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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76화 (76/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76화

8층 - Lv. 415 용암망치 대대(3)

몇 달 전은 트동트에게도 뜻깊은 날이었다.

유배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꼭 그의 삶 군데군데 나타나서 귀찮게 굴어댄 탓은 아니다.

이 대륙의 역사는 아주 먼 고대부터 유배자라는 이방인의 존재가 기록되어 있다.

개중에는 역사의 일부가 된 자들마저 있을 정도다.

솔직히 말하면 트동트는 그 사실을 크게 믿지 않았다. 그리 대단한 유배자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크의 대영웅이 유배자를 주의하라고 말했을 때, 그런 생각이 슬며시 드러났을지 모른다.

그의 반응은 카크리쉬를 피식 웃게 만들었다.

"경험하지 못한 것을 믿는 것은 어렵지. 나도 잘 알고 있다네 주술사여."

그렇게 말하는 카크리쉬의 손은 빈손이었다.

무엄한 유배자가 훔쳐갔기 때문이다.

대영웅은 오크 암살자는 아니었으나 신중하게 접근하여 적을 암습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 성격이었다.

전쟁의 신 대신 심연의 신을 섬겨 그런지는 확실치 않다.

성격이 먼저였을까, 신앙이 먼저였을까.

그를 상징하는 무기는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다는 심연의 성물.

전설에 따르면 이 대영웅은 그 단검을 쥐고 격투에 가까운 방식으로 싸운다고 했다.

그 무기가 지금은 도둑맞고 없다.

"고약한 쥐새끼로군요. 병을 더 퍼뜨리기 전에 잡아 죽여야겠습니다."

그 말에 카크리쉬는 다시 한번 유배자를 주의하라 일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을 증명했다.

그 유배자에 죽음으로써.

다시 만나게 된 그 남자 유배자는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오크의 대영웅을 제압하느라 소모가 컸을 텐데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에서 그랬다.

트동트는 쓰러진 오크 대영웅의 시신 옆에 주저앉았다.

이 삶도 여기까지인가 싶었다.

하지만 유배자는 그를 죽이는 대신 대화를 청했다.

트동트는 전설 속에 전해 내려오는 강력하고 교활한 유배자의 이야기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었음을 깨달았다.

남자의 혀는 아주 간교했고 그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다만, 그랬기에 오히려 와 닿아 울리는 진정성은 없었다.

그 목소리, 어투, 표정이나 손짓 하나하나까지 설득력을 부여하지 않는 요소는 없다.

하지만 거짓이었다.

말하는 것처럼 대의를 위해 떠드는 것도 아니었으며, 대륙의 평화를 위해 나서는 것도 아니었다.

요정을 걱정하는 것도, 인간의 미래를 위한 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다.

그럼에도 트동트는 그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살고자 함은 아니었다.

그저 흥미로웠다. 그가 트동트에게 구하는 협조는 그의 제자에 대한 것이었다.

결코 그 남자의 말에 넘어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트동트와 남자는 같은 의견을 가진 부분이 분명 존재했다.

인간은 오크가 되어 살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날 때 다르게 태어나는 것이다.

제자를 다시 인간으로 돌려보내자.

유배자에게는 그럴 방법이 있다.

유배자이기에 있다.

물론 트동트에게도 변화는 있었다.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한들, 영향받는 부분은 있다.

트동트가 자신의 삶에 지쳐 있었던 것은 사실이므로.

간교한 유배자는 다 알고 있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우리 둘 중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면 대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전쟁의 신께서 잠시 보고 있지 않는 동안, 트동트는 남자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리고 손을 맞잡은 채 흔들었다. 그것이 인간의 관습이라는 모양이다.

* * *

먼동이 터오려고 할 무렵. 스승의 이야기가 끝났다.

제자는 스승의 인생사에 그다지 큰 감명을 받지는 못했다.

스승은 구구절절하게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단지 담백하게 그가 삶에서 어떤 점을 느꼈고 어찌하여 생각이 변해 가는지만을 묘사했다.

그중에는 지나간 뒤에야 알게 된 사실도 있었다.

설득하려는 태도도, 나무라는 태도도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가르치려는 느낌이었다면 제자는 듣기를 그만두었을 것이다.

귀를 막고 가만히 경청하는 척만 하며 시간을 보내었으리라.

하지만 스승은 단지 옛날이야기를 하나 하듯, 술에 거나하게 취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용병처럼, 아무렇게나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가 끝났을 때, 제자는 물었다.

스승이 유일하게 내비친 뜻이었다.

"제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길 원하십니까?"

"그래."

제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뜻은 알겠다. 하지만 왜?

왜 이 늙은 주술사는 자신에게 이토록 마음을 쓰는가.

"나도 모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늙은이의 변덕일지도 모르지. 끌끌."

제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깊고도 깊은 한숨이었다.

"그럼 제가 어찌해야겠습니까."

"인간으로 돌아가보기는 하겠느냐?"

"그 유배자도 저를 이용하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럼 너도 그 유배자를 이용해라."

"어떻게 말입니까?"

그래서 트동트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제자가 입을 벌렸다.

"폭거입니다. 이전에 말했듯이 규율의 신께서 용납지 않으실 겁니다."

트동트는 웃었다.

"규율의 신께서 가장 중히 여기시는 것이 무엇이더냐."

즉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금전입니다."

트동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를 잃음으로써 규율의 신께서 얼마나 손해를 보았겠느냐."

제자가 충격에 눈만 깜빡이는 모습을 본 트동트는 다시 낮게 웃었다.

대성녀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으나 결국 어린 소녀다. 신실하였고 그 이상으로 재능이 있었기에 오른 자리다.

정치에는 무지하며 세상사에는 더욱더 무지하다.

신전 바깥의 삶을 오크가 되고 나서야 겨우 알게 되었으니.

"노하고 계신다고, 너를 애타게 찾으신다고 하신다. 피를 좀 흘리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규율께서 전쟁으로 신명을 바꾸기 전에 어찌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습니까……."

제자는 결심했다.

* * *

"정말 그렇게 잘 될까요?"

"보통은 되더라고. 규율의 신이 다른 서버도 같이 살피느라 바쁘단 걸 잘 모르니까."

"정보의 불균형……. 무시무시하네요."

"그렇게 말할 것까지야. 고참 유배자들이 후배들에게도 곧잘 하는 짓인데."

"으, 역시 인간이 제일 무서워."

"난 이제 인간 아닌데?"

농담은 제쳐놓고서라도, 유배자에게는 신이 비즈니스 관계라지만 미궁의 주민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는 정말로 ‘신’이다.

대하는 태도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고위 성직자라면 정말로 온몸을 바쳐 신을 따른다.

행동 하나하나도 교리를 따른다. 그들의 삶은 신에게 바쳐진 것이다.

미궁의 주민들에게 신이란 그 자체로 하나의 ‘법칙’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응당 그러한 존재.

"그러다 보니 자신을 낮추는 경향이 있단 말이야. 자신을 신의 도구로 격하하고 하잘것없는 일개 신도라며 겸손을 챙기지."

"하지만 신에게는 비즈니스의 일부군요."

"신도의 수와 강함이 신의 영향력이니까."

그럼에도 신좌의 제약에 의해 신은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

신도들에게 고참 유배자로서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할 수 없는 것이다.

답답해 죽을 노릇이지만 헛짓거리하는 것도 보고만 있어야 한다.

전쟁의 신도 아마 내가 대놓고 적대를 선언하지 않았다면 반대로 나를 회유하려고 했으리라.

숫자가 많은 미궁의 주민들은 기초체력에 가까운 신도라면,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유배자는 진정으로 효율적인 도구이자 수단이다.

신이 직접 긁지 못하는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존재.

유능함을 증명한다면 유배자는 끊임없이 신들의 러브콜을 받는다.

[자연의 신이 혼돈에게 찾아온 행운이 부러워 입맛을 다십니다.]

"그러니까 성녀는 아마 땅을 엄청 파고 있을걸? 이게 맞니 틀리니. 내가 돌아가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내 마음은 어디로 흐르는가."

"성녀가 저랑 나이가 비슷하다고 했죠? 그럴 수 있어요. 저도 그랬거든요. 사춘기는 위험하죠."

‘넌 지금도 충분히 질풍노도…….’ 같은 말을 하려다가 귀찮아서 말았다.

"거기에 규율의 신은 선신이라 더 할 거야. 신 본인은 미칠 노릇이지만. 신도들은 신의 성격이 온전히 신좌가 제약하는 모습 그대로일 거라고 굳게 믿는 거지."

"그래서 죄수로군요."

"큰 힘에는 큰 대가가 따르는 법. 신도 나름대로 서비스 직종이란 말이지."

소녀가 ‘완벽하게 이해했어.’라는 얼굴을 했다.

사냥꾼과 막내 역시 그렇다. 꼬맹이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등에 업힌 와중에도 마력을 다루는 연습을 하느라 바쁜 모양이다.

"그런데 트동트가 그렇게 쉽게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까요?"

소녀는 늙은 오크 주술사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는 모양이다.

일전에 털어놓기를 미궁에서 느낀 가장 처음의 충격은 그리폰이었으나 그 충격을 지워버릴 만큼 무서웠던 것도 트동트였다고 한다.

저런 적을 상대로 인간이 대적할 수 있나?

미궁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지금이야 생각이 달라졌겠지만 그때는 굉장한 충격이었다고.

"아저씨가 말한 NPC도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는 의미를 그 주술사 덕에 확실하게 알았거든요."

"그러니까 뜻대로 움직일 거야."

내가 트동트를 움직이려면 어떻게 했을까?

미래의 나는 아마 그런 식으로 말했을 거다.

최대한 꿍꿍이를 숨기는 노련한 협잡꾼으로 보이도록.

트동트는 생각할 것이다. 완전히 신뢰할 만한 인간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의 필요를 위해서라면 협력할 만하다.

이해관계의 일치. 딱 그 선에서 생각이 멈출 것이다.

적당히 꿍꿍이가 드러나는, 늙고 노련한 주술사의 통찰로는 간파할 수 있는 수준의 어설픔이 중요하다.

그 점이 오히려 신뢰를 만들어낸다.

트동트는 상대의 얄팍한 꾀를 어느 정도 간파했다 여길 것이다. 그러니까 도리어 거래에 응하여도 필요한 만큼만 발을 담글 수 있을 거라고 낙관하게 된다.

원래 사기는 그렇게 당하는 거다.

지금쯤 나 대신 성녀를 설득하고 있겠지.

자신이 아주 적당한 선에서 훌륭하게 타협하고 있다고 생각할 게 틀림없다.

그 어떤 유배자도 트동트에게 미궁의 진실까지는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살아온 궤적을, 심지어 혹시 걸어갔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길마저도.

그런 모든 가능성을 모조리 알고 있는 타인이 존재할 거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

* * *

뱀파이어가 둘이 되었기 때문에 햇빛 대책이 필요했다.

꼬맹이가 미래에서 가져온 망토들은 암막 기능이 확실했다. 그렇지만 그걸 두르고 있다고 완전히 햇빛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두 벌은 두르고, 나머지 두 벌은 나무 조각과 엮어서 틀을 만들고, 그 위에 덮어 움직이는 텐트처럼 만들어 등에 짊어졌다.

지치지 않는 뱀파이어여서 다행이다.

꼬맹이도 같이 등에 업었다.

그러다 보니 이동은 아주 느렸다. 급하게 움직이다가 직사광선에 제대로 한 번 노출되면 거기서부터 타들어 간다.

바르바로이는 격이 높은 뱀파이어기에 회복하며 버텼던 거지 나나 꼬맹이는 아직 뱀파이어로서는 애송이다.

그나마도 겨울의 툰드라라 날씨가 항상 흐린 덕에 이동이 가능하다. 더 쨍쨍한 날씨였다면 낮 동안은 땅을 파고 들어가 숨어야 한다.

말을 타고 달려왔던 거리를 그렇게 굼뜨게 움직이다 보니 다시 해가 졌다.

그때부터는 빠르게 움직였다. 죽은 말의 사체를 묻었던 곳도 다시 보였다.

왔던 길을 다시 밤새도록 되짚어가다 보니 새벽마저 끝나간다.

도로 먼동이 터오려고 할 무렵에 드디어 멀리 인간의 나라 방향에서 회군하고 있는 그린스킨의 군대가 보였다.

피워놓은 불빛은 수 ㎞ 밖에서도 탐지가 가능하다.

저들 땅에 있는 그린스킨들이 그걸 숨길 리가 없다.

적진 한복판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마력 탐지를 썼다가 발각되는 건 좋지 않으니 눈이 좋고 관련 스킬도 보유한 사냥꾼에게 관측을 시켰다.

내 눈에도 멀리 거대한 덩치들이 보인다.

철갑을 두른 오우거나 트롤들은 당연히 그 움직임이 맨몸보다 굼떠진다.

그래서 중무장 오우거, 트롤들은 철갑을 두르고도 맨몸의 다른 괴물들보다 훨훨 날아다니는 정예 전사들만이 선발된다.

충격대대 같은 부대는 한국의 군대로 따지자면 특수부대원 같은 거다.

그린스킨이니까 특수공작에 요인암살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엄청 강할 뿐이지.

소수정예라는 점에서는 같으려나.

대대원 하나하나가 보스급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열심히 단련하는 중무장 트롤이라니.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가.

대대 간부로 가면 정말로 어엿한 보스급이기도 하고, 대대장은 내버려 두면 미궁의 선택을 받아 새로운 [히어로 유닛]이 될지도 모르는 격을 지녔다.

냉정하게 말해서 내가 당장 가진 패 중에서는 정령왕이 아니라면 승산이 없다. 절대 싸워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지금 정령왕을 동원할 방도는 없다. 내 목숨을 짜내어도 힘들 거다.

마력을 먹는 하마 같은 녀석이라.

찬찬히 야음을 틈타 정보를 수집해간다.

해가 뜨려 하지만 서두르다 일을 그르칠 수는 없다.

지금 위치는 함락되어 불타버린 요새로부터 크게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다.

용암망치 대대는 폭풍울음 여단과 합류한 채로 밤을 보냈던 모양이다.

잠자리를 정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꼬마 흡혈귀의 말에 따르면 저기에 현재의 자신과 트동트, 그리고 성녀도 모두 있다고 한다.

그러면 저 사이로 잠입해서 트동트와 접선을 해야 할 텐데 걸리면 죽는다. 진짜로 죽는다.

"그때처럼 시원하게 메테오 날려버리면 안 될까요?"

"일단, 준비할 시간이 없어. 그리고 그 위력으로도 쟤들은 크게 안 다칠걸?"

6층에서도 트롤은 꽤 많이 살아남았다.

훨씬 고레벨이니까 [미티어 스웜] 정도로는 유의미한 살상력을 내기 힘들 것이다.

"어차피 저기 가서 이거만 전해주면 어떻게든 될 거야."

"[히어로 유닛]이란 게 그렇게 강해요?"

"한 종족의 역사가 어떻게 흐를지를 틀어쥐고 있는 영웅이란 게 그런 거지. 일단 겁나 강해야 이 약육강식의 땅에서 영향력을 가지지 않겠어?"

"운명 같은 게 막 있나 봐요?"

"개나 소나 다 역사의 주역이 될 수는 없잖아. 미래의 고블레타리아 연방도 어떤 식으로건 [히어로 유닛]이 엮여서 그렇게 된 거라고 봐야해."

소녀가 약간 고민하다가 대답한다.

"그럼 저 성녀를 반드시 구해야 하는 거죠?"

"아무래도 그렇겠지?"

어떤 식으로건 관련이 있을 거다. 저 성녀가 대체 인간의 진영으로 돌아가 무슨 짓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미궁의 시스템적으로 그렇다.

미래는 그렇게 쉽게 휙휙 변하지 않는다. 운명의 분기점에서 발을 내디디는 것은 언제나 [히어로 유닛]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종족 메인스트림]이다.

신이 유배자에게 얽매일 수밖에 없듯이, 역사를 주무르려고 하는 유배자는 [히어로 유닛]에 얽매여야 한다.

"이상한 스킬을 가진 놈들도 많을 것 같은데."

고레벨 몹이란 건 원래 일반적인 게 아니다. 미궁의 주민들인 마인드맵이 없어 타고나거나 어느 날 갑자기 얻는 식으로 스킬을 얻는다.

대충 저런 정예면 이상한 놈이 꼭 하나씩 있다.

[은신]이나 [투명화] 같은 걸 믿는 게 더 도박일 수 있다. 적진 한가운데서 걸리면 외통수다.

사냥꾼이 말한다.

"그 망토는 어떻게 활용할 수 없습니까?"

"피를 통제할 수는 있지. 하지만 인간의 피가 아니면 내가 섭취를 못 해. 그래도 써먹을 수는 있겠군."

좀 막무가내긴 하지만 여기선 미래의 내가 트동트를 아주 잘 꼬셨다고 믿자.

사춘기 소녀는 오크 할아버지의 따뜻한 말에 쉽게 넘어간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는다.

"너 제자랑 트동트 얼굴 알지?"

"네, 못 잊을 얼굴이에요."

"오크 중에서도 구분 가능?"

"요즘도 가끔 꿈에 나와요."

"어이구. 하지만 다들 그렇게 유배자가 되어가는 거지."

작전은 간단하다.

"우리가 가서 때려 박는다. 그럼 도발당하겠지? 그래서 저놈들은 우리를 쫓아온다. 그동안 제일 몸이 잽싼 네가 트동트에게 그 카드를 건네준다. 오케이?"

"오케이가 아니죠. 그러다 죽으면요?"

"대성녀쯤 되면 [부활] 쓸 수 있어."

"……진짜요?!"

성직자 클래스가 구현할 수 있는 가장 기적적인 주문.

죽은 자의 소생!

뭐 사실, 생명체는 가능해도 언데드인 나나 꼬마 흡혈귀는 부활 못 한다. 하지만 뱀파이어는 그만큼 생명줄이 질기다.

물론 그 바람에 타임어택이 걸리기도 했다.

이미 날은 밝아오고 있다. 본격적으로 햇빛이 비치기에는 눈이 내릴 날씨라 구름이 가려주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해가 더 높이 떠오른다면 결국 뱀파이어는 불탈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미 좀 괴롭다. 오싹오싹하고 찝찝한 그런 기분. 컨디션이 점점 나빠지는 중이다.

"어차피 나랑 꼬맹이는 낮에 햇빛 아래로 나가면 노릇노릇 구워져서 죽어요. 죽이 되건 밥이 되건 해 뜨기 전에 빨리해야지."

중무장 오우거, 철갑 트롤과 술래잡기.

인간 친구들은 한 목숨씩 더 있고.

타임어택은 해가 완전히 뜰 때까지. 지금은 대충 20분 남짓일까?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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