 비슷한 패시브 중첩이 많이 쌓여도.

인지하지 못한 곳에서 날아오는 총기의 사격에 반응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천사는 미처 소리가 도달하기도 전에 고개를 돌렸다.

총탄이 절반까지 도착한 시점, 남은 시간은 0.3초.

가속된 사고 속에서 천사는 소녀를 무시하기로 했다.

창으로 막는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평범한 소총탄이 아님을, 인지와 감각을 초월해 깨달았다.

이미 본능에 달한 영역이었다.

남은 시간 0.2초.

천사는 회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녀가 물고 늘어졌다.

자신과 같은 시간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이 꼬마는 아무리 보아도 아직 인간이다.

‘이 녀석은 대체?’라고 의문을 떠올릴 시간조차 없다.

이미 신경 신호는 뇌를 거치지 않는다.

척수에 닿았다가 즉시 근육에 명령을 내린다. 몸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남은 시간 0.1초.

천사는 조금 늦었다고 느꼈다.

머리를 직격하는 것은 피했다.

날개의 부피가 크다.

원래는 없던 신체기관이다.

본능은커녕 이성조차 아직 자신에게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천사를 경험하는 것이 처음이기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단점이다.

남은 시간 0초.

탄이 도착했고, 팅 하는 소리와 함께 날개에서 불꽃이 튀었다.

* * *

날개가 아플 텐데도 멍해지는 상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이 녀석이 천사를 처음 해보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천사의 날개는 비행 수단이지만, 동시에 공격 수단이자 방어 수단이다.

몸보다 튼튼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강철 정도는 후려쳐서 우그러뜨린다.

그 강도는 판타지 생물답게 판타지 금속과도 같다.

인간의 고정관념으로는 피해야 했으나, 천사의 사고방식이라면 그냥 맞아도 되었다.

이 녀석 확실하게 초짜다.

내가 마법을 짜올리는 속도는 아무리 빨라도 지금 내 앞에 있는 두 사람의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다.

일단은 소녀에게 의지해야 한다.

내가 다음 마법을 준비하는 짧은 시간 동안 소녀가 움직였다.

소녀에게는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 이미 알려두었다.

저 녀석이 정말 천사 초보라면 자신의 몸을 몰라 생기는 틈이 있을 것이라고.

냉혹한 힘살자인 소녀는 결코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유령 같은 움직임은 동등한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더라도 즉시 대응하기 힘들다.

창대가 챙 하고 튕겨 나간다.

당황한 천사가 반응하려고 했으나 소녀가 더 빠르다.

목이나 심장보다는 날개를 노리는 [강격]의 강렬한 찌르기.

지금까지의 적들은 급소라면 일격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지만 천사는 다르다.

트롤처럼 재생은 하지 못하지만 그냥 더럽게 튼튼하며, 더럽게 생명력이 질긴 괴물이다.

총탄이 맞은 날개는 당장은 정상이 아닐 것이다.

소녀는 반대 날개를 노렸고.

뿌득 하고 뼈가 상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미처 방어를 굳히지 못했던 천사는 소녀의 진심 찌르기에 실린 힘에 그대로 튕겨 나가 얼음에 처박혔다.

* * *

레인저 파티의 리더는 무언가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6층에서 현대적 무장을 갖춘 PMC와 맞닥뜨렸을 때도 그랬고, 날아다니는 공격 헬기를 발견했을 때도 그랬다.

죽어라 도망치다 무기고만 잽싸게 털고 계단으로 냅다 튀었다.

7층에 막 도착했을 때는 감동의 도가니였다.

말로만 듣던 10층 이전 자동 소총, 대물 저격총.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은 행운이었다.

왜 고참들이 박다 보면 한 번쯤은 왕국에 도달할 거라고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7층이 PVP임을 확인한 후, 야심차게 계획을 짰다.

그냥 다 죽여 버리기로.

4라는 숫자를 보고도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하려던 일이었으므로.

그래서 완벽한 매복에 제압당했을 때는 또다시 꿈같았다.

이건 혹시 악몽인가?

천사란 게 이번 층에서 깽판 중이라는 말을 듣고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

자신들을 죽이지 않고 총 한 자루만 뺏어간 다음 지시를 내리는 저쪽 파티의 리더는 또 기가 막힌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꿈같은 상황은 지금 그 모든 것이 지시대로, 준비한 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마력을 미끼로 당장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된 후, 천사와 거의 대등한 근접전을 해내는 여자애로 시간을 끌더니.

결국은 천사의 다운을 이끌어냈다.

이 상황이 왔을 때, 그들의 파티가 명령받은 것은 집중사격이었다.

점사 따위가 아닌 완전 자동사격이 이루어진다.

총구가 불을 뿜고 빙하 전체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사격이 집중된다.

한순간 마음을 바꾸어 천사가 아닌 저 파티를 쏴버릴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저 날개 달린 인간은 빗발치는 탄환에도 날개로 방어하며 별다른 상처도 없다.

당장은 도무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일단은 저 괴생명체를 제거하자.

다른 파티는 적어도 총에 맞으면 죽긴 하지 않는가?

* * *

이 대물 저격총은 반자동이다.

사냥꾼은 지체 없이 연속된 사격을 가했다.

콘크리트 벽이나 장갑차 정도는 손쉽게 관통하는 물리력을 지닌 탄환이 쉴 새 없이 날아간다.

천사는 날개를 펴 몸을 감쌌다.

레인저 파티에 의한 소총 사격은 저지력을 위함이다.

사냥꾼의 사격은 날개를 꺾기 위함이다.

날개가 충격에 밀려나기 시작한다.

멀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날개 뼈가 상하지 않을까 한다.

골절 정도는 일으킬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기도하면 쏜다.

열 발 들이 박스 탄창이 바닥났다.

마지막 한 발은 벌어진 날개의 틈으로 파고든다.

그곳에 머리가 있었다.

땡 하는 소리가 멀리 있는 사냥꾼의 귓가에도 들릴 정도로 크게 울렸다.

* * *

총기 선에서 끝난다면 좋았겠으나 역시 상대도 어중이떠중이는 아니었다.

천사의 고리는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파괴 불능이다.

날갯죽지가 비틀리며 열린 방어의 틈으로 대물 저격총의 탄이 빨려 들어가는 것까진 좋았다.

마지막 순간, 천사가 고개를 숙여 고리로 탄을 막아내었다.

저건 머리 위에 아무 맥락도 없이 떠 있기에 충격을 본체에 전달하지 않는다.

진짜 더럽고 치사한 종족이며, 훌륭한 임기응변이다.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캐스팅을 끝마친 마법을 발현했다.

[다크니스 폴]

원소 중에서도 어둠 속성은 아주 위험하다.

조준 문제 때문에 스킬로 습득하라고 말하는 번개 계통과는 조금 다르다.

어둠은 어떤 형태건 정신과 의식에 관여한다.

깔끔하게 스킬로서 시전되는 게 아니라 직접 구축하다가 무언가 잘못되면 여파가 훨씬 크다.

작게는 기분이 나빠지는 선에서 끝나지만 심하면 미쳐버린다.

강제로 100년을 살아가야만 하는 유배자는 가뜩이나 정신 공격에 취약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나마 천사에게 통하는 것도 어둠.

유배자에게 치명적인 것도 어둠.

날 때부터 천사가 아니었던 자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괴로움일 것이다.

써먹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써먹는다.

네놈의 정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려주마.

이 천사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절박한지 알아보자.

허공에서 나타난 검은 연기가 흘러내린다.

뭉클뭉클한 어둠에 소녀가 인상을 쓰며 물러났다.

그 불길함은 마법을 전혀 몰라도 알 수 있는 종류다.

천사는 어둠 속에 푹 잠겨 들었다.

저 종족은 신앙을 가지기 전에는 특별히 정신적인 보정을 주진 않는다.

만신전이 7층 어딘가에 나타날 확률 자체는 높지만, 하던 짓을 보면 신앙을 챙길 시간은 없었을 테고.

이대로만 간다면 이제 끝이겠으나…….

"두목님!"

[파이어 볼]은 마법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가장 다루기 쉽고도 스탠다드한 공격 마법이다.

하나 그것이 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번개와 함께 가장 파괴적인 속성.

위엄마저 느껴지는 불덩이가 허공에 떠올랐다.

바로 옆, 빙산의 귀퉁이에서다.

조짐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투명화]인가?

막내가 방패를 앞세우고 돌격한다.

[실드 차지]는 공격력을 가진 스킬이지만, 탱커에게는 이동기로 더 많이 활용된다.

미끄러지는 듯한 속도로 불덩이의 탄착 지점에 도달한다.

그리고 두 발을 굳건히 땅에 박아 넣고, 태산과도 같은 기세로 방패를 치켜들었다.

[방벽]

마법사가 광역으로 적을 쓸어버리는데 특화되어 있기에, 일부 탱커는 그 한 번의 광역기를 방어하는 것에 특화한다.

천천히 떨어져 내리는 태양과도 같은 [파이어 볼]은 분명 위협적이다.

폭발 열매에 비하면 약하다곤 하나 폭압뿐만 아니라 마법적 화염을 동반하기에 치명적이다.

[방벽]을 발동한 상태의 탱커는 그 피해를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한다.

눈 부신 빛이 터졌다. 화염이 사방으로 번진다.

불길에 빙하가 녹아내린다.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하지만 그뿐이다. 폭압에 의한 피해도, 화염에 의한 상태이상도 없다.

막내만이 온몸이 그슬리고 군데군데 화상을 입었다. 경상이라고는 못하나 치명적이지는 않다.

"좋아, 막내는 빨리 물러나!"

한 번의 광역기를 막아내었다면 저레벨 탱커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구하러 왔나? 생각보다 빠르군.

천사를 유인하기 위한 탐지에는 걸려들지 않았다. 충분히 멀리 있었던 모양인데.

단지 천사가 급발진을 한 것일까?

어쨌건 천사의 파티원이 분명하다.

모습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하나 이 근방에 있음이 분명하니.

손가락을 튕긴다. 마력 탐지가 이중 삼중으로 퍼져나간다.

이걸 상쇄할 능력이 있을 리가 없다.

마력의 폭풍우 같은 파문에 [투명화]가 일그러진다.

소녀의 지척에 한 명의 암살자. 암습 직전의 모습에서 몸이 굳는다.

소녀는 즉시 반응했다.

암살자는 그대로 뒤돌려 차기에 맞아 날아갔다.

어딘가 부러지는 소리, 아니, 으스러지는 소리가 난다.

당장 죽진 않아도 의식은 나갔으니 일단 리타이어.

마력 탐지만으로 [투명화]를 디스펠하진 못했다.

순간적인 마력 노이즈로 일그러지며 모습이 잠깐 드러났을 뿐이다.

복식으로 보아서는 마법사 하나와 궁수 하나.

레인저 파티의 마법사가 준비하던 [라이트닝 볼트]를 날렸다.

전격은 은신과 투명을 잠깐이나마 무력화하는 효과가 있다.

암살자 하나 정도는 있을 거라 예측했으나. [투명화]는 생각 못했다. 짬이 되는 마법사다 모습이 재차 드러나고 소총의 사격이 방향을 바꾼다.

나는 서둘러 엄폐하는 궁수와 마법사에게 달려갔다.

레인저들에게 요구한 것은 그저 견제와 제압사격.

여기서 나를 쏜다면 배신이다. 타이밍은 좋다.

하지만 레인저 파티는 적절한 순간 사격을 멈추었다.

소녀는 오로지 천사만을 마킹한다.

나는 지팡이를 던져버리고 그대로 단검을 투척.

마법사의 가슴에 꽂혀야 하나 뒤로 굴러 피했다.

동시에 상대 궁수의 화살이 날아왔다.

[점멸]

마법사는 비명도 못 지르고 목이 베였다.

그대로 궁수를 향해 단검을 흩뿌리듯 투척하고 앞으로 [대시].

날이 닿으려는 순간, 궁수가 사라졌다.

[은신]의 이펙트는 없었다.

이건 [점멸]이다.

어느 틈에? [파이어 볼]의 여파 사이로 우겨넣었나?

폭음과 함께, 어렴풋이 쨍그랑하는 소리가 났다.

"나느으으은! 왕국까지 가서! 잘 먹고 잘살 거라고! 펴엉새애앵!"

절규하는 듯한 새된 목소리.

천사가 폭발하듯 어둠을 날려버리고 날아오른다.

상대 궁수가 즉시 무언가 폭발을 일으켜 어둠을 날려버린 모양이다.

구원을 완수한 궁수는 곧이어 몸을 숨기려 했으나,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상체가 사라졌다.

대물 저격총은 인체에겐 지나치게 과한 화력이다.

상공의 천사가 날개를 편다. 완전히 회복되어 있다.

그사이 포션도 던졌군.

사냥꾼이 사격을 하려 할 것 같다.

지금 그러면 죽는데.

‘여신님!’

「이미 도망치라고 했어.」

사격 대신 엄폐다. 지금 노리는 것은 사냥꾼이다.

의사는 신언을 통해 거의 즉각적으로 전달.

깃털이 흩날린다. 사방으로 퍼지고, 자그마한 유도 미사일처럼 사냥꾼이 있는 곳으로 발사된다.

사냥꾼이 자리 잡고 있던 빙산이 부서지고 깨지고 흩어진다.

진짜 개 같은 서브 웨폰. 사냥꾼은 살았겠지?

그리고 여신님을 통해 소녀의 의사를 확인.

‘할 수 있겠답니까?’

[해본다는군.]

도핑도 소녀가 마신 이상, 결국 저걸 막아야 하는 것도 소녀다.

로켓처럼 뛰어오르는 꼬마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천사에게 통하는 공격력을 가진 게 저 녀석뿐이라니.

의외지만 방어적인 면에서 천사는 마법 저항력이 높고, 악마는 물리 저항력이 높다.

어둠 속성도 지금 내 수준에선 정신간섭 이외에는 이빨도 안 박힌다.

마법사(임시)인 나는 당장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일단 시체를 뒤지자.

도핑이 있다면 최고인데.

빙고.

죽은 마법사의 병이 붉은색이다.

일단 들이켰다.

마인드맵을 슬쩍 띄워보면 힘 스탯만 폭증하고 있다.

보스 도핑은 맞는데, 아틀라스 같은 것의 피인가?

자, 이걸 어떻게 활용하나.

마법사의 품을 더 뒤적여 본다.

그런 와중, 쾅쾅하는 천둥 같은 굉음이 하늘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소녀는 아직까지는 잘 싸우고 있었다. 천사는 무기 없이 맨손과 날개로 소녀의 검을 받아내고 있다.

팔에선 피가 흐르고 있지만 [대시]로 야매 비행을 하는 소녀가 빠르게 불리해질 것이다.

와 사기 종족 진짜 저걸 맨손으로 버티네.

소녀도 점점 피해를 입을 텐데.

이 상태로는 사격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소녀가 공세를 늦추면 깃털 폭격이 시작된다.

거의 외통수다.

그렇다고 소녀 혼자 승리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우리 꼬마한테 이렇게 부담을 주고 싶진 않았는데.

빨리 어떻게든 해야 한다.

"두목님! 괜찮으십니까?"

그때, 이젠 험악하기보단 순박해 보이기 시작한 얼굴이 나타났다.

"어디 숨어 있으라니까."

"저는 이번 삶을 신에게 바치기로 했습니다."

저건 대충 나를 지키겠다는 소리다.

여신이 투덜거렸다.

「이 녀석이 죽건 말건 넌 살아야지.」

"삼위일체인가 뭐 그런 거 아닙니까?"

아이고, 어설프게 아는 게 제일 무섭지.

가만, 지금 좀 좋은 생각이 났다.

방패를 두들겨보았다.

단단하다.

천사는 굳이 꼽으라면 물리 공격으로 공략해야 하는 존재고.

흠. 그래. 그거군.

물리적 마법이라는 것도 있다. 마법이되 결과는 물리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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