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222화
????단계 - Lv.1023 불의 마탑(2)
유배자는 미치기 쉬운 환경에서 살아간다.
미쳤다가 정상으로 돌아올 수도 있지만, 어딘가 결여가 남아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니까 바깥의 삶을 내던지고 NPC 요정과 가족을 꾸리기도 하며, 심취할 만한 무언가를 찾아 푹 빠지기도 한다.
수백 수천 번의 죽음을 반복한다는 것이, 어찌 정상적인 환경이겠는가.
하지만 완전히 망가지는 사람은 왕국에 도달하지 못한다.
왕국에 도달해 랭커까지 된 양반이라면 곱게 미친 편이라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구출대상, 자신을 러셀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순순히 나와 꼬맹이에 대한 적대를 거두었다.
도리어 친근하게 굴기까지 하는 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 펜던트를 손에 넣었는지 궁금해하는 모습이었다.
더스번 경에 대하여 들은 그는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아아, 소드 마스터. 그 아름다운 울림이여. 인류는 언제나 검에서 빛을 뿜는 검사에게 구원받았지."
"용사는 별로 안 좋아하십니까?"
"각 서버의 용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에게 소매 넣기 하는 게 내 취미일세."
진짜 미친놈이군.
가명이 러셀인 것도 러셀 크로우를 생각해서 아닐까?
저 양반의 지구에도 그 영화배우는 존재하는 모양인데.
여러 지구들은 대개 흡사한 모습을 가진다. 내가 온 지구가 가장 스탠다드하다고 생각하면 거기에 뭔가 이상한 게 하나둘 추가 된 느낌.
아니면 아예 시대가 다르거나.
블랑쉐가 온 미래도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결국 같은 지구니까 말이지.
로잘린과 에르메스가 러셀에게 자신들이 누구의 의뢰를 받고 여기까지 왔는지 설명한다.
러셀은 나에게 한 것과는 반대로 꾸벅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요키가 그 정도로 나에게 관심이 많을 줄은 몰랐는데. 그 수전노가 그런 거금을 쓰다니."
요키는 [무기고]의 길드 마스터가 대외적으로 쓰는 이름인 모양이다. 일본인일까?
그 감사에 이미 의뢰비는 중요하지 않게 된 둘이 손사래를 친다. 그들의 주머니에는 의뢰비가 따위로 보일 물건들이 그득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점점 러셀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관심이 없어지는 게 보였다.
어차피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니.
감사를 표한 후, 러셀은 그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당연히 자랑하기 위해 반짝이고 있는 칭호를 보았다.
[몽환의 숲 정복자]
"뭐, 늦어버린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건 좀 아쉽군. 솔로 클리어를 노리던 참이었는데."
"혼자 말입니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로잘린이 고개를 저었다.
러셀이 껄껄댄다.
"내 장비를 보시오. 난 애초에 몰려 다니는 게 적성이 아니라 이런 길을 택했는걸. 그리고 저기 하드스록의 유명한 의원도 솔로 클리어잖소."
로잘린이 쓰게 웃었다.
"따지고 보면 그렇겠지요. 하지만 그건 같이 도전하던 이들이 다 죽거나 떠나가서입니다. 처음부터 솔로는 아니었지요."
"그 사람도 검방 전사였으니 나도 할 수 있겠거니 했지."
어디까지 컨셉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정도가 되면 잘 어울리긴 한다.
희끗한 반백의 머리카락, 지저분한듯하면서도 느낌 있는 수염.
세월의 풍파가 그대로 남아 있으나, 흠이 아니라 연륜으로 보이게 하는 외모다.
이것도 맞춰서 관리한 거라면 정말 놀랍겠는데.
"모든 서버의 인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힘을 손에 넣고 싶었는데."
진짜 그런 거 같다.
* * *
상황 정리가 필요하다.
이번에 숲에서 있었던 일은 전혀 계획된 것이 아니며, 철저하게 남의 사정에 휘말려 일어난 일이다.
나는 그다지 동네방네 우리 굉장해요 하고 소문낼 생각이 없었다.
그건 본격적으로 [메인 던전] 공략에 나설 때 해야 한다.
그러니까 무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레바테인은 충분히 강력한 아티팩트요, 수르트가 보여준 위엄을 고스란히 재현할 수도 있는 마검이다.
아직 숲에서 나가려고 하는 이는 없지만 나는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숲의 중심부에서도 정중앙에 포탈이 열려 있다. 저기로 나가면 각자 입장했던 리프트로 돌아간다.
마법사들과 호위대는 아케인의 리프트에서 왔을 테니 즉시 내 손을 떠난다.
가뜩이나 그루터기 요정은 입이 싼 종족이다.
떠들기를 좋아해서는 아니지만 물어보면 선량하게 답변을 하는 놈들이라 그렇다.
휴식 중인 호위대와 마법사들을 지나서 포탈 앞에서 마검을 든다. 검집이 없어 불편하군.
포탈 주변에 둥글게 금을 그었다.
내 마력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검에 깃든 마력이 그어지는 선에 새겨진다.
묠니르가 그랬고, 에리나의 전능한 충격도 그렇듯이 아티팩트는 대부분 충전량을 가진다.
게임 시절에는 단순히 충전량이지만 현실이 된 후로는 역시 그냥 마력일 뿐이다.
세상을 멸하기 위한 거신의 검에서 피어난 불의 원소는 칙칙한 어둠을 동시에 함유하고 있었다.
그려진 원에서 새빨갛기만 하던 수르트의 불길과는 전혀 다른 검붉은 화염이 피어오른다. 그것은 그대로 솟구쳐 포탈을 감쌌다.
우습게도 수르트 역시 이 마검의 힘을 온전히 다루고 있지는 못했다.
원래 보스가 쓰는 걸 유저가 쓰면 더 굉장해지는 법이지. 게이머들은 설정대로만 우직하게 쓰는 게 아니라 온갖 꼼수를 동원하거든.
수르트는 불과 어둠의 듀얼 속성 무기를 온전히 불로만 사용했지.
나는 아니다.
레바테인을 그대로 앞에 꽂았다. 검에 깃든 마력이 다할 때까지는 통과할 수 없을 것이다.
통과하려는 이는 뜨거운 불길뿐만 아니라 어둠 원소 특유의 고통스러움 역시 감내해야 할 테니까.
"지금부터 내 허락 없이 포탈을 통과하려고 하면 죽는다."
몇 명이 미간을 찌푸린다.
호위대의 다른 이들 역시 팽팽하게 긴장을 당기는 느낌이 든다.
이 자리에서 내가 그들을 몰살시키려고 할지도 모른다고 여길 테니까.
외부에서 들어올 여지가 없는 이 숲은 누군가를 죽이고 모른 척하기 참 좋은 곳이다.
그 와중 마법사들은 도리어 의아해했다.
학장이 말한다.
"오, 걱정하지 마시게. 우린 학회를 마저 진행해야 하거든. 여기서 더 지낼 거야."
"그건 생각 못 해본 발언인데."
"클리어된 몽환의 숲에 다시 들어올 날이 있겠는가. 이제 우리가 다시 이곳에 들어온다면 그 불의 거신을 다시 마주해야할텐데."
"맞는 말이라 화가 나려고 해."
비장하게 폼을 잡았지만, 그렇게 되어버렸다.
마법사들이 남겠다는 그들에게 고용된 호위대가 빠져나갈 수는 없는 일이다.
호위대장이 쿨럭, 하고 기침을 했다.
"따르겠습니다. 아무도 포탈 근처로는 가지 않을 것입니다."
학장은 그보다 다른 것에 집중했다.
"어떤가? 우리와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개막식을 하고 있는데 이 난리가 나서 말이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꼬맹이를 보았다.
아직 마력 탈진의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해 멍한 얼굴을 하고 있다.
얘는 관심이 좀 있으려나?
"초청 강사가 되어준다면 정말 기쁜 일이겠어."
"안 합니다. 안 해요."
"그럼……. 어쩔 수 없지."
학장의 뾰족한 귀가 축 처졌다.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일지도.
* * *
며칠이 지났다.
우려와 달리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다.
고용주들이 태평하게 하던 일을 하려고 하니 할 일이 없어진 호위들도 노닥거릴 뿐이다.
그 과정에서 심문을 진행했다. 행운의 성물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심연의 성물인 [아카샤의 눈]만 해도 규율의 신이 얼마나 큰 가치를 매기던가?
하지만 아는 것은 그다지 없었다. 그는 서부의 왕을 통해 연결되어 시키는 대로 일을 수행했을 뿐인 자였다.
그럴 것 같긴 했으나 상상 이상으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마법적으로 제약이라도 가해져 있는가 꼼꼼하게 체크했으나 무의미했다.
도리어 알게 된 것은 이 암살자의 인생사였다.
어둠의 원소로 정신을 흐리게 해서 자백제에 취한 것에 가까운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도 내뱉는 넋두리는 흔하다면 흔한 이야기.
"내 자식은…… 마법사로 만들고 싶었어……."
오래 산 것 말고는 별다른 재주가 없는 저급한 암살자 클래스.
그럼에도 이 남자는 그루터기 요정이었고 같은 그루터기 요정 아내가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사별하고 딸만 하나 있다.
그루터기 요정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종족 중에서는 가장 마법에 능하다.
잎사귀 요정은 술식을 다루는 재능보다는 단순히 마력의 크기가 큰 편이라 정령사에 유리한 편이고.
어쩌다 얻은 요정 카드와 그 수명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사실만이 이 남자의 무기였다.
수르트를 보고도 아직 살아있다는 점에서는 희귀한 경력이다.
나는 학장에게 물었다.
"아케인은 어떤 곳입니까?"
"마법의 도시지."
"삶이 팍팍합니까?"
학장이 쓰게 웃는다.
"양극화는 아케인의 큰 문제지. 하지만 그걸 해결하려는 자도 없고……."
"해결할 필요도 없긴 하지요."
그냥 그런 이야기인 모양이다. 마법에 재능은 없지만 종족만은 요정인 가난한 유배자의 이야기.
학장 본인도 유배자 2세로서 짚이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었다.
"마법은 돈이 많이 들어. 아주 많이 들지. 나는 늘 부모님께 감사하고 있다네."
"아직 정정하신 것 아닙니까?"
"수명대로라면 그랬겠지."
다시 생각해보니 학장의 부모였다면 하드스록과의 전쟁을 하던 시기였을지도 모르겠군.
왕국에서도 사람은 다양한 이유로 죽는다.
"내가 그 암살자를 살려둬야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없네."
이제 아케인이랑 엮일 생각은 없었다. 그래 이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 * *
꼬맹이는 즐거워했다. 마법의 신과 자연의 신이 대화하는 가운데서도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던 녀석이다.
어느 사이엔가 학회에 당연하다는 듯이 참석하고 있다.
마법사들 누구도 꼬맹이가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에 위화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학장이 먼저 나에게 찾아와 찬사했다.
"과연! 유배자 워 메이지로서 험한 일을 겪어본 마법사는 발상부터 다르군!"
그러고 보니 꼬맹이가 가장 먼저 배웠던 속성도,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원소도, 불이다.
이 양반들은 불의 마탑이었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나 싶어서 옆에 가서 구경하기 시작했는데.
"그건 조금 더 개선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화염과 환영의 운영은 어느 정도 공통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과연, 그렇게 하면 실체화할 때, 이 부분을 신경을 덜 써도 되겠군."
"오오, 훌륭해! 정말 훌륭해! 꼬마 아가씨 우리 대학 다녀보지 않겠나?"
왜 꼬맹이가 토론을 주도하고 있는 거지?
석박사 정도 과정을 밟고 있던 이들은 이야기에 끼어들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느낌이 보인다.
반면 교수나 중진급 학자는 되어 보이는 마법사들이 재롱 잔치를 보는 노인네들처럼 신나 하고 있다.
다만 조금 듣고 있자니 나조차도 살짝 감탄이 나올 만큼 수준 있는 토론이 오가고 있다.
저번에 마법의 신과 자연의 신 사이에서 주워들은 가락을 제대로 소화했던 모양이다.
그때는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아이가 내로라하는 마법학자들 앞에서 이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니.
역시 우리 딸내미.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마법사!
잠시만, 이게 아니지.
"이렇게 되면 결과가 보이는데."
"우리 아가 완전 똑똑해요!"
같이 듣고 있던 희우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감탄한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꼬맹이 얼굴 좀 봐. 저렇게 상기된 적이 있었어?"
"뱀파이어답지 않게 홍조가 도네요. 정말 즐거워하는 모양인데요. 저도 어린 시절에는 저런 인텔리 한 직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교수할 수 있을까요?"
내가 지금 걱정하는 건, 그게 아닌데. 지금 노골적으로 꼬시고 있잖아.
주변을 둘러보지만 블랑쉐나 제니도 의아해하고만 있다.
시간이 흐르고, 학회의 현장을 불꽃처럼 휩쓸어버린 우리 꼬맹이는 아주 배부른 표정으로 돌아왔다.
"재밌어요! 최고예요!"
"마법이 좋니?"
"네! 학장님도 그렇고 다들 너무 좋은 요정들이에요!"
심취라. 유배자에게 그건 참 중요한 코드다.
무언가 자신이 살아갈 이유를 찾는 것.
꼬맹이는 그런 점에서는 마법을 동경하는 아이였지.
꼬맹이는 배부른 상태로 그대로 우리 천막에 들어가서 누웠다.
머리를 많이 써서 피곤했던 모양인지 그대로 잠들어 버린다.
며칠에 걸쳐 학회가 시작될 때까지는 저렇게 잠들어 있다가 일어난다.
끝나면 곧장 잠들고.
삶이 곧 마법으로 이루어진 마법사의 모범 사례다.
다음 날, 내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호위대장과 에르메스가 슬며시 찾아와 내게 허락을 구한다.
"그, 캠프에 남겨두었던 식량이나 집기들이 모조리 불타버린지라."
"이제 밥이 없다는 거지?"
"예예, 굶으면서 더 이곳에 머물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좋아, 나가자고. 어디 가서 여기 있었던 일은 말하지 말고?"
"계약상으로도 학회에서 있었던 일은 다들 비밀로 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이 칭호 정도는……."
"그건 달고 다녀."
이 부분이 가장 기뻤던 모양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부분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은연중에 이런저런 것을 내비친 결과, 호위대들은 완전히 우리를 건드려서는 안 되는 신분을 숨긴 하이랭커라고 여기게 되었다.
파티의 마법사가, 틀림없이 워 메이지일 것이 분명한 마법사가 전문 연구자들 사이에서 저렇게 날뛰고 있지 않은가.
수준 차이를 실감케 하는 것에는 오히려 우리 꼬맹이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
저들 대부분은 [몽환의 숲 정복자] 칭호와 함께 이곳에 있었던 추억을 묻어두리라.
술자리에서 말한다고 ‘아, 네, 그렇군요.’ 할 정도의 사건도 아니고 말이지.
술자리 허세로 여겨지지 않겠나.
거물들이 엮여 있는 의뢰였으니 더욱 그러하다.
그 와중 러셀은 며칠 동안 고요히 앉아 명상을 하고 있었고, 더 이상 내게 말을 걸지조차 않았다.
학장도 아쉬워했다.
"이렇게 유익했던 학회는 처음이네. 평생 술안줏거리는 다 뽑아냈군. 껄껄."
"아, 네."
옆에 꼬맹이를 대동하고 있는 점이 아주 신경 쓰인다.
꼬맹이는 지극히 무언가에 도전하는 자 특유의 긴장감을 얼굴로 나타내고 있다.
그래, 마치 부모님께 진로에 대하여 허락을 구하는 그런 표정.
학장이 근엄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 어찌. 잠시 아케인에 머무를 생각이 있다면……."
학장의 잔잔한 빌드업을 꼬맹이가 급발진으로 무산시켰다.
"아빠! 저 마법을 공부하고 싶어요!"
그래 이럴 것 같았어.
저 반짝이는 눈빛 하며, 흥분해서 바동거리는 몸짓 하며.
엄청 귀엽긴 한데.
"크흠, 자네 딸이라지? 정말 꼭 모시고 싶은 훌륭한 인재인지라……. 오래가 아니어도 좋네. 잠깐이라도 우리 마탑의 대학에……."
나는 한숨을 푹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한 달 만이라도……. 응?"
"와! 아빠 사랑해요!"
이제 나도 잘 모르겠다.
본래는 이렇게 감정적으로 움직이는 편은 아니었다.
희우를 좋아하게 되고, 꼬맹이를 가족으로 여기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가져 본 적 없었던 그런 감정이 샘솟곤 한다.
바깥에서는 여자 손도 잡아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기뻐하며 품속으로 달려드는 작은 딸내미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물론, 효율을 배제한 선택은 아니다.
"다만, 한 명 더 입학시켜야겠습니다."
"음? 내 권한으로 뭐든지 할 수 있지. 그런데 대학이 아니라 학교라고 했나?"
나는 블랑쉐를 보았다.
이제 우리 사수가 이블로 종족 변경을 할 건데, 당연하지만 블랑쉐는 마법에 문외한이다.
마법을 구사하지 않는 악마?
와, 정말 큰 낭비로군.
마치 우리 여신님 같아.
아케인이라면 실습을 포함하여 워 메이지 양성 기관도 존재한다고 들었다.
블랑쉐도 간단한 공간이동 정도는 습득해 줘야겠다. 기동력은 사수의 생명이니까.
블랑쉐는 신음했다.
"학교……? 내가……?"
그리고 나는 잠깐 시간강사를 해볼까?
학장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행운의 성물을 가지고 있었던 게 누구인지도 좀 파악해 봐야겠다.
방과 후에는 레벨링하러 가고.
바쁘고도 충실한 나날이 기다리겠군.
희우가 설레는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저는요? 저는요?"
너는 학부모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