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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77화 (77/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77화

8층 - Lv. 790 용암망치 대대장

오우거나 트롤의 가죽은 단단하게 느껴질 정도로 질기긴 하다.

하지만 온갖 보정을 덕지덕지 바르고도 베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체로 갑옷이라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뿐더러, 부끄럽게 여기기도 하는 그린스킨들은 그래서 그 육체의 우월함을 잘 살리지 못할 때가 많다.

사실 꼭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오크라면 모를까 키가 3미터가 넘어가는 덩치가 되면 비용이나 재료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게임 시절에도 거대하고, 거대하기 때문에 강한 종족들은 그런 식의 페널티를 받았다.

엄청난 체격 덕에 엄청난 스탯을 가지고 있지만, 장비에 극심한 제한이 걸린다.

스탯이 높으니 HP도 높지만, 방어구가 없으니 방어력이 낮아 실질적인 내구력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손해 본다.

대신 거구에서 나오는 끔찍한 물리적 공격력으로 그 단점을 메꾸었다.

밸런스적으로는 훌륭하다.

하지만 모든 게임들이 그렇듯이 태생적인 단점을 메꿀 수단도 존재한다.

돈이 많고 기술이 있으면 된다.

랜덤 인카운터로 출현하는 그린스킨의 국가가 왕국 정도의 규모만 되어도 중무장 그린스킨은 출현하지 않는다.

제국이라면 경우에 따라 맞닥뜨릴 수 있다.

더스번 경이나 난쟁이, 요정들도 오크 제국의 내정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래도 용암망치 대대의 무장 상태를 보면 제국치고도 융성한 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꼬맹이가 들고 온 정보에 따르면 우주까지 진출하는 먼 미래에도 삼분하는 세력 중 하나로 버티고 있는 모양이다.

아마 나는 왕국에 간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그린 스킨을 조지려고 할 거다.

그럼에도 그때까지 남아 있다면 부자는 망해도 3년을 가고 제국은 망해도 300년은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린스킨 제국 기술과 예산의 정수가 눈앞에서 휘둘러진다.

뱀파이어는 무수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만큼이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내 경우에는 기초 신체 능력이 빈약하다는 게 꾸준히 발목을 잡는다.

뱀파이어는 전반적인 신체 능력이 모두 인간보다 우월하다.

날아드는 해머는 실사용이 가능한 무기라기보단 전시용 조각상 같은 사이즈였다.

그럼에도 마냥 투박하지는 않다.

개인의 의향에 따라 커스텀된 흔적이 느껴진다. 무시무시한 해골 양각이라거나 말이지.

아마 부대원 하나하나에 전담 장인이 붙어 있으리라.

그린스킨들이 선호하지 않는 완전 무장을 시키려면 그만한 명예가 주어져야 한다.

명예는 국가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괴물들이 자존심도 접어가며 철갑을 두르게 만드는 명예로운 자리.

제국의 황제와 전쟁의 신이 만들어낸 살아 있는 병기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공격의 풍압만으로도 얼굴이 따가우려 한다.

몸을 박쥐로 흩어지게 한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몇 마리가 제때 피해내지 못하고 망치에 으깨졌다.

뱀파이어가 뭣 같은 이유는 여러 가지겠으나 종족 특성이 다루기가 어렵다는 점도 한몫한다.

몸을 흩어 통제하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게임 시절에야 이런 메커니즘이 아니었으니 문제없었다.

이제는 팔다리가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데 그걸 제각각 움직이는 기분이다.

하물며 팔다리조차도 아닌 부위의 박쥐는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감각으로 움직여야 한다.

나 정도면 아주 훌륭한 편이다. 뱀파이어 사회에서도 감탄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미처 피하지 못한 신체의 일부는 꾸준히 죽어가고 있다.

본래라면 있는 그대로의 손실이겠으나, 바르바로이 클랜의 권능은 마치 내 몸속에 있는 것처럼 피를 지배할 수 있게 해준다.

적일 때는 참 이걸 어쩌라고 싶은데 내가 쓰면 너무 달달하다.

박쥐가 피로 녹아 다시 날아오른다. 손실은 거의 없다.

나를 공격한 트롤은 함성을 내지르지 않았다.

묵묵하게 다시 망치를 휘둘러 온다.

다시 몸을 흩어 피해를 최소화한다.

[안개화]라면 물리 공격에는 무효나 다름없는 내성을 가지겠으나, 렙이 딸린다. 서럽다.

다른 쪽에서 오우거의 마법도 날아온다. 아무렇게나 날려대는 다른 부대의 녀석들과는 다르다.

정확한 조준과 퇴로를 차단하려는 형태로 움직인다.

저런 형태의 마법은 의지로 짜올리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 맥락 없이 나타나는 선천적인 것이다.

즉시 발동이나 다름없으니 간섭하여 막아낼 방도도 없다.

서둘러 다시 다른 곳에서 몸을 합친다. 표면적이 넓어지면 마법이나 폭발에 의한 타격이 커진다.

한 마리의 날개 끝에 불이 붙었으나 큰 문제 없다.

다시 후다닥 흩어져 거리를 벌린다. 박쥐는 어쨌든 날짐승이다.

잘 다루면 달리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기동성을 얻을 수 있다.

익숙해지면 박쥐 하나하나에 [대시]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참다못한 트롤 하나가 제 무기를 집어 던졌다.

창이라기보다는 기둥에 가까운 것이 공기를 찢어버리며 날아온다.

소름 돋게 정확하고 빠른 투창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심장만 간신히 피하고 나는 거의 박살 나 흩뿌려졌다.

대지도 거의 폭발했다. 땅거죽이 뒤틀리며 하늘 높이 솟구치고 흩뿌려진다.

투창이라기보다는 미사일이다. 무슨 궤도에서 내리꽂는 텅스텐 탄자도 아니고. 세상에 정말.

하지만 입으로는 다른 소리. 최대한 여유와 비아냥을 가장하고.

"이봐, 친구들 그거밖에 못 하나?"

박쥐 등짝에 입만 둥실둥실 떠다니게 형성해서 입을 털어대면 몹시 약이 오른다.

당해봐서 안다. 용암망치대대의 정예 병사들이라고 다르지는 않다.

지금 나를 추격하고 있는 녀석들은 사소한 도발에 걸려든 녀석들이다.

아무리 멍청한 그린스킨들이라 해도 이 정도 정예 병력이면 쉽게 도발당하지 않는다.

적어도 위협이 된다는 것 정도는 보여줘야 한다.

실제로 갑자기 나타나 마법을 날린 뱀파이어를 따라나선 녀석들은 넷에 불과하다.

하나의 분대인 모양이다.

다른 녀석들은 그저 이쪽을 보며 구경하고 있을 뿐이었다.

내기라도 하는지 껄껄대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동물원의 원숭이라도 된 것 같다.

이 행군은 여단은 몰라도 대대 입장에서는 개선이다. 인간들을 마음껏 유린하고 파괴하며 약탈했다.

단지 후방의 못난 것들이 싸지른 똥을 치우러 왔을 뿐이다.

그 인식, 이제 바뀔 거다.

* * *

당연하지만 현재 파티 최강의 전력은 꼬맹이다.

이건 가감 없는 사실이다. 미래에서 왔는데 어쩌냐고.

레벨을 슬쩍 물어봤더니

"171이라고 했어요."

마인드맵이 없는 NPC들은 자신의 레벨을 직관적으로 알 방도가 없다.

미래의 내가 어련히 알아서 측정했겠거니 싶다.

경험치라는 건 상대의 무장 상태나 상황을 따라서도 종합적으로 계산해 주는 면이 있다.

최소한의 융통성이랄까.

그래서 평균적으로 전력이 상승하는 미래 쪽이 더 경험치를 퍼주는 경향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수치는 대체, 미래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좋아.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고위력의 마법은?"

"[인페르노] 열심히 연습했어요. 이건 스킬로 쓰면 안 된다고 아빠가 열심히 가르쳤어요. 어, 그러니까 미래의 아빠가요!"

역시 나야. 뭐가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고 있군.

그래도 저 아빠 소리는 참 적응이 안 된다.

[인페르노]는 마법 자체에 물리적인 영향력이 거의 없는 설치형 마법이다.

설치형인 만큼 미리 진을 그려 구현하는 것이 보통이다.

효과는 단순하며 끔찍하다. 진의 범위 내, 그러니까 원형 진이라면 수직으로 세워진 원기둥 모양의 공간 내부의 온도를 극단적으로 올린다.

포인트는 그 가열이 한순간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자아를 가진 생체의 온도를 직접 건드리지는 못한다. 자아는 최소한의 마법방어력을 담보한다.

하지만 일어나는 결과는 현대병기의 열압력탄두와도 비슷하다.

과학적 물리법칙 따위 개나 줘버리는 마법적 효과에 의해 수천 도까지 폭등한 대기는 미칠 듯이 팽창하며 열풍을 흩뿌린다.

사실 정령왕으로는 거의 평타처럼 행사할 수 있는 위력이다.

직접 구현하려면 이렇게 많은 노고가 필요하니 괜히 전략병기가 아닌 셈이다.

특별히 위장하지 않았음에도 괴물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진 안으로 들어왔다.

뻔히 보여도 자신 있다는 것일까.

내가 멈춰 서자 괴물들도 멈춰선다. 대지를 진동시키던 발걸음이 잦아들자 이상할 정도로 주변이 고요해졌다.

나는 검을 뽑아서 겨누었다.

오우거 하나가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그리고 조금 뒤편에 [투명화]로 몸을 숨기고 있던 꼬맹이가 나타났다.

막내가 목마를 태우고 있다.

흡혈귀라곤 해도 저 짧은 팔다리로는 달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 아직 박쥐화는 잘 다루지 못하고 있으니 제 발로 달려야 한다.

막내가 기꺼이 운송수단을 자처했다.

말하자면 저건 자주포다.

트롤들이 비웃기 시작한다. 우스운 꼴이긴 하다.

나는 피식하며 점멸로 사라졌다.

[인페르노]

* * *

소란이 이니 모를 수가 없다.

제자는 심드렁하게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저 깐죽대는 남자가 대놓고 나타났을 때는 무슨 생각인가 했다.

몇 명의 괴물들에게 쫓기면서 어디론가 유도하는 것을 보면서도 뭘 어쩌겠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생각에는 차라리 몰래 들어오는 게 더 나았다.

살아남은 주술사들은 그리 많지 않다.

요정의 숲 유적에서 보았던 수완이라면 어떻게든 은밀하게 들어와 건네줄 수 있을 법도 하다.

그녀가 도와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후에야 깨달았다. 저쪽은 아마 이곳의 상황을 아주 구체적으로는 모르는 것이겠지.

나름대로의 최선이리라.

그래도 너무 불안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폭발이 일어났다.

화염을 동반한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 무너질 정도로 격렬한 것도 아니었다.

펑 하고 터진 공기의 충격파가 귀를 먹먹하게 한다.

열풍이었다.

추운 북부의 평야가 한순간 한낮의 사막으로 느껴질 정도로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빠르게 식었다.

찰나가 지나고 역방향으로 다시 바람이 분다.

그 중심에는 유배자를 쫓아가던 분대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리고.

피륙이라기보다는 서 있던 갑옷이 쓰러지는 것처럼 무너진다.

연기가 피어올랐다.

제자는 전율했다.

상대가 만들어낸 살상력에 대해서가 아니다. 기껏해야 일회용 함정이다. 저걸 연발할 수 있다면 당당하게 쳐들어왔을 것이다.

전율의 대상은 주변에 있는 오우거와 트롤들이었다.

웃음이 그쳤다.

개선의 분위기가 사라졌다.

이들은 정예병사다. 더 젊을 적부터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제국에 헌신하는 것을 목표로 훈련해 온 동료들이다.

그린스킨에게 그런 것이 있다고는 그녀도 과거엔 믿지 못했다.

전우의 죽음에, 그리고 그 죽음이 농락의 결과로 보인다는 사실에.

열풍의 올랐던 온도 이상으로 공기가 얼어붙는다.

제자는 그 대상이 아님에도 오금이 저릴 것 같았다.

인간일 때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텐데.

오크가 되며 신성에 비롯한 힘 대부분은 그녀의 손을 떠났다.

근처의 트롤이 내려치기만 해도 간단히 죽을 것이다.

공포가 찾아온다.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쳐 물러섰다.

누군가에게 부딪혀서 돌아보니 스승이다.

항상 여유롭던 트동트도 어이없다는 듯이 허허하고 웃었다.

"시비는 정말 기가 막히게 거는 놈이로다."

모든 용암망치 대대의 병력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 자체로도 폭음이었다.

거대한 괴물들은 곧바로 자신들의 무기를 쥐고 달리기 시작했다.

땅이 흔들렸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다.

제자는 그만 넘어졌다가 다시 굴렀다.

더 앞쪽에서 구경하던 불운한 오크 병사 몇몇이 트롤의 발에 걷어차여 쓰러졌다.

곧 짓밟히며 사라진다.

얼어붙은 땅에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 * *

전쟁의 신은 트롤이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점찍어둔 매우 귀찮고 골치 아프며 건방진 유배자가 다시 나타났음을 알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굳이 공들인 도발을 통해 대대원 전체가 달려가기 시작했을 때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렇게 된 그린스킨들은 통제할 수 없다.

황제가 오건 누가 오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미 머리끝까지 차오른 화를 참는다면 그린스킨이 아니다.

알고도 당할 수작이다.

뭘 노리고 저런 자살행위를 굳이 하는가?

긴 세월의 경험이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해 낸다.

서버가 열린 직후에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신경도 쓰지 않고 있던 것.

[인간 카드], 성녀, 트동트, 어쩌면 설득까지 이미 끝낸 수준의 메인스트림 진행.

심연의 대전사인 오크 영웅을 죽인 것까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제 손의 패가 아니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여겼다.

욕심 많은 늙은 트롤은 제 손이 닿지 않는 히어로 유닛을 썩 좋아하지 않았으니.

하지만 성녀를 주는 것은 안 된다.

신탁을 내렸다.

유일하게 달려나가지 않고 불쾌한 표정으로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트롤이 그 뜻을 받들었다.

용암망치 대대의 대대장이 벌떡 일어섰다.

무수히 많은 전쟁의 신도들 중에서도 특출나게 강력하며, 그에 걸맞은 야망을 가지고 태어난 괴물.

신의 말을 누구보다 잘 따르는 써먹기 좋은 패.

전쟁의 신이 이대로 [히어로 유닛]으로 키워낼 생각이었던 강력한 트롤 전사가 한달음에 트동트와 제자를 향해 달려간다.

제자는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거대한 손에 붙잡혔다.

"대대장! 무슨 짓을!"

트동트가 비명을 질렀다.

그런 그에게 아직 모시고 있던 신의 신언이 내려왔다.

「크르르. 오크의 배신자…….」

주술이 발해졌다. 기별조차 가지 않는다. 고스란히 튕겨나간다.

제자는 그대로 속절없이 거대한 손안에서 으깨질 뻔했으나.

쾅!

투척이라기보단 발사된 듯한 단검이 허공에서 갑작스레 날아왔다.

그리고 빛의 조각이 되어 산산이 박살 난다.

수명을 다하는 무기는 마지막에 특히나 강력한 일격을 가하고 사라진다.

암습판정에 더하여 이중으로 들어간 대미지 보정은 그 우악스러운 손아귀조차 느슨해지게 만들었다.

제자는 로브를 벗어던지며 빠져나왔다.

갈비뼈가 몇 대는 나간 모양이다. 숨쉬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단검을 달린 소녀가 그 속도 그대로 달려오고 있다.

단검만큼이나 빠르게 달려온 소녀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는 대대장의 머리를 걷어찼다.

대대장은 피하지 않고 이마로 들이받았다.

우드득 소리가 나며 소녀의 다리가 으깨진다.

"으아아아, 엄청 아파."

병이 끼얹어지며 다리가 재생된다. 능숙한 손동작이다. 그 모습을 보며 성녀는 상대가 유배자임을 알았다.

유적에서 보았던 세 명 중, 번개에 구워졌던 유배자 중 하나다.

무언가 빠르게 날아와 꽂혔다.

"저 이거 못 이기니까 도망갈게요오!"

대대장이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고 소녀가 전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 모습에 대대장이 도리어 멈칫할 정도였다.

전쟁의 신이 대대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신은 보았다.

비수처럼 날아가는 카드에 인간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음을.

대대장은 순간적으로 소녀를 쫓을지, 트동트의 제자를 마무리할지 고민했다.

정확한 상황을 알고 있었다면 망설임 없이 제자를 으깨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신은 알되, 이 트롤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신의 명령대로 움직일 뿐.

그 작은 차이가 어쩌면 트롤의 대영웅이 되어 역사를 바꾸었을지도 모르는 유망한 젊은 트롤의 운명을 결정했다.

제자가 바닥에 박힌 카드를 집어 들었다.

단 한 번 느껴보았던 매끄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시야 한구석, 바닥에 쓰러진 스승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사용법은 안다. 강제로 사용당해 보았기에.

전쟁의 신이 지르는 노성을 듣고 거대한 주먹이 휘둘러진다.

제 몸만큼이나 거대한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보며 제자는 카드를 찢었다.

인간일 때와 달리, 오크의 근력은 쉽게 그 일을 해내었다.

빛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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