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155화
15층 - Lv. 3211 전쟁의 화신(2)
게임 시절 신이 화신으로서 강림하는 일은 일종의 버프 취급이었다.
문제는 컨트롤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인데, 그 바람에 약한 신을 섬기면 버프가 아니라 디버프가 되기도 했다.
게임이 되고난 이후로는 그게 좀 편해졌다.
어찌되었건 [화신]이라는 버프 자체의 능력치는 어마어마하다. 얼마나 굉장하냐하면 용의 피보다도 좋다.
코스트는 신도 입장에서는 바쳐온 신앙, 신 입장에서는 쌓아온 신앙.
하지만 신을 대리하는 전사인 대전사는 코스트를 면제받는다.
애초에 신이 편하게 쓰려고 지정하는 직위니까 당연하다.
물론 그런만큼 신 입장에서는 꽤 많은 신앙을 소비하는데, 언뜻 규모는 크더라도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 혼돈의 교단 입장에서는 이번 화신도 꽤 큰 출혈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어차피 혼돈의 신좌에는 전투에 쓸 권능이 없다는 것이다.
좋지 아니한가.
추가적인 신앙 소모는 없다.
그러는 와중에도 전쟁의 신이 던진 선전포고는 맹렬한 기세로 우주공간을 가로질렀고, 드래곤의 선두인 용왕을 앞질렀다.
탄막놀이는 여기까지 해야 한다.
일단은 도핑의 정도를 확인.
저번 화신 때는 너무 잠깐이라 확인하지 않았다.
힘민지가 모두 1000을 가볍게 넘어간 것을 확인하고 마인드맵을 끈다.
대량의 마력을 운용하기엔 충분한 능력치가 없었기에 육체를 수복하는데 어마어마한 혈액을 이미 소모했다.
옥좌에 앉아 남은 혈액을 전부 최대한 흡수한다.
남은 것은 내 의지에 맞춰 소환수로 변해간다.
유니크 스킬 [피의 군주]를 머금은 소환수들이라곤 해도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남겨둬야 전쟁의 신이 가장 먼저 증발시키겠지.
불타는 신성의 결정체가 마침내 내게 도달했다.
실피드가 날아드는 구체를 입으로 물었다.
강력한 충격이 주변에 퍼져나갔다.
막대한 마력으로 현현한 정령왕의 존재가 흐릿해질 정도의 소모가 있은 후에야 구체가 멈춰 섰다.
이거 좀 우습군.
나는 피의 옥좌에서 벗어나 우주공간으로 날아들었다. 실피드가 내게 구체를 바친다.
고도로 압축되고 신성으로 단련된 금속은 이미 일반적이지 않은 재질이 되어 있었다.
혼돈의 보랏빛을 뻗어 전쟁으로 단련된 철을 조형한다.
그럴싸한 창의 모양이 되었다.
‘이거 좋은데요? 전쟁과 혼돈의 신성이 깃든 창이군요.’
「트롤 냄새나는데. 더러워.」
조금 디테일을 만지고 있자니 실피드가 다가와서 떠돌던 기체를 고압 분사하여 마감처리 해준다.
좋군. 정말 좋아. 신성을 잔뜩 쐰 것만으로도 임시로 쓰기엔 나쁘지 않은 물건이 된다.
먼 곳에서 전쟁의 화신 역시 달려오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도 대지가 있다는 듯 달려오는 것을 보니 [공간 보행]을 보유하고 있는 모양이다.
땅이 없는 곳에서도 땅이 있는 것처럼 움직이기 위한 스킬인데, 굳이 채용한 것을 보면 힘 전사.
트롤이니 당연하긴 하지만.
일단 탄막이 멈추자 너덜너덜해진 채로 멈춰선 드래곤들에게 향했다.
안타깝지만 회유같은 일은 없다.
드래곤은 남 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종족이 아니다.
용왕이 급하게 [용의 숨결]을 내뿜는다.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내뿜는 드래곤 하트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번개가 치솟는데.
전격의 숨결을 마주보며 나는 창을 들었다.
화신 성능 좀 테스트 해보자.
주력기 대부분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으니 유니크 스킬에 딸린 패시브만.
여신님이 내게 강림하며 생긴 [소멸의 노래]가 반응한다.
피의 군주에 딸린 [종말의 붉은 짐승]처럼 주력 액티브를 발동하면 매질을 타고 전해지는 스킬이지만.
창끝에 번개가 닿는 순간 패시브로 무기에 직접 닿은 번개가 마력으로 분해되기 시작한다.
다만 그것을 유도하면 창을 돌린다.
전사인 동시에 마법적 소양이 있어야 가능한 묘기다.
강력한 ‘숨결’이라 패시브만의 분해 속도로는 따라갈 수 없다.
몸을 크게 틀며 [행성 타격].
물리적 충격이 번개를 통째로 휘게 만든다.
자신의 숨결이 창에 두들겨 맞아 꺾이는 모습을 보며 용왕의 눈이 아련해졌다.
가상 노심을 만들던 요령으로 용의 숨결을 주변에 두른다. 빙글빙글 돌며 점차 분해되어 순수한 마력으로 돌아간다.
그걸 창에 두르고 집어던졌다.
창의 관통력에 관여하는 [롱기누스의 창]이 보정을 건다.
용왕은 일순간에 수백 겹의 마력 방벽을 짜올 리고 순간이동을 발하는 동시에 몸까지 틀며 피하려고 했지만 늦었다.
순식간에 창이 몸을 관통했다.
용의 비늘은 [괴물 사냥]의 추가 공격력 보정에 의해 거의 무의미했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눈이다.
내 알 바는 아니지.
「오오, 생각보다 더 잘하는 걸?」
‘사실 전사할 때는 창보단 대검 더 많이 써봤습니다. 안 맞고 때리면 되니까 공격력 좋은걸 쓰게 되더라고요.’
「참 말은 쉽군.」
‘제가 전사한다고 하면 대충 마검사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소드 마스터?」
‘대검 소드 마스터 엄청 세다고요?’
「미친 새끼.」
스탯과 패시브 보정이 빵빵해지니 좋다.
마법은 어차피 내가 직접 짜 올리면 된다. 공간을 격하고 순간이동으로 용왕의 앞으로 갔다.
드래곤 하트가 펄떡이고 있다. 정제하면 보석이 되지만 날것으로는 진짜 심장이다.
재빨리 무기부터 만든다. 용비늘, 용이빨, 드래곤 하트까지 모두 귀중한 소재다.
당장 [모루]가 없는 것은 아쉽지만 뚝딱거려서 창을 더 그럴싸하게 제련해낸다.
형태만이 아니라 진짜로 괜찮은 무기가 되어가고 있다.
「난쟁이 해본 적도 있냐?」
‘이 동네가 무기를 현장 조달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참 크게 갈리지 않습니까.’
「보통 장인을 대동하지 그걸 익힐 생각을 하냐고…….」
전쟁의 화신이 지근거리까지 날아왔다. 용왕을 잃은 드래곤들은 망연자실하게 이쪽을 바라만 보고 있다.
눈치 빠른 몇몇이 얼른 거리를 벌린다.
유배자의 정점인 신들이 날뛰는 환경이라면 드래곤은 핵 앤 슬래시 장르의 챔피언 몬스터 정도에 불과하다.
실피드가 내 뜻에 따라 날아갔다. 시간을 약간만 더 벌어주렴 딸내미야.
맹렬하게 달려오고 있던 기체 행성의 대기가 압축되며 전쟁의 화신의 앞길을 막는다.
트롤은 우악스럽게 힘으로 버텨내고 뚫어내고 두들겨 부수며 달려온다.
참으로 코스믹한 광경이다.
병을 꺼내 용왕의 피를 받는다. 어린 용이라 그리 강력하진 않겠으나 원래 종족빨 겜이라 도핑 효과는 확실하다.
내가 뱀파이어라 그 동안 일할 기회가 없었던 샘물이다.
피가 퍼지면 짙고 타오르는 붉은 빛으로 변했다. 물리적으로 타오르고 있다. 용혈 도핑은 다 저렇다.
마시고 끼얹고.
본래라면 도핑도 불가능한 게 언데드지만 화신인 시점에서 [신성체]취급이지 더 이상 언데드가 아니다.
신성한 언데드는 원래 이딴 이유로 탄생하는 놈들이다.
순간적으로 스탯 확인.
지능은 2천이 약간 안 되지만 힘은 3천, 민첩은 4천도 넘어간다.
대략 여신님의 스탯 분배를 알 수 있다.
이제 좀 할 만하겠군.
실피드의 공세를 뚫고 전쟁의 화신이 달려왔다.
준비가 딱 끝난 참이다.
나는 실피드를 돌려보내며 창을 내질렀고 전쟁은 주먹을 내질렀다.
두 공격이 부딪치는 순간 비물질적 충격이 우주를 갈라놓았다.
* * *
현 제국의 황제에게도 이 미래의 제국은 썩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건 과거를 바꾸어서 이 미래를 바꾼다.
[예언]으로 유배자들의 위치는 특정했다.
지금 여기서 죽여 둔다면 제국의 역사 곳곳에서 튀어나와 제국을 방해하지도 않을 것이다.
위대했던 알타이르 대제의 끝이 그리 비참해지지도 않으리라.
그리고 그는 신의 호의를 통해 이 시간선을 탈출한다.
어차피 제국은 글렀다. 명목상의 황제였을 뿐, 이미 오우거들의 나라였다.
제 것도 아닌 나라에 애착을 가지는 군주는 없다.
양 손에 든 검의 체인이 회전한다. 먼 과거, 선대 용왕이 죽었을 때 그 유해로 만들어진 무기다.
날 하나하나가 고룡의 드래곤 본.
그 출력은 고룡의 드래곤 하트가 에너지 원.
제국의 황제는 팔자에도 없는 마력을 다루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건 무기가 대신 해준다.
힘,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
이 날을 적에게 내리눌러 반으로 갈라버릴 육체능력!
황제가 될 오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우회했던 무수한 돌격함들이 연방의 함대를 향해 내달렸다.
본대인 거함들이 괴멸되었음에도 그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
전투에 몰입한 그린 스킨들은 당장 눈앞에 적이 있다면 다른 어떤 것도 신경쓰지 않는 법이다.
황제가 탄 돌격함은 연방의 포화를 뚫어내고 목표했던 배의 장갑을 꿰뚫었다.
해치가 열린다.
황제의 톱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 * *
우주를 찢어발길 듯 한 강력한 충격이 지나간 후, 전쟁의 화신은 이상함을 깨달았다.
정면으로 승부하면 이긴다.
의외일 정도로 순순히 정면으로 부딪혀 주었기에 오히려 놀라울 정도다.
저 마법사의 나약한 몸뚱이는 그가 동경하는 여신의 힘을 온전히 투사할 수 없다.
그런데 왜 손맛이 없는가?
강대한 물리적 충격은 순간이나마 공간을 출렁이게 할 정도다.
무언가 부딪혔다.
이 주먹 끝에.
하지만 다음 순간 혼돈의 화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옆에 나타나 창을 휘둘렀다.
그 끝에 깃든 무수한 스킬의 정수를 느끼며 전쟁의 신은 다시 한 번 자신의 힘을 끌어올렸다.
하이 랭커이상의 수준이 된다면 유니크 스킬을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운이라 치부되긴 해도 어느 정도 규칙 하에 자신의 행보에 걸맞은 어떤 스킬을 마인드맵에서 뽑게 된다.
그러나 전생의 신은 단 하나의 유니크 스킬만을 가지고 있었다.
[원초의 힘]
이 스킬이 주는 보정도 단 하나다.
그저 힘.
다른 그 어떤 잡다한 패시브 스택을 켜켜이 쌓아올리더라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의 압도적인 힘.
인간에게 주어진다 해도 거인과의 힘겨루기를 가능케 만드는 막대한 힘이다.
꽉 움켜쥔 주먹에 그야말로 악력만으로 석탄을 다이아몬드로 바꿀만한 힘이 깃든다.
그 어떤 무기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강도의 주먹이 다시 한 번 뻗어진다.
지나치게 정직한 정권이지만 힘은 곧 속도.
신성을 휘감아 강화된 육신이 비정상적인 물리적 충격을 닿고 비현실적인 속도로 상대에게 가서 닿았다.
상대가 내지르는 창이 기묘하게 휘어진다. 전쟁의 신은 인상을 찡그렸다.
여신은 창을 저렇게 놀리는 전사가 아니다.
다시 한 번 세계를 울리는 충격.
그러나 손맛이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
* * *
「아니 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
‘마법 스킬은 패시브를 빼면 대부분 그냥 스킬 없이도 구현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고 [시간 정지]를 그렇게 뚝딱 만들어내는게 말이냐? 그것도 더블 캐스팅으로.」
‘멀티 캐스팅은 일선 전투 마법사의 기본 소양이죠.’
「메테오랑 블리자드를 한 손에 하나씩 캐스팅하는 건 본 적이 있는데…….」
‘그건 상극이라 어렵죠. 그래도 시간과 공간은 동시에 다룰 법도 하지 않습니까. 시공간은 사실 같은 계통 마법입니다.’
혼돈의 여신은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추방]과 [시간 정지]를 동시에 캐스팅할 수는 있다손 쳐도 그걸 단지 물리적 싸움의 보조로 이용할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원래 마법의 본질은 유틸리티입니다. 극한의 극한까지 파면 오히려 화력에 한계가 좀 있는 게 마법이라.’
「좋아, 난 이제 네놈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게이머라는 놈들은 다 그렇냐?」
‘프로방스도 비슷한 소리를 하긴 할걸요. 그놈은 진성 마법충이라서 좀 다른 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랭킹이 그 모양이었죠.’
여신은 고개를 흔들며 권능을 사용했다.
혼돈의 신좌 또한 부여하는 권능이 직접적으로 전투에 개입하는 것은 없다.
그 흔한 버프조차 없는 것이 혼돈일지니.
단지 육성에 도움을 주고 위기에서 탈출하는데 한 팔 거드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거쳐 가는 이상으로는 별로 인기가 없지.
하지만 지금 그녀의 대전사가 구사중인 꼼수에서는 매우 유효하다.
권능을 통해 심연에서 탈출하는 문을 열어젖히며 여신은 입맛을 다셨다.
아니 진짜 자신이 유배자일 때 이 녀석과 함께 모험을 해야 했다. 이미 신좌에 앉아버린 몸이라 아쉽기 그지없다.
‘아아, 오랜만에 능력치가 높은 상태니까 마법 쓰기가 참 편하네요.’
「네놈 마법의 신 해본 적 없느냐?」
‘전에 한번 앉아본 신좌가 그거였습니다.’
역시.
여신은 그냥 고개를 끄덕이기로 했다.
* * *
자연의 신은 신좌에 도달한 마법사로서 저게 무슨 꼼수인지 알아보았다.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쏟아지는 힘의 격류 속에서 가상 노심을 구성하는 것보다야 [시간 정지]를 직접 캐스팅으로 사용하는 게 더 쉽다.
충격의 순간 자신 스스로를 [심연]으로 추방한다.
그 후, 심연의 뒤틀린 시간 흐름은 시간 정지로 보완한다.
심연에서의 시간이 단 0.1초도 흐르지 않는다면 뒤틀릴 시간도 없다는 논리다.
말은 되는데 그게 진짜 되는지는 또 몰랐다.
그리고 그 후 권능으로 탈출하면 바로 그 순간의 그 자리다.
상대가 보기엔 분명 공격받은 녀석이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저스트 타이밍이다. 정확히 임팩트의 순간.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스스로를 추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팔이 좀 박살날 수는 있으나 심연에서는 어차피 시간이 멈추었으니 조금 타격을 입어도 수복할 여유가 있다.
돌아오면 상대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화신 정도 수준이면 어떤 식으로건 시간에 반응해내기 마련이다.
그러나 본래 다른 차원인 곳으로 가서 시간을 잠깐 멈춰 세우고 돌아오는 것이니 대책이 있어도 당할 수밖에 없다.
아니, 인식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연의 신도 이어진 연결이 흐려졌다 다시 이어졌다를 반복해서 유추했을 뿐이다.
입으로는 가능한데 진짜로 할 수 있냐면 그게 되는지도 몰랐다.
아주 창의적이군.
나중에 마법의 신을 좀 놀려주도록 하자.
그 마법 바보는 교세를 확장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마법 연구에 더 열중하는 타입이었다.
이런 형태의 마법 구사를 아주 좋아하는 녀석이기도 했다.
지금도 이 장면을 못 보고 있을 것이다.
쯧쯧. 개꿀잼이거늘.
* * *
화신은 길게 유지할게 못된다.
신좌에 도달한 유배자의 힘은 말할 것도 없이 강력하며, 일개 NPC의 육신이 아무리 단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다.
한평생 마법을 쳐다도 본 적이 없으며 협잡이라 여겨 혐오하기까지 하는 전쟁의 신은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없었다.
단지 공간계통의 어떤 힘으로 물리적 충격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깨달았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자신의 화신체에게 타격이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도.
단번에도 끝날 수 있는 싸움이다.
상대가 물리 무효라고 가정하는 편이 옳다.
하지만 [원초의 힘]은 순수한 물리 공격 스킬이다.
전쟁의 신은 외쳤다.
"오라![라그나로크]!"
신들의 황혼을 의미하는 이름을 가진 무기가 신좌에서 전송되기 시작한다.
여신은 스킬운은 좋았으나 장비운은 없었다. 혼돈의 신좌에 이런 귀속 무기가 대기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안다.
거대한 양손 해머가 나타났다. 바벨의 파편을 위그드라실의 가지로 엮은 물건이다.
[원초의 힘]에 딸린 액티브도 발동한다.
유니크 액티브 [태초의 거인]에 불이 들어온다.
트롤의 안 그래도 거대한 몸집이 더욱 커진다.
행성을 일격에 붕괴시키는 거신의 힘이 몸에 깃든다.
물리 무효라는 것은 정말로 물리적 공격이 일절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거의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그렇다면 0.01%의 데미지만 들어간다 하더라도 상대가 으스러질 정도의 힘을 가하면 된다.
이 트롤은 언제나 그렇게 적을 헤쳐 왔다.
실체가 없는 유령도 엄청나게 세게 때리면 죽는다.
살아남는다면 더 세게 때리면 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떻게 물리적 공격을 무효화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알 필요도 없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째서! 여신이 화신하였는데도 주체는 네놈인 것이지! 혼돈이여! 저번처럼 모습을 제대로 보여라! 나와 철로 대화하자!"
혼돈의 여신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음에 분노했다.
여신은 그 고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저런 무기 없는데…… 쇠로 된 것도 아닌 걸 들고 철로 대화하자고 하네. 정말 못된 놈이다. 이걸 기만이라고 하지 않느냐?」
‘이야, 그러게요. 저거 엄청 좋은 건데. 귀속이라 루팅도 못하고.’
「내가 저놈한테 기만은 976번이나 당했어. 맨날 소리 지르면서 저걸 흔든다니까. 봐봐 저거 또 자랑하잖아. 진짜 쓰레기 같은 놈이다.」
‘그걸 다 기억하시는군요.’
「저놈 신 되기 전에 나 좋다고 따라다닐 땐 좀 귀여운 놈이었거든.」
여신은 대전사의 표정이 이상해지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대전사는 생각했다. 귀엽다고? 트롤이? 그게 가능한가?
역시 전사들은 다 좀 이상하다니까.
여신께서 그 생각을 알았다면 이 사악한 마법사 놈들! 하고 분노하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