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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215화 (215/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215화

????단계 - Lv.???? 몽환의 숲(6)

미궁에서 유배자의 스펙이라고 불리는 부분은 일단은 보유 스킬이다.

사실 그리 고참급이 아닌 수준에서는 그것이 거의 대부분일 수도 있다.

장비라고 해봐야 결국 마스터리에 맞춰 보정을 제대로 받고 있는가 정도에 불과하다.

게임과 흡사하다고는 해도 결국 현실이 된 게임이다.

목을 베면 죽고 심장을 으깨면 죽는다. 신화적인 괴물이라도 그건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적인 즉사 판정이 있기에 게임과는 다르게 갑옷이 절대적인 방어수단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낮은 수준에서의 싸움은 결국 서로의 급소에 서로의 무기가 닿느냐 닿지 못하느냐의 싸움이다.

자잘한 생채기는 포션으로 버텨낼 것이니 지구전이 아니라면 의미 없다.

여기까지는 꽤 현실적인 전투가 성립한다.

"확실히,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이겨왔죠."

"뭐 갑자기 스케일이 너무 커진 감이 있어서 온갖 편법과 꼼수로 통과하느라 말이지."

언제나 큰 거 한 방이었다. 그게 아니면 끝장이었고.

그러다 보니 미궁 뉴비 입장에서 체감하기는 힘들었으리라.

항상 장비도 훌륭하게 맞춤으로 갖출 시간이 없었다.

그때그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누덕누덕 기워 입으며 소모품이나 다름없게 사용하는 게 고작이다.

애초에 적의 화력부터가 맞고 버틸 수준이 아니니 눈먼 총알을 막는 이상은 의미도 없었고.

"하지만 이 장비빨이라는 것도 높은 수준으로 가면 큰 인플레를 겪는단 말이지."

재질부터가 그렇다.

일반 강철과 백강철 정도의 소소한 차이라면 그리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강철과 아다만타이드 정도가 되어버리면 큰일이 된다.

강철 검 정도로 아다만타이드 갑옷을 공격하면 아예 흠집조차 못 낸다.

만약 그 공격이 유효타를 낸다면 그건 공격한 쪽이 너무 강한 거다. 오러 블레이드를 씌우거나, 아예 천사 정도면 가능하겠지.

하물며 고레벨 전사라면 갑옷의 방어력을 전신에 적용하는 패시브의 스택도 상당히 쌓여있을 것이다.

강철 무기로는 아다만타이드 갑옷을 입은 고레벨 전사에게 그야말로 이빨조차 박히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유배자가 레벨을 올려 얻는 능력치는 이미 가진 것의 증폭이다.

더하기인 스킬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은 곱하기라는 뜻이다.

"원래 힘이 얼마나 셌냐에 보정으로 더 강해진다는 거죠?"

"맞아. 완전히 같은 스킬을 가졌어도 오크는 인간보다 힘이 세지."

"오크끼리도 누가 더 근육이 빵빵하냐로 갈리는 거고."

"내가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이젠 언데드라 기초 스펙을 올릴 방법이 없네."

"아저씨는 충분히 테크니션이니까 괜찮아요."

어쨌건 방어력 보정조차 그러하다.

같은 아다만타이드 재질의 풀플레이트 아머로 몸을 감싸더라도 고레벨 힘전사는 중갑 마스터리와 기타 온갖 패시브의 보정을 받는다.

100의 방어력을 가진 갑옷이 5,000의 방어력으로 적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10의 방어력을 가진 강철 플레이트를 걸친다면 그 방어력은 500밖에 되지 않는다.

비율이 같더라도 그 절댓값의 차이는 유의미하게 크다.

"레벨 낮을 때나 총 맞으면 죽고, 목 잘리면 죽고 그러는 거지, 점점 생명력도 끈질겨진단 말이야."

"그건 스킬 효과인가요?"

"전사 놈들이면 스킬 효과에도 그런 게 있지. 아이템일 수도 있고."

"그래서 스펙의 한 끗 차이도 점점 중요해지는군요."

"그래 일그림이랑 에리나도 아마 죽여도 최소 한 번은 부활할걸."

희우가 잠깐 상상을 해본 모양이다.

그리곤 몸을 떨었다.

"그거 너무 심한데요."

"우리도 심해져야지."

냉정하게 말해서 그때 하늘 유적에서 일그림, 에리나 둘과 계속 싸웠다간 반드시 졌다.

잠시나마 호각이거나 그 이상이었던 것은 전적으로 방심 덕분이다.

아니, 사실 그건 방심이라고 부르기도 뭣하다.

하이랭커 정도 되어서 알려지지 않은 상대에게 아티팩트를 꺼내 들긴 좀 아까울 테니까.

전혀 전력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종의 기습인 셈이다.

경험 많은 유배자니만큼 스펙의 격차를 빨리 느꼈을 것이며, 그 바람에 본의 아니게 손대중을 한 셈이지.

"언젠가 다시 부딪히겠죠?"

"그래서 지금 여기서 내가 하루 종일 망치질을 하고 있잖니."

한번 부딪혀봤으니 희우는 더욱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한 것은 단순 스펙.

동스펙이라면 우리가 지지 않는다.

일그림의 파티가 비록 PVP 전문은 아니지만 중하위권 하이랭커.

그런 멤버를 상대로 사람 죽이는 기술에서만큼은 우위를 보였다.

이건 아주 좋은 일이다.

모든 강력한 보스가 거대 괴수인 것은 아니니까.

인간형의 보스와 PVP에 가까운 전투를 벌여야 하는 곳도 많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보스가 훨씬 까다롭다.

망치질을 멈춘다.

[모루]는 아이템 제작을 지극히 게임적으로 만들어주는 오브젝트다.

원래라면 다양한 설비와 기술을 가지고 ‘현실적’으로 만들어내는 것들을 아주 단순화시킨다.

"좋아. 이건 내 걸작이라고 불러도 좋겠군."

"아주 미래적인 디자인이네요."

"재료가 다 있어서 다행이지."

완성된 물건은 희우의 말대로 지극히 미래적인 디자인의 총기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제식 플라즈마 라이플이 투박하고 기능적이라면, 이것은 좀 더 유연한 곡선을 그린다.

어찌 보면 총기라기보다는 현대미술의 오브제로 보일지도 모를 무언가다.

"속성 부여는 끝났으니 마무리를 해야지."

[모루]가 단순화해 주는 장비 제작도 마냥 쉬운 것은 아니다.

그 방식은 프라모델 조립에 가까우며, 고급 장비일수록 퍼즐에 가까울 정도로 복잡해진다.

정말로 담금질에 절삭 가공과 연마까지 거치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뿐이지 힘든 작업임은 마찬가지다.

사수들은 이걸 필수로 익혀야 한다.

그들은 장비를 자급자족할 수밖에 없으므로.

"정말……. 정말 놀랍군요. 아티팩트를 만드신 겁니까?"

에르메스의 입에서 침이 흐른다.

며칠 전 내가 모루 앞에 선 순간부터 급격하게 호기심이 많아진 이 늑대인간은 내가 라이플을 제작하는 과정을 모두 보아왔다.

어떤 사양을 목표로 제작되는지를 묻고, 재료를 조립하는 과정을 기록까지 하며 지켜보았다.

이런 제작은 레시피를 안다면 본다고 따라할 수 있는 거니까.

물론 품질은 나만큼 못 뽑아내겠지만 말이야.

"아티팩트는 아니고, 준 아티팩트 정도는 되지."

"등급이 레전더리로군요."

"총기는 아티팩트에 준하는 일반 장비도 많잖아."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이런 게 실존하다니."

"만들 줄 아는 놈들은 입 꾹 닥치고 있을 테니까 알 도리가 없지. 이 왕국에도 몇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

총기는 아무래도 다른 클래스의 무기와는 좀 다른 형태의 분류를 가진다.

제작이 훨씬 다양하고 세밀하게 시스템화되어 있다.

대신 노획이 거의 없는 게 큰 문제다.

훌륭한 사수는 사격만 잘해서는 안 된다.

장비 제작법에 통달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남들이 잘 모르는 고성능 총기의 제작법을 알게 되는 것은 이번 삶을 내던져도 좋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어디 말하고 다니지는 마. 알겠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입막음을 할 때, 눈이 돌아갈 만큼의 이득을 쥐여 주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식이 또 없다.

일그림의 파티가 나를 찾는다고 해서 에르메스가 입을 열까?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일그림이 이 유배자에게 무언가 해준 적은 없을 테니까.

보통의 하이랭커는 은퇴한 도전자에게 그런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내 경우에는 그래봐야 경쟁자가 되기 힘들 거라는 자신이 있기에 베풀 수 있을 뿐.

지식의 샘물을 맛본 이는 그 단맛을 잊을 수 없다.

유배자들이 상대적인 고참에게 설설 기는 것은 전부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회차의 삶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는 정보는 수없이 많다.

유배자에게는 다음 삶이 있으니까.

그리고 나는 언제나 절대적인 정보우위에 있다.

같은 [게이머]일지라도 패치노트마저 외우고 있는 나에 비할 수는 없다.

그래도 가끔 프로방스가 생각난다.

그 자식이 연차가 좀 더 차 있었고, 유배자로서 적응해 있었다면 데려올 가치가 있었을지도 모르지.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공유할 수 있는 어떤 세계에 대하여 이야기할 말동무라도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혹시 이번 회차의 하이랭커 중에서 [게이머]는 없을까?

* * *

몽환의 숲을 희우가 일그러뜨린 덕분에 이런 파밍이 가능했다.

그 일그러진 규칙은 오래지 않아 찾아내었다.

선택지가 등장할 당시 희우와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의 경험이 등장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기현상의 주체가 얘니까 말이다.

그리고 처음 경험의 주체 역시 ‘나’였다.

어둠의 정령왕은 실질적으로 혼자 상대한거나 다름없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제일 위험한 경험만 잔뜩 끄집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난이도는 비교적 낮아졌다.

지옥에서 작두를 타는 수준에서 그냥 지옥에 있는 정도로?

어쨌건 규칙을 알게 되면 편하게 골라 들어갈 수 있다.

원래 몽환의 숲은 운만 따라준다면 중심부까지 전투다운 전투 없이 도달할 수도 있는 곳이다.

소재는 무궁무진한 덕에 필요한 옵션을 마음껏 조립해 넣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기천사의 날개다.

희우걸 쓸 수도 있겠으나 치천사의 깃털과 다르게 재생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그보다는 때려잡아 쓰는 편이 낫다.

"기천사는 어디서 본거야?"

"언더그라운드 유적이었습니다."

"운이 좋았군."

"운이 좋다니요. 간신히 도망쳐 나왔었는데."

적으로서 등장하는 천사, 유배자가 아닌 천사들은 재앙의 다른 이름이다.

개중에서도 기천사는 특히나 치명적인데, 유배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인지도 하기 전에 찾아오는 죽음이다.

치천사는 비교적 느리고 묵직한 타입이기에 최소한의 대응이 가능하며, 대천사는 마법을 겸하는 듀얼클래스기에 비벼볼 여지가 있다.

스펙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의 적이 기천사라면 그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사망할지도 모른다.

[모루]의 사용을 마치고 갈림길의 지표를 살핀다.

"깃털이 아니라 핀이군. 이건 기천사야."

"저는 그걸 다시 보고 싶지 않은지라……."

"구석에서 생존만 하고 있어 전투는 우리가 할 테니까."

"감사합니다."

이미 파밍을 배터지게 한 3명은 더 이상 대단한 위험을 감수하려하지는 않았다.

나 역시 온전히 우리 파티의 전력을 측정하고 가다듬기를 원했기에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일단은 의뢰주인 [무기고]의 마스터에게 밉보여 좋을 게 없기에 의뢰 자체는 계속 수행한다.

특정 소재가 필요하여 경험을 불러올 때가 아니면 우리 파티와 따로 수색을 진행 중이다.

블랑쉐는 자신에게 주어진 무기가 [모루]를 만날때마다 강화된다는 사실이 심히 기묘하게 여겨지는 모양이었다.

"내가 알던 미궁은 이렇게 쉽지 않았다."

"쉽다니. 이거 어려운거야."

"오르골은 오르골이군."

"어느 오르골 말하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다."

미심쩍은 표정과는 별개로 요 며칠 잔뜩 찍어낸 장비를 두르고 있는 모습은 그럴싸하다.

초기장비만큼 정밀하게 맞춰진 것은 아니지만 유사한 기능을 대부분 다시 갖추었다.

장비빨의 클래스인 사수는 압도적 장비 스펙이 갖추어진다면 레벨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블랑쉐는 우리 파티의 주력 딜러중 하나다.

"입장하자마자 위치 준수한다. 한 명이라도 실수하면 전복될 수도 있어. 명심해."

지금까지는 잘해왔으나, 한 번이라도 실수한다면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다.

데스 나이트 같은 고위 언데드를 만들 여력은 없으니 언데드로 만들어 연명시키는 것은 썩 좋은 선택이 아니다. 종족변환 사이에 발생하는 레벨 손실이 뼈아프니까 말이지.

차선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가능하면 최선인 법이다.

안개가 걷히고 언더그라운드 유적 특유의 금속 질감 구조물이 나타났다.

그리고 비치는 실루엣이……. 다섯이나 되네. 좀 많구먼.

"일단 물어보겠는데. 원래는 몇 명 봤었어?"

"하나였습니다만……."

"뭐, 그렇겠지."

전투 개시.

* * *

같은 기천사이면서도 기초 스펙에서 압도할 수 있는 희우는 이런 경우 거의 위험하지 않다.

동일 종족이라면 그때부터는 스펙과 기술의 문제일 뿐이니까.

그렇기에 희우가 사실상의 탱커 역할을 수행한다.

방패라기보다는 칼을 칼로 쳐내는 역할이긴 하지만 말이다.

안개가 채 걷히기도 전에 천사들이 날아든다. 실루엣이 흐릿해질 정도의 속도다.

"대천사도 섞여 있었나?"

"그건 아니었는데……."

"못 봤을 뿐 있긴 했나 보군."

"안 마주쳐서 정말 다행이군요."

꼬맹이가 봉쇄당했다.

하나 있는 대천사는 대뜸 대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고, 꼬맹이는 아군 보조를 멈추고 상대의 마법 시전을 전력으로 방해하기 시작한다.

본래 마법사는 수세인 쪽에서 봉쇄해야 한다.

큰 게 떨어지면 지형변화건 충격파건 결국 대열이 무너진다.

그럼 언데드인 나와 꼬맹이는 천사들에게 순식간에 유린당할 것이다.

그 점을 천사들도 빠르게 눈치챘다.

두 마법사의 보이지 않는 술식 교란 대결이 펼쳐지는 가운데 꼬맹이를 노리고 파고든다.

아무리 빨라도 직선으로 날아든다면 격추할 수 있다.

블랑쉐의 총기가 변형한다.

뻗어 나온 지지대로 총구가 고정되고 삐죽한 전도성 레일이 앞으로 내밀어진다.

본 드래곤에게서 얻은 드래곤 하트를 동력원으로 하기에 충전은 거의 필요하지 않다.

드래곤 하트만큼 출력이 높은 마력로는 만들 수 있으나 이렇게 소형화할 방법은 없다.

이게 자연의 신비지.

발사와 함께 물리적으로도 느껴질 정도의 전자기파가 발생하여 터져 나온다.

주변의 마력이 요동치는 덕분에 꼬맹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음속의 6배에 달하는 포구 초속으로 아다만타이드 탄자가 날아갔다.

이건 기천사조차도 인식하기 어려운 속도다.

굉음과 함께 적 천사 하나가 사라졌다.

마찰에 의한 플라즈마 불꽃의 궤적만이 그 천사가 날아들던 방향을 가리킨다.

다른 천사들은 당황하지 않고 날아온다. 점점 더 가속한다. 본능적으로 연사가 가능한 무기는 아니라 느낀 모양이다.

희우가 그중 하나와 부딪혔다. 큰 충돌음과 함께 서로가 밀려난다.

그 방향에 다른 하나가 더 있다.

멋들어진 뒤돌려 차기에 마법사와 레일건 사수를 향해 돌진하던 다른 천사도 방향이 틀어졌다.

서로의 핀이 무서울 정도로 진동하며 빛을 낸다. 번쩍이는 빛만 보이는 2 대 1의 공중전이 이어졌다.

마지막 한 놈은 희우에게 붙잡히지 않고 날아든다.

가만히 눈을 감고 꼬맹이의 앞을 지키고 서있던 고테로가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켰다.

눈을 뜨는 순간 천사와 부딪힌다.

무기의 방향을 틀어 날에 닿지 않으려 했으나 노련한 소드 마스터는 단숨에 상대의 검을 베어냈다.

검기는 그대로 팔에 부딪힌다.

단분자 커터의 원리를 가진 오러 블레이드지만 천사의 비정상적인 육체 밀도 덕에 단숨에 베이지는 않는다.

팔이 베이는 와중에도 밀어붙인다.

그리고 내가 그대로 한 발 나서며 베었다.

천사는 반으로 갈라지며 스러졌다.

그 몸에 흐르던 신성이 분해되는 천사의 시신으로부터 흩뿌려지기에 얼른 마력으로 포장해서 밀어낸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 유성이 떨어졌다.

번쩍이는 빛 수준으로만 보이던 희우가 천사 하나의 목덜미에 검을 꽂고 내리꽂았다.

땅에 처박힌 기천사는 탈출하기 위해 버르적거렸으나. 그대로 붙잡고 완전히 벤다.

그 뒤편으로 다른 하나가 날아들지만 블랑쉐의 두 번째 사격이 꽂혔다.

이번에는 링에 맞았다. 아니, 저 천사가 링을 가져다 대었다.

탄자가 튕겨 나가며 천사가 계속해서 돌격해온다.

나는 다시 전진하며 희우만을 보고 달려드는 기천사를 베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꼬맹이와 마법전을 벌이던 대천사는 결국 패한 모양인지 순간적인 기절에 걸려 추락한다.

저건 아주 짧은 기절이지만 마법사간의 대결에서는 치명적이다.

마법 저항력이 아주 높은 천사에게 직접 마법공격은 큰 의미가 없다.

꼬맹이는 원소 공격대신 무속성의 고리들을 만들어 기절한 대천사를 꽁꽁 묶어버린다.

거의 김밥 말이 같은 게 2층에서 포박하는 법을 몰라 둘둘 감아뒀던 희우의 작품이 떠오른다.

피가 통하지 않아도 닮는 건가.

"빠른 놈들이라 죽는 것도 빠르군."

"피드백은 없나요?"

"이번엔 완벽했어."

처음의 불안 불안함도 이제 잘 보이지 않는다. 각자 자기들의 역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수행한다.

조금의 돌발 상황 정도는 쉬이 대응할 수 있으리라.

대천사는 산채로 잡았기에 눈물도 좀 채취하고 피도 좀 모아둔다.

대천사의 피는 마법사에게 유용한 도핑을 제공하지만 안타깝게도 꼬맹이는 언데드다.

기천사의 피는 붉긴 하지만 어딘가 유기물이 아닌듯한 질감이다.

희우가 질색했다.

"으엑. 제 피도 저래요?"

"물론 그렇지."

"저 다른 천사해도 되요?"

"종족투정하면 혼난다. 애도 아니고."

"히잉."

제니가 블랑쉐의 레일건을 마감할 기천사들의 핀을 잡아 뽑는다.

같은 핀을 가진 희우가 몸서리를 쳤다.

"좋으아. 이제 [모루] 한번만 더 만나면 완성이다. 길었군."

앞은 야영지였다. 다시 야영지를 옮길 때로군.

우선은 되돌아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미 클리어 한 구역은 그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

그러니까 도망칠 수도 있는 거고.

[모루] 같은 이로운 오브젝트는 사라지지만 말이다.

늑대인간 전사와 로잘린이 먼저 돌아와 있었다. 수색에 진척은 없는 모양이다.

천막을 걷고 이동을 시작했다.

다음 야영지는…….

선객이 있었다.

"거기 멈추시오!"

스무 명에 가까운 집단이 제각각 천막을 펴고 있다.

앞으로 나서는 이들 몇 명을 빼면 아주 일관성 있는 복장이었다.

로브와 챙이 넓은 고깔모자.

그리고 완드 또는 스태프.

오, 이거 어쩐지 알거 같은걸.

"이쪽은 [아케인] 소속 불의 마탑 학회다! 그쪽은 신상을 밝혀라!"

마법은 심취하는 자들을 만들어낸다.

그런 이들은 미궁에서도 연구자가 되곤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호위까지 거느리고 이런 곳에 행차라.

꽤나 높으신 분들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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