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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276화 (276/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276화

43서버 - Lv.3365 언더 그라운드(6)

마법사만큼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클래스도 드물다.

기동력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민첩직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딜링할 요건이 충족되며 적응력에서 가장 큰 강점을 가진다.

전사 역시 디딜 대지만 있다면, 모든 공격이 제대로 힘을 받는다.

반면 마법사의 위력은 전장에 분포한 원소의 종류와 양에 따라 달라진다.

심지어 그 원소란 것은 그 시대의, 그 서버의 인식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가변적인 개념이다.

마법은 계량적인 동시에 정신적인 것이기에.

“어둠.”

지금 미아가 위치한 43서버의 시대는 이제 막 마도공학이 꽃피기 시작하는 여명기인 근미래.

어둠이 원소라는 인식은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다.

고로 이런 유적의 어둠 역시 원소로서 인식되지 않은 부분이 크다.

대신 존재하는 것은 금속인 아다만타이드에 의해 풍부하게 존재하는 땅의 원소.

진공이 아니니 존재하는 바람의 원소.

불과 물의 원소는 한없이 희박하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확인한다.

타고난 유니크 스킬 [원소의 눈]은 장비 세팅의 능력치 배분에 아주 큰 이점을 주었다.

마투사처럼 극단적인 유사 마법사 클래스가 아닌 정통 마법사들은 마법 관련 능력치의 육각형을 추구한다.

마력 감응, 제어, 방출, 용량 모두가 골고루 같은 수준으로 충족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제대로 된 성능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마력 그 자체를 눈으로 선명히 볼 수 있는 스킬은 감응과 제어에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선 어드밴티지를 부여.

미아의 몸에 걸친 장비들.

깔끔하고 단출한 디자인의 수수한 여행 로브.

사실은 미스릴과 드래곤 본의 합금으로 만든 실로 짠 천이다.

드래곤 소재는 마력을 저장하기 최적이기에 추가적인 마력 용량을 부여하며, 미스릴 실과의 시너지로 평범한 칼은 이빨이 나갈 정도의 물리 마법적 방호력도 부여된다.

드래곤 하트를 가공 없이 달아둔 목걸이.

가공하지 않아 다루기 힘들지만 마력 저장 용량은 최대급이다. 하지만 방심하면 줄줄 새어 나가기 때문에 항상 신경 써서 제어할 필요가 있다.

그 자체로 연습이기에 미아는 만족했다.

손가락이 열 개이므로 끼고 있는 열 개의 반지.

너클처럼 되는 건 부담스러웠던 모양인지 아주 얇아 반지라기보다는 문신으로 보일 정도다.

하지만 그런 사이즈임에도 위력을 높이고 마력 용량을 부여하는 강력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허리띠, 신발, 장갑, 하다못해 받쳐 입은 내의마저도 마법적인 무언가이다.

이 모든 것이 미아에게 사이즈 적으로 꼭 맞았던 것은 [아케인]의 소년 인형을 위해 준비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극단적으로 강화된 장비의 효과로 미아는 마침내 균형 잡힌 마법사가 될 수 있었다.

모든 마력과 술식을 육안으로 보며 짜 올릴 수 있는 감응력과 제어력에 걸맞은 방출량과 용량을.

그리고 그 모든 기능은 마법사의 무기인 양손의 스태프와 완드로 증폭된다.

미아는 우선 시간을 멈췄다.

노인의 지팡이는 성물이다.

[아카샤의 눈]처럼 이름이 있는 고정 아티팩트는 아니지만, 일회용 결정도 아닌 귀중한 아티팩트.

그 기능은 물론 시간의 신의 권능을 빌어 시간을 멈추는 것.

금빛 신성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그 파문에 닿은 시간이 모두 얼어붙는다.

애초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엄마가 숨을 돌릴 시간을 얻었다.

희우가 말한다.

“천사들도 금방 따라올 거야! 방심하지 마!”

그런 외침을 들으며 미아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둠을 수집하자.

이 던전은 충분히 어둡다.

인식의 문제가 있더라도 충분한 어둠의 원소가 존재한다.

다만 제자리에 서서 그걸 수집할 만큼의 양이 없을 뿐.

밀도 높은 마력을 유지하며 걷는다. 복잡한 중첩 술식은 이제 더 이상 공간이 없어 확장된 다른 공간으로까지 뻗어 나간다.

완드는 소년 인형의 것.

당연히 공간을 다루는 것에 큰 보정을 가한다.

뇌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그러며 한 발짝.

같은 성물로 시간정지가 걸렸을 때, 이미 알고 대비했던 대마탑에서조차도 파티원들이 시간 틈으로 진입하는 데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이번같이 갑작스러운 경우에는 진입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그러니 이 상태로 무언가를 할 생각은 하면 안 된다.

단지 마법을 구현하기 위한 원소를 모으는 시간.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걸으면서도 술식을 유지하고 짜 올려간다.

마력의 실이 켜켜이 쌓여 시야를 가린다.

미아는 당황했고, 술식이 흐트러질 뻔했다.

이럴 때는 육안으로 봐야 한다. 그동안 배운 방법을 되새긴다.

아직 엄마나 아빠의 얼굴도 똑바로 보지 못하지만, 가시광선을 보는 방법은 계속해서 연습하고 있다.

눈에 힘을 준다. 의식적으로 가시광선을 인식하고 감각적으로 그것을 처리한다.

앞이 다시 조금 보인다.

마력으로 둘러싸인 고치가 움직이는 것과도 같은 꼴이다.

그렇게 다시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선다.

약 5초 경과.

아빠가 시간의 틈 속으로 들어왔다.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돕기 시작한다. 어둠이 모여든다.

미아가 걸을 때마다 주변에 작게 자리하던 어두운 원소가 형체를 갖추고 실체화하여 다가온다.

아직 세상의 인식이 원소로 탄생시키지 못한 어둠이 원소로서 ‘어둠’이라는 이름을 받고 태어난다.

하지만 동시에 이 시대의 인식에서 어둠은 빛의 부재이기도 하다.

그 인식까지 뒤틀 여력은 없다.

어둠을 모으자 그 빈자리에는 빛이 남았다.

미처 생각 못 한 부분이었다.

아빠가 속삭인다.

“어둠으로 한 방 쏘고 빛으로도 한 방 쏘면 되는 거야.”

아하, 그렇구나.

미아는 다시 걷는다.

[역설의 제논]을 통해 늘어난 공간에는 더 많은 어둠이 담겼다.

어차피 이미 탄생하지 않은 원소를 실체로 만들어 거두어들이는 작업.

허수여야 할 공간조차도 어둠이 되어 빨려들어 온다.

언데드인 뱀파이어의 육신은 어둠을 담기에는 최적의 그릇.

12층에서 살아 있는 어둠을 불러오는 마법진의 매개가 되었던 그 순간을 되새기며 천천히 작업해 나간다.

한 올 한 올.

마법이 쌓여 갔다.

미아는 이미 13층에서 보았던 그 동경의 대상을 보고 있었다.

여신님이 알려준 스킬. 자신에게 있다는 정체가 불분명한 유니크 스킬.

[동경하는 목표.]

그 효과도 어쩐지 알 것 같다.

그것을 하고 싶다. 보는 순간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장면.

그리고 사람.

따르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아빠.

그걸 이루는 것을 도와주는 스킬이 아닐까?

미아는 그저 아빠와 마법이 너무 좋은 것이다.

* * *

꼭 내가 가르쳤기 때문이 아니라, 미아는 처음부터 발상이 자유로웠다.

삶이 시작된 것이 우리와 만나고 나서부터라 그럴지도 모른다.

티 없는 순수함은 의심을 만들지 않는다. 세상 모든 것이 가능성의 하나일 뿐.

불가능을 스스로 단정 짓지 않기에 무엇이건 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없는 원소를 강제로 인식을 뒤틀어 만들어내는 건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무리일까 걱정되면서도 이걸 하네 감탄스럽다.

그러면서도 어둠의 부재가 빛인 인식을 남겨두고, 그걸 미처 생각 못 해 당황한 게 티가 나는 건 아주 귀엽다.

누군가 제 가능성을 개화하는 장면은 언제 보아도 찬란하다.

자신의 실패 가능성을 외면하지 않고 과감하게 성물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행운의 은빛 신성이 멈춘 시간 속의 금빛과 어우러진다.

미아의 실력은 확실하며, 다른 보정도 잔뜩 들어간 이상 실패할 리는 없다.

하지만 시간 내에 하지 못할 수는 있다.

미아도 그것을 느끼는지 발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모여든 어둠은 하나의 구체가 된다.

그리고 회전하기 시작한다.

내가 했을 때처럼 순수한 어둠을 움직여 막대한 마력으로서 쏘아줄 어둠의 정령왕은 없다.

하지만 실력으로써 그것을 대신한다.

내가 13층에서 그것을 할 때의 스펙은 지금의 미아와 비할 바가 아니다.

훨씬 더 잘해낼 수 있다.

방법을 알고 믿음이 있다면.

그럼에도 둘을 동시에 가동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만 만들어내는 것은 겸손인가 걱정인가.

그리고 그러는 새, 천사들이 시간 속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희우가 날아들어 방어한다.

나 역시 거들며 천사들을 쳐낸다.

점점 더 시간 속으로 파고드는 천사는 늘어날 것이다.

기계적인 만큼 이런 쪽으로도 우리 파티원들보다 빠를 것이다.

시간을 오래 멈추는 것은 악수다.

최소한의 준비 시간, 그리고 이동이 필요했기에 취한 방식이리라.

미아는 이제 몸을 돌려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둠의 구체는 점점 가속하고 있다.

편의를 위하여 자신의 몸을 핵 삼아 가속시킨다.

이미 죽은 몸이요 언데드이기에 가능한 편법이다.

미아의 정신은 괜찮을까? 어둠은 사람을 좀먹는다.

「아주 멀쩡하다. 네놈보다 낫군.」

지켜보던 여신님이 안심시켜 준다.

「어둠으로 가상 마력로를 구현하고 그 속에 빠져들더라도 영향받지 않을 만큼 강인한 빛을 품고 있구나. 13층에서와는 전혀 다르지.」

아이구, 우리 딸 장하다.

정신력은 나보다 낫구나.

* * *

제자리로 돌아간 미아는 시간을 다시 흐르게 했다.

일부 천사가 먼저 끼어드는 것은 예상했지만 조금 아슬아슬했다.

파티원들보다 천사들의 합류 속도가 훨씬 빨랐다.

더 시간을 오래 멈추고 있었다가는 시간을 되돌리기 전에 신성한 불길에 지져졌으리라.

다시 흐른 시간 속에서 어둠의 구체는, 가상 마력로는 더더욱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제니와 리온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계속 미아를 호위했다.

위기도 있었다.

1분이 지났다.

임계점에 도달한 마력로가 어둠을 뭉클뭉클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미아였다.

미아는 어둠이었고 어둠은 미아였다.

한시적으로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손에 넣은 마법사는 당황했다.

“어, 이제 어떻게 하지?”

생각 안 해보았다.

그냥 이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성공하는 데 만 집중했다.

힘은 만들었으나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아이고, 잘한다. 잘한다. 그랬는데 여기서 막히는구나. 실전 경험은 어쩔 수 없지.」

여신님께서 조언한다.

마법을 다루지는 못하지만 마법에 신나게 두들겨 맞아본 경험은 많다.

지극히 피해자 입장에서 재구성된 사용법은 미아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불은 언제나 강렬한 인상을 준다. 무기에 걸어주는 어둠 속성의 마법 인챈트가 [흑염]인 것 또한 그 탓이다.

불길이 피어났다.

결코 좁지 않지만 그리 넓다고도 할 수 없는 보스룸의 사방을 은은한 흑염이 불태웠다.

천사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흑염에 닿는다면 신성한 불길에 닿은 뱀파이어만큼이나 고통스럽다.

그동안 사리며 회피에 집중하던 블랑쉐의 사격도 활개 치기 시작했다.

흑염 속에서 점점 위치를 제약받는 천사들은 수적 우위를 전혀 살릴 수 없다.

「네 아비가 얼음으로 하는 것 보았느냐?」

그 말이면 충분했다.

[오버클럭 익스텐션]을 보유한 천사들의 주변에 끊임없이 검은 결정들이 나타났다.

얼음에도 피해를 염려하여 속력을 늦춰야 했다. 어둠을 듬뿍 함유한 얼음 결정에는 말할 것도 없다.

속력마저도 제한되기 시작했다.

전황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다만, 그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유일한 파티원이 있다.

마찬가지로 천사인 희우는 흑염이 몸에 옮겨붙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탓이다.

장비를 불태우고 날개까지 불길이 미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아차 하는 순간 기동력을 잃었다.

그리고 희우가 상대하고 있던 것은 이 보스룸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진 기천사들이었다.

포션을 사용하려고 했다. 병이 비었다.

희우는 판단을 바꾸었다. 살아만 남자. 여기서 자신이 리타이어해도 상황은 이미 유리하다.

“도와줘요!”

미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그야말로 마법사답게 전장을 제어하고 있다.

그렇다면 죽지만 않으면 된다.

다리를 버린다.

날개를 버린다.

출혈은 천사에게 대단한 사인이 될 수 없다.

다리 한 짝 정도야 포션이 있다면 복구할 수 있다. 천사의 육신은, 심지어 이미 초고레벨 반열에 든 희우의 육신은 더없이 단단하기에 무처럼 베이지도 않는다.

고통을 무시하고 이미 손상된 신체 부위를 방패 삼아 몇 번이고 공격을 받아낸다.

죽음에 이르는 곳만을 막아낸다.

링으로 쳐내고, 단검으로 쳐낸다.

상황을 눈치챈 블랑쉐가 다가와 시선을 끌어준다.

천사들도 상황을 눈치챈다.

그렇기에 빠르게 전력을 분산한다.

희우 혼자서 5체의 천사를 모두 묶어두고 있었으나 이제 리타이어한 희우는 일단 방치된다.

단 하나의 천사가 후환을 제거하기 위해 내리꽂힌다.

소리는 아득히 넘어서고 빛에 가까울 지경의 공격을 마주하며 희우는 익숙해진 감으로 상대의 공격에 무기를 가져다 대려고 했다.

그리 어렵지 않다. 오히려 끊임없이 들쭉날쭉하는 속력이 더 힘들다.

아무리 빨라 보아야 일정한 속도라면 결국 익숙해지는 법이다.

그러면 자기반성 한 줄.

같은 천사와 싸우니 그동안 얼마나 스펙으로만 찍어 눌렀는가를 깨닫는다.

반성하자.

유니크 액티브 [섬광 재생].

어차피 그렇게 될 상황이다. 문제는 없었다. 에길이건 제니건 누군가 포션을 들고 달려올 것이다.

검은 곰들이 얼마나 잘 버티고 있는가가 더욱 문제인 상황이다.

그러나 그 장면은 본인이 아닌 타인이 본다면 죽음의 위기에 몰린 천사로 보일 따름이다.

리온이 그렇게 생각했다.

꼭 사랑의 문제는 아니었다.

리온은 이미 이것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저 천사 누나에게는 자신보다 몇 배는 훌륭한 연인이 있었으며 그분조차 은인이다.

통성명조차 하지 못한 가운데 가망이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나란할 수 없음을 통감하는 바였다.

검을 맞대고 이기는 미래? 도무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하지만 정리되어 가는 마음과 이미 정리된 마음은 다르다.

리온의 생각과 마음, 그 무엇과도 다르게 몸은 움직였다.

미아가 장착한 어둠의 노심은 주변에 천사가 감히 들이닥칠 수 없는 수준의 원소 장벽을 만들어냈고, 호위는 필요 없었다.

제니와 함께 전진하여 에길과 합류하려던 위치였다.

너무 가까웠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용사 후보생의 강인한 각력은 땅을 박찼다.

이후의 어떤 동작도 고려하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방어도, 생명도.

리온이 한쪽 다리와 날개를 잃고 추락하고 있는 희우의 위에 도착했다.

몸을 덮치듯이 내려찍는 천사를 가린다.

[섬광 재생]이 시작된 직후였다.

리온은 천사와 함께 토막 났다.

이미 공격이 지나간 뒤라 어감만큼 치명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다만, 그 피해는 아슬아슬하게 용사 후보라는 초인적인 신체가 즉사하지만 않았다는 뜻일 뿐이었다.

인간과 천사의 피가 뒤섞여 쏟아지는 가운데 희우가 사색이 되었다.

“누구 포션! 누구 포션! 여기 용사 죽는다!”

리온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인해 제니는 여유가 없었다. 그보다 포션의 여유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에길은 이미 많은 천사를 단독으로 상대하고 있다.

블랑쉐는 보스 천사들에게 쫓기고 있다.

리더인 오빠는 병을 들어 던지지만 너무 멀었다.

탱커들조차 스킬을 끊임없이 로테이션 돌리며 막아서는 데 급급했다.

현재 자유로운 것은 노심을 품고 걷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미아뿐이었다.

미아가 서둘러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어둠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희우는 팔로 땅을 밀치며 물러난다.

그리고 미아가 유배자가 아니며 포션을 가지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언데드화?

사냥꾼이 스켈레톤이 되어 연명했던 것이 떠오른다.

그런데 그러면 용사로서의 자격은?

그보다 미아가 사령술도 배웠던가?

서로의 능력은 언제나 공유되어야 한다.

그래야 연계가 가능하며 신뢰하고 몸을 던질 수 있다.

미아에게 그런 기능은 없다.

제아무리 천재여도 갑자기 모르는 걸 해낼 수는 없다.

그래서 미아는 희우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리온을 되살렸다.

작은 송곳니가 죽어가는 리온의 목덜미를 덥석 깨문다.

어라, 뱀파이어 용사? 그거 성립 하나? 칭호 괜찮나?

희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우습게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망연자실해하는 러셀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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