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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226화 (226/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226화

왕국 - Lv.678 불의 마탑(4)

"이야, 이거 참 대단한 친구로구먼."

"아니, 하지만 그렇게 차인 게 제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

"꼬박꼬박 존대하려고 들지 마. 이제 우린 친구야."

"그럴까?"

"난 담배 빌려준 사람이랑은 존대 안 해."

몇 분 지나지 않아서 깨달았다.

이 녀석, 바보다.

틀림없이 바보다. 인생을 아주 대충 살지만 그럼에도 요령은 좋은 그런 타입이다.

다루기 쉬울 수도 있지만 동시에 어려울 수도 있다.

일그림과 에리나에게 애도를 표하자. 이 녀석 때문에 사고가 터진 게 한두 번이 아닐 것 같은데.

이런 종류는 한 발 멀리 떨어져서 관망하는 편이 좋다.

전형적으로 항상 같이 있으면 피곤해지고, 가끔 만날 때만 좋은 친구다.

"아니, 난 얼굴이면 다 되는 줄 알았어. 그 얼굴로 차일 수가 있다니. 상상도 못 해봤군."

"종족의 벽은 넓고도 두텁지. 요정과 친하게 지내본 적이 없나 보네."

"그루터기 요정들은 그 왜 뭐, 좀 그거 있지 않나."

"아, 그거. 좀 께름칙한 느낌."

"그래, 그거!"

다만, 그 덕에 특별히 구워삶으려고 하지 않았음에도 저쪽이 쉽게 다가온다.

진짜로 아무 생각도 없는 걸까?

뭐, 뭔가 생각이 있는 것일지라도 이해는 할 수 있다.

베티의 공방에 드나들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건 한가락 하는 유배자일 테지.

어느 세계에서나 인맥이 다다익선인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아마 맥은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여기고 이름을 밝혔을 것이다.

정말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누군지 모르고 당할 뻔 했군.

어쨌든 그는 이미 나를 말도 잘 통하고 재밌는 친구라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아, 정말 오랜만에 배를 잡고 웃었군. 그런 식으로 차여봤단 말이지."

"요정들이 그렇게까지 얼굴에 관심이 없을 줄은 몰랐지. 애초에 미의 기준이 조금 달라. 어차피 죄다 미남미녀니까 오히려 인간 기준으론 좀 못난? 그런 얼굴을 선호한단 말이야."

"이야아. 이거 이거, 나도 희망이 생기는걸? 요정 마누라 한번 꿰어 차 볼까."

"아, 너무 자학하지 마. 솔직히 거, 미남은 아니어도 호남은 되지 않나."

"고맙군, 친구."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는 자신 있는 편이다.

멘탈을 놓친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하루도 쉬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왔다.

볼 꼴 못 볼 꼴 다 보고 살아왔으니 입 터는 건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케인에는 왜 가나?"

"마탑의 초청이야. 강연하러 가는 거지."

"마법사였어? 그렇게 멋들어진 검을 차고 있으니 전사라고 여겼는데."

"워 메이지라고 해줘."

"아하, 그런 강연이군."

마법사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인 지식욕.

아케인에서 능력 있는 마법직 유배자를 불러들이는 일은 종종 있곤 하는 모양이었다.

"거긴 좀 작은 사회? 하여간 너무 자기들끼리 놓아서 좀 그래. 워 메이지 놈들은 더럽게 콧대만 높고."

"뭐 어때. 한 발이면 끝날 건데."

"크으, 어찌 그렇게 내 맘을 잘 알지? 당해본 적 있나?"

"난 사수가 싫어."

"그럴 만도 하지. 절대 못 이기는 상대란 건 언제나 찝찝하니."

이쯤에서 나도 살짝 찔러보자.

"맥은 무슨 일로 아케인으로 가고 있어? 사수의 본진이라면 역시 시티즌인데."

"친구 보러 가는 길이야."

"그럼 레베카?"

"아는구먼. 아주 깐깐한 친구지만 그래도 그냥 보고 있으면 재밌단 말이야."

고생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군. 이거 뭐 그냥 술김에 기차타고 출발한 느낌인데.

일단은 여기까지만. 더 깊게는 천천히 친해지면 캐내자. 그리고 가능하면 아케인에서는 얼굴 비추지 말자.

다른 얼굴로 마주쳤던 게 더 좋을 텐데. 본 모습이면 너무 기억에 확실하게 남을 거다.

그래도 달리 생각하면 약간의 변장만으로도 인상이 흐려지려나?

나도 종족을 이블로 하던가 해야지 원.

"시가는 원래 한 자리에서 다 피는 게 아닌데. 한 대 더 하겠나?"

"아니 괜찮아. 오랜만이라 목이 아프군."

"그럴 수 있어. 이따가 저녁에 술이나 한잔하지. 어차피 며칠은 열차에 있을 것 아닌가."

맥은 그렇게 말하며 자기 자리를 알려줬다. 부유한 하이랭커답게 퍼스트 클래스다.

아예 객차 하나를 전세낸 우리 파티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느끼하게 윙크를 하며 총잡이가 사라졌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파티원들에게 돌아갔다.

목이 아프단 건 정말이다. 연초가 그립다고 대뜸 시가 같은걸 피고 싶진 않았다고.

끔찍하게 독하네. 참 컨셉에 철저한 양반이다.

* * *

객실로 들어서자 블랑쉐가 비장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오르골, 내가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했지."

"그렇긴 한데. 왜 그렇게 각오를 다진 표정이야?"

"의논할 것이 있다."

"뭔데?"

"대본 말이다. 나는 학생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모른다. 가서 가만히 앉아만 있는 건 아니지 않겠나."

갑작스럽게 아련히 플래시백 되는 옛 기억.

바로 이전 회차에서 블랑쉐라는 고정 네임드 유배자 NPC가 아싸 찐따라는 확신을 얻었던 이야기.

"음, 그래 혹시 대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자신이 없어?"

"난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잘 모른다. 자연스럽게는 더더욱 못한다."

"지금 잘하잖아."

"이런 사무적인 태도를 원하는 건 아닐 텐데."

"워워, 진정해. 학교에 가는 건 임무가 아니야."

블랑쉐가 총을 떨어뜨렸다.

"임무가…….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부터 좀 들어봐도 될까?"

블랑쉐의 눈이 아주 아주 빠른 속도로 깜빡거렸다.

볼이 파를 떨리는 것이 상상도 못한 대답을 듣고 당황이 목까지 차오른 모양이다.

"그럼 난 가서 뭘 해야 하지?"

"마법을 배워야지."

"정말로 그게 다였단 말인가."

"왜 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행운의 성물의 행방을 찾는다거나 여러모로 내가 잠입하여 수행할 임무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고회로라면 충분히 가능한 판단이다. 아무래도 블랑쉐는 자신이 이 파티의 일원이라고 여기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보다는 나에게 종속된 부하 같은 개념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지 않나 싶군.

"정신 차려. 나는 ‘오르골’이 아니야."

블랑쉐가 움찔했다.

"사실 나도 이야기로만 들어서 그 양반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그런 NPC를 전혀 몰라."

사실이다. 게임 시절에선 존재를 알지 못했던 무언가다. 내 닉네임을 따서 만든 설정일 수도 있지만 그건 기획자 머릿속에나 있겠지.

그 자식이 이 미궁에 같이 끌려들어와있다면 좋을 텐데.

프로방스는 있는데 왜 그 놈은 없어?

블랑쉐는 망연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자꾸 눈에 밟히지?"

"그건……. 맞다."

"뭐, 심리적인 문제는 어쩔 수 없지."

이전 회차의 블랑쉐는 오르골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이 의식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때의 블랑쉐와는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점차 의존적인 태도가 되어갔던 것도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애증의 존재인 ‘오르골’의 그림자를 끊임없이 내게서 발견하고 싶었던 모양일지도.

"그래도 뭐 상관없어. 그렇게 생각해서 편해진다면 임무라고 여겨. 제대로 공간계통 마법의 기동성을 확보해오도록."

"노력…… 해보겠다."

블랑쉐는 미간을 미묘하게 찌푸린 채 돌아섰다.

블랑쉐의 마법적 재능에 대해서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수재도 되지 못한다. 거기에 공간계 마법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축이다.

마법의 종족으로 거듭나지 못했다면 권하기 힘든 정도다.

그래도 익힌다면 활용은 잘할 것이다.

블랑쉐가 바깥에서 가지고 들어온 장비 중에서는 공간 이동을 구현하는 장치가 있다.

사용 자체는 금세 익숙해지리라. 마력의 운용만 쉽게 해낸다면 말이다.

시무룩해진 블랑쉐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더니 가만히 구석에서 듣고 있던 희우에게 갔다.

둘이서 무언가 작게 소곤소곤하는 것 같더니 희우가 큰 목소리로 외친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역 여고생이었던! 제가!"

이어서 ‘저는 학생의 프로라고요!’ 같은 헛소리가 들려오는데 상담할 대상이 잘못된 것 아닐까?

저 몹쓸 학부모의 학창 생활에 대해서 본인이 쫑알거리며 이것저것 이야기해 주긴 했었는데.

자꾸 괴물 퇴치하러 조퇴해서 그다지 학교를 나가지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친구는 제법 있었던 모양이니 어떻게든…… 되는 게 맞을까?

아닐까? 지금이라도 내가 대본을 쓰는 게 더 옳은 방법인가?

제기랄.

절로 새어 나오는 한숨이 조금 떨어진 누군가와 겹친다.

고개를 돌리니 제니와 눈이 마주쳤다.

"랭커들은 다 정상이 아니군요. 제게는 이를지도 모르겠어요."

"어디를 가나 경지에 이른 이들은 평범하진 않자. 너도 그렇게 될 거야."

"그걸 바라고 따라왔어요. 이루어지면 좋겠네요."

"싫어도 그렇게 될걸?"

"하긴, 이런 칭호를 가지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심드렁하게 말하는 것을 보니 제니조차도 서서히 우리 파티의 이상함에는 적응해 가는 모양이다.

학부모와 나는 방과 후 리프트 활동에도 힘을 써야 하니 제니도 꼭 필요한 인재긴 하다.

그 떡고물을 받아먹는 과정에서 랭커급 전력이 하나 정도 더 탄생할 수는 있겠지.

* * *

며칠간 식당차에서 맥과 친분을 다졌다.

어차피 일그림과 에리나는 결국 우리를 찾아낼 것이다. 맥과 노닥거리는 일은 도리어 연막을 치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친구는 정말로 아무 생각도 없는 게 확실했기 때문이다.

"내 가명이 왜 맥인지 아나?"

"그 뭐 총잡이 게임 캐릭터에서 따온 거 아니야?"

"하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좀 있던데 그게 아니야."

"그럼?"

"패스트푸드점에서 따왔지! 빅한 맥의 그 맛이 그립군."

여기서 나는 약간 고민을 한 후.

"만들어 줘?"

"요리도 하나?"

"아니, 뭐. 못할 건 없지."

식당 칸의 식재를 조금 이용하는 것에 무리는 없었다. 하늘 같은 유명 하이랭커와 아케인의 귀빈이니까.

열차는 원래 아케인의 기술이 근간이기에 관계자들은 마탑 앞에서 굽신거릴 수밖에 없다.

"세상에. 완벽해. 정말로 그 맛이야. 딜리버리 오는 도중 눅눅해진 것까지 구현했군."

오히려 엔젤 같은 쉐프들이 가끔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추억은 질 낮은 대충 만든 요리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자기 전문 분야를 일부러 못하는 걸 아주 힘들어한다.

"콜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미궁에는 코카 열매가 자생하지 않아서."

"비극이야. 비극!"

빅한 맥에 취해 버린 맥은 그대로 탄산 대신 위스키를 들이켜고 꽐라가 되어버렸다.

일그림 파티나 하이랭커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쉽게 캐낼 수 있었다.

이런 무방비한 행동은 뭐, 아마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겠지.

하이랭커는 그렇게 오만할 자격이 있는 이들이다.

그리고 마침내 열차가 아케인에 도착했다.

숙취에 시달리는 맥에게 인사하고 먼저 내렸다.

학장과 그 측근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아케인에 온 것을 환영하네! 일단 숲에서 못다한 만찬이나 하세."

"암살시도에 대해서는 뭐 더 알아내신 거 없습니까?"

"아, 그거 조사하고는 있는데. 아마도 다른 탑이겠지. 그보다는 학회를 끝내야지."

"예?"

"학술대회의 꽃은 만찬이지! 식도락 없이 어찌 학회를 열었다 하겠는가! 거기선 다 타버려서 못했지만 이미 다 불러모아 놨네."

그보다는 뭐 입학 수속이나 이런 여러 가지부터 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

학장은 요정으로 태어난 유배자 2세 치고도 특히나 느긋한 양반이다.

건배사는 당연히 내가 했고, 만찬의 주인공도 나였다.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폐회식까지 해야 했다.

생각해 보니 숲에서는 학술대회의 끝을 선언하지 않았다.

진행형이었나 보다.

꼬맹이도 조그마한 혈액팩을 들고 쭙쭙 빨아대며 마법사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볐다.

"그래서 우리 딸내미는 어디로 등교합니까?"

"아, 그런데 그게 말일세."

학장의 표정이 장난스러워졌다.

"사실 저 아이가 대단한 건 맞지만 조금 애매한 부분도 있지 않나."

"지식의 폭넓음에 대해서라면 사실 마법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별수 없습니다."

"그래, 내 그래서 좀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리 그래도 마탑 대학부터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꼬맹이가 스스로 어떤 연구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기엔 시간이 많지는 않다.

그러니 다양한 경험을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본인이 바라는 바도 그쪽 방향이다.

학장은 낄낄대며 말했다.

"그 재능이면 기초를 다지는 게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으니 고등부부터 시작하지."

"그럴 시간은 없는데요."

"졸업 후 취업을 생각하는 반이 아닌 대학반에 편입시킬걸세. 거기 게으른 놈들에게 매운맛 좀 보여줬으면 하는데."

"곧 입시 기간입니까?"

"그렇다네. 요번 녀석들이 인재는 많은데 죄다 자만이나 게으름으로 가득 차서 말이야. 자네 딸이 따끔한 자극 좀 줬으면 싶군."

아, 그렇다면야.

꼬맹이에게도 신선한 충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며, 나아가 아케인에서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에 대한 정리도 될 것이다.

기초학문이란게 원래 그런거니까.

그런데 그럼 어린애들 사이에 섞어두는 거잖아? 사교성, 흠. 우리 딸 사교성은 괜찮겠지?

어디 품 밖으로 내놓은 적이 없으니 약간 걱정되기도 하고.

한데 학장이 여전히 장난기를 거두지 않은 표정으로 다른 걸 물었다.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다.

"자네 강의 말일세. 사실 그냥 시간만 고지하고 들을 사람만 듣는 식으로 하려고 했거든?"

"아, 뭐 그래야죠. 제가 유명인사도 아니고."

"그런데 하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서 신청 후 추첨을 하고 있다네."

"대체…… 왜 그렇게 된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냐.

학장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일을 하고 있는 얼굴로 말을 이어나간다.

"마법의 신께서 만신전을 통해 공식적으로 문의를 넣은 뒤에 그렇게 되었지. 우리도 긴가민가하여 확인해 보았는데 본인이 맞으시더군."

"아……."

"강의 주제도 안 정해졌는데 어찌 아신 모양인지. 그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는 자네가 누군지도 모르는 이들도 미쳐 날뛰고 있네. 마법의 신을 한 번이라도 뵈어 볼까 하고 기웃거리는 거겠지. 혹시 뭐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나?"

학장은 정말로 이 상황이 즐거운 모양이었다. 그야 뭐 불의 마탑의 주가가 떡상 하고 있긴 하겠군.

후, 잊고 있었는데. 이미 그 양반은 내 팬이었다.

그런데 설마 이 양반 강림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냥 신도의 눈과 귀로 들어도 되는 거 아니야? 불안이 끊이질 않는다.

"뭐, 어쨌든 우리는 마법의 정점에 달하신 분이 찾아오신다면 기쁘기 그지없는 일이라 거부할 생각은 없다네. 자네에게 부담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군."

"부담이 되긴 하군요."

"신 앞에서라면 누구나 그렇겠지. 이해하네."

마법의 신 앞에서 강의를 한다는 부담감이 아니라 이 양반이 무슨 돌발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점이 부담이긴 한데.

엄청나게 부담스럽긴 하다.

가만히 듣고 있던 여신님이 웃다가 쓰러지셨다.

「크큽. 그거 아냐? 마법의 신이 이번에 네 사인 받고 싶어 하는 거. 푸흡.」

‘왜 저번엔 안 받았답니까?’

「긴장해서 까먹었다던데. 그래서 벼르고 있더라고.」

돌아가시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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