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282화
왕국 - Lv.3212 [하드스록](5)
정신을 차린 러셀이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자신의 눈으로 어떻게 되었는지를 확실하게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절망했다.
“뱀파이어어어어어?!”
“저기, 진정하시고…….”
“누구는 쌔가 빠지게 얼어 죽을 북부의 대산맥까지 갔다가 왔는데!”
“……면목 없습니다.”
“믿고 맡겨 두었더니 뭐가 어쩌고 어째애애애애!”
러셀은 화가 났다기보다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것 같았다.
입으로는 화를 내고 있지만 눈빛은 공허하다.
“뱀파이어 로드? 마왕? 하아.”
정상적으로는 다시 새로운 위기가 닥쳤을 때나 나타날 용사 후보생들을 리온을 마왕으로 각성시킴으로써 또다시 뽑아냈다.
비틀린 임기응변이지만 당시로서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상황에서 다시 인간으로 되돌린다고 대성녀처럼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니까.
애초에 대성녀는 그런 상황 자체가 고정적으로 일어나는 이벤트의 일부인 존재다.
러셀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무릎을 꿇은 나와 리온,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로 따라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어린 용사.
리온이 잘해내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조금 뒤의 시간대로 이동해야 했다.
도합 스물하고도 여덟 번의 한숨을 내쉰 러셀은 마침 밝은 달을 올려다보며 내게 말했다.
“한번 붙자.”
“엥?”
“내가 질 것은 안다. 하지만 참을 수가 없다.”
나쁘지 않았다.
러셀의 방패는 과연 솔로 랭커다운 경지에 올라 있었다.
나를 상대로 열 번 패링해서 두 번이나 성공했다.
러셀은 주저앉아 머리를 싸맸다.
“진정하시고…….”
“이번 회차에서 이렇게 힘이 부족한 것이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다.”
일단 무릎을 꿇자. 미친놈을 달래는 덴 방법이 없다.
그간 쌓아둔 친분 아닌 친분이 아니었다면 사생결단을 낼 수도 있었는데 러셀이 많이 참은 게 아닐까.
내가 잘못한 게 맞으니 더더욱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러는 와중에도 리온의 얼굴은 점점 푸르죽죽해졌다.
그래. 내가 책임자였을 뿐, 따지고 보면 단독 돌발행동이 원인이란 말이지.
성실한 용사이자 나이트 크로우의 핵심은 앞으로 또다시 내 앞으로 와서 무릎을 꿇었다.
그 제자격인 어린 용사도 멋도 모르고 와서 똑같이 한다.
러셀은 다시 열 하고도 다섯 번의 한숨을 더 내쉰 다음에 어린 용사를 일으켜 세웠다.
어리다고는 하지만 이미 몇 년이나 지났다.
이제 리온을 처음 봤을 때보다도 나이가 많다.
슬픔에 잠긴 중년의 나이트 크로우도 그 사실을 안다.
러셀은 어린 용사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인자하게 웃어보였다.
“고생이 많구나.”
“아, 네. 감사합니다.”
“그래, 무기는 무엇을 쓰느냐?”
약간 맛이 가버린 것 같다. 한바퀴 돌아서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 아닐까?
나와 리온은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슬금슬금 빠져나왔다.
제니는 이미 진작 멀리 떨어져 있었다.
리온이 한숨을 푹푹 내쉰다.
“죄송합니다.”
“뭐가?”
“그…… 제가 넘보는 바람에.”
“짜식아. 그걸 그렇게 말하면 너랑 나랑 둘 다 나쁜 놈 같잖아. 올해 몇 살이었지?”
“이제 저도 스물이 넘었군요.”
처음 보았을 때가 열다섯이었나.
벌써 리온에게는 5년이 흘렀다. 세월이 빠르니 뭐니 이전에 내게는 며칠도 지나지 않았다.
유배자가 NPC를 사람으로 취급 못 하게 되는 것은 이런 문제도 있다.
“원래 사랑의 열병이란 게 별수 없는 거지.”
나도 그랬고 말이야. 아니, 어쩌면 지금도 그러고 있고.
“제 자리가 천사님의 곁이 아닌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이것저것 풍화되는 법이죠.”
“고생 많았어.”
“…….”
느끼고는 있었다. 죄책감과 좌절감으로 시작하여 점차 잔잔해져 가는 아이의 마음을.
리온의 첫사랑은 그렇게 스러졌던 것이다.
나는 어찌 될까를 생각해 보았다.
요즘 내 목표가 무엇인지 가끔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클리어는 여전히 목표다.
하지만 희우 또한 여전히 목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무엇을 고를까?
그때 가서 생각할 일, 아니, 그런 일이 오지 않도록 하면 될 뿐이다.
* * *
러셀은 장장 3일을 삐져 있었다.
하지만 침공이 다가온다는 정보도 전해주었고, [하드스록]이 취하는 입장도 본인들에게 직접 듣고 전해주었다.
[더 시티즌]의 그분인지 뭔지는 리더인 노거인을 어지간히도 신뢰하는 모양인지 별다른 일을 벌이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혹은, 전혀 신뢰하지 않거나 말이다.
“의외로 콩가루 집안이네요.”
“의외일 게 있나? 원래 그런 놈들인데. 너는 [아케인]의 두 마법사에게 뭔가 느낀 거 없었니?”
희우가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소년 취향은 좀 역겨웠어요.”
“그건 존중해 줄 수 있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니잖아. 사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그럴 수 있어. 살기 위해서는 다들 그러지.”
그렇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녀석들이 있다.
제 아무리 약육강식의 세상일지라도 그 대다수는 현대인이다.
그리고 결국 왕국이라는 사회를, 나아가 유배자라는 사회 전체를 굴리는 것도 현대인이다.
그 사고방식은 왕국 전반에 녹아들 수밖에 없다.
그 두 마법사가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대마탑에 준비해 놨던 것들을 보면 그다지 멀쩡한 생각을 하고 있는 녀석들은 아니었다.
“뭐, 효율적이긴 했지. 유배자가 아닌 자들의 영혼을 따로 뽑아 사용할 생각도 하고 있었고. 학장의 영혼이 그렇게 잘 보관된 것도 연료로 쓸 생각 이어서였겠지.”
“대마탑이 그렇게 큰 이유가 충격적이긴 했어요. 대부분이 뭔가의 설비였는데 그 용도가 그런 것이었다니.”
“마법사는 준비하는 클래스니까. 어떤 식으로건 말이야.”
물론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우리 역시 많은 유배자와 NPC들의 피를 손에 묻혀왔으니까.
“[하드스록]은 상당히 괜찮은 녀석들인 것 같아. 적어도 무턱대고 우리와 적대할 생각은 없어 보이니까.”
“[메인 던전]을 공략하기 시작해도 결국 침공이 들어온다고 했죠? 그걸 왕국이 견뎌내야 하고.”
“그래, 사실 내 욕심에 다들 휘말리게 하는 거지. 나도 알아. 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걸.”
“게임 시절엔 어땠어요?”
“지정된 [메인 던전]의 룬 4개를 모아 리프트의 제단에 바치면 문이 있는 곳으로 가지.”
“그리고요?”
“그 문을 열면 끝이었어. 그리고 그 뒤는 없었어. 게임이었으니까. 거기서 엔딩 스크립트가 올라가고……. 그대로 끝이었지.”
무수한 유배자들이 ‘클리어’라는 개념의 존재를 안다.
그것은 결국 어디선가 게임으로 이 세계를 이미 접해본 이들이 알음알음 그런 사실을 알려왔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제는 그게 끝이 아닐 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게 끝날 거라곤 믿지 않으니까. 그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글쎄. 거기까진 나도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그냥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겠지.”
이젠 그러기 힘들다.
본래의 나는 그 끝에 NPC인 나의 소멸이 있다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럴 거면 그냥 그대로 사라지는 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사라져서는 안 될 이유가 생겼다.
희우의 볼따구를 덥석 붙잡고 죽죽 늘였다. 말랑말랑한 게 잘도 늘어난다. 얼마 전에 만져본 이후 중독될 것 같다.
“가브자기 므에어…….”
그걸 내버려 두고 이제 미아 클랜이 되어버린 클랜의 클랜 마스터에게 가서 똑같은 짓을 했다.
미아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볼이 죽죽 늘어나는 가운데 의문스럽게 나를 올려다본다.
블랑쉐가 이상한 표정으로 날 본다.
에길은 뭔가 알 것 같다는 얼굴로 날 본다.
제니는 별로 관심도 없다.
처음에는 나도 파티원들에게,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정을 주었다.
그러나 연차가 올라가면서 점점 내려놓게 되었다.
하나하나 내려놓을 때마다 나는 더 냉혹하고 효율적인 유배자가 되었다.
그렇게 유배자로서 완성되었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선을 그은 것은 그래서다.
인간인 척은 하자고, 인간답게는 살자고.
하지만 그것조차도 너무 많은 것을 내려놓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연차가 두 자리가 된 이후로 가장 파티원들에게 정감을 가지게 된 회차인 것 같다.
감정을 닫아둘 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내가 이렇게 감상적이었나 싶을 정도다.
오랜 세월 버려왔던 것을 최근 몇 달간 다시 주워 담고 있다.
그 무게는 무겁다. 하지만 그 무게만큼 마음에 뭔가 차오른다.
어째서 미궁의 클리어는 반드시 인간이어야만 하는가.
이래서인가 싶기도 하다.
“자자, 가능하면 [하드스록]은 죽이지 말자고. 물론 가능하면이야.”
멈추는 것은 마지막의 한순간이면 된다.
반쯤은 진심이지만 나머지 반은 사기진작을 위한 허세이기도 하다.
승리를 확신할 수는 없다.
저쪽은 우리를 나와서 맞이할 생각이 없다.
우리에게 그들의 요새로 와 그 힘을 증명하라고 했다.
그것인즉, 증명만 한다면 기꺼이 승복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당당함이 과연 전사답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이 그만큼 강하고 자신 있다는 뜻이기도 하리라.
달리 말하면 그런 의미가 아닌가.
우리에게 너희는 위협조차 아니다.
우리는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니 원하는 게 있다면 와서 얻어가라.
오만할 수도 있는 태도다.
그 이후에 [더 시티즌]과도 갈라설 생각이면서 우리를 그렇게 여긴단 말이지.
그러니 기꺼이 도전해 주자.
* * *
[하드스록]의 리더. 너무 오래 산 나머지 거인으로서의 수명도 끝자락에 도달한 노거인.
대장장이 카베는 요새 깊숙한 곳, 용암의 강이 흐르고 있는 대공동에서 무기를 두드리고 있다.
거인의 크기에 걸맞은 거대한 검, 해머, 도끼 등이 하나하나 단조 되어 놓여간다.
“이제 좀 나아지고 있군.”
특별히 마법이 깃든 것도 아니다. 아티팩트라고 부를 만큼 대단한 것도 아니다.
애초에 카베는 대단히 뛰어난 대장장이가 아니었다.
왕국에서도…….
그리고 바깥에서도.
묵묵히 새로운 쇠를 녹인다.
이것은 일종의 의식이었다.
이제는 잊혀가는 바깥에서의 삶.
그 기억을 되새기고자하는 작업이다.
460년 전, 한 번의 침공이 불러일으켜지고 왕국이 멸망했을 무렵.
카베는 지독한 허무감을 느꼈다.
오랜 기간 유배자로서 살아왔다.
이렇게 왕국의 경영자로서 필요에 따라 세상을 쥐락펴락하며 산 것만 해도 수천 년, 그 이전에 유배자로서 온갖 회차의 세상을 주유하면 산 것도 100년.
그러나 그간 함께했던 동료들은 이미 없다.
가족은 애초에 없었다.
그래도 가장 수명이 긴 편이었던 거인인 자신만이 이리 늙어 살아 있을 뿐이다.
그때가 되어서야 카베는 비로소 과거를 되돌아보았다.
쉴 새 없이 어딘가로 달려 나가야 하는 것이 미궁에서의 삶이었다.
경영자로서도 마찬가지다.
마법사는 위협적인 존재였고, 시티즌의 그분이라는 자는 언제부터인지 모를 까마득한 옛날부터 이곳에 있었다.
그들 모두 욕심으로 똘똘 뭉친 유배자들이었다.
카베가 그러고 싶건 말건 가만히 서 있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왕국은 어느 구석이건 경쟁이었다. 바깥보다 훨씬 더 가열찬 목숨을 건 경쟁.
힘을 가진 자가 더 많은 욕심을 부릴 경우 힘이 없다면 빼앗길 뿐이다.
그러니 뒤처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리프트를 드나들고 끊임없이 새로운 무기, 새로운 스킬을 갈구한다.
한번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돌이킬 수 없다.
그리고 도달한 끝은 혼자였다.
무엇하나 남은 것이 없다.
그는 정말로 강력한 전사였으며 유배자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카베는 허무했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부터 되새겼다.
바깥에서의 삶을.
별로 좋은 삶은 아니었다.
어떤 의미로는 그곳이 미궁보다 더욱 끔찍한 곳이었다.
중동은 전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는 총을 만드는 대장장이었다.
손수 찍어내는 조악한 품질의 AK-47이 그의 밥벌이였다.
그래도 그곳은 정상적이었다.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했고, 죽음은 끝이었다.
팔다리를 잘라 내가며 싸움을 벌이지도 않았고 빌딩만한 괴물과 싸워야 하지도 않았다.
그 끝에 어딘가 미쳐 버리지도 않았다.
그저 살고자 바빴으며 그러다가 죽었다.
그야말로 사람답게 말이다.
그것이 정상적인 삶 아닐까?
미궁은 사람을 뒤틀리게 만든다.
어떤 의미로건 그곳에서 살아남는 자는 정상이 아니다.
끝내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무언가가 된다.
카베 역시 그랬다.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틀림없이 그렇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게 인간성인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너무 오래 살아 노망이 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카베는 이제 왕국의 경영자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나 마음이 간다고 그렇게 했다가는 결국 죽을 것이다.
아무것도 이룬 것 없고 남은 것 없이 유배자로서 무의미한 수천 년을 보낸 끝에 죽는 것이다.
그 생각이 들었을 때, 그는 떠올렸다.
적어도 이 작은 왕국 하나를 그가 정상으로 되돌릴 수는 있지 않을까?
죽은 유배자의 영혼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후에 그래도 이런 일을 했다고 남길 수는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에는 그렇게 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새로운 [하드스록]을 만들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새로운 [하드스록]의 멤버들은 점점 바뀌어갔다.
어느 날 ‘아서’가 나타났다. 좋은 일이었다.
고정 NPC들은 모두 그와 비슷한 감상을 공유할 수 있었으니까.
트롤 하나도, 거인 하나도. 지금 함께하고 있는 파티원들은 그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
이 작은 왕국을 침공으로부터 지켜내어 조금이라도 많은 유배자나 NPC들을 살려보고자. 그리고 경영이라는 이름의 악순환을 잠시나마 끊어보고자 동참하고 있다.
이것을 티낼 수는 없었다.
[더 시티즌]의 그분은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존재다. 동시에 지칠 줄 모르는 악의의 화신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안다면 카베는 어떤 식으로건 덧없이 죽음을 맞이하리라.
그러니 조용히 기다렸다. 침공이 임박하고 그에 대해 신경 쓰느라 하드스록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순간을.
그리고 반란할 것이다.
싸워서 이긴 끝에 잠시나마 이 땅에 자유를 되찾아 오리라.
그것은 카베의 마지막에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는 어떤 일이 될 것이었다.
자기만족이라도 좋다. 카베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 카베는 오랜 기간 손에서 놓았던 대장간 망치를 들었다.
어차피 그의 마스터리는 둔기였다.
망치로 무기를 두드리며 다시 되새긴다.
거인도 유배자도 아닌 중동의 어느 대장장이었던 자신을.
그리고 그렇게 죽음을 맞이할 자신을.
쿠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카베는 고개를 들었다.
아주 먼 곳, 화산의 지상에 가까운 곳이다.
요새의 입구.
그렇다면.
“왔는가.”
어쩌면 그의 삶 마지막에 또 다른 운명이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클리어라니.
미처 떠올릴지조차 못한 오래 잊고 지낸 단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