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206화
왕국 - Lv.152 민첩한 자들의 나라(2)
왕국에는 분명히 넓은 영토가 존재하며, 농사도 가능하다.
이 왕국에는 과수원도 있으며, 어선도 있고, 지구에도 평범하게 존재하는 광물도 있다.
개척을 방해하는 기이한 괴물들과 리프트, 그리고 길드석의 존재만 뺀다면 현실 지구와 크게 다를 것 없는 곳이 왕국이다.
이렇게만 들으면 의외로 자급자족이 가능하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이지 않고 좀 더 미궁적인 자원은 왕국의 부지에 존재하지 않는다.
마석, 원소 결정, 정령, 미스릴이나 아다만타이드로 대표되는 상위 금속, 온갖 귀중한 생물들의 신체 일부.
그런 것들은 당연하게 누리게 된 끝에 왕국에 도착하는 것이 유배자다.
하물며 미궁에 지구의 인류가 쌓아 올린 문명의 성채 따위는 없다.
완전히 밑바닥부터 새로 쌓아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 상황에서 미궁적인 모든 것을 배제하고 온전히 과학문명을 다시 만든다?
불가능하다.
당장 이 기차만 해도 석탄으로 때는 증기기관조차도 아니다.
물을 끓인다는 원리는 동일하되 마석이나 마력결정, 혹은 마력로를 에너지원으로 움직인다.
석탄이나 석유를 사용하는 물건도 분명 존재하며 꽤 많은 수요를 가지고 있으나, 왕국의 가장 중요한 기반시설은 마도공학이다.
그리고 그 마도공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 서버에서 채취하는 자원들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는 마석.
원소 결정이라 부를 만큼 순도가 높진 않은 마석일지라도, 그 열량은 화석 연료를 상회한다.
결국 왕국의 기반은 서버를 대상으로 한 무역이거나 약탈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일에 익숙해진 유배자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더 나은 길을 찾아낸다.
NPC를 상대로 한 약탈과 유배자를 상대로 한 약탈이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
각 국가 내부 사정이 얼마나 열악하건 결국 그곳에 머무는 배경이 있다.
전사의 나라에 존재하는 대규모 슬럼가라도 최소한의 질서는 존재한다.
대량학살 따위를 벌였다가는 하드스록이 나선다는 확실한 사실.
국가라고 불리는 길드들의 터전 바깥은 훨씬 더 끔찍한 무법지대다.
"도적이라고요?"
서둘러 돌아온 희우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래도 열차 강도를 할 정도로 대범한 녀석들은 드물 건데 말이지."
"열차는 기본적으로 [아케인]이 기술을 제공하고 [시티즌]이 운영하는 건데요……."
폭음에 깨어난 제니가 사색이 되었다.
"아예 외지로 떠난 무법지대의 유배자들 중에서는 랭커급이라고 불리는 이들도 있다고……."
거기까지 말하고 제니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황망한 표정이 무언가 깨달았음을 알려준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진짜 랭커도 아니고 ‘랭커급’이면 다발로 붙어도 안 되겠지? 그렇게 자처하는 놈들은 진짜 랭커는 못 되는 놈들이잖아."
"네에……. 그렇네요."
블랑쉐도 코웃음 쳤다.
"내 초기 장비만 다 있었어도 랭커급이니 하는 녀석들은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선 언니가 제일 약한 축이잖아요."
"닥쳐라."
그런 와중 꼬맹이는 흥분과 분노로 몸을 떨고 있었다.
도대체 이 아이가 왜 이러나 했는데 중얼거리는 말로 깨달았다.
"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마력로가 엔진에 동력을 공급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우, 세상에. 학구열에 불타는 우리 꼬맹이를 방해하면 X 되는 거예요.
정말 아주 X 되는 거야.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한 제니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지난 수십 년간 가져왔던 인식이 아직 현실의 파티 멤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익숙해져야 해. 아래가 아니라 위를 보아야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다고. 그걸 걷어차려고 기다리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데."
"명심하겠습니다."
"너도 이제 충분히 고레벨 반열이야."
제니의 레벨이 372던가. 하늘 유적에서는 거의 활약할 여지가 없었기에 난쟁이 왕국 몰살 후로부터 2밖에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 어디 가서 떵떵거리기에는 충분하다.
어딜 가나 빈익빈 부익부다.
강해지는 법을 모르는 자들은 수없이 목숨을 바쳐가며 깨달을 때까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제 목숨이 아깝기까지 한 자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대다수는 방법도 모르며, 제 목숨도 아까워한다.
제니의 이전 파티가 200대 중반의 레벨로도 베테랑이니 은퇴니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372레벨의 유배자는 왕국 평균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강력한 존재다.
기술적인 면은 넘어가도 그냥 스펙만 따져서 그렇다.
"장비도 번쩍번쩍하고 안 그래?"
요정들의 유적이었기에 노획한 장비는 죄다 미스릴제다.
아다만타이드나 오리하르콘 같은 희토류 금속은 마법 시전에 역보정을 가한다.
동급의 금속 중에 마법 친화적인 건 미스릴뿐이다.
그리고 마법을 구사하지 않는 NPC 요정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 어떤 장비건 미스릴일 수밖에.
제니는 마법을 겸하지 않는 쌍검사이니만큼 요정이어도 물리적으로 훨씬 강한 아다만타이드가 어울리긴 한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 미스릴이라고 한들 룬강철과도 비할 수 없는 귀중한 재질이다.
"아깝다고 생각도 하지 마. 앞으로 그런 재질의 장비는 산더미처럼 가지게 될 테니까."
"네! 넷!"
"요번엔 맡겨볼까?"
"알겠습니다!"
제니가 여전히 새빨간 얼굴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축 처진 귀도 다시 힘을 되찾는다.
꼬리까지 빳빳하게 선다.
꼬맹이도 눕혀둔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마법사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파밍이었다.
2미터에 가까워 언뜻 불균형해 보이는 지팡이지만 그만큼 어딘가 대단한 마법사 같아 보이는 효과는 있었다.
사실 꼬맹이는 이미 대단한 마법사가 맞다.
"저도! 저도 괜찮지요?"
"노출이 가장 덜 된 편이니 문제없을 거야. 이제 갈 곳은 마법사인 걸 드러내는 편이 더 좋기도 하고."
"다 부숴 버릴 거예요!"
"기차는 부수지 말고."
성난 듯 지팡이를 바닥에 쿵쿵거린다.
바깥에선 우왕좌왕하는 소리와 습격한 도적들의 함성이 들려온다.
나는 희우를 슬쩍 보고 블랑쉐도 보았다.
블랑쉐가 가려졌음에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인상을 찌푸렸다.
"좋아, 나도 가지.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수는 없지."
희우가 방긋 웃었다.
"단둘이네요."
이제 피가 튀고 살이 튈 예정인데, 평온한 피크닉처럼 말하는 게 좀 무섭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좋다. 콩깍지가 아니라, 사소한 것도 일일이 꺄악꺄악 하는 여자들을 보면 아무래도 한심하다는 생각부터 들 거 같아서 말이다.
미궁은 언제나 자신의 유능함을 증명해야 하는 곳이다.
아무도 거저로 뭔가 해주지 않는다.
제니가 결연하게 문을 열어젖혔다.
꼬맹이는 분노로, 블랑쉐는 피로함으로 객실을 나선다.
승무원들이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 * *
승객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들도 상당수는 유배자다.
최소한의 전투력은 가지고 있다.
애초에 그 험난한 튜토리얼을 통과하여 도달하는 곳이 왕국이다.
이곳은 빵집 주인이나 농부, 하다못해 빼빼 마른 할머니조차도 맨손으로 곰 정도는 상대할 수 있다.
그런 초인들을 털려고 달려오는 무리가 있다면 당연히 초인이다.
게다가 바보가 아니라면 자신이 있음이다.
애초에 승무원들부터가 전원 200레벨 이상의 정예로 구성되어 안전을 보장하는 열차였다.
"이런 제기랄. 왜 하필 지금이지?"
"여보, 괜한 이주하지 말자고 했잖아요!"
"아, 하지만 그곳에 계속 남아 있었다간 무슨 꼴을 당했을지 모른다고! 북부의 왕이 죽었어!"
로커스트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의 친구 제리코와는 다르게 그는 줄을 잘못 잡았다.
북부의 왕을 불러들인, 아니, 뭐 어차피 그가 하지 않았더라도 알아서 쳐들어왔겠지만, 어쨌든 그럼에도 그 앞잡이였던 것이 로커스트라는 이름을 쓰는 유배자였다.
슬럼의 작은 조직의 보스고 뭐고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잔혹한 일이 있을지 모르기에, 미처 들키기도 전에 내빼었다.
그리고 기도했다. 제발! 제발! 무사히 재산을 정리하고 [시티즌]으로 튈 수 있기를.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맹자님!
한때 유배자였던 신에게 의지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였다. 바깥의 신 혹은 성현들은 주워섬기며 나선 피난길이다.
[천사의 눈물]은 확보한 구역 정리만 해도 충분히 바빴다. 북부의 왕이 남기곤 잔당들이 반항해주어 어찌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래서 누구도 모르게 이렇게 은밀하게 열차에 올랐다. 그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 용병 전사로서 새 삶을 살 것이다.
이런 불상사만 없다면.
구린 일을 하는 자들은 더 구린 일을 하는 자들에게 빠삭하게 마련이다.
하드스록도 바보가 아니기에 마약만큼은 두고 보지는 않는다. 마법이란 편리한 수단도 있는 미궁에서 몰래 마약의 원료를 재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 그게 다 어디서 재배되겠는가.
거대 길드의 통제를 벗어난 저 무법자들이다.
그들이 거머쥔 부와 그들이 가진 병력의 규모를 알기에 로커스트는 절망했다.
무언가 확실하게 노릴 것이 있어서 저런 일을 감행한 것이다.
이 열차의 승무원 정도로는 감당할 수 없으리라.
아내가 비장하게 무기를 들었다.
"우리도 유배자 나부랭이. 이대로 순순히 당할 수는 없죠!"
"당신은 아직 연차가……."
"시끄러워요! 우리 아이는 다시 볼 수 없게 되잖아요!"
그 말에 로커스트도 정신이 번쩍 든다. 늦은 나이에 얻은 아이. 아직 어린 자식들은 유배자조차도 아니다.
여기서 그가 포기하면 누가 이 아이들을 지키지?
그런 결심이 오가는 와중에도 사태는 진전된다.
애초부터 작정하고 덤볐다.
무장 강도 떼는 도대체 어디서 구했는지 장갑차량마저 끌고 돌격해 왔다.
마법사인 기장이 하늘에서 연속된 전격을 불러일으켰으나 역부족이다.
슬럼에 떠돌던 조악한 총기류와는 비교할 수 없는 품질의 총기들이 불을 뿜기 시작한다.
그 대부분은 미래에 마도공학으로 만들어진 플라즈마 병기였다.
이미 탈선하고 뒤틀린 장갑열차의 외벽이 녹아내린다.
기장은 서둘러 몸을 숨겼다.
승무원들의 대응 사격은 결코 빈약하지 않았으나 강도들이 너무 강했다.
숫제 포격까지 날아온다. 장갑차량을 뒤흔드는 대전차 화기다.
기관실을 노리는 포탄만은 마법사들이 어떻게든 방어해 냈다.
열차 몇몇이 폭발에 휘말려 뒤틀린다.
내부의 승객들이 비명을 질렀다.
반면 저항을 포기하는 승객은 거의 없었다. 모두 애병을 하나씩 뽑아 들고 나선다.
쇠붙이가 부딪히는 불꽃에 살이 익는다.
피비린내 사이에 고기 타는 냄새가 섞이고 녹아내린 철의 비릿함이 스며든다.
때맞춰 우중충하던 하늘이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수도꼭지라도 돌린 듯 미친 듯이 내린다.
로커스트는 객실 창을 타고 들어온 대검의 전사를 향해 돌진했다.
지극히 절제된 충돌음이 울린다. 로커스트가 잘해서는 아니었다. 상대는 전력을 다한 일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흘린다.
아내가 비명인지 고함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가세했다.
몇 번의 합을 겨루고 혼미해지려는 가운데 상대는 무자비했다.
우악스러운 대검의 기세에 밀려난다.
아내와 함께 밀어내는데도 이길 수 없다.
상대의 레벨은 몇일까? 상대하기 힘든 수준임은 분명했다.
이를 악물고 밀려나는 발을 다시 디뎠다.
간신히 떠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좁은 열차 내부다. 대검은 불리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객실을 통째로 베어 공간을 확보해 버리는 상대를 보며 망연자실해야 했다.
온몸의 털이 쭈뼛하고 선다.
소름인지 전율인지 모를 무언가가 전신을 내달린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상대방의 머리카락도 바짝 서 있다.
주변의 모두가 그렇다.
이 전율과 소름은 결코 정신의 작용이 아니었다.
파직, 파직.
서늘한 스파크가 튄다. 비에 푹 젖어가는 객실 내부에.
당황하기는 상대 전사도 마찬가지였다.
* * *
차체 상공으로 떠오른 꼬맹이는 정말로 정말로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이 조그마한 뱀파이어 마법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요, 그다음은 마법이다.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건 살아 있음의 증명이요, 죽어 있던 지난날에 대한 반증이다.
처음 보는 마법적 장치에 한껏 몰입하고 있었는데 방해하다 못해 엔진을 때려 부쉈다.
탐구의 방해.
죽음으로 갚을지어다.
있는 힘껏 끌어올린 마력의 속성이 변화해 간다.
육안 대신 마력으로 세상을 보는 꼬맹이의 눈에 체내의 마력이 주변으로 퍼지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그리고 완벽하게 통제하에 있는 마력들은 퍼져 나가 주변의 대기를 움직인다.
점차 번개의 속성으로 변해가는 마력의 색이 아름답다.
환하게 타오르는 분노의 번개다.
이제 유도 대상을 정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승객들은 알 바가 아니지만, 아빠가 살려두라고 했으니 신경 쓴다.
이 또한 난이도 높은 마법적 기교에 대한 시험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 기분은 표정으로 연결된다.
웃는 법을 배운 지 오래 지나지는 않았지만 엄마 아빠나, 마법에 대해 떠올릴 때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술식이 구축된다.
보조식으로 피해야 할 대상을 정한다.
꿰뚫고 지나가야 할 적들은 크게 퍼져 나가는 마력 탐지로 식별한다.
약간의 실수도 있었지만 바로잡을 수 있는 정도였다.
마력의 실들을 머릿속으로 구상한 무수한 술식 사이로 꿰맨다.
비도 내리게 했으니 전격의 위력은 증폭되겠지만 불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
이대로 쏠까?
꼬맹이는 고개를 저었다. 대신 조금 더 술식을 손본다.
이건 시험문제다. 아빠가 낸 아주 재밌는 시험.
이리 끼우고 저리 끼우다 보니 얼추 윤곽이 잡힌다. 꼬맹이는 곧장 술식을 완전히 구현했다.
본인은 몰랐으나 바깥의 모든 사람들이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2미터나 되는 지팡이를 소중하게 끌어안은 은발의 소녀는 주목받기에 충분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결코 사랑스럽다거나 가련하다는 이유에서는 아니었다.
우르르릉
온몸에 번개를 두르고 살의를 담아 흉흉하게 웃고 있는 재앙의 신이 그곳에 있었다.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전장의 모든 이들이 싸움을 멈추었다.
이쯤 되면 모두가 알 수밖에 없다.
지금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는 저 마법사의 소행이다.
분명 객실에서 나왔으니 아군이겠건만 승객들조차 몸을 떨었다.
그리고 지팡이가 힘차게 휘둘러졌다.
지나치게 커서 휘두른다기보다는 딸려가는 듯한 귀여운 모습이지만 제대로 보고 있는 이는 없다.
미스릴 동체 끝에 엮여 있는 원소 결정들이 웅웅 하고 진동했다.
지팡이가 지상을 가리킨다.
[날씨 제어 ? 적란운]
[대상 지정 보조]
[위력 축소 보조]
[정밀 사격 보조]
[유도 제어 보조]
[썬더 스톰]
* * *
"어우, 세상에."
"눈 아파요."
전격 계열 마법은 고위마법으로 가면 섬광탄 효과도 자연스레 가지게 된다.
광량이 아주 대단하니까 말이다.
[썬더 스톰]은 [미티어 스웜] 동급이라고 볼 수 있지만 용도가 약간 다르다.
운석이 지형지물의 파괴에 특화되어 있다면 전격은 역시 생물에게 큰 대미지와 행동불능을 부여하기 위한 마법이다.
혹은 기계에게 EMP 같은 효과를 노리기도 하고.
꼬맹이가 지팡이로 지상을 겨눈 직후부터 약 5초간 빛 속으로 사라졌던 세상이 다시 나타났다.
귀는 아무리 꼭 막아도 천둥이 파고든다. 어질어질하다.
다시 보이기 시작한 들판은 아주 장관이었다.
시커멓게 연기를 피워 올리는 무수한 숯덩어리들이 생겨났다.
상당수가 어떻게든 살아남은 모양인지 포션을 통한 재생 효과를 보고 있긴 했다.
입에 머금고 달렸을지도 모르지.
"영감님 번개 맞았을 때가 생각나네요."
"끔찍했지."
여신님이 조금 불안하게 말했다.
「어이, 부모님들. 저 아이에게 마법 쓸 때 저렇게 웃으라고 가르쳤나?」
"뭐 이상했습니까?"
「나중에 한번 봐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 무슨 일이람. 어쨌든 잘 웃으면 좋은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