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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83화 (83/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83화

9층 - Lv.60 약한 녀석들(3)

미궁이 온전히 게임이라고 가정하면, 뱀파이어는 사실 쓸데없이 복잡한 설정을 넣어둔 종족이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개발자 놈들이 설화 속의 뱀파이어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쓸데없이 이 능력 저 능력 쥐여준 다음에 생각해 보니까 너무 센 거다.

급하게 단점도 그만큼 우다다다 집어넣었다.

이건 확인된 사실이다. 기획팀장 녀석이 술김에 늘어놓았던 소리니까.

팀장이나 돼서 일개 유저한테 그런 소리를 해도 되나 싶긴 하지만, 그렇게 치면 일개 유저를 회식에 초대하는 것도 뭔가 싶다.

사실 직함만 팀장이지 작은 회사라 그리 대단할 건 없기도 하니.

그들의 묘한 인디 감성은 게임을 복잡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그럴싸하게 만들었다.

인디함이란 결국 집착, 혹은 장인정신이다.

충실하게 구겨 넣은 뱀파이어의 장점들.

그것은 반대급부인 단점들이 의미가 없어지고 대신 장점만이 극대화되는 상황에서 더없이 강력해진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밤이 그렇다.

나는 추위를 거의 타지 않는 걸어 다니는 망자이며, 저들은 얼어붙은 몸을 삐걱대며 움직이는 생자들이다.

문을 벌컥 연다. 급습을 준비하던 이들이 움찔한다.

내 몸에서 흩어진 박쥐들이 푸드득하고 날아오른다. 상대도 아주 멍청하지는 않았다.

"뱀파이어다!"

"물러서라. 모두 뭉쳐라. 물렸건 카드건 그리 격이 높은 뱀파이어는 아닐 거다!"

마법사들은 마법을 준비한다. 몇몇 사수들은 열린 문을 조준했다. 안에서 소녀가 쾅 하고 문을 닫는다.

사수의 표정에 약간 의아함이 서리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모두를 혼자 상대할 셈인가?’ 그런 종류의 의문이다.

박쥐들은 제각각의 시야를 가진다.

분신술보다 더하다. 인간조차 아닌 것들로 수없이 분신을 한 셈이니까.

나는 아주 다각도에서 적들의 위치를 지켜본다.

모두 아홉 명이다. 정확하게 난이도가 최대가 되기 직전의 인원수다.

인원제한 서바이벌은 아예 배제하고, 이런 자유 PK층에서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원래 로그라이크는 매순간의 선택이 도박이다.

박쥐들은 내가 조종한다기보다는 나 그 자체다.

입체적인 경로를 그리며 박쥐들이 적들을 덮쳐간다.

기묘한 회피 기동에 아홉 중 여섯의 얼굴이 굳는다.

뱀파이어를 겪어본 녀석들이다. 숙련도의 차이를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이들의 얼굴을 향해 박쥐들을 날려 보냈다.

9층에 다다른 숙련된 유배자들은 정확히 대응한다. 원거리 딜러를 지킨다.

번뜩이는 날붙이의 빛, 타오르는 마법의 화염.

베여 반 토막 나는 박쥐, 화염으로 불타오르며 쓰러지는 박쥐.

개중 피해야 하는 것은 열량을 지닌 공격뿐이다. 다른 수단으로는 박쥐를 이루는 피를 훼손하지 못한다.

그 틈을 타 다른 박쥐들은 아래에서, 위에서, 인간이 쉬이 인식하는 평면이 아닌 여러 각도로 습격을 개시했다.

"박쥐를 공격해도 피해는 입는다! 피를 소모시켜!"

상대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는 최선의 대응이다. 일반적인 뱀파이어는 피 자체를 지배할 수 없다.

죽어 떨어진 박쥐는 통제를 잃은 혈액이 되고, 눈발에 흩어져 얼어붙으면 가까이 가도 재흡수할 수 없다.

인간이 흡혈귀를 상대로 차근차근 갉아먹고 있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 하나 있다. 대처도 능숙하다.

아는 것도 많아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여궁수의 파티가 그리 호락호락 당할 정도는 아니었는데도 이렇게 된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불길이 아닌 공격은 굳이 피하지 않았다.

흡혈박쥐들이 베여 떨어져 추락한다. 하얀 눈의 숲이 피로 선홍빛으로 채색된다.

눈보라를 틈타 몇 마리가 날아든다.

팔보다는 목에, 움직임이 적은 정적인 부위에 달라붙어 물어뜯는다.

피가 흐른다.

실존하는 흡혈박쥐는 아주 작고 귀엽다.

뱀파이어의 흡혈박쥐는 크고 흉악하다.

털이 난 짐승이 등에 들러붙는 느낌, 그리고 낯선 이빨이 목덜미를 파고드는 섬뜩함에 마법사 하나가 비명을 지른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가운데라 서로의 위치를 명확히 모른다.

오인사격이 발생했다.

마법사가 쓰러진다. 어깨에 화살이 박혔다.

"이런 젠장! 침착해! 그냥 좀 큰 박쥐일 뿐이야! 물려도 안 죽어! 저거 하나 죽여 떨어뜨릴 때마다 흡혈귀 손모가지 하나씩 날리는 거라고!"

좀 더 연차가 되어 보이는 여섯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장악력은 확실한 모양이군.

리더로 보이는 털보가 활약했다. 주 무기로 보이는 창은 그냥 등에 멘 채, 정글도를 들고 휘두른다.

저 녀석의 공격은 박쥐들이 피하기 힘들다. 순식간에 피가 되어 흐르기 시작한다.

1분이 흐르기도 전에 날아다니는 박쥐들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후에도 한두 마리 정도가 또 목에 달라붙기는 했다. 피를 약간 빨리긴 했으나 금방 죽어 떨어져 피로 흩어진다.

"혹시 모르니 떨어진 피도 태워버려!"

다친 마법사도 그 말을 듣고 낑낑대며 불을 일으킨다.

그때는 이미 사방이 박쥐가 죽어 흘러내린 피로 물들었다. 내 몸을 이루고 있는 혈액들의 절반가량이다.

언데드의 좋은 점, 죽음의 순간까지도 만전과 큰 차이 없는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다.

상대 파티의 리더가 별거 아니라는 듯 웃기 시작했다.

* * *

뱀파이어는 까다로운 적이다. NPC가 아닌 유배자 뱀파이어고 능숙한 상대라면 더욱 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이 어떤 식인지를 안다면 쉽게 대처 가능하다.

무작정 소모전을 하는 것은 본래라면 좋지 않으나, 인원수가 우위라면 최고의 선택이다.

대표적인 유배자 뱀파이어의 단점.

치유의 샘물의 효과를 받을 수 없다.

그건 치명적인 단점이다.

입는 피해를 갑작스레 회복하고 회심의 일격이 들어올 가능성은 없다.

뱀파이어가 입은 타격을 회복할 방도는 피의 섭취뿐이다.

하지만 날아다니는 박쥐들은 몇몇에게 작은 생채기를 냈을 뿐, 제대로 피를 뽑아가지 못했다.

적은 크게 소모되었다.

어째서 혼자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러면 끝이다.

"좋아! 이제 저 안으로 돌입한다. 뱀파이어는 무력화되었다!"

대단한 일을 벌이진 못할 것이다.

어딘가 미심쩍기 시작했으나 오두막으로 돌격한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공격당하겠으나 방패를 앞세운 전사가 먼저 뛰어든다.

하지만 순간 떠오른 미심쩍음은 바로 다음 순간 자신감에 밀려 흩어졌다.

지난 한 달간 그들의 그룹은 대적할 적은 없었다.

4개 파티가 연합하여 이 층을 완전히 장악한 지 오래다.

새로운 사냥감은 많을수록 좋다.

푸욱 하는 파육음이 들리는 순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응?"

발등이 타는 듯이 뜨겁다.

붉고 기다란 송곳이 솟구쳐 있다.

* * *

승리를 확신한 순간, 상대의 무력화를 확신한 순간.

그때가 가장 쉽다.

원래 같으면 쉽게 반응했을 공격에도 목숨을 잃는다.

바르바로이의 놀라운 권능은 피를 끌어당겨 흡수하는 것으로만 용도가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회차의 바르바로이들은 그런 응용을 똑바로 하지 못한다.

이건 발상의 문제다. 뱀파이어라곤 해도 원래는 인간이었다.

그것도 중세 판타지 랜드의 인간이다.

그들이 어리석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고 경험한 것의 폭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마법의 클랜이다. 마법을 연구하는 것만 해도 얼마나 공을 들여야 할지 모른다.

하물며 뱀파이어로서의 능력도 마법 못지않게 활용하기 까다롭다.

어차피 대부분의 뱀파이어들은 저들이 좋아서 된 게 아니다.

사고를 당하듯 뱀파이어가 되었다가, 어찌 잘 풀려 살아남아서 뱀파이어 로드가 되고 클랜 마스터도 될 뿐이다.

본디 평범한 인간이었던 자들이 대체 왜 전투를 위해 목을 매겠는가.

숙련된 유배자는 그래서 강하다.

그들은 싸워서 이겨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바르바로이는 아마 피에 대한 지배력을 이런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는 했으리라.

하지만 연습하지는 않았다.

공격 수단으로서는 효율적이지 못하니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능숙하지 못하니까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바닥에 솟아난 피의 가시들이 온 사방을 꿰뚫는다.

관통상은 출혈을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내 지배하에 들어오는 혈액이 점점 늘어만 간다.

육신을 벗어난 피들은 미처 다 흘러내리기도 전에 적으로 돌변해 주인을 찌른다.

상처가 벌어진다. 치유는 되지 않는다.

붉은 증기처럼 소박하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도꼭지라도 틀어놓은 듯 콸콸 쏟아지기 시작한다.

몇 명이 망연자실하게 눈을 감는다.

이미 걷잡을 수 없다. 어떤 대응도 불가능하다.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들이 내 무기다.

다른 몇 명은 서둘러 힐링 포션을 뒤집어쓴다.

샘물이 남아 있는 동안 잠깐은 지배력이 무효화되며 피가 타들어 가기 시작한다.

이건 진짜 끔찍하게 아팠다. 박쥐 한 마리를 따로 빼서 눈밭에 뒹굴게 하며 고통을 참아낸다.

포션이 다 떨어지고 나면 재생되어 더 늘어난 혈액이 다시 쏟아질 뿐이다.

피로 이루어진 파도가 사방을 휩쓸며 인간을 으깨었다.

붉은 소용돌이가 잦아들고, 살아 움직이는 것이 없게 되었다.

미라처럼 창백한 시신은 금세 눈 사이로 파묻혀 보이지 않게 된다.

주변은 깨끗했다.

누가 오더라도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작은 핏자국 하나조차도.

* * *

"꺼억."

"뱀파이어도 피 많이 마시면 트림해요?"

"이게 뭔가 위장에 들어찬 거랑은 다른 느낌이지만 좀 그런 게 있어. 공복감이 있으면 포만감도 있는 거지."

"신기하다."

둥실둥실 떠 있는 농구공만 한 핏덩어리를 보며 하는 말이다.

내가 봐도 신기하긴 하다. 이런 식으로 피를 다루는 마법은 없다.

애초에 이건 마법도 아니다. 그냥 왠지 되는 그런 거다.

마법으로 흉내를 낼 수는 있겠지만 효율이 엄청나게 나쁠 것이다.

권능의 망토는 이걸 노코스트로 가능하게 해준다.

기나긴 세월 동안 클랜 마스터들에게 전승되어온 힘이다.

다른 종족에게도 이런 식의 밑도 끝도 없는 힘은 있긴 하다. 긴 세월 살아오며 일으킨 변이 같은 거라고 해야 할지.

수명이 길고, 끝없이 힘을 축적하는 종류의 종족에게서 종종 발견되는 것이다.

드래곤이라거나 정령 말이지.

오우거가 본능적으로 구사하는 마법도 어쩌면 이런 것의 일종이려나.

꼬맹이는 창백한 얼굴로 기절해 있지만 피를 갈망하는 본능은 어쩔 수 없다. 입가로 흘려주니 꼴깍꼴깍 잘도 받아 마신다.

의식이 어떻건 몸은 정직한 법이다.

혈색이 많이 돌아왔다. 뱀파이어의 구성성분은 일단은 혈액이기 때문에 창백하다면 신체가 많이 손실된 것이나 다름없다.

"곧 깨어나겠군."

그때, 막내에게 스트레칭을 배우고 있던 오크 영감님이 말했다.

"벌써 싸웠나? 적은 많던가?"

"아홉 명 잡았습니다. 아마 저게 전부는 아니겠지요. 이런 곳이면 으레 연합이 결성되어 있으니까요."

"흠, 도끼를 갈아야겠군."

대부분의 주술사들은 한때 전사였다.

애용하던 양날 도끼를 주술사가 된 이후로도 늘 짐에 넣어 다녔다고 한다.

그린스킨이란 그런 것이긴 하다.

"내일은 피 맛 좀 보시죠."

나는 방금만 해도 9레벨이 올랐다. 이 포인트 역시 요긴하게 쓰이겠으나, 뱀파이어에게는 피가 레벨보다 중요하다.

"그러고 보면 자네는 종족이 바뀌었으니 레벨이 좀 떨어진 것 아닌가?"

"오, 그건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오래 살면 쓸데없는 지식도 늘어나는 법이지."

"카드를 쓴 게 아니라 물려서 뱀파이어가 된 거라 괜찮습니다."

"카드? 그건 뭔가?"

사소한 잡담이 이어졌다. 다시 바깥의 눈보라가 거세진다.

그렇게 평화롭고 고요한 밤이 지나갔다.

* * *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인드맵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잠을 자지 않았다. 잠이 필요 없는 종족을 겪은 적도 많다. 사고를 재부팅하기 위한 짧은 명상 정도면 충분하다.

인간을 포기하면 온갖 사소한 곳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동안 조금 소홀히 한 것이 사실이었다.

나로서는 이제 휴식을 취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그러니 그 시간만큼을 고심하는 것에 투자할 수 있다.

뱀파이어로서의 격은 마인드맵에서 뜨는 스킬들에 보정을 걸어준다.

격이 높을수록 더 뱀파이어스럽고 음산한 스킬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게 마법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힘이라면 스킬이 필요 없겠지만, 기술이 아니라 타고난 특성이다 보니 별수 없다.

늑대와 박쥐, 피의 섭취 이런 건 기본적인 스킬이다. 그냥 대충 포인트 찍다 보면 어김없이 얻게 된다.

격이 올라가지 않는다면 그 이상의 스킬은 나오지 않는다.

[안개화]가 필요하다. 박쥐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더 미세하고 물리 내성이 높다.

그만큼 광역 공격에는 취약해지지만 뱀파이어 사기성의 일익을 담당하는 훌륭한 스킬이다.

그 외에도 피의 지배에 관한 각종 스킬들이 있지만, 권능으로 때우고 있으니 패스.

중요한 건 [혈마법] 패시브.

이건 마력의 소모를 피로 대신할 수 있게 해주는 패시브다.

효율이 좋다고는 못해도 인간 베이스의 뱀파이어는 마법적 능력에 있어 인간과 다를 것이 없다.

자신의 역량 이상의 마력은 운용할 수 있다는 건 아주 큰 차이다.

당장 6층에서의 [미티어 스웜]은 아직도 정상적으로는 구사할 수 없다. 권능까지 동원한 꼼수였기에 그걸 평타처럼 갈기게 될 날도 아직 한참은 더 남았다.

그 외에도 베이스가 된 종족의 혈액 이외의 혈액을 섭취할 수 있게 되는 [바스타드] 역시 획득하면 좋다.

하지만 이건 햇빛에 면역이 되는 [데이워커]만큼이나 고레벨 스킬이다.

그럼 이제 뱀파이어로서의 내 격을 체크해 보자.

이건 게임 시절엔 인게임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대충 흡혈량을 체크해 감으로 알아야 하는데, 현실이 되고 나자 오히려 방법이 생겼다.

단검으로 심장에 닿기 직전까지 깊숙이 찌르고 도려내어 심장을 본다.

육안으로 확인한 뛰지 않는 심장의 색은 죽은 것처럼 검다.

이 정도면 아직 뱀파이어 키드 수준이다.

뱀파이어의 심장은 격이 올라갈수록 점점 선홍빛을 띠며 살아 있는 심장에 가까워져 간다.

뱀파이어 키드라면 이제 막 망자가 되어 뱀파이어 사회에서는 어린아이 취급을 받는 정도.

우선 종족 스킬은 [안개화]만을 목표로 한다.

10층과 우주가 어떤 내용으로 진행될지 대강은 알고 있으니 포인트를 많이 아껴둘 필요는 없다.

9포인트 정도만 남기고 모조리 쏟아붓자.

그때, 혼돈의 보랏빛 안개가 포인트를 투자하여 뻗어 나가는 가지를 감싼다.

현재 종족이 신앙의 보정을 받을 수 있을 때만 나타나는 이펙트다.

보랏빛 안개는 고색창연한 금빛 테두리의 스킬 열매 하나를 남기고 흩어졌다.

[혼돈으로 정제한 피의 샘]

좋군. 뱀파이어로서 격을 올리는 효율을 올려주며 동시에 피의 샘이 채워지는 효율도 올라간다.

혼돈 뱀파이어가 괜히 메이저 조합이 아니다.

이래서 뱀파이어 로드를 찍을 수 있었나 보군.

이 층에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이번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여차하면 그냥 기다리며 나 역시 인간 사냥을 해도 된다.

소녀가 어찌 생각할지가 조금 걱정이긴 한데, 그건 떠보도록 하자. 이 또한 멘탈 관리 요소 중 하나다.

다른 이들도 하나둘 기상하기 시작했다. 꼬맹이는 표정은 많이 편해졌으나 여전히 눈을 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꼬마 마법사와 그녀의 임시 동료들 역시 늦잠을 잘 모양이다.

잠깐 날씨를 좀 볼까?

소리로 보아 눈보라는 그쳤다.

문이 눈으로 파묻혀 있다. 인간보다 우월한 뱀파이어의 근력으로 힘주어 밀자 어떻게 열린다.

그리고 화살이 날아들었다.

나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일단 문을 잽싸게 다시 닫았다.

관통상이지만 화살만 뽑으면 알아서 낫는다.

"아니, 니들 밤 되면 잡으러 갈 거야. 좀 기다리지."

하늘은 흐리지만 눈보라도 그쳤고 태양은 떠올라 있다. 직사광선이 아니더라도 뱀파이어에게는 해롭다.

잠깐 보였던 일단의 무리는 둥글게 둘러서 있는데 새벽부터 준비한 모양이다.

귀찮고 피곤하다.

우리 집에 꿀 발라 뒀나 광고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알고 몰려들고 있지?

어제 놈들과 연합한 다른 파티들이 있는 모양이다.

얘들이 사람들을 다 죽였으면 어쩌지?

뱀파이어 로드가 절대 쉬운 게 아니다.

미궁의 주민들이라면 수백 년씩 살아남은 녀석들이나 그 정도 격에 도달한다.

이 층에 남아 있는 녀석들을 알뜰하게 짜낼 필요가 있다.

나는 그럴 시간이 없으니 일단 전부 되는대로 생포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치유의 샘물에 담갔다가 뺐다 하며 피를 복사를 하는 방법도 있다.

샘물에 깃든 신성 덕에 무한히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꽤나 효율이 좋은 파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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