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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219화 (219/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219화

????단계 - Lv.???? 거신(3)

안개가 걷히며 신성으로 불타는 트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안타깝게도 진짜 [라그나로크]는 전쟁의 신좌에 있기에 무기가 없는 빈 손이다.

저 화신은 추측건대 지금 막 신좌에서 아티팩트 [라그나로크]를 소환한 때로부터 왔다.

[원초의 힘]으로 거인만큼 거대해지지는 않았으니 틀림없다.

가능한 최선의 임전태세로 나타나는군.

어쨌건 다시 마주한 전쟁의 화신은 과연 무시무시했다.

그는 15층 당시처럼 의미 불명의 분노로 가득 차 있었으며 나를 거의 인생의 대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몽환의 숲이 소환하는 존재들은 철저하게 그 당시의 기억과 사고를 가진 채 나타난다.

그러니 저쪽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한창 전투 중에 난데없이 안개 낀 숲이 나타난 셈이다.

다양한 스킬을 보유했을 신의 시선은 곧바로 안개를 꿰뚫고 나를 향했다.

그는 일단은 분노를 태웠고, 그 분노는 붉은 신성의 폭발로 표출되었다.

저것만으로도 특별한 도핑이 없는 우리에게는 타격이다.

마법사들이 힘겹게 마력 방벽을 쳐서 막아낸다.

붉게 타오르는 신성은 잠깐은 막히는 듯 했으나 결국 방벽을 산산조각내고 침투한다. 희우가 막아섰다.

시간의 천사로서 가지는 황금빛 신성이 부드럽게 붉은 기운을 밀어낸다.

그 폭발은 몽환의 숲에 복제되는 존재에게 으레 걸리는 혼란 상태이상을 통째로 날려 버렸다.

신좌는 아무리 그래도 몽환의 숲의 법칙보다는 상위에 위치하는 법칙이다.

전쟁의 화신은 거구의 눈썹을 사정없이 꿈틀거리며 불쾌감을 표했다.

그리고는 고함을 토한다.

"네 이 녀석! 몽환의 숲이라니! 나를 우롱할 셈인가!"

"아니, 당신이 멋대로 튀어나왔잖아!"

전쟁의 화신은 주먹을 치켜들었다. 막대한 신성이 그 사이에 응집된다.

이곳에서는 심연으로 추방되는 꼼수를 쓸 수 없다. 그런 식으로 탈출할 수 있다면 위험한 곳이 아니었겠지.

"죽어라아아아!"

저걸 맞으면 진짜 죽겠으나 그때 여신님이 나섰다.

보랏빛의 신성이 내게 감돌며 신언을 주변에 퍼뜨린다.

화신이나 강림 같은 것은 아니고 그저 자신의 존재를 증거하는 것일 뿐이다.

「들어라 전사여!」

"뭐냐아아……! 아 아닛, 여신이여?"

날아들던 주먹질의 방향이 바뀐다. 일단 들어보자는 폭압이 머리 위를 지나 숲의 가장자리를 으깬다.

아무리 힘센 전사여도 숲 자체를 파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그러뜨릴 수는 있다.

안개가 막대한 힘에 밀려났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여신님은 그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아는 전쟁의 신은 그 누구보다도 전사다!」

"당연하지!"

「그는 결코 명예를 배반하지 않으며 어떤 적에게도 정정당당하다!」

"물론이다아아!"

「그런 남자 중의 남자가 화신조차 아닌 뱀파이어를 핍박하는 것은 말이 되는가!」

"그건 말이 된다! 난 저 놈팽이를 죽일 것이다! 여신이여!"

여신님이 잽싸게 나에게만 들리도록 신언을 내린다.

「야, 안 되는데?」

‘접근을 다르게 해봅시다. 이상하게 저를 싫어하는 반면 여신님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나 따라다니던 코찔찔이가 그렇지 뭐. 사실 널 싫어하는 것도 질투 비슷한 게 아닐까 싶다. 마법사로 알고 있지?」

‘음, 확실히 저 신은 일단 마법사인 것만으로도 호감도를 마이너스로 내릴 것 같은 신이군요.’

「내 옛날 대전사한테도 툭하면 시비 걸어댔어. 그때도 마법사였거든.」

여신님께 적절한 대사를 일러주었다. 여신님은 그것을 그대로 읊으신다.

「그렇다면 내 대전사가 다른 것의 손에 죽는 것은 어찌 생각하나!」

"그건 참을 수 없지. 내 숙적을 가로채려는 자는 신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 괘씸한 녀석이 우리 뒤에 있다! 전쟁이여!」

"뭣이?"

전쟁의 화신이 일단 고개를 든다. 뒤편에서 달려오고 있는 수르트가 보인 모양이다.

"강력한 적이군! 그래! 나를 저놈과 맞붙이고 그 동안 쥐새끼처럼 빠져나갈 생각인가!"

여신님이 또다시 나에게만 들리도록 한숨을 내쉰다.

「야, 역시 안 되잖아. 저 녀석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니까.」

‘아뇨, 전 좀 알 것도 같아졌습니다. 저 녀석 여신님 엄청 좋아하진 않습니까?’

「그런가?」

‘하는 말이 굉장히 질투심에 불타는 멍청이 같은데.’

「……그런가?」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우리 여신님께 호감이 있는 녀석이다.

스케일이 너무 커서 그렇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초등학생이 찍접대는 뭐 그런 거지.

단순한 동경만으로 하루 종일 귀찮게 굴면서 일기토 신청?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유배자는 그렇게 한가한 존재가 아니다. 상승욕구가 있다 한들 정식으로 제자라도 되어서 뭔가 배우고 싶어 할 테지.

쑥스러움 아니겠나.

「……진짜?」

‘아니, 여신님이 그걸 모르시면 어떡합니까.’

「그…… 생긴 게 이렇다보니 변태들만 꼬이더라고.」

‘동안이시긴 하죠.’

「그냥 애새끼라고 해라. 마음 아프니까. 나는 왜 이리 키가 작은지.」

뭐, 저번에 본 모습대로라면 키 말고도 그냥 여러모로 그렇긴 하셨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처음의 희우와 나란히 서도 동생으로 보일 것이다. 유전자가 잘못한 것 아닐까?

지금 중요한건 전쟁의 신이 변태라는 점이었다.

「좋다! 전쟁이여! 그렇다면 오랜만에 철로 대화하자!」

"그건 또 무슨 말이냐!"

「신좌에 있는 우리 둘이서 서로 직접 대화할 일은 없지 않겠나!」

그 바람에 전쟁의 신이 저리 욕구불만인 거겠지. 옛날처럼 스토킹에 가까운 대련 신청을 못하지 않나.

「지금 내 대전사를 죽여 버린다면 너는 어떻게 나와 대화할 셈이지?」

"그것은……."

「이 남자는 이래봬도 훌륭한 전사다!」

이쯤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보여주자. 전쟁의 화신의 눈이 흔들린다.

신성력은 감정의 동요를 그 어떤 힘보다도 쉽게 반영한다.

화신을 휘감은 붉은 기운이 너울거리며 흔들린다.

「전쟁이여! 소드 마스터가 얼마나 고도의 기술을 가져야 하는 전사인지는 너도 인정하겠지?」

"그 그런! 지능 계열 전사 따위!"

「나도 따지고 보면 민첩 전사 계열인데?」

"제, 제기랄!"

화신이 냅다 달려오기 시작했다.

마법사들과 에르메스가 겁에 질렸다.

제니는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고테로는 대전사를 지키겠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았다. 살의 없는 움직임이다.

전쟁의 화신이 소리쳤다.

"전쟁의 신도는 없는가!"

호위대 중 하나가 벌벌 떨며 앞으로 나섰다. 숲이 복제한 다른 것일지라도 신은 신이다.

그는 오들오들 떨며 화신 앞에 무릎 꿇었다.

"지금의 나여! 무기가 필요하다!"

「하, 이런 거지같은.」

현재의 전쟁의 신이 신언으로 투덜거렸다.

화신이 말했다.

"솔직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저 놈팽이가 마법사가 아니라면……."

「……그건 그래.」

그리고는 둘이서 뭔가 마구 속닥거리기 시작하는데 신성으로 그 대화가 새어나가는 것을 차단했다.

한없이 진지하고 근엄한 트롤의 얼굴로 뭔가 낯간지러운 소리를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희우가 두 뺨에 손바닥을 대고 중얼거린다.

"내가 다 부끄럽네."

수르트는 여전히 달려오고 있다.

숲은 불타고 있다.

불길은 가면 갈수록 거세어진다.

현재와 과거의 두 전쟁신은 극적인 협상을 타결해 낸 모양이었다.

"오라! [라그나로크]!"

수르트가 출현하는 이벤트의 이름을 가진 무기가 신좌로부터 전송되어 나타난다.

현재의 신이 복제된 화신에게 빌려주는 [아티팩트].

여신님이 그 모습을 보며 침을 삼켰다.

「……이게 왜 되는 거지? 진짜? 나를?」

이 분도 혼란에 빠지셨군.

전쟁의 화신인 더없이 근엄하게 망치를 들고 돌아섰다.

"나 혼자 쳐 죽일 것이다! 방해하지 마라!그 후에 네놈도 죽는다!"

그리고는 맹렬하게 수르트를 향해 돌진한다.

앞으로 나서며 돌진의 여파를 물질 분해 블레이드로 갈라내었다.

쉬워 보이지만 실체하지 않는 여파를 베고 그 충격을 주변으로 분산시키는 고도의 기술이다.

그럼에도 전해지는 여파만으로도 사상자가 생길 뻔 했다.

방벽을 쳤던 마법사들이 지금까지 이상으로 급격하게 소모된 마력에 창백해진다.

비교적 마력이 빈약한 꼬맹이는 마력 멀미를 일으키며 쓰러졌다.

블랑쉐가 잔뜩 인상을 쓴다.

"저 화신이 수르트를 이기나?"

"못 이기지."

"그럼 도와야겠군."

"맞아."

제니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돌아보았다.

"뭐뭐 뭘 어떻게 도와요? 저걸?"

"다 방법이 있지. 마침 여긴 마법사가 많고, 바람의 정령왕도 있으며, 아티팩트에 근접한 레일건도 한 자루 있고."

그리고 시간의 천사와 나 자신이 있다.

게다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수르트가 쓰러지면 아직 주인이 없는 아티팩트가 그대로 남을 것이다.

마검 [레바테인].

화신이 쓰러지면 몽환의 숲이 클리어될 것이다.

화신을 불러낸 주체는 나다. 그러니 그 보상은 우리 파티에게 주어진다.

에르메스와 마법사들이 그걸 노릴 수는 있겠으나, 그러면 여기서 죽여 없앨 뿐.

마법 특화의 데몬이면 꼬맹이에게, 전사 특화의 데빌이면 일단 가지고 있다가 내가 쓰던가 한다.

유틸리티 마법에 특화되어 공간이동에 능한 이블은 블랑쉐에게 주면 된다.

사수의 공격력은 어차피 장비에 달린 문제니까.

뭐가 나와도 좋다.

행복회로가 핑핑 돌아간다.

게이머가 언제 흥분하는지 아는가?

그건 초고농축 꿀단지가 바로 눈앞에 다가왔을 때다.

되건 안 되건 해야한다.

여기서 기도만 하는 것은 게이머가 아니다!

* * *

전쟁의 화신은 당연하게도 진담으로 이기리라 말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수르트와 싸운다면, 그것도 고유 아티팩트를 고스란히 들고 출현한 수르트라면.

이길 수는 없다.

아예 본신이 직접 내려온 것이라면 모를까. 화신에 불과한 상태로는 틀림없이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싱숭생숭한 마음의 바람이 흐른다.

비록 여기서 싸우는 나 자신은 복제된 가짜에 불과하지만, 그런 정체성에 대한 문제는 처 날려 버린 지 오래.

전사는 그런 자잘한 것을 신경 쓰지 않는 법이다.

그저 눈앞의 적을 처부순다.

그것이 거신일지언정.

이길 수 없다는 명확한 사실도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결국 확률의 문제에 불과하다.

그 모든 확률을 분쇄해야만이 진정한 전사이며, 신좌에 도달한 유배자다.

"죽어라아아아앗!"

[원초의 힘]을 통해 트롤의 육신이 울컥 부풀어 오른다. 거의 수르트와 대등한 크기가 되어 두 아티팩트가 부딪힌다.

불길에 의한 손상은 트롤 특유의 회복력으로 재생.

망치를 살짝 놓으며 맨주먹으로 거인의 얼굴을 강타한다.

그리고 회전하는 기세 그대로 타격.

폭발하는 화염이 공격한 화신의 육신에도 큰 손상을 준다.

그럼에도 지지않고 러시.

돌진, 또 돌진.

그 기세만으로 거신을 밀어내고 망치로 머리를 찍어낸다.

거신은 너울거리며 무너졌으나 곧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복구되었다.

불길 속의 형체는 흐트러짐조차 없다.

그러나 중요하지 않다.

전쟁의 신에게 상대의 물리 내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때려서 죽으면 그의 승리일 뿐!

"죽어라아아앗!"

그 얼굴만 번들번들한 유배자 사내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으나, 훌륭한 전사임을 증명한 마당에 미워할 수는 없다.

일단 살려 보내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찝찝하다. 뭔가 싫다.

모든 전사에게 공평해야할 전쟁의 신인 자신이 어째서?

"크흡!"

잡념은 좋지 않다. 기합과 함께 그 잡념을 또다시 처날려버리고 무기를 휘두른다.

그래 중요한 것은 여신.

다시 한 번 여신과 서로의 무기로 대화하며 공감하던 그때로.

온전한 전사 클래스의 대전사에 강림한 여신과 함께 다시 한 번 전투를 벌이자.

이번에야 말로 기필코 승리를 쟁취하리라.

그리고…….

그리고?

승리하면 뭘 하려고 했더라.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났다.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다.

일단은 눈앞의 저 적을 무찌르고 말겠다.

"죽어라아아앗!"

* * *

"저런 거신들은 언뜻 보면 완전히 그냥 무적 같아 보이지만 몸 어딘가에 핵이 있어."

"그거 좀 전형적이네요. 그걸 붕괴시켜야만 쓰러뜨릴 수 있는 그런 거죠?"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좀 더 세게 칠 수 있고 그로기를 거는 약점 같은 거야. 그냥 두들겨 패도 쓰러져."

"그럼 쉬운 거 아니에요?"

블랑쉐가 고개를 젓는다.

"달리 약점이 없다는 거지. 순수한 공격력으로 잡아야한단 뜻이다."

"어, 힘으로 때려 눕히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단 거네요."

"다행스럽게도 저 바보…… 아니, 고마우신 신께서는 공격력은 떡을 치고도 남을 것 같단 말이야."

프리딜 타이밍만 잡아준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딱딱 위기의 순간에만 핀포인트로 그로기를 뽑아준다면 적절한 공격력으로 수르트를 다질 수 있다.

여신님이 아무렇지도 않게 수르트 정도는 잡을 수 있겠지 하고 말했던 것도 그런 의미다.

핵의 존재를 알건 모르건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르면 찍어 누를 수 있는 존재니까.

"좋아, 좋아. 그러니까 네가 탄환이 되어줘야겠다."

"……네?"

일반적인 탄으로 수르트에게 데미지가 들어갈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블랑쉐의 레일건은 그 자체로 거대한 총신을 가진 것이 아니다.

마도공학적인 가변 총신은 그 크기를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다.

탄이 다 떨어지더라도 아쉬운 대로 주변의 다른 것을 쏘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을 쏠 수도 있지."

"저 저저 죽는거 아닌가요?"

"곰곰이 생각해봐. 저기 안에 들어가서 발사된다고 해봐야 저기 날뛰고 있는 두 괴물들 주먹질 맞는 거보단 낫잖아."

"으아으으아아. 좋아요. 까짓거 해볼게요."

물론 조치는 필요하다. 천사는 전기가 그리 잘 통하지 않으니 레일에 의한 가속이 불가능하다.

그것은 우리 럭키 공돌이인 마탑의 마법사님들이 해결할 수 있다.

"우린 번개를 다루는 쪽으로는 조금 손색이 있는데."

"그건 제가 알아서 합니다. 여기 설계를 그려줄 테니까."

익숙해진 모양인지 마법사들도 눈을 반짝이며 내가 그려내는 술식을 본다.

[슈퍼 히어로 랜딩]은 시전자가 가진 에너지를 크게 증폭하는 형식의 스킬이다.

그래서 위치에너지인 고도나, 시전자가 내리꽂히는 속력에 영향을 받아 위력이 증폭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그걸 인위적으로 만든다.

약간 과부화까지 걸어야 겨우 적당한 화력이 나올 것 같은데.

전쟁의 화신이 쓰러지기 전에 어떻게든 해봐야겠다.

우리 화신 파이팅! 조금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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