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142화
14층 - Lv. 459 잊힌 자들(3)
우주 개척이 그냥 코 쑤시며 될 리가 없다.
내가 위치한 이 시간대에야 기술 수준이 인공적으로 행성을 만들어내는 영역에 도달하고, 그걸 통짜 요새로 개조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게 다 무수한 시행착오와 희생 위에 쌓아올려진 것이다.
미래 스테이지에서 와이드맵이라도 걸려버리면 아주 그냥 계단이 다른 성계에 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싸돌아다니다 보면 별의별 꼴을 다 보는데 이런 우주 쓰레기들이 서로 뭉쳐 무슨 소행성군마냥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그중에서도 이곳은 꽤 오래 많은 것들이 누적된 공간으로 보인다.
뚫려 있는 공간 너머로 망망한 암흑과 무수한 함선의 잔해들이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모양은 정말 제각각이다. 시대도 국적도, 아예 알아볼 수도 없는 기묘한 형태도 있다.
여긴 말하자면 배의 무덤인 셈인데 어쩐지 으스스한 기분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작은 수송선 하나만 연방으로부터 지원받아도 되는 것 아닐까?
보통 이런 계층은 그냥 생존하는 거 자체가 염병할 일이라 그렇지 위험 자체는 썩 많지 않다.
대자연이 상대라면 NPC들과의 우호 관계 수립은 유배자의 능력에 해당하는 부분이지 난이도 조절에서 고려되는 부분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정보를 꼼꼼히 수집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인다.
꼬맹이는 몰리고 몰려서 가장자리까지 가 있다.
어쩐지 파티원들이 전부 에어포켓으로 이동하는 데 너무 적이 없다 했더니 그쪽으로 다 유인당했던 모양이다.
이건 달리 보면 공로이니 실컷 칭찬해 주도록 하자.
가는 길에도 그다지 좀비들은 보이지 않았다. 좋은 소식은 아니다.
대체 얼마나 몰려간 거지?
자연의 신이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한다.
「꽤나 거하게 마법을 쓴 모양이군. 흔적은 없지만 우주 언데드들에게 이 정도로 광역 어그로를 끌려면 원소 마법을 갈겼겠지.」
‘형형색색 찬란한 오색의 마력이라면 이 칙칙한 공간에선 보기 싫어도 보이겠군요.’
이거 생각보다 위험한 거 아닌가?
꼬맹이는 공격 마법은 아주 기초적인 수준으로밖에 모른다.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이론이나 보조적인 부분을 먼저 가르쳐왔다.
아직 어리기도 하고 정신도 불안정하니 조금 느긋하게 생각했던 건데.
「아빠 아빠 하니까 정말 딸내미 같았던 게 아니라?」
‘그럴지도 모르지요.’
태도와 외모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이미 사람이 아니다. 인격에 문제가 있는 게지.
어차피 미래의 꼬맹이가 대단한 마법을 보여주었던 것도 아니고 꼭 그 순간에 적절한 수준의 힘을 행사했을 뿐이다.
레벨을 생각하면 적당한 곳에서 저절로 레벨링 할 일이 있었겠거니 했다.
쉽게 생각한 걸까 아니면 전장으로 끄집어 내놓기 싫었던 걸까.
하여튼 간에 이런 일을 겪게 한 것은 분명히 내 실수다.
‘뱀파이어를 하나 더 만들어놔야 했는데.’
「그건 자네 탓은 아니지. 둘이면 충분한데 말이야. 미리 알려주지 않는 미궁이 나쁜 거지.」
사실 마땅한 이가 없기도 했다. 모두를 뱀파이어 로드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리고 곧, 눈앞에 언데드의 덩어리가 나타났다.
제대로는 찾아왔군.
* * *
꼬맹이는 자신의 이름이 꼬맹이라는 사실에 불만이 없었다.
사실 이름이라기보다는 그저 호칭에 가깝다는 사실은 안다.
하지만 원래 이름을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사실에 그냥 만족하기로 했다.
조그마한 기쁨이다.
지금은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모으고 앉아 있다.
세월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매끄럽게 열리던 철제 캐비닛 속이다.
여신님은 우주 언데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었다.
약간의 원소 마법을 먼 곳에 일으키자 그쪽으로 몰려든다.
뒤편으로 이동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깨달았을 때는 이미 막다른 상황이었다.
전함이었던 것 같은 이 함선의 잔해는 복도가 넓지 않았다.
소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마력이 새어나가는 것은 걱정해야 한다.
적들의 시야 역시 걱정해야 한다.
어둠의 원소 그 자체가 되어버린 언데드들은 암흑을 너무나도 쉽게 꿰뚫어 보는 듯했다.
탈의실 같아 보이는 곳을 발견하고 들어간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적어도 샤워를 하다가 죽음을 맞이한 시신들은 없었던 모양이다.
몸을 꼼지락거린다.
그러다 팔이 캐비닛 귀퉁이에 부딪혔으나 소리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등골이 오싹해지는 섬뜩한 검은 덩어리들이 이 근방을 맴도는 것이 보였다.
짙고 짙은 어둠 속에서도 더욱 짙은 어둠으로 감싸인 시체들.
저 시체들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알 것 같았다.
눈 부신 빛으로 보일 것이다.
새 아빠에게 배운 것 중 마음에 깊이 남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모든 언데드가 산 것에 집착하는 이유는 동경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잃은 것을 동경하고 삶을 되찾고 싶어 한다.
유배자의 신기한 카드가 아닌 이상 그럴 방법은 없다.
그러니 막연히 갈구하는 것이다.
꼬맹이가 스스로 삶을 동경했는지는 모르겠다. 죽기 전이나 죽은 후에나 힘들긴 마찬가지였고 좋은 일이랄 것도 없었으니.
하지만 이성 없이 본능만 남은 저 좀비들의 눈에는 꼬맹이가 무엇보다 눈부신 산자로 보일 것이다.
나도 모든 걸 내려놓는다면 저렇게 되는 걸까?
삶이란 것을 다시 동경하게 되는 걸까?
이성과 지혜란 것이 든든하게 남아 받쳐주는 뱀파이어라는 종족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사실 핑계다. 종족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 짧고 빛바랜 무채색의 삶에 비추어 볼 때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자의로 뱀파이어가 된 것도 아니고 받은 것은 동정밖에 없는 자그마한 소녀의 삶이 저 좀비들과 무엇이 다를까.
그저 우어어 하면서 소리를 내지 않는다 뿐.
어차피 여긴 서늘하고도 막막한 어둠 속의 우주라 소리가 들리지도 않지만.
「네 아비가 찾아오고 있다. 아주 침착하게 잘 숨어 있으니 내 뭐라 더 말하기도 힘들구나. 아주 잘했다.」
혼돈의 신은 모든 뱀파이어들이 존중하는 신이다.
그렇게 입력된 정보에 따라 꼬맹이는 혼돈의 여신님을 최대한 존중하는 발언을 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끝이었다.
여신님이 당황하신다.
「침착도 과하면 병인데. 뭐 다른 이야기나 좀 하지. 그래 요즘 지내기는 어떠냐?」
집안의 큰 어른처럼 말씀하신다. 생각해 보면 사실이긴 하다. 파티의 후원자 같은 분이시니까.
‘이전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 역시 살살 달래보는 건 성미에 안 맞군. 그건 그 녀석이 잘하는데. 정작 이건 모르고 있으니.」
‘……?’
꼬맹이가 의아해하는 동안 여신님이 투덜거렸다.
「난 돌려 말하는 법을 잘 모른다. 그러니 그냥 툭 까놓고 말하지. 넌 좀 더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생각을 좀 줄일 필요도 있어. 이것도 조심, 저것도 조심하지 말고 좀 더 막 살란 말이지.」
‘막 살기에는 전 이미 죽었는걸요.’
「말 돌리지 마라. 유배자에게 언데드란 딱히 죽은 자도 아니야. 거기에 슬슬 알 때도 되지 않았느냐. 죽었냐 살았냐는 심장이 뛰고 있는 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꼬맹이는 여신님의 말에 흥미가 생기는 것을 느꼈다.
스무 해가 조금 넘게 살았지만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해줬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새 아빠는 친절했으나 조심스러웠고, 많은 대화를 하지는 않았다. 대화의 대부분은 정보의 전달이었다.
그리고 엄마……? 라고 자신을 부르라고 하는 소녀는 좋긴 했지만 잘 모르겠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았다.
그래도 좋긴 했다. 매일 따뜻하게 안아주고, 머리를 빗겨주고, 배고프지 않냐며 신경 쓰고.
본래 어머니라는 존재가 아버지보다는 가깝게 여겨진다고 들은 것 같긴 하다.
기억에는 없다. 꼬맹이는 고아였으니까.
친부모의 얼굴은 기억에도 없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지식으로 조각을 끼워 맞춰보자면 여신님은 할머니일까?
꼬맹이는 가만히 신언에 귀를 기울였다. 어차피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걸어 다니는 시체들이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길 바랄 뿐.
「뭔가 불온한 생각을 한 것 같은데. 어쨌든 말이야. 아이는 아이답게 굴 권리가 있다. 아직 어릴 때는 말이야.」
‘사실 제가 엄마보다 나이가 많은데요.’
「흘려보낸 세월이 꼭 성숙을 담보하지는 못하지. 네가 아는 것이 얼마나 있느냐.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스스로를 포기하고 걸어 잠그고 있던 네 녀석은 꼬맹이야. 정말로 꼬맹이.」
그런가?
여신님께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생각했다. 여신님은 생각을 읽으려고 하지 않으신지 이어서 말해나갔다.
「마법적 재능이란 건 결국 머리가 좋다는 것과도 같은 이야기지. 너무 똑똑해서 제 맘대로 한계를 결정짓는 놈들도 지겹도록 많이 본 것 같군. 그보다는 들이박는 바보가 낫다. 지금의 넌 저 시체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건 맞는 것 같아요.’
「하이고. 환장하겠네.」
꼬맹이는 순순히 인정한 후에 다른 발언에 집중했다.
똑똑하다고? 내가?
꼬맹이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마법적 재능은 아주 최근에야 인정받았다.
그런데 자각은 없다. 뭘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태어났을 때부터 그저 떠내려간 삶이었으니까.
꼬맹이는 언제나 꿔다놓은 보릿자루였고 가만히 어디 구석에 존재하는 것만이 최선의 행동이었다.
뭔가 하려고 했다가 큰일이 났던 경험이 더 많다. 당장 죽기 직전의 그녀를 뱀파이어로 만들었던 클랜원도 그렇게 죽었다.
그 이후에 그녀에 대해 냉랭해진 분위기는 바보가 아니라면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뭔가 하려 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클랜에 몰아쳤던 겨울은 매서웠다. 버려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그렇다면 얌전히 운송하기 쉬운 짐짝으로 존재하는 것이 가장 옳았다.
그러니 그렇게 말해도 잘 모른다. 사실 최근에 받고 있는 칭찬도 잘 모르겠다. 버려지진 않겠구나 하고 약간은 안도할 뿐이다.
스스로에게 그런 생존 의지가 있다는 것조차도 간혹 낯설 정도니까.
지금 유배자라는 낯선 존재들의 파티에서도 꼬맹이는 그냥 실려 있는 짐짝일 뿐이다. 실제로 뭔가를 한 적도 없는 것 같다.
완벽한 자기 객관화 끝에 꼬맹이는 스스로를 새 아빠의 부속품으로 규정했다.
그리 낯선 일도 아니다. 원래 뱀파이어 클랜에서 그다지 비중이 없는 뱀파이어들은 클랜 마스터의 부속품이다.
그렇게 배워왔다.
새 아빠가 자신에게 기대하는 쓸모도 결국 그런 것 아닐까?
이런 사고만큼은 여신님이 읽어 들였던 모양이다.
「그건 그 녀석이 바라는 게 아닐 텐데.」
‘그런가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완전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내가 어디에 더 쓸모가 있는 거지?
꼬맹이의 작은 머릿속엔 혼란이 가득 차올랐다.
여신님은 낮게 웃더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어떤 좀비 하나가 마침내 탈의실 안으로 기어들어 왔다.
꼬맹이는 소리가 나지 않음을 알면서도 숨을 죽였다. 사실 숨도 쉬지 않고 있지만 오랜 습관이다.
여신님이 한숨을 내쉰다.
「가까워지면 다른 원소의 마력이 저놈들의 눈에 보일 거다. 다른 것으로 가려야겠군, 이건 시키고 싶지 않았는데.」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꼬맹이는 자신이 무엇을 하면 되는지 깨달았다.
마법적인 문제면 늘 그렇듯이 꼬맹이는 그것을 해내었다.
사방에 널린 어둠의 원소가 몸 안으로 들어온다.
언데드인 뱀파이어의 육신에 우주의 검은 마력은 아주 쉽게 파고들었다.
몸속에 낯설고 차가운 것이 파고드는 기분이었다.
눈에도 선명하게 자신 안의 어둠이 보인다.
어쩐지 익숙한 서늘함 속에서 의식이 살짝 흐려질 것 같았다.
「생각을 하지 마라. 그냥 가만히 있어라. 어둠은 정신을 갉아먹는다.」
‘네에…….’
「생각은 모든 어둠의 먹이이다. 굳이 하겠다면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라.」
근처에 다가온 언데드들이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완전히 어둠에 동화된 모습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꼬맹이는 좋았던 기억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놀랍게도 전부 최근 며칠간의 기억들이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임에도 그것들로 마음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서늘하던 마음 한구석이 약간은 따스해지는 기분.
‘으음…….’
여신님께서도 들을 수 있는 정신적 신음.
꼬맹이는 아직도 혼란했다.
* * *
자연의 신이 비보를 전해왔다.
「네가 애지중지하는 꼬마가 들킬 위기라 주변의 마력을 몸에 받아들인 모양인데. 혼돈이 아주 빨리 가라고 고함을 치고 있다.」
‘오, 세상에. 너무 어그로를 많이 끌긴 했죠.’
그나저나 대체 이 함선은 왜 이렇게 곱게 망가져 있지? 시신들 상태도 너무 멀쩡하다.
전투가 있었던 거 같은 함선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 함선의 잔해 역시 그렇다.
뭔가 이상한데. 마치 별다른 저항도 없이 전멸한 느낌.
그리고 꼬맹이의 정신 상태도 불길하다.
흠, 어둠이 사방에 깔려서 그런가.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긴 하다. 이래서 우주 공간은 영 별로다.
뜨끔뜨끔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속성의 원소들이 사방에 깔려 있으니 정신 건강에 지극히 나쁘다.
‘으랏차차차차!’
「그 기합을 꼭 나한테 들리게 해야 하나?」
자연의 신이 노골적으로 싫어한다.
하지만 분위기가 너무 다운되잖아. 사람은 단순해서 막연히 소리만 질러도 기분은 좋아진다.
‘우리 꼬맹이도 안 좋은 기억이 참 많겠죠? 이런 원소는 자주 접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그런 소리 하는 놈이 잘도 저번에 그런 함정의 축으로 써먹었군.」
‘그 살아 있는 어둠 말입니까? 하지만 샤크마는 별수 없었죠. 죽게 생겼는데. 그래도 그 뒤에 상담도 해봤는데 태도가 똑같기에 저는 이게 재능인가 했는데.’
「혼돈이 종종 너를 우려하는 이유를 알겠군.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긴 해. 애 키워본 적이 없어.」
‘예? 아니, 뭐 그렇기야 하겠죠.’
자연의 신이 뭔가 답답해하는 것 같다.
나는 아주 잠깐 고민한 후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좀비들을 무찌르는 일에 열중했다.
마투사의 지향성 폭발은 좀비들을 우주로 사출하거나 어딘가 처박아두기에 아주 적당하다.
길이 빠르게 열리고 있다.
* * *
연방은 여신님의 옥음에 따라 방금 출현한 위대한 대전사님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으로 함대를 파견할 준비를 했다.
물론 여신님이 호통친 결과 선단은 대폭 축소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었다.
일단 위치를 파악해야 뭘 워프시키건 말건 하는데 우주가 좀 광활한가.
거기에 스페이스 데브리들이 잔뜩 뭉쳐져 있는 곳은 그리 드물지도 않다.
이 우주의 역사는 끊임없는 전쟁과 전간기의 반복이었으면 그냥 배의 무덤이라고만 하면 너무 많아서 특정할 수가 없다.
그 와중에 결정적인 단서가 전달되었다.
"전쟁터가 아니라고?!"
"잔해들의 보존 상태가 너무나도 멀쩡하다고 합니다."
연방 최고의 석학들은 마침내 위대한 대전사께서 그들을 부르는 곳의 위치를 특정했다.
하지만 그곳은 워프가 불가능한 곳이다.
"어둠의 정령왕의 영지 아닌가!"
실체화된 거대한 어둠. 우주 시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속성의 정령왕.
사실 임의로 그리 부를 뿐이지 정령인지조차도 의심스러운 우주 괴물이 도사리고 있는 지역.
우주가 개벽하고 가장 많은 우주선들을 집어삼킨 마경.
즉시 서기장에게 보고가 올라갔다.
서기장은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리고 군부의 인사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가장 가까운 지역으로 워프한 후에 전속력으로 이동해라! 대전사께서 어둠에 삼켜지기 전에!"
"하지만 며칠은 걸릴 거리입니다!"
"까라면 까! 융합로가 터지도록 달리란 말이다!"
"그냥 워프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고블라초프 서기장은 그 발상의 전환에 충격을 받았다.
"좋다! 순교할 각오가 되지 않은 자는 이 연방에 존재하지 않으니!"
우주 공간에 구축된 정령계나 다름없는 곳이다.
무수한 함선들이 공간의 틈새로 사라지겠지만 문제없다.
단 한 척이라도 도달하면 되는 것이니.
동맹의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국과의 전선에 머물던 연방 함대 일부가 뱃머리를 돌렸다.
서기장이 기도를 바치며 허락을 구하자 여신께선 몹시도 떨떠름하게 그 워프를 승인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