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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103화 (103/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103화

10층 - Lv. 1050 고대의 영웅들(3)

영감님은 막내가 짊어졌다. 기력이 쇠한 노주술사는 그 사실을 굉장히 치욕스러워 했으나 방법이 없었다.

처음엔 소녀가 자신이 더 힘이 세다는 이유를 들어 영감님을 집어 들려 했다.

하지만 사색이 된 채 도끼의 날을 힐끔거리는 영감님의 얼굴을 보고 그만두었다.

자존심이랄까, 여러 가지의 문제다.

어쨌든 외견은 쬐끄만 여자애니까.

요정왕은 간단히 감사를 표한 후, 우리가 유배자임을 알아보았다.

"도울 텐가?"

나는 당당하게 고개를 저었다.

다음으로 향해야 할 시간이다. 더 끼어들어 봐야 이 전투에는 보조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저 셋과 싸워서 이길 수 있냐고 한다면 없을 것까지야 있겠느냐마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

여기까지 해두었으면 이제 요정들도 알아서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습니까? 자연이시여.

자연의 신은 메시지에서마저 느껴지는 상쾌함으로 그 사실을 긍정했다.

정령왕을 최대한 막기 위해 남은 그린스킨의 히어로 유닛들이 모여든다. 하지만 요정왕이 깨어났다.

가장 많은 영웅들이 잠들어 있던 중앙 광장은 처음부터 요정들이 점거하고 방어 중이었다.

이곳은 이제 문제없다.

서로가 얼마나 피해를 입을지는 모르겠으나 오베론이 말한 대로 요정의 승리다.

전쟁의 신이 무엇을 생각하건 이제 우리 파티는 전장에서 이탈할 것이다.

본격적인 대규모 접전이 된다면 변수가 너무 많아진다.

난 누군가를 잃을 생각이 없다.

유배자들은 원래 큰 전장에는 잘 참가하지 않기도 한다. 하더라도 다수의 유배자가 존재하는 전장이 되기 쉽다.

전쟁 자체가 왕국에서의 유배자 유입이 많이 일어나고 나서부터 시작되는 게 보통이니까.

지금부터는 온전히 자연의 신과 전쟁의 신의 싸움이다.

* * *

천사의 날개를 신성력으로 구현한 날개는 원본보다 성능이 좋다.

최대 속도에 도달하는 시간도 몇 초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최대 속도는 소리보다도 빠르다.

거기에 비행 자체가 물리법칙을 무시하듯 자유자재다.

대성녀 메이릴리스는 일말의 관성조차 느껴지지 않는 모습으로 정지했다.

그녀의 앞에 형성되어 있던 소닉붐만이 저 멀리 퍼져나간다.

다만 잠깐 이마를 짚고 머리를 흔들기는 했다.

아무리 강력한 신성력의 보호를 받고 있다곤 하나 일단은 인간의 육신이다.

물리법칙에서 자유로운 것은 빛의 날개이지 육신이 아니다.

성녀는 흘깃 아래를 보았다.

해는 거의 다 졌다.

땅거미가 저 멀리 보이는 산맥에까지 번져 있다.

붉은빛이 잦아들고 어둠이 도래한다.

그래서 움직이기 시작한 것들이 있었다.

조금 더 어두워진 후라면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성녀는 아주 잠깐 고민했다.

신의 명을 받아 움직이는 길이다.

엄격한 규율은 그녀의 신 본인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그녀는 잘 알지 못했으나 심연의 성물은 굉장한 가치를 지닌 듯했다.

그 가치에 따라 고객이 된 그 남자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다.

아니, 그 남자를 다시 보진 못하였으니 아마 그 남자의 신이 제안한 거래인 모양이다.

내용은 꽤나 급박한 것이었다. 큰 위기가 있을지 모르니 그때처럼 다음 계단까지 호위가 필요하다. 최대한 빠르게.

규율의 신께서는 두 번 말하지 않는다. 그분은 언제나 정확하게 필요한 정보만을 전달한다.

그분이 ‘최대한 빠르게’를 언급하셨다면 실로 그러한 것이다.

하지만.

잠깐은, 아주 잠깐은 괜찮겠지. 신께서도 다른 곳을 보시고 계신다.

성녀는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그대로 대지를 갈아버릴 생각이었다.

저 뱀파이어 무리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부분적으로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고는 하나 결국은 해충들이다. 가능하면 박멸해야 하는 기생충들.

안개처럼 신성이 피어난다. 찬란한 오색의 섬광이 된 성녀는 주먹을 들었다.

판단하건대, 이 일대가 들썩일 정도의 충격량.

이 정도의 신성을 담아두었으니 단 하나의 뱀파이어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무리를 이끌던 뱀파이어가 눈을 부릅뜬 채 올려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귀족적으로 잘생긴 모양새.

어딘가 낯이 익다.

동방에서 건너온 뱀파이어 클랜이 있다고 했던가?

클랜 마스터라면 더욱 좋다. 기생충의 어미를 제거하는 것이니.

시간이 조금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클랜 마스터는 결코 약하지 않다. 죽이는 것이 어렵지는 않겠으나, 걸리는 시간이 잠깐이 아닐 수도 있다.

당장 신의 뜻은 수행해야 하는데. 그냥 일단 모른 척을 할까?

그때 보랏빛 안개가 피어올랐다. 그녀만큼이나 짙은 신성을 띈 안개다.

하지만 언데드에게 안식을 선사하는 선신의 신성이 아니다.

어둡고 탁한 악신의 신성이다.

성녀가 멈춰 섰던 것은 자신을 가로막은 보랏빛 신성을 부숴버릴 수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혼돈의 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질문했다.

"어쩐 일이십니까? 혼돈께서 비호할 만큼 중요한 인물입니까?"

「내 대전사의 부하들이다.」

신의 고객이다. 그 부하를 건드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성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신께 기도를 올린다. 규율의 신은 응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다른 곳을 보고 계신 듯하다.

그럼 자의적으로 판단을 내리자. 무시하고 지나가야겠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혼돈의 여신께서 말을 이으셨다.

「거, 이 친구들이 좀 느려서 그런데. 데려가 줄 생각은 없나?」

"……어디를 말입니까?"

「목적지는 같은 곳이거든.」

성녀가 정색했다.

「아, 서비스 좀 해. 우리가 얼마나 우량고객인데.」

성녀가 눈을 감았다.

「하긴 사장한테 말을 해야지. 내 규율의 신께 한번 여쭙지.」

놀랍게도 몇 초 지나기도 전에 규율의 신께서 곧바로 신언을 내리셨다.

「그 정도는 서비스해 줄 만도 하지요. 비즈니스에는 상대의 호감을 사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릴 적부터 교단의 무력이었다.

실질적으로는 교인으로서의 활동을 해본 적이 없는 성녀는 고개를 갸웃했으나 따르기로 하였다.

선신의 신성을 사용한다면 뱀파이어들이 견디지 못할 것이다.

혼돈의 여신께서 신성력을 제공하셨다.

뱀파이어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여신의 신성에 몸을 맡겼다.

성녀의 의지대로 커다란 바구니 같은 물리력이 형성된다.

"뱀파이어니 죽지는 않겠지요."

클랜 마스터가 기겁을 했다. 날아오던 속도를 떠올렸으리라.

서둘러 방어막을 펼친다. 강력한 물리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술식이다.

성녀는 날았다. 뒤에 매달린 뱀파이어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이 주변으로 퍼지기도 전에 이미 몸은 훨씬 앞으로 가 있었다.

* * *

성녀가 도착함과 동시에 지상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엄밀히 따지면 폭발과는 조금 다르긴 했다.

불길이 인다기보다는 그냥 어마어마한 열기에 주변이 타들어 가는 폭압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대지가 뒤집히며 하늘로 솟구친다.

마치 버섯들이 잔뜩 자라나는 듯한 모습이었다.

우선은 살려야 하니 뱀파이어들을 보호했다.

신경 쓴다고는 썼는데 보호하기 위해 펼쳐진 신성에 몇몇이 경기를 일으킨다.

성녀는 재빨리 바닥에 뱀파이어들을 내려놓았다.

어차피 숨을 쉴 것도 아니며 당장 심장이 날아가지 않는 이상 괴롭더라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클랜 마스터가 와서 감사를 표하려 했으나 성녀는 고개를 저었다. 부정한 것의 감사를 받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호위대상과 호위 목표지점을 찾아야 한다. 성녀는 다시 날아올라 쑥대밭이 된 평야에서 계단을 찾고자 했다.

[그랜드 월]

반투명하게 빛나는 금빛의 장벽이 생겨났다.

성녀는 그것을 잡았다. 이것은 신성하지만 물리적인 장벽이다.

크게 휘두른다. 부채질처럼.

흙먼지가 일어난 바람에 밀려나 사라진다.

몇 번을 반복하자 하늘이 비교적 개었다.

참상의 중심인 지하 유적의 입구는 크게 확장된 채, 심연의 아가리마냥 입을 벌리고 있다.

계단은 보이지 않았다.

성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빠르게 식어가고 있으나 열기로 몸이 후끈후끈하다.

건식 사우나에 온 기분으로 가만히 입구 옆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조금 멀리 내려놓았던 뱀파이어들이 눈치를 살피더니 달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근처에 자리를 잡아 계속 눈치를 살핀다.

성녀는 가만히 내버려 두기로 했다.

빨리 해결하고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다.

그녀는 요즘 바쁘다.

* * *

"밖에 나왔는데도 전혀 상쾌하지가 않아요!"

소녀가 불만을 표했다.

다들 땀을 흘리고 있다. 마법적 냉각이니 뭐니 해도 고온의 환경에서 더위마저 어찌 되지는 않는다.

"음, 저도 추운 게 차라리 나은 것 같습니다."

사냥꾼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땀에 푹 절여진 것은 나와 꼬맹이를 제외하면 모두가 그랬다.

나는 성녀와 적당히 거리를 두었다.

악수를 하자는 듯 손을 내민 성녀가 조금 아쉬워했다.

날 신성력으로 좀 지지고 싶었나 본데?

그리고 옆에서 떨떠름하게 나를 보는 바르바로이와 어미를 따르는 병아리마냥 옹기종기 붙어 있는 뱀파이어들을 보자 이건 또 뭔가 싶다.

둘 다 내가 부른 거긴 한데.

소녀가 손을 잡았다.

「내가 배달 좀 부탁했지.」

"좀 느렸나 보죠? 잘하셨습니다."

「핫하, 빨리 나를 더 칭찬해라!」

여신님의 주책은 무시하고 바르바로이에게 다가갔다. 4층에서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수척하고 고생한 티가 난다.

뱀파이어도 고생을 하면 볼이 홀쭉해진다.

내 망토를 보는 바르바로이의 눈빛이 따갑다.

"이봐, 진정해. 결과적으로는 좋게 되었잖아? 어차피 남아 있었어도 클랜원들을 지키기는 힘들었을 것 아냐."

낙오 클랜의 말로가 좋았던 것은 본 적이 없다. 저들은 결국 인간이 있는 곳에서만 살 수 있다. 그런 곳은 이미 누가 자리를 잡았다.

바르바로이의 표정이 푹 썩는다. 부정하기엔 또 사실이다.

나이트 크로우의 추격을 받고 있던 당시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와 있었을 테니까.

"줄 잘 잡은 거라고 생각해. 나는 어차피 필요할 때만 나타날 테니.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당신이 클랜 마스터야."

클랜원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력은 없겠지만, 그것은 클랜 마스터가 된 내가 모두 바르바로이를 따르라고 명령해 두면 된다.

두고두고 써먹을 훌륭한 수족이다.

클랜 마스터를 넘겨받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내가 흡혈을 하면 된다. 그리고 저쪽은 저항을 하지 않으면 그뿐.

그래서 뱀파이어끼리 서로 흡혈을 하는 일은 보통 금기다.

그런 식으로 클랜 마스터를 찬탈하는 일도 드문드문 있으니까.

일단 남정네의 피를 빠는 건 썩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거기에 뱀파이어의 피다 보니 맛도 없다. 감초 없는 한약을 삼키는 느낌이다.

꾸역꾸역 빨다 보니 무언가 넘어오기 시작했다.

뱀파이어의 혈액은 육신이요 영혼이다. 그냥 존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바르바로이의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거의 그가 죽기 직전에 나는 흡혈을 멈추었다.

바르바로이 클랜의 클랜 마스터의 권한이 내게 넘어와 있었다. 이제는 오르골 클랜인가 싶기도 하지만.

꼬맹이가 굉장히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새아빠?"

"뉘앙스가 좀 그렇구나. 아가야."

다른 뱀파이어들 모두에게도 나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새로운 클랜 마스터. 혼돈의 교단의 대전사이자 대신관.

좀 더 친해질 시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으니 굳이 클랜 마스터를 넘겨받은 것이다.

이제 저들은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완전히 내 지배하에 있게 된다.

유배자로서 뱀파이어 사회에 녹아들려면 이러는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배신할 수 없는 절대적인 지배권.

보통은 이게 안 되고 텃세에 치이니 뱀파이어가 구린 종족이기도 한 것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부랴부랴 남은 인원들만 수습하느라 이제 당장 거주할 곳도 없겠지? 내가 좋은 곳을 하나 아는데 말이야."

인간 국가 내부는 아니니 자리 잡은 클랜도 없음.

하지만 상당히 북부에 위치한 숲. 강한 축에 드는 뱀파이어들이 좀 오래 날아가서 몰래 피를 구해 올 정도의 위치는 된다.

좀 고생스럽긴 하겠으나 나이트 크로우의 눈에 띌 일도 없다.

전쟁통에는 정말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겠지.

거기에 먼저 가서 이미 거주하고 있는 이들도 혼돈의 신도들.

고블린들이 반겨줄지는 모르겠지만 친하게 지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미궁에 존재하는 신의 실체가 있는 신앙은 서로 다른 종족도 묶어낼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수단이다.

자, 고블레타리아 연방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한번 보자고.

* * *

성녀는 오랜만에 만나는 스승에게 인사를 올렸다. 규율의 신도 그것을 뭐라 하지는 않았다.

비록 자신의 신도는 아니지만, 아니 오히려 신도가 아니니까 이런 관계가 성립하리라.

성녀는 교단에서 거의 가장 높은 서열이나 다름없으니.

영감님은 흐뭇하게 웃으며 성녀를 안아주었다.

그 후에는 영감님의 뜻대로, 그야말로 오크답게 용맹하고도 격렬하게 난장판이 되어가는 종교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약간 들었다.

나는 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런 식의 나비효과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다른 교단을 무력으로 통합 흡수한다고?

이래도 되는 건가 하고 고민을 해본다. 뭐, 규율의 신 생각에는 수지가 맞는 장사니까 하는 거기야 하겠지만.

강제 개종은 상상도 못 해봤는데. 야쿠자들 나와바리 싸움도 아니고. 세상에.

정말 과격하다.

"성지를 곧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트동트로서도 그 무시무시한 진척 상황이 당황스럽긴 했던 모양이다.

"그……, 전쟁은 안 하는 거냐?"

"속세의 일은 속세에 있는 자들이 맡아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성전이 시작되기 전에 모두 합의한 사항입니다."

이건 또 속세라고 끊어버린다. 그린스킨은 계속 진군 중이지만 요정과 인간의 연합군은 어찌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더스번 경이 전선에서 맹활약 중이라는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요정 마법사도 그쪽에 있으려나 이젠?

좋아, 전장의 일은 아무래도 좋다. 이제 우리는 지금 여기서 뿌려놓은 씨앗들이 어떻게 발아했는지를 보러 가야 한다.

성녀에게 호위를 부탁한 일 자체는 잘한 판단이었다.

황제 친위대는 몹시도 수준이 높다. 친위대장과 각 부대의 장 정도면 [히어로 유닛]이거나 그에 준한다.

폭발에 휘말리지 않은 그린스킨들과 생존한 여러 그린스킨들이 덤벼들었으나 성녀가 포격을 시작하자 도저히 우리에게 신경 쓸 겨를이 생기지 않았다.

나는 계단 앞에 서서 말했다.

"다들 해야 할 일을 잊지는 않았지?"

한 번 더 확인해 보아야 한다. 11층은 정말로 쉴 틈이 없으니까.

소녀가 손을 들었다.

"좋아, 뭐가 기억이 안 나지?"

"여기도 [종족 카드]가 어디 숨어 있는 것 아닌가요?"

보스 층이다. 옳은 말이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 생각엔 말이지. 지금처럼 변수가 클 때 말고, 시간의 신전을 통해 회수할 것 같은데 말이야."

이미 어느 층으로 갔을지가 확실한 두 명을 빼고도 몇 사람이 남는다. 어쩌면 영감님일 수도 있다.

친위대장이나 지하에 있는 영웅들 중 하나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영감님이 무언가 할 수 있겠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비를 끝마친 후, 얼른 계단을 내려갔다.

* * *

[TIP : 가끔 미궁의 시간이 아주 크게 요동칠 때가 있습니다. 상상한 것 이상의 미래가 나타나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대부분의 미래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본 것은 단지 편린일지도 모릅니다.]

부유감이 끝나고 도달한 곳은 강철로 된 방이었다.

그리고 크게 흔들리고 있는 방.

어디선가 폭음이 들린다.

쾅 하고 세상이 흔들린다.

그리고 점차 기우뚱하고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우주 공간은 아니었다.

깨진 창을 통해 맹렬한 바람이 불어 들고 있다. 빨려 나가지 않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꼭 붙잡을 필요가 있었다.

창을 통해 밖이 살짝이나마 엿보인다.

구름의 바다가 보인다.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다시 폭음과 함께 선체가 흔들렸다. 지진이라도 난 것 같다. 주욱 미끄러져 날아갈 뻔한 꼬맹이를 붙잡는다.

미래의 정보에 따르면 이곳은 공격받아 추락 중인 전함이다.

계단은 추락할 행성 어딘가에 있다.

일단 추락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한다.

미리 알지 못하면 대체 어쩌라고 하고 싶은 수준의 계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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