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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85화 (85/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85화

9층 - Lv. 79 덜 약한 녀석들(2)

혼돈의 여신은 오랜만에 보는 뉴비들의 활약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 같았다.

자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의외였다.

언제부터 이 파티에 이렇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던 것일까?

스스로 외면하고 있었을 뿐, 꽤나 상처받았는지도 모른다.

무너져가는 교단, 신에게 실망하는 대전사와 사제들.

점점 줄어들다가, 어느새 한 손으로도 셀 수 있을 정도로밖에 남지 않았던 신도.

당연하지만 가장 그녀에게 충성스러웠을 신도들이었다.

교황이라는 직책마저 사용했던 교단은 이제 없었으나, 아직도 그는 교황이라 불렸다.

여전히 대전사는 교황을 지켰고, 대주교들은 아랫사람이 없어 제 스스로 의복을 꿰매며 농사를 짓고, 짐승을 사냥했다.

어째서 떠나지 않느냐는 신언에 그들은 그렇게 대답했다.

"우리의 신은 당신뿐입니다. 혼돈이시여."

그 뜻은 틀림없이 갸륵했으며, 진심이었을 것이다.

결국 늙어 죽거나 전사할 때까지 그들은 혼돈의 신도로 남았다.

이젠 얼굴은커녕 마지막에 어떻게 끝났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신좌에 앉았을 뿐인 인간, 아니, 정확히는 악마지만.

어찌 되었건 그 기억력으로는 그 신도들의 마지막을 떠올릴 수 없다.

어느 순간부터는 응답조차 하지 않았으리라.

과거는 어렴풋한 흔적만으로 뇌리 어딘가에 새겨져 있을 뿐이다.

왜 그랬을까?

왜 그때 그들의 호소는 그녀의 마음에 닿지 않았을까?

사람의 마음은 쉽게 부서진다.

그것은 결코 단련되어 튼튼해지지 않으며, 단지 상처를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그때 그녀의, 혼돈의 여신이라 불리는 신의 마음은 아마 완전히 스러졌던 것이리라.

"추하도다. 참으로 추해."

그들을 저버리고 이렇게 연명하고 있다.

조금씩 달라붙는 신도들을 신좌가 이끄는 대로 마구 가지고 놀며 본인은 아무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단지 방치하고 방치하며.

죽음의 순간에는 그럼에도 무언가 되살아나서.

외견에 걸맞게 어린아이가 되어 울부짖으며 애원했다.

사실 지금도 비겁하다.

다른 생각이 들어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그런 의심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찝찝해서 견딜 수가 없다.

여신은 이런 파티를 본 적이 없다. 더 정확하게는 이런 유배자를 본 적이 없다.

흡혈귀를 거느린 적은 많다.

나름대로 흡혈귀를 전문적으로 해왔다고 자부하는 유배자도 많았다.

개중에선 100년의 기한이 다해가는 자도 있었으며 이미 다한 자도 있었다.

흡혈귀는 오래 산다.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살아간다.

물론 진정으로 그렇게 오래 살아가는 흡혈귀는 드물다.

보통 그 전에 스스로 허물어진다.

육신은 불멸일지언정 정신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라져가는 흡혈귀 신도들 역시 많았다.

개중에서 삶의 끝자락까지 뱀파이어로서의 자신을 연마하고서야 겨우 어딘가에 도달하는 자들도 있었다.

뱀파이어는 결함투성이의 종족이다.

이론상의 위력은 말 못 하게 어마어마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냐 물어본다면 차라리 [소드 마스터]가 더 쉽다고 하겠다.

정말 말이 쉽다. 몸 자체를 분자화시켜 날리는 [안개화], 하나하나를 살아 있는 날짐승으로 만들어 날리는 [박쥐화], 전부 멋들어지고 강력하지만.

천사가 되더라도 없던 날개를 움직이는 것에 애를 먹는 게 인간이다.

원래 없던 신체 부위가 생기기만 해도 그럴지 언대, 신체 부위라고도 못할 것으로 변하면 어떨까?

기교만 따지면 박쥐로 자유자재로 흩어지고 모일 수 있는 것만 해도 로드의 바로 아래인 엘더급이다.

멀리 떨어진 서로 다른 곳을 동시에 박쥐를 날려 관찰하고 정리하는 것은 뱀파이어 로드도 힘들다.

클랜 마스터급의 늙은 뱀파이어라 한들 성정에 따라서는 쉽게 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너무나도 편안하게 그걸 동시에 해낸다.

그동안 수없이 숙련도를 증명했지만 뱀파이어 같은 종족까지 이 정도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하다.

여신은 자신의 비겁함을 인정했다.

죽음을 바라며 부서진 마음을 수습하기를 포기했던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

혼돈의 신좌가 시켰는지 모를 어떤 변덕이 이렇게 이어졌다.

여신은 생각했다.

미궁의 끝을 본다면 신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해방일까?

이 남자라면 해낼지도 모른다.

사실 그러니까 기꺼이 자신을 내던진 것이다. 어차피 해방될 거라면 다른 신에게 종속되는 게 무슨 상관이랴.

* * *

[자연의 신이 한숨을 내쉽니다.]

"왜 그러십니까?"

[자연의 신이 그냥 나가서 쓸어버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낮입니다만."

[자연의 신이 고개를 젓습니다.]

"뭐, 하늘이 흐리니 어떻게 못 할 건 없지요."

[자연의 신이 능청 떨지 말라고 합니다.]

"아, 거 까다로우시네. 저 하나만 강해지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려."

「미궁을 클리어하려고 하나?」

"유배자는 다 그걸 원하는 것 아닙니까?"

「그럴 리가. 다들 충분한 힘을 손에 넣으면 포기하게 마련이지. 그럴 이유가 없지 않나.」

확실히 랭커의 삶은 호화롭다.

집이 그리운 사람도 있겠지만 그 집에서 충분히 행복하지 못했던 사람도 많다.

그게 아니더라도 서버의 미래에 당도하면 탄산음료 정도는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다.

기묘할 정도로 그런 오락거리가 발달하지 않는 것이 미궁의 세계관이지만 지식이 있는 유배자가 만들고자 하면 불가능하지는 않다.

굳이 클리어할 이유를 못 느끼게 되는 자들도 많다. 한때 도전자였던 이들도 말이다.

「혼돈은 궁금해하지 않았나?」

"제가 미궁의 클리어를 노리는 이유 말입니까? 뭐, 물어보신 적은 없으신데."

「그분은 늘 그랬지.」

"그분?"

「그런 게 있네.」

[자연의 신이 부럽다고 말합니다.]

"뭔 소리야 이건 또."

자연의 신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신다운 위엄을 지키려는 자니 신언을 내린 것만으로도 드문 일이다.

잠깐 기다렸던 나는 어깨만 으쓱하고는 꼬맹이를 쓰다듬었다.

가느다란 은발은 윤기가 없어 푸석푸석하다.

오전 중으로는 깨어날 것 같다.

8층에서 너무 약해진 상태로 전투의 여파에 휘말린지라 중태였던 것 또한 사실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회복이 더디다.

별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던 모양이다.

많은 일이 그렇듯, 그러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몸도 따라주지 않는다.

생물은 본능과 이성 사이 어딘가에서 줄타기를 하며 살아간다.

언데드가 생물이냐는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마법적으로는 생물로 분류되는 게 맞다.

바르바로이는 이 아이를 어떻게 관리했던 걸까? 물어봐야 했나.

조금 있다가 파티원들이 돌아오면 물어보도록 하자.

지금 이 오두막 안에는 혼돈의 신도가 없다.

박쥐의 시야를 통해 바깥의 풍경이 전해져 온다.

오두막 바로 앞에서 벌어진 싸움은 끝이 다가오고 있다.

사지를 잃어 포션도 쓰지 못한 채 버둥거리고 있는 몇몇 전사들은 내가 지혈하고 있다.

피를 지배하면 피가 새어나가는 것 역시 막을 수 있다.

영감님께 덤벼든 전사나 암살자들은 전부 늙은 오크 전사의 도끼맛을 보아야 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200레벨에 가까운 네임드 오크니 9층에서 감당할 상대가 아니다.

사냥꾼은 암살자들에게 한 번의 위기를 겪었으나 플린트락이 불을 뿜었다.

총기는 어쨌든 즉발이다.

머리통이 성대하게 폭발하면 힐링 포션이고 뭐고 없다.

사냥꾼이 쓸데없이 자욱한 연기를 내뿜는 권총을 입으로 후하고 불며 폼을 잡는다.

막내는 제 몸만큼이나 거대한 방패를 들고 천천히 걸어갔다.

정말로 천천히 걸어갔다.

화살은 이빨도 박히지 못했다.

어떠한 스킬을 담은 듯한 화살이 날아들었을 때는 [방벽]이 펼쳐졌다.

당연하지만 뚫을 수 없다.

생겨난 자잘한 생채기들은 트롤 가죽 갑옷에 의해 서서히 사라져간다.

궁수를 방패로 툭 때려서 눕힌 후 머리를 내려찍는다.

절명했다.

동시에 소녀의 쪽도 관찰한다.

아주 오랜만에 하는 짓인데도 큰 무리 없이 익숙해지고 있다.

역시 한 번 익혀둔 기술은 유배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게임에서 하던 뱀파이어 플레이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은 특히나 고생스러웠지만 이리도 보람이 있다.

* * *

미궁의 초반에 끝이 다가오면 슬슬 스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스킬은 단순히 몸에 익히는 기술인 검술, 격투술, 궁술, 마법 등과는 다르다.

특별한 이치와 원인 없이 밑도 끝도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스킬]이다.

[점멸 단검]만 해도 그렇다.

마력의 흐름? 없다.

짜 올리는 주문? 없다.

그 점멸은 그저 ‘원래 그런 것’이다.

차라리 권능에 더 가깝다.

예를 들자면 지금 소녀의 발밑에 갑자기 생겨나는 무형의 힘.

발을 묶는다. 마법의 바인드와는 다르다.

마력도 흔적도 없이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다.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는 것이 누굴까?

궁수 하나가 방금 전보다 확연하게 힘이 들어간 눈으로 소녀의 발을 응시 중이다.

우선 정면으로 들어오는 공격을 가드한다.

발은 움직일 수 없다. 천근과도 같다.

이런 상태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것뿐만 아니라 동작에 힘을 넣을 수가 없다.

힘이 안 들어가니 상대 전사가 내려치는 공격을 받은 후에는 넘어질지도 모른다.

아마 그때도 발은 대지에 붙박은 듯이 묶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오로지 상체의 힘만으로…….

쾅!

받아내었다.

양손으로 바스타드 소드 정도 되어 보이는 도검을 내려친 전사가 당황한다.

그 역시 노련한 전사로서 다음 행동을 실행에 옮기려고 하고 있었다.

혹여 막더라고 균형을 잃을 것이니 발로 밀쳐내고 내려찍는다.

그렇게 행동하려 했던 모습이 보인다.

소녀는 그대로 단검을 두 발 더 날렸다.

그리고 검을 들어 화살에 반응한다.

조금 느렸다. 옆구리가 깊게 파인다. 박히지는 않았으나 거진 치명상이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이것도 무언가 스킬인가?

입에 머금고 있던 포션을 살짝 삼키며 검을 든다. 다음 화살이 재빠르게 날아들었다.

피하려고 궁수의 시선을 보려고 했다.

아직도 소녀의 발을 응시 중이다.

똑바로 보지도 않으면서 놀랍도록 정밀한 사격이다.

어디를 쏠까? 시선을 알 수 없으니 모르겠다.

전사가 달려든다.

단검 두 발 중 한 발은 몸에 맞았으나 전사는 포션을 살짝 뿌리고 그대로 전진.

소녀는 왼손으로는 전사를 견제했다.

제대로 된 합을 나누지는 않았다.

아저씨가 하던 대로 강한 힘은 마력을 씌운 검의 날로 흘릴 수 있다.

완전히 흘리진 못했다. 상대도 비슷한 시도를 했기 때문에 왼팔이 밀려난다.

오른팔에 든 대거는 날아드는 화살을 막아낸다.

소녀는 오른손잡이다. 더 집중한 것은 이쪽.

화살을 도로 튕겨내는 연습을 따로 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력이 씌워진 검의 측면으로 화살을 받아낸다.

하는 것은 왼손의 검과 같다.

화살에 담긴 물리력을 누그러뜨리며 살짝 띄우고.

대거의 옆면으로 야구방망이처럼 후려쳤다.

으레 할 법한 행동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먹혔다.

궁수는 상상도 못 한 공격에 한쪽 팔로 방어해야 했다.

제대로 활시위를 당겨 쏜 것만큼 위력적이진 않다.

하지만 궁수의 방어구도 그랬다.

푹 하고 박히는 화살 소리를 들으며 궁수는 안도했다. 그리고 기절했다.

회전하며 날아간 대거의 손잡이 부분이 정확히 머리에 맞았다.

동시에 소녀의 발을 묶던 힘이 사라진다.

마법사, 마법사를 어떻게 해야.

전사가 발을 굴렀다.

소녀는 순간 전사에게 강한 적개심을 느꼈다. 도저히 다른 곳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적의.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돌진한다.

그것은 암습도 기술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저 힘에 의지하여 세차게 내려치는 공격.

심지어 [궤적 재생]마저 발동했다.

전사는 검을 가로로 세워 단순한 경로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받아내었다.

그와 동시에 등을 파고드는 감촉.

암습 판정이 났다.

요정 사제의 로브가 가진 방어력도 뚫린다.

척추를 파고드는 섬뜩한 감각, 그리고 고통.

꿀꺽하고 머금고 있던 포션을 다시 삼킨다. 이번엔 다 삼켜버렸다.

신경이 끊어지며 순간적으로 사라졌던 하반신의 감각이 돌아온다.

전사가 소녀에게 건 [도발]도 끝이 났다.

몸과 감정이 통제를 되찾았음을 느낀 즉시 최선을 다해 뒤로 후퇴.

다시 한번 [대시] 3연발.

놀랍게도 암살자 역시 비슷한 짓을 하며 따라왔다.

단검과 단검이 부딪힌다.

저쪽도 투척을 해왔다. 소녀는 아직도 왼손에 쥐고 있는 검으로 받아내려고 했다.

무리였다. 상대의 몸이 검은 그림자로 휩싸이며 흐릿해졌다.

무엇인지 안다. [은신]이다.

동작이 보이지 않았다.

상대에게서 단검이 하나 더 날아든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지금 무기를 들지 않은 오른팔로 받아낸다. 모자란다. 어깨를 틀어 받아낸다.

목과 중요 장기, 뼈와 근육, 아슬아슬하게.

방어는 성공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발이 얼어붙었다.

암살자는 서둘러 소녀에게서 멀어졌다.

뒤편에 예상치 못한 [궤적 재생] 덕에 쓰러져 있는 전사가 보인다.

서리가 낀다.

희뿌연 안개처럼 냉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머리 위에서 커다란 마력이 느껴진다. 이번에는 스킬이 아니다. 아니, 스킬이더라도 마법 스킬이다.

"아……."

마력을 띈 얼음 파편들이 비 오듯이 떨어졌다.

* * *

"거기까지."

상공을 맴돌던 박쥐들이 빠르게 하강한다.

소녀는 두 명을 무력화했다.

궁수와 전사.

하지만 암살자가 번 시간에 의해 마법이 발동했다.

마법사가 있는 적의 무리를 상대할 때, 그런 상황이 온다면 대부분의 경우 이미 끝이다.

박쥐가 날아들며 피로 돌아간다.

이렇게 장거리에서 피를 지배하는 것은 바르바로이의 권능이 아니라면 그 무엇으로도 불가능하다.

한 마리의 박쥐가 시야를 확보하는 동안 나머지 혈액들이 피의 송곳이 되어 쏟아졌다.

소녀를 향해 떨어지는 얼음을 모두 튕겨낸다.

그와 동시에 쓰러진 궁수와 전사의 출혈이 급격해진다.

솟구친 피가 소용돌이친다.

방금까지만 해도 제 주인을 위해 흐르던 혈액이 사방으로 퍼지면 날카로운 상처를 낸다.

경동맥이 잘리면 심장박동에 맞춰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힐링 포션으로 빠르게 손이 가는 것은 훌륭하나, 어림도 없다.

손발을 피로 이루어진 족쇄로 틀어막는다.

마법사는 두말없이 뒤돌아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럴 땐 좀 기교가 필요하다. 먼 곳의 피를 박쥐를 통한 관측만으로 통제하면 속도에는 한계가 생긴다.

피를 굳혀 탄을 만들고, 뒤편에 지배력으로 압축한 혈액을 채워 넣는다.

물로켓은 아니고 혈로켓?

좀 왜곡되는 경우도 있으나 미궁에서도 물리법칙은 정상 작동한다.

발사!

* * *

여자가 짜증을 냈다.

들여다보는 것은 마법사 하나가 띄워 올린 관측 화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둘기가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전장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다.

피가 눈 덮인 숲속을 휩쓸고 있다.

때로는 뾰족한 날붙이가, 이번에는…….

저걸 총이라고 불러야 할까? 얼핏 보이는 작동원리는 그랬다.

"우리가 지금 뭘 본거지?"

"뱀파이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저딴 뱀파이어가 어디 있어."

"아니, 하나 저런 게 될 거 같은 놈을 알지 않소."

"뭐 말이야?"

남자가 침울하게 대답했다.

"바르바로이."

"X발. 그 자식이 대체 왜 여기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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