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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167화 (167/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167화

16층 - 시간의 신전(2)

내가 움직이는 것은 마지막이다.

일이 잘못된다면 다른 시간선의 내게 큰일 날지라도 개입할 생각이었다.

시간의 신이 엄청나게 분노하겠지만 그것은 그때 생각할 일이다.

신전에서 황금빛이 번뜩였다.

꼬맹이가 팔짝팔짝 뛰며 달려와서 나와 희우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본다.

8층에서 맹랑했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래도 밝아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서툴지만 곧잘 웃거나 삐지게 되었다.

아마 과거의 어딘가에서 멈춰있던 정신연령이 전진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다음은 막내였다. 근육질의 거한은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어딘가 차분한 듯, 동시에 결의에 찬 듯.

잘 알기 힘든 표정이었다.

그는 내게 다가와 새삼 고개를 숙였다.

"왜 그래?"

"감사해서입니다."

"뭘?"

"그때 저를 죽일 수도 있지 않았겠습니까. 살려서 여기까지 데리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요에 따른 행동이었지."

슬럼의 목사님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막내는 멀어졌다. 그리고 조용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세심하게도 시간의 신전 바깥으로 나가서.

나는 막내를 처음 보았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저 남자는 깡패처럼 행동했고 실제로 전혀 유감없는 완전한 깡패였다.

그것은 어디까지 연기였을까?

사실 연기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막내가 악인인지 선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만드는 것은 결국 환경이며 막내는 좀 운이 나빴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되었건 스스로 조용히 자신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내가 뭐라 할 필요가 없다.

다음 순서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희우는 천사가 된 이후에 12층으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샤크마를 이길 방도가 없다.

이건 희우의 상성이 상당히 특이해서다.

일반적으로 클래스는 크게 힘민지 세 계통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이 상성은 가위바위보처럼 맞물린다.

지능 계통은 민첩 계통에게 약하다.

민첩 계통은 힘 계통에 약하다.

힘 계통은 지능 계통에 약하다.

물론 동급일 경우의 이야기긴 하다.

힘살자가 일반적으로 쓰레기이며 정규 클래스로 취급받지도 못하는 것은 저 상성에 포함되지 못하는 절대약자이기 때문이다.

암살자로서는 샤크마에게 감지당하지 않고 접근하여 슥삭 할 방법이 없다. 리소스의 절반을 힘에 투자해서다.

전사로서는 따질 필요도 없이 농락당한다.

마법사의 무수한 유틸과 이동 수단 앞에 비교적 느리고 묵직한 전사는 무력하다.

그러니 종족적으로 압도적인 상성 차이를 만들 필요가 있다.

모든 천사는 신성하며 언데드로부터 절대적인 우위를 가진다.

데미 리치 역시 고위종족 취급받기는 하지만 한 끗발 떨어지는 1.5티어라고 할까. 지나치게 극명한 상성 덕분이다.

그럼 이제 정할 것은 누가 천사 카드를 가지러 10층으로 가는가.

나는 영감님을 택했다.

10층을 떠나면서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던 선택지다.

"부탁합니다."

"시간 여행이라……."

"부담스러우십니까? 그렇다면……."

"그럴 리가 있겠나. 내가 바라던 경험이지. 나는 더 넓은 세계를 보러 자네를 따라나선 것 아니겠나."

영감님은 껄껄 웃으며 신전의 제단으로 발을 들였다.

그리고 가볍게 기도하자 금빛의 광채에 휩싸여 사라졌다.

희우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열심히 12층의 지리를 되새기고 있다.

다른 시간선과는 달리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 * *

10층.

여신과의 연결이 끊어짐을 느꼈다.

황금빛 광채 속에서 두 발이 땅에 닿았다.

실제로는 심연에서의 시간을 포함하더라도 아직 넉 달이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트동트의 여정은 이미 최초의 그 숲에서 시작되었다.

유배자인 이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트동트의 주관으로는 반년이 지난 일이다.

새삼 그가 살던 대지에 발을 딛자 그보다도 오랜 세월이 흐른 기분이 들었다.

수십 년 만에 다시 딛는 고향이다.

이 대륙에서 그의 말년은 요직에서 밀려나 한직만을 전전하며 지냈던 세월이다.

이제 긴 세월은 모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세상의 진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라는 등의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그 자리에 있기 싫었다.

인간의 손에 자란 오크 역시 그린 스킨에게는 이단이었기에.

늙어가며 깨달은 사실은 그런 것뿐이다.

하기야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자가 어찌 유배자를 따라나서겠는가.

모두 제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것이지.

미래에서 본 뱀파이어 소드 마스터가 떠오른다.

그 클랜 마스터는 충분히 감명받았고 동경마저 하는 듯했으나 결국 따라나서지 않았다.

결국 그에게는 살아온 세상을 등질 만큼의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스스로 의심하던 세상의 진실을 확인한 후에도 말이다.

트동트로서는 떠나기 전까지는 유배자들이 말하는 NPC의 의미를 제대로 몰랐다.

대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감 나게 와 닿은 것은 그 사실이 뼛속까지 파고들며 시리게 했을 때다.

이 세상이 모두 거짓이며. 그 역시 거짓이다.

그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누가 알려준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스스로 깨닫는 순간.

전율이라기보다는 섬뜩한 공포가 전신을 내달리며 수염마저 곤두서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주술사의 탐구심을 일깨우기도 하였다.

참으로 잘하였다. 이 땅을 떠난 것은.

사방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쑥대밭이 되어버린 평야는 10층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 장면이다.

조금 먼 곳에 계단이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저 계단도 기억하고 있다.

성녀에게 호위를 받으며 부랴부랴 뛰어들어간 계단이다.

그 직후 바로 추락하는 함선의 속에서 11층이 시작되었었다.

트동트는 천천히 걸었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의 제자가 뒤늦게 그를 발견했다.

"스승님?"

의아한 표정은 당연하다.

트동트의 복장은 주술사의 로브도, 전사의 상반신을 드러낸 최소한의 방어구도 아니다.

미래를 지나치며 획득한 잘 알 수 없는 재질의 섬유다.

형태부터가 이 시대의 것이 아닌 물건을 보며 성녀가 약간 경계한다.

"다른 시간에서 온 것이다. 제자야."

성녀의 얼굴에 커다란 혼란이 깃든다. 그리고 곧 진정되었다.

아마도 그녀의 신께서 무어라 알려준 것이리라.

시간 여행이라.

상상도 해볼 수 없는 개념이다. 전설 속에 등장하는 위대한 대마도사라 할지라도 시간을 멈춰 세우는 정도에 불과하니까.

지금은 시간을 거스른다는 개념 자체도 없다.

신실한 신앙은 모든 의문을 뒤로 밀어두고 그의 스승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어쩐 일이십니까?"

방금 전에 떠나간 스승이 곧바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태연스레 저렇게 물을 수 있다. 이 시대의 신앙은 아직도 그러한 것이다.

미래의 고블린들이 몹시 이상할 뿐.

"찾을 것이 있어서 왔다. 조금 도와주지 않겠느냐?"

"네, 기꺼이."

"규율께서는 뭐라 하지 않으시냐?"

"스승께서 제게 입힌 은혜가 한량없기에 무슨 부탁이건 들어줘도 문제 없다 하십니다."

"아니, 교리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미래에서 온 나에게 궁금한 것 말이다."

물론 있었다.

* * *

규율의 신으로서도 몹시 뜻밖의 일이었다.

알게 되고 나니 그럴싸한 일이었다.

트동트가 어떻게 저쪽 편으로 돌아서고 성녀를 보호하였는지부터 해서 어느 요정의 숲에서 있었던 일까지.

카크리쉬가 어찌 죽었는가 조금 의아하던 차였다.

유배자로서 겪은 카크리쉬가 그리 쉽게 죽을 위인은 아니었으니까.

전사로서야 일반적인 히어로 유닛이지만 대신격의 신앙을 지닌 NPC다.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생존한다.

시간의 신전이 등장한 것이다.

대신격들은 그나마 심연을 떠도는 골렘의 등 위에 있어 접근성이 높은 심연의 신전을 제외한다면 끔찍하게도 보기 어렵다.

시간의 신전은 아주 낮은 확률로 왕국의 문 옆에 나타난다.

일평생 보지 못하고 유배자로서의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런 드문 확률이 저 쪽에게 떨어졌다.

규율의 신은 조금 생각해야 했다.

그렇다면 이 네임드 오크 주술사는 미래에 대한 핵심 정보를 쥐고 있다.

이 시점에서의 규율의 신은 이 서버가 열리고 겨우 3개월 정도가 지난 시간대에 머물러 있었다.

새로이 들어온 어느 유배자가 규율의 신앙을 가지면서 비로소 성녀를 포함한 NPC 신도들을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저 오크는 복장만 보아도 충분한 미래에 도달한 모양이다.

6층부터 설원, 유난히 난이도가 높은 튜토리얼이다. 그렇다면 미래로 튈 가능성은 물론이요 아예 테마가 우주일 가능성까지.

복잡하게 움직이는 머릿속과는 별개로 트동트에게 건네는 말은 친절하며 공손했다. 신이라 생각되지 않을 만큼.

신에게도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민감하다. 시간의 신전과 만나는 유배자는 드물다.

만난 시점에서 시간신의 신앙으로 갈아타는 게 보통이기에, 그 이후의 정보를 알 방법도 없다.

아주 비싼 거래가 될 수도 있다.

금전의 규율을 따르는 신좌가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규율의 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이것은 해야 하는 거래다.

트동트는 성녀를 통해 접근해 오는 규율의 신을 보며 속으로만 웃었다.

그의 리더,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는 듯한 사내는 이 상황 역시 예상했다.

그리고 모범답안을 준비해 주었다.

"미래의 제국은 패망했습니다. 한때 이 행성에서 밀려난 다른 종족들이 동맹을 구성했지요."

「다종족 연합체로군요. 제국이 초기에는 결국 다른 행성으로 밀어냈다라……. 지금의 강성함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동맹은 규율의 교단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가장 억척스러운 종족은 인간 아니겠습니까."

「……이건 빚으로 달아두도록 하지요. 다만, 그 전에…….」

"예, 물론. 이 만남을 주선한 시간의 신께 맹세코 거짓은 일절 없음을 말하겠습니다."

규율의 신은 더 이상 미래를 묻지 않았다. 그랬다간 신좌가 얼마나 많은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할지 모를 일이니까.

트동트도 알고 신도 알았다. 오크 주술사는 대리인이다. 실제로 빚을 달아두는 대상은 지금 이 자리에 없는 그 사내다.

규율의 신은 이 서버의 미래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면 곧바로 제국에 선전포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도달한 미래인이 있다는 것은 미궁이 판단하기에 한없이 확정에 가까운 미래라는 뜻이다.

게다가 제국의 패망이라면 그 약아빠진 유배자 사내도 바라고 있을 터.

아주 완벽한 그림이다.

* * *

트동트는 바르바로이와 인사했다.

방금 클랜을 넘겨준 클랜 마스터는 꽤나 멍하고 피로해 보였다.

남루한 다른 뱀파이어들도 마찬가지다.

트동트는 그를 위로하며 미래는 그의 것임을 알려주었다.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고.

이 시간대의 여신께서는 반응이 없으셨다.

조금 전 계단으로 넘어간 유배자 파티가 여신님께는 유일한 유배자 신도였다.

단말이 없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그야말로 신답게 구는 껍데기뿐인 혼돈의 신격이다.

여신님은 미래의 트동트가 와서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산더미처럼 쌓인 기록의 일부로 알게 될 것이다.

물론 바르바로이에게 그런 불경한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다.

트동트는 새삼 유배자들이 쥐는 정보의 우위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깨달았다.

이제 본 목적을 수행하여야 한다.

추측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카드 위치의 후보는 역시 지하였다.

지상의 황제 친위대들은 성녀의 포격에 못 이겨 물러나기 시작했기에 다시 지하로 내려갈 여유가 있었다.

고온으로 달구어진 작열지옥 속에서 성녀가 트동트를 신성으로 보호했다.

아래로 내려가자 전투가 한창이었다. 요정왕과 요정의 영웅들이 그린스킨의 가장 강력한 영웅 셋이 맞서 싸우고 있었다.

성녀가 자신이 도울 필요가 있겠냐고 물었다.

트동트는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간 자신의 빚을 소모하는 것이니까.

규율과 금전의 신도를 대할 때는 이런 부분에 민감해야 한다.

늙은 오크의 생각대로 결국 그린 스킨의 영웅들이 패했다.

그들의 싸움은 애초부터 결사항전이었다.

요정왕 부부가 깨어난 시점에서 승산은 없다.

후퇴를 위하여, 그의 후손들과 후배들을 위하여 이곳에서 시간을 끌었을 따름이다.

한때 자신이 경애하던 전설의 영웅들이 쓰러져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본다.

그럼에도 트동트는 놀랍게도 아무런 감정이 일지 않음을 느꼈다.

너무 커다란 세계를 보고 온 주술사에게 이 조그마한 대륙의 일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 느껴졌다.

전투가 끝나고 트동트가 천천히 걸어갔다.

요정왕이 맞아주었다.

"복식이 특이해졌군, 우리의 편을 들던 오크여. 미래에서 오셨는가?"

"아시는군요."

"나는 아주 오래 살았으니까. 내가 젊은이던 시절에 나타나던 유배자에 대한 기억이 있지."

고대 요정전쟁조차 있기 이전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 아득한 전설조차 이제는 그리 대단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트동트는 담담히 예를 표하며 협조를 구했다.

승리한 요정들은 은인이라 할 수 있는 파티로부터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

끔찍한 열기의 지하 유적 속에서 수색이 시작되었다.

카드는 생각보다는 접근하기 쉬운 곳에 있었다. 단지 구석탱이의 무너진 복도를 파내자 그곳에 있을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시간이 고정되어 버텨온 유적이 힘을 잃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과연, 이건 타임어택이었나 보군. 빨리 찾지 않으면 찾을 수 없게 되는 구조였어."

튜토리얼의 종족 카드 자체가 일종의 히든 보상 개념이다.

이 고대 영웅들의 무덤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어 승리로 이끄는 동시에 이것을 찾는 일은 아주 힘들게 분명하다.

시간이 지나면 무너져 내릴 테니.

트동트의 혼잣말이 요정왕에게는 재밌었던 모양인지 말을 걸어왔다.

"마치 유배자처럼 말하는구나. 오크 주술사여."

"그렇습니까?"

실로 그러했다. 트동트는 자신이 마인드맵이 없을 뿐, 이미 유배자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끌끌 대는 오크는 그의 리더가 시킨 대로 성녀에게 카드를 뽑아달라고 했다.

허공에 떠 있던 반짝이는 카드의 빛이 벗겨진다.

부드러운 깃털의 곡선 대신 기계적인 직선의 날개를 가진 인간의 형상이 나타났다. 머리 위에는 둥근 고리가 그려져 있다.

성녀는 깜짝 놀란 듯 몸을 떨었다. 무엇인지 알아본 모양이다.

카드에 당하여 오크가 되었고 다시 한번 사용하여 인간으로 돌아왔으니 모르는 것이 이상하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그것을 트동트에게 넘겼다.

수색이 생각보다 빨리 끝난 덕에 허용된 시간이 조금 남았다.

트동트는 자신이 다시 이 제자를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기로 하였다.

지상으로 올라가자 다가오던 황제 친위대가 보인다.

성녀가 신성을 끌어모았다. 트동트가 말렸다.

다가오고 있는 오크는 주술사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높은 고위 주술사의 복장을.

구면이었다.

"실례하오. 인간 성직자여. 우리는 요정왕과 일시 휴전 협정을 맺으러 왔소."

"오랜만이군. 먼동먼."

"흐음? 트동트? 정말 오랜만이군. 실종되었다고 들었는데 어찌 살아있었군. 그런데 그 옷은 무엇인가. 드디어 주술사를 때려치웠나?"

"그렇게 되었지. 이젠 유배자를 하고 있다네."

"재미없는 농담이군."

한때의 동료도 볼 수 있었다.

남겨둔 제자 아닌 제자 또한 볼 수 있었다.

트동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고향에 대한 모든 것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감을 느꼈다.

이제 다시는 발 들이지 않을지도 모르는 고향.

그가 알던 모든 것과의 이별이다.

왕국에 발을 들이는 미궁의 주민들은 모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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