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172화
왕국 ? Lv. 116 전사의 나라(2)
천사는 이제 55년 차에 접어들었으나 실질적인 짬은 그 정도에 미치지 못했다.
그녀는 대부분 안주하고 싶어 했다.
단지 그 과정에서 전사로서의 능력이 남들보다 더 좋았기에 앞서나갈 수 있었을 뿐이다.
꼬마 마법사는 그 점을 불쾌해했다.
"다들 재능 있어서 참 좋겠네요."
"너도 잘하는 거 있잖아?"
"하나도 안 기쁜데요?"
비교적 순진하고 다소곳한 후배를 연기하던 꼬마 마법사는 시간의 신전 이후로 가면을 벗어던졌다.
희우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대강은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원래 여자들끼리는 쉽게 파악하는 법이지.
막내와 영감님이 고개를 갸웃하기는 했으나 꼬마 마법사가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았다.
거추장스러운 연기를 접어 넣었을 뿐, 오히려 더 편안하게 대한다는 느낌.
"그런 점이 재능이지. 남의 기분, 생각을 그렇게 쉽게 컨트롤하는 건 아무나 못 하거든."
"선배님이 아니었으면 제가 언제 왕국에 왔을까요? 그걸 생각하면 전혀 기쁜 발언은 아니군요."
"그건 그래. 미궁에선 결국 힘이 전부니까."
"많이 느꼈어요."
사람 다루는 것에 능하다고 한들, 본인이 힘을 가지지 못하면 의미 없다.
꼬마 마법사의 올 지능은 근본적으로는 마법 말고는 도통 재주가 없어서였다.
하는 김에 거짓말을 좀 붙였을 뿐이지.
"바깥에서는 스스로 몸치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누군가의 위에 서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한 법이다.
꼬마 마법사는 희우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간단한 단검술을 배워볼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가능하다면 더 깊은 곳도.
정씨 가문에서 소화하던 훈련을 듣고는 사색이 되었던 모양이지만.
"그래서 저만 따로 불러낸 이유는 뭔가요? 저기 저 천사님도 그렇고."
지목받은 천사가 실없이 웃는다. 원래도 독기라기보단 궁상이 느껴지던 녀석이다.
하지만 8년간의 백수 생활은 정말로 행복을 쥐어줘버린 모양이라, 이제는 유배자라고 믿기 힘들다.
꼬마 마법사는 그 부분까지 포함하여 천사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하긴 운이 정말 좋은 녀석이긴 하니까. 천사 카드부터가 말도 안 되는 것이지.
나는 심플하게 정리했다.
"지금부터 우리 길드의 길드 마스터는 너다."
꼬마 마법사의 눈이 커졌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것은 천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다른 일로 끊임없이 바쁠 거란 말이지. 그러면 관리자가 따로 필요해. 사냥꾼이 맡아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꿩 대신 닭이군요. 좋아요."
꼬마 마법사가 기쁜 듯이 미소 지었다.
본인은 순간 그렇게 판단한 모양이지만 실제로는 좀 다르다.
사냥꾼은 유능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선량한 부분이 있다. 거기에 묘하게 요정적 사고에 물들어 있기에 왕국에서도 유능할지는 꽤 미지수였다.
꼬마 마법사는 다르다.
나는 내 길드를 딱히 양지에 올릴 생각이 없다.
그보다는 뒷골목의 지배자 같은 느낌으로 가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성향에 가장 알맞은 것은 이 녀석이다.
"천사는 편한 대로 사용하도록 해."
"네? 네에? 저요?"
천사가 울상이 된다.
꼬마 마법사는 정말로 아주 기쁘다는 듯이 천사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 음험한 얼굴을 보며 천사는 눈물을 찔끔 흘렸다.
* * *
길드란 것은 왕국부터 존재하는 미궁의 시스템이다.
유배자 파티 개념은 튜토리얼에서도 존재한다.
그게 확장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게임 시절에는 왕국에 도달한 이후에 팩션의 역할을 하는 것이 길드였다.
그때는 다른 유배자라고 해봐야 100% 확실하게 NPC였으며 생동감 있는 AI 같은 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그냥 플레이어가 정복해야 할 또 다른 형태의 팩션에 불과했다.
이제는 좀 다를 수밖에 없다.
유배자들은 어엿한 사회를 구축하고 그것을 관리한다.
그들 모두에게는 각자의 힘과 목적과 사정이 있다.
그리고 당연히 유배자들은 대륙의 주민들보다 더 약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한다.
어찌 되었건 절대다수가 중세 판타지 월드보다는 발전된 세상에서 왔다.
그리고 긴 세월 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비교적 순수한 편인 중세 판타지 월드의 주민들보다는 피곤한 상대들이다.
영감님은 그 사실에 완전히 공감을 표했다.
"유배자란 게 확실히 보통 놈들이 아니긴 하군. 나는 이런 세상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네. 그 왜, 고블린들의 연방보다 더 대단하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우리가 연방의 도시에 가볼 일이 없어서 그런 거긴 할 겁니다."
전사의 나라는 비교적 마법사를 홀대하는 기조가 있으나 그럼에도 완전히 마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편리함에서는 별수 없으니까.
마도공학이란 것은 다양한 서버에 흔히 발달하는 무언가이며 왕국의 유배자들이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그리고 미궁의 주민들과는 다르게 현대인인 유배자들은 지극히 현대과학적인 방식으로 그것을 활용했다.
그러니 전사의 나라 하드스록은 현대 지구인의 관점에서도 상당히 잘 정비된 도심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저라도 이런 규모의 왕국은 처음이군요. 얼마나 오래 된 것인지."
「내 기억으로는 천 년 이상 지속된 왕국인데. 정확히는 모르겠군.」
"여신님은 왕국의 개척 시기에 이곳에 오셨다고 했죠. 그때 몇 년 차였습니까?"
「70년 차인가 그랬을걸? 여기서 30년을 보냈지 뭔가.」
천사의 저택, 우리 길드 하우스가 위치한 골목은 제법 현대적인 느낌이었다.
콘크리트를 발라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지구로 돌아온 듯한 분위기다.
빨간 벽돌집 하며 말이지.
오히려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막내였다.
그가 기억하는 바깥의 도시는 훨씬 황폐하고 낡은 것이었던 모양이다.
영감님은 그저 뒷골목을 거닐면서도 끊임없이 감탄했다.
"그 뭐냐 연방의 함선 같은 것들은 내게는 아예 뭔지도 모르겠는 개념이었단 말이야. 하지만 여기 있는 집들은 그냥 척 보기만 해도 내가 살던 곳의 기술이 발전한 미래라는 걸 알 수 있군."
마법이 거의 활용되지 않았음이 더 놀라웠을지도 모른다.
유배자 왕국의 마도공학은 화석연료를 통한 전기 생산 등을 대체할 뿐, 다른 모습은 온전히 현대 지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 모습을 기억하는 유배자들이 끊임없이 흘러드니 점차 그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하며 발전해온 역사가 느껴진다.
시가지로도 슬쩍 나가보았다.
오크는 왕국에서 그다지 특이한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인간보다 오크가 더 많지 않은가 싶을 정도다.
그 모든 이가 유배자거나 그 후손이라는 사실에 영감님이 너무 놀라워했다.
"이들을 내 동족으로 봐야 할까?"
"그것은 영감님이 생각하기 나름이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이들 역시 전사라는 점에서는 같을 것입니다."
오크만큼 인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전사다운 종족은 잘 없다.
기술의 발전에 영향을 크게 받는 난쟁이들보다는 언제나 힘을 발휘하는 타고난 전사들 아니겠는가.
"이건 가로등이라고 하는 건가?"
"야밤에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 설치하는 물건이죠. 밤길을 다닌다는 개념이 영감님 시절엔 없으셨죠?"
"해가 지면 자야지. 뭐 보이는 게 없는데. 껄껄."
대중교통의 존재 또한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털털거리며 다니는 버스 정도인데도 영감님은 신기해하였다.
"미래의 제국이 운용하던 장갑차를 보면 이런 게 있었을 법도 했겠군."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이죠."
"무언가 내 세상의 미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돌아온 것 같아 슬프군그래."
"다시 볼 기회가 있을 겁니다."
"그래, 정말 고맙군. 내 부탁을 이토록 잘 들어줄 줄은 몰랐네. 사실 떠나겠다는 것도 충동적이었거든."
"그럼 이제 돌아가죠. 영감님을 알아볼 만한 고참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내가 존재했다는 사실도 놀랍기 그지없어."
"전에도 말했지만 가장 현명한 트동트일 겁니다."
영감님은 그저 웃었다.
하지만 사실이다. 이렇게 유배자를 따라 왕국까지 도달한 트동트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나의 존재가 어떤 식으로 계기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별것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서버의 트동트는 그렇다 하더라도 전부 다른 인물이니까.
미궁은 이제 게임이 아니다.
* * *
며칠 정도는 잠복하며 왕국이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겉보기에 요란한 사태는 없었다. 이 연합체의 수장격인 길드에서도 상당히 조심스레 접근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동안 천사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어찌 되었건 여기서 8년이나 지냈으니까.
원래부터 천사에게 지시했던 정보 수집은 대단한 기밀이나 소문이 아니다.
그냥 어떤 분위기인지 일상적인 수준으로만 알면 된다고 했다.
그리하여 천사는 어느 집 야채가 맛있다는 둥 가게 이야기부터 해서 신문으로 볼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 다양한 부분을 미주알고주알 떠들었다.
행복한 일상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만은 못하겠다.
너무 잡설이 길어 좀 끊어가며 들었다.
"정말 놀랍도록 안정된 왕국이군. 그래서 심연까지 탐사하는 탐사대가 없는 건가."
함께 경청하던 꼬마 마법사의 눈이 살짝 아련해진다.
"왕국 내에서의 직업도 이미 다양하게 분화했네요. 마치……."
"정말로 미궁의 바깥인 것 같군."
하지만 그럼에도 미궁다운 부분은 존재한다.
국가 간의 알력이 대부분 클래스 구분에서 비롯되었음이 그러하다.
전사의 나라가 있다면 마법사의 나라도 있다.
상성 관계상 전사에게 불리하고 마법사에게 유리한 사수와 암살자의 나라도 있었다.
그 모든 국가의 중앙에서 중립을 표방하고 조율하는 것이 성직자의 나라였다.
"자연의 신을 뵐 수 있으면 좋겠는데. 전사의 나라에는 신전이 드물다고 하니 나중에 찾아야겠어."
이제는 움직일 때다.
천사가 전사의 나라로 들어온 것은 우연이었으나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마법사의 나라였다면 마법적인 수색이 끊임없이 들어왔을 것이다.
전사들의 물리적인 수색은 약간의 마법적 위장만으로도 쉽게 뿌리칠 수 있다.
무수히 많은 칭호 중에서는 무난한 것을 골랐다.
[트롤 살해자]
함께 나갈 희우는 천사임을 드러내지 않도록 간단한 위장을 마법으로 덧칠했고, 칭호는 [오크 학살자]를 달아두었다.
살해는 수십 단위, 학살은 수천 단위의 다 대 일 전투를 의미한다.
이 정도면 어딜 가도 대접받을 수 있는 수준의 칭호다.
과연 머리 위의 칭호를 공개하고 다니자 우리를 의심하는 이들은 없었다.
나름대로 누군가를 찾겠다고 돌아다니는 경찰들은 있었으나 들킬 리가 없다.
몇 번인가 검문에도 걸렸다.
우리는 미등록 유배자이기에 위험할 수 있었지만 전사의 나라답게 검문을 진행하는 마법사의 수준은 처참했다.
국가 마법사라는 이름으로 허용된 마법직들은 대부분 전사와 겸직을 하는지라 전문 마법사에는 미치지 못한다.
속여 넘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게 하루 종일 희우와 시내를 돌아다녔다.
랭커로 보이는 이와 마주친 적은 없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그럴싸해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희우는 정신적으로 조금 지친 듯해 보였다.
"사람이 정말 많네요. 아니, 사람이 아닌 사람들도."
"왕국쯤 가면 종족 카드 구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거든. 인간보다야 장점이 많은 종족들이 널려 있지."
"수명 때문에라도 그렇겠네요."
그리 생각하는데 옆자리에 요정 부부가 와서 앉았다.
젊은 외모지만 행동거지는 묘하게 노인네 같다.
희우도 그 점을 눈치챈 모양이다.
"요정 카드는 비싸겠어요."
"유배자가 아니게 된 이들은 수명이 끝나간다면 요정 카드를 원하지. 그나마 구하기 쉬운 장생종이거든."
희우가 장난스레 웃으며 속삭였다.
"천사는 얼마나 살아요?"
"수명이 없어."
"엑?"
"영원히 그렇게 예쁜 얼굴로 살아갈 수 있을걸?"
"아저씨는요?"
나는 글쎄. 미궁을 클리어하고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걸 알 수 없다.
"밥이나 먹어."
"피이, 또 말 돌린다."
"파스타 그립지 않아?"
"어 어?"
로제 파스타를 한입 먹더니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참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다.
* * *
수색은 지난했다.
경찰을 총동원할 수는 없다. 치안 유지는 해야 하니까.
그래서 군대가 동원되었다.
사복을 입은 군인들이 사방을 돌아다니며 문지기의 발언으로 추려진 특징을 되뇌며 돌아다녔다.
본디 그런 업무를 하던 부대 이외에도 동원된 대규모 수색이었다.
시민들에게는 티 내지 않았다.
범죄자인 것처럼 대대적으로 공표했다가는 심기를 거스를 수도 있다.
귀중한 열쇠이자, 얼마나 고여 있을지 알 수 없는 하이랭커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은 좋지 않다.
삼의회에서 내려온 지시는 어디까지나 정중하게 접촉을 시도하라는 것이었다.
아직 다른 하이랭커들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그보다는 아래, 삼의회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만 정보가 풀리고 있다.
가능하면 영입을 해야 한다.
튜토리얼에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달고 나온 유배자를 놓치는 것은 뼈아픈 손실이기에.
동시에 필요하다면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다.
막 튜토리얼에서 나왔다.
거기서 몇 년을 보내었건 왕국의 [리프트]를 이용하지 못한다면 한계는 분명하다.
상대가 이미 랭커급의 능력치를 지녔다 가정하더라도 수십의 랭커가 포위하고 제압한다면 가능하다.
남의 것이 될 바에야 여기서 죽이는 게 옳다.
"하지만 정말 감쪽같군. 그 금발의 천사는 아무리 보아도 우리가 놓친 46 서버 출신의 인물이지 않나."
마중 나온 듯한 천사는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이였다.
튜토리얼에서 고위종족 카드를 사용하고 나온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로, 8년 전에 하드스록이 한번 뒤집힐 뻔한 일이었다.
그때는 아직 모두가 [왕국의 문]을 주시하고 있었고,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을 방도도 없었다.
그런 종족은 칭호를 볼 필요도 없다. 경력도 필요 없다. 종족 빨만으로도 뭐든지 해낼 수 있는 수준이니 설사 초회차라 한들 키우면 될 일이다.
다만 그 천사조차도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어디선가 신분세탁을 하고 잠적해버렸을 것이란 추측만 남았을 뿐이다.
"그 천사와 이어져 있는 하이랭커 집단이라면 더더욱 중요해지지."
"어떻게든 연결 고리를 확보해야 해."
"그런데 어떻게?"
연초만 뻑뻑 태우며 시간이 흐르고 있다.
차라리 나가서 싸움하는 것이 낫지. 전사로서 이런 일은 영 익숙하지 않다.
명령을 내리는 입장이라도 마찬가지다.
자신만큼 고레벨이 거의 없으니 직접 내려가 수색이라도 하고 싶지만 관련 스킬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니 의미가 없다.
결국 저쪽이 접촉을 해오거나, 아니라면 하드스록의 하이랭커들이 나서게 될 텐데.
후자는 피하고 싶었다.
그 시점에서 찾아온 급보는 아주 희망적인 것이었다.
"발견했습니다!"
"뭣? 어떻게?"
발견 경위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음, 그래 그런 외모의 커플이 흔하지는 않지."
하루 종일 데이트를 했으니 당연히 눈에 띈다. 가뜩이나 오크와 트롤이 잔뜩 있는 전사 위주의 나라다.
그 가운데 날개를 숨겼다곤 하나 빛이 나는 듯한 화사한 외모로 못지않게 잘생긴 남자와 함께하고 있으니 발각되지 않을 리가 없다.
"얼른 위치 확보해! 랭커 부대 움직이고! 신중을 기해야 해, 함정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마법사면 어쩌지?"
"마법사는 죽여야지!"
"미친놈, 너희들은 여기 있어라 내가 가보고 올 테니."
말은 함정이라고 했으나 그게 무슨 함정일지는 그들도 모른다.
하이랭커라는 이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는지는 도통 알기 힘드니까.
연차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자들만이 그렇게 불릴 정도로 강해진다.
그러니 대비는 해야 했다.
소집된 랭커들이 움직였다.
마법사를 극히 증오하는 트롤 전사와 노티를 풀풀 내는 용인 전사를 남겨두고 일어섰다.
접선 같은 것은 원래 그가 해야 하는 일이다.
하드스록의 랭커 중 유일한 인간 전사인 마이어는 한숨을 내쉬며 움직였다.
일단은 무기를 챙기지 않았다. 장비도 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것으로 바꾸었다.
칭호도 그를 상징하는 [몽환의 숲 정복자]를 떼고 평범한 것으로 바꾸었다.
식사중이라고 하니 우선 옆자리에 슬그머니 합석해서 관찰해보자.
"잘생겨서 발견되었다니. 어째 좀 꼽군. 어떻게 생겼는지나 좀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