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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120화 (120/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120화

12층 - Lv. 445 요정 마피아(3)

자그마한 인공행성의 대기는 옅다. 정상적으로 생물이 살 만큼의 대기를 제대로 붙잡을 만큼 중력이 존재하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지상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은 처음부터 그것을 계산하여 마법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도공학자들에게는 꿈과도 같은 기술이다.

테라포밍을 넘어 존재하지 않는 천체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곳의 환경을 그들의 고향과도 같게 설계한다.

비록 결과물은 상정했던 크기에 비해 턱없이 작았지만 그 자체로 위업이라 할 만한 일이었다.

물론 이젠 세월이 너무 흘렀다.

기념비적인 은하계의 첫 번째 인공행성은 그저 교과서 한구석에 이름 한 줄이나 나오는 무법지대일 뿐이다.

높은 고도에서 비행 중인 소녀는 생각보다 추위가 느껴지지 않음에 의아해했다.

종족 자체가 냉기에 저항이 있다고는 하나 춥다는 감각은 있어야 한다.

그마저도 없다.

진공이라 열을 전도할 공기가 없으니 그런 것이지만 소녀가 그 사실을 알 수는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잠깐 현실 도피를 해야 할 정도로 곤란에 처하기는 했다.

시간의 신전에서 과거로 돌아가기 전에 듣기로는 12층에서 지원을 나왔던 소녀는 길을 잃었었다고 했다.

그 말에 자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 호언장담을 했는데…….

여기가 어딘지를 모르겠다.

12층이 다른 층에 비해 넓게 잡힌 것은 그렇다 치고 파티의 이동 거리도 가장 격렬했다.

행성 내부를 관통하는 로켓 열차는 상당히 신났었는데, 이제는 그걸 스릴로 느끼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당장 지금의 비행 속도만 해도 그와 비슷하다.

천사라는 종족은 자체적으로 비행능력을 지닌 만큼 종족 변환 시 인식의 전환도 따라온다.

소녀가 본래 고소공포증이 있었냐고 한다면 그렇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이 떨어진다면 반드시 죽는 곳에서도 덤덤할 수 있냐고 한다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않을까? 하지만 주관적인 시간으로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았는데도 소녀의 인식은 완전히 달라져 있다.

이런 높이가 원래 그런 것처럼 친숙하다. 공포보다는 편안함, 원래 생활하는 생활권 같은 포근함.

내려다보는 지상은 장난감으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대부분은 황무지다. 천사의 시력은 이런 아득한 곳에서도 여러 가지를 식별할 만큼 뛰어나지만 그다지 시야에 잡히는 것은 없다.

이 시간선에서도 난쟁이들의 도시일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도시라는 점은 같을 것이다.

누가 점거했냐 정도만이 달라지는 것이지.

그렇다면 황무지에서 잿빛의 콘크리트들을 찾아내야 한다.

어딘가에는 있을 건데.

소녀는 속도를 더욱 올리고자 마음먹었다.

등에 있는 날개는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7층에서 보았던 깃털 날개의 천사는 치천사에 해당한다.

기천사의 카드를 뽑은 소녀의 날개는 보다 무기질적이고 기계적이다.

날개라기보다는 여러 개의 에너지로 반짝이는 핀이 허공에 떠 있는 느낌.

그렇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몸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어디 보자, 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더라?"

신체의 일부지만 아직은 자유자재로 할 수는 없다. 아기는 첫걸음마를 뗄 때 어떻게 걸어야 할지 머리로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걸을 것이다.

지금 소녀의 상태가 꼭 그랬다.

핀 같은 형태의 날개가 우웅하는 소리를 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되고 있다.

그리고 날개에 모여드는 마력을 후방으로 분사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악! 너무 빨라!"

빠른 건 상관없는데 아래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제동을 하는 법을 다시 떠올리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방향을 제어하지도 않은지라 고도도 엄청나게 낮아져 있다.

괜히 이 시간대의 자신에게 인식당하면 시간의 신이 즉시 송환시킬 것이다.

허둥지둥 구름 사이로 몸을 숨기려고 했다.

주변을 보니 구름이 없다. 가뜩이나 흐릿할 정도로만 깔려 있는 구름들은 전속력의 천사가 지나간 여파로 모두 조각나 흩어져 있었다.

"아! 미치겠네. 네비게이션 같은 건 없나."

소녀는 투덜투덜하며 고도를 올렸다. 작다고는 해도 행성이다. 너무 넓다.

* * *

사냥꾼과 막내, 그리고 꼬마 마법사와 꼬맹이는 왜 미친 요정이라 불리는 이들이 위협적인지 뼈저리게 깨닫는 와중이었다.

리더가 있는 조가 리치에 대응하며 시간을 벌고 있다.

그동안 계단을 탐색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아직 이 근방에 요정들이 모여드는 일은 없었기에 계단별로 지키고 있는 요정이래 봐야 두어 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쉽게 급습하여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사냥꾼은 잔뜩 인상을 쓰고 포션을 마셨다. 거의 못쓰게 되었던 팔이 회복되며 전해져오던 고통이 줄어들었다.

"미치겠는데. 정말 내가 아는 요정이 맞나 모르겠군."

막내 역시 곧 부서질 듯한 방패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분명 요정은 요정인데. 지금까지 봐온 요정들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군요."

실로 그러했다.

요정들은 대부분 충분히 강력한 개체이지만 총기가 통용되는 시대에는 그 사실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불의 정령이 다가와 불을 내뿜는 것보다 플라즈마 라이플의 연사가 더 파괴적이다.

그랬기에 화력 면에서는 동등 혹은 그 이상이었다.

파티의 마법사들 역시 전부 한 정씩 쓰기 편한 라이플을 들고 있었고, 막내의 방패 자체에도 마법을 걸며 엄폐물을 만든다.

그다음에 있을 것은 일방적인 사격에 지나지 않는다.

요정들은 마법이나 정령을 통하여 몇 발의 사격을 막아낼 수는 있었으나 그것이 다였다.

비교적 쉬운 전투여야 한다.

장비의 질적인 면에서, 그리고 전술적인 면에서 완전히 우위를 쥐고 있다.

거기에 선제 기습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요정들은 전혀 두려움도 흥분도 느끼지 않았다.

그린스킨 같았다면 눈이 돌아가 사격하며 달려왔을 상황에도 한없이 침착하다.

그것은 소름이 돋을 정도의 냉정함이었다.

방금도 그랬다. 두 요정 중 더 약한 쪽이 망설임 없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패가 되었다.

다른 요정이 그사이에 자신의 정령과 양동을 펼쳤다.

기습당했다고는 믿을 수 없다. 그렇게 대응하도록 입력된 로봇 같은 모습이다.

심지어 그 양동은 실패했다.

하지만 사냥꾼은 큰 부상을 입었다. 정령도 요정 본인도 사격에 제압당했지만 확실히 기절시키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가 당했다.

요정은 마지막 힘을 짜내 불의 하급 정령들을 최대한 불러냈고, 자폭시켰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정령은 요정의 동반자가 아닌가. 가족에게 태연하게 죽음을 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치료는 했어요."

꼬마 마법사가 치명상을 입은 요정에게 샘물을 뿌리며 말했다.

제법 자주 치유의 샘을 마주할 수 있었기에 즉사하지만 않으면 누구도 목숨 걱정만은 없다.

계단은 또 꽝이었다. 가짜는 아니었지만 손가락조차 들일 수 없다. 억류되어 있는 다른 유배자 파티의 계단이다.

사냥꾼과 막내는 얼른 다음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아무리 아껴도 부족하다.

꼬맹이가 무표정하게 따라서 달려왔다.

이 작은 뱀파이어는 의외로 주요 전력이었다. 그동안 리더가 열심히 피를 먹여둔 덕에 [피의 샘]이 넉넉하다.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묵묵하게 방패 바깥에서 권총 사격을 가한다.

어지간한 타격은 피해조차 되지 못하니 뱀파이어의 장점을 잘 살린 전술이다.

사방에서 마력 탐지가 터지고 있다.

그에 마주하여 이쪽의 마법사들도 마력 탐지는 계속해서 건다.

요정 둘이서 가만히 서 있는 곳에는 반드시 계단이 있다. 그런 식으로 식별하며 달린다.

다음 행선지는 가깝다.

"이제 슬슬 요정들이 모여들고 있는데요?"

꼬마 마법사가 말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사냥꾼은 땀을 닦으며 생각했다.

전투가 여섯 번이 있었다.

전부 빠르게 끝났지만 이동하는 시간을 간과할 수는 없다.

두 마법사가 [헤이스트]를 걸며 달리고는 있지만 이건 사람이 초음속으로 달릴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마법이 아니다.

도시는 너무 넓었다.

심지어 복잡하기까지 했다. 온갖 시설과 건물들이 복잡하게 들어서 있다.

나름대로 계획도시였던 것도 같지만 이후에 요정들이 살면서 여러 가지 증축이나 개축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곳곳에 뜬금없이 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을 보면 사실이 아닐까?

사거리가 나타났다. 주변에 대한 시야는 없었다.

그때 사거리의 모퉁이 너머에서 강렬한 마력 파장이 터져 나왔다.

꼬마 마법사가 서둘러 그 사실을 전달했다.

마력 탐지다.

그것도 굉장히 강력한 마법사의.

지금까지 제압한 요정들은 요정으로서는 썩 강력한 이들은 아니었다.

전투에 종사하지 않았던 이들일 것이다.

지금 저 너머에 있을 요정은 전투 마법사를 생업으로 삼고 있을 만한 위엄이 느껴졌다.

몇 가지 주문이 캐스팅된다. 강한 마법사와의 싸움이라면 사격만으로 해결할 생각은 않는 것이 좋다.

주변에 다른 요정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꼬마 마법사는 스킬을 통해 [라이트닝]을 구현할 준비를 마쳤다.

사냥꾼은 섬광탄을 뽑았다.

모퉁이를 돌기 전에 던졌다.

모두 고개를 돌리고 번쩍이는 소리와 날카로운 소음이 터져 나온다.

막내가 소리치며 방패를 앞세우고 나섰다.

섬광이 효과가 없는 적을 상대라도 조금이라도 시선을 끌려는 의도다.

그 틈에 꼬맹이와 사냥꾼이 치고 나갔다.

사격 정밀도는 리더를 제외하면 파티에서 사냥꾼이 최고다. 딜러로서의 임무는 막중하다.

희뿌연 푸른 안개가 정확한 위치로 날아간다.

마법 방벽이 쳐졌다.

사냥꾼은 총구를 돌렸다. 섬광에 반응을 하지 못한 요정을 노릴 셈이었다.

방벽이 커졌다.

시야를 가득 덮은 푸르스름한 장벽에 사냥꾼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손은 쉬지 않는다. 일반적인 라이플이 아니라 권총을 하나 꺼낸다.

이제는 총탄이 다 떨어져 못 쓰게 된 플린트락이 아니다.

난쟁이 무기상의 창고에는 소재 자체에 이미 마법이 깃들어 있는 총기가 있었다.

그런 총기는 대부분 콤팩트한 권총의 형태로 제작된다.

이것도 그랬다.

냉기가 폭발했다.

아무 습기도 없던 콘크리트 바닥이 얼어붙어 스케이트장처럼 되었다.

마법에 굳이 마법을 부딪치는 것은 썩 좋은 생각이 아니지만 이 권총에서 발사된 것은 냉기만이 아니다.

뾰족하게 세워진 거대한 고드름이 마력 방벽을 향해 날아간다.

얼음 계통은 본래 냉기 이외에도 물리적 실체를 동반한다.

사냥꾼은 적어도 마법 방벽이 반파되길 원했다.

그러면 꼬마 마법사의 [라이트닝]이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리라.

하지만 날아가던 고드름은 피어오르는 화염에 삼켜졌다.

고스란히 증발해 버렸다.

갑작스레 발생한 불의 장벽은 모두의 시야를 가렸다.

사냥꾼은 이 또한 기회라 여겼다.

가장 늦게 모퉁이를 돈 꼬마 마법사에게 손짓한다.

[라이트닝]

전격이 내달린다.

냉기를 쏘아낸 덕에 차갑게 식었던 공기가 순식간에 달아오른다.

두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오른 전하의 급격한 움직임이 방패를 든 막내의 옆을 지나 불꽃의 벽을 갈랐다.

뇌격이 고스란히 상대의 마법 방벽에 작렬한다.

"사격!"

막내도 방패를 세워두고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겼다.

번쩍이며 날아가는 플라즈마 덩어리들이 방벽을 완전히 파괴했다.

사냥꾼은 플라즈마 수류탄도 하나 까 넣었다.

혹시 요정이 죽는다면 골치 아파지겠지만 그걸 가릴 상대가 아니다.

그리고 화염벽이 걷혔다.

사냥꾼은…….

"이거 참, 오랜만에 노련한 유배자 파티로군."

바로 뒤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었다.

즉시 검을 빼 든다. 번뜩이는 광선이 솟아나며 검의 형상을 만든다.

오래 애용했던 메이스보다 훨씬 좋은 물건이다.

거기에 화기나 다름없는 메커니즘 덕에 근력 스탯의 영향도 받지 않는 근접 무기다.

레인저로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호신 무기였다.

그러나 사냥꾼의 검은 상대에게 닿지 못했다.

마법사가 뭐라고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슬쩍 움직이자 검신을 이루던 빛이 스러졌다.

영거리에서 마법을 담은 총기 사격을 하면 좋은 꼴을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사냥꾼은 반대 손으로 권총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빛의 고리가 나타나 총구의 방향을 뒤틀었다.

동시에 온몸이 포박당해 결국 방아쇠를 당기지도 못했다.

권총이 떨어진다.

"서리 골렘의 핵을 가공한 총기인가? 이 시대에는 아주 귀한 물건이로군. 그런 환상종들은 이제 멸종하고 없으니."

마법사가 권총을 집어 들며 말했다.

남자였다.

"잠시만 진정하게. 내 자네들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나거든. 시간을 좀 주지 않겠나?"

요정 마법사가 과장되게 손사래를 친다.

어쩐지 눈동자는 굴릴 수 있다. 다른 파티원들도 그와 비슷하게 이미 제압당해 있었다.

막내는 주먹을 휘두르는 자세였고 꼬맹이는 박쥐로 흩어졌으나 박쥐 하나하나가 다 붙잡혀 묶여 있다.

"이거 분명히 본 적이 있는 얼굴들인데……."

그제야 사냥꾼은 상대방의 얼굴을 제대로 볼 정신이 들었다.

"선배님?"

요정으로서 젊다 못해 어린 나이였던 이전과는 다르게 그럴싸하게 나이를 먹은 얼굴이라 깨닫는 게 늦었다.

사냥꾼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판단해야 했다.

이 사람은 NPC가 된 채 이 세계에서 500년을 보냈을 것이다.

아직도 그때처럼 좋은 사람일까?

"아……."

요정 마법사가 뭔가를 깨달은 듯 손뼉을 치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단검 하나가 날아왔다.

마법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방벽으로 막아 세웠다.

그러나 단검을 쥔 모습으로 뱀파이어가 하나 나타났고, 다음 순간 방벽이 통째로 날아갔다.

"강력한 요정이 한둘 정도는 있을 것 같았지. 시간은 아슬아슬했군."

영감님이 서둘러 걸려 있는 속박 마법을 해제한다.

빛의 고리가 산산이 부서지며 몸에 자유가 돌아왔다.

사냥꾼은 일단 이 전투를 막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자기네 마법사가 날아가는 것을 본 요정들이 화력을 투사하기 시작했다.

오크 주술사가 커다란 방벽을 만들어낸다.

모퉁이만 돌면 엄폐할 수 있다.

"일단 싸우지 말고 빠져나가지."

박쥐가 푸드득 하고 날아올랐다.

수없이 많이 날아오른 박쥐들이 일제히 쏟아져 내리며 폭발한다.

바닥을 이루고 있던 콘크리트들이 파괴되며 갈아엎어진다.

요정 몇몇이 바람의 정령을 통해 공중을 날며 덮쳐온다.

사냥꾼은 지금은 아무것도 말할 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박쥐로 복잡한 지형을 대충 파악해뒀어."

리더가 파티를 이끈다.

거대하고 인적 없는 도시가 유배자들을 삼키는 것은 금방이었다.

머리가 그슬린 채 쓰러져 있던 요정 마법사는 일어나서 마력 탐지를 몇 번 걸어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이제 기억이 났는데. 여전히 잘 숨는군. 마력 탐지를 무력화하는 솜씨도 보통이 아니야."

곧 유배자를 놓친 요정들이 돌아왔다. 사상자는 없었다.

이를 어떡하나 하고 요정 마법사가 생각을 하는데 그의 고용주로부터의 무전이 들려왔다.

[지금 들어온 유배자는 내 반드시 생포할 생각이니 일단 모든 요정들은 중앙으로 집합하라!]

"아는 유배자야? 너 유배자 출신이랬지?"

추격했다 돌아온 정령사가 물었다.

"500년쯤 된 구면이긴 한데. 흠."

"아…… 그럼 혹시?"

"연방의 그 파티 맞습니다."

"세상에! 나 정령왕 소개시켜 줄 수 있을까?"

방금 전까지 서로 죽이려고 든 사이였지만 정령사인 이 요정은 금세 그렇게 말했다.

꼭 요정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 시대에 볼 수 있는 유일한 정령왕의 계약자니 정령사라면 어쩔 수가 없기도 하다.

요정 마법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요정들은 정말로 분노도 흥분도 적의도 없다. 그냥 그렇게 해야 하니 그럴 뿐이다.

인간 출신 요정인 그로서는 500년이 지나도 생소한 사고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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