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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210화 (210/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210화

????단계 - Lv???? 몽환의 숲(1)

대륙에도 기이한 환경은 많다.

하지만 본격적인 아공간, 홀수 층에 해당하는 계층은 더욱더 기이한 곳이 많다.

몽환의 숲은 그 대표 격이라고 할 만한 곳이다.

한 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짙은 안개로 가득한 그곳은 본래는 텅 비어 있다가도 누군가 접근하면 몬스터를 뱉어낸다.

획득할 수 있는 보상도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단지 칭호에 관련된 무언가가 있다는 정도만 알음알음 소문이 돈다.

내가 이 미궁 속에 떨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왕국에 발을 디뎠을 때도 그랬으며 지금도 역시 그러하다.

게임으로 이 세상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를 실감했던 곳이기도 하다.

게임 캐릭터의 목숨은 대단할 것이 없다. 정말로 그냥 실험을 위해 소비되어도 아쉬울 이유가 없으니까.

유배자의 목숨은 조금 다르다.

이런 곳에 진입할 정도면 이루어둔 게 너무 많다.

다시 살아나더라도 제 목숨은 목숨이다.

초개같이 던지며 연구 분석에 매진할 수 있는 유배자는 거의 없다.

그러니 기이한 기믹을 가진 곳은 상상 이상으로 공략이 알려진 곳이 적다.

에르메스는 몽환의 숲 경험자다.

클리어를 제대로 했다기보다는 탈출하는 데 성공해 본 케이스였다.

"일단 뭐 세간에 악명 높은 것처럼 그렇게 완전히 랜덤으로 몬스터가 나오는 곳은 아닙니다."

대다수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들 나름대로 고레벨이니 정보를 들을 곳은 많은 탓이다.

"여러 의견을 종합하고 실제 사례를 모아보면 아무래도 겪은 적 있는 적이 나타나는 거라고 생각됩니다만."

어느 궁수가 손을 든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그 겪은 적 있는 적의 기준은 어디까지입니까? 모든 회차?"

"이번 회차인 것 같습니다."

"확실하진 않군요."

"몇몇 보스급 적을 조우하고 살아 돌아온 이들의 말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어긋나지 않은 모양입니다."

나는 여기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감탄하기로 했다.

갈 이유도 없고 위험하기만 더럽게 위험한 곳에 대해 이렇게까지 정보가 존재하는 경우도 드물다.

보통은 피해가게 마련이라 그렇다.

이번엔 늙수그레한 암살자 하나가 손을 든다.

"협회 차원에서 사망 보험금 지불은 어찌 됩니까? 확정되었습니까?"

"자네는 처자식이 있었던가? 걱정 말게. 길드 마스터가 확정을 받아왔네. 협회에선 자네의 가족을 저버리지 않을 걸세."

계속해서 설명이 이어진다.

그가 겪거나, 다른 이를 통해 들은 내용에 대해서다.

절반 정도는 옳은 규칙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약간 미묘하다.

틀린 것은 아닌데 맞는 것도 아닌 그런 애매한 정보였다.

"우선 거점을 찾은 후 그 주변을 수색하는 식으로 진행될 겁니다. 거점을 찾는 법은 로잘린이 알고 있습니다."

로잘린은 에르메스와 마찬가지로 은퇴한 랭커인 궁수였다.

그는 자신을 마이어의 파티원이라 소개했다.

"몽환의 숲 공략 당시에 파티에 있었습니다. 이젠 은퇴했지만 가끔 연락은 하는 사이죠."

그루터기 요정 특유의 선한 목소리가 울린다.

다들 마이어의 옛 동료라는 점에서 적잖은 안심을 느낀 모양이었다.

현존하는 유일한 [몽환의 숲 정복자]와 함께했었다고 하니 위험은 훨씬 줄어들리라.

"그리고 이쪽은 새로 합류하게 된 멤버들인데. 오래 합을 맞춰온 파티라고 합니다."

이미 소개 자체는 받았었다. 다만 그건 누가 오더라 같은 식의 비공식적인 연락이었고 정식으로 모두가 모인 자리는 처음이었다.

우리는 전혀 유명하지 않기에 의심의 눈초리가 쏠린다.

나는 꼬맹이를 데리고 나가 인사했다.

"마검사입니다만, 소드마스터도 겸하고 있습니다."

"그 변태 클래스?"

"변태라뇨. 쓰기 나름이죠."

역시 좋은 소리는 못 듣는군.

옆의 꼬맹이를 마법사라고 소개하자 또 의심의 눈초리가 모인다.

외견이 열 살 정도인 것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어리다. 어린 유배자가 미궁에서는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여길 만하다.

꼬맹이는 박쥐를 만들어 보임으로써 자신이 뱀파이어라 알렸다.

시선이 조금 누그러진다.

일찌감치 뱀파이어 플레이를 시작하는 이들은 대부분 고참이다.

그리고 꼬맹이가 사방으로 마력을 퍼뜨린다.

미세하게 번져나가는 마력의 실들이 휘감기며 몇 가지 술식을 만들다가 사라졌다.

자유자재로 마법이 구축되다가 중간에 지워진다.

그중에서는 운석을 부르는 술식도 있었다.

궁수는 대개 반쯤은 마법직이다. 활 자체만으로는 화력이 아쉽기 때문이다.

로잘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마법사님은 왜 아케인 소속이 아니죠?"

"사정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어쨌든 좋아요. 스킬밖에 쓸 줄 모르는 얼치기가 아니군요."

수준 높은 마법의 활용은 알아보는 이들에게 경탄을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이 자리에 그것을 구분할 수 없는 자는 없다. 모두 새로이 들어온 파티를 환영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제니는 오들오들 떨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뭔가 보여줄 게 전혀 없으니까.

하지만 전사는 장비로도 말하는 법.

제니가 두른 번쩍번쩍한 미스릴제 장비들이 의심을 씻어준다.

희우도 아다만타이드 단검을 보여주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빛 좋은 개살구가 가질 수 있는 재질의 무기는 아니니까.

블랑쉐는 훨씬 더 쉽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었다.

하드스록에서 서부의 왕을 통해 의뢰를 받아온 그녀의 기록은 [더 시티즌]의 협회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청부업자라는 점에서 몇몇 유배자들이 께름칙한 표정을 보였으나 큰 문제는 아니었다.

어차피 사람 안 죽여본 유배자가 어디 있다고.

에르메스가 말했다.

"계약금도 모두 지불되었습니다. 이젠 아무도 발 뺄 수 없습니다. 그 순간부터 협회가 당신들을 추적할 거니까요."

왕국에 곧잘 존재하는 조직이다.

은퇴한 고참들이, 그러니까 더 이상 리프트에 목을 매지 않는 실력자들은 제니와 로건이 하던 단순 노동에 가까운 돈벌이보다 효과적인 일을 찾는다.

희귀품을 원하거나, 은원을 청산하려고 하거나, 혹은 지금처럼 구출대를 짜는 일 등.

하나의 사회로서 존재하는 왕국에 힘이 있다면 단기간에 돈을 벌어들일 일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런 의뢰를 중개하는 협회가 발생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보통은 민첩직이 그쪽으로 많이 빠지기에 이 나라에 발달해 있는 모양이다.

우리도 등록하고 와야 했다.

"출발은 저녁으로 하지요. 혹여 부족한 물품이 있다면 마저 보충하시기 바랍니다."

에르메스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물러났다.

여전히 안개가 자욱한 시티즌의 아침이었다.

* * *

"이거 괜찮은 거 맞나요?"

"왜? 엄청 위험해 보여?"

"그, 조우한 적이 있는 적이 랜덤으로 나타는 거라면 큰일이잖아요."

희우가 뭔가를 생각하듯 시선을 위로 향한다.

그 끝에 아른거리는 것은 아마도 드래곤이나 전쟁의 화신 같은 존재다.

그게 아니더라도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그 숲에서 샤크마만 나타더라도 골치 아파질 것이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거 사실 올바른 길을 따라가지 않아서 나타나는 거야. 제대로만 가면 중심에 도달할 때까지 별다른 전투도 없을 수 있지."

"그래요?"

"그래."

다만 그 올바른 길을 찾는 조건이 좀 까다롭긴 하다.

몇 가지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데, 파티 멤버의 인원수부터해서 클래스, 스탯, 스킬, 칭호, 장비 보유 상태, 심지어는 움직일 때의 대열 순서까지도 영향을 준다.

즉,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도 규칙을 외우고 있을 뿐 정말로 전투 없이 도달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게다가 어차피 길은 끊임없이 변하므로 외우는 건 소용이 없다.

"그럼 진짜 큰일 아니에요?"

"보통 그러면 외우는 게 뭐겠어. 엄청 큰일 날 상황만 피해 가는 식으로 외우지. 그러면 의외로 별일 없는 곳이야."

다만, 중심에서는 반드시 그 회차에서 인지한 적이 있는 적 중 가장 강한 적이 나타난다.

이 경우엔 아마 전쟁의 화신이 될 건데. 지금 스펙으로는 글러먹었다.

그런 의미에서 정복자를 따는 건 힘들다.

탈출할 수 있는 계단 자체는 여기저기 있으니까 문제는 없다만.

제니가 조심스레 묻는다. 불안에 떨리는 목소리다.

"저, 저기 리더. 한 가지 물어봐도 되나요?"

"왜?"

"그럼 여긴 왜 가는 거죠? 무슨 이득이 있어서……."

"거기에 스폰된 적들의 장비도 고스란히 노획할 수 있거든."

게임 시절에는 최고의 노가다 포인트 중 한 곳이었다.

적당히 돌다 보면 쓸 만한 장비를 가진 적들이 무한히 리젠된다.

보스급도 제한 없이 나타나게 만들 수가 있기 때문에 장비가 자꾸 복사가 된다.

"다만, 경험치는 주지 않지."

"으으윽."

전사가 장비 욕심을 내지 않을 리는 없지만 위에 부담이 쏠리는 모양이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위장약을 삼키는 모습이 애처롭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데려는 가겠지만.

우리 길드원이 될 자신의 선택을 탓하렴.

준비 시간을 준 에르메스가 우리 파티에 조심스럽게 찾아왔다.

"그게 사실 다른 사람들은 조사를 다 했는데, 자네들은 확실치 않아서 말이야. 혹시 메인 던전에 발을 들였다거나 그런 불상사는 없겠지?"

"출현할 적의 폭을 알고 싶으신 거군요. 걱정 마시죠. 케찰코아틀 정도나 나오지 않을까 하군요."

"튜토리얼에서 본 녀석인가? 그 정도면 뭐 어떻게 되겠군."

기믹을 활용해 잡아야 했던 튜토리얼의 케찰코아틀과는 다르게 힘으로 때려잡아야 하겠지만 여기 인원들의 레벨을 생각하면 뭐 썩 나쁘진 않다.

"하이랭커와 적대해 본 적은 없지?"

아, 있는데. 뭐 그래도 일그림이 나올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유배자가 그곳에 등장하려면 더 복잡한 조건을 만족할 필요가 있기에.

"그럼 되었지. 어떻게든 돌파는 할 수 있겠군."

무엇이 나올지 확실치 않다고 알고 있으니 상당히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 * *

제단에 유품, 아니, 애병을 바치고 입장한다.

안개에 둘러싸인 섬이 나타났다.

우리는 해안가에 서 있다.

"역시 몽환의 숲이 맞았군."

"언제 봐도 기분 나쁜 섬이에요."

앞장서는 것은 두 랭커가 아니었다.

이 중에서 가장 겪은 적의 스펙트럼이 좁다고 여겨지는 어느 궁수가 앞장선다.

숲 가장자리에 나타나는 적은 앞장서는 이를 따르기에 적절한 판단이다.

중간에 몇 번 올바른 길을 나타내는 지표가 보였다.

무너진 집.

건축물은 전사를 상징한다.

이 경우엔 전사 계열 적이 나타날 조짐이다.

무너져 있으니 썩 강한 녀석은 아닐 거다.

뒤집힌 십자가가 나타났다.

저건 다음번 전투에서는 우호적이었던 NPC도 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와 무지개가 걸렸다.

이건 좀 위험할 수도 있다. 무지개는 장비가 좋은 녀석을 의미한다.

혹은 같은 적임에도 더 좋은 장비를 들고 나타날 확률이 생긴다.

앞장서던 궁수가 멈칫했다.

자욱한 안개에 싸여 잘 보이지는 않지만 공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첫 번째 전투군."

로잘린이 주변을 살폈다.

그녀는 이미 많은 지표를 놓쳤으나 전투 직전에 나타나는 것을 통해 어떤 적이 나타날지는 해석할 능력이 있었다.

"부러진 새총……. 고블린이겠군요. 그런데 이건 뭐지……."

아, 저거. 우주선 부품인데. 저게 나왔단 건 미래 스테이지 계열의 무언가가 나타난단 뜻이다.

흥미진진하게 관전 중이던 여신님은 신음을 흘렸다.

「야, 너 이 트롤 새끼. 너 이거 어 안 되겠네. 저거 그거잖아.」

‘진정하십쇼. 여신님. 전사 계열에 장비 좋은 미래 고블린이라고 꼭 그게 나타나란 법은 없지 않습니까.’

「너희 파티는 행운의 저주를 받은 녀석들 아니냐. 당연히 그게 나오겠지.」

‘하지만 아직 외곽이니 앞장선 사람의 경험이 나올 텐데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정말 또 뭔가 잘못된 거겠지요.’

심증은 있는데, 법칙에 따르면 그대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우리 파티의 위치는 소중한 마법사를 호위해야 하기 때문에 정중앙이다.

정중앙에 위치한 인원의 경험이 적으로 나타는 것은 맵 외곽에서는 없는 일이다.

물론 일어날 수 없는 일은 틈만 나면 일어나고 있다. 이제 나도 그러려니 한다.

과연 여기서도 뒤틀릴까? 희우와 함께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기대하며 공터로 진입한다.

안개 속에서 인영들이 나타난다. 고블린들은 맞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익숙한 마크의 강하복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러 블레이드? 고블린이?"

"저건 빔 소드인데."

11층에서 보았단 고블린 강습부대들이로군. 연방의 최정예 중에서도 최정예다.

안타깝지만 무조건 적대로 설정되기에 대전사를 알아보고 무릎을 꿇는 경우는 없으리라.

「혹시 조건 불문하고 무조건 너희 파티 경험을 기준으로 적이 설정되는 것 아니냐?」

‘그럼 좀 위험한데요. 아무리 그래도 전쟁의 화신은 좀…….’

그건 실피드가 등장해도 무리인데.

빤쓰런도 못 친다. 분노한 화신이라면 이 숲을 통째로 갈아엎을지도 모른다.

행성을 찢어버리는 수준이니 몽환의 숲 면적이 북아메리카만 하단 건 중요한 게 아니겠지.

‘뭐, 그래도 예고하는 지표는 철저하게 맞아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이상한 일에 대하여 오조준해서 때려 맞추는 것도 조금 익숙해진 기분이 든다.

그나저나 어떤 경우에도 우리 시간의 천사는 확률을 비틀어 버리는 모양이군.

그것도 딱 난이도만 높이는 선에서 끝내지 법칙 자체를 꼬아버리진 않는다.

생각해 보면 튜토리얼에서도 층을 좀 많이 올려서 생각하면 문제없는 수준이었다.

확률 보정만 다시 하면 된다. 확률 보정만.

여기서도 몇 번 더 전투를 겪으면 견적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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