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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243화 (243/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243화

왕국 ? Lv.2701 일그림 파티(2)

"43서버를 박살 내고……. 아주 위험한 유니크 스킬을 보유 중이고……."

레베카는 한숨을 푹 하고 내쉬었다.

"정말 끔찍하게 위험한 파티지."

이건 꼭 사다리차기를 위해서 하는 행동은 아니다.

애초에 일그림 파티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왕국을 경영하고 있는 녀석들을 밀어버리고, 그들이 진행하는 종말을 막아낸다.

왕국의 종말인 침공은 어느 정도 유배자가 통제할 수 있다. 심지어 방어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차에서 왕국 방어가 실패하는 이유가 있다.

살아남을 자신이 있는 랭커들은 특별히 그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막아내려고 해도 힘을 모아야 한다. 뭘 믿고? 각자도생의 세계다.

거기까지는 일그림의 파티원들도 납득했다.

하지만 이번 회차는 그게 좀 유난히 심했다.

왕국을 지배하는 이들이 몸 사린다고 침공을 내버려 두는 것을 넘었다.

아예 침공의 타이밍을 편한대로 조절하고 있다.

조금 늦추어도 좋다고 생각된다면 메인 던전으로 들어가 진행도를 약간 올린다.

슬슬 리셋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메인 던전의 출입 자체를 막는다.

어떻게? 무력으로.

하이 랭커 중에서도 꼭대기에 있는 파티들이 그걸 막아선다면 저항할 수단은 없다.

적당한 선에서 왕국을 초기화하고 위험한 놈들을 배제한다.

여기서 그들이 말하는 위험한 놈들은 다른 게 아니다. 혼란을 틈타 자신들에게 도전할 만한 다른 하이랭커들을 쓸어버린다.

그 후에는 다시 길드를 유지한 채 왕국의 정점에서 군림할 뿐.

정말로 클리어라도 할 생각이 아니라면 점점 위험해지는 미궁의 고단계에 계속 도전할 이유가 없다.

그들은 왕좌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이 끊임없이 앞으로 나가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대신 사다리를 철저하게 걷어차 버리기로 했다.

이 녀석들은 최신 서버의 숫자가 46이 될 때까지 그렇게 하고 있었다.

같잖은 정의 흉내는 아니었다. 결국 하이랭커가 된 후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투쟁해야한다.

미궁은 그런 곳이었다.

"[피의 군주] 같은 걸 가진 녀석이라면 경영자들에게 붙을 거고."

"그래, 그건 조건이 그거니까."

대량의 살육, 많은 피. 그냥 뱀파이어로 건실하게 살아만 간다고 얻을 수 있는 유니크 스킬이 아니다.

별로 제정신인 유배자가 가지고 있을 스킬이 아니었다.

그런 녀석이 게이머다? 기꺼이 경영자들의 품에 안기겠지. 경영자들도 그런 인재라면 환영할 것이다.

그리고 왕국의 리셋에 동참하겠지. 이미 기득권이니까 그 기득권을 유지하기만 하면 될 일이다.

레베카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남자의 딸을 자처하고 있다면 비슷하다고 봐도 되겠지?"

"글쎄. 애초에 목적이 있어서 접근했다고 생각했어. 무슨 목적인지 모르겠는데. 너희들이 무사해서 다행이야."

"나는, 흠. 그 친구가 아주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햄버거도 잘 만들고."

레베카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어. 난 그런 걸 느껴본 적이 없었다고."

다시 한번 한숨.

"그래도, 그런 거라면 죽여야지."

레베카 역시 하이랭커다. 적이 될 존재가 귀엽다고 살려두는 식으로 살아왔다면.

진작 죽어 사라졌을 터.

* * *

음속으로 날아드는 천사의 존재는 당연히 알려진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다들 그 존재감 정도는 느낄 수 있다.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일그림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이 파티원과 합류하고 나서 어떻게 행동할까?

가볍게 생각하면 주변의 피해를 우려해 그대로 우리를 공격하진 않을 수도 있다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여긴 미궁이다.

일그림은 내가 [피의 군주]를 가지고 있음을 안다.

마음만 먹는다면 아케인을 통째로 날려 버릴 수도 있는 스킬이다.

강자들은 살아남겠지만 왕국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가?

하이랭커들이 날뛰며 인명피해를 좀 발생 시키더라도 나를 잡은 후에 나의 위험성만 증명하면 된다.

도리어 유명한 하이랭커 파티를 믿으면 믿지 우리 파티의 편을 드는 이들은 적으리라.

상대가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상대를 얼마나 아는가?

이 부분에 주목한다면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그랬기에 나는 붉은 머리의 천사가 아케인에 날아듦과 동시에 파티원들을 소집했다.

"각자 봐둔 위치로."

그것이면 된다. 다들 이동했다.

우리는 갑자기 다른 인원이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참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것은 아주 실전 같은 훈련이며 그러기 위해선 저쪽의 적의가 필요할 뿐이다.

"교수님이 절 미워하면 슬플 것 같아요."

"이기고 자랑해."

"그럼 기뻐하실까요?"

"아마도?"

레베카의 사람 됨됨이는 그리 옹졸하지 않다. 좀 자존심 상해할 수는 있지만 만약 미아가 이기더라도 뭐 그걸로 사이가 나빠질 일은 없을 것 같다.

제니가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미아의 앞에 선다.

대 하이랭커전.

이번에는 제니도 참가한다.

떨리는 목소리가 나에게 묻는다.

"이거 이길 수 있는 거 맞아요? 정말로?"

"절대 지지는 않을걸?"

"으으으."

부담이 심한가 본데. 저러면서도 막상 시작되면 잘하는 타입이다.

생각이 많아서 그런 걸까? 생각할 겨를도 없어야 실력 발휘가 되는 편이지.

반면 희우, 블랑쉐, 에길 셋은 정말로 심드렁해 보인다.

긴장할 이유가 없다는 거겠지.

"오, 오는군. 마법사의 역할이 뭐지?"

"적이 아군에게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걸 막고 반대로 우리가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요!"

"그대로 하도록 해. 내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

이쪽도 오랜만에 중무장이다.

미아는 여러모로 더 업그레이드된 워 메이지로서의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저걸 항상 장비해서는 안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적절하게 위력을 조절할 필요도 있으니까.

장비 스왑은 기본인 법.

나는 공간의 틈새로 사라졌다.

모습을 숨기고 전황을 관찰하기 좋은 위치다. 여차하면 끼어들 생각도 있다.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승부가 나지 않아도 포션이 완전히 동나면 중단시킬 것이다.

레베카는 마법적 비행으로, 일그림은 에리나에게 매달려서, 맥은 어떤 스킬로 비행하며 날아들고 있었다.

남겨둔 흔적을 추적하는 건 쉬웠으리라.

레베카의 마력이 빛난다. 메모라이즈의 표시로 옆에 떠 있던 여러 개의 구슬 중 하나가 사라졌다.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운석이 쏟아지려 한다.

미아의 옆에 있던 메모라이즈 구슬이 하나 사라졌다. [디스펠 매직]이다.

개전 시에 선공 [미티어 스웜]은 흔한 일이다. 그걸로 얼마나 피해를 입느냐로 상대의 전력을 가늠하기 좋으니까.

하지만 정보를 줄 이유가 없다.

붉게 물들던 운석의 소환이 취소된다.

* * *

PVP에서의 마법전은 크게 두 가지의 형태가 있다.

서로의 마법 시전을 방해하며 마법사의 존재 자체를 지우는 형태의 마법전.

이것은 마법사의 기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쪽이 취하는 전술이다.

다른 하나는 제한 없는 마법 투사전.

이건 그냥 서로 자신감이 넘칠 때, 일어난다.

그렇기에 레베카는 미아가 자신의 마법을 디스펠 할거라고 예상했다.

메모라이즈 해둔 마법을 동시다발적으로 발동한다.

마찬가지로 저 먼 곳의 아래에 빛나는 미아의 메모라이즈 구슬이 동시에 사라지면서 마법을 지워낸다.

완벽한 디스펠이다.

"역시 내 제자야."

메모라이즈 자체는 연구자들도 곧 잘한다. 미리 마법을 구축해 지연시키는 것은 정밀한 마법이지만 시간제한이 없다면야 어려울 게 없다.

그러나 워 메이지의 진가는 미리 준비한 게 떨어진 후에 드러난다.

한 번에 수천 가닥의 마력의 실을 뻗어나간다.

술식의 베를 짜 올리듯이 낱낱이 형성되어 간다.

가능한 디스펠하기 힘든, 혹은 방해하기 힘든 형태의 마법을 구현할 것이다.

얘야 이것도 막아보렴.

원소의 권화가 재앙이 되어 쏟아져 내리려고 했다.

아래편에서 솟구친 마력의 실들이 닿기 전까지는.

그 실의 개수는 레베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마력량의 문제다. 제자의 마력량은 이미 파악하고 있다. 빈약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러니 중과부적.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런……?"

남김없이 해체당했다. 번개가 되지 못한 원소가 흩어진다. 얼음창이 되어 쏟아지지 못한 마력이 분해된다.

뒤엉킨 실의 핵심을 미아의 실이 파고들어 한순간에 분해했다.

양쪽의 규모 차이를 생각했을 때, 경이로운 수준의 효율이다.

레베카는 생각을 고쳤다.

진지하게. 한없이 진지하게 상대해야 한다.

긴장감이 차오른다.

그와 동시에 서로의 전사가 충돌했다.

* * *

에리나는 마법적 지원이 들어오지 않음에 의문을 품었다.

양측 마법사들의 마력은 온 사방에 흩뿌려지고 있다.

그 규모의 차이는 격투가인 에리나도 느낄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현상이 되어 나타나는 것이 없다.

술식은 원래 공격해서 무산시키는 쪽이 유리하다.

마법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며, 자연 상태로 돌아가려는 원소를 억지로 붙들어두는 것이기에.

그러나 그것은 기량이 동등할 때의 이야기.

그러나 그 의문은 이어지지 못했다.

강렬한 충돌.

기천사가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튕겨나간다.

순간적으로 가늠한다. 여전히 힘은 이쪽의 우위.

하지만 다음 순간 상대가 사라졌다. 예리한 감각이 뒤편으로 돌아간 천사를 감지했다.

한 번의 충돌로 결말이 났던 저번과는 다르다. 레벨링이 달랐다.

상대의 스펙을 추정하며 발진.

뒤로 돌아온 기천사와 그에 반응하는 치천사의 손발이 어지럽게 교차된다.

심지어 이것은 입체적인 공간에서의 전투다.

위에서 덮치는 단검을 쳐내고 그대로 내지르기.

그걸 빗겨 흘리는 기천사.

잡아 부러뜨리려 했으나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기천사.

치고, 차고, 돌려 치고, 날개로 후려치고.

피가 튄다. 살도 튀었다.

그 사이에는 에리나의 것도 섞여 있다.

주먹을 받아내는 대신 속도의 이점을 살려 갉아먹으려 하고 있다.

더럽게 빠르군, 그러니 노려야 할 것은.

붙잡기.

마침내 왼팔로 붙잡았다. 빠져나가지 못한 기천사가 날개를 떠는 대신 바꿔 든 단검을 내질러 온다.

주먹으로 옆면을 쳐내려 하지만 궤도가 따라온다.

에리나는 그냥 주먹을 그대로 부딪쳤다.

충격파가 터져 나온다.

천둥이 된 대기의 파문 함께 기천사가 로켓처럼 밀려난다. 하지만 바이스같이 우악스러운 악력으로 상대의 팔을 붙잡고 있다.

크게 회전, 상대의 날개가 진동.

발생하는 추진력은 붙잡힌 팔에 의해 원심력이 된다.

회전하는 와중 다시 묵묵히 주먹을 장전.

유니크 액티브 [무명신풍류 ? 일섬(一閃)]

이어서 다시 한번 팔을 뒤로 내뻗었다가.

유니크 액티브 [무명신풍류 ? 굉타(轟打)]

손맛이 약간 아쉽다. 저번에는 일격에 다운된 공격을 어떻게 흘려내고 있다. 마력의 흐름이 그 방향을 말해준다.

하지만 이쯤이면 틀림없이 의식이 날아갔을 것이라 여기며.

아티팩트 [전능한 충격]이 철컹하고 맞물린다.

잡은 상대의 팔을 붙잡고 휘두른다.

대지를 향해 내리꽂는다.

그리고 놓아버린다.

자유로워진 왼팔로 주먹 쥔 오른손의 주먹을 쥐고.

마치 펀칭 머신을 치듯이.

마력을 띤 날개가 펄럭이며 양력을 만들어낸다. 대지를 딛는 반발은 날개의 추진력이 대체.

이어지는 삼단 연속 액티브의 마지막.

유니크 액티브 [무명신풍류 ? 파천(破天)]

주먹이라기보다는 이미 포탄, 그 주먹을 감싼 것 역시 아티팩트라는 이름의 쇠붙이.

수직으로 내리꽂는 포탄.

아래쪽에 일그림과 부딪힌 덩치 큰 근육 덩어리가 보인다.

저번에는 보지 못했던 인물이다.

함께 찌그러뜨린다.

* * *

‘힘 더럽게 세네!’

희우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빠르기는 이쪽이 훨씬 빠르다. 하지만 그건 근육으로 인한 속력이 아니다.

육체의 단단함으로는 여전히 저쪽이 압도적 우위다. 애초에 치천사가 기천사보다 튼튼하다.

갉아먹기 시도는 꽤 잘 되어가고 있었던 것 같지만, 단 한 번의 틈으로 붙잡히자 역전되었다.

머리를 향해 우직하게 내지르는 두 번의 주먹질을 받아는 내었다.

손이 얼얼하다. 의식이 살짝 흔들렸다. 단검을 놓치지 않은 것이 기적이다.

애초에 주로 쓰지 않는 왼손이었다.

그래도 단 한 번에 기절했던 저번과는 전혀 다르다.

상공에서 바닥으로 내던져졌다. 소리의 벽을 넘어 소닉붐을 일으키며 메다 꽂히는 중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빠르게 유니크 액티브를 휘감은 주먹이 다가오고 있다.

기계장치의 건틀렛을 굳게 움켜쥐고 펀칭 머신을 치듯이 잡은 주먹.

끔찍한 물리적 충격량이 깃들어 있음이 느껴진다.

‘실수했다. 지금 이렇게 쿨다운 돌리면 안 되는데.’

상대가 예상보다 훨씬 더 속전속결로 나왔다. 처음부터 거의 전력으로 부딪힌 것이나 다름없다.

희우는 결단을 내렸다. 저것까지 맞으면 포션이 한 방에 바닥날 것이다.

그럼 오빠가 중단하러 나타난다.

최근 엄청나게 올라간 지능 스탯으로 가속되는 사고 속에서, 희우는 결단을 내린다.

유니크 스킬 [은빛 섬광] - 녹화 중단

재생 위치를 설정하는 것은 아직 완전히 익숙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큰 차이 없는 상대속도 덕에 상대의 모습을 똑똑히 인식할 수 있다.

녹화는 이미 한참 전부터 미리 하고 있었다.

[슈퍼 히어로 랜딩]을 녹화해 두지는 못했으나, 지형을 상대로 내지르고 그 지형을 바꿔 버린 최선의 일격이 몇 번이나 녹화되어 있다.

재생 위치는…….

시선으로 위치를 설정한다.

자잘한 공격을 대충 설정.

중요한 공격은 급소에 설정.

시간이 없다. 이미 찰나를 찰나로 쪼갠 것 같은 공방의 속이다.

급하게 에리나의 몸 위로 위치가 지정되고.

유니크 액티브 [섬광 재생]

녹화된 공격.

도합 스물다섯 번의 참격.

서른네 번의 타격.

[강격]을 동원한 찌르기 여섯 번.

[궤적 재생]을 동원한 찌르기 일곱 번.

아무런 전조도 없이 녹화된 공격이 원래의 위력을 그대로 가진 채, 에리나의 몸 위에 구현되었다.

피가 튀고 깃털이 튀었다.

압도적인 대미지가 에리나의 스킬을 캔슬시켰다.

치천사의 의도된 낙하는 한순간에 의도치 않은 추락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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