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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94화 (94/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94화

9층 - Lv. ? [캣틀링건](2)

트동트의 정신은 고요히 가라앉았다.

새로이 알게 된 사실에 늙은 오크는 나름대로의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리 큰 충격은 아니었다.

잠시 후, 유배자와 미궁에 관한 이야기는 그의 삶 속에 존재했던 무수한 놀람의 일부가 되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노년의 오크에게는 그렇게 쉬이 넘길 수 있을 만큼의 경험과 지혜가 있었다.

오크여서일지도 모른다. 오크는 언제나 현재에 집중하는 종족이다. 미래는 닥쳐왔을 때나 생각하는 것.

걱정과는 거리가 참 먼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에게 질문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호기심이기도 했다.

‘혼돈이시여, 당신께서는 저를 몇 번이나 보았습니까?’

늘 묵묵부답인 전쟁의 신과는 다르게 듣고 있었다는 듯 응답이 돌아온다.

「아주 많이.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많이.」

‘그렇습니까.’

그 무수한 세상의 트동트는 어떻게 살았을까? 같은 이름, 같은 성격, 하지만 다른 나이.

때로는 모시는 신도 달랐을 것이며, 제자의 교단 역시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제자와 함께다.

미궁이 그리 정했으므로.

‘그렇다면 되었습니다.’

「제자를 정말 아끼는군.」

‘그 아이는 또 다른 저입니다. 인간 사회에 태어나 자랐지만 인간으로 대우받은 적 없이 살아왔지요.’

「동정인가?」

‘아닙니다. 아니, 사실 맞을 겁니다. 무슨 말로 변명하여도 결국 동정심이겠지요. 저는 그 아이가 인간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여신께서는 침묵했다.

트동트는 말을 이었다.

‘저는 오크였으니 인간을 벗어나 오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오크가 될 수 없습니다. 인간은 계속 인간입니다. 오크인 척은 할 수 있겠지만 평생 고독하겠지요. 제가 떠나고 나면 말입니다.’

오랜 생각이었다.

트동트는 인간처럼 길러졌다. 인간처럼 사고하고 인간처럼 생활하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그는 오크였다.

그렇지만 동시에 인간이었다.

학습된 인간.

인간성을 가진 오크는 그린스킨의 나라에서 고독했다.

그래서 성녀는 그리되지 않았으면 했다.

오크성을 가진 인간이라니. 이 무슨 질 나쁜 농담인가.

그리고 그 기회를 잡았다.

여신이 웃으며 말했다.

「기뻐하시게. 내가 봐온 트동트 중 가장 현명한 게 자네 같으니.」

‘허허허, 그렇습니까?’

트동트는 눈을 떴다.

직접 만든 생나무 집의 내부가 보였다.

갑자기 동료가 되어버린 유배자들도.

수상쩍지만 뭐든지 해내는 남자.

그 남자에게 달라 불어 애교를 부리다가 꿀밤을 맞는 인간 소녀.

요즘 삶이 참 행복해 보이는 중년.

기도하고 있는 거한.

그리고 정신적으로 지쳐 잠든 꼬마 흡혈귀.

그중에 꼬마 흡혈귀에게 눈이 간다.

‘혼돈이시여, 저 같은 NPC도 유배자가 될 수 있습니까?’

「아니.」

‘그래도 동료로서 계속 함께할 수는 있습니까?’

「그래.」

‘나쁘지 않군요.’

「왕국에는 그런 식으로 도착하여 살아가는 NPC들도 적지 않다. 다른 서버, 그러니까 비슷하지만 다른 역사를 가지게 된 대륙을 유람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노년에 좋은 소일거리로군요.’

트동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신은 신좌에서 홀로 생각했다.

뭐, 아무리 그래도 유명한 네임드인 트동트가 왕국에 도달한다면 꽤 난리가 나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건 그녀의 대신관이자 대전사인 녀석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렇지만 이참에 이 늙은 주술사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

주술사는 기꺼이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

* * *

바르바로이에게 물었다.

"애를 어떻게 키운 거야!"

[……동쪽은 어려운 땅이었습니다.]

"용인이라도 나타났나?"

[어떻게……?]

바르바로이 클랜은 그 이름답게 대륙의 주 무대에서 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땅에서 찾아온다.

대부분의 경우 기존의 클랜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살아남지만, 이번 회차에서는 아니었다.

그래서 낙오 클랜이 되었고 끝내 나이트 크로우에게 토벌되었다.

변수는 많겠지만 이런 건 대부분의 경우 동쪽에서 바르바로이를 몰아낸 무언가가 더 큰 힘을 가진 경우다.

그러니 전력을 온존하지 못한 채 급하게 쫓겼을 것이고, 기존의 클랜들과의 항쟁에서 패했다.

소녀를 따라다니는 ‘행운’에 익숙해질 때도 되었다.

그냥 대충 있을 수 있는 최악을 가정하면 그게 정답이다.

용인이다.

"그럼 아주 힘들었겠군. 피는 부족했을 거고 전력이 아닌 아이에게 돌아갈 양은 없었겠군?"

[그렇습니다.]

꼬맹이는 천재적인 자질을 타고난 마법사다.

하지만 그 자질은 대륙 중앙에서나 보편적인 ‘순수 원소마법’에 대한 것이다.

마투사도 동방에서 온 것이다. 그건 중앙에서는 그다지 보편적인 마법 운용형태가 아니다.

동방은 순수한 마법사보다는 마법 전투 형태로 더 발달한 감이 있다.

꼬맹이는 십 대 초반의 외형에서 더 자라지 않을 테니 그런 방향으로는 유감이 크다. 키가 150센티는 되려나?

이제 막 160이 넘은 소녀도 작다고 아쉬울 정도인데 마법 전투에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전력 외 취급으로 방치되어왔으리라.

"좋아, 좋아, 내가 잘 키워볼게. 그러니까 꼬맹이 좀 달래볼래?"

‘진짜 아빠란다~’ 같은 소리를 하면서 바르바로이를 통해 달래야 했다. 외모는 십 대 초반에 실제 연령은 20대겠지만 정신 연령은 더 낮은 것 같다.

학대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엄청 힘들게 살았을 뿐인가 보다.

여전히 바르바로이를 잘 따르는 걸 보면 말이지.

이미 죽은 언데드가 다시 굶어 죽어가는 곳이라니. 용인들이 장악했으면 그럴 법도 하지만.

꼬맹이는 여전히 주눅 들어 있고 눈치를 살피지만 확실히 안정되었다. 클랜 마스터인 바르바로이가 확실히 나와 같은 편임을 인지해서일 것이다.

꼬맹이 입장에서 나는 수상쩍기 짝이 없는 낯선 아저씨일 테니까 어쩔 수 없나.

그래도 미래의 꼬맹이는 꽤나 똑 부러진 면이 있었다.

그게 원래 성격일 것이다.

일단 다시 소녀를 붙여 놓았다.

여자애 마음은 같은 여자애가 잘 알겠지.

소녀는 엄마 놀이에 나름대로 심취한 듯하다. 나에 대한 애정 공세가 어느 정도 분산되는 느낌이 있어 다행이다.

영감님이 나를 보고 있었다.

"뭐 하실 말씀이라도?"

"그냥 뭐. 자네도 꽤 불안하게 살고 있지 않나 해서 말일세."

"예?"

영감님이 혼자 고개를 끄덕거리면 말한다.

"그거 아나? 그린스킨도 불안함이란 게 있긴 하단걸."

"그렇…… 긴 하지요."

"오크 해봤나?"

"예."

"그럼 잘 알겠군. 아니지, 애초에 나를 너무 잘 알겠구먼."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영감님이 도끼를 가져와 손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선만 그곳이지 의식은 나에게 집중되어 있음이 보인다.

"오크 전사들의 멍청한 머리도 가끔은 미래라는 걸 내다보지. 그러면 예외 없이 불안에 빠진단 말이야."

그건 약간 사춘기 같은 거다. 하도 생각 없이 사니까 문득 생각이란 걸 해버리면 고장 나는 셈이지.

"그 전사들의 생각을 다시 지워버리는 제일 좋은 방법 알지 않나?"

"짝을 지어주는 것이죠."

"오크들은 단순해서 휴가 좀 쥐여주고 한 한 달 신혼 질펀하게 보내고 오면 다시 멍청해지지. 이젠 자식도 있겠다 두려울 것도 없고."

전쟁광들이라 어쩔 수가 없다. 자식이 생겼으면 유전자를 남기겠다는 생식의 본능마저 고삐를 놓아버린다.

이젠 정말 일직선 돌진이지.

"그런데 그 이야기는 왜 하십니까?"

"자네가 오크 전사 같아서 하는 말이네."

"무슨 소리신지……."

영감님이 말을 끊었다.

"늙은 주술사들은 척 보면 아는 게 생기지. 자네는 너무 불안이 없어. 언제나 확신에 차 있고 자신감이 넘치지."

"제가 잘나서죠."

"아냐, 그럴 수는 없어. 연기를 잘하는 게지."

"흠."

이 영감님이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늘 불안해하기만 하지 말고 한번 말이야. 응?"

눈짓하는 것은 꼬맹이를 데리고 놀고 있는 소녀다.

이제야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군.

"왜 이번 회차에서 만나는 노인들은 다 중매를 서는 건지……."

"이전에 누가 뭐라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전사들을 관리하던 입장에서 하는 말일세. 사랑이니 이런 건 모르겠군. 난 인간이 아니라서."

아주 진지하다. 그렇다면 새겨들을 필요는 있다.

만들어져 주입당한 삶일지라도 그 삶에서 오는 연륜은 거짓이 아니다.

"누구나 버팀목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자네는 버팀목이 없군. 기대는 사람은 많은데 말이야. 저 아이가 아까 하던 말 들었나?"

"정말 적응이 빠르지요. 한 점 의심 없이 자신의 감정은 미궁에서 시작되었으니 거짓이 아니라 믿어버렸으니."

"저런 건 타고난 단단함이야. 자신에게 솔직한 거지. 항상 말이야.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거지. 서로 기대는 게 그림도 좋지 않나?"

영감님은 거기까지만 말하고 주제넘은 참견이었을지도 모른다며 껄껄대었다.

그다음에는 완전히 무기 손질에 집중한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은 남을 아는 것보다 어렵다.

영감님은 미래의 꼬맹이와 대면한 적은 없다.

그럼 일이 어떻게 굴러갔는지도 모를 거고.

저건 정말 순수하게 통찰에서 나온 말일지도 모른다.

그렇군, 이런 식으로 저 아이를 받아들이게 된 걸까?

3층에서 한번 멘탈이 터졌었을 때, 프로방스의 의연한 태도를 보며 진정했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에 특별히 흔들리는 일도 없었고.

하지만 꼭 그리 보이란 법은 없기도 하다.

사실 나도 확신이 없다. 어디까지가 진짜 나인지 모른다.

나는 97년간 언제나 게이머였다. 하지만 어쩌면 게이머를 연기하고 있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바깥세상에서 지내던 원래의 ‘나’라는 것조차도 세월에 풍화되어 사라진 지 오래다.

미궁에 너무 열중하며 살았다.

후, 연애라.

* * *

‘이러면 되었습니까?’

「고맙군.」

‘당신의 대전사를 몹시 아끼시는군요.’

「대신관이기도 해. 뭐 어쨌건 내가 직접 말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나.」

‘당신께서 시킨 일임을 눈치채면 어찌합니까?’

그만큼 유능한 사내다. 머리도 잘 돌아가고.

「그렇지는 않을걸. 요즘 저 소녀만 관련되면 사람이 좀 멍청해지고 있어.」

‘오크 전사처럼 말입니까?’

「트롤처럼일지도 모르지.」

트동트는 피식하고 웃었다. 그가 배신한 전쟁의 신이 생각나서다.

* * *

소녀는 꼬맹이와 함께 꼬마 마법사를 향해 갔다.

꼬마 마법사는 그사이 조금 더 자랐다.

며칠 전에는 아주 비슷했던 키가 이제 확실히 조금 더 높아졌다.

완전히 추월당하여 눈높이가 어긋나게 된 것은 분하다. 그러나 어쨌든 언니로서 대우받고 있긴 했다.

그러니 참기로 했다.

"항상 키가 빨리 자라서요."

"으, 좋겠다."

부러움은 참을 수 없다.

"좋지는 않아요. 돌아갈 때마다 다시 줄어드니 적응하기가 힘들어서."

처음 보았을 때부터 묘하게 어설펐던 몸놀림이 대충 이해가 된다.

체격이 빠르게 자라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때마다 괴리가 큰 것이다.

"그리고 사실……."

초반에 유리할 것 없는 마법사를 언제나 택하는 이유도 있었다.

올 지능인 이유도 있었다.

지능 스탯에는 정신력 보정도 달려 있다.

겁이 많은 꼬마 마법사는 항상 새로운 회차마다 지능부터 투자했고, 다른 스탯은 전혀 손대지 않았다.

"그래야 견딜 수 있어요."

지금은 레벨이 어느 정도 된다.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스탯의 보정이 없는 초반에는…….

죽지 못해 지능을 찍어댈 뿐이다.

그렇게 타고났다.

"차라리 1층으로 돌아가지 않고 영원히 죽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정착하는 게 목적이지? 그 꿈이 이루어지면 되는 것 아닐까?"

"하지만 100년이잖아요. 언니."

"그게 왜?"

"늙어 죽을 거예요."

아.

소녀는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은 보통 100년이 되기 전에 수명을 다한다.

갓난아기인 상태로 유배자가 되는 게 아니니 확실히 그렇다.

연차가 낮다면 정착해서 무사히 천수를 누리더라도 눈을 뜨면 다시…….

"어우, 끔찍해."

"그렇죠? 무서워요."

꼬마 마법사가 슬쩍 아저씨를 본다.

"그래도 정착하고 싶긴 해요. 파티에 마법사 필요하지 않나요?"

소녀는 잠깐 생각했다.

육체 나이는 분명 자신이 더 높을 것이다.

중학생이랬나?

처음 보았을 때는 반 뼘은 키 차이가 났다.

조그맣고 귀여웠다.

아저씨의 수비범위는 절대 아닐 거라 생각했다.

지금은.

으음.

스윽 훑는다. 성숙함을 따진다면…….

이제는 완전히 졌다.

소녀는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감이 있지만 꼬마 마법사는 제 나이보다 훨씬 많아 보인다. 좋은 쪽으로 말이다.

사실 나란히 서 있으면 남들이 어느 쪽을 언니라고 여길지는 뻔하다.

"안 돼! 내 거야!"

그 결론에 도달하자마자 나온 외마디 비명.

꼬마 마법사는 잠깐 어리둥절하더니 곧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배시시 웃었다.

"에이, 언니. 저도 남의 건 손 안 대요."

으으, 이 불여시 같은 년.

소녀는 입에 손수건을 물었다.

아저씨가 준 거다.

* * *

"그래서 고참은 누구요?"

"바르바로이를 꼬실 정도면 랭커쯤 되나?"

"아니, 왕국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일인데."

오크 리더가 무언가 떠오른 듯 침통하게 말했다.

"그거 봤나? 집 입구에서 응전하던 주술사."

"오크 주술사? 듣긴 했소만."

"그거 잘은 모르겠는데 트동트 같던데."

"……[배신당한 성녀]?"

주워들은 것들이 있는 유배자들이 일제히 침묵했다.

"메인스트림이 벌써? 아니 트동트는 여기 왜 있어."

"바르바로이도 있지 않나."

약간은 고민이 생길 법도 했다.

상대는 치유의 샘을 장악했다. 하지만 계단 쪽은 관심도 두지 않았다.

어쩌면 아직 발견조차 못 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 도망친다면 지금이다.

오크 리더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럴 거면 내가 묠니르를 두고 오진 않았지."

"좋아 그럼 한번 해보겠소."

저 수상쩍은 고양이는 왕국 이후에 그들보다 더 고참인 유배자들이 간혹 활용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차피 저건 층을 넘어서 들고 갈 수는 없다.

지금 내려가는 건 종전대비 너무 손해다. 매몰 비용을 손절하는 것은 기본이라지만.

미궁의 인생은 하나가 아니다.

"아직 9층이니까 뭐."

"위력은 확실하지."

이제 슬슬 총에 맞아도 죽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흡혈귀는 원래 총에 맞고 잘 안 죽는다.

그럼에도 미궁의 불합리를 그대로 형상화한 듯한 고양이에게는 죽지 않겠나.

일단의 무리들은 모두 이제 포위를 생각하지 않았다.

먼저 기습하여 쓸어버려야 한다.

고양이를 잘 달래며 오두막이 보이는 곳까지 왔다.

어쨌든 총기인 것 같긴 하니 난쟁이 리더가 사수를 맡았다. 오크들은 그 바로 뒤에 섰다.

호위하는 것도 아니다. 난쟁이 리더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꼬리를 잡아당기자 고양이가 울기 시작했다.

애오오오옹.

단 3초의 사격이었다.

막사가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고양이가 귀찮다는 듯 공격을 멈추었다. 앞발을 할짝거리기 시작한다.

"이게 왜 이러지?"

"장전해! 장전! 턱 긁어주고 머리 긁어주란 말이야!"

고양이를 만족시키자 다시 자세를 취한다.

이제 어디를 겨누어야 하지?

"저 잔해 밑에 깔려 있는 녀석들 있지 않겠나. 확인 사살해."

땅이 파인다. 오두막은 이제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푹푹 패인 크레이터들만 남아 있다.

조용하다. 너무 조용하다.

마치 처음부터 비어 있었던 것처럼.

* * *

"우와, 미친. 캣틀링건이잖아?"

"오우아……, 우리 죽을 뻔한 거죠?"

"그렇지. 묠니르를 그렇게 순순히 두고 갈 때 느낌이 아주 이상하긴 했단 말이야."

나는 이미 구석으로 대피해 있던 파티원들에게 말했다.

"집이나 새로 짓고 있어. 저건 엄청 위험한 무기라서 내가 혼자 가는 게 더 낫다."

"해가 떠 있는데 괜찮아요?"

"피를 좀 많이 먹어서, 잠깐 햇빛 받는다고 안 죽어. 게다가 구름 잔뜩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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