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138화
13층 - Lv. 1620 전쟁의 화신
화신으로서 강림하는 일은 함부로 시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신의 입장에서도 많은 힘이 소모되며, 화신이 죽는다면 더 큰 소모다.
긁어모은 신앙들이 신의 자원이며 그것이 의외로 귀한 자원인 것을 감안하면 도박수에 가깝다.
거기에 특별히 신앙심이 뛰어나거나 교단의 직위를 부여받은 것이 아닌 이에게 강림하는 것은 효율도 나쁘다.
전쟁의 신이 저런 판단을 한 이유는 알기 힘들다.
제 입으로 말한 이유가 사실이더라도 모두 말하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실로 감정적인 힘의 행사기에 그러하다.
하지만 원래 유배자라 한들, 신이라 한들 언제나 냉철할 수는 없다.
결국 인간이었던 모든 존재들은 인간적이다.
충동에 몸을 맡기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하물며 접미가 야성이 붙어 있을 정도라면 당연히 더 충동적이리라.
나는 딱 그렇게만 판단을 끝냈다. 어차피 일어난 일 앞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다.
몸의 제어권이 여신님께 넘어간다.
전쟁의 화신은 로켓 해머를 능숙하게 다루어 내 몸을 내려찍기 직전이었다.
속도는 끔찍할 정도로 빨랐고 힘은 소녀로서도 정면에서 받아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우주 전함에 내려찍더라도 타격이 가해질 정도의 완력이 깃들어 있다.
이미 냉병기 형상의 순양 미사일이나 다름없다.
아니 잠깐, 로켓 해머니 냉병기는 아닌가? 어렵군.
그 모습을 보며 내 것이었던 뱀파이어 로드의 육체는 주먹을 힘껏 뒤로 당기고는.
내질렀다.
해머와 부딪친 뱀파이어의 육신이 산산조각 난다.
하지만 그 주먹에 실린 짙은 보랏빛의 신성이 상대의 불길과 무기를 튕겨낸다.
거대한 신성이 폭발하듯 번져나갔다. 주변의 붉은 짐승들이 또다시 밀려난다.
움푹움푹 패인 해머가 만들어낸 대지의 상처들이 슬쩍 보였다 다시 덮인다.
전쟁의 화신이 버티지 못하고 뒤로 크게 밀려났다.
타격을 입지는 않았으나 공격은 실패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로켓 해머가 점화한다.
밀려난 그대로 크게 회전하며 물리적 힘을 전환한다.
능숙한 방향의 전환 끝에 한 호흡만에 다시 해머가 내 육신을 향해 날아든다.
여신님은 그렇게 생겨난 한 호흡의 틈을.
모습을 바꾸는 데 사용했다.
‘아니! 잠깐만 뭐하는 짓이야!’
「남의 모습으로 어찌 잘 싸우겠나. 있어 봐.」
굳이 따지자면 뱀파이어는 자신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종족이다.
그러나 박쥐나 늑대의 모습으로 한정되며 뱀파이어의 기능 자체로 타인의 모습을 취할 수는 없다.
여신님은 신의 힘을 행사하여 그것을 해내었다.
내 것이었던 육신이 피로 허물어지고 다른 모습으로 재구성되어 간다.
처음의 소녀보다 작달막한 키, 곱슬곱슬하게 늘어진 보랏빛의 장발.
어른스럽기는커녕 한창 장난스러울 나이의 소녀가 나타났다.
복장은 화려한 드레스.
믿을 수 없게도 프릴과 리본으로 장식된 코스프레 같아 보이는 옷이다.
「어허, 내가 유배자가 되기 전의 평상복이라고. 코스프레라니 말이 너무 심하지 않나.」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원래 모습으로 돌려주는 거지요?’
「그럼, 좋은 눈요깃거리인데. 그리고 이 모습으로 둬버리면 그 아이가 슬퍼하지 않겠나.」
‘아쉽다는 듯이 입맛 다시면서 그딴 소리 지껄이지 마십쇼.’
「하, 우리 대전사 너무 신을 막 대하는걸.」
‘미치겠네.’
말은 길게 하지만 정신적인 대화는 성대를 울려 목소리를 내는 불완전한 의사소통 수단보다 빠르다.
모든 일은 한순간에 일어났다.
내 육신, 아니, 이제 그냥 혼돈의 화신이라고 하자.
혼돈의 화신은 피로 만들어진 붉은 창을 들었으며 그 끝에 막대한 신성을 구겨 넣었다.
지금만큼은 대성녀가 돌아오더라도 뒷걸음질 치며 물러날 것이다. 잔뜩 인상을 쓰고 그러겠지.
아크로바틱하게 날아드는 해머에도 마찬가지로 신성한 불길이 최고조로 타오른다.
혼돈의 화신은 내질렀다.
창을 그저 간단히 앞으로 찔렀다.
아주 하잘것없는 일상적인 동작이었다.
하지만 육신은 내 것인 만큼 여신님의 스킬 발동 메시지가 내게도 떠오른다.
[대전함 충격]
[괴물 사냥]
[행성 타격]
[롱기누스의 창]
[확장성 파문]
[소멸의 노래]
하나같이 [피의 군주]처럼 금테가 둘러질 유니크 이상의 스킬이다.
왕국에서도 랭커급의 주력 스킬일 만한 것들뿐인데.
어처구니가 없네.
빠르게 저걸 다 찍는데 드는 포인트를 계산해 본다.
대체 이 신 유배자로서는 몇 렙이지?
* * *
막내는 방패로 사람을 치듯이 오우거나 트롤들을 칠 수 있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더 이상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대기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힘을 손에 넣은 탱커는 그린스킨에지지 않는 중량의 생체 전차가 되어 날뛰었다.
오크만 한 인간은 충분히 거대하지만 오우거나 트롤이 보기에는 어린아이 수준이다.
그래서 부딪히는 순간에도 밀릴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펑 하고 날아가며 중심을 잃는다. 경악으로 벌어진 아가리에는 짙푸른 플라즈마가 날아든다.
지극히 효율적인 일 처리였다.
막내가 나서서 거대한 그린스킨들을 후려치면 사냥꾼이 정확한 사격으로 이승에서 사출시킨다.
끔찍한 재생력도 뇌부터 곤죽으로 만들면 효력이 없다.
트렁크에서 흘러나온 튜브가 입에 물려 있으나 의미 없다.
유사 기적의 샘물은 진품보다는 좀 약했다.
진품은 명부의 본인 확인서에 서명만 하지 않았다면 다시 이승으로 끌고 내려오는 물건이다.
단순작업에 가깝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많은 경험치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사냥꾼은 그 사실에 마냥 흡족하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파워 인플레에서 유배자임에도 밀려나고 있다.
사실 사냥꾼은 미궁의 파워 인플레가 이렇게까지 진행되리라고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초회차거나 아예 NPC인 다른 파티 멤버들에 비해 그는 나름대로는 아는 게 많았고 그랬기에 더 오판을 많지 저질렀다.
한편으로는 감사했다.
그는 유배 생활을 끝낼 것이다.
이 미궁에서 얻은 가족의 품으로 얌전히 돌아가 그곳에서 삶을 마감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찾아온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슝 하고 로켓처럼 날아온 소녀가 옆에서 달려들던 트롤 하나를 발로 차서 쓰러뜨렸다.
트롤은 넘어간 자신이 어이가 없는 듯 털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두개골에 대거를 꽂아주자 별수 없다.
이미 몸 곳곳에 피가 튀어 있다. 얼굴에 튄 피를 문질러 닦으며 소녀가 방긋 웃었다.
여전히 소풍이라도 나온 듯한 태도다.
"저기 뭔진 몰라도 괜찮게 되고 있는 거죠 지금?"
사냥꾼은 그 말에 주변을 살펴보았다.
여긴 적의 후방이다.
그린스킨에게 후방이란 그저 돌격하기 직전에 잠깐 대기하는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
당연히 대기 중인 병력은 썩 많지 않았다.
애시당초 이 행성에 고립된 부대였다.
"리더의 생각대로 되고 있는 것 같군."
캡슐에서 내려오는 진짜 정예라고 할 수 있는 제국 강하병들은 대체로 소녀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다.
소녀는 거대한 덩치들이 제대로 노리기에는 지나치게 작았고, 지나치게 빨랐다.
고블린 중 하나겠거니 생각하는 순간 이미 강하병의 목숨은 없다.
반면 연방의 정예 강하병들은 무사히 착륙하여 화력지원을 하고 있다.
먼저 달려나간 병력이 갑자기 후방 돌격을 할 리는 없다. 그러니 이 국지적인 전장은 갈수록 안정되고 있었다.
아니, 그냥 승리가 목전에 있다.
물론 그들이 지나쳐버린 최전선은 어떨지 모를 일이다.
그곳의 상황은 썩 좋지 않으리라.
크게 보면 지상전의 패배는 거의 확실하다.
지금 소녀가 날뛰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조금 들지만, 비행선이나 전차들을 생각했을 때,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게임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몬스터를 상대로는 시간을 들여 갉아먹는 것만이 답이니.
소녀가 고개를 뒤로 돌리려다 말고 묻는다. 안색이 살짝 나빠진다.
"뒤에 이상한 빨간 거, 징그러워서 못 보겠어요. 아저씨는 무사하겠죠?"
"리더야 못 하는 게 뭐 있겠나."
"그런 안이함이 문제일 수도 있어요. 잘한다고 미끄러지지 말란 법은 없잖아요. 도움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사냥꾼은 솔직히 회의적이었다. 위기? 저 남자에게? 잘 모르겠군.
차라리 트동트와의 싸움이 가장 큰 위기 아니었을까.
바닥을 본다.
전장의 시체들에서 흘러나온 피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중력을 무시한 채 뒤편으로 제멋대로 빨려 들어간다.
비대해진 붉은 괴물이 뒤편을 점점 잠식해가고 있다. 이미 포화로 섬멸하기도 쉽지 않을 사이즈다. 평야거늘 지평선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충분히 증식한 게 아닌가 하는데.
심지어 일부 고블린들마저 그 위험에 노출되기 시작한 참이다.
"전원! 차량 탑승! 이곳에서 이탈한다!"
신화의 한 장면을 체험하고 있던 스펜서 중령이 철수 명령을 내렸다.
사실상의 승전보에 사방에서 고블린들이 환호를 내질렀다.
얼마 남지 않은 적 병사들이 군인으로서 교육받은 최소한의 전술적 판단을 했다.
중과부족이라면 후방으로 돌격한다.
사실 그곳이 본래의 전방이요 더 큰 전장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치욕적이 않은 것은 아니겠으나 이렇게 복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그들은 교육을 받은 병사들이다.
파티원들도 한 자리씩 차량에 자리를 잡았다.
검붉은 괴물이 꿈틀거리면서 사방을 잠식하고 있다.
언제 해일이 되어 덮쳐올지 모른다.
무사히 탈출하여 합류하기만 한다면 문제없다.
변수는 거의 없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거대한 혼돈의 덩어리이다. 변수 그 자체인 것들.
전쟁과 혼돈.
그러고 보면 이 전쟁은 그런 의미 또한 가지고 있었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한 번씩 흘깃거리기는 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던 뒤편에서 무시무시한 힘이 터져 나왔다.
머리로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마력을 제대로 다룰 재능이 없는 사냥꾼의 눈에도 선명히 보이는 무형의 기운이 터져 나온 것이니까.
혼돈을 상징하는 보랏빛과 전쟁을 상징하는 붉은 화염 같은 빛이 뒤섞인 채 퍼져나가고 있다.
몸으로는 그저 대폭발이라고 받아들였다.
장갑차나 전차들이 기우뚱한다. 지대가 좋지 않았던 차량은 전복되었다.
몸을 덮치는 충격파만 해도 폐부의 공기를 모두 토해내고 몸이 찌그러지는 것 같았다.
일부 부상자들은 이 충격으로 사망했을지도 모른다.
유배자의 본능이 경종을 울린다. 거대한 위험이 가까이 있다고.
사냥꾼은 벌떡 일어나서 힘의 근원지를 보았다.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니다. 다르다.
힘이 피어오르고 있다.
보랏빛의 농밀한 안개처럼 유형화된 신성이 타오르고 있었다.
붉은 짐승들이 두려워하여 물러나고 있다.
아니, 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사냥꾼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원 해치를 닿아라! 차량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
비명 같은 무전과 함께 스펜서 중령이 사냥꾼을 잡아당겼다.
왜 그러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방금의 폭발로 거대한 군집에서 날려가 버린 붉은 괴물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저기에 닿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들어서 안다.
"도망쳐라!"
옆 차량에 앉아 있던 소녀가 무언가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러더니 펄쩍 뛰어올랐다.
"저건 계획에는 없던 거잖아요! 제가 가서 보고 올게요!"
서브 리더로서 말려야 한다. 하지만 사냥꾼은 그냥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사냥꾼의 생각 속에서는 소녀가 어디선가 객사하는 그림도 잘 그려지지 않았다.
* * *
투창은 아니었으나 내지른 창격은 완전히 땅을 관통했다.
이게 무슨 소린고 하니 창끝에서 쏟아져 나온 힘이 정말로 땅거죽을 꿰고 달린 끝에 멀리 떨어진 곳을 뚫고 나왔다는 뜻이다.
시원하게 뚫려버린 구멍은 반대편의 하늘을 잠깐 보여주었다. 그리고 직후에 무너져 내렸다.
땅이 꺼진다.
전쟁의 화신은…….
[하, 화신체의 성능에 문제가 있군.]
여신께서 온화하게 대꾸했다.
[또 핑계냐 애송이?]
[그쪽은 대전사에게 강림한 것 아닌가. 비교할 수 없지.]
[낄낄낄. 꼬우면 대전사를 데려왔어야지. 이 시대에 있기는 하니?]
[다다음 층에서 두고 보지.]
형체는 간신히 남아 있었다. 정면으로 혼돈의 화신이 내지른 일격을 받아내진 않았다.
여신님 역시 그것을 알고 충분히 죽을 정도의 무력시위 격으로 힘을 투사한 것이고.
신의 힘이 빠져나간다.
이제는 한 명의 오우거 전사만이 남았다.
"크흐흐. 소용없었나. 전쟁의 신은 제국에 도무지 도움이 안 되는군."
[별로 신실한 신도는 아니었나 보군. 오우거여.]
"혼돈이여, 아니, 유배자여……. 나는 당신들이 싫다. 정말로 불합리한 존재들이야. 이 세상을 갉아먹는 몹쓸 기생충 같은 것들."
[…….]
"크흐흐흐. 제국이여. 부디. 영원하라……."
피를 토하거나 하는 드라마틱한 최후는 아니었다.
오우거는 단지 눈을 감았고 다시 뜰 수 없게 되었다.
[다른 서버 꼴을 보면 여긴 축복받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텐데.]
여신님은 약간은 자신에게 중얼거리듯 시체에게 대꾸했다.
혼돈의 신성이 몸에서 빠져나간다.
"저기 여신님? 모습 되돌려 주셔야죠?"
「더 들어 있다가 다음 회차로 갈까 봐 그랬다. 좀 있다가 하지.」
듣는 순간 농담이 아님을 알았다.
강림한 신성의 강함에 따라 화신이 된 육신에 걸리는 부하가 달라진다.
여신님은…… 내 생각보다도 지나치게 강했다.
점검할 필요도 없다. 마력부터 해서 뭐 남아난 게 없다. 온몸이 삐그덕거린다.
내 몸은 사용된 스킬들의 최소 요구조건을 전혀 채우지 못했다.
"살살 좀 못하십니까?
「그냥 딱 한 방에 끝내는 게 덜 다칠 것 같아서 그랬지. 그러고 누구를 부르려고 했는데 네 마누라가 뛰어오는군. 지금 위치 알려주고 있다. 애가 눈을 못 뜨는데?」
"끄으윽. 마누라 아닙니다."
언데드가 아니면 한 병이면 해결될 문제인데 이게 참 이럴 때는 불편하다.
이제 완전히 통제를 벗어난 붉은 짐승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흘러들어오려 할 때, 소녀가 [대시] 연타로 날아서 나타났다.
"헉헉, 여기 너무 멀어. 으으. 무서워."
불쌍하게도 눈물을 줄줄 흘리며 파들파들 떨고 있다.
왜 그런가를 생각했다가 주변의 꼬라지를 보았다.
제멋대로 자라난 팔다리이빨털기타등등 들.
내장이 꿈틀대기도 하고 애초에 핏물 자체가 불길하고 징그럽기 짝이 없다.
심연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그로테스크한 괴물들이다.
"싫어어어……."
소녀는 나를 껴안더니 기절해 버렸다.
"……이거 도우러 온 거 맞습니까?"
「신선한 혈액 아닌가.」
"하긴,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건 얘가 아니면 영감님 정도일 건데 그분은 오크시니."
한숨을 내쉬며 피를 빨았다.
원하는 대로 목덜미에.
성희롱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내 육신은 지금 여신님의 모습이니까.
만신창이가 된 육체에서 최소한의 능력이 회복되고, 박쥐로 변해 날아올랐다. 의식이 없는 소녀는 박쥐 여러 마리로 들어 올렸다.
어떻게 합류지점까진 날 수 있을 것 같다.
하늘을 보니 우주전은 승리한 모양이다. 올라가자.
바닥은 검붉은 짐승들로 드글드글하다.
내가 통제할 여력이 없으니 그저 본능에 따라 더 많은 생물을 찾아 흘러가고 있다.
그 방향은 우리가 실피드를 통해 지나쳐온 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