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에 갇힌 고인물-285화 (285/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285화

왕국 - Lv.2908 [웨펀 마스터] 카롤리(2)

무기가 하나인 상대에게는 익숙함이 생긴다.

다양한 병장기를 다루는 것은 본래 훌륭한 전사 혹은 기사의 소양일 것이다.

그러나 미궁은 시스템적으로 그것에 제약을 두었다.

이것은 나쁘게 말하면 경직되고 제한적인 전투만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일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약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단일화된 무기는 패턴을 만든다.

바깥 같으면 그런 패턴도 의미는 없다. 더 단련된 적을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미궁은 없는 재능도 스탯으로 메꾸고, 스킬로 메꿀 수 있다.

적이 아무리 빨라져도 무력한 일반인이던 바깥과 안쪽의 유배자는 다르다.

그 행동을 보고 읽고 기억할 기본적인 능력이 생긴다.

그렇기에 현실과 다를 바 없어야 할 미궁의 전투에는 상성이 성립하며 파고들 공간도 생겨난다.

비틀린 현실 속에서 희우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웨펀 마스터] 개사긴데?

숙련도의 문제로 난이도는 높을 것이다.

그러나 저 트롤 전사는 무리 없이 다양한 무기를 다루고 있다.

대검을 휘두른 다음 순간, 손에 들린 무기는 이미 창이 되어 있다.

투척도 자유롭다. 금빛의 병기창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무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초근접하면 너클이나 건틀렛을 낀 주먹질이 응수하고, 중거리에서는 검과 도.

조금 멀어졌다 싶으면 도끼창의 휩쓸기나 장창의 찌르기가 들어온다.

그 공격을 막아내고 회피하며 거리가 조금 더 벌어졌다 싶으면 어느새 손도끼나 단검이 투척된다.

하나하나에 담긴 힘이 대포알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니 경시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더 벌린다면 아까처럼 활을 꺼내 들겠지.

대궁은 맞히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더 작고 재빠른 원거리 무기가 나오지 않을까?

만약 총기라면, 더욱 곤란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단검 하나만 든 희우는 자신이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동력은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다. 잠깐 거리를 벌리고 기둥 뒤에 숨어서 한숨을 돌린다.

생각을 해보자.

그리고 그것을 기회라고 판단한 트롤이 달려든다.

무기는 망치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망치.

트롤조차도 쓸 것 같지 않고 거인쯤 되어야 쓸 것 같은 거대한 망치.

이미 휘두름 자체가 광역기나 다름이 없다.

암만 그래도 저것을 단검으로 막아내려는 것은 객기다.

기둥이 으깨졌다.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오는 가운데 대지가 신음한다. 흙먼지와 돌이 피어오르고 시야가 제한된다.

희우는 아예 거리를 더 멀리 벌렸다.

히어로 랜딩으로 제대로 대미지를 줄 수도 없을 것 같다.

치고받는 것으로는 재생력이 있는 저쪽이 더 유리해 보인다.

서로 전력으로 단 일 합에 결판을 내고자 한다면 물리적으로 더 단단한 천사가 유리하겠지만…….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 다른 부분이 떠오른다.

[웨폰 마스터]는 필살기라고 부를 만한 게 달리 없는 유니크 스킬이다.

다양한 무기, 무한한 무기를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없다.

희우에게는 있다.

그게 승패를 가르는 차이가 될 것이다.

* * *

“뭔 놈의 스펙이…….”

전투 중이라고 특별히 입이 조용할 필요는 없다.

혼잣말은 상황을 정리하는 도구이자 마음을 바로잡는 자기 암시다.

카롤리는 언제나 그렇게 살았다.

일단 천사는 고위종족이다.

기천사라 더럽게 빠른 대신 치천사만큼 육체적으로 강인하진 않다.

그러니까 스펙으로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천사의 물리적 힘이 특별히 트롤보다 강하진 않다.

하물며 카롤리는 기초 스펙에 자신감이 있는 편이었다.

미궁에 떨어진 순간은 그의 육체가 최전성기를 맞이한 때였으며, 세계적인 기록을 매번 갈아치우고 있던 시기였다.

경기 직전이었으니 더욱 만전의 상태였으며 그것이 그대로 그의 기초 스펙이 되었다.

아서 같은 고정 NPC가 아닌 다음에야 아쉬웠던 적이 없다.

하지만 저 천사는 조금 다르다.

활을 꺼내 들며 중얼거린다.

“단검은 힘을 받기 안 좋은 무기인데.”

아무리 초인적인 유배자 전사여도 무기의 무게중심과 길이, 형태는 중요하다.

힘이 강해도 그걸 제대로 전달할 각도와 상황이 나오냐의 차이는 분명하니까.

단검은 그런 의미에서 몹시 별로다.

애초에 병장기는 길고 클수록 위력이 강하다. 민첩한 암살자? 작고 다루기 쉬운 무기?

인사하는 척하다가 꺼내서 찌르는 용도지. 서로 치고받는데 좋을 수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걸 한단 말이지.”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활시위가 진동하듯 수축과 팽창을 반복했다.

기관총에 가까운 수준의 화살이 적을 향해 쏟아진다.

물론 이게 뭔가 결정타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사는 원거리 무기 따위에 의지하지 않는다.

제 손으로 직접 몸에 바람구멍을 내건 으깨주건 해야 승리하는 것이다.

“아니지, 카베 할아범이 가능하면 죽이진 말라고 했었나.”

좋아, 그럼 죽기 직전에 앞에서 멈춰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약간 식은땀이 흐른다.

카롤리는 힘으로 밀려본 적이 잘 없다.

단검을 들고 중병기를 무리 없이 받아내고 흘려내기까지 한다?

팔씨름으로 붙으면 질지도……?

“아니야!”

내가!

이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전법은 바꾸었다.

* * *

희우도 문득 깨달았다.

화살 사이를 날아서 피하고 주변의 기둥 사이를 회피기동하며 트롤을 교란하고.

그러면서 곰곰이 생각한 결과였다.

“어라? 혹시 내가 더 힘센가?”

이미 여러 번 실천해 본 유서 깊은 가르침.

잘 모르겠으면 스펙으로 찍어 눌러라.

아주 과학적인 근거가 존재하는 방법이다.

초인.

제아무리 밖에 날고 기는 격투가였다거나 군사전문가였다거나, 혹은 스포츠 선수였다 하더라도.

정씨 집안의 유전자는 명백하게 어딘가 고장 나 있다.

바깥에서 곰과 아무렇지도 않게 주먹다짐을 하고 호랑이와 팔씨름을 할 수 있는 여고생 따위는 희우 본인도 모른다.

앗차차, 이제 졸업했으니 백수인가? 백조라고 하자.

이런 걸 보면 희우는 마음이 딱히 미궁에 있지는 않다.

돌아가고 싶다. 그곳에서 원래대로 흘러가던 삶에 다시 합류하고 싶다.

데릴사위 찾았어요! 하고 문을 발로 빵 차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종족도 천사.

근력 기본값이 기천사보다 높은 종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드물다.

그리고 마인드 맵의 상황.

액티브 스킬을 최대한 억제하고 그냥 힘 그 자체에 모든 것을 투자한 형태의 마인드 맵.

희우의 작은 머리가 열심히 굴러가기 시작한다.

머리 위의 링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기분.

상대의 마인드 맵 상태를 읽어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것은 PVP가 아니라 PVE에서도 중요하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희우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은 딜찍누다.

단검을 쥐는 방법을 바꾼다.

애초부터 힘 싸움을 크게 상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쥐는 법부터 다르다. 희우는 스스로를 스피드스터라고 생각하며 전투에 임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사고방식의 경직은 문제가 된다.

그간 레벨이 밀리는 경우가 많았고 사실 지금도 밀린다.

하지만 마인드 맵에 찍히는 스탯이라는 숫자는 결국 올라갈수록 효율이 감소하는 것이다.

너도나도 2천 렙이 넘은 수준에서 더 이상 그 숫자의 차이는 대단한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그렇기에 기초 스펙.

그렇기에 액티브를 내다 버리고 패시브만 뭉쳐둔 기묘한 마인드 맵 세팅.

에길에게 힘으로 지는 것은 그 바이킹 전사 또한 괴물이기 때문일 뿐.

“후으으으읍.”

심호흡한 후에 허리를 딱 짚고, 허공에 서서 병을 다 따버린다.

단숨에 털어 넣는다.

혹시 죽으면 안 되니까 일시적인 포션뽕 최대로!

실패하면 손해막심, 하지만 성공하면 일격필살.

원래 힘살자란 그런 것 아니겠나.

못하니까 애매한 거지 잘하면 기습도 합을 겨루는 것도 죄다 해낸다.

방어용, 조금 더 크고 넓적한 단검을 왼손에.

상대의 몸을 꿰뚫을 날카롭고 뾰족한 찌르기용 단검을 오른손에.

자세는 인간 미사일.

몇 번의 발사와 히어로 랜딩의 사용 끝에 이런 짓거리에도 요령이 생겼다.

이번에는 자력으로 한다는 점만이 좀 다르다.

회피 기동에 페이크를 섞는다.

날아드는 화살 사이로 기둥 사이로, 그리고 흔들리는 천장을 한번 보고.

저거 무너질 것 같은데?

* * *

카롤리는 활을 집어넣었다.

대신 거대한 무기를 끄집어낸다.

[웨폰 마스터]의 장점.

무기의 크기 선택이 자유롭다.

좋은 재질로 거병을 만들려면 더 많은 재료가 필요하다.

그랬는데 그 내구도가 다하면 눈물이 난다.

카롤리는 그냥 꺼내 쓰면 된다.

무기를 마구잡이로 꺼내서 던졌다.

맞히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깔아두는 것이다.

순간적인 무기 교체보다 더 빠르고 연속적인 연격을 위하여.

각각이 자루 길이 포함 10여 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병기들이 마구 날아가 바닥에 꽂힌다.

천사는 여전히 거리를 벌리고 관망하는 상태.

트롤답지 않게 민첩에도 상당히 스탯을 투자한 카롤리의 손놀림은 기천사 못지않다.

바닥에 잔뜩 깔리는 무수한, 창, 도끼, 망치, 검들.

천사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보인다.

카롤리는 이동 스킬을 총동원하여 전진했다.

그러나 천사가 다시 멈추고 솟구치기 시작한다.

“이런 제기랄,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거야!”

하지만 그러면 여유는 더 늘어난다.

병기창을 활짝 열었다.

황금빛의 진열장이 들어 있는 모든 것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스킬로 생성된 장비기에 남은 사용할 수 없다.

거기에 또 다른 스킬을 일일이 미리 입혀둔다.

그때, 풍압이 바뀌었다.

얼른 고개를 돌렸다. 정령왕? 아니다. 저쪽은 아직 큰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모양이다.

빨리 여기를 처리하고 저쪽으로 합류해야 하는데.

카롤리는 다급하게 무기를 집어 들고 위를 보았다.

천사가 내리꽂히고 있다. 가속에 가속을 거듭하여 음속을 넘어선 채, 온몸에 소닉붐을 두르고.

아까 갑옷이 박살 날 때와 같다. 또 당해주지는 않는다.

거병을 들고 휘두른다. 트롤의 타고난 힘에 더해 유배자로서 마인드맵이 부여하는 초인적인 보정이 한 손으로 쥐기도 힘들 정도의 무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를 수 있게 해준다.

모든 마스터리의 힘이 깃들고, 거대한 병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날아간다.

개중에서 가장 면이 넓은 것.

길이 10미터에 폭이 5미터는 되는 것.

파리채로는 딱이겠다.

* * *

희우는 물러서지도 흘리지도 않았다.

오로지 힘으로, 마력을 담아 강화된 공격력으로.

왼손의 단검이 날아드는 투척 무기들을 쳐낸다.

작은 화살보다 덩치가 크니 더 편하다.

몇 개 쳐내지도 않았는데 이미 트롤 전사의 모습이 가깝다.

자세는 풀 스윙.

거대한 도끼를 옆면으로 후려치는 모양새.

아하, 희우는 웃었다.

무기가 일격에 박살 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대로 쳐서 날려 버리고 추격타를 넣을 생각.

희우는 오른손의 단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왼손의 단검을 두 손으로 쥔다.

힘 대 힘으로 붙어보자.

그 생각이 끝나는 순간 둘은 부딪혔다.

저쪽은 야구배트를 휘두르듯이 풀스윙을 날렸고, 희우는 두 손으로 굳게 쥔 단검을 그대로 내리찍었다.

이미 음속의 몇 배로 비행하고 있던 날개의 추력을 초월하는 작용반작용이 발생했다.

희우는 트롤이 스윙을 끝까지 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팔이 저릿하며 재생되는 느낌.

맞부딪힌 속도 이상으로 천장을 향해 날아간다.

이러면 그대로 천장에 부딪히고 그러고도 기세가 죽지 않아 한참을 더 뚫고 올라간다.

그게 아니다.

마력을 통한 흘리기는 미궁의 비현실적인 힘을 통해 힘의 방향을 제어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것을 응용하면 단단하지 않은 평범한 바위 전체에 힘을 분산하여 디딤돌로 삼을 수 있다.

희우가 천장에 부딪히는 순간 그 지붕이 터져나갔다.

본래부터 무너뜨려 생매장시키기 위해 설계된 형태다. 그리 강하지 않다.

폭음과 함께 하늘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지탱하는 기둥이 너무 많이 사라졌다.

쏟아지기 시작하는 첫 번째 바위가 지붕과 분리되기도 전에 희우는 다시 트롤에게 당도했다.

트롤은 근접전을 허용하고 싶지 않아 했다.

리치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버스만 한 대검을 쌍수로 들고 [회전 베기].

회전이기에 밀려나지 않을 수 있다. 온 힘을 다해 스킬의 보정이 깃든 회전을 튕겨낸다.

그 방향을 제어하여 땅에 발을 디딘다.

비행을 포기하고 대지를 딛는다는 것은 온전히 전사로서 임하겠다는 각오.

거병이 다시 달려든다. 기차 같은 사이즈의 창이 찌르기로 들어온다.

굳건이 발을 땅에 박고서 단검을 찔러 창끝에 부딪힌다.

강맹한 기세의 창이 멈춰 섰다.

한순간의 정적.

폭음, 혹은 충격파.

물리적 파괴력이라고 부를 만한 파문이 동심원의 기파가 되어 터져 나갔다.

희우는 확신했다.

힘으로는 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지는 일이 많았다.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희우는 힘센 천사다.

“죽어라!”

신남이 목소리가 되어 뛰쳐나오고 그대로 날개가 아닌 두 발로 달려간다.

해머가 날아든다. 흘리지도 받아내지도 않고 마주 공격한다.

크기가 무색하게 얇은 단검에 밀려 뜬다.

희우가 내디딘 발걸음마다 대지가 충격을 감내한다.

서로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무기의 난무가 펼쳐졌다.

그 충격에 주변이 깨끗해진다.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바위들이 충격만으로 밀려난다.

팔이 저릿저릿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에길과 대련하면 그냥 희우의 팔만 부러진다.

트롤의 표정이 점점 괴상해졌다.

1초에도 수십 번 발생 중인 파괴적인 병장기의 격류 속에서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슬쩍 흘러들었다.

“이런 제기랄, 이게 말이 되나?”

“되거든요!”

거리가 점점 줄어들고, 다시 격돌.

희우는 흘리려고 하지도 피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근접전에 좀 더 적절한 사이즈의 대검이 단검을 내리친다.

희우는 올려친다.

쩡 하고 공간이 출렁이며 갈라진다.

그 사이로 공간의 균열이 살짝 내비치다가 입을 다문다.

다음 일격도 그다음 일격도 쳐내면서 전진한다.

트롤이 한 발자국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찌르고 휘두르고 차고 때리고.

눈앞까지 도달하자 단병과 격투가 뒤섞인 형태로 바뀐다.

오른손의 단검을 다시 뽑아 든다.

마침내 트롤에게 닿는 거리까지 도착했다.

온 힘을 다한 찌르기. 막아내지만 꿰뚫린다.

몸을 틀어 피하자 옆구리가 크게 뜯겨져 나갔다. 재생되고 있지만 트롤이 헛웃음을 짓는다.

“천사 모양 탱크가 따로 없군.”

“겨우 그거에요? 전 우주전함이거든요!”

“미친.”

이겼다. 얼마만의 시원한 승리인가.

정직한 상대가 이렇게 좋다.

다들 마법사를 싫어하는 이유를 알겠다.

희우는 득의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살려는 드릴게 같은 소리를 하려고 했다.

“포션 다 썼지?”

다음 일격을 막아낸 트롤이 갑자기 동작을 크게 했다.

회피할 생각을 하지 않기에 받아내고 조금 밀려난다.

트롤이 완전히 뒤로 크게 물러났다.

희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이겼으니까.

* * *

어차피 어떤 식으로 싸우건 대체로 스펙에선 우위였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으나, 그래서 30년 차의 한계를 느낀다.

‘그래서 카베 영감님이 액티브에 투자하지 말라고 했나?’

작금에 와서는 그저 휘두르는 것보다도 약해져 사용하지 않는 저레벨 액티브가 수두룩하다.

별생각이 없었는데 이런 게 최적화인가.

하지만 바보가 아니라면 비장의 수는 여럿 준비한다.

병기창을 활짝 연다.

이미 잔뜩 쏟아 내놓은 무기에 일일이 스킬을 걸어두었었다.

[무기의 광란]

원거리에서 무기를 다룰 수 있는 스킬이다.

하지만 특별히 위력에 보정도 없고 직접 휘두르는 것과 완전히 같은 위력이 나올 뿐이다.

각각의 무기마다 쿨다운이 존재하여 연속 사용도 불가능하다.

전사의 스킬이라기보다는 암살자의 스킬에 더 가깝다.

미리 걸어둔 무기를 적 뒤편에 놓아두었다가 기습을 노린다는 식으로.

전사가 사용하기엔 비겁하다.

게다가 위력 보정도 없으니 온갖 보정을 둘둘 만 필살기를 내버려 두고 채용할 이유가 없는 스킬이다.

마법사나 사수, 궁수를 상대하기에도 차라리 투척용 무기가 더욱 효율이 좋다.

하지만 [웨폰 마스터]의 소유자에게는 다르다.

미궁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유니크 스킬이다.

바닥에 꽂힌 거병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병기창에서 쏟아지고 있는 무기들에도 일일이 스킬이 입혀진다.

의기양양한 천사를 상대로 주변에 존재하는 수백의 병장기들이 날아들었다.

하나하나가 카롤리가 전력으로 휘두르는 일격과 동등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본래 유니크 액티브라는 이름의 필살기가 존재하지 않는 [웨폰 마스터]에서 조합으로 짜낸 필살의 일격.

카롤리는 천사가 뭔가 조준하듯이 팔을 앞으로 내미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저 천사의 유니크 스킬은 뭐지? 없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달린다.

* * *

유니크 액티브 [섬광 재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