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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193화 (193/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193화

왕국 - Lv. 463 블랑쉐(3)

블랑쉐는 아직도 살아 있다.

그녀가 왕국에 진입한 지는 8년이 지났다.

고난의 세월이었다.

처음에는 어째서 그녀를 모두가 알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살아서 빠져나가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온존해온 장비들 중, 광학미채는 투명화 마법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몸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었다.

살아 도망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개척이 아주 많이 진행된 왕국이었다. 그녀의 17년 유배자 생활에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하지만 가장자리로 갈수록 험해지는 왕국의 특성상 충분히 숨어들 공간은 있다.

야지를 떠돌며 레벨링에 주력했다. 언젠가는 소모될 바깥의 장비들을 제외하더라도 경험은 온전히 남아 있다.

그 와중에도 기이할 정도로 그녀를 알아보는 이들은 많았다.

외곽지역의 인구가 적어서 오래 살아남았다. 만약 더 강력한 유배자가 개척지를 얼쩡거렸다면 진작 죽었을 것이다.

레벨이 주는 격차는 크다. 초기 능력치가 월등한 블랑쉐조차도 이겨낼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녀가 2년이나 지나고 나서야 마침내 이 지옥 같은 상황의 진상을 알게 되었다.

"네년은 고정 NPC야! 알아? 인간도 아니라고! 이 데이터 쪼가리야! 어중간하게 게임 흉내나 내는 이 등신 같은 미궁이 낳은 사생아란 말이다!"

이런 외곽에서 보기에는 충분히 강했던 어느 사내의 마지막 외침이었다.

블랑쉐는 피투성이가 된 채 그 말을 들었다.

아슬아슬한 승리다. 다시 한번 승부한다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아니, 반드시 진다.

이번 전투로 그나마 남아 있던 모든 장비의 내구도가 모조리 다했으므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살려보려 했으나 그간 샘은 근처조차 갈 수 없었기에 여의치 않았다.

그녀의 병은 오래전에 텅 비었다.

그 날 이후로는 그냥 죽어버릴까도 생각했다.

저 남자의 마지막 절규는 틀림없이 그녀를 미궁이 멋대로 조합한 데이터 덩어리라고 말하고 있었으니까.

남의 말을 쉬이 믿지 않는 타고난 성정과 한 가지 희망만이 그녀가 삶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오르골.

증오스럽고도 그리운 그 이름이여.

그 남자도 이곳에 있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그녀는 거짓이 아니다.

그럴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러니 아직 죽을 수는 없다. 확인해야 한다.

그 남자의 존재를. 그 증오스러운 아비와 그 아비가 새로이 데리고 있던 희생자 소녀의 진상을.

모든 미심쩍음을 뒤로하고 블랑쉐는 그 추론을 합리화했다.

그녀의 삶은 바깥에도 그런 방어기제의 연속이었기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포기하기에는 돌아가고자 버텨온 17년의 세월이 너무나도 원통했기에.

물론, 그렇게 마음먹었다고 삶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블랑쉐는 너무나도 유명했다. 길 가던 무지렁이 유배자조차 맨얼굴을 직시하면 경기를 일으키며 도주하거나 무기를 빼 들었다.

그런 환경에서 유배자의 가장 큰 무기인 힐링 포션의 샘조차 대부분 각 국가의 거점인 리프트 곁에 있다.

끊임없이 가혹한 나날이었다. 그 어떤 임무도 이 지경은 아니었다.

온 세상이 그녀를 적대하는 것만 같았다.

5년이 지났을 무렵, 충분한 레벨링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이제 야지를 떠도는 생활을 청산해야 했다.

그래야 오르골을 마주할 수 있을테니.

일단 얼굴을 뜯어고쳤다.

어차피 제 아비인 오르골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얼굴이다.

그간에야 임무에 활용할 수 있었으니 꾸몄다. 유배자였던 적이 없는 NPC들은 몰라보니까 유지했다.

유배자가 득실거리는 곳으로 뛰어들 이제는 필요 없다.

불길로 얼굴을 지져 추녀가 되어서야 블랑쉐는 간신히 시가지에 입성할 수 있었다.

적을 홀리기 위해 가꾼 육감적인 몸매도 야위어 사라진 지 오래다.

붕대에 둘둘 감긴 정체불명의 괴인만이 그곳에 남아 있었다.

긴 야지 생활에 건강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서바이벌 지식은 충분할 정도로 숙지했으나 괜히 왕국의 개척이 여기서 멈춘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곳의 짐승들은 정상적인 짐승은커녕 몬스터조차 아니었다.

뒤틀린 이형의 무언가일 뿐.

그런 것들의 고기는 조금씩 몸을 병들게 했다.

블랑쉐가 많은 희생과 노력 끝에 처음으로 하드스록의 샘에 도달했을 때, 그녀는 죽기 직전이나 다름없었다.

시가지를 구분하는 담을 억지로 넘어 겨우 샘에 도달하고, 문지기가 한눈파는 사이 간신히 몸을 치유했다.

몸의 온갖 손상들은 회복되었으나 이미 상해버린 얼굴과 몸의 형태는 돌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다행인 일이었다.

그 이후로 3년간은 본업에 충실할 수 있었다.

그녀는 바깥에서나 미궁에서나 암살자다.

이젠 쓸 만한 총기를 구할 수단이 없었으니 조악한 날붙이를 써야만 한다.

하지만 블랑쉐는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이름을 떨치는 데 성공했다.

얼굴을 붕대로 감고 다닌다고 하여 ‘밴디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오르골에 대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

죽었을 리는 없다. 그 남자라면 말이다.

* * *

희우는 현재 베이스는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종족이 바뀌면 마인드맵과 레벨조차 어느 정도 초기화되기에, 목표하는 종족 카드를 얻지 못했다면 정밀한 세팅이 저어된다.

희우의 전투 스타일상 속도 위주의 전사카드인 기천사보다 어울리는 카드도 없다.

기천사는 미궁의 종족들 중 단순한 속도로는 가장 빠른 존재다.

그럼 이제 선택지가 될 만한 스킬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은 속도라는 이점을 더욱더 강화하는 [은빛 섬광] 같은 스피드스터 계열의 유니크 스킬이 있다.

다른 방향성으로는 묵직한 한방의 힘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파워 계열 스킬들이 있는데 [원초의 힘]이 아주 좋은 선택지겠지만 이미 전쟁의 신이 가지고 있으니 패스.

그럼 [무오의 광휘] 같은 것도 좋다. 이건 속성과 방어력을 타지 않는 고정 대미지와 관련된 스킬이다.

"어째 이름이 다 추상적이네요?"

"기억해 둬, 추상적일수록 더 좋은 유니크 스킬이야. 조건이 까다롭고 등장 확률도 낮지."

일반적으로 직관적인 이름일수록 성능은 떨어진다.

여신님이 보유한 유니크 스킬들 중에서도 [소멸의 노래]와 [확장성 파문]을 빼면 최상위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이름이 직관적일수록 그 역할도 한정되기 때문이다.

두루뭉술하고 뭐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이름이야말로 전천후의 응용이 가능하다.

"그건 뭔가 알 것 같네요. 성냥개비의 신보다는 불의 신이 더 강한 그런 느낌이니."

꼬맹이가 약간 불안해했다.

"[초마도사]는 좋은 게 맞나요?"

"마법사한테 가서 그런 소리 하면 뺨 맞을 거야 어디 가서 그런 질문 하고 다니지 마."

마법은 스킬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실존 마법을 초월하지 않는다.

고로 마법 그 자체를 더 잘 구사하게 도와주는 종류의 스킬들이 최상위 대접을 받는다.

거기에 하나 더 얹은 꼬맹이는 이 왕국 최강의 마법사가 될 자질이 있는 셈이다.

"그래요? 정말요?"

관심 분야가 마법밖에 없는 아이다 보니 마법에 대한 칭찬만큼은 정말로 행복하게 받아들인다.

입꼬리가 주체가 안 되는 모습이 어여쁘기도 하지.

"솔직히 말하면 전 잘 모르겠어요. 고르는 스킬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 거죠?"

"최상위로 평가 받는 유니크 스킬들은 동급의 다른 유니크 스킬들과 공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습득 조건이 모순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지."

[은빛 섬광]을 얻는다면 공격력의 극단에 있는 스킬을 가질 수 없다.

그 경우 장비로 최대한 공격력을 보정하고 갉아먹기 식의 운영을 하게 된다.

"아저씨가 설계한 이상적인 파티에서 제 역할이 정확하게 뭐죠?"

"기동대. 위험한 곳이 있으면 빠르게 지원할 수 있어야 해. 동시에 전문 암살자로 영입할 인원과 보조를 맞추어 그쪽 역할도 수행 가능해야 하고."

"하이브리드네요. 힘살자가 원래 그런가."

"그렇지. 한쪽으로만 특화된 유배자는 생각보다 많아.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이는 극히 드물지."

"아저씨는요? 어떤 포지션이죠?"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하면 될 뿐이다.

"상황을 보고 힘민지 세 스탯 중 어느 쪽에 비중을 쏟을지 결정할 거야. 파티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식이지."

"지금은 힘지능 방향이라고 했죠? 뱀파이어가 되기 전에는 민첩지능 계열이었고."

"힘민지 셋 다 쓰면 효율이 너무 나쁘거든."

지금 게임 캐릭터로서 내 상태는 썩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넘어 만신창이다.

[피의 군주]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조건만 만족한 채로 혼돈의 권능을 혹사하여 얻어낸 결과일 뿐이다.

바르바로이의 망토가 아니라면 획득도 불가능했겠지.

정상적인 마인드맵이 중심으로부터 굳건하게 엮어나가며 멀리 뻗어 나가는 형태라면 나는 비정상적으로 가늘고 길게 뻗어 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망토 덕에 무수한 스킬 포인트를 아낀 셈이기도 하다.

나는 그것을 다른 곳에 투자할 것이다.

어차피 뱀파이어로 계속 지낼 것도 아니기에 당장 아쉬운 점만 메꾸면 된다.

일단 당장의 내 상태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스킬의 도움 없이도 마법사로서 충분한 힘을 낼 수 있다.

장비로 보완하며 종족이 세팅되기를 기다리면 된다.

파티원을 하나하나 완성해갈 필요가 있다.

우선은 세팅이 완료에 가까운 희우부터.

희우는 큰 고민 없이 결론을 내렸다.

"빠른 게 좋아요. 어쨌든 전 [단검 마스터리] 스택을 잔뜩 쌓았으니까 시종일관 리치는 짧을 거잖아요."

"안정적인 선택이군. 의외인걸."

"왜요? 일격필살을 노리고 싶어 할 거 같았어요?"

"조금 그런 느낌도 있고. 몸에 익힌 기술도 일격 일격에 필살을 담는 식이었잖아?"

"그건 너무 위험하잖아요."

"죽기 싫어서?"

"전 꼭 아저씨랑 결혼할 거거든요."

내가 그만 웃고 말자 희우가 화를 낸다.

"왜 웃어요!"

나는 웃는 얼굴 그대로 대답했다.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서. 여기서 탈출한 이후를…… 한 번도 생각 안 해봤구나 싶네."

"어……."

각자의 세계로 돌아가게 되는 걸까. 아니면 게임의 세계가 붕괴하는 걸까?

클리어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내야 하는 문제다.

"그럼 일단 포인트부터 넣자. 블랑쉐와 싸워야 할 거야."

"이번엔 지지 않을 거예요!"

"그래, 그래도 조심해야지."

‘밴디지’는 많은 선금 덕에 정보 없이 의뢰를 수주했다.

레미는 한동안 이 저택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블랑쉐가 신전에만 틀어박혀 있는 레미를 직접 노릴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분명 거기서 나오는 순간을 노릴 것이다.

우린 역으로 잠복한다.

* * *

레미가 좋아서 자기 자신을 표적으로 삼는 것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여궁수는 몰랐으나 레미는 이미 블랑쉐와 마주쳐 죽어본 적이 있었다.

그것도 제법 많다.

동정심을 유발하건 쓸모를 어필하건 다 의미가 없다.

그냥 죽일 뿐이다.

유배자를 경험치로밖에 보지 않는 괴물.

그 괴물이 이제 자신을 노리고 있다.

물론 튜토리얼에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

레미가 이 작전을 수락한 것은 영감님을 믿어서도 있지만 빛나는 여러 파티원들 사이에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쓸모를 증명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블랑쉐에 대한 공포보다 그것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다.

신참인 제니의 존재는 그 불안감을 낫게 만들기보다는 더 가속했다.

명백하게 자신보다 더 뛰어난 유배자였으니까.

아직 100년이 다하지 않고 왕국에서 보낸 30년을 빼더라도 20년 차 유배자인 제니는 실질적으로 엔젤과 비슷한 수준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레미가 하는 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가르칠 것은 없다. 그저 길드마스터로서 블러핑을 할 뿐.

제니는 갑자기 생긴 호위 임무에 의아해하면서도 충실했다.

엔젤은 너무 눈에 띈다.

헨리는 현재 왕국의 유일한 혼돈의 신관으로서 신도 관리에 바쁘다.

기존에 북부 병원 구역에 있던 길드 마스터들은 아직 신뢰할 수 없다.

북부의 왕이 바뀌었다는 사실에도 마냥 기뻐하기보다는 얼떨떨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개중 몇몇은 오히려 이전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레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던 제니가 묻는다.

"왜 그러시죠? 마스터?"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도 이 고양이 귀 쌍검사는 충직하다.

랭커를 보고 들어온 길드다. 그런데 갑자기 혼돈의 신전에서 길드 마스터의 호위가 되었다.

심지어 마법사다.

그런 혼란에도 불구하고 입을 꾹 다물고 시키는 일에 충실했다.

신앙도 혼돈으로 갈아탔다. 본래는 가성비의 문제로 내구도 보정을 주는 무기의 신을 섬겼었다.

날씨는 춥지만 신전 내부는 따뜻하다. 성역은 언제나 최적의 상태가 유지된다.

레미는 하품을 하며 서류를 펼쳤다.

제지공장이 존재하는 것은 꽤 놀라운 일이다. 이 왕국은 컴퓨터가 없을 뿐, 꽤나 발전해 있다.

볼펜 역시 누군가 만드는 법을 알아서 존재하는 것이겠지.

그때 여신님이 신언을 보내왔다. 레미는 시간의 신도지만 성역 속이기에 가능하다.

이런 일 자체는 드물지 않다. 레미가 헨리와 함께 교단의 일을 맡은 후엔 여신님께 많은 지도편달을 받아야 했다.

평소에는 푼수 같은 여신님이지만 오랜 세월은 어디 가지 않는다.

늘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조언을 한다.

그러나 이번 조언은 상당히 격렬했다.

「미쳤군. 지금 신전에 암살자가 진입했다. 성역은 내가 빠짐없이 지켜볼 수 있음을 알 텐데.」

"네?!"

「달리고 있다! 도망쳐!」

블랑쉐의 강함은 미지수다. 레미는 위험부담을 질 생각이 없다.

제니가 영문도 모르고 따라오는 가운데 레미는 방향을 생각해야 했다.

어디로 도망치지? 성역을 벗어나는 게 더 위험한가?

「안 되겠군. 이동 보조 스킬이 많은 모양이야. 그냥 성역 안에서 맞아라.」

레미는 제니를 보았다.

"싸울 준비를 해."

"네? 여기서요?"

"곧 암살자가 온다."

단지 그 말만으로도 제니의 눈에 각오가 서린다. 오 세상에. 왜 이렇게 충실하지?

하지만 레미도 알 것 같다. 리더가 하는 짓을 보고 있으면 절대로 그 줄을 놓고 싶진 않은 법이다.

레미는 [시간 정지]를 사용할 수 있을까를 약간 고민했다.

아무래도 불가능하다. 신앙을 다시 모을 시간이 없었다.

마력 탐지가 퍼져나간다.

감지되는 것은 없었다. 마력 탐지를 속이는 수단이 있나?

정신을 집중하자 퍼져나간 마력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 어떤 단절이 어렴풋이 잡혔다.

탐지의 원리가 레이더라면 이건 스텔스다.

그리고 그 위치는…….

여신님이 한발 빠르게 알려주었다.

「위다!」

낡은 천장에 구멍이 나 무너져 내리며 그림자가 떨어졌다.

제니가 몸을 날렸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

번뜩이는 스파크.

두 인영이 서로 겹쳐진 후 다시 멀어졌다.

레미는 얼른 각종 디버프를 캐스팅했다.

제니가 비틀거렸다.

디버프가 날아갔다.

하지만 [은신]의 검은 연기 이펙트와 함께 모습이 사라진다.

마력 탐지에 걸리는 것은 없었다.

「빠져나갔다. 크게 돌고 있다. 빠르다.」

아니, 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 거지?

뒤늦게 회색의 기묘하게 생긴 물체가 눈에 띄었다.

오랜만에 보았지만 눈에 익다. 짝수 층의 열매!

회색? 이번 회차에선 이게 뭐였지?

기억하고 있던 열매 색들에 혼동이 온다.

열매가 터지는 순간 무엇인지 깨달았다.

연기가 퍼져나간다. 마력적 탐지의 성능을 떨어뜨리며 오감을 교란하는 연막.

좁은 곳에서는 질식도 유발한다.

완전히 마비되기 직전에 포션을 삼킨 제니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독인 것 같습니다! 조심하세요!"

레미는 캐스팅된 디버프를 자신의 주변에 [메모라이즈]했다.

언제 건 발사될 준비가 끝난 술식들이 주변을 맴돈다.

그러는 한편 여신님의 연락을 받고 두 명의 천사들이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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