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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75화 (75/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75화

8층 - Lv. 415 용암망치 대대(2)

카드로 인해 종족이 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죽음과도 같다.

그것을 굳이 표현하자면 내가 한 번 죽은 후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다.

나라는 정체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바깥에서는 영혼 같은 것을 믿지 않았지만 적어도 미궁에서는 믿을 수밖에 없다.

영혼에서 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찝찝해지고 만다. 뇌도, 심장도, 눈도, 코도, 귀도.

그 무엇 하나 그대로 남는 것이 없다. 온전히 새로운 무언가로 바뀐다.

이거 생각 이상으로 찝찝한 기분이다. 아무리 그 종족에 익숙해도 새로운 육체에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

신발조차 길이 드는 데 시간이 필요한데 몸이라면 오죽할까.

게다가 뱀파이어가 된다는 것은 진짜로 죽을 때까지 피를 빨린다는 뜻이다.

나는 방금 한 번 죽었다.

부스스하게 눈을 뜨자 소녀가 손을 붙잡고 일으켜 세워 준다.

"신기해요. 진짜 손이 차갑다."

"체온이 낮아지는 게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야."

혈액은 계속해서 순환하겠지만 그 이외의 모든 장기가 활동을 멈춘다.

뱀파이어는 언데드다.

나는 이제 걸어 다니는 시체다. 언데드에 대한 저항감은 이미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유난히 찝찝한 종족이다.

"잠시 기다려 봐. 마인드맵 체크 좀 하게."

[자연의 신이 자신의 권속 중 뱀파이어가 생겼음을 찝찝해합니다.]

까다롭기도 하셔라.

우리 여신님은 아예 하위신으로 들어가려고까지 하셨다지만 자연의 신이 거절했다.

그 대신 내가 대여당했다.

그곳에 내 의지가 없었던 것은 좀 별로인 일이지만 하위신으로 종속당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그 시점부터는 신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기능이 제한된다.

마인드맵에 끼치는 영향 역시 그러하다.

마인드맵이란 유배자의 상징이자, 어찌 보면 모든 것이다. 100년의 기한이 다하여 죽은 후의 다른 세계가 없게 되더라도, 마인드맵만은 남는다.

단순히 스스로가 서버가 만들어질 때 같이 생성된 NPC는 아니라는 증거일 뿐만 아니라, 긴 세월에 대한 추억이 되기도 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새로 떠오르는 내 마인드맵은 이전과 많이 달랐다.

뱀파이어가 된 지금의 마인드맵은 인간일 때에 비하면 흐려져 있다.

인간의 마인드맵이 밝게 빛나는 우주와도 같은 모습이라면 언데드는 대체로 빛을 잃고 꺼져가는 어둠이다.

스킬의 열매는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으며 그 사이를 잇는 가지도 생기 없는 흐릿한 선이 된다.

언데드 중에서도 뱀파이어이기에 검붉은 핏빛이 생기 없는 마인드맵 곳곳에 스며 있다.

그리고 배경의 색은 여전히 혼돈의 신앙을 뜻하는 보랏빛 아우라가 감돌고 있다.

오히려 이 변화를 환영한다는 듯 더 짙게 소용돌이친다.

마인드맵의 중앙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은 초기 구간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하지만 더 가장자리로 뻗어 있던 마법 관련 패시브들은 싹 날아갔다.

모두 포인트로 환원되어 있다.

마인드맵도 이런 식으로 구간별 구분이 존재한다.

종족을 바꿀 때 초기화되지 않는 부분은 종족을 불문하고 공유하는 공용 스킬 라인에 해당한다.

그보다 더 멀리 나가서 각종 마스터리들을 포함한 중위 스킬의 영역에 도달하면 종족이 바뀔 때마다 초기화 당한다.

어쩔 수 없는 게, 꼬리를 활용하는 스킬을 꼬리가 없는 종족으로 쓸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 문제다.

뱀파이어는 인간과 스킬의 등장 테이블부터가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안개화]나 [박쥐화]는 인간일 때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종족 스킬이다.

지금 내 레벨은 어느덧 세 자리가 되어 101이다. 정령왕을 활용하면 경험치의 일부가 저쪽으로도 넘어가기에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소환계통 클래스는 이게 문제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량학살은 경험치에 한해서 언제나 옳다.

확률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쭉쭉 찍어나간다. 미궁의 신앙은 물론 신들과의 친목질부터 해서 여러모로 중요하지만 그건 현실화된 미궁에서나 유의미한 것이고.

게임 시절의 신앙은 권능과 마인드맵에 끼치는 영향 때문에 중요했다.

인간일 때는 큰 의미가 없다. 인간 종족에 보정을 주는 신앙은 없다.

애초에 인간은 특화된 분야가 없기 때문에 어딘가에 보정이 들어가는 것도 이상하다.

혼돈은 심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신앙으로, 인간형 언데드들 전반에 큰 보정이 들어간다.

뱀파이어 또한 그중 하나다.

이 경우엔 종족 특성 스킬이 나올 확률에 상향 보정이 들어가며, 혼돈 뱀파이어 전용 스킬도 존재한다.

복잡하지만 하다 보면 신경 쓰지 않더라도 대충 외워지는 그런 종류의 시스템이다.

그래서 뱀파이어로서의 내 클래스는.

"마투사 좋지. 스탯은 순수마법사로 찍는 주제에 묘하게 근접 전사고 말이야."

화력대비 마력 소모는 아주 훌륭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성비의 문제고 절대적인 마력 소모가 적다고는 못한다.

그래서 패시브도 대부분 마법 쪽으로 찍게 된다.

막대한 근접 화력을 손에 넣는 대신 존재하는 페널티, 그냥 없는 것과 다름없는 근접 보정.

뭐 사실 그냥 마투사 클래스에 필요한 스킬트리를 따라가 보면 알 수 있지만 지능만 주구창창 탄다.

공용 기초 마법 패시브인 [마력 감응] 같은 걸 다 지나고 거기에 파생되는 상위 패시브들도 습득.

핵심이 되는 스킬인 [캐스팅 가속]과 [순간 마력 방출]도 드롭 테이블이 지능 3짜리 가지를 타야 한다.

자연스레 힘 스탯이나 민첩 스탯도 빈약해지고, 이러면 그쪽에서 파생되는 패시브들의 스택도 쌓이지 않는다.

로망은 있으나 똥캐 취급인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한 대 세게 친 다음에 죽기 딱 좋다.

그러나 뱀파이어라면 종족 특성 [피의 샘]을 통해 마법사의 스탯으로도 근접전을 수행할 수 있으니 이야기가 다르다.

세상만사 모든 일은 다양한 것들의 조합이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든 해결하는 방법은 있다.

미궁에서 종족과 클래스와 신앙의 조합이다.

[자연의 신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이 양반은 진성 요정 유저니까 자연의 신을 하고 있지 싶은데. 그래도 짬이 돼서 이걸 아나.

[자연의 신이 요정 뱀파이어가 되어본 적도 있다고 말합니다.]

요정성애자 수준이셨군. 어째 처음부터 우리 사냥꾼을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 닮은꼴이라 그런 모양이다.

내가 마인드맵을 세팅하는 동안 사냥꾼은 막내와 장비들을 다시 점검했다.

플린트 락 권총은 비록 위력의 상당 부분이 소재의 마력에 의존하고 있지만 어찌 되건 그때 그 시절의 총인지라 정비가 자주 필요하다.

막내는 불안한 눈빛으로 방패를 닦고 있었다. 군데군데 찌그러져 내구도가 다해가는 티가 난다.

큰 공격을 받아내는 데 수차례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막내에게는 무기이기도 했기에 슬슬 수명의 끝이 가깝다.

근접 전사들은 여러모로 장비의 소모도 심하다.

일방적으로 적을 찍어 누를 수가 없으니까 별수 없다.

반면 소녀의 단검은 아직 둘 다 상당히 멀쩡했다.

합을 겨루기보다는 상대의 틈을 파고들어 일격 필살하는 스타일은 장비 효율이 좋다. 그게 말이 쉬워서 그렇지.

하지만 소녀는 잘 해내고 있다. 최근 요정 마법사에게 두들겨 맞고 조금 기가 죽긴 했으나 여전히 굉장한 재능임은 변함없다.

세월이 100년이다. 죽음마저 두려울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의 100년.

바깥세상 그 어느 지옥에서 100년을 보내더라도 미궁의 100년에 비할 바는 아니다.

소녀는 요 며칠간 그 사실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아저씨, 뱀파이어 되었으니까 한 번 어때요?"

"좋지. 나도 몸도 풀어야 하고. 심장 빼곤 다 그냥 공격해도 된다."

"어차피 맞추지도 못하는데."

"아냐, 지금 나 스탯이랑 패시브 배분이 많이 달라져서 그때처럼은 못해."

단순히 흥미 본위로 기술을 훔치려는 것에서 목표가 생긴 느낌.

본래도 나를 이겨보겠다고 덤비는 건 사실이었지만 이제는 더 확실하게 무언가를 보고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전의 소녀는 분명 강하지만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오다 보니 강해졌다는 인상이 강했다.

어딘가 욕구가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나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 또한 그 발로가 아닐까 한다.

어딘가 텅 빈 아이다.

"으라챠아아!"

"아야야야, 언데드가 되어도 목이 베이면 되게 아프단 말이야. 뇌가 가까워서 그런가?"

"그런 것도 있어요?"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뱀파이어가 되면 통각은 전반적으로 무뎌지긴 해."

조금 하다 보니 너무 몸이 많이 너덜너덜해져서 그만두게 되었다.

목표를 가진 소녀는 좀 더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했다.

질문도 늘었다. 단지 미궁이 어떠한 곳인지에 관한 흥미 본위의 질문은 줄어들고, 체술과 단검술, 그리고 마법적인 능력의 활용 방안에 관한 질문이 늘었다.

강해지고자 하는 의지는 적극적일수록 좋다.

미궁에 법칙이랍시고 구전되는 것들 대부분은 결국 더 잘 싸우고 열심히 싸우게 만들기 위한 것들이다.

편안하게 살기 위한 법률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무법지대다.

오로지 힘만이 정의다.

이젠 확실히 날 끝이 살아 있다. 어쩌면 내가 뱀파이어가 되어서 대련 중 죽을 일이 없어져 그럴지도 모른다.

소녀가 내게 보이는 애정의 크기를 보면 절로 공격이 느슨해질 만도 하니까.

하지만 나는 이제 막 뱀파이어가 되었을 뿐인 신참이라 [피의 샘]이 넉넉하지 못하다.

사실 이러다가 해가 뜨기만 해도 큰일이다.

꼬마 흡혈귀 역시 마찬가지였다. [데이 워커]는 어지간한 클랜 마스터조차도 보유하지 못한 스킬이다.

바르바로이도 그래서 심연으로 추방당했다. 햇빛의 저주는 뱀파이어의 평생을 붙들고 늘어진다.

뱀파이어는 분명 많은 장점을 가졌고, 그 장점들만 보면 고위 종족에 발을 걸칠 만하다.

하지만 단점이 장점 이상으로 많고 치명적이기에 썩 좋은 취급은 아니다.

"그러고 보니 너는 이름이 뭐니?"

유배자끼리 서로 본명을 말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이다. 왕국쯤 가면 본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난다.

이름을 아는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꼬마 흡혈귀는 조금 다르다. 이 아이는 유배자가 아니다.

그런데 이름이 아니라 엉뚱한 소리를 한다.

"이름은 원래 없었어요. 저는 딸내미라고 불러주세요."

"딸?"

"따알?"

아니지 잠깐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이상한데.

꼬마 흡혈귀의 눈썹이 살짝 떨린다. 그리고 은근히 시선을 피하고, 기대감이 서려 있다.

이야 이거 완전 독단이군.

"야, 똑바로 말해. 자꾸 그러면 미래의 나한테 물어본다. 다음 층부터는 다른 파티원들도 만날 거란 말이야. 알지?"

꼬마 흡혈귀의 얼굴에서 기대감이 사라지고 시무룩해졌다.

"우리 딸 소리 들어보고 싶었어요. 죄송해요. 거짓말이에요. 그냥 꼬맹이라고 불리고 있었어요."

"음, 그래 잘했어 우리 딸. 그렇게 정직해야 해. 알겠지?"

"네."

잘은 모르겠지만 미래의 내가 잘 길들여놨군. 꼬맹이는 원하던 호칭을 들어서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감정이 옅고 표정 변화가 거의 없지만 조금씩은 드러난다.

소녀와는 다른 방향으로 어린아이다운 모습이다.

소녀는 솔직히 순수하다는 느낌보다는 좀 영악하달까.

"아저씨, 아저씨. 저도 불러줘요."

"뭘로?"

"자기야?"

마력 방출로 부스터를 걸고 돌진해 머리를 쥐어박았다.

소녀가 전력을 다해 회피기동을 했지만 [바인드]까지 날려 묶어두고 때렸다.

그렇게 야단법석을 떤 후 파티원들을 불러모으고 부탁을 했다.

뱀파이어의 식량은 피다.

더 정확하게는 원본 종족의 피다.

용인 뱀파이어 같은 게 되었다간 굶어 죽기 딱 좋다.

나는 인간 뱀파이어기 때문에 인간의 피를 빨아야 한다.

"저는 준비 되었어요!"

소녀가 목을 열심히 닦더니 말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막내를 불렀다.

팔을 살짝 그어서 피를 낸다. 흘러내리는 피를 적당히 마법으로 만든 얼음 잔에 받는다.

사냥꾼에게도 받았다.

소녀에게 가자 소녀가 몸을 살짝 꼬며 말했다.

"이런 식이라도 좋아요."

"너 지금 좀 무서워."

"어차피 넘어올 거면서."

아무래도 수상하단 말이야. 소녀의 피도 받으면서 꼬맹이를 슬쩍 보았다.

우리를 보는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 있다.

느낌이 온다. 완전한 진실도 아니지만 완전한 거짓도 아니라는 그런 느낌.

그런 상황이 아마 찾아오겠지. 그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정비를 마친 파티원들과 이동을 시작했다.

* * *

그날 새벽, 불타는 요새를 탈출한 일부 주술사들은 곧바로 매를 만들어 날렸다.

주술로 움직이는 매는 훌륭한 전서응으로서 기능한다.

요새로 후퇴 중이던 폭풍울음 여단의 잔당에 비보가 전해졌을 때, 트동트는 평온했다.

제자는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알고 계신 겁니까?"

"곧 끝날 것이다."

"무엇이 말입니까?"

트동트는 빙그레 웃었다. 세월은 오크의 얼굴에도 인자함을 깃들게 한다.

오크 주술사라기보다는 그저 더 오래 살아 지혜로워진 노인의 얼굴이었다.

"인간으로 돌아갈 방법이 있다면 그리 하겠느냐?"

제자는 고개를 저었다.

"미련이 없다 하면 거짓이겠으나 저는 이미 그들에게 내쳐진 몸입니다. 다시 돌아간들 제 손에 묻을 것은 피뿐이겠지요."

"그래도 좋다고 하면 어떻겠느냐?"

"신께서 허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럼 제가 돌아갈 이유도 없습니다."

트동트는 허허하고 웃었다.

"내가 본디 인간의 땅에서 나고 자랐었다는 것은 말했던가?"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절 거두셨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때는 인간을 증오했지. 아주 옛날이야기야."

"지금은 아니십니까?"

트동트는 생각했다. 세월은 많은 것을 씻어 내린다. 감정 또한 그렇다.

분노와 증오는 휘발된다. 어쩌면 그가 오크여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오랜 세월을 사는 종족일지라도, 아무리 감정을 오래 간직하는 종족일지라도.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미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행위에도 정신력이 필요하다. 감정의 격류는 무한하지 않다.

제자를 보았다. 이 아이를 거두고 나서부터 그것이 더 심해졌다.

불과 일 년 남짓한 세월 동안 안 그래도 꺼져가던 늙은 오크의 증오심은 흔적조차 감추었다.

자연히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피곤해졌다. 그러다 보니 여단 내의 입지도 조금씩 약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연기일 뿐이었다. 그의 오랜 삶 전체를 지탱해오던 감정이었으니 이제 와서 삶의 방식을 바꾸기도 어려운 탓이다.

투쟁심을 잃은 그린스킨이라니. 신께서 알면 어처구니없어하리라.

하지만 종족에 앞서는 것이 개인이다.

트동트의 삶은 온전히 그 자신의 것이다.

트동트는 입을 열었다.

비록 종족은 다르지만, 과거의 자신과 흡사할지도 모르는 한 소녀를 위해.

"이젠 지쳤구나."

그 남자에게 들은 대로라면 곧 그의 그린스킨으로서의 삶은 끝난다.

트동트는 제자의 눈을 보았다.

그리 생각하였더니 이제 주술사의 제자가 아닌, 배신감에 불타는 소녀의 눈동자가 보였다.

"이야기를 좀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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