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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214화 (214/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214화

????단계 - Lv.???? 몽환의 숲(5)

"제기랄, 뉴비로 돌아간 기분이군."

"알던 모든 사실이 부정당하는 건 썩 유쾌한 일이 아니네요."

에르메스와 로잘린의 대화였다.

아직까지 사망자가 없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찔리는 게 있는 우리 파티가 열심히 노력하긴 했으나, 드러내 놓고 [피의 군주]나 천사라는 종족을 활용하지 않았다.

정말로, 정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유심히 보았다면 본 드래곤이 이상하게 희우의 공격에만 괴로워하고 기피하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애당초 빛 속성은 그리 흔하지 않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이미 모두 심신미약이었다 보니 결국 들키는 일은 없었다.

대부분이 녹초를 넘어 반쯤 송장이 된 상태로 야영지에 도달했다.

아직 인간인 자들은 진짜로 쓰러지려고 했고, 요정인 로잘린 역시 휘청거리고 있다.

육체적으로 강인한 늑대인간 두 명과 언데드, 그리고 천사 하나만이 멀쩡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을 분배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지."

멀쩡한 이들이 알아서 야영을 준비한다.

늦게 합류한 꼬맹이는 아직 서툴지만 희우는 이제 야영의 달인이다.

그저 개울이 흐르는 숲이기만 할 뿐인 공간에서 잘도 이것저것 주워서 그늘막을 만들었다.

몽환의 숲은 이상한 공간일 뿐이지 울창한 숲은 아니다. 야영지 같은 안전지대에는 이상한 안개도 없다.

그 안개들은 다음 전투로 향하는 길이 아닌 곳만을 스멀스멀 막아서고 있다.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기에 햇빛이 따사롭다. 기온이 높은 것도 그렇고 지금 이곳은 한여름인 모양이었다.

나는 요리를 자청했다.

굉장히 몹시 미안한 관계로 최선을 다한 요리를 선보일 생각이다.

에르메스는 개울에서 생선과 가재를 잡고 숲에서 열매와 나물을 캐왔다.

"오, 이런 풀은 서양인들은 잘 안 먹던데요."

"미궁에 인종이 무슨 의미겠나. 자넨 한국인인가? 한국인들은 이런 걸 양념에 무쳐서 잘도 먹던데 나도 배웠지.

"이렇게 바깥 신상을 들켜 버리네."

그런 고로 요리는 한식풍으로 만들기로 했다.

미궁의 뱀파이어는 특별히 흐르는 물을 건너지 못한다거나, 마늘에 약하지는 않다.

한국인은 마늘을 포기할 수 없다. 그랬다면 나는 기꺼이 뱀파이어라는 종족을 버렸으리라.

향신료냐 양념 정도는 가능하면 만들어서 들고 다닌다.

이것은 특히나 엔젤 선생님의 오랜 연구 만들어진 양념의 정수다.

다들 죽어가고 있었으나 매운탕은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다.

자극적인 맛은 지치고 피곤한 와중 신선한 자극으로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이 요리 이름이 뭔가?"

"매운탕이라고 하면 대충 다 압니다. 코리안은 말이죠."

"흠, 무사히 살아서 나간다면 우리 외할머니 특제 커리를 대접하지. 이건 그럴 만한 음식이야."

늑대인간 전사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인도인이셨나 보다.

유능한 유배자는 전투 시와 비전투 시를 확실하게 구분한다.

그렇다고 PTSD가 없지는 않겠으나, 적어도 줄일 방법은 있으니까.

지구에서라면 고통 끝에 망가지겠으나, 미궁에선 100년이나 고통받아야 한다.

그러다보면 망가진 사람도 결국 다시 한 바퀴 더 돌아서 정상으로 보이는 상태가 되는 법이다.

뇌구조가 변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1층으로 돌아갈 때마다 정신이 맑아진다는 감상도 왕왕 있으니까.

다들 금세 하하호호 웃으며 식사하기 시작했다.

희우가 당당하게 요구했다.

"나가면 김치찌개!"

"김치부터 담아야 하잖아."

"마법으로 어떻게든 해봐요!"

"김장하는 마법은 존재하긴 하지."

"세상에. 그냥 해본 소리였는데."

내가 만든 건 아니고, 언젠가 만났던 요리가 취미인 마법사 양반에게 배운 거다.

아무래도 미궁에서 한국풍은 드물긴 하다. 인구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어느 지구의 한국이나 그리 큰 나라는 아니니 말이지.

"바깥 이야기하면 서글픈데 말이야."

그루터기 요정 궁수, 로잘린이 한숨을 내쉰다.

가끔은 이렇게 감상에 젖을 때도 있는 법이다.

물론 그 이상으로 자신에 대해 말하는 이는 없었다.

유배자에게는 국적이라는 개념도 희미해진 지 오래다. 다른 종족마저 온통 뒤섞여 사는 미궁에서 그게 무슨 의미겠는가.

인간 외 종족의 존재는 인간끼리 벌이던 무수한 차별을 모두 날려 버렸다.

히틀러도 오크보다는 유대인의 손을 잡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아닌가? 그 양반은 아닐 수도 있겠군.

순혈 아리아 오크 같은 소리를 지껄였으려나. 영감님이 배를 잡고 쓰러질 소리다.

의식적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시간이 끝났다.

에르메스가 짐짓 헛기침을 하는 순간 모두가 그 사실을 알았다.

"이제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 봐야겠는데. 후퇴에 찬성하는 사람?"

손을 든 것은 4명이었다.

우리 파티와, 두 늑대인간, 그리고 로잘린을 빼고서 넷이다.

구출대 중에선 실력이 떨어지는 축인 넷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죠. 자존심이 중요한 상황이 아닙니다. 이러다 다 죽어요. 숲 외곽에서 나올 수준의 적이 절대 아닙니다."

일리 있는 발언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하거든.

그러나 로잘린은 약간 다르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전리품을 생각하면 다른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이렇게 이상적인 멤버로 이런 환경에서 파밍할 날이 또 올까요?"

그것도 일리 있는 발언이야.

46서버가 자원 순환의 고리를 이어주지 못하는 바람에 온갖 자원이 품귀인 상황이다.

미궁은 적어도 리스크에 걸맞은 리턴이라는 점에서는 공평하다.

단 세 번의 전투로 손에 넣은 것들이 온갖 희토류 합금과 신화적 생물의 소재, 그리고 드래곤 본이다.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일부만 가지고 돌아가더라도 한동안, 어쩌면 여생 동안 일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말로 돈이 많은 유배자들은 은퇴한 후에 이런 의뢰를 받지 않는다.

죄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을 터. 돈 욕심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제니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랭커……. 랭커는 이런 삶을 사는 거야. 힘내 제니. 넌 할 수 있어."

손을 들지 않은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다. 휘말린 입장에 가까움에도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곧 죽을 것 같아도 앞을 보고, 혹은 우리의 등을 보고 따라온다.

그래, 사실 이런 상황에서도 빼지 않는 자들이야 말로 랭커나 하이랭커라 불리는 위치에 오른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면 앞서나갈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는 로잘린의 말이 옳았다.

손을 들었던 사수 하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도전자를 오래한 양반들은 다들 머리가 이상해지지. 아무튼 나는 반대요."

충분히 날이 선 반응이었다.

로잘린의 눈썹이 꿈틀하는 가운데 에르메스가 요령 좋게 나선다.

"진정해. 유배자는 모든 상황을 긍정할 수 있어야 하지. 안전을 택하는 게 잘못은 아니야.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사실 결론은 간단했다. 그냥 인원을 나누면 된다.

에르메스는 그렇게 했다.

"대신 전리품은 좀 양보받아야겠어."

"그 정도는 납득할 수 있지. 대신 출구를 찾는 것까진 도와줘."

"물론이지. 그게 파티 아니겠나."

결국은 최초의 계약 조건으로 돌아가는 법이다.

오랜 기간 여러 가지 경험이 모여 만들어진 합리적인 계약은 위험한 임무 시 중도 이탈이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만, 남을 자들에게는 그 이탈하는 자들을 도울 의무도 발생한다.

완전히 그룹이 갈라졌다.

특별히 척을 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잠깐 험악할 수는 있더라도 유배자들끼리의 이합집산은 늘 있는 일이니까.

큰 정리가 끝나자 에르메스가 나를 불렀다.

작은 정리를 하기 위해서다.

"좋아, 거기 소드 마스터."

"왜 부르십니까?"

"자네가 판단하는 바를 알고 싶군. 솔직히 말해봐. 지금까지 나온 거 죄다 자네 파티의 경험이지?"

눈치가 없다면 아직 살아 있을 수는 없다.

이상 현상은 미궁에서는 흔한 일이고, 그렇다면 그 이상의 핵심을 캐치하는 능력이 저절로 길러진다.

육감이라고 해야 할지 통찰이라 해야 할지, 뭐 그런 것 말이다.

이미 확신하고 말해오는 상대를 속이려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다.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선수를 쳤다.

"맞을 겁니다. 최근 그런 현상을 많이 겪고 있어서요."

"어떻게 하는 건지 물어봐도 되겠나?"

"영업 비밀이죠."

에르메스가 어깨를 으쓱한다.

"뭐, 알려주기 싫으면 별수 없지. 자네를 윽박지를 자신은 없거든. 그래도 이번 임무 동안은 함께인 게 맞겠지?"

"딴 마음 먹기에는 저희도 힘겹습니다."

"그럼 되었네. 우리는 돈 많이 벌어서 좋고. 자네들은 뭔가 목적이 있었다면 그래서 좋겠지."

이쪽의 이야기도 깔끔하게 정리가 끝난다.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유배자들과 일을 하면 이런 점이 편리하다.

질척대지 않는다. 그러다가 생긴 원한이 나중에 자신을 찌를 것을 알기 때문이다.

"7:3 어떤가?"

딜을 걸어오는 점도 재미있다. 이탈하는 이들이 생긴 이상 주도권은 우리 파티에 있다.

정말로 자존심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모습이다.

이미 합의된 사항인지 늑대인간 전사와 로잘린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나는, 뭐 사실 원흉인지라 순순히 받아들였다.

"8:2로 후려치려고 할 줄 알았는데."

"그랬을 수도 있겠죠."

미안해서 그런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달달한 상황이 아닐 테니까.

지금까지 나온 견적만으로도 무수한 전복 위기였다.

아직 모두가 살아 있다는 점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 모르기에 걸 수 있는 도박이다.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거라 확신하십니까?"

"한 번도 확신해 본 적은 없네. 그러니 이 자리에 있지. 미궁에서 확실한 일에만 몸을 던지면 할 일이 얼마 없어."

"진정한 유배자로군요."

"하하, 도전자를 그만둔 늙은이가 들을 소리는 아니군. 그래도 기분은 좋네그려."

피식 웃는 얼굴이 재밌다. 늑대인간은 밤에 강해진다.

사실 로잘린을 뺀 둘은 정말로 전력을 다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 * *

하나하나가 초인이며 심지어 일부는 인간도 아닌 구출대원들은 반나절 정도의 휴식만으로도 원기를 회복했다.

이 야영지는 제대로 된 루트를 찾아낼 때까지의 베이스캠프가 될 것이다.

임무에서 이탈한 넷을 제외하고 본격적인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수색 대상은 전 랭커, 아니지 현직도 랭커라고 해야 하나? 도전자를 그만두진 않았어. 아직도 랭킹에 있지. 700위쯤 될 거야."

"그런 사람이 실종되었다니 무슨 일이죠?"

"그게, 혼자 다니거든."

오우, 솔로 플레이라니. 미궁 좀 치는 놈인가? 그건 나도 결국 포기한 건데.

아마 솔로를 더 빨리 포기했다면 이미 지구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남 뒤치다꺼리에 처음부터 익숙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 의외로 숲 중심부 근처까진 안 가도 발견할 수도 있겠군요."

"그래서 그리 힘들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이상 현상으로 이야기가 좀 달라졌어."

솔직하게 말하면 이제 그냥 여기서 파밍하는 게 보수보다 짭짤해졌다고 한다.

그 맘 이해한다.

"가능한 오래 머물면서 사냥하고 싶군. 부디 잘 부탁하네."

"일단 저 사람들 내보내도록 하죠."

아영지를 일단 발견한다면 그 다음에는 야영지와 야영지 사이를 잇는 여러 갈래길이 존재한다.

그중 출구를 찾는 표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출구로 향하는 길은 약해지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용암망치 대대가 나왔다.

갑옷을 두른 정예 오크와 트롤들은 강력하긴 했으나 지금까지의 적들에 비하면 별것 아니었다.

부피가 크니 전리품도 많다. 연방의 군대만큼은 아니지만 질 좋은 금속을 많이 손에 넣어 기쁜 듯하다.

"차원 수납 주머니군요. 아케인에서 판매합니까?"

"정말 더럽게 비싸지. 하지만 구해두지 않을 수도 없는걸."

게임에서도 중요한 아이템이다. 부피 개념이 존재하니 부피보다 더 큰 내부공간을 가진 주머니는 소중하다.

출구는 리프트와도 같은 포탈의 형태로 나타난다.

떠나는 이들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의무를 다함에 대한 감사다.

"이제 파밍의 시간이군."

"생각이 있는 유배자라면 이런 날을 위해 소모품을 비축하죠."

전 랭커라는 거 치고는 좀 뜨뜻미지근하네 싶더니 이 양반들 전혀 전력을 다한 건 아니었군.

쏟아져 나오는 도핑과 일회성 소모품들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비축량이자 물자지만 저걸 다 털어도 얻는 이득이 더 크긴 할 것이다.

"어허, 그런 눈으로 보지 말게. 구조대상을 찾을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는 것 아닌가?"

내 생각엔 당신들 분명 후회할 것 같아서 그러는데.

"규칙부터 다시 파악해 보죠. 순서가 아직도 의미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개판을 쳐도 뭔가 그 개판 사이에 규칙이 있긴 한 게 미궁의 피곤한 점이지."

로잘린과 논의한 끝에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로잘린과 에르메스의 경험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만 대체로 그들이 겪었던 보스급의 적들만 출현한다.

그럼에도 우리 측의 경험에 비하면 소소한 편이라는 점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교대로 움직여 보기도 했다.

의외로 몽환의 숲에서 발생하는 전투는 도주도 가능하다.

다만 그렇게 했다가는 야영지로 그 몬스터들이 공격해 온다.

다른 전투로 넘어갔을 때 쫓아오기도 한다.

애초에 열리지 않은 길을 강행 돌파하는 일 자체도 위험하다. 안개는 여러 가지로 감지를 차단하니까.

실험의 일환으로서 그런 식의 전투를 야영지에서도 몇 번 치렀다.

지표는 항상 철저하게 파악되어야 한다. 나는 모든 지표를 외우고 있고, 아주 위험한게 등장하는 경우에는 뜯어말려 뒤돌아가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선택지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러 갈래가 있다면 보너스 같은 길도 출현했다.

희우가 행운을 어그러뜨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언제나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작용한다.

가능성이 낮은 이로운 선택지들도 잔뜩 등장했다.

마력을 즉시 회복하는 샘이 등장하기도 했으며, 아예 [모루]가 출현하기도 했다.

소재는 많으니 장비를 만들기도 쉽다.

드래곤 본은 큰 도움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서로가 전력을 다할 필요가 있었고, 내가 지휘권을 잡는게 좋은 상황도 있었다.

결국 나는 그냥 드러내기로 판단했다.

[행성 파괴자]

[드래곤 슬레이어]

"더 필요합니까?"

"아닙니다. 선배님."

"세상에. 하이 랭커십니까?"

"그렇다고 합시다."

희우는 [시간의 천사]는 떼고, 기천사임만을 드러낸다. 특정할 소지는 줄이는 편이 좋다.

"반드시 함구하겠습니다."

"그러십쇼."

적의 수준이 높아지니 파티의 완성도가 올라간다는 느낌도 있었다.

가장 낮은 난이도의 선택지도 죽음이 아슬아슬할 정도라는 건 큰 문제지만 달리 말하면 그 정도에 불과하다.

꼬맹이에게 부족한 것은 애초에 경험이었다.

공격 마법의 응용에 대해서도 점점 아는 것이 늘어가고 있다. 과학과 환경에 대하여, 서로 다른 원소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에 대하여.

단순히 마법을 잘 구사할 뿐인 샌님 마법사에서 점점 ‘워 메이지’ 같은 클래스로서 완성되어가고 있다.

희우 역시 점점 자신의 능력에 익숙해지고 있다.

천사가 된 이후로 이렇게까지 연속되는 전투에 몸을 던진 적은 없었다.

스펙으로 찍어 누를 수 없는 상대를 지속적으로 겪는 과정에서 충분히 피폐해졌지만 그래도 웃고 있다.

블랑쉐는 레벨이 부족한데, 이건 장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애초에 미래적인 적들도 펑펑 튀어나오는 마당에 블랑쉐가 바라는 종류의 장비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는 않다.

적으로 연방 함선이 몇 척 출현했을 때는 굉장히 어이가 없었으나, 미래의 고블린 암살자들은 블랑쉐의 초기 장비와 흡사한 물건들을 많이 사용한다.

슈퍼 스파이 용품 같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고블린 소드마스터 고테로는 연방이 적으로 등장할 때마다 가만히 기도했다.

여신님의 옥음을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들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는 모습이다.

폭풍 같은 며칠이 지났다.

짐이 잔뜩 늘었고, 장비도 잔뜩 늘었다.

소모품도 엄청나게 쟁일 수 있었다.

차원 수납 주머니는 모루에서 직접 만들었다.

소재는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오니 슬슬 미스릴에는 눈길도 가지 않을 지경이다.

정말 와보길 잘한 것 같다.

몽환의 숲은 원래도 파밍 장소로서 유명하지만, 이런 수준의 파밍은 해본 적도 없다.

투척용 단검마저 아다만타이드라니. 이렇게 사치스러울 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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