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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108화 (108/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108화

11층 - Lv. 765 폭풍울음 기갑여단(4)

제국 수도 방위군 제1 함대 사령관 아르칼라는 탄식했다.

작금의 제국은 썩었다. 너무나도 썩었다.

통치자가 무능해서는 아니었다. 제국의 신민들이 글러 먹었다.

생각해 보면 그랬다. 그린스킨들의 천성은 썩 부지런하지 않다.

그 옛날 그들의 조상들은 야생에서 그 어떤 짐승들보다 강인한 육체를 타고났다.

노력할 필요 따위는 없었다. 어차피 그들은 포식자다.

그 강인함은 이제 와서는 뒤처짐을 낳았다.

육체의 힘이 점점 무의미해지는 가운데, 새로운 환경에 효율적으로 적응한 것은 오우거뿐이었다.

의외로 오우거는 지능이 높은 종족이다. 다만 극도로 게으를 뿐.

타고난 것이 너무나도 많은 종족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그저 몽둥이에 불꽃을 휘감고 휘두르기만 해도 족했던 시기가 지났다.

오우거들은 공부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별로 치욕스럽지는 않았다. 오크나 트롤과는 달리 오우거들은 고블린이나 인간 혹은 요정들을 깔보지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도 없었다.

오우거들은 원래 그렇게 산다.

난쟁이가 만들어낸 새로운 병기들이 대륙의 전장을 변화시키기 시작했을 때, 오우거들은 기꺼이 그것을 사용했다.

일부 천재적으로 부지런했던 오우거들은 그것을 연구했다.

그들의 성과가 널리 퍼진 끝에 현재 제국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대체로 오우거다.

황실의 주인만이 오크다. 그것은 상징적인 의미기에.

함대 사령관인 아르칼라 또한 그런 엘리트 오우거들 중 하나였다.

그는 동족들보다 딱히 똑똑하진 않았으나 부지런했다.

오우거의 천재성이란 건 결국 얼마나 부지런하냐에 불과하다. 그는 충분히 천재였다.

그랬기에 그는 출진 명령을 내렸다.

제국을 지켜야 한다. 어떻게 멸망하건 그가 살아 있는 시대는 아니어야 할 것이다.

정신 나간 요정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제국의 수도성을 습격해왔다.

황제가 죽는다면 큰 혼란이 닥칠 것이다. 모든 오우거에게는 재앙이다.

다음 황제가 누가 될지도 문제다. 지배자가 바뀌면 골치 아픈 일만이 잔뜩 생긴다.

천재적인 오우거라 한들 귀찮음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아르칼라는 가능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미래에 더 피곤해지기 싫다면 지금 움직여야 한다.

함대가 도열했다. 이곳은 수도성과는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식민행성이다.

행성 전체가 요새로 개조되어 있다.

이번처럼 미친 척하고 초장거리 워프를 감행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위치다.

워프는 아무것도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마력은 마나의 흐름이며, 마나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입자다.

아무것도 없는 우주 공간에서 워프를 시행한다?

그보다 효율이 나쁠 수는 없다.

그러니 행성이건 항성이건 천체를 징검다리처럼 건너뛰는 것이 보통이다.

요정들이 한 짓은 정말로 미친 짓이었다.

그리고 그랬기에 통했다.

아르칼라는 화가 났다.

그는 지금 같이 서로 으르렁거리기만 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 너무 좋았다.

특히 수도 방위군은 그런 상황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최고의 상황이었다.

동맹은 어쩌자고 이런 짓을 저질렀는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전쟁으로 인해 떨어질 자신의 주식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화가 난다.

군수산업 쪽 주를 사둬야 했다.

다양한 이유로 가득 차오른 분노가 전 함대에 전해졌다.

자신들의 개성이 드러나는 온갖 형태로 제작된 거대함선들이 워프를 준비했다.

공간이 일그러지며 다양한 형태의 쇳덩어리들이 빨려들어 갔다.

* * *

그린스킨은 첩보와는 거리가 먼 종족이다. 제국은 다른 국가에 첩자를 침투시킬 방법이 없었다.

그야, 누가 보아도 티가 나니까 말이다.

제국의 고블린들은 언제나 연방으로 도망치기를 소망했기에 연방 쪽으로도 여의치 않다.

반면 그것은 적들 또한 제국에 첩자를 보낼 수 없다는 뜻과도 같았다.

다른 종족은 결코 그린스킨을 흉내 낼 수 없다.

연방의 고블린들이 침투하곤 하지만 전쟁신의 사제인 주술사들이 혼돈의 신앙을 걸러내기에 소용없다.

연방의 고블린들은 여신의 초상화를 밟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너무나도 쉽게 걸러진다.

그랬기에 연방과 동맹은 제국의 제대로 된 내실은 알지 못했다. 이는 제국 또한 마찬가지다.

그나마 연방은 간혹 탈국한 고블린들을 통해 얻는 정보들이 있다.

물론 그것은 겉핥기에 불과하다. 연방이 탄생한 이후 고블린은 제국의 요직에 오르지 못한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무지하다.

이것은 전쟁에 있어 치명적이다.

어느 쪽에게 치명적일지는 알 수 없다.

뒤통수가 얼얼할 상황이 사방에 널려 있으리라.

그동안 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모두가 파멸로 향하리라는 두려움 덕분이었다.

신들이 개입하며 모든 것이 어그러진다.

고블린들은 그 사실에 개의치 않았다. 그들의 정의는 언제나 신에게 있다.

만물은 여신 아래에 평등하다. 종족조차 가리지 않는 여신님의 자비로움은 기필코 온 은하에 미쳐야 할 것이다.

수십 척의 함선 삼 분의 일이 시공의 미아가 되어 사라졌음에도 그들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연방은 여신님께서 만드셨다. 그분이 그들을 구원하였으며 그들을 인도했다.

역사를 굳이 배우지 않더라도 언제나 여신님께서 결정하신 일은 옳았다.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믿음은 시공의 틈으로 사라진 동료들을 안타깝게 여기게 두지 않았다.

심연 또한 혼돈의 영역. 그들은 여신님께 귀의하신 것이다.

막대한 질량이 제국의 수도성 상공에 출현했다.

포격전을 벌이던 동맹과 제국의 함대들이 보인다.

선발대의 사령관은 자신이 시공의 틈으로 사라지지 않았음에 감사했다. 혹시 모를 지휘 공백을 대비해 기함이 아닌 함선에 능력 있는 부관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 절반은 여신님의 곁으로 돌아갔다.

그 또한 부러운 일이겠으나 사령관은 성전의 포문을 자신의 손으로 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날 이후, 연방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리라.

온 은하에 여신의 은총을.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는 혼돈의 권속될 자격이 없나니.

누구 하나 명령하지 않았음에도 모든 함대가 이미 주포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사령관은 자신의 생각 또한 그릇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 그는 그저 남들보다 능력이 있어 필요에 따라 이런 자리를 맡고 있을 뿐이다.

여신께서 돌아온 지금, 모두가 진정으로 평등하다. 지휘가 필요할까?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다. 누구 하나 이 성전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모르는 이는 없다.

자신은 단지 그 대표가 되었을 뿐이다.

그 사실에 무궁한 영광을 느끼며 사령관이 입을 열었다.

함대가 고요히 그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포격 개시!"

소리 없는 우주 공간 속, 눈 부신 빛들이 발해졌다.

* * *

큰 질량들이 워프를 통해 나타나면 굉장한 파문이 일어난다.

개개인이 마법을 다루던 시절이면 모를까 이런 시대에 이런 대규모의 마력 운용은 마법학적으로 세련되지 못하다.

사실 그냥 그렇게 효율 좋게 여파 없이 굴리는 게 불가능하다. 규모가 커져도 너무 커졌으니까.

잔류 마력은 강하게 거는 마력탐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의 파문을 만들어낸다.

거기에 행성급의 천체에 놀라울 정도로 근접하게 워프했다. 대체 왜 저런 짓을 하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어중간한 마법사라면 정신적 충격을 받을 정도로 농밀한 마력의 파문이 행성 전역을 뒤덮었다.

그것은 EMP와도 비슷한 효과를 냈다.

잘 나가던 장갑차의 엔진이 순간적으로 정지했다.

관성으로 질주하는 장갑차에서 소녀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

나도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포격이 시작되었다. 빛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아직 낮임에도 선명할 정도의 광선들이 하늘을 갈라낸다.

밤이었다면 더욱 장관이었겠으나 그 빛이 제국의 함대에 닿았을 때는 그런 생각이 싹 달아날 파괴가 일어났다.

새로이 나타난 연방 함대의 규모는 현재 행성 상공에서 전투를 벌이는 타국의 함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그것들이 일제히 에너지를 아끼지 않고 때려 박은 일제 포화는 빛의 해일이나 다름없었다.

그 파괴적인 해일은 동맹군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 급격한 곡예비행을 하던 제국의 전함 한 대를 날려버렸다.

그러고도 멈추지 않고 진격한다. 빛에 닿은 제국의 함선들이 점차 바스러져 간다.

빛이 되어 흩어지는 것 같다.

우주 공간의 전투는 소리로서 전해지지 않는다. 단지 무성영화의 한 장면처럼 현실감 없이 흘러갈 뿐이다.

세상이 무너지고 있다.

너무나도 촘촘한 화망에 형체를 유지한 채 떨어져 내리는 제국 함선이 없다.

모두 산산이 분해되어 빛나는 유성이 되어 행성 위로 쏟아진다.

유성우를 보는 것 같았다.

대낮임에도 찬란한.

다시 마력 엔진에 힘이 돌아온다.

큰 마력적 충격이 지나갔다. 그린스킨의 기술은 결함 많고 투박하나 내구성 하나만큼은 신뢰할만하다.

그 덕에 효율이 나빠 운전자의 마력도 요구하지만 오우거들은 내재된 마력만큼은 넘쳐나는 녀석들이니 이런 걸 운전한다.

나는 내 마력의 잔량을 체크했다. 잦은 전투는 좀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제도까지 질주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장갑차가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우리를 추격하던 다른 여단 병력들도 순간적으로 차량이 멈추긴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꼬맹이가 포위망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알려왔다.

지휘관이 타고 있었던 만큼 괜찮게 뽑힌 차량이었다.

곧 포위망과 만났다. 사냥꾼의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언뜻 보이는 멋과 달리 플라즈마 병기의 효율은 생각보다 그리 좋지는 않다.

개인화기는 편의성을 위해 대체되었으나 중화기로 넘어간다면 여전히 질량 병기는 강력하다.

다만 같은 메커니즘이되 마법적으로 강화되긴 한다.

마력만 공급된다면 냉각 걱정도 없다. 저쪽의 사격도 날아오지만 꼬마 마법사과 영감님이 합심해 만들어낸 방어막이 어떻게 받아낸다.

급격한 마력 소모에 두 마법직의 표정이 핼쑥해졌다.

나는 액셀을 더 거칠게 밟았다.

등신 같지만 그린스킨의 기술은 이런 기합에도 영향을 받는다.

내 거친 감정이 전해진 모양인지 차량이 더욱 가속한다.

차량 뒤편의 여단기가 맹렬히 휘날린다.

먼 곳에 제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곳과 달리 투박한 요새의 형태만을 하고 있지는 않다.

보다 장식적이면 권위를 강조하는 금빛과 은빛의 성벽.

상징성 이외에는 아무런 기능도 없을 것 같은 여러 가지 장식들이 붙어 있다.

실질적인 거주민들은 대다수가 저 안에 있겠지.

"앗, 뜨뜨거!"

눈먼 총탄을 눈을 부릅뜨고 보고 있다가 검으로 받아낸 소녀가 호들갑을 떤다. 저게 되는 게 신기하군.

정면에도 적이 나타났다. 영감님이 묠니르를 크게 집어던졌다.

부메랑처럼 날아간 아티팩트가 번개의 장막을 형성하고 돌아온다.

전자장비와는 다르겠지만 번개만큼 침투를 잘하는 종류의 마력도 드물다. 차량의 방호를 종잇장처럼 찢고 기능을 마비시킨다.

앞쪽 포위망의 몇몇 병사들은 아예 뛰어내려 사격을 시작했다.

저쪽의 기관총도 불을 뿜는다.

막내는 침착하게 오른팔에 든 라이플로 머리를 쏘았다.

기관총 사수들이 픽픽 쓰러진다.

하지만 우리도 피해가 없을 수는 없다.

기관총 사격을 허용하자마자 마법직들의 마법 장벽은 무의미해졌다.

차체에 불꽃이 튄다. 철이 우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차량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일단은 장갑차라 최소한의 방호 능력은 있다.

하지만 시간문제다.

로켓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몸의 일부를 박쥐로 바꿔 밖으로 내보냈다. 날아드는 로켓을 요격한다. 마력적 폭발과 물리적 폭발이 허공을 교차한다.

시야를 가리기 위해 박쥐들을 마구 터뜨렸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솟았다.

"아예 따돌릴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별수 없지. 일단 하차한다. 방법은 아까 말했지?"

파티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한 숲과 언덕이 보였다.

이미 마법직들이 차량의 바닥을 뚫어놓았다.

사냥꾼도 사격을 멈추고 차량 내로 숨어들었다.

막내가 방패를 발판 삼아 뚫린 바닥에 올린다.

가벼운 몇 명이 먼저 올라탔다.

언덕에 도달하기 전 적 차량들이 진로를 몸으로 가로막기 위해 나타났다.

그냥은 통과할 틈이 없다.

운전석에서 잠깐 펄쩍 뛰어 내려왔다.

"방패 잠깐만 치워봐!"

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폭발을 일으킨다.

차량이 오른쪽으로 기우뚱하며 비스듬히 섰다.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원래라면 통과할 수 없을 틈이지만 왼쪽 바퀴가 들렸다가 상대 차량 위에 안착했다.

놀란 기관총 사수가 두 팔을 들어 몸을 가렸지만 그대로 으깨진다.

영감님이 모으고 있던 불의 마력에서 불덩이 하나를 만들어 적 차량 속에 던져 넣었다. 비명 소리가 들린다.

덜컹하면서 장갑차가 다시 착지했다. 너무 순식간에 돌파당하여 적들이 당황하는 게 느껴진다.

꼬맹이가 격렬한 차량의 움직임에 데굴데굴 굴러서 소녀의 품에 쏙 들어갔다.

소녀가 본능적으로 끌어안는다.

언덕에 도달했다. 속력을 유지한 채 죽 달려왔기에 붕하고 떠오른다.

막내가 다시 방패를 아래에 대었다.

꼬맹이와 꼬마 마법사가 마법을 발현한다.

투명화, 그것도 광역으로.

모든 파티원의 몸이 투명해진다.

신체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막내의 방패 위에, 자신 있으면 그냥 뛰어내렸다.

차가 허공에 뜬 동안 모두 빠져나왔다.

영감님이 모아둔 불의 마력을 해방했다. 빈 장갑차의 앞쪽으로 불길이 치솟는다. 진로에 방해가 되는 나무가 모두 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다 같이 숨을 죽였다.

빈 차량은 계속해서 달려 멀어졌다.

추격자들의 차량이 무수히 지나갔다. 치일 위기도 있었다. 그때마다 소녀가 잽싸게 힘으로 잡아당겨 충돌을 막았다.

모든 차량이 지나갔다. 뱀파이어가 아닌 파티원들이 흙먼지 덕분에 콜록거린다.

더 가까워진 제도의 성벽이 보였다.

"따돌린 거 같으니 얼른 다음 계단으로 넘어가자고."

오래 있어 좋을 곳은 아니다.

그때, 다시 큰 파문이 번졌다.

마력적 파문. 워프의 후폭풍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현실적으로 잡아 늘여진 함선들이 수축하듯 나타나며 대량으로 출현하기 시작했다.

뒤틀리고 이상한 제각각의 모습. 통일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는 제멋대로의 투박한 함체.

그린스킨의 함대로군.

사냥꾼이 말했다.

"우주 전쟁이라니. 상상도 못 해본 일인데. 원인을 따지고 보면 우리가 나쁜 놈들 아닙니까?"

"맞지. 전쟁을 일으켰잖아."

소녀가 싱글거리며 여신님의 말을 전달했다.

"여신님께서는 오랜만에 재밌다는데요?"

생각해 보면 혼돈은 악신이다.

* * *

천오백 년을 이어온 유서 깊은 제국의 당대 황제는 그제야 어떤 유배자의 존재를 보고받을 수 있었다.

전쟁의 신이 난리를 친 결과였다.

그래도 신이기에 정중하게 예우를 갖추어 무릎을 꿇은 채 사제인 주술사의 손을 맞잡는다.

「그 녀석을 죽여라. 네 선조의 원수. 위대한 황제 알타이르 대제를 죽인 녀석이다.」

역사에나 나오는 이름이다. 알타이르 대제.

어떤 유배자와의 싸움에서 패하지 않았다면 우주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그린스킨이 세상을 정복했으리라.

그렇게 일컬어지는 위대한 자.

「제국의 역사를 바꾸어라. 저 유배자를 죽여 제국에 무궁한 영광이 있도록 하여라!」

당대 황제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리하면 제가 황제인 이 세계는 어찌 되는 것입니까?"

시간선의 문제.

그는 사라지고 싶지 않았다. 없었던 미래의 주민이 되고 싶지는 않다.

절대다수가 모르지만 고위층이라면 알고 있는 세상의 진실이다.

한때 온 그린스킨의 주인이었던 신께서 말하신다.

「내 신명을 걸고 약속하지. 유배자를 보내고 왕국을 통하여 너를 빼 올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제국의 황제로 추대하리라.」

당대 황제는 생각했다. 나쁘지 않다. 신의 이름을 걸었으니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신좌가 제제할 터이니.

거기에 위대한 알타이르 대제를 한번 뵙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

모든 오크들은 어린 시절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다.

그리고 비통함을 곱씹는다. 이 우주는 본디 제국의 것이어야 했다.

"그리하겠습니다. 하지만 먼저 용왕께도 말씀을 여쭈어 봐야겠군요."

용인들의 주인. 드래곤. 그리고 그 드래곤들의 왕.

대제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그 위명을 온 세상에 떨치고 있는 늙은 드래곤.

전쟁의 신이 아주 불쾌하다는 듯 대답했다.

이전 같았다면 그저 명령하면 됐다. 이렇게 협상을 하듯이 대화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대제 같은 중요한 네임드가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 드래곤 네임드가 나선다면 이런 우주 시대에조차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하리라.

그러니 달갑지 않아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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