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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295화 (295/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295화

왕국 - Lv.3212 [나이트 오브 카멜롯] 아서(2)

기습이 아닐 경우, 고레벨의 PVP에서 전초전이란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최대한 상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마인드맵의 상태를 추적하고, 스킬셋을 추정한다.

상성을 끼워 맞추고, 대응 수단을 만든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일격.

단 한 번의 정타가 들어간다면 그것으로 승부의 추는 기운다.

그러기 위해 미리 파악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갈고닦는다.

하지만 예측은 대개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전초전에서는 본격적인 스킬쇼를 삼가고, 상대의 대응에 맞추어 기본기를 살핀다.

전초전은 스펙을 짐작하는 것인 동시에 자신이 생각하던 상대의 스킬셋이 사실인가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예의도 뭣도 아닌, 단순히 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기에 발생하는 양상이다.

그런 전초전을 생략하고 대뜸 전력으로 때려 박는다는 것은 모 아니면 도를 노리는 도박.

애초부터 전력에서 열세인 자가 기사회생의 한 수를 노리는 기습적인 전략일 뿐.

그리고 아서의 입장에서는 도리어 나를 시험하듯이 그리 지켜보고 있다.

다시 검이 부딪힌다.

저쪽은 아직 [엑스칼리버]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이 등에 메어져있는 것은 이미 확인했다.

70세가 되도록 보존된 [엑스칼리버]라.

내려치는 베기.

정면에서 받아내는 것은 효율이 나쁘다.

빗겨 쳐내지만 아서가 허락하지 않는다.

힘이 가해지며 나를 문자 그대로 찍어 누른다.

자세를 낮추며 빠져나가고.

그대로 근력만으로 궤도가 바뀌어 추적해온다.

굴러서 피한다.

바닥은 뜨겁다.

곳곳에서 새어나온 용암이 갑옷을 그을린다.

낙법은 신속하게.

다시 순식간에 눈앞에 도달하는 아서를 향해 찌르기.

갑옷을 믿고 곡률이 높은 곳을 가져다 댄다.

어림도 없다.

궤도는 처음부터 그런 대응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틈새를 찔러 넣는다.

그리고 아서는 양손으로 잡은 대검에서 왼손을 빼내 레바테인을 잡으려고 했다.

불길이 치솟는다.

푸른 불길은 아서의 손을 타고 건틀릿을 얼어붙게 만든다.

판금이 째지는 소리를 내며 식어간다.

그러나 아서는 그저 붙잡고 휘두르려고 했다.

그 와중에도 아서의 대검은 나를 향해 떨어진다.

나도 검에서 왼손을 떼어낸다.

격투가를 했을 때의 요령으로.

체내의 마력을 적절한 부위에서 폭발시켜 근육에 힘을 가하는 방식으로 힘을 보충하며.

폭발하듯한 힘으로 검날을 쳐낸다.

힘을 충분히 받은 아서의 대검이 한 손이 없는 것만으로 가볍게 옆으로 밀려나간다.

팔이 살짝 저리지만 아직 버틸만하다.

[용사]로 인해 신체 스펙이 드래곤에 준하는 정도로 상승했기에 가능한 묘기.

팔이 당장 터져나가도 이상하지 않다.

몸을 마력엔진처럼 사용하는 것이니 당연하다.

그동안 아서도 레바테인을 붙잡아 뺐으려했다.

나는 그대로 딸려 들어가며 다시 왼손으로 장저.

기사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레슬링을 할 수 있기에 기사다.

아서는 그립으로 내 장저를 가드하려고 했다.

몸통을 노리던 나는 목표를 바꾼다.

다시 마력을 폭발시켜 팔에 무리를 가하며 도리어 그립을 노렸다.

이번만큼은 완전한 정면충돌.

충격이 서로의 몸을 타고 흐른다.

마력이 타고 돌며 몸을 흐른 충격을 각기 발을 디딘 대지로 흩뿌린다.

우드득 소리와 함께 단단한 지반이 일그러지고 자잘한 용암 파편들이 뛰어오르듯 솟구치고 비처럼 흩뿌려졌다.

장저가 정확히 적중했음에도 아서는 검을 놓치지 않았다.

악력이 어느 수준인거지?

아서가 그 괴이쩍은 수준의 악력으로 레바테인을 잡아당긴다.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그의 갑옷은 얼마나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보존된 엑스칼리버와 달리, 초기 장비가 아니었다.

레바테인은 어쨌건 아티팩트다.

날이 당겨지자 그대로 레바테인이 건틀렛을 파고든다.

냉기 역시 파고든다.

아서는 순간적으로 마력을 방출하여 대응했다.

폭음과 함께 약속된 것처럼 서로가 물러났다.

“좋은 무기를 쓰는군.”

“그럼요. 등의 그것과 비교해도 아쉽진 않을 겁니다.”

속성이 다르니 레바테인인 줄 못 알아보는군.

굳이 냉기로 변환한 것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였다.

어차피 무기를 맞부딪히며 싸우는 것이라면 냉기가 파고드는 편이 낫다.

열기는 냉기보다 더 큰 손상을 가하겠지만, 냉기는 상대의 반응을 둔화시킨다.

딜찍누가 안된다면 조금씩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편이 낫다.

왼팔 좀 쓰기 힘들어졌을까?

레바테인과 닿은 왼쪽 건틀렛에서 아직도 남아 타오르는 푸른 불꽃을 아서가 털어낸다.

노인의 수염에 불길이 살짝 옮겨 붙었다. 서리가 낀다.

여유롭게 그것을 털어내며 아서가 말했다.

“괴이쩍은 기술을 쓰는군. 몸속의 마력을 폭파시키는 건가? 체내에서 그런 걸 하면 몸이 금방 망가질 텐데.”

“1레벨에도 곰을 맨손으로 때려잡은 당신한테 듣고 싶진 않은데요.”

“나를 아는군.”

최강의 NPC 유배자. 아서를 어찌 모를까.

“구차하게 서로 포션을 쓰진 않도록 하지.”

“바라신다면.”

아서가 처음으로 웃었다.

“내가 [엑스칼리버]를 뽑게 해보아라.”

자세가 변한다.

몇 가지 액티브가 켜지는 모습이 보였다.

저 끔찍한 노인의 스펙이 더 올라간다.

기본기는 이제 끝이다.

나 역시 스펙을 더 끌어올린다.

용사는 무엇인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상대가 강하다면 그만큼 다시 강해지는 것.

유니크 액티브 [용사 각성]

파악 하면서 세상의 해상도가 달라진다.

본래 리온이 겪었어야 할 현상.

아서의 수염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서리가 낀 부분은 어디인지.

그 서리의 결정이 어떤 모양인지까지, 시각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느껴진다.

세상의 마력 흐름이 보이고 몸에 힘이 깃든다.

걸어다니는 인간형의 드래곤.

그것이 각성한 용사다.

인사는 필요 없다.

아서에게 발을 내딛고.

다음 순간 벤다.

아서는 받아내는 동시에 몸을 회전한다.

[무명 : 횡베기]

이런 젠장. 유니크 스킬이 하나가 아니잖아? 이번 아서는 [무형검]을 장착했나?

소리 없고 형태 없는 참격이 더해지고.

그 참격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끼며 손날로 친다.

내 왼손 건틀렛이 으스러진다.

하지만 맨몸이어도 좋다. 드래곤의 비늘에 필적하는 상태인 지금, 내 손은 그 자체로 무기다.

받아내고 어깨로 박치기.

아서는 멀어지는 동시에.

[무명 : 난격]

순식간에 지나가는 십 수 번의 참격.

저건 단순히 검격의 사정거리를 늘려주는 유니크 스킬이지만 본체의 스펙이 높을수록 까다로워진다.

그러나 내게는 하나 날아드는 것 한 번 한 번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이로 빠지고 두발은 맞고. 그대로 달려들어.

[헬파이어]

[데스 레이]

[시간 정지]

마법으로 눈을 가리고 시간정지.

도착하는 순간 아서는 이미 시간의 틈새에 들어서고.

[무명 : 올려치기]

아서의 대검 실물과 무형검으로 더해진 2연속의 타격으로 받아내었음에도 내 몸이 떠오른다.

그럼 지금 큰 게 들어온다.

[시간 정지 해제]

깔아둔 마법이 아서를 향해 날아들며 동시에 캐스팅하며 검으로 가드.

[썬더 스톰]

[하이퍼 그래비티]

썬더 스톰의 첫 번째 번개가 미처 닿기도 전에 아서가 검을 쥐고 허공의 나를 향해.

자세를 낮추고.

발을 딛고.

단지 그 동작만으로 바닥이 내려앉고.

최대한 뒤로 빼낸 대검을 찌른다.

한순간의 전율.

단순한 [무명 : 찌르기]가 아니다!

유니크 액티브 [랜슬롯 : 아론다이트]

[무명 : 찌르기]

순간 생겨나는 환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결코 부러지지 않는 랜슬롯의 검.

게임 상에서는 가장 강력한 물리적 보정이 들어가는 [나이트 오브 카멜롯]의 유니크 액티브.

저걸 정면으로 받아내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

가드가 아니라. 가져다대는 형식으로 레바테인의 각도를 바꾼다.

그 직후 서늘한 한줄기 빛이 지나갔다.

레바테인이 날아간다.

쥐고 있지 못했다.

검 자체도 아티팩트이기에 견뎠다.

그 단단한 암반들이 깔끔하게 꿰뚫려 구멍이 났다.

어디까지난지 모를 구멍을 통해 용암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레바테인을 불러들인다. 마법적 염동력에 의해 날아가 천장에 박힌 검이 떠오른다.

아서가 번개와 지옥의 불길을 베어 가르며 돌격해온다. 막대한 중력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모양.

데스 레이는 어깨에 명중한 것 같지만 치명적인 타격이 되진 못한 모양이다.

손에 검이 없어 마스터리 보정이 빠져나간다.

그렇다면 마법사로서.

다양한 형태의 투사체가 발사된다.

하나하나 치명적인 디버프지만 아서는 전부 베고 튕겨내며 다가온다.

주변에 가잔 많은 것은 불의 원소.

[인페르노]

아서의 갑옷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부풀어 오른 공기가 폭풍이 된다.

공간의 균열로 날아드는 검을 향해 이동한다.

레바테인이 날아와 내 손에 다시 쥐어진다.

균열이 닫히기 전에 아서가 나타났다.

쾅하고 부딪힌 후 나는 다시 밀려난다.

아주 그냥 말도 안 되는 기초 스펙.

[무명 : 종베기]

곧바로 따라붙는 추격타를 가까스로 흘리고.

이제 더 이상 무명 시리즈가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원거리 참격을 대응할 필요는 없다.

공간을 열고 사방에 열어젖힌다.

아예 허공으로 뛰어 올라 다중 캐스팅으로 마법을 폭격한다.

아서가 따라붙을 때마다 다른 공간의 균열로 들어가 거리를 벌렸다.

여러 균열을 유지하자 아서가 인상을 찡그린다.

그리고 검을 바닥에 꽂았다.

[유니크 액티브 : 가웨인 : 갈라틴]

불길이 치솟는다. 아서의 대검에 불길이 휘감기고 이어지는 한번의 베기에 불길을 두른 검기가 날아간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공간 균열은 유지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감각을 잠깐이나마 가렸을 것이다.

공간이 뒤편에 열림과 동시에 아서가 반응하고 돌아선다.

나는 오랫동안 쓰지 않고 모아온 레바테인의 마력을 해방했다.

아이템 액티브 : [멸망의 대화염]

모든 충전량을 사용한다.

본래라면 어둠과 불 복합속성이었어야 할 푸른 화염이 치솟았다.

온 사방이 작열하는 지옥의 냉기로 뒤덮인다.

주인인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레바테인으로부터 퍼져 나오는 냉기에 얼어붙었다.

지옥의 바로 위지만 용암은 그 상태 그대로 얼어붙고 불길은 역시 그 상태 그대로 얼어붙었다.

변형된 속성이 전장의 환경을 얼어붙은 지하의 동굴로 만든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직격한 아서는 터져나오는 푸른 불꽃과 그것이 형성하는 빙하에 휘말렸다.

그 빙하 속에서 얼어붙어 잠깐이나마 무력화 된다.

길지는 않을 것이다.

입김이 나오자마자 얼어붙어 떨어져 내리는 냉기 속에서 레바테인을 두 손으로 쥐고 심호흡 한다.

명색이 유니크 액티브인 갈라틴의 불길에 얼음이 저항한다.

불길하게 일그러지는 소리가 커진다.

빙하 속의 아서가 움직이려고 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다.

[용사]는 아주 좋은 유니크 액티브다.

그리고 흔히 창작물 속의 용사들이 보여주는 컨셉을 아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인류의 적을 쓰러트리기 위해 성장해나가는 그들은 백지 위에 그려지는 그림과도 같다.

초인적인 기초스펙 외에도 그 스킬에 주어지는 것은 슬롯이다.

직접 겪어본 상대의 필살기를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는 성장성.

[용사]란 그런 존재기에.

필살기란 곧, 유니크 액티브.

그리고 이 스킬에 존재하는 슬롯은 5개.

방금 하나를 사용했고, 나에게는 3개의 슬롯이 남았다.

유니크 액티브 [랜슬롯 : 아론다이트]

빙하 속에서 아서의 눈이 커졌다.

내 모습에 순간적으로 어떠한 기사의 환영이 겹친다.

미궁 최강의 물리 보정 공격 스킬 중 하나가 레바테인에 깃들고.

아서가 간발의 차이로 얼음 속에서 검을 움직여 궤도에 가져다 댄다.

검이 통째로 박살났다.

아서의 갑옷도 일그러진다. 빙하가 온통 으스러지며 바닥을 드러낸다. 바닥조차 예리하게 베여나갔다.

아서의 갑옷 역시 무처럼 베여 떨어져나갔다.

피가 솟구친다.

따라가서 추격타를 먹이려고 했다.

서둘러 등 뒤의 검이 뽑혔다.

금빛의 성검이 레바테인을 막아섰다.

“좋은 무기 쓰시는군요.”

아서가 쓰게 웃었다.

“30년 만에 쥐어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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