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225화
왕국 - Lv.678 불의 마탑(3)
다음날,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처리하고 열차에 올랐다.
숲속의 기차는 곧 뿌우우 하는 기적 소리를 내며 출발한다.
우리는 객실 하나를 통째로 임대했다.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아케인 측에서 준비해 준 귀빈실이다.
베티는 내가 마음대로 뜯어보라고 쥐여준 레일건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모루로 만들어진 장비들은 대부분 불가해하게 단순화된 과정을 거친다.
그런 디테일은 나보고 어떻게 설명하라고 해도 못한다.
그럼에도 [무기고]의 길드 마스터, 그리고 아마도 그 간부진들은 어느 정도는 해석을 해낸 모양이다.
그러니 내 손에 돌아온 레일건이 반짝반짝하는 새것이 되어 있겠지.
베티의 어딘지 패배감이 스며 나오는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참으로 불편해 보인다.
블랑쉐가 말했다.
"이런 걸 아무나 만들 수 있었다간 난리가 낫겠지."
"뭐 아무나는 아니긴 한데."
"랭킹에 들지 못한 이들도 충분히 제작할 수 있는 소재뿐이야. 난이도 대비 너무 효율이 좋은 무기라고 생각해."
총기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어딘가 애정이 느껴진다.
너덜너덜해졌던 표면도 말끔하게 마감되어 있다. 기본 사양이 너무 눈에 띄는 것을 고려하여 도색까지 완료했다.
이런 부분은 베티가 신경 써준 점이다.
원래는 반짝반짝한 게 예술품으로 보일 정도였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너무 쉽게 블랑쉐가 특정될 수도 있었다.
"어쨌든 나는 이 총이 좋아지는군."
"까맣게 칠해서야?"
"이런 색이 좋아."
무광 블랙. 아름다운 색이지.
뭐, 무기에 애정을 느끼는 건, 전투가 생업이면 누구나 그렇게 되는 문제긴 하다.
미궁에선 소모품이라 그렇지.
그 말에 블랑쉐가 약간 불안하게 고개를 든다.
"이것 정도면 오래 쓸 수 있지 않나?"
"아티팩트에 비하면 내구도가 좀 아쉽지. 적당한 시일이 오면 바꿔야 해. 결국 거쳐 가는 장비니까."
"그런가. 이런 것도 거쳐 갈 뿐인가."
블랑쉐가 인상을 찡그린다. 어딘가 미심쩍은 눈빛은 의도건 의도이지 않건 야릇한 기운이 감돈다.
악마라 그렇다.
이젠 더 이상 얼굴을 가리지 않고 있지만 다른 의미로 조금 가릴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런 걸 잘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대인관계에 능수능란한 사람이다.
블랑쉐 같이 건조한 인물상은 이런 부분에선 이블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악마의 징표인 뿔과 불그스름한 피부는 숨겼다. 겉보기에는 그냥 냉랭한 분위기의 미녀로 보인다.
이건 희우처럼 적당한 위장 마법이 아니라 ‘이블’이라는 종족의 특성이다.
각종 유틸리티에 능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적인 의미로 그런 것이다.
만약 NPC적으로 평한다면 인간에게 계약을 제의하는 사악한 악마가 그 본질이다.
멋도 모르고 소환한 자를 달콤한 말로 구슬려 계약을 맺게 만드는 그런 이미지 있지 않은가.
흔히 서큐버스라 일컬어지는 몽마는 미궁에도 존재하며 그 정체는 여성 이블이다. 블랑쉐는 그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정도 이상의 매료는 불필요하니까.
"젠장. 그런 소리를 해도 없던 꼬리도 생겼는데."
"맞아요! 사람에게 갑자기 날개가 생기면 얼마나 힘든데요."
"너도 비행 연습 좀 더 해!"
희우도 단지 속도를 내는 것에만 능숙해졌을 뿐이다.
제대로 된 기천사 숙련자는 좀 더 정밀하고도 곡예스러운 비행이 가능하다.
그래 예를 든다면 희우가 종종 보여주곤 하는 유령 같은 움직임과 달리기.
"그걸 비행으로 구현하라고요?"
"할 수 있어. 대충 원리는 알고 하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지금부터 그런 부분도 연습해 봐. 남의 가문 무술을 내가 가타부타 하긴 뭐하니까."
이 아이가 바보인 부분은 주로 앉아서 궁리해야 하는 영역이다.
몸을 쓰는 쪽이라면 천재적이라 할 수 있다. 애초에 기라성 같은 설정을 줄줄 달고 나오는 정씨 가문에서 천재 같은 소리를 들을 정도면, 그건 온전히 사실이란 뜻이다.
게다가 지금 우리 행선지는 학교다.
그래. 학교다.
배움의 장이지.
"고위 종족이라고 해서 단순 스펙에 의지하는 건 좋지 않아. 스펙이 높으면 할 수 있는 디테일도 달라지는 법이지."
"오빠가 뱀파이어를 굴리는 모습을 보면 납득할 수밖에 없네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만큼만 하란 말이야. 어?"
"더럽고 치사해! 비겁해!"
블랑쉐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 빠?"
아니, 왜 그렇게 충격적인 표정으로 날 보는 거지?
희우는 내 딸내미 아니라니까.
아직도 의심을 거두지 못한 것인가.
* * *
기차로 이동하는 시간은 길다. 블랑쉐는 그동안 악마의 육신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제 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서야 무엇도 할 수 없다.
오르골이 다가와 여러 가지 요령을 알려주긴 했지만 이런 부분만큼은 누군가 가르친다고 쉬이 해결되는 게 아닐 것이다.
"이블은 원래 좀 다루기 힘들어. 변장, 위장 같은 능력을 종족 특성으로 탑재하고 있으니까."
"정말 쉽지 않군."
단지 비행이라는 기능만이 추가되는 천사와 다르게 계약의 악마인 이블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다.
"어때? 위화감은 없나?"
"흠, 머리 크기 비율이 좀 안 맞는데. 약간만 줄여봐."
그간 격렬한 활동은 지양했다. 완전히 다시 태어난 몸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나 크게 손상되었던 몸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대신 또다른 종족적 특성을 연습했다.
"이렇게?"
"좋아. 적당하네."
지금 블랑쉐는 별 특징 없는 어린아이의 모습이다.
꼬맹이를 모델로 더 눈에 띄지 않게 몇몇 부분을 수정했다. 어지간한 수준의 검문으로는 결코 들키지 않는다.
"그걸 프리셋으로 생각해. 몇 가지 타입의 외형을 확고하게 인식해 두면 변신의 효율이 좋아져."
"알겠다."
블랑쉐는 몸의 변형을 되돌렸다. 이건 어렵지 않다. 악마는 부정형의 생명체가 아니다. 원하면 언제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다른 모습으로 전투하는 것도 익숙해져야겠군."
"그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무리할 필요는 없어. 체격 자체가 전혀 달라지니까 쉽지 않을 거야."
"훗."
블랑쉐는 오르골을 보며 웃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이 남자는 확실히 그의 아버지인 ‘오르골’이 아니다.
유능한 만큼 포악했던 그녀의 아버지는 교육이 가혹할수록 더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고 믿었다.
슬프게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오르골’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그녀와 자매들은 정말로 재능으로 가득 찬 존재들이었다.
재능 없는 아이는 시험관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문득 플래시백 되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
웃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아버지.
좋은 추억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삶이다.
그러나 미궁은 그 모든 기억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차가운 진실을 말한다.
이미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길 결정했으나 아직도 가끔 마음 한구석을 서늘하게 찔러 오는 생각.
그렇다면 그녀의 삶은, 그녀의 인생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뭐, 지금은 지금의 임무에 집중해야겠지."
블랑쉐는 몇 번 더 모습을 바꾸는 연습을 했다.
블랑쉐의 여동생이 다가온다. 지금은 굳이 숨기고 있지 않은 헤일로와 핀 형태의 날개가 반짝인다.
"엄청 힘들어 보여요. 전 하라고 하면 못했을 것 같아요."
마침 어린 소년의 모습이었던 블랑쉐가 그대로 대답한다.
성대의 성형이 제대로 되었기에 변성기 전의 앳된 목소리로 대답할 수 있다.
"천사가 된 지 두 시간 만에 자유 비행을 터득한 네가 할 말은 아니다."
"아니, 그건 언니도 잘했잖아요."
"나는 꼬박 하루가 걸렸다."
"으으으음, 그래도 그건 몸이 회복되면서 어긋난 점도 있구, 그리구……."
"알았다. 방해되니 저리 가렴."
"아앗, 네에."
착한 아이다.
그리고 의도를 전혀 숨기지 못하는 아이다.
다시 만난 이후로, 그리고 사실상 사로잡힌 그 순간부터 끊임없이 그녀를 신경 써주고 있다.
블랑쉐는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이 파티에 순순히 들어서게 된 처음의 이유는 단지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녀가 생각하는 오르골이라면 이 미궁에 대해서도 이미 분석을 끝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아가 해결책 역시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완전무결의 화신 같은 남자였으니까.
증오하는 만큼 또 그런 부분에서는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본인이 아닌 모양이다.
그리고 무언가.
이런 분위기도 좋지 않은가.
‘오르골’이 좀 더 자상한 남자였다면 그녀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도 이런 분위기였을 지도 모르겠다.
* * *
미궁에 존재하는 칭호는 언뜻 신분 증명이나 자랑질 이상의 쓸모는 없어 보인다.
잘 모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칭호의 수집은 매우 중요하다.
마인드맵에서 특정 스킬이 뜰 확률은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으며, 더럽게 복잡하게 설계되어있다.
그리고 그 확률 보정은 대체로 그 캐릭터가 걸어온 행적에 달려 있다.
[마인드맵] 아니겠는가.
인격이 되었건, 가치관이 되었건, 사고관이 되었건. 결국 한 사람이 살아온 궤적인 법이다.
그렇게 따지자면 유배자들은 회차마다 새로운 삶을 사는 셈이지만 어쨌건 그렇다.
이 부분이 블랑쉐에게는 문제가 되었다.
별다른 행적이 없는 왕국 이전, 튜토리얼 구간의 초반부라면 문제없다.
그때는 행적이라 할 만한 것이 너무 적다.
과거가 현재의 마인드맵에 영향을 주는 일이 적다.
그러니까 무기를 뭘 들고 있는가, 지금 HP 상태가 어떤가.
단지 이것만으로도 강한 보정이 발생한다.
왕국 이후에서 레벨도 100이 넘어갔을 수준이면 좀 달라진다.
그때부터는 너무 다양한 요소가 관여한다.
그걸 보완하기 위한 시스템이 칭호다.
칭호 역시 한 유배자의 행적을 나타내는 장치에 불과하지만, 동시에 그 어떤 것보다도 명료하게 나타내 준다.
블랑쉐가 가진 칭호는 그다지 많지 않았고 쓸 만한 것도 없다.
오히려 부정적인 것도 많다. 안 좋은 보정을 가하는 종류의 것들.
‘골치 아프군요.’
「왕국에 도달해서 지낸 시간만 이미 8년인데 그간 뭐 좋은 일이 있긴 힘들었으니.」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건 버린 시간이다.
정말로 버린 시간이다.
칭호가 되어 쌓여야 할 행적들이 모두 낭비되었다. 블랑쉐가 왕국에서 보낸 대부분의 세월들은 무의미하다.
「나는 그런 식의 보정이 가해지는 줄은 전혀 몰랐는데. 그래서 도전자들이 더 강해지는 것이었군.」
‘겁쟁이처럼 안전하고 느긋한 레벨링만 즐긴다면 긍정적인 보정이 거의 없죠. 아예 천운이 따라줘야만 좋은 스킬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같은 유니크 스킬끼리 무엇 때문에 성능 차가 그렇게 발생하는지 의문인 경우가 많았지.」
‘미궁이 리스크만큼의 리턴을 준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문제다. 블랑쉐는 우리와 함께 튜토리얼을 헤쳐 나온 것이 아니다.
희우나 나, 그리고 꼬맹이는 산더미처럼 보유한 위업들이 블랑쉐에게는 없다.
이제와서 바닥부터 쌓아 올리기는 힘들다. 이미 도망자의 삶은 칭호화될 정도로 누적되어 왔다.
이제 와서 다른 걸로 덮어 고오급 스킬들만 쏙쏙 뽑아내기에는 불순물이 많은 셈이다.
그걸 다 덮어버릴 정도로 위업을 도배하려고 들다간 먼저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준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 블랑쉐는 지금도 충분히 강력하다고 본다만.」
‘이상한 유니크 스킬 자꾸 뜨면 지우고 다시 붙이기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여신님 권능도 무한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노가다 할 생각을 좀 하란 말이다. 언젠가는 나오겠지.」
‘하이랭커를 상대할 전력을 빨리 갖춰야 하는데 말이죠.’
「그건, 뭐 확실히 조바심을 낼 만한 상황이로군.」
한숨을 쉬며 걷는다. 고민이 많다면 조금 걷는 정도의 가벼운 운동이 좋다.
식당칸까지 가서 군것질거리를 사오는 일을 자처했다.
사실 뭐, 나도 안다.
블랑쉐의 상태는 한숨이 나올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
그저 아주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세팅이 불가능해서 아쉽다 정도뿐이다.
그치만, 찝찝해서 죽을 것 같은 건 그렇다 치고 말이다.
예쁘게 세팅하지 않으면 [메인 던전] 공략이 어디까지 힘들어질지 모른단 말이지.
뭐, 진짜 게임도 아니고 현실이 된 이후로는 100% 뜻대로 되는 일 따위는 없다.
조금씩 틀어져도 맞춰 나가는 게 정답이다.
그러니 이제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파티 구성을 생각한다.
아직 전방에서 힘쓸 전사도 둘 정도는 더 구해야 할 것 같다.
성직자는 없어도 좋다. 꼬맹이 정도의 재능이라면 무리 없이 성직자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어차피 미궁에선 성직자도 전투직이다. 특별히 뒤에서 힐만 날려대는 그런 존재가 아니니 아쉬울 게 없다.
"연초나 좀 사둘 걸 그랬나."
특별히 흡연자는 아니지만 간혹은 당긴다.
"음? 공방에서 봤던 친구잖아."
"예?"
절로 나온 혼잣말에 누군가 반응했다.
얼굴은 기억하고 있었기에 알아보는 게 어렵진 않았다.
왠지 카우보이모자 같은 거에 갈색 가죽 재킷, 멋들어진 벨트.
뭐 황야의 무법자라도 감명 깊게 본 것 같은 패션이다.
컨셉러시구만.
하지만 베티의 공방 입구에서 보았던 남자다. 틀림없이 상위랭커, 혹은 하이랭커다.
엮여서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수상쩍지 않을 정도로는 대한다.
"아아, 그때 그분."
"그 공방에 출입하는 것 보면 한가락 하는 친구겠군. 연초 찾나? 이거 한 대 하지. 어디서 쉽게 못 사는 건데."
그러며 품속에서 건넨 시가는 한눈에도 아주 고급스러워 보인다.
슬쩍 표정을 살폈으나 꿍꿍이는 없어 보인다.
척 봐도 별난 사람이니 별난 행동을 하는 거겠거니 싶다.
"그럼 한 대. 감사합니다."
"맥."
"예?"
"내 이름."
이미 동요는 일부러 드러내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을 지경에 도달했다.
자연스럽게 상대가 내미는 나이프를 받아 시가의 끝을 커팅한다.
불도 빌렸다.
창문은 이미 열려 있다. 상대도 마찬가지로 남은 시가를 꺼내 불을 붙인다.
"후우, 좋군."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오르골입니다."
"이름?"
반응이 순수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내 이름에 손톱만큼도 반응하지 않는다. 일그림이 여기까진 조사를 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새끼 알고 온 게 아닌가? 아닌 거 맞지?
물질분해 블레이드를 일으키기 직전까지 가동하려 했던 마력을 가라앉힌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최대한 안쪽에서 운용했으니 맥은 모를 것이다.
미세한 맥박의 변화, 눈의 움직임 등을 주시하고 있었다. 뭐라고 반응을 보이는 순간 벨 생각이었는데.
이거 참 곤란하군. 평범하게 왕국에서 걸어만 다녀도 희우가 영향을 끼치는 걸까?
우연인 것 같지만, 마냥 우연이라기엔 질이 좀 나쁘다.
맥이라.
그 이름을 쓰는 랭커급 사수라면 일그림의 동료일 수밖에 없다.
무슨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
그러나 맥은 권태로운 표정으로, 정말로 기차가 따분하다는 표정 그 자체로 말을 이어나간다.
"난 혼자라 심심한데, 잠깐 말동무나 좀 해주지."
"그럴까요?"
일단은 죽이지 말고 있어 보자.
아케인과도 엮인 마당에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