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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220화 (220/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220화

????단계 - Lv.???? 거신(4)

인간을 포로 쏜다는 개념 자체는 상상 속에서는 많이 존재해 왔다.

그것이 실현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 문제다.

전투기를 타는 데도 부하를 견디는 훈련을 해야 하는 육신으로 그런 게 될 것 같은가.

그럼에도 초인이 되거나, 아예 진짜로 인간이 아닌 종족이 존재하는 미궁에선 그게 가능하다.

미궁을 떠나고 싶지 않아 하는 이들은, 기어코 클리어가 현실화되기 시작했을 때, 그것을 거부하는 이들은.

그런 환상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점에 푹 빠진 이들일지도 모른다.

지금 신난 마법사들 역시 그런 존재다.

하지만 바깥을 모르는 유배자 2세들에게는 미궁의 바깥 또한 환상이다.

어머니 아버지에게 이야기로만 들어본 평화로운 세상.

"이건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거군."

"이게 어떻게 이렇게 되는지 아는 사람?"

자기들끼리 시끄러우면서도 마법적 능력은 제대로 발휘하고 있으니 내버려 두자.

이런 위험지역까지 학회를 개최하러 온 바보들이다.

죽음의 위기 앞에서도 그다지 개의치 않고서 눈앞의 마법에 집중한다.

내 의중을 더 정확하게 알고 있을 꼬맹이가 있다면 좋겠으나 쓰러진 채로 눈만 깜빡이고 있다.

마력 탈진이다. 일을 시킬 수는 없다.

천사의 몸을 전도체로 만들 필요는 없다.

너무 위험할뿐더러 극도로 마법저항력이 높은 천사에게 시도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탄환 형태의 막을, 그것도 포구를 떠나는 순간까지만 버틸 정도의 내구력으로 만들면 된다.

속력 자체는 기천사의 몸이 별다른 보정 없이도 감당할 수 있다.

좀 다치기는 하겠으나 팔이 날아가도 생채기인 것이 유배자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그래도 충분히 유능했다.

내가 큰 틀을 잡는 동안 다른 몇 명이 계산 보조로 붙는다. 단순한 산수에 불과한 일은 스스로 가져간다.

저절로 분업이 이루어지니 내가 신경 쓸 것은 술식 전체를 디자인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군데군데 잘못된 점을 감독하고 핵심이 되는 부분만 짜 올린다.

수십 명의 마력의 실들이 얼기설기 얽혀간다.

희우는 자신의 마법저항력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몸을 웅크리고 호버링 중이다.

제 주변에 형성되어 가는 마력장벽을 보며 신기해한다.

"이거 그냥 마력 장벽이랑 똑같은 거 아니에요?"

"그건 사실 물질 간의 반발만 개념적으로 구현한 거고, 이건 진짜로 물질을 마법적으로 엮어 만들어내는 거야."

"오오.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따지고 보면 창조에 가까운 행위다.

지속성 있는 창조는 아니지만 말이지.

어차피 발사의 순간만 견뎌주면 되니까.

"연구실에서 시간을 들이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즉석에서 해낼 수 있단 건 놀라운 일입니다."

친절한 그루터기 요정답게 또 그걸 설명하고 있다.

"더 웅크려 봐. 아니, 그렇게 말고 날아갈 때 공격할 수 있는 자세로 말이야. 날개는 미리 펴 놔. 바로 비행해야 하니까."

"이렇게요?"

"그래 잘한다. 무기 미리 뽑아두고."

발사의 순간 천사의 마법저항력이 모든 것을 망쳐놓을 수도 있다. 내부에 고정하는 술식도 만들어낸다.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블랑쉐가 아연하게 장전되는 희우를 본다.

"정말 쏘나?"

"내가 할까?"

"아니……. 내가 하도록 하지."

블랑쉐의 레일건은 다중속성 폭발을 탄착 지점에서 일으키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지금은 순수 물리공격을 해야 한다.

옵션 조정을 끝마치고 설치된 레일 건을 조준한다.

본래는 조금 큰 라이플 정도의 크기였던 레일건은 더 이상 개인화기의 사이즈가 아니다.

고정부는 마력으로 대체하고 앞으로 뻗은 물질 부분들이 분해 후 사방으로 퍼져 거대한 포신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형태를 취하도록 만들었지만 이건 무기 자체의 에너지를 아끼지 않고 처박는지라 몇 번 못 쏘는 형태다.

장전된 희우에게 속삭인다.

"한 대 치고 바로 돌아와야 해. 저기 휘말리면 진짜 위험해."

"그건 그냥 눈으로만 봐도 알 것 같아요."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반쯤은 입술의 움직임을 읽어야 한다. 이 포탄이 제대로 만들어진 것이 틀림없다.

그래도 불안감에 한 번 더 점검한다.

"앗, 아아. 이거 어쩐지 부끄러운데."

"바쁘니까 조용히 해."

"온몸 구석구석을 샅샅이 관찰당하는 기분이야……."

이미 도박수지만 안전은 확실해야 한다. 수르트가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닌 몸의 불꽃은 마법 대미지 판정이다.

저항력이 높은 천사는 살아 돌아올 수 있다.

분명히 그렇다.

"좋아, 발사 지점은 내가 눈에 비춰줄게."

블랑쉐의 망막에 수르트의 핵을 투영해 표기한다. 사격이라면 나도 자신 있지만 블랑쉐여도 별로 다를 것은 없으리라.

"어, 저거 이거 막상 발사할 때가 되니까 점점 무서운데요!"

"그냥 날아도 마하로 날아다니는 녀석이 할 말이냐?"

"제가 나는 거랑 날려지는 거랑 다르잖아요!"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으아아앙!"

레일이 충전된다. 전격이 번뜩인다.

마법사들이 술렁인다.

제대로 만들어진 마법 포탄에 강렬한 부하가 걸린다.

블랑쉐의 무기가 삐거덕거리면서 불길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마법사 몇 명과 내가 달라붙어서 마력으로 보조한다.

숫제 블랙홀을 연상시킬 만큼 깊은 심연의 아가리가 입을 연다.

극도로 밀집된 번개의 마력, 곧 전자기력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효과다.

그다음은 눈으로 좇기 힘들었다.

번쩍하는 섬광과 무시무시한 충격음.

그리고 무기를, 대지를 밀어내는 강렬한 반동.

한 줄기 빛조차도 보이지 않는 속도로 천사가 날았다.

"다음 탄 준비해! 빨리!"

마법사들이 한 번 해본 작업을 더 수월하게 준비하는 동안 잠자고 있던 실피드를 깨웠다.

"준비하고 있어."

[네!]

* * *

기천사는 맨몸으로도 마하로 표기해야 할 속도를 낼 수 있다.

경험도 많다.

그러나 이번의 비행은 희우가 결코 겪어보지 못한 속도였다.

마하의 출력을 내는 날개로도 자세를 제어하는 것이 고작이다.

사실 제어하고 말 것도 없었다.

이미 인지를 초월한 속력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스킬은 때맞춰 발동했다.

무시무시한 속도가 그대로 보정이 되어 찌르듯이 내밀고 있는 아다만타이드 단검 끝에 힘이 되어 실린다.

영원 같은 찰나 속에서 희우는 수르트를 지나쳤다.

정말로 관통했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하다.

화신의 일격조차 몇 번 닿은 것이 고작인 화염의 육신 내부를 완전히 꿰뚫었다.

생각보다 몸에 돌아오는 충격은 적었다.

지나치게 관통력이 좋았던 탓일까?

물론 생각보다다. 단단한 화염의 거신을 관통한 대가로 몸 이곳저곳이 비명을 지른다.

천사가 된 이후, 같은 천사인 에리나와 대적할 때나 느낀 육신의 부하다.

무기를 놓쳤다.

잡고 있었다간 팔이 완전히 날아갔을지도 모른다.

충격을 온전히 전하지는 못했으나 노려야 할 목표는 부순 모양이다.

콜록거리며 뒤편을 보자 거신이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는 장면이 보였다.

몸은 너덜너덜하지만 아직 날개는 멀쩡했다.

핀이 파르르 떨며 몸을 띄워 올린다.

최고 속력을 낼 수는 없지만 충분히 빠른 속도로 돌아갔다.

다시 탄이 준비 중이었다.

"자, 이거 먹고. 이거 들어."

무기를 놓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새로 손에 쥐여주는 또 다른 단검.

잠깐 사라졌던 마스터리 보정이 다시 몸에 깃든다.

"많이 아파?"

바쁜 와중에도 꼬박꼬박 확인하는 모습에 걱정받고 있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하나도 안 아파요!"

사실은 좀 구석구석이 쑤시는 기분이지만.

"공기저항은 괜찮았어?"

"느껴질 틈도 없었어요!"

"전엔 좀 더 몸이 유선형이었는데. 저항을 받을 곳이 많이 생겼군."

"아니, 지금 그런 유체공학적 발언하기에요?"

아저씨가 활짝 웃으면서 손을 뻗다가 만다. 잘했다고 칭찬해 주려는 건 알겠다.

느슨해진 얼굴 근육에 힘을 준다.

지금 아마 자신은 실실 웃으려는 걸 참는 중이다.

뭐 아무래도 좋다. 사랑이란 게 이런 것일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래서 칭찬받고.

단지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상황이 많이 이상하긴 해도 그렇게 느낀다.

로잘린이 들려줬던 이야기만 더 실현되면 딱 좋을 거 같은데.

"수르트의 핵은 네 개 더 남았어. 지금 상태로 봐선 그걸 다 쓰기 전에 우리 화신님이 수르트를 때려죽일지도 모르겠다."

그 말에 고개를 돌린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불길의 거신은 몸에 두른 불길로 남은 HP를 보여주는 모양이다.

한결 약해진 화염이 보였다.

나중에는 직접 저런 걸 상대해야 하는 거겠지? 그러니까 아저씨가 아직도 미궁을 탈출하지 못한 거고.

흐으으으으음.

좋아 힘내자.

싱글벙글하면서 다시 형성 중인 포탄 속으로 몸을 집어넣는다.

피슝 하고 다시 한번 발사되었다.

* * *

전쟁의 화신은 생각보다 수르트를 상대함이 쉬움에 놀랐다.

미궁의 모든 시련들이 이렇게 쉽게 해결되기만 했다면 그는 진작 이곳을 탈출했을 것이다.

헤매고 헤맨 끝에 신좌에 도달하는 일 따위도 없었겠지.

대체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요한 순간 적재적소에 사격이 날아든다.

이 거신의 몸을 휘감은 불길은 아다만타이드 탄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사격을 녹여 버릴 것인데.

대체 뭘 쏘는 거지?

그리고 그 사격이 만들어내는 현상에도 놀란다.

수르트가 비틀거리다 무릎을 꿇는다.

눈앞의 적을 보고도 이 재앙의 화염이 자세를 유지하지 못한 채 온전히 공격을 허용한다.

그가 아는 수트르와는 많이 다른 무언가였다.

하지만 진품 레바테인을 들고 나타난 이상 가짜일 리도 없고, 숲이 온전히 복제한 수르트일 터.

적수일 때도 마찬가지였으나, 아군이 되자 더 그 수완에 감탄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드는 의문.

이게 조건이 있던 건가? 수르트가 간혹 이렇게 쓰러지는 것은 희망고문을 재촉하는 일에 불과했다.

왕국을 초기화하기 위해 나타난 거신이 이런 모습을 노출하면 되겠구나 하면서 달려드는 다른 불나방들을 집어삼킨다.

그 사실을 깨달은 다음부터는 미궁의 악의적 설계에 눈썹을 꿈틀거렸었는데.

"죽어라아아아앗!"

뭐, 아무래도 좋다. 그럼 여기서 이 거신을 쓰러뜨린다.

전쟁의 신의 이름 아래에 새겨지는 새로운 업적이 늘어날 뿐!

여신이여! 보고 있는가!

* * *

보고 있었다.

「오……. 되겠는데?」

"다음 페이즈 뽑는 건 말이죠."

「그땐 좀 힘들어지지 않나? 화신의 힘도 마찬가지로 다해가는데.」

"괜찮습니다. 저 양반도 수르트 겪어본 적 있는 것 아닙니까?"

「나는 이미 신이고, 저 녀석은 신이 아닐 때, 한번 그랬지. 아, 그럼 알겠군. 다음이 있다는 걸.」

"그때를 위해 힘을 아끼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힘이 다해가는 게 아닙니다."

행성을 붕괴시킬 수준의 일격이 2페이즈에 들어간다면 3페이즈 스킵도 가능할 수 있다.

그때부터는 재앙으로서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모든 것을 불사르고 자신 역시 스러지는 형태니까.

수르트는 재앙으로서 설계된 존재기에 그런 역할을 한다.

혹여 누군가 자신을 쓰러뜨릴지라도 그자를 함께 데려감으로써 왕국의 초기화를 완수하니까.

「내가 화신할 생각을 좀 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

"여신님 레벨은 떨어지면 안 됩니다."

「전에도 그런 말을 하던데, 혹시 나를 써먹을 곳도 따로 있는 거냐?」

"물론이죠."

사격을 몇 번 더 한다.

기온은 점점 올라간다.

괜찮고 말하는 희우도 눈에 띄게 지쳐간다.

날개가 멀쩡하니 날아서 돌아올 뿐 착지를 감당해야 하는 팔다리에 지속적인 복합 골절이 눈에 띈다.

아무리 힐링 포션이 회복을 제공한다고 해도 육체의 피로는 누적되며, 신경계의 후유증도 무시할 수 없다.

갈수록 무뎌질 것이며 그러면 위험도 커진다.

제발, 핵을 다 깨기 전에 다음 페이즈를 뽑아다오 전쟁의 신.

다행스럽게도 그 모습은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 모양이었다.

「가라!」

현재의 전쟁신이 다짜고짜 명령했다.

신도 중 가장 강한 남자가 당황했다.

"예?"

「저기로 달려가서 잠시만 화신에게 접촉해라!」

"말이 되는 소리를……."

「어차피 이대로 가다 보면 다 죽을 수도 있다. 살려주겠다는데 왜 말귀를 못 알아 처먹어!」

신언인데도 귀가 아플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고레벨 트롤 전사의 무시무시한 성량은 신언임에도 물리적 충격을 만들어낸다.

직접 그 신언을 들어야 했던 전사가 비틀거린다.

그는 잠깐 고민했고, 훌륭한 유배자답게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잠깐이면 됩니까?"

「숲이 만든 허상에게 힘을 불어넣는 것 정도는 그 정도면 충분하지!」

전사는 달렸다. 그냥 달리지는 않았다. 마법사들이 몇 가지 버프를 더해 불의 마탑 다운 추진력을 만들어냈다.

희우가 로켓처럼 날아가는 전사를 보고 동질감을 느낄 정도의 속력이다.

푸슝 하고 날아간 후, 여파에 휩싸여 다시 돌아온 전사가 바닥을 구르더니 움직이지 못한다.

할 일이 없는 호위대의 유배자들이 달려가서 확인했다. 숨은 붙어있다.

화신은 한결 강해졌다.

「이래도 안 된다면 화신하겠다!」

그 선언은 그렇다 치고 전황은 호전되고 있었다.

기온이 점점 올라가서 유배자들 조차 마법 없이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작열지옥이 되어갈 때쯤.

마침내, 수르트가 무너졌다.

* * *

정령왕! 뒤편에서 느껴지는 막대한 바람의 원소!

적이면 아주 골치 아프지만 우군일 때는 얼마나 든든한 존재인가!

전쟁의 화신은 그 사실을 느끼는 동시에 정확한 지원 사격이 다시 들어올 것이란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번에는 정체불명의 사격에 사사건건 그를 귀찮게 하던 바람의 정령왕이 실려 있을 것이다.

수르트의 육신은 붕괴하고 있다.

이제 저것은 버텨낼 수 없는 수준의 화력이 되어 이 숲의 존재들을 모두 태워 버릴 것이다.

몽환의 숲 자체가 한번 다시 만들어질 수준의 위력일지도 모른다.

수르트는 항상 그러기 위해 나타나는 존재이며, 역시 미궁의 법칙 중 하나인 존재니까.

그러기 전에!

손에 익을 대로 익은 [라그나로크]의 감촉이 더 짙어진다.

한없이 집중한 가운데, 순수한 기술로서 공간을 느낀다.

입체적인 부분 한 면 한 면을 고스란히 감각에 새기고.

손끝을 타고 흐르는 신성력으로 인지한다.

쳐야 하는 곳은 그사이 어딘가의 틈.

그곳을 친다면 공간은 붕괴한다.

타이밍은 한순간뿐이다.

뒤편에서 날아들 사격, 그때에 맞춘다.

순간적으로 그 괘씸한 놈팽이의 지시에 따른다는 생각이 들어 불쾌했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했다.

저놈이 내게 맞춰주는 것이지.

쓸 만한 녀석이야. 거둘 수 있다면 거두어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전사로서의 본능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2페이즈로 넘어간 수르트는 더 이상 불사신 같은 생명력을 보이지 못한다.

대신 그것을 불태워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들 뿐.

그리고 지금이다.

뒤편에서 발사되는 탄의 기척.

"죽어라아아아아앗!

기존의 사격이 가지던 강력한 물리적 공격력에 더해 바람의 정령왕이 만들어내는 추가적인 파괴력이 실린다.

사격이 날아드는 순간 폭발하듯 터져 나오려던 2페이즈의 수르트가 움츠러든다.

그 위로, 행성마저 붕괴시키는 공간의 지진이 떨어졌다.

신들의 황혼이라는 이름의 망치가, 신을 죽이기 위해 태어난 북유럽의 거신에게 작렬한다.

* * *

솔직히 말하면 수르트가 소멸하는 순간을 대비할 여력은 없었다.

그 여파도 충분히 위력적일 것이며 아마도 이 숲 전체로 번져 나갈 것이다.

여신님에게 의지할 생각이었다.

희우가 시간의 권능을 통해 잠깐 멈춘 세상 속에서 다시 돌아와 합류하는 순간에 말이다.

마법사들이 마침내 마법에 대한 집착보다도 생명의 위협을 느껴 겁에 질리는 순간, 뜻밖의 친절을 베푸는 이가 있었다.

「흥, 네놈이 죽으면 곤란하지.」

붉은 신성이 터져 나온다.

멸망의 거신이 최후의 순간에 남긴 파괴를 상쇄하는 형태로 솟구쳐 나왔다.

전쟁의 신도인 유배자들이 괴로워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번에는 안 되겠군. 조금만 기다려라.」

현재의 전쟁의 신은 그런 말을 남긴 후 침묵했다.

여파가 지나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30분 정도가 지난 후, 몽환의 숲이 다시 드러났다.

불타던 모습은 없고 온전히 안개 낀 모습 그대로인 것을 보면 미궁이 개입하여 한번 복구한 게 아닌가 싶다.

전쟁의 화신은 살아 있나? 그럼 좀 곤란한데.

하지만 현재의 전쟁신이 남긴 말에 따르면 쓰러진 모양인데.

눈에 잔뜩 힘을 주고 드러난 모습을 살피는데 바닥에 꽂혀 불타는 검이 하나 보였다.

"레바테인? 수르트는 확실히 죽었군."

"아이고, 세상에나."

"우린 살았나? 살아 있는 게 맞나?"

전쟁의 화신은 보이지 않는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아직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곧 모두의 머리 위에 폭죽이 터지기 시작한다.

[몽환의 숲 정복자]

이 자리에 있었던 전원의 머리 위에 말이다.

마이어 씨가 좀 섭섭해하겠군.

그와 함께 숲의 중심에 빛으로 감싸인 카드가 한 장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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