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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273화 (273/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273화

43서버 - Lv.3365 언더 그라운드(3)

검은 곰 길드의 수장, 블랙 베어는 출정하면서도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다.

시기가 너무 흉흉하다. 용병이 업인 이상 그 불온함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겠으나 그는 하이 랭커라는 직함에 걸맞지 않게 안온을 추구하는 편이었다.

애초에 용병일을 하는 이유 자체가 그것이다.

강한 힘, 어지간해서는 위협이 찾아오지 않을 수준의 강한 힘.

실수로라도 죽기 힘든 탱커라는 클래스.

안정적으로 대량의 수익을 벌어들이며 평온을 추구할 수 있다.

이 험한 세상에서는 용병조차도 목가적인 직업이다.

“에이 씨. 하늘 같은 [하드스록]파티가 직접 챙겨주며 직통으로 시킨 일이니까 까지도 못하고.”

“저도 느낌이 안 좋습니다. 형님.”

이미 된통 당하고온 슈투카가 투덜거린다. 블랙 베어는 화를 냈다.

“처 맞고 온 놈은 다물어! 아무리 탱커가 처 맞는 게 일이라고 그래도 너처럼 처 맞으면 안 되는 거지.”

“아이, 하지만 그 놈들 하이랭커였다고요.”

“은거 랭커는 있어도 하이랭커가 어떻게 랭킹에 이름도 안올리고 있냐? 그렇게 센 놈이 무슨 수로 안 알려져 있고?”

“그게 이상하긴 합죠.”

“그래 씻벌. 말이 안 된다고. 미궁이 아무리 개차반 버러지 같은 동네여도 현실이야 현실!”

“아이, 하지만 천사였는데.”

“마, 강력한 고위 종족들은 다 리스트도 있을 정도로 공공연연하잖아. 카드만 나와도 세상이 들썩이는 마당에.”

“끄응.”

“운 좋아서 손에 넣었다 쳐도 랭킹에도 없는 놈들한테 그렇게 줘터지면 안 되는 거지. 좀 덜 맞고 왔으면 내가 말을 안 한다. 이미 아랫놈들이 본 게 있는데.”

결귝 슈투카는 변명을 그만두고 찌그러졌다.

맞는 말이다. 신나게 털리고 왔다. 심지어 명백하게 봐줘서 살아 돌아왔다.

치욕은 치욕이다.

옆의 랭커스트도 같이 쭈글쭈글해졌다.

형, 동생하는 사이인 부하들이 너무 쭈그러드니까 블랙 베어의 마음도 약해진다.

“어휴, 그래 X펄. 니들 뒤치다거리하려고 우리가 있는 거지.”

함께 있던 블랙 베어의 의형, 블랙 타이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설로 군림하고 있는 하이 랭커 탱커, 검은 곰 길드의 주축이다.

“그래 못난 놈들이 다 같이 잘 살자고 시작한 길드인데.”

못난 아우들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진다.

찜찜하긴 해도 블랙 베어는 자신의 경험을 신뢰했다.

적이 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하이 랭커를 찍어 누를 정도의 힘을 가졌을 수는 없다.

사람의 눈이 얼마나 많은가. 아무리 기를 쓰고 힘을 숨겨도 진작 유명해져야 정상이다.

미궁은 홀로 독야청청할 수 있는 곳 따위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길하단 말이지.’

오랜 직감이 보내오는 경고. 무수한 회차동안 누적되온 경험과 스탯, 스킬들의 흔적이 만들어내는 통찰.

이번 의뢰가 아주 큰일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뭐, 죽기야 하겠나.”

부하들이 듣지 못하게 혼자 중얼거렸다.

“다들 모였지? 그럼 출발한다.”

도합 하이랭커 둘, 상위 랭커 넷.

가히 하드스록이라는 한 국가를 호령할만한 전력이 길드하우스에서 움직였다.

* * *

던전은 복잡하기에 던전이다.

구조가 단순한 던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본질은 미로인 것이 던전이니까.

이제부터는 이런 형태의 구조물이 왜 형성되어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굳이 따지자면 선주 문명이 신좌에 대한 장치를 숨기고 싶어서라거나 그런 이유를 들겠지만 말이 안 된다.

정 철저하게 그러고 싶었다면 아마 영영 손에 넣지 못할 곳으로 보내버릴 수도 있었으리라.

이건 게임적 허용이 현실화되며 생긴 괴리라 보아야 한다.

그들은 단순히 한 서버, 그러니 하나의 세계를 지배했던 문명이 아니다.

여러 유저들이 얼마 없는 정보를 짜 맞추어 추측하건대, 선주문명은 왕국에서 시작되었다.

여러 세계에서 이어지는 차원 회랑과도 같은 공간인 왕국에서 발생하여, 신좌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어쩌면 서버와 튜토리얼조차 창조했을지도 모른다.

보통 대신격이 그들이 남긴 무언가거나, 그들 본인이라고 여겨져 왔다.

밝혀진 사실은 없다. 게임 시절에도 차후 업데이트로 밝혀질지 안 밝혀질지에 관해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으니까.

결국 모두 추측과 억측 사이의 어딘가.

현실의 미궁에서 전투를 벌여야하는 우리에겐 아직까지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늘 그렇듯 당장을 헤쳐나갈 힘과 지혜다.

이후, 다섯 번의 던전 룸을 더 클리어 했다.

단순 경험치 이외에도 전리품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있다.

천사의 장비는 당연히 신성 속성을 자체적으로 띄고 있다.

그 재질은 일직이 알려지지 않은 것들로 금속조차도 아닌 세라믹 재질의 무언가다.

아주 강력하지만, 내구도도 아주 낮다.

이건 일종의 기믹이다. 천사들은 아주 튼튼한 적이고, 장비의 소모가 빠르다.

그리고 천사들의 무기는 일회성에 가깝지만 그만큼 강하다.

“이거 좀 남겨서 가지고 있으면 좋겠네요.”

“네가 쓰면 딱 일거야.”

무게도 가벼워서 투검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창이나 둔기 형태로도 등장하지만 아무래도 검이 가장 많고 단검도 많다.

기천사는 기본적으로 민첩 계열 전사다.

척후를 수행중인 블랑쉐가 다시 손짓했다.

모두 침묵한다.

[최소 15체, 부피로 보아 치천사가 3체, 대천사가 5체.]

힘전사인 치천사, 마법직인 대천사.

천사는 단일 종족으로 이미 훌륭한 밸런스를 지닌다.

그러나 우리 파티의 밸런스가 더욱 훌륭하다.

적재적소에 파티원들이 투입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돌격 대장은 가장 튼튼하고 기동력이 좋은 희우다.

동족이라 순간적으로 반응이 늦은 바도 있어 천사들의 기동이 반 호흡이라도 느려진다.

미아는 여전히 능숙하게 소리를 차단하고, 더하여 마법전을 수행했다.

대천사들의 마법은 대개 빛 속성을 띈다. 미아는 뱀파이어기에 어둠에 더 가깝다.

서로가 상성인 상태라면 더 역량이 위인 쪽이 유리해진다.

미아는 당연히 두말할 것 없이 불세출의 천재 마법사다.

그리고 이제는 [아케인]이 대마탑에 감춰 두었던 모든 장비를 몰아 받은 템빨이 빵빵한 마법사이기도 하다.

터져나가는 미아의 마력이 어둠으로 정제되어 대천사들을 향해 덮쳤다.

마력의 소모는 단시간에 회복할 수 없기에 아낄 필요가 있으나 마법사를 방치해서 생길 문제점보다는 낫다.

공격력이야 엔드 스펙으로 갈수록 아쉬워지지만, 그 유틸리티는 무엇보다 큰 변수다.

미아가 대천사들의 마법 발현을 힘으로 찍어 누르는 동안 희우가 일어서는 치천사들을 통과했다.

자신들의 마법사가 노려짐을 깨달은 기천사들이 희우의 뒤를 따른다.

마법사가 같은 그룹에 속해있다면 최우선 호위대상으로 지정된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돌격하는 희우의 행동이 최대의 어그로를 모으게 된다.

블랑쉐가 사격을 준비한다.

미아가 바쁘기에 소리는 내가 지운다.

발사되는 물리적 탄자가 희우의 뒤를 따르는 기천사 몇몇의 날개를 손상시켰다.

마법 저항력은 끔찍하리만치 높으나 물리 방어력은 합당한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날개가 파르르 떨리고 몇 체가 지상으로 곤두박질친다.

때맞추어 에길의 도끼가 크게 휘둘러졌다.

그 도끼를 받아낸 치천사가 뒤로 밀려난다.

희우가 모든 어그로를 모으고 있기에 마법사와 사수가 호위 받을 필요가 없다.

제니와 리온이 에길에게 가세했다.

전사진은 단단한 장벽이 되어 치천사들의 돌진을 막아낸다.

에길이 3체를 상대하는 동안 각자 하나씩을 맡았다.

나는 마지막에 움직인다.

내가 없어도 되는 전술을 수립시키도록 하기 위해서기도 하며, 나 자신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기도 하다.

물질분해 블레이드는 자주 쓸 수 없으니 최선의 효율을 추구한다.

치천사들은 기천사만큼이나 빠르지는 않다.

파티원들이 몇 합씩 겨루고, 밀려나기 전에 마력 폭발을 일으키며 이동속도를 부스트.

[대시]까지 곁들이며 리온 앞에 있는 치천사를 벤다.

날개가 떨어진다. 몸통은 깊게 베였지만 죽지는 않는다.

리온은 방심하지 않는다.

저 상태의 천사에게도 아직 이기기는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벌어줄 것이다.

그리고 제니는 리온보다 능숙하게 자신보다 강한 천사를 상대로 검을 맞대고 있다.

도리어 위험할 수 있는 것은 에길이다.

내가 반박자 늦게 합류하는 것을 본 에길이 피격을 감수하고 도끼로 바닥을 내리쳐 상대를 흐트러지게 했다.

크게 울리는 폭음은 내가 지운다.

동시에 레바테인을 찔러든다. 닿기만 하면 통하니 유효한 동작일 필요도 없다.

에길의 뒤편에서 암살자의 칼날처럼 불쑥 솟아난 레바테인에 치천사 하나가 꿰였다.

다른 하나가 에길을 벤다.

피가 튀지만 에길이 마주 서서 박치기를 했다.

이어서 도끼 자루를 회전 시키며 올려치기.

턱을 맞고 나가떨어지는 상대를 내가 다시 찌르고, 그 여세를 몰아 아직도 에길을 노리던 옆의 하나까지 떨어트린다.

그리고 대천사를 확인하니 희우가 블랑쉐의 엄호를 받으며 거의 다 제거해가고 있다.

이로서 우리 마법사가 자유로워진다.

힘전사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마법에 강한 천사 중 그나마 마법사가 상성이 좋은 상대가 치천사다.

기천사는 투사체인 디버프 마법이 쫓기엔 너무 빠르다.

치천사들에게 몇 가지 디버프가 들어간다. 마법 저항력 덕에 금세 해제되겠지만 그 틈만으로 남은 기천사들이 제거된다.

리온과 제니는 제 손으로 쓰러트렸다.

파삭하고 부서져 무기가 사라졌다.

“정말 일회용이네요.”

“하지만 유의미 해. 내구도를 생각하지 않고 만든 무기는 비정상적으로 강력하지.”

“손맛이 전혀 다르긴 해요. 더 가볍고, 쉽게 스윽 그이는 느낌. 암습 판정이랑 비슷하네요.”

“어느 정도 전력이 갖추어지고 나면 쟁여둔 소모품이 얼마나 되냐도 굉장히 중요하지. 어쩔 수가 없다니까.”

지속 가능하지 않은, 소모품에 가까운 장비들.

그렇기에 강력한 장비들.

블랑쉐는 아직도 폭발 열매를 비롯한 열매들을 파우치에 수납하고 있다.

그 효과가 미미해보일 수는 있겠으나, 저런 것으로부터 승부가 결정 나는 경우도 흔하다.

그리고 파티의 던전 공략에서 가장 중요한 소모품은 역시.

“흠, 에길도 보조로 방패 하나 정도는 써보는 건 어떻습니까?”

“고려해보지. 마스터리는 없어도 지금부터 어느 정도 투자하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테니.”

방패 없이 단독으로 버텨야하는 에길은 자잘한 상처를 많이 입는다.

유배자 기준으로나 자잘하지 바깥이었다면 치명상인 수준의 상처들.

본인의 실력 이전에, 제니나 리온이 다치는 것을 바라지 않기에 본인이 많은 것을 감당하는 탓이다.

역시 전사가 하나는 더 필요하다.

“그래도 포션 소모가 이 정도면 아주 양호합니다. 상태는 괜찮아요?”

“나는 문제없다.”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리온은 표정이 조금 좋지 않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수련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서겠지.

하이랭커급 파티 전력으로도 살얼음판을 걷듯 공략 중이다.

삐끗하는 순간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

하지만 용사는 보통 고난 끝에 각성한다.

러셀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리온은 천천히 강해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끔찍하게 강력한 상태로 나타나 세상을 평정했다는 모양이다.

내 손을 떠났을 때, 이미 각성해있었다는 건데.

아직까지 그게 일어나지 않았다면 필연적으로 마무리에 가까운 지금쯤이겠지.

그런데 이건 좋지 않은 일이다.

이번 던전 공략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이니까.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일까?

우리 파티의 합은 이상적이다. 내가 없더라도 느려질 뿐 어떻게든 돌파해낼 수 있을 정도다.

이건 대단한 일이다. 희우와 에길은 내가 없어도 전황을 제대로 볼 수 있으며, 미아는 전장의 환경을 제어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블랑쉐 역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지원 사격에 충실하고.

단순한 연계점에서는 흠 잡기가 힘들 정도다.

삐끗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맞으나, 그런 일이 일어날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공략은 끝나간다.

보스 룸의 옛 문명의 제사장들만 상대한다면, 그것만 시간 내에 끝낸다면 무사히 끝나리라.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다.

* * *

[검은 곰] 길드의 돌입 자세는 완전한 임전태세였다.

급습으로서 성립하는 순간 전투를 결단내버릴 각오.

자세를 숙이고 방패를 세우며, 무기를 꼬나 쥐고 [실드 차지].

성물이 바쳐지고 짙은 보랏빛의 신성이 터져나온다.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부유같이 찾아왔다.

로딩 메시지에는 관심을 줄 생각도 없었다.

나타나는 적을 으깬다.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습격해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을 테니 완전히 유리한 고지다.

하지만 문득 블랙 베어의 눈에 들어온 로딩 메시지는 섬뜩했다.

[TIP : 대륙엔 숨겨진 지역이 여러 곳 있지요. 개중에는 전투를 회피해야만 빠져나갈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정면으로 이겨 내기엔 아주 힘들 것입니다.]

로딩 메시지는 자주 개소리를 지껄이지만 적어도 없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필요한 것을 다 말해주지 않거나, 어중간하게 알려줄 뿐이다.

저런 메시지가 나올만한 곳을 몇몇 알고 있다.

검은 금속의 복도, 그리고 방.

어두컴컴하지만 최소한의 빛은 어디선가 흘러들고 있는 환경.

블랙 베어는 심연의 권능이 그들을 어디로 불러왔는가를 빠르게 파악했고 소리를 높이려고 했다.

그러나 멈칫하는 짧은 순간이 일을 만들었다.

이곳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다른 곳에서 겪어 보았던 악몽.

[언더 그라운드 유적]이라 불리는 제단의 불운, 재앙, 함정.

함정으로서 그 이름과 형태만이 유명할 뿐, 막상 가본 이는 적은 지옥.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존재감을 내뿜어서는 안 된다. 그런 대전제가 뇌리에 새겨진 탓이었다.

“엇, 어엇.”

준비만을 단단히 새기고 제 길드마스터들의 호령만을 믿고 있던 [검은 곰]길드원들이 마주한 것은 어떤 인간의 형체였다.

아주 화려한 복식의 사제복과 경건한 제구를 손에 들고 굳은 듯이 어딘가 높은 곳을 우러러 보고 있는 형상.

석상같기도 하고 살아있는 것 같기도 한 그것들은 미동도하지 않고 있었으나, [실드 차지]의 관성은 그것을 깨닫고도 멈출 수 없었다.

어두운 방에 충돌에 의한 섬광이 번쩍였다.

엄중히 봉인된 무언가가 부서졌다.

제단도 무너졌다.

무언가 오랜 세월 이 자리에서 이대로 굳어져있던 공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블랙 베어는 침을 삼켰다.

“이런 제기랄. 여기가 어디지?”

[언더 그라운드 유적]의 끝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당연히 그도 모른다.

하지만 적의 위험도 정도는 알고 있다.

주변에 늘어서있던 인간의 형상들이 기묘하리만치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갑작스러운 손님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대신 해야할 일을 하기 위해 무기를 들어올린다.

얌전히 접혀 먼지 쌓여있던 깃이 달린 날개가 펼쳐진다.

에너지체 같은 하늘하늘한 날개가 옆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등에 착 달라붙어있던 핀 형태의 날개가 기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중 몇몇 천사의 동공에 띠가 새겨졌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는 여러 개의 동심원은 빠르게 빠르게, 점점 더 빠르게 가속하기 시작한다.

[성지의 침입자를 확인. 오버클럭 익스텐션 가동.]

선택지는 없었다.

“방패 들어!”

* * *

같은 시각.

던전 바깥의 유적에 존재하던 3765개체의 천사들도 모두 눈을 떴다.

그들의 시선은 그들 몰래 잠입한 불청객이 있는 던전의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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